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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탐욕이
작성일 : 17-11-28 10:22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9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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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왜? 왜?

 왜 아무것도...

 왜 우리는...

 

 가족이, 부모가, 형제가, 친구가, 동료가, 이웃이, 국민이.

 수없이 많이 죽어갈 때 왜 막지 못했단 말인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역사 이래로 가장 큰 풍요가 밀려들던 시기다.

 인간의 노동력이 점점 줄어들고 대신에 인간 생존의 모든 것을 스스로가 생산을 할 필요없는 시대다.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PSWC가 지금처럼 있던 시기다.

 사람에게 가장 완벽한 하인이며 친구이며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하던 NDR도 있었다.

 항상 사람 옆에 서 있을 수 있는 휴고도 존재하던 시기다.

 

 그런데. 그런데 왜?

 그런데 그때는 그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걸까?

 모두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는 뭘 했던 것일까?

 가족이 죽고, 부모가 죽고, 형제가 죽는 앞에서도 그때 사람들은 대체 뭘 했단 말인가?

 친구가 죽고, 동료가 죽고, 이웃이 죽는 상황에서 그때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였단 말인가?

 

 20년 동안의 시간을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우리가 막을 수 없었던 일이라고.

 자연발생적인 어쩔 수 없는 죽음이었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는 겉으로는 알 수 없다는 내면의 속마음까지 다 알고서 죽음을 막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일보다 더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생각과 마음이라는데.

 그 생각과 마음을 읽어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하려는 사람의 죽음을 막고 있다.

 모두의 생각과 마음을 읽은 것이 지금에 와서 성공한 일은 아니다.

 20년 전부터 이 기계와 이 회사는 있었다.

 

 그렇다면 20년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개인의 마음 속까지 강제로 읽을 수 있는 장치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지금의 유토피아를 만들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때는 왜 죽음을 막지 못했던 것일까?

 

 혹시 막지 않았던 것일까?

 혹시 막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나를 제외한 내 주위의 아홉 명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어떤 목적에 의해 방관한 것일까?

 죽음이 경고된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자기 혼자의 욕심을 위해 눈을 감은 것일까?

 대체 뭐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뭐가 모두의 죽음을 알면서도 막지 않고 침묵해야 했을까?

 

 "무슨 생각하세요?"

 

 찬이 정신없이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로이를 통해 큐브가 물었다.

 

 그 소리에 찬은 깜짝 놀랐다. 큐브가 어느새 혼돈 시기를 마음 속으로 떠올리는 자신의 생각을 읽고는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설마? 벌써? 이렇게 놀라운 세상인데. 단순히 불가항력적이다는 이유로 가족이 죽고 형제가 죽고 이웃이 죽고 동료가 죽는 일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될까?'

 

 "찬님."

 

 "응, 응. 왜?"

 

 "찬님은 왜 이곳에 나오시는 겁니까?"

 

 지금 찬이 있는 곳은 어느 마을의 도로변 벤치다. 그는 지금 도로 건너편의 어느 집을 감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감시 대상자 중에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 집에 접근하려는 크로우를 로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회사원들은 모두가 사무실 안에서 감시대상자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십니다. 그런데 찬님은 지금처럼 현장에 나오시지 않습니까? 그게 이상해 물어본 겁니다."

 

 "아! 그거. 우리가 같이 일한지 얼마나 되었지?"

 

 "2050년 부터니까 올해로 3년 째입니다."

 

 "내가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것이 언제부터지?"

 

 "올해 초 부터였죠."

 

 "그래, 올해 초 부터. 그럼 작년 하반기의 나를 한번 돌이켜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무 모호한 말씀입니다."

 

 "무슨 소리야 감시자들의 속마음을 읽고 죽음을 막는 네가 왜 동료의 마음을 몰라.

 ....

  큐브, 너의 주 작동 역할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읽는 거잖아."

 

 "예,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대상자에 국한 된 겁니다."

 

 "대상자에 국한데?"

 

 "예, 한 개인의 모든 일상을 통해 상대의 모든 것을 읽어내는 것이지 단순한 행동 하나나 말 한 마디로 읽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아! 그게 그렇게 복잡한 거였어. 그랬구나."

