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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 5.역경의 셔틀소녀(5)
작성일 : 17-12-10 21:29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7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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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퍽! 우지끈! 콰직!

 

 거침없이 터져나온 타격음이 반 내부를 넘어 복도에까지 울려나갔다.

 

 순식간에 사방에서 달려든 남학생들을 태성은 보란듯히 때려눕혔고 졸지에 동참하게 된 나현도 태성 못지않게 날렵한 몸놀림과 괴력으로 남학생들을 때려눕혔다.

 

 "쿨럭쿨럭! 이 미친 새끼들! 어떻게 고작 두명이서 이 많은 인원을..!"

 

 사방에 널브러진 남학생들 사이로 반쯤 드러누워있던 반장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당장 가장 먼저 달려들었던 그는 일순간 날아드는 옆차기 한방에 맥없이 나가떨어졌고 이후에도 몇번 더 태성에게 달려들었으나 그때마다 번번히 또 얻어맞았다.

 

 "뭐 대충 정리된거 같네..자,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래? 또 악바리로 일어나서 나한테 얻어터질꺼냐?"

 

 살벌한 어조로 묻는 태성에게 반장은 갑작스레 씨익 웃더니 짐짓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던 피를 팔로 슥 닦아냈다.

 

 "키히힛.너 이 새끼..니가 누굴 건드린지나 알고서 지금 큰 소리냐? 퇴학이 무섭지도 않나보지?"

 

 "아, 그래주면야 뭐 얼마든지 땡큐지.근데 뒷일이 귀찮아지니까 지금은 됐어."

 

 "이 자식이..!! 크흐흣.뭐 좋아.나름 그 정도 깡이라면 확실히 쓸만하겠지.딱 잘라서 말하지.너 내 꼬붕이 되볼 생각없냐? 대우는 섭섭치않게 해주지."

 

 뜬금없이 권유하는 반장에게 태성은 곧장 험악하게 미간을 찌뿌렸다.

 

 "너 아까 어디 잘못 맞았냐? 다짜고짜 꼬붕이 되라니 뭔 개소리야?"

 

 "크크큭.말 그대로 내 부하가 되라는 소리지.니가 순순히 내 부하가 되준다면 특별히 퇴학시키는건 참아주도록 하지."

 

 "지랄하네.니가 내 꼬붕이 되도 시원찮을 판에 내가 뭐하러?"

 

 "이래뵈도 난 강한 놈한테 꽤 흥미가 있거든.이미 교내에서 소문이 쫙 퍼진 유명한 놈이 내 부하로 있으면 당연히 내 명성도 올라갈꺼고 말이야."

 

 "아, 그러냐? 하나도 안 미안하지만 거절하겠어.너 따위 새끼 똥꼬 닦아줄라고 여기 입학한게 아니거든?"

 

 "키킥.그럼 그냥 X되보라고.두고 봐.얼마 안있으면 넌 이 학교 부지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될테니까."

 

 재차 큭큭대며 비웃는 반장에게 태성은 한숨을 푹 쉬더니 곧바로 반장의 얼굴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단숨에 걷어차인 반장은 이내 컥하며 뒤로 무너졌고 이에 침을 한번 탁 뱉어준 태성은 힐끗 고개를 돌려 어느새 수다를 멈춘 반 여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야, 여자애들! 혹시 니네 반 담임이 와서 물어보면 지들끼리 싸우다 이 꼴 났다고 그래라.알겠어?!"

 

 "아..알았어.그렇다고 할께."

 

 "그래.그리고 연수아! 넌 이따가 점심시간에 바로 내 반으로 찾아와! 괜히 모자란 년들 사이에서 갈굼받지말고.알았냐?"

 

 "네? 그..그치만 갑자기 왜요?"

 

 슬쩍 자신을 돌아보며 묻는 수아에게 태성은 곧장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꼭 좀 물어볼게 있거든.안 오고 싶다면 딱히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안 오면 내가 직접 찾아와서 멱살잡고 끌고가겠어."

 

 "으..으와앗! 알았어요! 꼭 갈께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갈테니까 제발 그것만은..!"

