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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검술학원의 낙제생인 루크는 어느때와 같이 죽을만큼 고통스러운 따돌림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도중. 부스스한 긴 흑발과 묘하게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검은 눈동자, 자신의 키보다 커다란 동양의 검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으신거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akrmak3tp@naver.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하겠습니다>

 
5화. 사소한 결투.
작성일 : 18-02-06 16:23     조회 : 10     추천 : 0     분량 : 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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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났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땀을 머금은 가죽 갑옷을 벗어 탈의실에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 축축하게 젖은 옷을 손가락으로 잡아 바람이 통하도록 펄럭이고 있었다. 오늘은 꽤나 더운 날씨였기에, 다들 덥다, 더워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있었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훈련이 일찍 끝나서 다행이었다. 아까도 거의 일사병으로 쓰러지려고 하는 녀석이 있었기에 이 정도면 한계선에 딱 맞춰 훈련을 종료한다랄까. 노련한 선생님의 판단이었다.

 

 어느 정도 땀이 식었기에, 상의를 탈의하며 캐비닛 안에 있던 교복을 꺼내어 입고서는, 세워진 검을 집고서는 에단을 찾아보려고 탈의실을 두리번거렸지만, 금세 나가버린 건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흐음…. 벌써 나간 건가?"

 

 아직 절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를 인식해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랄까. 폭력과 경멸이 아닌 처음으로 받는 평범한 관심이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문을 열고, 오늘 수업은 일찍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분의 2학년들의 수업도 끝난 건지 복도는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뭐, 나와 전혀 상관없는 소란이지만 말이다.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1층 복도에서 학우의 다툼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이런 귀가시간에 싸움 구경이라니… 꽤나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거치적거리는 검을 똑바로 잡아들며, 인파를 헤치고 어느새 원형으로 둘러싼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원형에 무리 안에서 싸우는 인물을 살펴보았는데, 이거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한 명은 은회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아까만 해도 사소한 대화를 했던 에단과 또 다른 한 명은 탈의실에서 내 검을 제멋대로 갖고 놀았던 금발 귀족 꼬맹이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는 걸까.

 

 "어깨를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일부로 부딪혀 놓고, 사과하라는 건 무슨 심보냐, 꼬맹아."

 

 "너, 죽고 싶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을 하다니!"

 

 "싫어하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는 게 꼬맹이라는 거다."

 

 에단의 무뚝뚝한 말과 꼬맹이라는 단어에 극히 반응하는 금발 귀족. 정말인지 허리에 찬 검이라도 재빠르게 뽑을 기세다.

 

 "그렇게 내가 싫다면 시시한 시비 따위 걸지 마라. 괜히 어쭙잖게 모여드는 걸 별로라서 말이야."

 

 에단은 금발 귀족에게 한 말에 인한 여파가 상당히 컸다. 주위에 모여든 학생들이 웅성거리면서 멋있다는 말을 연달아 하는 이들도 있고, 건방지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만, 나는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뭐, 뭐라고?!"

 

 그 말에 정말로 발끈한 듯, 주위에 반응을 살피며 어설프게 화를 내고 있는 금발 귀족. 에단의 말대로 어린애답다. 그런데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가려고 할 때였다.

 

 '스릉!'

 

 익숙한 소리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검집에서 나온 은색제 장검이 햇빛을 받으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덤벼! 죽여버리겠어!"

 

 부들거리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흥분의 떨림인 건지, 수치로 몸이 떨리는 건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이것 만은 확실했다. 금발 귀족의 기분은 지금, 매우 부끄러울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춘 에단은 고개를 돌려 잠시 금발 귀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어이없는 한숨이 내쉰다.

 

 "어이, 꼬마. 그렇게나 덤비고 싶으면 따라 나와라. 학원 안에서 싸우면 여러모로 귀찮으니까 말이야."

 

 에단은 그리 말하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금발 귀족도 뽑아낸 검을 다시 검집에 넣으며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에단을 따라가고 있었다. 물론 주위에 있던 인파들도 두 명의 뒤를 슬그머니 따라가면서 구경하려는 행동이 상당히 웃겼다. 물론 나도 포함하여 말하는 소리이면서도 말이다.

