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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괴물을
작성일 : 17-11-16 16:06     조회 : 46     추천 : 0     분량 : 10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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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찬이 큐브의 말에 따라 계속 달려가 도착한 곳은 마켓 앞이다. 아파트 우측을 돌아 이어진 외길이 마켓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크고 넓은 2층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익숙한 마켓임을 누구나가 다 알 수 있는 모습이다. 마켓임을 알고 정문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그는 정문 앞에 서있는 로이를 발견했다.

 

 찬이 로이에게 다가가 은밀하게 물었다.

 "어디 있어?"

 

 로이가 마켓 안을 가리켰다.

 "좀 전에 안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마켓 내부의 카메라를 요청해서 인계받는 중입니다."

 

 "인식 코드 신호는 수신되고 있지?"

 

 "예, 아직은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좋았어. 그럼 우리도 들어가 보자. 참, 다른 입구와 감시자의 집은?"

 

 "방금 3구역 다른 휴고들이 합세하여 다른 출입구는 전부다 감시하고 있고. 일부는 감시자의 집에 가서 엔디알 일레븐의 상태와 수신된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중입니다."

 

 찬이 흡족해하며 안으로 들어가며

 "OK. 크로우 모습은 어떤 모습이지?"

 

 "바탕색은 흰색이고 아래는 진청색 바지에 상의는 녹색의 남방 형태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녹색 남방에 진청색 바지라..."

 

 찬은 크로우의 옷을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 찬의 눈에 사람과 휴고가 혼재되어 어수선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켓 안에는 사람과 휴고가 아주 많았다. 그 모습에 도망친 크로우를 찾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만큼 제법 많은 사람들과 휴고들이 마켓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휴고만 온 모습도 보이고, 사람과 휴고가 같이 온 모습도 보인다. 때로는 사람만 온 모습도 보이고 연인이나 가족끼리 구경 온 모습도 보인다. 그들 사이를 찬과 로이가 뭔가를 찾는 사람과 휴고처럼 연신 두리번거리며 지나다니고 있다.

 

 어느 정도 걸었을 때 로이를 통해 큐브가 말했다.

 "샴푸 같은 생활용품 코너에서 가전제품 코너로 이동한 모습이 보입니다. 현재는 가전제품 코너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찬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전제품 표지판을 찾으며

 "알았어. 다른 휴고도 안에 들어왔지."

 

 "예, 일곱 대가 안에 들어온 상태입니다."

 

 "크로우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가전제품 코너로 모이게 해."

 

 "예"

 

 둘은 천천히 가전제품 코너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사람들과 휴고가 다양한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 휴고가 청소기를 구경하며 자신이 직접 써보는 모습을 발견했다. 찬이 그 휴고 옆을 지나치며 유심히 보았다. 하지만 옷이 달랐다. 그리고 큐브를 통해 크로우가 아니라는 말이 이어로 전달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저 지나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연신 시선을 놓지 않고 계속 보고 있었다.

 

 "와, 와."

 

 "끝내 주는데. 와아. 와."

 

 갑자기 한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놀란 찬이 다급히 고개를 돌려 봤다. 그곳은 같은 가전제품 매장인데 벽에 대형 유리가 있고 유리 중간에 TV가 나타나는 TV모니터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구경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전부 사람들 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찬이 저기는 아니라는 듯이 로이에게 고개를 저었다.

  

 "달려 달려."

 

 "아아 피해. 패야지."

  

 다른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도 아이들이 대형 유리 TV모니터에 나타난 게임을 몸을 움직이며 하고 있었다. AR용 게임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거기도 애들만 있지 휴고는 보이질 않았다. 찬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고 돌아서려는 그 찰라에 찬이 뭔가를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다급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전제품 매장이 양분되어 있음을 알았다. 방금 지나온 청소 장비가 있는 곳에 휴고가 많았고, 또 다른 곳은 세탁기나 냉장고 같이 생활 가전제품이 있는 곳에도 휴고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오락 시스템이 있는 곳은 오로지 사람만이 있었다. 극명하게 대조가 된다.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고, 생활에 필요한 가전 제품에는 휴고들만 있었다. 그걸 깨닫고는 찬과 휴고는 그제는 세탁기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천천히 이동하면서도 눈은 연신 주변을 살폈다.

