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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불신과 일탈 2
작성일 : 17-12-29 13:17     조회 : 31     추천 : 1     분량 : 7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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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응??”

  “선배는.......”

  나는 무엇을 물으려 했던 것일까. 말을 꺼내다 말고 잠시 망설였다. 일단 김연에 관해서 묻고 싶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무슨 질문을 해야 할까?

  왜 김연이 좋으세요? 뜬금없을 뿐더러 지금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다.

  사실, 지금 내가 의심을 품고 있는 대상은 명확하지만, 그걸 이 작은 소녀가 알고 있을지, 알고 있어도 이런 걸 물어도 될지 망설여진다.

  “선배는....... 반장님과 옛날부터 알고 계셨죠?”

  하지만, 그녀는 지금 내가 김연의 전담청 입사 이전의 과거에 대해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옛날?”

  “아, 그러니까....... 전담청에 들어오기 이전이요.”

  얼마 전 수연, 지민선배와 나누었던 김연에 대한 잡담에서 지민은 스스로 그의 눈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긴 했다.

  그래도 현재 주변에서 건혁을 제외하면(물론 건혁과 난 접점이 거의 없었지만.) 김연과 가장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인물은 지민이었다.

  “아.......응, 그렇지.”

  “어떻게 알고 계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지민을 향해 몸을 돌리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응? 아....... 그게......”

  그 시선이 그녀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걸까? 지민은 차마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며 당황하고 있었다.

  “말씀하시기 어려운가요?”

  “으음....... 저기.......”

  “??”

  “음....... 어째서....... 그런 게 궁금한 거야??”

  “네??”

  응?

  역으로 들어온 질문에 당황했다. 지민은 어느새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지민의 눈에는 불안과 원망이 담긴 것 같았다.

  아, 분명히 뭔가 오해를 하고 있구나 이 귀여운 선배.

  “그게....... 저는 그냥....... 궁금해서요. 반장님 정도면 꽤 유명한데 한국전쟁이전엔 알려진 것도 거의 없어서요. 저 의안을 보니....... 그저 예전엔 뭐하는 사람이었나, 그저 그게 궁금한 거예요.”

  상대가 김연이라면 ‘먼저 질문한 것은 이쪽이라구요,’라고 대답할 것이나, 이 작고 여린 선배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이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김연이라면 거리낌 없이 하겠지만.

  “혹시....... 세연아, 너....... 반장님을........ 좋아.......”

  “아닙니다.”

  진짜 앞으로는 김연과의 대화엔 주의를 기울여야지. 좀 귀찮지만.

  “그렇구나.......”

  안심하는 듯한 대답을 하고 잠시 침묵하는 지민.

  “저기, 말씀하시기 많이 곤란하신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잠시 우물쭈물하는 지민선배. 그러나 곧 마음을 먹은 듯,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기 시작했다.

  “알았어. 나도 알고 있는 건 얼마 없지만....... 적어도 4년 전부터라도 괜찮다면......”

  “괜찮아요.”

  “응....... 사실 나는 한국 출신이 아니거든.......”

  “아......”

  사실 지민의 이국적인 외모로 국적을 판단하기엔 다소 애매하긴 했다. 하지만 이름이 확실한 한국인의 이름이었기에 그저 좀 이국적으로 생긴 것이겠거니 하고 있었다. 아니면 다문화가정 출신이거나.

  한국어야 거의 말을 하지 않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는 그녀의 습관 탓에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나저나, 저번에 지민선배가 김연을 오빠라고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럼, 재외 교포? 하지만 김연을 오빠라고......”

  “그건, 아니야.”

  “네?”

  “사실 나도, 아니 나는.......”

  지민은 우물쭈물하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중국이랑 러시아....... 대충 그 사이에서 살고 있었어. 그러다 3차 대전이 발발하고...... 부모님이 폭격으로 돌아가셨거든.......”

