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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48 진심과 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작성일 : 16-10-31 22:11     조회 : 60     추천 : 3     분량 : 7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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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엄마 일어났어?”

 

 

  리하의 엄마는 평소처럼 누워있었다. 리하는 금방 죽을 끓이겠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어디선가 앓는 소리가 났다. 근방에는 도둑고양이가 많기 때문에 고양이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릇에 죽을 담고 상을 들어 올려 큰 방으로 향했다. 윤아의 엄마가 천천히 일어나 죽을 보았다.

 

 

  “엄마 오늘따라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그래? 난 괜찮은데.”

  “그렇담 다행이고.”

 

 

  리하는 죽을 한 입 먹으며 젓가락으로 장아찌를 집었다. 입에 넣으려 할 때, 순간적이었지만 밥상이 덜컹거리며 위로 솟았다. 리하는 젓가락을 내팽겨 치며 소리쳤다.

 

 

  “엄마!”

 

 

 -

 

 

  응급실에 도착했다. 리하는 한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리하가 몇 번이고 간호사에게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괜찮아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예요!”

  “일시적인 현상이라서 괜찮아요.”

 

 

  리하는 무덤덤하게 받아치는 간호사의 말에 화가 났다. 리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엄마의 표정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리하가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힘겹게 앓는 목소리로 아직은 정신이 있다는 것을 대신 알렸다. 리하는 엄마의 손을 양손으로 잡은 뒤 고개를 숙여 이마에 댔다.

 

  출근해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서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암이 재발되어 작은 종양이 생겼습니다. 간 절제 수술 이후 관리를 소홀하게 했군요.”

  “뭐요?”

  “간암은 암 중에서 재발 위험이 큰 암에 속합니다.”

  “그럼 뭐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리하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리하에겐 수술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못했다. 이미 리하는 엄마의 병치레와 생활에 전전긍긍했기 때문이었다. 친척은 이미 연락 끊긴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마땅히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친한 이웃이 있긴 하지만 그 돈을 갑작스럽게 빌려달라고 하면 부담스러워 피할지도 몰랐다.

  리하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의사는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며 리하의 엄마를 일반 병실로 옮겼다. 리하는 멀어져가는 엄마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손이 떨려왔다. 다시금 입술을 깨물었다. 리하는 팬트리에서 재료를 찾다 말고 생각에 잠겼다.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자니 골치가 아팠다. 윤아가 팬트리에 들어서 리하를 불렀다.

 

 

  “리하야 얼른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곧 디너 타임이 시작 돼.”

 

 

  리하는 황급히 알겠다고 대답하며 재료를 집어 팬트리에서 나왔다. 반죽을 하는 동안 수많은 걱정이 밀려왔다.

 

 

  ‘마스터께 돈을 빌릴까? 염치없지 않을까. 무슨 수로 빌려? 그보다 내가 말이나 꺼낼 수 있을까. 부탁할 사람이 마땅히 없는데. 돈은 왜 그렇게 비싸? 만약 돈을 빌리지 못해서 치료하지 못하면 어쩌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엄마는 어떻게 돼?’

 

 

  리하는 엄마에 대한 생각과 수술비 마련에 대한 근심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디저트를 만들고 있는지 몰랐다. 같은 팀인 규동이 리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하의 손이 심하게 떨려왔다.

 

 

  “리하, 정신 차려. 너 지금 빨리 하지 않으면 늦게 될 거야. 어디 아파?”

 

 

  평소 같았으면 리하의 대답은 신경 끄라고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리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긍하며 빨리 반죽을 하는데 힘썼다. 리하와 같은 팀인 다른 파티쉐도 리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리하에겐 전혀 힘이 없었다.

 

  윤아는 파티쉐들이 디저트를 내놓기 전의 상태를 체크했다. 상 위로 내보낼 몇몇의 디저트를 확인하며 먹어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워낙 정신없이 바빴던 터라, 윤아는 차트를 쉴 새 없이 넘기며 체크 했다. 그러던 중 리하의 치즈 타르트를 보게 되었다. 평소보다 늦게 나왔지만 타르트에는 냄새에서도 반죽의 상태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정신없어 보여도 잘 만들었네.’