 

 급히 손사래를 치는 수아에게 태성은 돌연 피식 웃더니 그대로 교실 뒷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곧바로 뒤를 따라나온 나현이 태성의 옆으로 찰싹 달라붙었고 이내 3반으로 되돌아가는 태성에게 나현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저기 태성 오빠..점심시간 때 수아는 왜 부르는 거에요? 밥이라도 한끼 쏘시려고요?"

 

 "밥은 무슨..그 녀석한테 좀 묻고싶은게 있어서 그런거야.가령 아까 나한테 지랄했던 반장에 대한 거라던가…."

 

 단숨에 대꾸하는 태성에게 나현은 슬쩍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장에 대한 거라니..갑자기 그건 왜요?"

 

 "왜긴.자기 반 여자애가 같은 반 애들한테 포인트 뜯기고 갈굼당하고 있는데 그걸 반장이란 놈이 제대로 말리긴 했었냐?"

 

 "전혀요.오히려 웃고 떠드느라 신경도 안쓰는거 같던데요?"

 

 단번에 고개를 가로젓는 나현에게 태성은 나지막히 대꾸해나갔다.

 

 "그래.그러니까 더 신경이 쓰이는거야.만약 반장이 그 수아란 애를 괴롭히는데 가장 앞장선 놈이라면 얘기가 많이 심각해질꺼다."

 

 "네?! 그럴리가요! 그래도 명색이 반장인데..!"

 

 "적어도 수아란 애 입장에선 반장이 아니겠지.아무튼 자세한건 점심시간에 물어보면 그만이야."

 

 담담히 대꾸한 태성은 걸음을 옮겨 3반으로 되돌아갔다.

 

 어쩐지 걱정 가득한 얼굴이 된 나현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고 문득 그 뒤로 슬쩍 모습을 드러낸 수아가 빠르게 멀어지는 태성과 나현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짐짓 중얼거리던 수아는 번개라도 맞은듯 멍한 얼굴로 태성과 나현이 사라진 복도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오전중에 벌어진 일대 소동으로 3반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한 반의 남학생들 거의 전체가 양호실로 실려간 폭력사태였기에 태성은 나현과 같이 교무실로 불려가야했고 채윤 선생에게 직접 꾸중을 듣게 되었다.

 

 "그래.꽤 화려하게 저질러줬던데..대체 왜 그랬냐?"

 

 "5반 쪽에서 먼저 우리 반에 무단 침입한겁니다.저한테 볼일이 있는 거 같길래 뭐냐고 물으니까 자기네 반장이 시켰다고 절 무자비하게 공격하더군요."

 

 "반장이 시켰다고? 하아..그 반은 하여튼 어떻게 되먹은 반이람…."

 

 단박에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윤이 속이 썩는듯 잔뜩 미간을 찌뿌렸다.

 

 "저..저기 선생님.태성 오빠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5반 남학생들을 전부 때려눕힌 것도 따지고보면 그쪽에서 먼저 문을 막고 저흴 공격해서.."

 

 "정황이야 나도 들어서 알고있다.아무튼 너희가 먼저 시비건 게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군.둘다 반성문 작성해서 하교하기 전에 제출하고 가도록."

 

 단숨에 처벌을 마친 채윤은 의자를 돌리며 태성과 나현에게 휙휙 손을 내저었다.

 

 곧바로 교무실을 빠져나온 태성은 마른 한숨을 푹 내쉬었고 그 뒤로 따라나온 나현 역시 잔뜩 기운빠진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결국 혼나버렸네요."

 

 "뭐 당연한 결과야.학기 초부터 다른 반 놈들이 남의 반에 무단 침입하질 않나 반 남학생들 거의 전부를 아작내놓질 않나..안 혼나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우으..그래도 어쩐지 억울해요.먼저 시비걸어온건 분명 5반 애들이었는데…."

 

 잔뜩 풀이 죽어 중얼대는 나현에게 태성은 그저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수아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태성은 곧바로 나현과 함께 반으로 되돌아갔고 이후 각자 자리에 앉아 수아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아는 점심시간이 반이나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에 슬쩍 의아해진 나현이 책상에 엎드린 자세로 슬쩍 입을 열었다.

 

 "수아가 늦네요..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낸들 아냐? 분명 점심시간에 바로 찾아오라고 했었는데…."

 

 "힝..이러다가 우리 쫄쫄이 굶겠어요.끼니는 제때 챙겨야되는데…."