 

 세탁기 코너에 오자 로이가 찬의 바로 뒤에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곳 근처에 있는 모습까지가 영상에 잡혔습니다."

 

 찬이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크로우라 명명된 휴고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녹색 남방에 진청색 바지를 입은 휴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와 비슷한 색이라도 보이면 서둘러 그 휴고가 있는 곳으로 가봤지만 찾던 크로우는 아니었다. 결국 다시 자리를 옮겨 냉장고 코너로 향했다. 하지만 가는 동안에도 크로우는 보이질 않았다. 냉장고 코너 끝까지 왔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 있던 로이가 찬의 어깨를 잡으며 세웠다.

 

 찬이 놀라 되돌아보며

 "왜"

 

 "사라졌습니다. 모든 영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찬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돌아서서 자신들이 지나온 곳을 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라지다니. 영상들 다시 살펴봐."

 

 잠시 뒤, 다시 로이가 고개를 저으며 큐브 목소리가 들렸다.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다른 휴고들은?"

 

 "그들의 영상에서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찬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한 걸음 더 나가 가전제품 코너 전체를 두리번거렸다. 그가 지금 당황한 이유는 지난 며칠 동안 회사 안에서 사라지는 휴고를 찾으려 안간힘을 쓸 때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연기처럼 갑자기 나타나 연기처럼 갑자기 사라지는 휴고, 아니 지금은 크로우라 명명된 정체불명의 휴고로 인해 상당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크로우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말이나 진배가 없었다.

 

 그 생각이 들어 멍하니 주변을 둘리번거리다

 "제길. 젠장. 제기랄.

 ...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대체 어디에 숨었어."

 

 연신 두리번거리며 살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연신 머릿속은 영상 속의 크로우가 감시 카메라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사라지는 모습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찬이 다급한 모습을 하며

 "안되겠다. 일단은 모든 휴고들 더 이상 내부 수색은 하질 말고 출입구만 감시하도록 해. 지금까지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건 안에 있는 거잖아. 독 안에 든 쥐야.

 ...

  우린. 우린 마켓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모든 영상과 출입구 검사해서 크로우의 움직임을 재 조사하자."

 

 "예. 3구역 엠피아이 세븐에 그렇게 전달하고 모든 휴고를 이곳 마켓에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을 듣고 난 찬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이동했다. 그 사이에도 마켓 안에서는 사람과 휴고들이 물건을 구입하거나 구경을 하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느 순간 찬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개인 H-휴고들은 서로 각기 다른 색으로 치장하여 화려했다. 개중에는 인간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H-휴고도 있었다. 그와 달리 마켓에 근무하는 공용 휴고인 P-휴고는 은색을 띄고 있다. 찬이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있는 로이만이 검은색이다. 걷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든 찬이 뒤를 돌아보고는 다급히 말했다.

  

 "큐브, 피에스더블유씨(PSWC)의 모든 휴고가 검은색이지."

 

 "예."

 

 찬이 뭔가 깨달은 듯이 소리쳤다.

 "제길, 그래서 크로우가 우리가 왔다는 사실을 알았구나.

  큐브, 출입구 휴고들 숨기던지 아니면 색 있는 옷을 입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크로우가 우리 휴고들 색을 보고 우리가 왔음을 눈치 챈 것 같으니. 그렇게 해야 해. 여기 휴고들을 봐. 서로 다른 색과 모습이잖아. 우리는 검은 색이고."

 

 "아! 그렇군요."

 

 "대략 보니까... 그러니까... 자기들 휴고에 옷을 입힌 사람들도 있는 것 같으니까. 우선은 옷으로 위장하자."