 

 

  멜론 빙수 무료 이벤트를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윤아가 워낙 디저트나 뷔페에 관련된 사진을 찍다 보니 외삼촌이 제안을 했다. 앞으로 로제와인의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부분은 윤아가 관리하는 게 어떻겠냐고. 윤아는 열심히 하겠다며 빙수 이벤트가 끝난 지금까지도 수시로 사진을 올렸다. 윤아는 사진을 업로드 한 뒤 로제와인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커서를 움직이며 시선도 따라 움직이다 건의 사항에 뜬 글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클릭했다. 총 세 개의 글이 올라왔는데 하나 같이 전부 윤아에게 충격을 주었다. 윤아는 떨리는 손으로 그 글들에 댓글을 달았다.

 

 

 

 -

 

 

  “여기 책임자 당장 나와!”

 

 

  쉬는 시간이었다. 몇몇의 손님들이 카운터에 있던 호텔리어에게 소리쳤다. 호텔리어는 당황해하며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외삼촌은 받지 않았다. 한 호텔리어가 급히 조리실로 들어갔다.

 

 

  “저기 부총주방장님, 지금 카운터에서 난리 났어요!”

 

 

  윤아는 올 것이 왔다는 듯 밥을 먹다말고 일어섰다. 대현 역시 일어났지만 윤아가 대현을 자리에 앉혔다.

 

 

  “무슨 일인데?”

  “그런 게 있어.”

 

 

  윤아가 다급하게 카운터로 향했다. 몇몇의 파티쉐들이 호기심에 복도 끝에 옹기종기 모여 상황을 지켜보았다. 리하는 복도에서 쓰레기를 버리다말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을 따라가, 대현의 옆에 섰다. 윤아는 열 댓 명 가까이 되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여기 한 번 오겠다고 먼 곳에서 왔는데, 당신 일 똑바로 안 할 거야?”

  “우리 아이 배탈 나고 난리도 아니에요. 어제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요! 이를 어찌할 거예요?”

  “당장 물어내. 신고하기 전에!”

 

 

  그 중 제일 성깔 있던 중년의 여자가 윤아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대현이 지켜보다 못해 그곳으로 향하려다, 윤아가 자세를 바로 잡자 대현도 자리에서 멈췄다.

 

 

  “정확히 어떤 병에 걸렸죠?”

  “장염이에요. 장염.”

  “어제 어떤 디저트를 드셨는지 제게 말씀해 주세요. 어제와 같은 종류의 디저트로 있으니까 보시면 기억나실 거예요.”

 

 

  윤아는 카운터에서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 그들이 먹었던 디저트를 빠짐없이 적었다. 다양한 디저트들 중에 대현이나 규동이 만든 디저트, 그리고 윤아가 만든 디저트가 상당했지만, 사람마다 먹지 않은 것도 먹은 것도 있었다. 윤아는 마지막 디저트까지 적고 나서 어떤 디저트에 문제가 있던 것인지 확인했다. 그 때, 열 댓 명의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먹은 디저트가 있었다.

 

 

  “치즈 타르트……?”

 

 

  순식간에 어제 있었던 일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리하가 뒤늦게 디저트를 낸 것에 대해선 문제가 있었지만 디저트 자체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윤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우선적으로 손님의 화를 풀어야만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소홀하게 관리한 탓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좀 더 신중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병원비는 저희가 부담하고 손해 배상해드리겠습니다. 거기다가 다음에 한 번 더 방문해 주신다면 지정된 기간 없이 무료입장 해드리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윤아는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제야 사람들이 물러섰다. 윤아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뒤돌았는데 어느새 파티쉐들이 전부 복도 끝에 나와 있었다. 윤아는 리하를 빤히 쳐다보고는 접시에 치즈타르트를 두 개 덜어내, 그들을 앞질러 팬트리로 향했다. 몇몇 파티쉐들이 윤아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지만 윤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파티시엘 한 명이 윤아가 많이 화난 것 같다며 불안에 떨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질문하는 파티쉐들을 막았다. 리하는 자신에게 노려본 윤아가 이상하다가 뭔가를 눈치 챘는지 팬트리로 향했다.

 

  윤아는 팬트리에 도착하자마자 불을 켜고 치즈 타르트 상태를 보았다. 어제와 별반 차이날 것이 없었다. 똑같은 맛과 똑같은 냄새였다. 쓰이는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상하거나 관리를 잘못한 재료는 분명 없을 텐데. 대현이랑 내가 매 타임마다 얼마나 열심히 관리하는데.’

 

 

  “내 타르트에 문제라도 생긴 거야?”

  “아니 전혀.”

  “근데 내 타르트 가지고 실랑이야?”

