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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냉기류
작성일 : 18-12-20 15:39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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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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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정밀하게 쳐야지. 비싼 돈 주고 치는데 대충 치면 안되지. 안 그래?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나이 때문인가? 이름도 다 까먹네. 동생! 이름이 뭐야?”

 

 “허허! 근식입니다. 누님 말씀이 맞습니다. 정교하게 쳐야죠. 차분하게 치는 차근식. 허허”

 

 그렇게 말을 하고는 얼굴을 내밀어 건배를 청하고 복희가 그 순간에 몸을 움찔했다. 그 모습이 하필 시원이 눈에 딱 걸렸다.

 

 “정미야! 너무 바짝 붙지 마라. 눈치 보니까 임자가 정해진 것 같은데. 안 그래? 방우야!”

 

 방우가 손바닥으로 입술을 가리고 나지막한 소리를 내듯이 시원이 귀에 대고 대꾸를 한다. 그러나 배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우렁차기만 했다.

 

 “누님! 그런 말을 하면 다른 누님들은 포기하라는 말이잖아요. 그리고 정미 누님 꿈도 그렇게 꺾어버리면 안 되죠. 누님! 골키퍼 있다고 골인 못 치키는 거 아니잖아요. 용기를 내세요”

 

 정미 인상이 한 순간에 일그러져 지고 있었다. 시원이가 눈을 깜빡 거리며 한 술 더 떴다.

 

 “너는 남자 아니냐? 너도 있는데 뭐. 정미야! 애도 있어. 우리 둘이 나눠 가지자. 호호”

 

 그때 가희가 손사래를 쳤다.

 

 “안돼! 방우야! 내가 있잖아. 시원이하고 네가 한편이 되면 멀리만 보내려고 해서 판판히 깨져. 너는 내하고 한편 하면 돼. 설거지는 내 전문이잖아”

 

 가희 말은 들은 척 만 척 아랑곳하지 않고 실망스런 마음이 얼굴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 그 의미를 확실히 밝히려다가 시원이 주먹이 방우 머리를 향하게 했다.

 

 “누님! 제가 얘기하는 건 그 설거지가 아닌데•••. 누님이 먼저 야한 생각을 했구먼”

 

 “아이고 이놈아!”

 

 머리를 한대 후려치려다가 시원이가 헛웃음을 치면서 눈살을 찌푸려 노려본다.

 

 “허허! 눈치 한번 빠르네요. 참! 오늘은 안개 때문에 할 수 없었지만 언제 한번 시간 내서 같이 가죠? 가희 누님은 설거지를 잘 한다 하시니 제하고 한편 하면 되겠네”

 

 갑자기 분위기가 잠잠해졌다. 가희 표정이 갑자기 난감해지고 있었다.

 

 또 시원이가 나서야 했다.

 

 “이놈아! 그럼 나는 누구와 한편 해? 복희는 근식하고 벌써 눈이 맞은 것 같고 너는 가희를 점 찍었고 나는 뭐야? 이 자식 이거 웃기는 놈이네. 아 참! 그래! 내가 깜빡 잊었다. 가희야! 이놈은 젊은 년만 보이면 당장 그쪽으로 갈 놈이니까 신경 쓰지마”

 

 방우가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하고는 콧방귀를 쳐 버린다.

 

 그때 테이블 아래서 징그러운 능구렁이라도 나타났는지 복희 목에서 외마디 기겁소리가 났다.

 

 “야! 아이 씨! 더럽게 이게 뭐야! 코딱지가 날아왔잖아. 시원이가 얘기했는데 왜 내한테 날려? 아이! 더러워. 너는 어떻게 저런 놈을 친구라고 같이 다니냐? 생긴 건 꼭 산 도둑놈처럼 생겨가지고. 너하고 어울리는 사람하고 다녀. 너! 값 떨어져. 너 저리가. 다시는 내 옆에 얼씬거리지도 마”

 

 바퀴벌레를 보고 놀란 새색시가 신랑 허리춤을 잡고 바짝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우가 민망한지 휴지로 콧구멍을 후비며 화장실로 나가다가 멈춰서 부러운 듯이 구시렁거렸다.

