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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게 딱인 너
작가 : 마미나리
작품등록일 :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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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혼자인게 편한 호텔 대표 강혁.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로부터 결혼명령이 떨어진다.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미르. 그녀라면 절대 결혼 허락을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와 계약을 하게 된다.

 
제 3 화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작성일 : 18-12-07 20:20     조회 : 65     추천 : 2     분량 : 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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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 화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난데없는 하 여사의 말에 혁은 굳은 표정으로 하 여사를 보았다.

 

 “네?”

 “못 들었니?”

 

 절대 양보란 없다는 표정으로 하 여사는 혁을 바라보았다. 혁의 표정은 험상궂게 변했다.

 

 “어머니. 지금 저한테 결혼을 강요하시는 겁니까?”

 “강요는 무슨. 권유지. 준이는 여자랑 결혼을 못 하겠다고 하고. 그렇다고 아직 학교도 졸업 못 한 민이를 보낼 수도 없고, 고등학생인 석이를 그럼 보내랴?”

 “그렇다고 제가 서두를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혁도지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그러자 하 여사가 신문을 탁자 위로 던졌다.

 

 “그럼 이건 뭐니?”

 

 스포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배우 도해연과 혁의 사진이 찍혀있었다. 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사실무근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네. 가끔 나기도 합니다.”

 “강혁. 대표가 배우랑 호텔에서 사진이나 찍혀서 되겠니?”

 “그럼 호텔 대표가 호텔에 있는 게 잘못입니까?”

 “그걸 누가 몰라. 하지만 사람들은 왜 이 여자와 함께 있는지가 궁금하겠지.”

 “반박 기사 낼 겁니다.”

 “어떡해?”

 “법무팀에.”

 

 강 회장이 아껴두었던 ‘돔 페리뇽매그넘2000’을 가져가며 말했다.

 

 “회사 법무팀을 왜 사생활에 사용해.”

 

 편이 돼주진 못할망정 강 회장은 혁에게 핀잔을 주었다. 혁은 그런 강 회장을 돌아보았다.

 

 “아버지.”

 

 혁의 원망 섞인 눈길을 피해 강 회장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하 여사는 부드러운 손길로 혁의 손을 잡았다.

 

 “아들. 앞으로 한 달.”

 “네?”

 

 하 여사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스캔들 막을 길은 단 하나.”

 “그게 뭔데요?”

 “당연히 네 결혼이지.”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제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한 번 이미지 실추되면 끝이야.”

 “그래도 한 달은 너무 하십니다.”

 

 하 여사의 의지는 확고했다.

 

 “한 달.”

 “못해도 반년은 주셔야.”

 

 하 여사는 검지 하나를 올려 혁이의 눈앞에 세웠다.

 

 “딱 한 달. 한 달 안에 며느릿감 데려와. 누구라도 좋으니.”

 

 누구라도? 혁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지금 ‘누구라도’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다른 말씀 하지 마십시오.”

 “남자만 아니면 된다.”

 “당연히 아니지요.”

 “만약 한 달 안에 안 데려오면 내가 정해 준 집안 여자랑 선보고 바로 결혼하는 거다.”

 “그건.”

 “아니면 데려오던가.”

 

 하 여사는 신문 속 여배우와 자기 아들의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네가 좋아하는 여자라면.”

 

 하 여사는 하루라도 빨리 며느리를 들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좋습니다. 절대 그 말 후회하지 마십시오.”

 

 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소피스트 호텔 안은 큰 연회로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로 하 여사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이런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 하 여사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내놓으라는 집안의 자제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하 여사로서는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사실 혁이에겐 한 달이라고 했지만, 하 여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며느리를 데리고 와야 직성이 풀릴 판이었다.

 하 여사는 옥색의 고운 한복에 누가 봐도 온화한 모습으로 연회장에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급하게 뛰어가는 미르를 보고 하 여사는 순발력 있게 살며시 그녀를 피했다.

 

 ‘나이스. 역시 난 죽지 않았어.’

 

 하 여사가 자신의 순발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미르는 인사를 잊지 않고 달려갔다.