 

 "그건 그렇고 이유를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건 비밀. 나도 숨기는게 하나는 있어야 겠다. 비밀."

 

 찬이 장난치듯이 말하자 로이가 큐브의 통제를 받아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했다. 찬은 그걸 감추겠다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때 맞은편의 집에서 40대의 중년 여성이 집을 나오고 있었다.

 

 로이가 찬을 보다가 서둘러 앞쪽을 봤다. 큐브가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집안 NDT-11의 영상을 보다가 그녀가 나오는 것을 알고 로이를 작동시킨 모양이다. 고개를 돌리는 시점과 감시자가 문을 열고 나오는 시점이 같은 순간이었다.

 

 "대상자가 집을 나서고 있습니다."

 

 장난을 치던 찬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앞을 봤다.

 "큐브, 잘 감시해. 난 로이와 이 집 앞에 계속 머무르며 크로우가 나타나는지 지킬 테니까."

 

 

 같은 시각 PSWC 3구역 사무실 중 한 곳에서는 지골로 조가 모니터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진지한 그의 눈길은 평소의 그 답지 않은 행동이다. 평소였다면 이 시각에 그는 이곳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회사 안을 돌아다니다 동료들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하면 곧장 달려가 사람들 속에 끼어든다. 그리고 자기 자랑 아니면 섹드립을 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문을 기웃거리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다. 그랬던 그가 지금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야말로 찬의 생각처럼 참으로 별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찬이 크로우를 발견한 이후 그의 행동이 너무 급변하여 주변 사랑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그가 보고 있는 모니터에 지도가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모니터 중앙에 검은 사각 표시로 지도가 가려져 있었다. 사각 표시 주변의 지도는 실사 사진처럼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유독 중앙의 검은 사각 표시 부분만은 실사 사진이 아니라 암흑으로 처리되어 있다.

 

 "저기 주변 감시 카메라 모두 확인해 봐."

 

 "또 전부 다 말씀입니까?"

 

 "왜? 안 돼."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습니다."

 

 "그럼 기간을 줄여보자. 나머지 사고들 전부 말고. 그저께 우리 감시자 죽은 날. 그때를 기준으로 사고 발생 시각 앞으로 5시간, 뒤로 5시간 사이의 영상. 그래도 많아."

 

 "예, 저기 일대 도로에 있는 감시 카메라는 총 50대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

 

 "다른 분들은 사고가 나면 저희들에게 사고 난 지점의 영상을 보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왜 조희태 님은 이곳 영상을 보시는 겁니까?"

 

 "조희태가 아니라 지골로 조. 그리고 그들이 모르는 걸 난 찾는 거야."

 

 "하지만 실제 사건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어났는데."

 

 "어어, 너 언제부터 내 지시에 반항했어. 원래 너 이런 할 나인이야?"

 

 "지골로 조님이 언제 저와 같이 일하신 적이 있었나요. 이번이 그야말로 처음입니다."

 

 그 말에 지골로 조가 조금은 민망하지 머리를 긁으며

 "아! 그랬나. 여하튼 군소리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 넌 하지 말고 하라는 것만 해 봐."

 

 "예. 전부를 다 확인하려면 근무시간이 끝나도 부족할 겁니다. 조금만 줄여주십시오."

 

 "그래! 그럼 각 출입구 쪽 카메라만 보자. 10시간 사이의 출입구 영상 중에서 자동차의 이동이나 휴고의 이동이 있었는지 확인해 봐."

 

 "예, 그건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저기가 중요한 겁니까? 저기는 우리 감시자가 있는 곳이 아닙니다."