 

 “야! 근식아! 너는 복도 참 많다. 예쁜 누님 두 분이 아예 그냥 매달려 있네. 부럽다. 부러워”

 

 익살스런 표정으로 능글맞게 부럽다고 능청을 떠는 방우 눈에 근식 좌우에 매달린 정미와 복희 눈에서 알 수 없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게 감지되었다.

 

 “누님들 지금 한 놈 팔에 매달려 뭐하세요? 정미 누님은 왜 끼어들어요? 둘이 보기 좋았는데”

 

 술기운에 근식이 어깨에 머리가 가 있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된 복희가 민망하진 머리를 떼다가 인상을 찡그려 정미를 넌지시 쳐다 본다.

 

 이미 임자가 정해졌으니 넘보지 마라는 듯한 우스꽝스런 표정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근식은 전쟁 통 피난 열차에 복희 혼자 먼저 태운 것처럼 당황해 정미가 붙잡은 팔을 빨리 놔달라는 간청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벌써 판가름이 났고 정미가 끼어들어봤자 본인만 더 구질구질해질 처지가 분명해 보였다.

 

 이 사실을 시원이가 정확히 간파를 한 것 같았다.

 

 “근식이 동생!”

 

 “예! 누님!”

 

 “여기서 확실히 해! 누님들 마음 가지고 놀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내가 보기엔 정미 네가 보기엔 네가 양보해야 할 것 같은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근식이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얼버무리고 있었다.

 

 “허허허! 누님들 다 좋습니다”

 

 순식간이었다.

 

 “에라! 이놈아! 내가 무슨 물건이냐?”

 

 지금까지의 도복희 여사가 아니었다. 실체가 나타났다. 반면에 정미는 그냥 혼자 곱씹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애를 왜 때려? 나도 싫어.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이냐? 신랑만 해도 버겁다. 징그럽다. 너 가져”

 

 그때 복희가 밖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했다.

 

 “야! 방구! 이 놈 또 어디 갔냐? 또 다른 방에 기웃거리는 거 아냐?”

 

 때맞춰 방우가 들어와 복희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

 

 “왜요? 방구가 뭐예요. 방우! 옆 방에 젊은 아가씨들이 있어서 놀고 왔습니다. 꼽아요?”

 

 “아이고! 이 놈 이거”

 

 복희 주먹이 방우 머리로 날아갔다.

 

 “아야! 아~~~ 이거 완전히 돌 대가리네. 근식아! 이 놈 이거 친구하지 마라. 아무짝에 쓸모 없는 놈이다. 너 나이가 몇 살인데 언제 철들래”

 

 술 탓도 있었지만 정황상으로 봐서 방우가 조카인 숙이와 동기임은 분명해서 동생보다는 철부지 조카로 여겨졌다. 한 놈은 남자로 보이고 한 놈은 조카로 보여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거기다가 정미까지 근식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 신경이 애민해졌다. 우습기도 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이야’을 떠올리며 한숨도 내쉬고 있었다.

 

 “누님! 제 머리가 돌이 아니고 누님 주먹이 보들보들한 솜털 같네요. 낮에 본 뭉게구름이 누님 주먹이었나? 정말 아름답던데”

 

 방우가 싱거운 소리를 하면서 복희 손을 잡으려다가 머리를 한대 더 맞고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에 근식이가 움찔하고 있었다. 복희도 움찔했다. 분명한 건 화가 나거나 미워서가 아니라 조카 같아서 야단치려고 한대 쥐어 박으려고 했다.

 

 기저귀 찰 때부터 친구인 방우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근식이가 섬뜩한 뒤탈이 걱정스러운지 벌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방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복희가 정도를 벗어난 건 틀림없었다. 복희가 변명할 틈도 없었다. 이 상황을 근식이만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자! 오늘은 여기서 그만!”

 

 “뭐! 오늘은 이란 미련을 남겨요. 우리가 뭐 할망구들 노리갠가”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혼자 구시렁거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는지 벌떡 일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복희를 한번 쑥 훑어 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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