 연회장에 들어선 하 여사는 그 좋은 시력으로 레이더망을 가동했다.

 

 ‘어디 보자. 김 의원의 큰딸. 박 사장의 둘째 딸. 정 대표 조카딸.’

 

 하 여사의 스캔하던 눈이 순간 한 사람에게 멈췄다. 그곳엔 화려한 치장을 뽐내며 한 노부인과 그녀의 손녀딸이 서 있었다.

 

 ‘저 노인네 또 왔네. 까탈스러운 노친네. 뭘 또 트집 잡고 싶어서.’

 

 노부인은 바로 업체 큰손인 황 여사로 유별난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어디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 여사는 그녀가 또 호텔에 무슨 트집을 잡으려는지 걱정이 앞섰다. 하 여사는 호텔 직원을 귀찮게 할지 몰라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하 여사가 황 여사의 앞에 서기도 전에 언제 왔는지 미르가 그녀의 앞에 먼저 도착했다.

 미르는 황 여사에게 수정과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황 여사가 웬일로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이 광경을 보고 있는 하 여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하 여사는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마침 최 팀장을 발견한 하 여사가 그녀를 불렀다.

 

 “최 팀장.”

 “사모님.”

 

 하 여사는 황 여사의 시중을 들고 있는 미르를 가리켰다.

 

 “저기 저 여직원 누구예요?”

 “누굴 말씀하시는지?”

 “아니. 저기. 황 여사 옆에 있는 우리 직원 말이에요.”

 “지난번 사모님께서 파트 옮겨 주신 그 직원이잖습니까.”

 “음. 그래요? 역시. 내 안목은.”

 

 인색한 황 여사의 비위를 맞추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미르를 보며 하 여사는 자신의 현명했던 판단에 흡족해했다.

 

 혁은 큰 연회의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의 눈에 하 여사가 떡하니 들어왔다. 그리고 하 여사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백미르?’

 

 순간 혁의 얼굴은 굳어졌다.

 

 ‘아니. 저 여자가 왜 아직.’

 

 혁은 최 팀장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미르를 가리켰다.

 

 “최 팀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네? 무슨?”

 “백미르씨 말입니다.”

 “아. 그게. 얼마 전에 대표님께서 ‘메이드일은 오늘까지만’이라고 하셔서.”

 “그래서 다른 파트로 옮기셨단 말씀입니까?”

 “네.”

 

 혁은 어이가 없는지 연회장 밖으로 나가는 미르를 보고 따라나섰다. 그 모습을 본, 최 팀장은 황급히 하 여사를 찾았다.

 

 “사모님. 큰일 났습니다.”

 “왜?”

 “대표님께서 아셨습니다.”

 “뭘 알았다는 거야? 헉 설마?”

 “네.”

 “지금 강 대표 어디 있어요?”

 “밖으로 나가신 거 같습니다.”

 

 하 여사는 최 팀장과 함께 서둘러 연회장 밖으로 향했다.

 

 미르는 고객이 주문한 적정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을 맞추기 위해 뜨거운 물을 컵에 따르고 나머진 주전자에 담아 밖으로 나왔다.

 트레이를 들고나온 미르의 앞을 혁이 막아섰다.

 

 “백미르씨.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미르는 고개를 들어 혁을 보았다.

 

 “저 보시다시피 일하는데요.”

 “그러니까 누가 일을.”

 “내가 하랬다.”

 

 그의 뒤에서 하 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열심히 하는 직원 일 시키는 게. 뭐가 문제니?”

 “이건 월권이십니다.”

 “그럼 잘못도 없는 직원을 맘대로 잘라도 되는 거니?”

 “부주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밝혀진 것이 아니잖아. 이건 부당해고야.”

 

 하 여사와 혁의 불꽃 튀는 신경전 벌어졌다. 그 사이로 미르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저…….저기.”

 

 미르가 말을 하자 혁이 뒤돌아섰다.

 

 “뭡니까?”

 

 혁이 몸을 돌리는 순간, 트레이 위에 올려져 있던 뜨거운 물이 그만 미르의 오른손 위에 떨어졌다.

