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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시간속의 연인]
작가 : 한이현
작품등록일 : 2017.11.21

꿈속에서 지켜보던 여인의 삶. 그녀의 비참한 끝을 본 그날.
그녀가 찾아와 손을 내민다.

비틀린 운명을 제자리에 돌려놓기위해 제안을 받아 드린여자 수빈.
달라진 여인의 눈빛을 본 그날, 바뀌기 시작한 남자 선.

+ 천천히 진행됩니다.

 
궐문을 나서다
작성일 : 17-11-23 12:32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4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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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깍]

 

 가마의 쪽창이 살며시 열리고 고개를 내미는 수빈이 보였다. 밖을 살피는 그녀의 눈동자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소현은 궐에 들기 전 저자를 제집 안마당처럼 여기저기 쓸고 돌아다녔었다. 유모가 여염집 아가씨는 그리 하는 것이 아니라고 타박을 해도 그녀는 신이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 일 수였다.

 

 그런 그녀의 기억이 남아 있는 수빈의 얼굴에 그리움이 살짝 묻어났다. 제 기억인 것 마냥 선명한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냐고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수빈이 한 상궁을 불렀다.

 

 “한상궁.”

 

 가마와 걸음을 같이 하던 한상궁이 그녀의 부름에 답하며 다가왔다.

 

 “마마 필요한 것이 있으신지요.”

 

 “아니네, 그저 가마에 오래 앉아있었더니 조금 답답해서 불러 보았네.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조금만 더 가면 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쪽창으로 바라본 하늘이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그나저나 날이 좋아서 다행이군.”

 

 날이 좋다고 말하는 수빈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지만, 날씨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싶을 만큼 좋았다.

 

 흔들거리는 가마에 몸을 기댄 수빈은 어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늦은 저녁 혜종의 부름을 받은 수빈은 강녕전으로 향했다. 그녀의 사가 방문을 일찌감치 결정했던 혜종은 좀 더 안전한 방법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많은 걱정의 말을 쏟아 내던 그가 결국 다음날 궐을 나서는 것을 허락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호위와 수발들 궁인들을 선택하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세자가 찾아왔다.

 

 “빈궁 이런 시기에 뭐 하는 짓이요.”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굳이 지금 이 시기에 사가로 향하겠다는 이유를 묻는 것이요.”

 

 “그저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고자 향함입니다. 다른 뜻은 없사옵니다.”

 

 답답한지 서안을 두 번 두들긴 그가 지금처럼 위험한 시기에 왜 궐 밖 출입을 하겠다는 것인지 따져 물어 왔다.

 

 “거처를 옮기겠다는 그대 때문에 궐 안팎으로 어떠한 소문이 돌고 있는지 알고 있소? 지금 이런 행동은 그대의 얼마 남지 않은 입지마저 흔들리게 할 것이란 것을 모르지 않지 않소. 내가 원망스러워 그러는 것이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오. 이리 행동하는 것은 그대에게 좋을 것이 없소.”

 

 [움찔]

 

 싸늘한 그의 눈빛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이건 이 몸 안에 남아있던 소현의 감정일 것이다. 답답한 가슴을 애써 무시하며 저하가 신경 쓸 만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답했다.

 그러자 더욱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대가 나의 빈이라는 것을 잊은 것이오?”

 

 그의 말에 슬쩍 웃음이 흘렸다. 이것은 저도 어찌하지 못한 사이에 나온 반응이었다. 그의 눈썹이 올라가는 것이 보였지만 애써 무시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는 언제든지 내 처질 빈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혹여 죄책감이나 책임감 때문에 이러시는 거라면 그러실 필요 없으십니다. 저하의 책임도 잘못도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말 그대로입니다. 저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의 욕심이었고 그들의 욕심이었으며 누군가의 잘못이었겠지요. 그러니 지금까지처럼 그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시고 못 본 척 하시면 됩니다.”

 

 수빈의 의지를 담은 말투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대는……”

 

 머뭇거리던 선이 입을 열 때였다. 하지만 그보다 수빈이 빨랐다.

 

 “저하, 내일 먼 길을 나서야 하니 소첩은 그만 쉬고자 합니다. 그러니 어서 저하의 처소에 향하시지요.”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감히 세자인 자신을 빨리 가라고 내 쫓고 있었다. 더 뭐라 말해봐야 좋은 소리가 오갈 것이 아니었기에, 짧게 혀를 찬 그가 방을 나섰다.

 

 등 뒤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표정이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거처를 옮기겠다는 소식을 들은 선이 찾아온 순간 그녀의 심장은 쿵 하니 떨어져 내렸다.

 

 선의 울음소리를 들은 그날 이후, 선을 둘러싼 상황과 그가 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왜 소현이 그의 냉대에도 그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는지를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참 불쌍하고 안쓰러운 이였다.

 

 그런데 그의 불행과 고통이 소현, 즉 자신 때문이었다니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를 본 순간 그 감정들이 제멋대로 비집고 나오려 했다. 감정이 제 얼굴에 드러나려 했고 손끝이 떨려와 힘이 들었다.

 

 그래서 수빈은 더욱 싸늘하게 말했다. 더욱 냉정하게 그를 대했고 작은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래야 할 때였다.

