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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중년의 로맨스 쟁탈전
작가 : 직깨미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입 조심입니다.
방우와 숙이는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리고 도복희 55세. 숙이 이모며 두 살 터울.
도복희의 말 실수가 가져 온 말년의 비극
(그러나 히티 엔딩으로 마무리 합니다)

 
그 나물의 그 밥
작성일 : 18-12-20 14:54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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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식이가 프런트 여직원에게 대하는 태도는 당장이라도 혈투를 벌인 기세인 여사님들과는 백팔십도 달랐다. 최대한 예의부터 갖추었다. 환불을 받아 나가면서도 다시 고개를 돌려 괜찮다는 의사를 여직원에게 한번 더 전달하고 있었다.

 

 “할 수 없죠. 갑자기 안개가 몰려 오는데 어쩌겠어요. 또 오면 되지 뭐! 경치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아쉬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경치가 좋던데 여기만 있어서 어떡해? 얼른 가서 구경부터 하시지. 여기서 근무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날은 자주 없잖아요. 허허허”

 

 근식이 고개를 살짝 돌려 여직원이 무슨 죄가 있냐는 의미를 담은 눈으로 여사님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뒷말이 귀에 거슬렸을 것이다. 여사님들은 정말 모처럼 골프 치러 온 날이었다. 너무 아쉬운데 하나도 아쉬울 게 없다는 말이 가진 자의 시건방진 거만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트집을 잡을 상황도 아니었다. 만약에 신랑이 이런 말을 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엄청 화를 냈을 것이다. 분명히 여직원도 좋은 풍경을 구경할 수 있게 배려하는 차원에서 얼른 돌아가거나 아니면 온 김에 물안개나 구경하라는 말이었다.

 

 여사님들이 어이도 없고 불쾌해 찡그린 눈으로 근식이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예의가 필수니 되새겨 들어야 된다는 따끔한 가르침이며 이 말은 곧 무시하는 말이기도 했다. 여사님들 전부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지만 꼬투리를 잡을만한 짓을 대놓고 하지 않아 근식을 그냥 멀뚱히 노려보는 것 말고는 할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복희는 뭔가에 흘린 기분이 들어 근식이 뒤 꼭지만 멀뚱히 쳐다 보고 있었다.

 

 근식은 여사님들의 넋이 나간 시선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하고 있다.

 

 “친구야! 어디까지 왔어?”

 

 “응! 주차장. 안개 때문에 안되겠지?”

 

 “그래! 어쩔까? 한잔하러 갈래? 스크린에 갈래?”

 

 “스크린은 무슨! 그냥 농수산물 시장에 가자. 먼저 가서 시켜 놓을게. 한잔하고 오랜만에 시원하게 한번 흔들어 몸 좀 풀자. 기생 오라비 같은 네 얼굴 써먹은 지 오래 됐잖아”

 

 “허허! 자식! 수염 안 깎았으면 여기 와서 깎고 가! 자식이 손 발이 맞아야지”

 

 “허허! 염려 마셔. 오늘은 깎았어”

 

 “자식! 웬일로.. 얼른 옷 갈아 입고 내려갈게”

 

 엿들을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몇 달 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온 자신과 달리 너무 태연스럽게 통화하는 근식이에게 얄미운 질투 같은 걸 느낀 도복희 여사가 근식을 찌푸린 얼굴로 쳐다 봤다. 그 사이에 배부른 놈이란 넘겨 집은 마음이 눈초리에서 나타난 모양이었다. 심기가 살짝 뒤틀린 표정이 분명했다. 눈살을 찌푸리는 걸 도복희 여사가 분명히 봤다.

 

 눈이 딱 마주친 순간 도둑이 제발 저린 듯이 도복희 여사 몸이 움찔하면서 놀라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입도 벙긋하지 않은 마음만을 가지고 추궁 받을 사태였지만 근식이가 입 꼬리만 약간 치켜세워 윙크처럼 착각할 눈인사만 하고 도복희 여사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슴이 철렁했던 도복희 여사가 머리를 한번 세게 흔들었다. 흔들린 머리의 요동을 따라 심장도 같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놀란 가슴이 아닌 설레는 가슴이었다. 벌써 두 번째였다.