  “나도 그 이유 찾고 있는 중이야. 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먹은 음식이 치즈 타르트였는데, 출고하기 전에 분명 내가 상태를 봤단 말이야. 어제와 오늘의 타르트를 비교했을 때 쉬었거나 그런 상태 이상의 문제는 없었어.”

 

 

  재료 모두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짚힐만한 문제는 찾기 어려웠다. 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리하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그나저나 너 무슨 일 있는 거야?”

  “무슨 일이라니?”

  “말 그대로야. 어제 지각한 자체가 너한테 무슨 일이 있다는 거 아냐. 나는 여기 출근하면서 이때까지 네가 지각한 모습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단 말이야.”

  “아니. 딱히 별 다른 일은.”

  “거짓말 티나, 바보야.”

 

 

  리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윤아가 대답을 독촉했다. 윤아는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리하가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리하는 그것을 알지만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리하의 뒤에 대현이 섰다.

 

 

  “우리가 디저트 하나 제대로 접대 못 해드리는 것도 타격이 큰데, 디너 타임에는 장염 환자……. 이제 9월 달이 되면 상위권 뷔페끼리 연회가 열린다고. 한창 관리하기에 바쁜데 이딴 식으로 할 거야?”

  “미안해…….”

 

  “손님들이 쉬는 시간에 찾아와서 다행이지 운영 시간 때 오면 우린 끝장이야.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은 규동이 어떻게든 처리해주겠지만 글쎄다. 그걸로 끝난다면 다행인데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지금 네 타르트는 이미 모두 빼고 다른 디저트로 메꿨어. 넌 이미 접대 못한 포인트 7점, 장염 외 기타 질병 10점. 너 벌점 한 번도 받은 적 없었는데 오늘 하루 새에 17점이나 받았어. 15점 이상이면 마스터에게 보고해야 해.”

 

 

  대현이 뭔가를 더 말하려다 말고 윤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대현의 말이 멈춘 사이에 리하가 처음으로 기가 죽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응…….”

 

 

  대현은 한숨을 쉬며 리하를 힐끔 쳐다보다가 윤아를 쳐다보았다. 윤아 역시 마찬가지로 대현을 바라봤다. 대현은 턱으로 리하를 가리키며 윤아에게 눈빛을 보냈다. 윤아는 뭔가를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였고, 대현은 팬트리에서 나갔다. 리하는 대현이 나가자마자 어깨가 축 쳐져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오늘 하루 동안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서 리하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다.

 

 

  “리하야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말해줘.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게.”

  “네가 뭘 어떻게 날 도와!”

 

 

  리하는 끓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내뱉었다. 윤아는 리하의 고함에 몸을 움찔거렸다. 리하는 이마를 짚던 손을 떨구었다. 윤아는 그 손을 놓치지 않고 잡았다.

 

 

  “네 말대로 나는 능력이 없어서 크게 도와주지 못할지도 몰라. 그래도 혼자 끙끙 앓는 것 보단 낫잖아.”

 

 

  윤아는 리하의 손을 좀 더 세게 잡아주었다.

 

 

  “엄마, 암이 재발했어. 간 절제 수술 후에 다시 생긴 종양이라서 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데. 그런데 그 치료비가 정말 비싸. 단순히 치료만 아니라 다른 검사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그러려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난 지금 당장 그런 큰 돈을 구하지 못한단 말이야.”

 

  “얼마나 필요한데?”

 

 

  윤아는 리하가 부르는 금액에 입을 쉽게 떼지 못했다. 리하는 그럴 줄 알았다며 윤아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윤아의 손에서 고스란히 리하의 힘이 느껴졌다. 그 때, 갑작스럽게 리하의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리하는 통화 연결해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고, 윤아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지금요? 상태가 어떤데요? 네? 그 돈은 나중에 제가 알아서 마……. 왜요? 의사가 사람을 살려야죠! 그 돈이 뭐라고!”

 

 

  리하는 손목으로 한쪽 눈을 가리며 마저 말을 이었다. 윤아는 리하가 누군가에게 울면서 매달리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제가 지금 그리로 갈게요.”

 

 

  리하는 전화를 끊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갔다. 대현은 벽에 등을 기대 기다리다, 벌컥 열리는 문에 놀라 몸을 움찔댔다. 리하가 급히 뛰어가고, 윤아가 리하를 따라잡으려 하다가 대현의 손에 붙잡혀 멈춰 섰다.

 

 

  “야, 쟤 왜 저래?”

  “어머니가 위독하신가봐.”

  “어제 오늘 펑크내놓고…….”

