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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공간지배자
작가 : 박군
작품등록일 : 2017.11.6

특별한 능력을 지닌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부>_28화
작성일 : 17-11-20 09:41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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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정말 해군이 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일주일 전 새로 전입 온 박이병의 눈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는 또 다른 하늘처럼 눈이 부셨다. 출렁이는 파도 끝에 남겨진 하얀 거품들이 햇빛을 받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박이병은 하얀 줄무늬가 새겨진 파란 바다의 모습을 눈에 새기려는 사람 같았다.

  “왜?”

  정일병은 그와 다르게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바다가 정말 예쁘지 않습니까?”

  그는 직각으로 편 양 손의 엄지와 검지를 서로 맞대고 사진 프레임을 보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의 꿈은 사진 작가였다.

  “이쁜 것도 잠깐이다. 나는 벌써 이 바다가 벽으로 보인다.”

  “저는 바다만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박이병은 비릿한 바다내음을 코로 한껏 들이마셨다. 그들 주위를 맴돌던 갈매기들이 더 가깝게 내려앉으려 했다.

  “나는 저 바다만 보면 아주 갑갑하다 갑갑해!”

  정일병은 손을 저으며 갈매기들를 쫒았다. 그들은 서해를 지키는 해군고속경비정 참수리369호정의 대원들이었다.

  “야, 잡담 그만하고 정비나 해!”

  “알겠습니다!”

  황중사의 부드러운 질타에 정일병과 박이병은 군기가 바짝 들어간 대답과 함께 K6중기관총의 총신을 닦는 시늉을 했다.

  “참, 상병진급 축하드립니다.”

  그는 내일부터는 정일병이 아닌 정상병이었다.

  “축하는 무슨, 이제 겨우 상병인데.”

  일병도 까마득한 박이병은 부러운 눈으로 정일병을 바라보았다.

  “휴가 나가시면 뭐하실 겁니까?”

  “뭐하긴, 친구들 만나서 놀겠지.”

  정일병의 말에는 한숨이 섞여 있었다.

  “여자친구 분은 안 만나십니까?”

  잠시 정일병의 눈치를 살피던 박이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어제 정일병이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는 것 같았다. 정일병은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티도 내지 않고 있었다.

  “들었냐?”

  정일병은 전화를 끊고 나서 돌아섰을 때, 막 들어오는 척 연기하던 박이병의 어색한 표정을 떠올렸다.

  “네, 죄송합니다.”

  박이병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니다. 죄송은 무슨, 이미 끝난 일인데.”

  “야! 정비 끝났어?”

  황중사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톤이 높아졌다.

  “아닙니다!”

  정일병과 박이병은 대답과 동시에 다시 임무에 집중했다.

 

  “정장님,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한하사.”

  서하사의 축하를 건네받은 참수리369호정의 정장인 윤대위의 입꼬리는 아까부터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방금 그는 아빠가 되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나오는 바람에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아내도 아이도 모두 무사하다는 소식에 가슴부터 쓸어내렸다. 예쁜 공주님이었다. 빨리 집에 가서 아이를 품에 안고 싶었다.

  “정장님, 저 녀석들 또 그러는데요?”

  노천갑판에서 쌍안경으로 앞을 주시하던 서하사가 쌍안경을 정장에게 건넸다. 윤대위는 서하사가 건네 준 쌍안경을 눈에 대고 북쪽을 주시했다. 북한 경비정 한 척이 NLL 1마일 앞까지 접근해 있었다.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늦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전투준비!”

  정장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모든 대원들은 복창을 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매일같이 실시한 훈련의 성과였다. 전투배치완료 보고를 받은 윤대위는 경고방송을 지시했다.

  “귀측은 우리 관할 구역을 침범하였다.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지금 즉각 북상하라.”

  일주일이 멀다 하고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긴장감만은 절대로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귀측은 우리 관할 구역을 침범하였다.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지금 즉각 북상하라.”