 

 힘없이 중얼거린 나현의 배에서 이내 꼬륵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애써 배를 움켜쥔 나현은 어떻게든 허기를 억눌려보려 낑낑댔고 그런 나현이 일순 안쓰러워진 태성은 슬쩍 의자를 딛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아..뭐 하는 수 없지.넌 먼저 점심먹으러 내려가.난 수아 좀 찾아보고 대충 챙겨먹을께."

 

 "네? 그..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없는데..찾으러 가는거면 저도 같이 갈래요!"

 

 "괜히 옆에서 꼬륵대면 정신만 산만해지거든? 방해할 생각 말고 얼른 내려가.난 한끼쯤 굶는다고 누구처럼 죽어가진 않으니까."

 

 냉담하게 대꾸하는 태성의 말에 나현은 잠시 끙하고 고민하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반을 빠져나온 태성은 가장 먼저 5반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애석하게도 그곳에서 수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자리에 없잖아? 나름 점심시간이니 식당에 내려간건가?'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곧바로 등을 돌려 1층의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식당 안을 아무리 뒤져봐도 수아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문득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태성의 옆으로 불쑥 명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야, 반장! 왜 그렇게 두리번대고 있어?"

 

 곧바로 바짝 다가선 명희가 손을 들며 태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미 식사를 마친 듯 그녀의 손에는 이쑤시개가 하나 들려있었고 뒤따라 식사를 마치고 나온 명호가 태성과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음? 태성이 아냐? 이제 밥먹으러 온거냐?"

 

 "아, 그런 건 아니고 좀 찾는 사람이 있거든.혹시 둘다 시퍼런 단발머리에 범생이 안경낀 여자애 못봤어?"

 

 태성의 반문에 명희와 명호는 잠시 서로를 돌아보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아는 애중에 그런 단발머리 가진 애는 없는데? 그보다 너 나현이는 어쩌고 혼자서 기웃거리고 있냐?"

 

 "뭐, 사정이 좀 있거든.나현이는 그냥 먼저 식당가서 챙겨먹으라 했고 난 보다시피 사람찾기하는 중이었지."

 

 "흠..정확히 누굴 찾는건데? 이름은 알고있어?"

 

 "아, 연수아라는 녀석이야.5반 여학생인데..뭐 아는 거 없어?"

 

 다시금 되묻는 태성에게 곧바로 명희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끙하고 신음성을 흘렸다.

 

 "으음..그래도 영 모르겠는데? 너 설마 나현이 차버리고 그 수아인지 하는 애랑 몰래 데이트하려는거야?"

 

 "그럴리가 있겠냐?! 그리고 차다니 그건 또 뭔소리야?! 내가 걔랑 사귀냐?!"

 

 "음.사귀는 것까진 아니라도 거의 사귀는 거랑 비슷한 관계 아니었냐 너희 둘?"

 

 "철귀 형님까지 그런 섭섭한 소리하지 말죠? 아무튼 그 녀석 찾을 때까지 난 점심은 구경도 못한다고."

 

 "흐음~그래? 좋아! 그럼 특별히 나랑 이 근육오빠가 거들어주지! 어때?"

 

 곧바로 이어지는 태성의 대답에 명희가 피식 웃으며 명호의 가슴팍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딱히 거부할만한 이유도 없었던 태성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곧 식당을 빠져나온 3사람의 옆으로 불쑥 유사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이거 임 도령과 진씨 오누이 아니오? 어딜 그리들 바삐 가는가?"

 

 "아 씨! 깜짝 놀랐잖아 형씨! 홀연히 갑툭튀 좀 하지 말라고 몇번을 말해!"

 

 "하하핫.미안하오.그래서 어딜 그리들 가는겐가?"

 

 "태성이가 왠 여자애를 찾고있다고 해서 말이야.날 찾고있던게 아닌건 좀 괘씸하지만 재밌어보여서 같이 찾아주려고."

 

 곧바로 태성의 팔을 붙드는 명희의 대꾸에 유사범은 슬쩍 고개를 갸웃댔다.

 

 "허허.사람 찾기라? 게다가 여성이라니..신 낭자는 놔두고 설마 바람을 피우는건가 임 도령?"