 

 "예, 2층에 의류 매장이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게 조치해두겠습니다. 로이와 같이 2층으로 가십시오."

 

 "알았어."

 

 둘이 다급히 종종걸음으로 사람과 휴고들 사이로 사라졌다.

 

 

 찬이 마켓에 막 들어가고 있던 시각. 창동과 혜정이 옥상에 올라갔던 아파트 앞에서는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있던 설민이 그제야 동생 창동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두리번거리며 창동을 찾던 그녀가 동생이 도망쳤음을 알고는.

  

 "아이, 이 녀석 그새 도망쳤어."

 

 민희도 그제야 알았는지 같이 연신 주변을 살폈다.

 "어머, 그새 도망을 치네."

 

 지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골치 아프다. 골치 아파. 안 되겠다. 이젠 정말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설민이 화가 난 듯이

 "아이, 이 녀석들을 그냥. 어떻게 하지."

 

 지현이 설민의 어깨를 톡톡 치며

 "포기해라. 다 큰 녀석 어쩔 수 없다. 그냥 스스로 깨닫게 두는 수밖에."

 

 민희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설민을 보며

 "하지만 이번 같은 사고를 치면."

 

 지현이 민희에게 그런 소리 하질 말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거리며 인상을 찡그리더니

 "그건 어떻게든 막아야지. 엔디알 일레븐에게 당부를 하던지. 아니면··· 참! 이런 경우는 어디에 신고해야 하니?"

 

 설민이 지현의 말에 같은 생각이라는 듯이 반가워하며

 "어머, 너도 그러네 나도 그랬는데. 나도 아까 창동이 계획을 듣고 폴리스에 연락하려고 했다니까."

 

 그녀의 말은 마치 없는 것을 찾았다는 식의 표현이다. 폴리스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찾았다고 했다.

 

 지현도 같은 입장이었는지 기뻐 좋아하며

 "맞지. 나도 순간 폴리스 생각이 나기는 했는데, 어디 있는지가 생각이 안 났는데. 정말 웃긴다 그치."

 

 민희가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했다.

 "어릴 때 익숙하던 일이라 그럴 거야. 혹시 저번에 내가 이야기한 찬이라는 사람에게 연락하면 안 될까?"

 

 지현이

 "찬? 아! 그 찬. 너 아직도 이름 기억하냐. 대단한데."

 

 민희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냐, 그냥 갑자기 떠오른 거야."

 

 지현이 꼬투리를 잡았다는 식으로 놀렸다.

 "아닌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해 봐. 아직도 마음에 있는 거지."

 

 "아냐, 아냐. 정말 아냐."

 

 설민이

 "됐다. 됐어. 이젠 만나기도 힘든 사람을 두고 뭐 하냐. 이제 뭐 하지?"

 

 지현이

 "시간도 있는데 마켓에 화장품 구경이나 갈까? 민희 너, 회사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지."

 

 민희가

 "응. 괜찮아."

 

 지현이

 "그럼 마켓 가서 구경이나 하자. 새로운 신제품이 나왔을 것 같은데."

 

 설민이

 "그럴까."

 

 민희가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여 세 사람은 설민이네 휴고는 집으로 돌려 보내고 민희의 RTF-7인 월의 도움을 받아 공원을 지나 마켓에 갔다. 이상한 것은 각각의 동네 마다에는 마켓이 대략 3, 4군데가 있다. 여기서 왜 이상하다 했느냐 하면 그들이 서있던 아파트에서는 동쪽 마켓이 더 가까웠다. 서있던 곳에서 뒤돌아 아파트를 따라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마켓이 있었다.

 

 그런데 민희의 월이 가르쳐준 마켓은 서쪽 마켓이다. 지현이 건너온 공원을 가로질러 지나가서도 좀 더 서쪽으로 가야만 있는 마켓이다. 훨씬 더 먼 곳에 있는 마켓이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찬이 크로우를 찾고 있던 그 마켓인 것이다. 세 사람은 몰랐지만 민희의 RTF-7인 월이 어떤 목적으로 그들을 거기로 보낸 것 같다.