  “아....... 죄, 죄송합니다.”

  그녀도,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이 선배에게 동질감과 측은함이 합쳐진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 아냐....... 아무튼....... 그땐 중국도, 러시아도....... 상황이 많이 어려워서....... 변경지대에선 흔히 있는 일이었어....... 그렇게 대충 거리에서....... 11살까지 혼자 살았어.......”

  “선배........ 정말........ 그 어떻게 살아남으신 거죠? 제가 알기론 그때 그 동네는......”

  3차 대전이 끝나고 사이좋게 무너진 두 나라다. 그리고 나라가 무너질 때 국경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겠지.

  실제로 3차 대전이 끝나고 1년 후, 중화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에선 나라를 공중 분해시켜버린 내전이 터져버렸고 러시아는 1년 동안 정권이 5번 바뀌었다지.

  그런 지옥에서, 어린아이가 11살 까지 혼자 산다는 게 가능한 걸까?

  “응....... 난 선천성 각성이었거든.......내 몸은 지킬 수 있었어.......”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지민선배였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몸을 지킨다는 의미, 그리고 어떤 수입도, 도움도 없는 각성자가 그런 무법지대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약탈, 강도....... 지민 선배가 그런 일을 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게 보통 일어나는 일이었다. 물론, 이건 각성자 뿐만 아니라 보통 인간들도 그런 환경에선 쉽게 몸담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남는다 해도 제대로된 힘이 없으면 그런 어린 각성자들은 대부분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거리를 떠돌다 굶어죽거나 치안이 어지러운 곳에서 날뛰던 범죄조직, 군벌에 잡혀가 총알받이 신세가 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쯤 되면 그녀가 11살까지 버틴 것이 놀라울 정도다.

  “그러다가....... 마침 반장님이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거든.......”

  “반장님이요?”

  “으,응....... 그 때 ‘일’이 있다고 하셨어....... 나는....... 무슨 일인지는 잘.......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원래 용병이었지. 4년 전이면........ 뭐였지?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어서 그곳에 지나가던 걸까?

  “그때.......날 ‘구해’ 주셨어.”

  “구해주셨다구요?”

  “응....... 그리고 나서.......”

  어디에서 구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으신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에게....... 맡기려고.......하셨는데....... 내가 싫다고....... 데려다 달라고.......울면서 매달렸거든.......”

  “그래서 김연반장님은 그걸 수락하신 거군요?”

  그러니까 지민선배가 이곳에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의외네. 세상 모든 걸 귀찮아하고 모든 것에 틱틱 대는 김연도 지민선배같이 귀여운 소녀가 울면서 매달리면 마음이 약해지는 걸까?

  그건 그거대로 조금 그렇지 않나.......

  “응....... 그리고........ 한국으로 같이 건너왔어....... 그게.......전쟁이 끝나고 나서니까 4년 전....... 그리고 전담청에 들어오기 전까지....... 반장님이 한국어랑.......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어.......”

  “그렇군요.......”

  지민이 어려보인다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렸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현재 15살 밖에 안 된 것이다.

  세상에, 나보다 두 살 어려.

  생각해보면 언젠가 동생이 갖고 싶긴 했지. 선배지만. 음. 이건 관계없나?

  “미안....... 나도 아는 건 얼마 없어....... 그때도 오른쪽에 안대를 하고 계셨고....... 중국어랑 러시아어가 굉장히 유창하셨다는 것....... 정도?”

  “괜찮아요.”

  사실 괜찮지 않았다. 김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지만 지민선배 역시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이 작은 선배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소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볼게요.”

  “응.......”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서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캡슐 안에서 누워있는 김연과 그 앞에서 김연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지민선배를 차례로 돌아본다.

  “선배.”

  “응??”

  “괜찮으실 거예요.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그랬고.”

  “으......응....... 고마워.......”