 

 "또또, 군소리. 하라는 일이나 해. 저기가 왜 중요한지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

 

 그의 명령에 전면 모니터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영상을 확인하고 있는 지골로 조는 조금 이상했다. 남들이 놀라워할 만큼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은 맞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독 그에게만 자살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에 감시자 중에서 크로우를 만난 대상자가 있는 담당자를 꼽으면 그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래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일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사람은 못 구하는 형국이다. 변명을 하자면 처음에는 크로우를 잡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회사 휴고를 한 집에 집중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의 생각에는 힘을 한 곳에 집중해 있다가 크로우가 나타나면 단번에 잡을 생각이었다. 그로 인해 다른 감시 대상자를 지키지 못 했던 것이 가장 큰 오류였다. 힘이 한 곳에 집중된 사이 다른 곳에서 몇 건의 사고가 발생하였다. 크로우는 번번이 그의 예상을 뒤엎고 다른 곳에 나타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결국 크로우를 잡겠다는 계획은 B조의 동일 담당자가 수정을 하면서 멈추게 되었다. 크로우를 잡겠다는 계획이 멈추고 나서 그가 다시 시작한 집착이 바로 지금 보고 있는 비밀 구역의 감시카메라 확인이다. 그는 며칠 전부터 암흑으로 처리된 지역에 대한 영상 조사를 시작했다. 첫 시작은 크로우의 존재를 확인한 다음에 처음 일어난 자살 사고를 기점으로 그곳 주변의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마지막 자살 사고가 있던 날의 영상을 확인하려고 한다. 아마도 이 구역이 크로우와 무슨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창동의 자살 소동 이후로 설민은 한 동안 편안했다. 그날 이후로 창동이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는 소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앞을 보고 있었다. 앞을 한참 보다가 고민이 생겼는지 눈을 지긋이 감았다. 조금 지나자 이마에 주름이 잡힐 만큼 인상을 찡그렸다. 고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녀의 등 뒤에 창동이 나타나더니 눈치를 보며 2층에서 살금살금 소리를 내지 않고 내려왔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살 소동 이후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감시를 하는 누나를 피해야 했다. 아래로 내려 와서는 누나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현관문으로 향했다. 아마도 누나 몰래 집을 나가려는 속셈인 모양이다.

 

 설민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 구간의 구절이 마음에 안 들어."

 

 말소리에 놀란 창동이 움직이지도 못 하고 굳어져 있다가 다른 말이 없자 고개를 조심스럽게 돌려 소파 쪽을 봤다. 누나가 고개를 돌리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소리 없이 내쉬고는 다시 살금살금 움직였다.

 

 "전체적인 문맥으로 보면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모니터 옆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인데 젊은 남자의 목소리다. 이집 NDR-11 목소리다. 그는 높임말을 했다.

 

 설민이 그제야 눈을 떠 앞쪽 모니터를 봤다.

 "알아. 하지만 뭔가 부족해 보여. 다른 표현이 없을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동일한 의미의 표현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사이 창동은 현관문 앞에 도착하여 아주 작은 소리로 문 열라는 명령을 하고 기다렸다. 바로 자동으로 문이 열리자 몸을 숙이고 살금살금 나갔다. 그가 나가자 문이 다시 자동으로 닫혔다. NDR-11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고 말없이 일을 수행한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A.I 시스템은 주인의 표정에서도 의미를 파악할 정도였다.

 

 모니터에 여러 가지의 표현들이 나타났다. 설민은 눈으로 읽었고, NDR-11은 나타난 문장들을 하나하나 소리내 읽어주면서 어떤 식의 의미인지 알려주었다. 때로는 어떤 문장에서는 어느 소설에 나왔다는 식의 인용한 책까지 설명하였다.

 

 설민의 직업은 소설가다. 교육 제도가 혼돈 시기를 거치며 완전히 새롭게 된 현대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공교육과 대학이 없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NDR-11을 통해 개인 교습식 교육을 받는다. 이게 기본 교육이다. 18살이 될 때까지 일정 기간을 A.I를 통해 교육을 받고 교육의 성과를 교육 MPI 7에 통보를 하면 된다. 여기까지가 현대인의 필수 교육 과정이다.

 

 이후의 교육인 대학 교육은 없어졌다. 그 대신에 만들어진 제도가 연구원 제도다. 대학 교육과 같이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전문 지식을 학습시키는 제도다. 이름이나 명예나 지위가 보장되는 교육이 아니라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제도다. 설민은 이 연구원 제도에서 창작 교육을 받는 연구원이다. 소설 창작에서 시나리오 창작까지 글쓰기를 배운 그녀는 지금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중이다.

