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이수성의원이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손으로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하며 인사를 하였다.
“김진성이라고 했지. 우리 민구 대학 동창이라며 반갑네!”
“네! 반갑습니다. 의원님”
“무슨 의원은 하하하~~! 그냥 편하게 친구 아버지로 보면 되네.”
이수성의원은 거만한 표정으로 웃음을 보였다.
“뭐하고 있나. 둘도 인사해야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사이인데 이래서 우짜노”
그러자 진성과 민구는 서로 껄끄럽게 쳐다보며 짧고 강하게 눈싸움을 한 후 마지못해 쳐다보며 억지로 악수를 하였다.
서로 지기 싫다는 듯이 온 몸의 힘을 손에 모아 악수를 했다. 그리고 이수성의원의 양 옆으로 가서 각자 앉았다.
“좀 즐겁게 인사들 좀 하지. 서로 동아리 활동도 같이 했다면서 아무리 오랜만에 만났다고 했어도 그래 보기 좋지 않게 인사를 하고 그러나. 암튼 자리 앉았으니 시작해 보자구나.”
김진성은 지금 이 곳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표시를 얼굴에 그대로 표현하며 계속해서 이민구를 쳐다보았다.
“의원님! 민구가 꼭 보자고 해서 나오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만나는 것은 더더욱 불편합니다. 저를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지금 이런 시기에 만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좋지 않게 볼까 봐서 걱정이 됩니다.”
“그런 것은 걱정마라. 진성아! 내 친구 아버지로서 정치 선배로서 너에게 살아온 길을 좀 알려 줄까 하고 불렀다. 지금 너가 가는 길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걱정이 돼서 말이다. 그래서 도움이 될까하고 술 한 잔 사 주려고 보자고 했다. 편안하게 듣고 내 마음만 알아주면 된다.”
“아! 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제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야! 김진성.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말을 하니? 바쁘면 의원님이 더 바쁘지.”
“그렇지 민구야! 하지만 의원님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지만 나에겐 불행히도 그럴 능력이 없다. 우리 대학교 때 그렇게 좋았던 사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너가 잘 알 듯이 말이야. 나에겐 그런 힘이 불행이도 아직 없단다.”
“뭐라고 이 배신자가 못하는 말이 없네.”
갑자기 김진성과 이민구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야! 야! 느그들 지금 뭐하는 것이고 나 이수성이 앞에서 그러지 마라. 아직도 지난 그 일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 같구나. 오늘 여기서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하고 풀어라. 그 일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고 내가 그 동안 지나쳐 온 온갖 고통의 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고 싶어 그러니 마음들 좀 가라 안치라”
“네”
김진성은 어쩔 수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민구는 고개 숙여 대답했다.
이수성의원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유도하기 위해 본인의 지난 과거사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 이수성이 인생도 참 기구하다. 내 그럼 시작해 볼까? 내 진정한 인생의 시작은 1987년 6월 항쟁이다. 4. 19의거, 12.12사태, 광주민주화 운동 등 니네들 나이 때에도 수많은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정작 국민들이 피를 흘리며 민주화 운동을 해도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사람이 아니고 독재자들의 사람의 몫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고통을 받고 민주주의 정착이 그 만큼 늦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이후 1987년 6월 항쟁으로 얻어낸 결과물인 대통령 직접선거제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시대에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직접 선출하여 그 동안 기나긴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리는 투쟁을 마무리하고 비로소 대한민국에 민주화를 완성하는 염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말이다.
예들들면, 이상하게도 나무의 한 쪽 가지를 쳐내면 다른 쪽에서 가지가 뻗어 나온다 말이야.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우리가 그렇게 믿고 따랐던 양대 정치인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현명하게 연정 협치하여 더 이상 군부대 출신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 이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이끌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둘의 연정 협치는 끝내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별로 갈라지고 어부지리로 누가 됐나?
또 군인출신인 전두환과 같이 쿠테타를 이끈 사람 노태우가 되고 말았다.
이래서 우리나라는 지역감정이 더 커지고 민주화는 더 후퇴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민주화의 열망은 켰지만 성숙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역사였다.”
이수성의원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증폭되어 넥타이 부대까지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서 자기 삶의 터전인 직장이 아니라 거리로 나왔다.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 사람들은 신촌부터 광화문까지 모여들어 새로운 민주화를 열자고 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고 말이다.
바로 거기까지였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바뀌지 않았다. 그게 내가 검사 옷을 벗고 이 더러운 정치판에 뛰어 들은 이유다. 바른 정치, 깨끗한 정치로 이 한 몸 나라를 위해 뛰겠다고 알긋나.
내 그래서 너그들 둘은 그러지 말고 함께 잘 해 보라고 이 자리에 부른 것이다. 내 말 알긋나.”
김진성과 이민규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있지만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
김진규는 속으로 더 이상은 대화는 의미가 없는 시간이라고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수성의원이 급하게 일어나서 김진성에 말했다.
“진성아 좀만 더 있다가라.”
그리고 실장을 불러 손짓을 했다. 실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술과 아가씨들을 룸으로 부르면서 말했다.
“너희들 중요하신 분들이니 잘 모시고 오늘을 쉿! 알지. 그러면 너희들 봉 잡은 날이다. 알겠어.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실장은 아가씨들의 입단속을 단단히 시키고 이수성의원을 바라보며 정중히 다시 인사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그러자 이민구가 지갑에 수표 몇 장을 꺼내어 거만한 표정으로 아가씨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민구의 그 표정을 보다 못한 김진성이 다시 일어나면서 인사를 하였다.
“제가 있을 자리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의원님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진성아 가지 말고 대화로 풀자. 이리 온나.”
이수성의원이 청해도 김진성은 그냥 돌아섰다.
“저 자식은 학교 때도 그러더니 변한 것이 하나도 없네.”
이민구는 불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이민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수성의원이 성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 자식아 가서 잡아와라. 그냥 보내면 안 된다. 내 편은 더 단속하고 적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일이다. 너는 아직 멀었어. 빨리 나가봐라.”
“저 자식이 있든 없든 저는 제가 갈 길로 가겠습니다.”
“뭐라고 니 길로 간다고 웃기는 소리마라. 넌 조금 더 멀리 보는 연습을 더 해야 된다. 이 못난 놈아 술은 무슨 술이야 그냥 가자.”
이수성의원은 이민구를 못 마땅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민구는 고개를 푹 쉬이고 바로 따라 나왔다. 밖으로 나온 이수성의원은 최비서관에게 이민구가 차에 타기도 전에 출발하라고 지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