  나는 김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지민선배를 잠시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그녀를 위로할 말이 이 이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도 착잡했지만, 어제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의심의 대상이 저기 캡슐 안에 누워있는 남자라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기분이 들게 했다.

  “선배. 그럼 저는 가볼게요.”

  “으응.......”

  가벼운 작별인사가 끝나고, 문을 열고 병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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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담청 본관 지하의 심문실에 두명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밖에서 안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된 심문실 바깥에도 인적은 없다.

  “......”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건혁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마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도 마찬가지로 건혁을 쏘아본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던 건혁이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말을 건넸다. 그 굳은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였다.

  “......살아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엔도 그랬던 모양이야.”

  씨익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마리아를 보는 건혁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시선과 표정, 무엇하나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그였지만 그의 눈동자가 조금씩 떨리고 있다.

  그리고 그 떨림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던 마리아에게 포착되었다.

  “그렇게 반갑진 않지? 건혁아.”

  “......”

  “그렇겠지. 우리가 싫어서 도망친 네가 이제 와서 우리가 반가울 리가 없지.”

  “난......너희가 싫었던 건 아냐.”

  “아 그래? 그렇다면 좀 반가워 해줘봐. 그.......뭐였지? 아, 한국어로는 ‘동창’이잖아?”

  구속복이라는 흉흉한 차림임에도 그녀, 마리아의 미소는 너무나 싱그러웠다. 그 지나친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에 건혁은 몸을 떨며, 결국 시선을 땅으로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왜 나타난 거지?”

  “나타나지 않길 바랬어? 영원히? 하긴 너는 특히나 그랬겠지. 우리를 버리고 높으신 분이 되어 잘 살고 있으니까!!!!!!!!!”

  웃음기까지 띄고 있던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갑작스럽게 분노에 찬 외침을 토해내고 있었다.

  건혁은 지긋이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천천히, 떨면서 말했다.

  “미안하다. 다시 묻도록 하지. 어째서, 이런 짓을 저지른 거지? 살아있었다면 그냥 조용히 숨어 살아야하지 않았을까?”

  “동창들이 보고 싶었거든. 이젠 정말로 얼마 안남았으니까.”

  “똑바로 대답해. 넌 지금 여기에 잡혀있는 범죄자다.”

  그 말을 들은 마리아가 유쾌한 듯,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범죄자? 언제는 아니었던 적이 있었어?”

  건혁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그대로 눈동자를 굴려 마리아의 녹회색 눈을 쏘아보며, 평소의 그를 알던 이들이 듣는다면 ‘그’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

  “......원망의 상대가 잘못되었다곤 생각하지 않나? 아니, 손을 잡을 상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나?”

  “........”

  “아니? 전혀?”

  건혁은 이번엔 천장을 쳐다보고 길고 무거운 한숨을 내뱉고 말을 이었다.

  “어리석어. 어리석다고 마리아....... 하긴 넌 항상 그랬지. 길고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그’와 손을 잡았지. 세상에, 솔직히 이 정도로 멍청할 줄은.......”

  “그저 잠시, 너희를 죽이기 위해 손을 잡았을 뿐이야. 어차피 죽여야 할 놈들은 전부 나보다 강했고, 차례대로 처리하려면 어느 한쪽이랑은 손을 잡았어야 하니까.”

  “뭐라고?”

  마리아는 날카로운 눈을 더욱 부라리며 이건혁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너와 이엔을 죽인 다음...... 그 다음은 아이신....... 니콜 카나....... 전부 죽여주지.”

  “너.......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네가 손을 잡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잊은 게 아니니까 죽여 버린다는 거야.”

  “........”

  “왜? 우스워? 바보 같아? S랭크 패잔병이 초월자들의 목을 노린다는게?”

  이건혁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희열에 찬 듯 중얼대는 마리아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냥 초월자가 아니지. 네가 한 짓은, 강도를 막겠다고 집에다 폭탄을 설치한 짓이라고.”