 

 그녀가 쓴 글은 국가 데이터 베이스에 등록을 하게 된다. 그럼 국가 데이터 베이스 관리 A.I는 작품이 표절이 아닌지 확인한 다음에 인터넷에 올린다. 대중들에게 공개되어 읽히게 되고 간혹은 드라마나 영화화된다. 인터넷으로 읽는데 드는 비용은 없다. 국가가 기본 소득을 통해 개인을 지원하는 것 외에 문화예술의 경우 작품 활동이나 예술 활동을 하면 그에 대한 예술 활동 비용이라는 활동비를 성과에 따라 지급한다. 그 활동비가 수입원이 되는데 많은 사람이 접속하여 읽거나 예술 활동을 관람하면 그 비용은 상승한다.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가 되었을 때도 로열티가 지급된다. 그림의 경우는 구매가 되면 판매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설민이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했다. 자기가 생각하던 문장이 없었던 모양이다.

 

 "지난번 창동님 사고 때 외출 이후로 일주일 동안 두문불출하고 계십니다."

 

 괴로워하던 설민

 "그게 왜?"

 

 "좀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억지로 머리를 짜낸다고 좋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그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앞을 본 설민이 여유를 찾으려는 듯이 목을 돌려 머리를 회전시켰다.

 

 "아, 그럴까."

 

 "예, 정 혼자 놀기 힘드시면 두 친구분 불러서 같이 여행이라도 가시던지요."

 

 설민이 가부좌에서 일어나며

 "민희는 회사에 가야 하는데."

 

 "회사야 휴가 신청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사람이 놀겠다고 말하면 에이아이가 어서 가시라고 할 겁니다."

 

 설민이 소파에서 내려서며

 "그럼 머리라도 식힐 겸 여행이나 다녀올까."

 

 "예, 그렇게 하십시오. 두 분에게 연락하겠습니다."

 

 NDR-11의 말이 끝나자 앞쪽 모니터에 있던 작성하던 글판이 사라지고 두 개의 영상 화면이 나타났다. 두 영상에 지현과 민희의 얼굴이 보였다.

 

 

 정오를 막 넘겨 대지가 햇살에 환하게 빛나는 시각. 동네의 모습도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그런 동네 안쪽 도로에 자동차 한 대가 들어와서 어느 집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찬이 내렸다. 차에서 내린 그의 몸은 그냥 봐도 파워 슈트를 입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만큼의 몸이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하려는 모양새다. 그의 앞에 로이, 레온 그리고 다른 휴고 한 대가 다가왔다.

 

 찬이 세 대 앞에 서서

 "넌 오늘부터 알파야."

 

 알파를 통해 큐브가 대답했다.

 "예. 알파입니다."

 

 찬이 뒤를 돌아보며

 "지금까지의 상황은?"

 

 로이를 통해 큐브가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찬은 건너편 우측에 보이는 집을 유심히 보았다. 그 집은 감시 대상자가 살고 있는 집이다.

 

 찬은 어제부터 감시 방법을 바꾸었다. 공개 감시를 통해 크로우에 의한 자살률은 낮출 수 있었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마켓 소동 이후 PSWC 안에서의 크로우에 의한 자살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었고 크로우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곳곳에서 게속 크로우에 의한 자살은 생겨나고 있었고 그 출현도 성공하지 못한 것들까지 추가하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크로우를 잡지 않고는 끝날 일이 아니었다.

 

 지금 그는 크로우를 잡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여기 있는 세 대의 휴고를 제외한 일곱 대는 각각 개인들의 집 앞에 세워 두었다.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그리고 여기 있는 세 대는 집 앞에 세워둔 것이 아니라 집 주변에 숨어 있게 했다. 그렇게 하여 한 곳을 비워둠으로 해서 크로우가 함정에 빠지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찬이 앞쪽 집을 보며

 "오늘 안에는 나타나겠지."

 

 "간밤에 자살자들이 3구역 안에만 4명이 있었습니다. 그중 엔디알 일레븐이 크로우를 직접 만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래! 이상하네. 크로우가 어디에 간 거야?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4명이 죽는 일도 드문 일인데?"

