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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1 파란의 입학식(2)
작성일 : 17-10-31 19:25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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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은 발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다.

 

 이미 진작에 강당에 도착해있던 수많은 신입생들이 6열종대로 서서 삼삼오오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있었다.

 

 회반죽이 칠해진 크고 하얀 천장과 대리석 벽이 좌우로 넓게 펼쳐졌고 참나무 판자로 덧댄 바닥은 청소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미끌거릴 정도로 표면이 번쩍거렸다.

 

 '강당 한번 더럽게도 크네 정말..무슨 오페라 공연장도 아니고….'

 

 혀를 걷어차며 속으로 중얼대는 태성을 곧바로 나현이 힐끗 올려다봤다.

 

 "음? 어디 불편해요 오빠?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별로.그냥 이렇게 사람많은데는 안 좋아하거든.옆이랑 뒤에선 밀치고 장난치지.사방에선 애새끼들이 시끄럽게 떠들지…."

 

 "아하핫..그야 입학식이니까요.아무튼 이제 슬슬 시작할거 같아요.우리도 얼른 가서 서요.네?"

 

 슬쩍 나현이 팔을 잡아 끌자 태성은 못 이기는척 적당히 빈 자리를 찾아 섰다.

 

 태성이 자리를 잡기 무섭게 곧바로 강당 내부를 밝히던 불이 일시에 꺼졌고 곧 강당 중심에 놓인 단상 위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왠 조그만 여자아이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으흠! 어서와라 새로운 신입생 제군들! 나는 이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의 교장인 '미성연(美成衍)'이라고 한다!"

 

 '미..미성연? 아니.생김새는 확실히 미성년(未成年)자이긴한데..'

 

 "참고로 내 나이는 올해로 40대 중반이다! 어려보이는건 조금 심하게 동안이라 그런거고 이름 가지고 실실 쳐웃는 놈들..니네 웃으면 강냉이 번쩍이는거 여기서도 다 보인다? 첫날부터 단상 위에 대가리 박고싶나 보지?"

 

 살벌하기 짝이 없는 교장의 한마디에 큭큭거리며 숙덕이던 주변의 아이들이 일시에 고요해졌다.

 

 태성의 옆에 서있던 나현 또한 킥킥거리며 웃다가 금세 입을 다물었고 태성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고수하며 교장의 얼굴만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얼굴이 대체 어딜봐서 40대 중반이란거야..끽해봐야 10살 전후같은데..불로장생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건가?'

 

 슬쩍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이내 교장의 외모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기본적으로 싯누런 금발에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 롱헤어가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보라색이 감도는 맑고 기운찬 두 눈동자,밝은 톤의 피부에선 생기가 넘쳤고 나름 격식을 차린건지 새하얀 턱시도와 흰 구두를 단정하게 걸치고 있었다.

 

 '옥의 티라면..키가 심하게 작다는 것 뿐인가? 큭큭.'

 

 가볍게 속으로 조소짓던 태성은 일순간 저도 모르게 실소가 튀어나왔다.

 

 다행히 교장은 태성의 실소를 눈치못챈듯 했고 곧 신입생들을 둘러보던 교장 성연이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소개사는 이쯤 해두고 그럼 지금부터 진짜로 입학식을 시작하겠다! 너희가 죽도록 싫어하는 형식적인 인사따윈 다 제쳐두고..일단 이 학교가 뭐하는 곳인지는 다들 잘 알고있겠지?"

 

 교장의 말에 태성은 맘에 든다는듯 고개를 한번 끄덕거렸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이곳은 히어로를 육성하는 전문학교였다.

 

 신입생들이 무엇 때문에 여기에 들어왔는지 되묻는 것은 사과가 사과가 맞냐고 묻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이곳은 너희같은 셀렉션들을 사회에서 인정받는 이능력자.즉 '히어로'로 재탄생시켜주는 곳이다.자세한 훈련일정은 배정받는 각 반의 담임교사가 친절하게 가르쳐줄거다."

 

 교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뒤편으로 대형 스크린이 지잉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곧바로 강당 천장에 매달린 빔 프로젝터가 빛을 뿜었고 스크린 안에는 떡하니 H라는 거대한 영문자와 함께 학교 내부의 여러 장소가 이미지 형태로 빠르게 나타났다.

 

 "지금 너희가 보고있는 이 이미지들은 모두 이 학교 부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보다시피 운동장,실내체육관,수영장을 비롯한 기본적인 레져시설은 물론이고 카페,영화관,DVD방에 게임방,놀이공원 등 편의시설도 잔뜩 갖춰져있다."

 

 곧장 스크린을 돌아보는 교장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크아하며 기쁨에 가득찬 함성을 질렀다.

 

 "알다시피 너희가 발붙이고 있는 이 인공섬 전체는 모두 우리 학교의 부지다.부지 내의 모든 시설들은 학교에서 따로 너희에게 부여하는 포인트를 지불하면 얼마든지 이용할수 있지."