  “맘대로 생각해. 어차피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없거든.”

  “뭐라고?”

  “설마 내가 멍청해서 모습을 드러낸 줄 알았어? 처음부터 언젠가 너와 이엔 앞에 나타날 생각이었어. 재수없어서 내가 잡힌다고 해도, 너흴 엿먹이고 싶었거든. 어때? 치워버렸다고 생각한 부끄러운 과거가 나타난 기분은? 좀 머리가 혼란스러워 졌지?”

  이건혁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삐딱하게 하며, 마리아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음산한 목소리로 그녀를 조롱했다.

  “그것 하나만을 노렸다면 성공했어. 축하해. 하지만 이미 네가 잡히고, 남은 네 일당들도 추적하고 있어. 그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었다면 대가가 너무 클 것 같은데?”

  마리아는 으르렁 거리는 건혁의 압박에도 전혀 굴하는 기색 없이, 그저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건혁을 도발하는 것처럼 가볍고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솔직히 이번엔 내 감정을 앞세운 것이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잡혀봐야 계획엔 지장이 없으니 나타나도 상관없다고 판단한 것 뿐이야. 내가 너희가 원하는 말을 해줄 생각은 없지만. 아니면, 고문이라도 할래?”

  마리아의 마지막 말을 들은 건혁은 그녀의 눈을 피해 테이블을 바라보더니, 크게 한숨을 쉬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내가 할 리가 없잖아.......”

  “하긴? ‘우리’가 고문이 통할 인간들이 아니란 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

  “.......”

  건혁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눈동자가 움직여 다시 한 번 마리아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아무튼 네가 잡힌 이상, 남은 놈들도 시간 문제다.”

  마치 방금의 흔들림을 지워버리려는 듯, 덮어버리려는 듯 강한 어조의 건혁의 말. 그러나 그런 그를 도리어 안쓰럽게 바라보는 마리아였다.

  “건혁....... 공무원 생활 몇년 하더니 머리가 굳은거야?”

  “.......”

  “설마 내가 리더인 줄 알았어?”

  “.......”

  “나는 리더감이 아니야. 그래서 언제나 누군가를 따라 다녔던.......”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건혁은 거칠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방금 전의 감정은 이미 지워버린 그의 마리아를 내려다보는 눈엔 싸늘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말장난 할 여유는 없어. 하지만 쓸데없이 주절거려준 덕분에 너희가 뭔가 꿍꿍이가 있단 것, 그리고 아직 남은 놈들이 뭔가 하려고 한단 것도 알게 되었지. 고마워. 몇 년 만에 수다쟁이가 되어준 덕에 그것 참 많은 걸 알아냈군.”

  그렇게 말한 건혁은 마리아에게 등을 돌리고 문을 향한다. 문 앞에서 건혁은 손잡이를 잡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뭐야? 할 말이 남았어?”

  마리아의 비아냥을 들은 건혁이 입술을 깨문다. 근 비통한 표정으로 애써 말을 고르고 목소리를 고른다.

  “리더.......가 아니라고 했지.”

  “........”

  마리아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건혁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마리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놈’이 리더인가?”

  “........”

  마리아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다.

  “그래. 어지간히 절박했나보구나 마리아. 그런 미친 자식을 리더로 세우다니.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네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그렇게 차가운 말을 남기고, 건혁은 마리아를 차가운 방안에 남긴 채 방을 나선다.

  철컥,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마리아는 홀로 남겨져 미소 짓는다.

  곧이어 그녀는 소리 높여 웃기 시작했다.

  “아, 아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심문실에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아......레이첼, 올가, 호소카와.......마오.......싱, 지미, 돈, 리오, 빅토르....... 조금만 기다려줘.......”

  울고, 웃으며 그녀는 말한다.

  “이제 곧 이야....... 곧 끝나....... 이제 누구도 너흴 잊지 못할 거야....... 너희의 이름을 그들이 두 번 다시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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