 

 

  윤아는 조리실 위에 걸린 벽시계를 보았다. 몇몇의 파티쉐가 손님이 행패 부린 일과 지금의 일에 궁금증을 가지고 윤아에게 다가갔다. 규동이 리하의 행방을 묻자 다른 파티쉐들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리하는?”

  “급히 밖으로 나갈 데가 있어서…….”

  “뭔 급한 일이 있는데? 들어보니까 권리하 때문에 10명씩이나 장염 걸렸다며? 게다가 어제 공석에 이번에도 공석? 저번에도 공석이었지 않았나.”

  “제정신이야? 쟤 하나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피해 받았는데. 우리 디저트 만드는 것도 벅차다고. 누가 쟤 걸 해줘?”

 

 

  윤아는 파티쉐들에 사이에 있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뻔뻔하다. 지난 번 공석은 보아하니 마스터한테 들키지 않은 것 같은데, 포인트 안 깎였잖아. 다른 사람들은 뭐가 되냐고. 억울해.”

  “난 걔 잘난 척이 너무 심해서 꺼려했는데. 같은 팀 되어 봐. 성질 얼마나 긁어대던지. 이참에 잘렸으면.”

 

 

  여러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상했던 감정을 가만히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언젠가 어느 한 명이 터트리면 동시에 터져버린다는 것을. 마녀사냥,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것이 삽시간에 사람을 어떻게 해치는지에 대해 윤아는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란 그런 것일까. 한순간에 누구를 미워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입을 모아 한 사람을 겨냥한다는 것을. 그럼으로써 자신의 하루를 위로받는 것을.

 

  효린은 개인적으로 리하에게 기분 상했던 일이 많았기에 파티쉐들의 말에 동의를 했다. 윤아는 효린의 손을 잡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효린이 너 마저 그러면 안 돼.”

  “그렇지만…….”

  “너희들도 이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리하가 상처받을 거야.”

 

 

  평소에 리하에게 무시를 당했던 파티시엘이 발끈했다.

 

 

  “권리하가 상처? 걔가 이런 걸로 상처를 왜 받아? 지는 이것보다 더 한 짓도 해놓고.”

  “리하도 사람이야.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근데 왜 상처를 안 받을 수가 있어? 아무리 리하가 없는 자리라고 해도 리하가 이 사실을 알면 상처받을 거야. 나였더라도 받았을 거고 너였더라도 받았을 거야.”

 

  “윤아 넌 너무 착해 빠졌어. 리하가 너한테 한 행동을 생각해봐. 우리가 눈치 챌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그럼 너야 말로 눈치 챌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서 왜 날 도와주지 못했어?”

  “그건…….”

  “결국 똑같은 거야. 다 알고 있는데도 자신에게 피해되지 않는다고 혹은 내게 피해가 되니까 피하는 건 더 나빠.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건데도 무시하는 거잖아.”

 

 

  파티시엘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윤아가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권리하를 감싸는 이유가 뭐야?”

 

  “이미 지난 일이잖아. 누군가 나를 해코지 했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되지 굳이 되돌려 주려하는 이유가 뭐야? 나는 솔직히 여기에 온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리하가 이보다 얼마나 더 심한 짓을 했는지 몰라. 그렇지만 리하가 예전과 달리 변했다는 건 느낄 수 있어. 요즘 따라 누군가를 신경 써주기도 하고, 말투는 그대로라도 행동은 많이 온순해졌어. 내가 봤을 땐 리하가 표현이 서툰 거야. 마음속에 있던 걸 잘 꺼내지 못하는 성격이니까 좋은 것도 표현하지 못해. 그래서 누군가 리하를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보거나 그 행동을 이해 못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나라도 리하를 봐주는 거야. 나 하나라도 끝까지 리하를 좋게 바라봐준다면, 적어도 사람이라면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진심과 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

 

 

  “이번 주 안으로 돈 모아서 드릴게요.”

  “저번에도 몇 번 미뤘다가 몇 개월 뒤에 갚으신 적 있지 않습니까.”

  “사람 생명이 지금……, 그러니까 이번엔 꼭 모아서 드릴게요.”

 

 

  리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의사는 이번 주 안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어쩔 수 없이 치료실로 들어갔다. 리하는 시작된 치료에 불안했던 것인지 빈 복도를 배회했다. 그러다 우뚝 멈춰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외삼촌뿐이었다. 긴 신호음 끝에 수화기 너머로 외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스터,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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