 

 

 그 시각, 마켓 안에서는 로이에게 옷을 입힌 찬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입혀 놓으니까 괜찮은데. 머리만 바꾸면 사람이라고 해도 모르겠어. 그건 그렇고 근처에 한적한 곳 없을까?"

 

 "왜 그런 곳을 찾으십니까?"

 

 찬이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페이퍼 탭으로 마켓 영상 다시 확인하려고."

 

 "저기 사람들 옷 갈아입는 탈의실이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손님도 없는 것 같은데."

 

 "오우, 좋은데. 내가 들아가 있을 동안 넌 밖에서 기다려."

  

 찬이 탈의실에 들어가고 나자 그 앞에 로이가 문지기처럼 떡하니 섰다. 안으로 들어온 찬이 주머니에서 페이퍼 탭을 꺼내 펼치고는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은 이곳 마켓의 실내 모습이다. 영상에서는 화살 표시가 된 휴고가 있고 화살표시 끝에는 크로우라 적혀 있다. 그때까지는 크로우의 겉모습 옷 색상으로도 충분히 구분이 가능했다.

 

 크로우의 움직임에 따라 화살표도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여러 대의 H-휴고들 속에서도 크로우를 구분하기는 쉬웠다. 다른 휴고들에게는 인식 코드 신호가 부여된 코드 번호로 나왔기 때문에 코드 번호 없이 크로우라 적힌 휴고를 찾기는 쉬웠다. 휴고들이 많은 곳에 갔을 때도 화살 표시가 된 이름으로 인해 근방 크로우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가전제품 코너에 들어가면서 가끔씩 크로우를 표시하던 화살표가 사라졌다. 그때는 다른 휴고들과 구분이 잘 되질 않았다.

 

 큐브의 음성이 이어로 들렸다.

 "어느 곳에서는 카메라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다른 카메라를 통해 보아도 사각지대는 영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있던 찬이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제길, 크로우가 뭔가 아는 것 같아. 지난번 나타날 때와 사라질 때처럼. 너무 영악한 놈들이 휴고를 통제하고 있어.

 ...

  이건 분명히 사각지대가 있다는 걸 아는 자의 소행이야.

  봐, 봐. 이곳에 와서는 몇 번이고 그런 곳을 찾아다니고 있잖아.

 ...

  어어, 봐 저기는 좀 전에 갔던 곳인데 또 들어가."

 

 페이퍼 탭 영상에서 크로우가 사라지는 모습이 잡혔다. 모습이 사라짐과 함께 줄곧 따라다니던 화살표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뒤이어 다른 각도의 카메라들 영상도 보였지만 그 어디에서도 사각지대가 잡힌 카메라는 없었다.

 

 "이다음부터 사라졌습니다."

 

 찬이 페이퍼 탭을 접으며

 "알았어. 나와 로이가 그곳에 가볼게."

 

 페이퍼 탭을 접어 바지에 넣고는 탈의실 문을 열었다.

 

 

 민희, 설민, 지현은 화장품 코너를 구경하고 나서 옷 구경을 하기 위해 2층에 올라왔다. 때마침 민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옷이 있어 입어보려고 탈의실로 갔는데, 그 탈의실 앞에는 옷을 입은 휴고가 떡하니 서서 지키고 있었다. 바로 로이였다. 그냥 보이는 모습으로만 봐도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옷을 입지 않았다면 공공 P-휴고로 보았겠지만 옷을 입고 있어 가정용 H-휴고로 세 사람은 보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휴고의 머리가 원통형이라 각각의 휴고마다 특징이 없었다. 그래서 민희는 며칠 전에 자기 구역에 왔던 로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와는 달리 로이는 자기앞에 있는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민희고 그녀를 며칠 전에 보았다는 것을 큐브는 알았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민희가 그 모습을 보고

 "주인이 안에 있는 모양이다. 다른 곳에 가자."