 

 “앗. 뜨거.”

 

 미르는 들고 있던 트레이를 그만 떨어트리고 말았다. 혁은 재빨리 그것을 잡았다.

 

 “이런.”

 

 혁은 받은 트레이를 옆에 있던 최 팀장에게 건네주었다. 혁은 소매를 털며 미르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미르의 오른손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혁은 미르의 손목을 잡고 서둘러 주방으로 향했다.

 

 “얼음주머니 좀 부탁합니다.”

 

 혁은 주방 문을 열고 들어가 서둘러 얼음주머니를 부탁하고 개수대에 차가운 물을 틀었다. 그리고 잡고 있던 미르의 손을 담가주었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르는 통증과 당혹스러움이 겹쳐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하 여사는 그들을 뒤쫓아 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이게 다......”

 

 혁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미르를 보았다.

 

 “그냥 그대로 있어요.”

 

 혁은 휴대 전화를 꺼내 곧바로 비서에게 차를 대기시키도록 했다.

 

 “우선 병원부터 갑시다.”

 “아닙니다. 의무실에 가면.”

 “의무실에 가더라도 화상약이 다일 겁니다. 바로 병원으로 가는 게 좋아요.”

 

 지금 미르는 아픈 손보다 대표가 자신을 다시 자르진 않을까가 더 걱정이었다.

 

 “괜찮습니다. 저 다시 일할 수......”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이러다 손이라도 못쓰게 되면 어쩌게요.”

 “그래요. 강 대표 말이 옳아요. 그러니 어서 병원 갔다 와요. 뭐하니 빨리 병원 데려가지 않고.”

 

 하 여사는 맞장구를 치며 미르를 떠밀어 혁과 나가게 했다. 그리고 나가는 혁에게 소리쳤다.

 

 “다녀오면 필요한 조치하고.”

 

 혁은 하 여사를 향해 코웃음을 쳤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혁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혁은 직원에게서 얼음주머니를 받아 미르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하 여사는 굵직한 목소리 아들 흉내를 냈다.

 

 “어머니. 제 여잡니다.”

 

 옆에 있던 최 팀장이 놀란 듯 그녀를 보았다.

 

 “네?”

 “아니. 이러면 얼마나 좋겠냐고. 에휴.”

 “사모님.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요.”

 “말이 그렇다고 여자를 저렇게 딱 데리고 오면 얼마나 좋겠어.”

 

 하 여사는 긴 푸념이 이어졌다.

 

 *

 

 혁은 미르를 데리고 가까운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들어서자, 혁은 한 간호사와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복도 끝을 가리켰다.

 그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생님 계세요.”

 

 혁은 미르를 데리고 복도 끝 진료실로 향했다. 진료실 문을 열자, 새하얀 피부의 멋진 의사 선생님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갑작스런 혁의 방문에 그는 놀란 표정으로 혁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혁은 그를 향해 다가갔다.

 

 “뜨거운 물을 쏟았어.”

 “뭐? 어디에?”

 “손 위에.”

 “어디 좀 봐.”

 

 놀란 그가 벌떡 일어나 혁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혁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나 말고. 이 아가씨.”

 

 그는 혁의 뒤에 미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저는 박학식이라고 합니다.”

 “네.”

 “이 녀석이었으면 나가라고 했을 텐데. 일단 여기 앉으세요.”

 

 미르는 분명 학식이 놀라 그의 손을 봤는데도, 그는 천연덕스럽게 미르에게 농담을 했다.

 

 “어디 손 좀.”

 

 미르는 학식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이런. 많이 아프셨죠?”

 “네 조금.”

 “그래도 응급조치는 잘하셨네요.”

 

 테리우스처럼 꽃 같은 외모의 학식이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미르는 살짝 가슴이 설렜다. 살며시 본 그의 얼굴은 어쩜 저리도 잘 생길 수 있는지. 미르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학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최 간호사님. 여기 드레싱 준비 좀 해주세요. 그리고 차도.”

 

 찰랑거리는 머릿결에 온화한 미소의 학식에게서 미르는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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