 

 "저기..포인트라뇨? 그럼 여기 올때 가지고있던 원화는 아예 쓸모가 없는 건가요?"

 

 슬쩍 손을 들어올린 어떤 학생의 질문에 성연 교장은 곧바로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물론 원화는 이곳에서 전혀 가치가 없다.고로 여기올때 바리바리 돈 싸들고 온 녀석들은 전부 헛수고한거나 다름없지.물론 학부모들이 방문할 것을 가정해 일부 시설에선 원화도 받게 해뒀지만..끽해봐야 요식업체들,그리고 숙박업소가 전부다."

 

 "으엑..그..그럼 포인트는 대체 어떻게 버는 건데요?"

 

 "간단하다.학원 부지에서만 사용할수 있는 PDA라는 기기를 교사들이 지급해줄건데 한달에 한번 그 PDA에 일정액수의 포인트를 지급해줄거다.학기 초엔 기본적으로 한 사람당 10만 포인트.원화로 환산하면..대략 1인당 천만원 가치의 포인트가 지급될거다."

 

 "1..1인당 천만원 씩이나?!"

 

 "대박이다..천만원을 한달동안 맘대로 쓰게 해준다니! 입학하길 정말 잘했어!"

 

 금세 환호하기 시작한 몇몇 학생들이 달콤한 망상에 젖어 하나둘 넋을 놓기 시작했다.

 

 태성 역시 예상 외의 엄청난 금액에 꽤나 놀란 눈치였고 나현은 맛있는걸 잔뜩 사먹을 생각인지 게걸스레 침을 질질 흘려댔다.

 

 "어이구..아주 벌써부터 좋아죽는구만? 충고하는데 그 순간을 즐겨둬라.그리고 말하는걸 잊었는데 이 학교에 입학한 남자들! 전원이 군 면제다! 이미 입영통지서를 받은 녀석들도 벌써 처리를 끝내뒀으니 마찬가지다!"

 

 "으아아아!!!!!!!! 말도 안돼!!! 거짓말이라고 해줘 교자앙!!!"

 

 교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레와 같은 남자들의 환호성 사이로 난데없이 비명이 터져나왔다.

 

 비명의 주범은 태성에게서도 몇 블록 떨어져있던 위치에 서있었고 험상궃은 얼굴에 올빽머리를 한 건장한 남성이었다.

 

 "어이쿠..그쪽은 벌써 다녀왔나 보구나? 뭐..애초에 이 학교가 입학 연령제한이 없으니 어쩔수 없지만..어이 거기.어디서 얼마동안 꼴아박고 왔어?"

 

 슬쩍 키 큰 남자를 지목하며 묻는 성연에게 남자가 곧 처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해군수색대에서 5년씩이나 박고 왔어.근데 여기 들어오면 면제라니!! 그동안의 내 개고생이..!!!"

 

 "저런..그거 참 안됬네.뭐 너무 걱정하지마.그쪽이 소리지르는 바람에 말할 타이밍을 놓쳤지만..당연히 예비군도 면제니까."

 

 씨익 조소지으며 대꾸하는 교장의 대답에 일순간 남자의 표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뒤바뀌었다.

 

 세상이 무너진듯 절규하던 목소리도 헛기침 두어번에 낮고 중후한 톤으로 변해버렸다.

 

 "흠흠..그래.그랬군.암 그래야지..실례했습니다.계속 진행하시죠 교장선생님."

 

 "뭐..뭔가 무섭네요 저 아저씨.면제란 말에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고.."

 

 슬쩍 옷깃을 붙잡는 나현의 말에 태성은 동감이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자신은 군을 갈 나이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인생에서 제일 귀찮고 짜증나는 관문을 이렇게 간단히 무마했다는게 어쩐지 시원섭섭했다.

 

 "으흠! 자아~그럼 대충 말해줄건 다 말해줬으니 마지막으로 신입생 대표한테 대충 소감발표만 시키고 이만 마무리하도록 하겠다.신입생 대표는 얼른 단상 위로 올라오도록!"

 

 성연의 외침에 문득 학생들이 술렁거리며 자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교장이 호명하자마자 바로 단상 위로 누군가 올라와야했다.

 

 하지만 아무도 단상 위로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부대표라도 나와야했지만 부대표는 애초에 뽑지를 않은건지 호명조차 하지않았다.

 

 "어랍쇼? 어이~신입생 대표~어디로 사라졌냐? 입학식부터 지금 나 물먹이겠다는거냐? 아니면 진짜로 없는거냐? 이거 실망이네 이번 신입생들.."

 

 다소 거친 교장의 재부름에도 여전히 신입생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입학식 진행이 더뎌지자 여기저기서 곧 짜증섞인 목소리들이 튀어나왔고 태성 역시 그런 이들 중 한명이었다.