 

 그들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훈련장이었다. 몇 십 분 전만 해도 땀을 흘리며 더위를 토해내던 그 장소였다.

 

 하긴 이곳이라면 선생님에게 들켜도, 대련이라는 변명으로 잘 통할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대공가의 아들과 공작가의 아들이니 무슨 어이없는 말을 하여도 어물쩍 넘어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모두 숨을 죽이며 다시금 원형으로 둘러싼 인파 속에서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 금발 귀족은 거칠게 검을 뽑아들며 검 끝을 에단에게 겨누고 있었고,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하품을 하는 에단. 이 상황이 어지간히도 귀찮은 모양인가 보다.

 

 그의 태도에 더더욱 화가 난 금발 귀족.

 

 "이 자식이! 장난하는 거냐! 어서 검이나 뽑아들어!"

 

 저 발끈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에단은 검도 없는데 어떻게 상대한다고 이곳으로 온 거지? 내가 아는 에단은, 그, 뭐랄까. 친구가 없기에 빌려줄 사람도 없을 거로 생각한다만.

 

 문득 그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내, 내게로 오는 건가?

 

 "어이, 루크. 네 검을 빌려야겠어."

 

 "어? 어, 아, 응. 여기."

 

 쥐고 있던 내 검을 에단에게 건네주었다. 왠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늘어뜨려 놓아서 검을 빼앗긴 기분인걸. 주위 녀석들도 나를 보는 시선이 상당히 소란스럽고 말이야.

 

 "너, 뭐야… 어째서 대공가의 자제가 저따위 녀석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금발 귀족.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학원생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 기본적으로는 아니지 않나?

 

 "네놈이 상관할 바는 아니야. 그저, 친한 사이이기에 빌린 거다."

 

 "하! 저런 평민 녀석과 친하다니, 천하의 웰콘 가문의 차남이, 썩어가기 시작하는군!"

 

 건방진 웃음을 털털하게 지르며 간접적으로 에단의 가문, 웰콘 가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에단은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한심하게 녀석을 쳐다본다.

 

 "하찮군. 그런 어린애 같은 도발에 걸려드는 건 너와 동급이거나, 모자란 녀석뿐이 없겠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며 받아넘기는 에단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금발 귀족은 더는 참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듯이, 비명 같은 기합을 지르며 검을 치켜든다.

 

 "이 자식이!"

 

 은색제 검을 굳게 잡으며 에단에게 성이 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금발 귀족. 이거, 위험한 거 아닐까? 아직 검도 뽑아들지 않는 그에게 비겁하게 선공을 취하려는 모습에, 걱정됐다.

 

 하지만 나의 부질없는 걱정은 한순간에 공기를 가득 채운 풍선 마냥 터져버렸다. 에단은 달려오면서 일격을 가하려는 금발 귀족의 검을 피하지도 않으며 당당히 검집에서 반쯤 꺼내, 날카로운 날로 검격을 막은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금발 귀족이 쥐고 있던 검. 멀리서 보아도 상당한 제련을 하여 만든 검이라는 것을 알았다만, 얇아 보이는 검에 녀석의 은색제 검은 반 토막이 나버린 것이었다.

 

 그 둘의 결과를 본 주위 학원생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돌진해 오는 검을 막을 뿐만이 아니라 상대가 지닌 검을 반 토막 내버리는 실력에 모두가 감탄하며, 고함을 질렀지만, 나는 달랐다.

 

 아버지의 일과 잔심부름을 통해, 대장장이 지식은 어느 정도 익히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금발 귀족의 검이 뛰어난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리 쉽게, 제련된 검이 막대사탕처럼 쉽게 부러지는 것을 보면, 아버지가 고쳐주신 검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검으로 변해버린 건지…. 이거 잘못하다가는 불똥이 튈지도 모르겠어.

 

 아, 일단은 금발 귀족의 상태를 봐야 하겠구나.

 

 에단은 조금 두려운 표정으로 검의 날을 보며 서 있었고, 금발 귀족은 베어 떨어진 검토막을 집어 들고서는, 두려움에 인해 다리가 풀렸는지 주저앉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장난삼아 만든 검이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지는 상상도 못 했다.

 

 잘… 넘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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