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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검술학원의 낙제생인 루크는 어느때와 같이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따돌림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도중. 부스스한 긴 흑발과 묘하게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동양의 검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으신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akrmak3tp@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하겠습니다>

 
6-1화. 너에게 있어 검이란, 무엇이냐?
작성일 : 18-02-06 16:23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2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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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성거리는 소리에 청각이 마비라도 되는 것 같다. 맨날 같이 붙어 다니던 금발 귀족의 친구들이 쓰러진 녀석에게 다가가 괜찮냐는 위로와 걱정이 섞인 말이 들려오고, 조금 험악한 표정을 짓고, 내 검을 탐구하듯이 보는 에단이 신경 쓰였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체험한 것처럼 몸이 급격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군다.

 

 "고마웠다, 루크."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에단이 내게 검을 빌려줬다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 그런데 괜찮은 거야?"

 

 "뭐가 말이야?"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저기 쓰러진 녀석은 공작 가문의 사람이잖아…."

 

 "괜찮아. 저런 녀석의 성격상 이르거나, 보복하지는 않을 거야."

 

 선뜻 꺼낼 수 없던 말을 에단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안심시키는 목소리로 나를 진정시킨다.

 

 "그, 그래? 다… 다행이다."

 

 또 한 번, 이번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행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안심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검, 들고 다니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위험해."

 

 "그래…."

 

 에단은 내가 빌려준 검을 바라보며 충고의 말과 함께 내게 건넸다. 확실히, 몇몇 학생은 에단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하면서 흥분하고 있는 상태지만, 조금 다르다.

 

 분명히 에단도 검에 대한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제련이 매우 잘 된 검을 벨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아버지가 만드신 검 덕분에 가능했다고 할까.

 

 물결을 그리며 일정한 높이가 새긴 도신과 이상할 정도로 한쪽 날이 매우 예리한 칼날. 이것이 동양에서 쓰는 검인 건가…. 죄송스럽지만, 아버지께 다시 말씀드려야겠어. 너무 위험한 거 같아.

 

 "루크. 너희 집은 대장간이라고 했지?"

 

 "어. 그렇지. 그런데 그건 왜 다시 묻는 거야?"

 

 "검을, 다시 제작하고 싶어서 말이야."

 

 에단의 그 말에 조금 놀랐다. 분명히… 얼마 전 웰콘 가문에서는 대륙에서 아주 뛰어난 대장장이를 고용했다는 소식을 아버지께 들었는데, 굳이 별 볼 일 없는 우리 아버지에게 검 제작을 맡기려고 하다니. 이상하다.

 

 "굳이 우리 대장간에 제작을 의뢰할 필요가 있는 거야? 발트란 대륙에서 뛰어난 대장장이를 고용했다는 소식을 아버지께 들었어."

 

 "벌써 소문이 난 건가?"

 

 에단의 말투와 턱에 댄 손을 보니 정말인가 보다.

 

 "다시 한 번 물어볼게. 왜, 우리 대장간에 제작을 의뢰하려고 하는 거야?"

 

 "흐음…. 이 검은 루크네 아버지께서 만드신 검이라고 했지?"

 

 "그렇지. 장난스러운 성향이 있으신 분이야."

 

 아버지에 대해 말을 하며, 에단은 '잠시 이쪽으로.'라는 말과 손짓을 한다. 아직도 소란스러운 훈련장을 벗어나, 학원 뒤뜰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았다.

 

 "이곳은 왜 온 거야?"

 

 멀뚱히 서 있는 에단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에단은 심각한 표정을 하며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려 한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가문에서 고용한 대장장이의 솜씨는 상당히… 아니, 매우 뛰어나."

 

 "자랑하려고 온 거면, 그냥 가겠어."

 

 왠지 모르게 에단의 말에는 우리 아버지를 무시하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자랑이 아니야.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줘, 루크."

 

 "알았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에단."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우리가 고용한 대장장이… 너희 아버지보다 무기 제작을 못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게, 무슨…?"

 

 "나는 우리 가문에서 고용한 대장장이의 검을 보며, 이 사람보다 뛰어난 대장장이는 없겠구나, 라고 확정 지었지만 그게 아니었어. 루크의 아버지께서 장난삼아 만드신 검이, 내가 가진 검보다 아주 훌륭했어."

 

 "간단히 말하자면… 그 말은…."

 

 "그래. 우리 가문에서 고용한 최고 대장장이의 검이 볼품없다는 거야."

 

 "에단의 말은,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최고의 대장장이가 혼신을 다해 만든 검이, 우리 아버지가 장난스럽게 만든 검보다 못하다는 소리야?"

 

 "맞아. 루크, 네 말대로야."

 

 팔짱을 낀 채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며, 냉정하게 판단하여 말하는 에단.

 

 "그래도 아버지께 들을 바로는 어렵사리 고용했다고 하던데?"

 

 "그렇지. 정말이지 최악의 녀석이더군. 실력은 인정하겠다만, 횡포가 너무 심해. 매일같이 저택의 메이드들에게 같잖은 성희롱이나 하고, 술이나 처 마시고 말이야. 하여튼. 인간으로서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야."

 

 "하… 하. 그거, 참. 큰일이구나…."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에단은 처음 보았다. 그만큼이나 싫어하다니. 나도 모르게 고용된 대장장이를 상상하고 말았다.

 

 "그렇지. 웬만해서는 무시해버리고는 하는데, 친근한 척 말을 걸어오는 게 짜증 났거든. 그것도 술병을 든 채로 술 냄새를 풍기면서 말이지."

 

 정말로 질색인 표정을 하면서, 고용한 대장장이에 대한 불만을 내게 토해내는 에단의 신경질적인 모습에, 새삼스레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라는 끈이 더 강해졌다고나 해야 할까.

 

 "에단. 그러면, 같이 돌아가자. 이 시간대라면 아버지도 휴식을 취하고 있으실 테니까. 부탁하면 쉽게 들어주실지도 몰라."

 

 "정말…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건가, 루크?"

 

 "당연하지. 내가 학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인데, 뭘 못 들어주겠어."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낯간지럽네. 볼을 긁적이며 헤헤 웃는 내 모습에 풋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에단. 진지하게 한 말에 웃다니… 조금 상처다.

 

 "역시나, 너는 재밌는 녀석이야, 루크. 앞으로의 학원 생활이 상당히 즐거울지도 모르겠군."

 

 "너무한 거 아니야, 에단? 내 나름대로 용길 내서 어렵사리 꺼냈는데 말이야."

 

 "미안하군. 우선 움직이는 게 어때? 슬슬 태양이 높게 떠오를 시간이니 말이야."

 

 에단은 그리 말하면서,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후덥지근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보고 있었다. 어느덧 오후를 알리는 종소리가 학원 내에 맑게 울리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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