 

 "이런 니미..대표란 작자가 등교하다 사고나서 이세계에 날아갔나? 왜 쳐불러도 안나오고 지랄이야?"

 

 "그..글쎄요? 혹시 몸이 안좋아서 등교 못했다거나 뭔가 사정이 있는 건..?"

 

 "얀마.그랬으면 교장한테 벌써 연락이 갔겠지! 누가 대표인지는 몰라도 분명 어지간히도 덜 떨어진 새끼인게 분명해."

 

 "아..아니라면요?"

 

 "그럼 그냥 등신 민폐꾼인거지."

 

 담담히 대꾸한 태성은 이내 짜증섞인 얼굴로 단상 위의 교장을 돌아보았다.

 

 약간 당황한듯 미간을 찡그린 교장은 무슨 영문인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곧 그녀의 고개가 정확히 태성에게 멈춰섰다.

 

 "응? 거기 주머니에 손넣고 서있는 놈! 단상 위로 올라와! 당장! 롸잇나우!"

 

 "엑? 뭐야? 지금 나보고 말하는거야? 레알?"

 

 "그..그런 것 같은데요? 얼른 올라가봐요! 부르시잖아요!"

 

 "아니.그건 아는데 진짜로 나야?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놈이 지금 여기에 나 말고도 몇명인데.."

 

 "어이어이! 너 귀머거리냐?! 반쯤 썩은 동태 눈에 키 170 전후,팔에 천쪼가리 묶고있는 여고생 좌측 놈이라고 꼭 짚어줘야 되겠냐?"

 

 거의 정확하게 짚어말하는 성연의 말에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한방에 태성에게로 꽂혔다.

 

 '아, 시바..진짜로 나냐? X됐네.'

 

 속으로 혀를 찬 태성은 이내 도살장 끌려가는 소마냥 떠밀리며 단상 위로 걸어나왔다.

 

 "그래.이제서야 나와주는구만? 신입생 대표 일일 대타 씨? 단상 위에 올라선 기분은 좀 어때?"

 

 "어떻긴..X같..아니 기분 더럽죠.것보다도 왜 하필 나입니까? 딴 놈들도 수두룩할텐데.."

 

 뒤통수를 긁적이며 묻는 태성에게 성연은 싱긋 웃으며 태성에게 찡긋 윙크를 했다.

 

 "그야 니가 여기있는 애들 중 가장 의욕없어 보이는 놈이니까.뭐 선정기준은 내 맘대로지만 집어치우고..지금부터 여기 적힌대로만 쭉 말하고 다시 내려가봐.알겠지?"

 

 말을 마친 교장의 손엔 딱 봐도 소감문인듯한 내용이 적힌 A4용지 한장이 들려있었다.

 

 대충 내용을 축약하자면 이 학교에 입학해서 굉장히 기쁘고 앞으로 열심히 생활하겠다는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내용이었다.

 

 "지금 저더러 이걸 읽으라고요? 분량이 꽤 만만찮은데..좀 줄여서 읽으면 안되요?"

 

 "당연히..안되지.넌 지금 이 시간동안만 신입생 대표나 다름없다고.앞의 과정도 지금 무진장 내 멋대로 생략했는데 소감문까지 생략해버리는건 좀 심하잖아?"

 

 "별로 상관없지 않나요 그거..그보다 멋대로 생략한 겁니까? 원래 순서는 뭐였는데요?"

 

 "에이~자질구레한건 신경쓰지 말라고.목소리는 그냥 편할대로 내도 되니까 어깨랑 배에 힘빼고 그냥 써진대로만 읽도록 해.알았지?"

 

 성연의 마지막 대꾸에 태성은 결국 체념하며 소감문을 건네받았다.

 

 이미 강당 내의 전 학생들은 태성에게 온통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젠장할..소감 한번 드럽게도 길게 썼네.어디 두고보자 이 꼬꼬마 교장.'

 

 속으로 중얼거리던 태성은 잠시 단상 아래의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 사이에 서있던 나현이 뭔가 기대하는듯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절로 한숨이 새어나온 태성은 헛기침을 몇번 내뱉으며 나지막히 입을 열어갔다.

 

 "에..그러니까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서 정말로 큰 영광입니다.대표로 뽑힌 저는 앞으로...음.뭐 별로 크게 대단할 것도 없네요.그냥 [이하 생략]하겠습니다.알아서들 잘 부탁합니다."

 

 초스피드로 낭독을 마친 태성은 곧바로 45도 앞으로 꾸벅 허리를 굽혔다.

 

 그가 인사를 마치고 나서도 주변에는 5초 정도 정적이 흘렀고 이내 강당 내의 학생 전원이 눈을 크게 뜨며 동시에 입을 벌렸다.

 

 "에엥?!!"

 

 강당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마디 탄성에 태성은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귓구멍을 후볐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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