 

 #

 

 선은 답답한 마음에 처소로 향하려던 걸음을 돌려 후원으로 향했다.

 

 “죄책감이라……”

 

 그가 마른세수를 하더니 조용히 읊조렸다.

 그런가? 휘의 사건 이후 묘하게 바뀐듯한 세자빈의 행동이 신경 쓰이긴 했다. 조용히 없는 듯 살던 이였다. 그런 이가 뺨을 내리치고 악다구니를 쓰며 저를 책망했었다. 그 눈빛이 꽤 오랜 시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기에, 그 눈빛이 당연한 것이기에,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더니 스스로 궐에서 가장 후미진 곳으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나서고, 갑자기 사가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대신들의 말이 많다는 것은 그녀도 알 것인데,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냉정하니 하게 지금과 같이 행동하라는 그 말이 아팠다. 차가운 눈빛 뒤로 다른 감정들이 보이는 듯했지만, 그것을 마주할 용기는 없었다. 보지 않아도 그것이 원망일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서 그런지도 몰랐다.

 

 ‘설마 진짜 폐서인이라도 되려는 그거 는 것일까?’

 

 선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

 

 “마마 잠시 쉬어가도 되겠는지요.”

 

 “그리하라 하게.”

 

 가마꾼들이 조심스레 가마를 내려놓았다. 가마의 문이 열리고 너울을 쓴 수빈이 손을 내밀었다. 한상궁과 서나인이 양쪽에서 수빈의 부축하여 도왔다.

 

 가마에서 내린 수빈이 평상 한쪽에 자리 잡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나인은 언제 준비한 것인지 따뜻한 차가 담긴 잔을 수빈 앞에 공손히 내밀었다.

 

 “마마 드십시오.”

 

 잔을 받아든 수빈이 남은 거리를 물어왔다.

 

 “여호위의 말을 들어보면 거리상으로는 세 식경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하오나 가마를 타고 가는 것이라 좀 더 걸릴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래?”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서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음-, 아무래도 서둘러야겠군. 다들 조금만 쉬다가 출발하자고 전하게”

 

 “예? 하오나 마나……”

 

 “나 때문에 이리 휴식을 취하고 천천히 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네. 시간 끌 필요가 무엇 있겠는가?”

 

 “그렇지만 힘드시지 않으십니까?”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 것을 힘쓰는 저 내들이나 힘이 들 것이지. 어서 준비하고 출발하세.”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 한 상궁이 주변 사람들에게 수빈의 뜻을 전해주었다.

 친정으로 가는 길이 즐겁거나 설레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곳은 수빈의 집이 아닌 소현의 집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기 힘들 것이었다.

 그러면 원치 않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기에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수빈의 의중을 눈치챈 한상궁이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동이 더뎠다. 원계획대로라면 진즉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한숨이 나왔다.

 쪽창을 열어 조심스레 한상궁을 불렀다. 작은 소리였는데도 용케 알아들은 그녀가 가마 옆으로 바짝 붙는 것이 보였다.

 

 “지금부터 서나인과 그대는 가마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오도록 하게.”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한상궁이 의아해하며 재차 물어왔다.

 

 “마마,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네. 두 사람은 가마에서 좀 떨어져서 걸어오도록 하라는 것이야….”

 

 “하오나 마나……”

 

 그녀가 무어라 대답하려 했지만 수빈의 말이 빨랐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게, 서나인과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어가는 것이 내 명일세.”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윗전의 명이었기에 그리하겠노라 말하고는 서나인에게 다가가 말을 전하였다.

 

 서나인도 의문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한상궁과 함께 조금 떨어져서 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도 가까워 보였는지 수빈이 손짓을 해 보이며 좀 더 떨어질 것을 지시했다. 그제야 몇 걸음 더 떨어져서 거기 시작한 두 사람의 얼굴엔 의문이 가득했다.

 

 혜종이 자신을 불러 사가 방문을 허락한 것은 어제 늦은 저녁이었다. 그리고 밤이 돼서야 세자가 찾아왔었다. 오늘 아침 부랴부랴 채비하고 오시(낮11시-낮 1시)가 돼서야 궐문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런데…… 좋지 않았다.

 

 살짝 열린 창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친정으로 가는 길이 이곳이 맞기는 했지만, 이곳은 항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른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상궁이 해가 저가는 모습에 사람들을 재촉하고 있었지만, 속도는 느리기만 했다. 그제야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깨달은 호위들이 가마꾼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마꾼들은 힘에 부친다며 앓는 소리를 해댈 뿐 나아지지 않았다.

 

 힘이 부친다는 가마꾼의 말과는 다르게 가마의 흔들거림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수빈의 미간이 일그러트리며 밖의 상황을 주시했다.

 

 눈에 띄게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상함을 눈치챈 것인지 한상궁이 가마 곁으로 다가오려고 했지만, 고개를 젓는 수빈 때문에 제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수빈이 조심스레 여호위를 불렀다.

 

 “예 마마”

 

 “곁에 있게.”

 

 “네 마마”

 

 여호위도 이상함을 느낀 것인지 별말 없이 가마 옆에 딱 붙어서 겄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였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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