 

 지현이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저기도 있네. 저기 가서 입어 봐."

 

 지현이 가리키는 곳에도 탈의실이 있었다. 그래서 세 명은 바로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바로 그 순간 찬이 탈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때는 이미 세 사람은 등을 돌린 채 다른 곳에 가고 있던 때였다. 그래서 찬도 못 알아봤고, 민희도 나오는 찬을 보지 못 했고, 특히나 지현도 찬을 보지 못 했다.

 

 밖으로 나온 찬이 로이에게

 "가전제품 코너에 다시 가자."

 

 그 말을 하고 찬이 앞장섰다. 로이가 그의 뒤를 따랐다.

 

 그 시각 공교롭게도 찬을 알아보는 민희는 탈의실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찬의 이동을 보지 못했다. 부딪쳤던 지현은 옷을 구경하느라 돌아다니고 있어 찬을 보지 못했다. 탈의실 앞에 서있던 설민은 안에 들어간 민희를 기다리느라 보질 못하다가 심심해 고개를 돌리다 건너편 탈의실에서 나온 찬이 휴고와 같이 어딘가를 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찬을 보고 있으면서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설민이 찬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는 혼잣말을 하다가 지현에게 소리쳤다.

 "아, 조금만 일찍 나왔어도 저기에 들어가면 됐는데.

  지현아, 방금 전에 거기 있던 사람 이제 나갔다."

 

 옷 구경하는데 정신이 없던 지현은 고개를 들어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 그래."

 

 그때 옷을 갈아입은 민희가 탈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설민이 민희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

 "저기 탈의실에 있던 사람 방금 나가던데. 거기서 기다릴 걸 괜히 여기까지 왔어."

 

 민희가 거울을 보려다 말고 찬이 나온 탈의실 쪽을 봤다. 하지만 그때는 벌써 찬이 1층으로 내려간 뒤였다.

 "어쩔 수 없지 뭐. 벌써 여기 왔는 걸. 어때 이 옷 괜찮아."

 

 "어디 보자. 잘 어울리나."

 

 그때 지현이 다급히 뛰어왔다.

 "내가 봐야지, 내가. 어디 보자."

 

 민희는 두 명 앞에서 포즈를 취하였고, 둘은 그런 그녀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1층으로 내려온 찬은 곧장 가전제품 코너로 향했다. 그의 뒤에는 로이가 바짝 붙어서 따라왔다. 그리고 그의 이동과 함께 다른 7대의 PSWC 소속의 P-휴고들도 그의 주위에서 같이 움직였다. 잠시 뒤, 크로우가 사라진 사각지대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냉장고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다. 휴고들도 아주 많았다. 그에 비해 사람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도착한 찬이 고개를 들어 천장에 있는 카메라를 살폈다. 기막히게도 그가 서있는 곳만이 딱 사각지대였다.

 

 '크로우는 알았어. 잘 알고 있었던 거야. 지난번 우리가 같던 그 마을들의 사각지대처럼...

  대체 어떤 놈이지? 어떤 놈들이기에 사각지대를 알고 있는 걸까?'

 

 이번 일과 지난번 서남기 사건을 통해 조사를 했던 다른 희생자들의 영상에서 보았던 크로우를 떠올렸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두통이 왔다. 뭔가 자꾸 막힌 기분이 든다.

 

 그때 이어를 통해 큐브가 물었다.

 "이곳에 들어간 영상은 있고 나온 영상이 없다는 것은 여기서 뭔가가 이루어졌다는 말이겠죠."

 

 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겠지. 아무리 사각지대라 해도 들어갔으면 나와야 하는 곳이야. 숨을 곳이나 은폐할 곳이 없어. 그냥 지나가는 통로야. 그렇다면 대체 크로우는 어디에 간 거야?"