  그간의 경험을 통해 한 번의 경고로 북한경비정이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북한경비정을 향한 경고방송은 계속되었다.

  “북상하지 않을 시 발생하는 모든 판단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

  북한경비정은 경고방송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속도를 더 올렸다.

  “좀 이상합니다.”

  서하사가 북한경비정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윤대위의 표정도 굳어졌다.

 

  “09시 55분 현재 연평도 서방 14마일 해상 북 경비정 NLL침선, 방위 30, 거리 12마일, 속력 13노트.”

  본부에 수신을 보내는 통신병의 긴장된 목소리가 조타실을 울렸다.

  “조타장님!”

  서상병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한하사를 불렀다. 의무병인 그는 한하사를 형처럼 따랐다.

  “야, 쫄지 마. 이런 일이 뭐 한두 번이냐?”

  키를 잡고 있던 한하사가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그는 마음 약한 서상병이 신경 쓰였다. 그를 볼 때마다 집에 있는 동생 생각이 났다. 한하사는 서상병이 제대하기 전에 그의 콩알만 한 간의 크기를 조금이라도 크게 키워주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인마,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한하사는 잔뜩 얼어있는 서상병을 향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박이병은 영화관에서 전쟁영화를 보고 있던 때가 떠올랐다. 짝사랑하던 그녀와 함께 본 영화였다.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손을 뻗으려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려는데 갑자기 일어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귀가 먹먹해지고 눈이 아득해져갔다.

  “박이병! 정신 차려!”

  정일병의 울부짖는 소리에 감기던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렸다. 정일병은 기관총에 매달려 있었다. 아니, 기관총을 미친 듯이 쏘고 있었다.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그을음에 가려 보이지 않던 정일병의 피가 박이병의 눈에 들어왔다.

  “정일병님, 피가 납니다.”

  말을 한 것 같은데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박이병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봤다. 배의 대부분이 파손되어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발칸포에 몸을 기대고 있는 황중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피와 검게 탄 자국으로 얼룩진 그는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외침, 그리고 총과 포탄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조타장님!”

  서상병의 울부짖는 듯한 소리에 한하사는 이를 악물었다. 기관총에 맞은 왼쪽 어깨가 통째로 날아간 것 같았다. 아니,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깨에 간신히 붙어있는 왼팔이 너덜너덜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키만은 놓지 않았다.

  “괜찮아.”

  “조타장님, 피를 너무 많이 흘리십니다.”

  사상병의 말은 울음소리에 섞여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한하사는 애써 상처부위를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보면 더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적의 포탄에 배가 계속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키를 놓는다는 것은 침몰당하겠다는 말과 같았다. 자칫하면 북한해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난 괜찮다.”

  “조타장님!”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한하사는 서상병을 향해 웃어주었다. 하지만 울고 있는 서상병의 눈에는 피로 범벅이 된 한하사의 얼굴만 번져 보였다.

 

  “하아, 하아.”

  윤대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난간에 간신히 기대앉았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따뜻한 액체가 입속으로 들어왔다. 짭짤하고 비릿한 맛이 났다. 여러 발의 포탄이 북한 잠수정에 명중했다. 금방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하게 훼손된 모습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됐다. 정장으로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 했다. 바다를 지켜냈다는 자부심 보다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윤대위는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들었다. 사진이 흐릿하게 보였다. 아쉬웠다. 손도 떨렸다. 그는 사진을 가슴에 품었다. 흑백 초음파 사진이었다.

  “우리 딸, 아빠가 꼭 보고 싶었는데…….”

  터져 나오는 기침에 그의 말이 끊겼다. 입을 막은 손에 피가 묻어 나왔다.

  “여보, 딸기 사준다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겨우 말을 마친 그의 눈에 쓰러져 있는 서하사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윤대위의 감은 눈 아래로 핏물과 섞인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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