 그리고 나서 다시 감시 대상자의 집을 보며

 "우리 감시자는 집에 있나?"

 

 "지금 집에 없습니다. 아침에 B시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거기서도 계속 감시는 하고 있지."

 

 "예. 고속 기차를 타고 B시에 가는 중인데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때 찬의 손목에 있는 마틴이 말했다.

 "김동주씨께서 연락하셨습니다."

 

 "연결해줘.

 ...

  무슨 일이십니까?"

 

 이어를 통해 동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일났다. 큰일. 간밤에 자살자들을 조사해보니 크로우가 엔디알을 만난 것이 아니라 당사자를 직접 만났어."

 

 찬은 깜짝 놀랐다. 이미 크로우가 NDR-11을 만나지 않은 죽음이 4건이나 있었다는 이야기를 큐브를 통해 방금 들었다. 그때는 그냥 단순하게 듣고 넘겼다. 그런데 크로우가 직접적으로 감시 대상자들을 만났다는 소식은 새로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놀랍고 충격적인 새로운 사실이었다.

 

 '뭐야? 이제는 주변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공격을 하는 거야. 이제 타겟이 사람이 되는 거야? 왜 변화했지? 왜 갑자기... 혹시... 우리가 감시 때문에...?'

 

 "그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누구가 알아낸 사실입니까?"

 

 "내가. 내가 방금 조사하다 알아낸 정보야. 자네에게 알려주고 관리자님에게 통보할 생각이야.

  우리가 딴 곳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동안 크로우가 은밀하게 감시자를 접촉했어."

 

 "놀랍네요. 크로우의 방식이 변화되다니... 그새 어떻게..."

 찬이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앞쪽 감시 대상자의 집을 보고는 다급한 사람처럼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 지금 할 일이 있어 먼저 끊습니다."

 

 "왜?"

 

 "저도 급하게 다시 확인 좀 해야겠습니다."

 찬이 서둘러 통화를 끝내고 다급히 로이를 보며 말했다.

 "우리 특별 감시자 중에서 외출하거나 밖에 있는 사람 조사해 봐."

 

 "5명은 집에 있고, 2명은 지금 외국에 여행 중이며, 2명은 회사에 있습니다."

 

 "그럼 이곳 사람만이 여행 중이네."

 

 "예. 여행 중인 사람은 저집 감시 대상자 뿐입니다."

 

 그 말에 뭔가 예감을 느낀 찬이 소리쳤다.

 "큐브, 당장 B 시에 가야겠어. 가장 빠른 방법 알아봐. 지금 당장 가야 해."

 

 찬이 생각하기에 그가 있는 집의 감시 대상자가 동주의 말처럼 크로우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가망성이 가장 높아 보였다. 특히 그가 이렇게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크로우가 그 사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크로우 형태는 집에 찾아가 개인의 신상에 대하여 전체를 관리하는 메인 A.I인 NDR-11을 만나 주인을 죽음으로 설득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PSWC는 집에 있는 NDR를 지키는 것에 치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동주의 말에 따르면 간밤에 자살을 한 사람들은 크로우가 NDR을 만난 것이 아니라 개인을 직접 만나 자살을 유도한 것이 된다. 이건 그야말로 진화한 것이 맞았다. 단지 인간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는 진화하는 것이 문제지만 성장하는 모습에 찬은 왠지 불길했다. 스스로가 직접 죽음을 만들어내는 단계가 된 것이다. 이제는 대상이 단순하게 고위험군의 사람이 아니라 걸어다니는 아니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런 식의 성장과 변화를 다양하게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혼란이 발생할 거다.

 ...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에이아이가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

  그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을 가져 올 것이다.

 ...

  그 전에 무조건 막아야 한다.

  크로우가 더 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들이 성장하여 변화를 마음대로 한다면 그때는 막을 수도 없어진다.

  어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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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괴물을 2017 / 11 / 10 46 0 6261   
9 생산하는 2017 / 11 / 10 45 0 6907   
8 생산하는 2017 / 11 / 9 43 0 5910   
7 생산하는 2017 / 11 / 9 55 0 7540   
6 생산하는 2017 / 11 / 8 50 0 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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