 

 찬이 답답한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방에는 크로우의 모습을 한 휴고는 보이질 않고 일반 휴고들의 다양한 모습만이 보인다. 그걸 보며 그는 속으로 방법은 단 하나다 라고 떠올렸다.

 

 '사람 아니면 휴고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빠져나간 것일까?'

 

 찬이 생각하고 있을 때 그의 바로 뒤쪽에서는 한 가정용 휴고가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연 냉장고 안에 옷이 보인다. 녹색 남방과 진청색 바지가 냉장고 안에 있었다. 바로 크로우가 입고 있던 옷이었다. 그걸 등을 돌리고 있는 찬도 보질 못했고 주변을 살피고 있던 로이와 휴고들도 보질 못했다. 냉장고를 구경한 가정용 휴고가 옷이 든 채 다시 문을 닫았다.

 

 

 2층에 있던 세 사람도 다시 1층에 내려왔다. 그리고 더 구경할 것이 있나 두리번거렸다.

  

 둘러보던 설민이

 "이제 남은 것은 가전제품 코너뿐인 것 같다."

 

 지현이

 "난 살 거 없는데."

 

 민희도

 "나도 딱히 살 거 없어. 그런 건 엔디알이 알아서 해서 관심도 없어."

  

 지현이

 "그럼 구경할 건 다 했네. 나가서 점심이나 먹자. 정오가 다 됐으니. 여기 아파트는 아파트 안에 개별 식당이 있던데. 거기 가자."

 

 설민이 좋다는 듯이 앞장서며

 "그렇게 하자."

 

 세 사람은 마켓을 나가기 위해 정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들의 바로 뒤에 혼자 온 개인 H-휴고가 그들처럼 마켓을 나가기 위해 정문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앞선 세 명과 뒤의 휴고가 나란히 주인과 휴고의 모습으로 가고 있는 형태가 되었다. 그 휴고는 상의는 파란색 면 T셔츠이고 바지는 밤색 바지를 입고 있는 휴고였다.

 

 

 그 시각 3구역 찬의 사무실 안. 마켓을 나가는 민희 일행의 모습이 큐브의 영상에 담기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쇼핑백을 든 민희와 두 명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걷고 있었고 그들 뒤에는 여전히 혼자 온 휴고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걷고 있었다. 파란색 긴팔 면 T셔츠와 밤색 바지를 입었는데 화살 표시에 [OO지역구 의원 보좌관 휴고]라는 인식 코드 신호가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발 아래로 어느 아이가 떨어트린 공이 굴러오자 몸을 숙여 주워 주었는데 그때 보인 그의 몸은 흰색이다. 크로우의 몸색과 같았다. 바로 찬이 찾고 있던 크로우였던 것이다. 크로우는 어느새 일반 H-휴고로 변장하기 위해 처음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거기다 이름표가 없던 크로우에서 그제는 이름표가 있는 개인 휴고가 되어 있었다. 어느 의원 보좌관의 개인 휴고 번호다. 결국 큐브가 크로우를 인식하지 못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주인을 표시하는 태그가 없던 휴고에서 명확한 주인이 있는 휴고로 변신하였으니 사라진 휴고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화면에서는 마켓 안의 찬과 로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여전히 들어올 때와 같은 옷을 입은 크로우를 찾고 있었다. 열심히 고개를 들어 마켓 안 전체를 보고 있지만 그런 옷을 입은 휴고는 보이질 않았다. 고개를 돌리던 그의 눈에 정문을 향해 걸어가는 민희와 친구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들을 알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 뒤를 따라가는 옷을 입은 휴고도 눈에 들어 왔다. 그 휴고도 크로우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앞선 세 사람은 인간이었다. 뒤를 따라가는 휴고는 크로우가 아니라 어느 개인의 가정용 H-휴고였다. 그가 열심히 찾고 있는 휴고가 아니었다. 그걸 모른 채 찬은 계속 마켓 안을 살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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