 

 근식이 눈과 딱 마주친 순간에 도복희 여사가 놀라고 있는걸 본 공정미 여사가 등을 툭 치며 묻는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 아니야”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그 미소가 쉽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헛웃음도 나왔다.

 

 “복희야 너 오늘 왜 그래? 왜 허허실실 웃어?”

 

 장시원여사가 이름처럼 시원한 목소리로 물을 때야 복희가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허허! 별 싱거운 사람이 다 있어. 내보고 눈을 찡긋하고 웃고 가길래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다. 내가 아직 쓸만한 모양이지. 호호”

 

 잔소리꾼인 정미가 입술을 한번 비틀고는 안쓰럽게 쳐다보며 핀잔부터 날렸다.

 

 “애는 지금 나이가 몇인데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있어. 참 별일이네”

 

 시원이가 복희 아래 위를 한번 훑어보고는 고개만 끄덕이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왜? 왜 그렇게 봐?”

 

 “뭐? 너는 어릴 때부터 항상 인기 있었잖아. 지금 유세 떠냐?”

 

 그때서야 퉁명스럽게 질투 난다는 듯이 말을 살짝 비꽜다.

 

 “그래! 뭐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네. 그런데 께름칙해. 웃는 모습이 능글맞았어.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별로 기분은 안 좋아”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복희가 까르르 소리를 내 웃었다.

 

 “그렇게 좋아?”

 

 정미 눈이 말똥말똥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원이가 야릇한 눈으로 쳐다보며 묻는다.

 

 “영감 하나 소개해 줄까? 중년의 로맨스 한번 해볼래? 아는 남자 많은데”

 

 “호호! 애는 다 늙어서 무슨? 총각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보겠는데 영감은 싫어. 집에서도 군내 나는데 밖에서도 맡으란 말이야. 너 그러다가 중매쟁이 하겠다. 나도 아는 남자 많아. 됐어!”

 

 눈을 살짝 흘겨 시원을 쳐다보고 시원이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면서 말을 한다.

 

 “보험 하면서 중매쟁이 역할 많이 했다. 다 그 놈이 그 놈이야. 네 신랑이 최고야”

 

 “신랑이 최고란 말은 틀렸고 나도 네 생각과 같아. 중후해 보이는 아저씨들도 몇 번만 머리 자르러 오면 전부 여자 친구 소개해 달라고 난리야. 시원이 너도 그렇겠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이 놈 저 놈들 부탁 들어주다가는 내까지 바람둥이 년이 돼 버려”

 

 시원이가 정미 신랑이 바람둥이라 요즘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은 어색해졌다. 미안한 마음이 벌써 눈에서 전해진 것 같았다. 정미가 괜찮다는 의미를 살짝 비쳤다. 눈을 한번 찡긋한다.

 

 “허긴! 피부 관리실에 오는 손님들 입이 더 무섭지?”

 

 “그럼! 자칫 잘못하면 소문은 바로 나 버려. 그러니 복희야 남정네한테 신경 끊으세요”

 

 “내가 언제 남자한테 신경을 썼어? 애는 정말 갑자기 나를 바람난 년으로 보네. 호호”

 

 “가정 주부가 제일 어리석어서 그래. 내가 걱정이 돼서. 참! 조카는 어떻게 됐어? 정치하겠데?”

 

 도복희여사가 한숨부터 먼저 내쉬고 고개를 잘래잘래 흔든다.

 

 “말도 마라. 명예 퇴직한 신랑이 겨우 경비로 취직을 해서 한시름 놨나 했더니 난데없이 그 집안이 또 난리네. 그 애 누나가 말렸지만 말을 안 들어. 지금 더해”

 

 시원이가 고개를 잠시 갸우뚱하고는 복희를 쳐다 보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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