 

 "아, 진짜 명희도 그러더니만 형씨까지 그러기야?! 나현이는 먼저 밥먹으라고 보냈다고! 난 그 수아란 애 찾을 때까지 그냥 점심 굶기로 했고."

 

 "허어..그런 것이었는가? 무슨 이유로 사람을 찾는지는 내 모르오만 임 도령이 하는 일이니 나도 기꺼이 돕겠소.사람이 많으면 찾기도 훨씬 수월할것 아니오?"

 

 "그렇게까진 안해줘도 되는데? 아니 뭐, 그렇다고 딱히 틀린 말한 것도 아니지만.."

 

 "뭐 어때 인마.아무튼 찾을 거라면 서둘러서 찾자고.인원도 4명이나 모였으니 분명 금방 찾아낼꺼야."

 

 이어지는 명호의 결정적인 한마디에 태성은 결국 고개를 꺾으며 GG를 쳤다.

 

 인원을 잘게 쪼갠 태성은 각자 구역을 정해 학교 내부를 샅샅히 수색하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방 찾을거란 예상과 달리 수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하아..정말 미치고 돌아버리겠네.하늘로 솟은 거도 아닐텐데 대체 어딜 간거야 이 녀석은?'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문득 발걸음을 옮겨 쓰레기들을 모아두는 분리수거장 인근까지 당도했다.

 

 넓은 평지 한복판에 세워진 분리수거장은 외부가 판넬 벽으로 둘러쌓인 일종의 격리공간이었고 일주일에 두번씩 쓰레기차가 찾아와 대량의 쓰레기들을 수거해갔다.

 

 '설마 쓰레기장에 있을 리도 없겠지….'

 

 잠시 분리수거장을 바라보던 태성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암만 모습이 안보인다 한들 인간적으로 쓰레기장에서 사람을 찾는다는건 지극히 무리수였다.

 

 - 철커덩!

 

 태성이 체념하며 등을 돌리려던 순간 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수거장의 문이 굉음을 터뜨렸다.

 

 '뭐지? 오늘은 수거일도 아닌데? 누가 쓰레기 버리러 들어갔었나?'

 

 곧바로 뒤를 돌아본 태성은 이내 문을 열고 빠져나오는 두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껄렁하게 교복 앞섶을 풀어헤친 두 학생은 태성과 눈이 마주치자 마치 맹수라도 맞닥뜨린 것처럼 흠칫 기겁했고 이에 태성은 곧장 두 사람이 5반의 학생이란걸 어렴풋히 알아차렸다.

 

 "야, 늬들! 뭔데 점심시간에 분리수거장에서 나오고 있냐? 니네 청소당번이냐?"

 

 "그..그래! 우리 둘다 청소당번이다.근데 뭐?"

 

 "흠..교실 쓰레기 버리는건 전부 하교시간 뒤에나 하는걸텐데? 암만 니네 반이 개막장이라지만 적어도 상식은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그..그야 당연하지! 제길.잠깐 담배 피우려고 들어갔던거라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애써 허겁지겁 변명하는 두 남학생을 태성은 더욱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았다.

 

 "담배..? 이런 미친새끼들을 봤나.엄연히 흡연실을 따로 학교에서 마련해줬는데 굳이 분리수거장까지 가서 피운다? 불이라도 나면 니들이 손해배상할껀가 보지?"

 

 "우..우리가 미쳤냐?! 애초에 우린 둘다 미짜(= 미성년자)라서 흡연실 이용도 안된다고!"

 

 "흐음..그러셨구만? 그럼 더더욱 문제인데? 감히 미짜 주제에 담배 피우는 것도 모자라 엄연히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분리수거장에서 몰래 흡연까지..이거 지금 나더러 고발해달라고 일부러 그러는거지?"

 

 "큭! 우..우린 그러니까..에잇 젠장! 튀어!"

 

 태성이 미처 붙잡을 새도 없이 두 사람은 태성을 지나쳐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조금은 아쉬운듯 혀를 차던 태성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곧바로 분리수거장 앞으로 다가갔고 곧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나 참..새끼들.구라를 칠꺼면 하다못해 좀 성의있게 칠것이지 왜 둘러대고..?"

 

 짐짓 궁시렁대며 안으로 들어선 태성이 순간 움찔하며 멈춰섰다.

 

 수북히 쌓여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들 사이로 전혀 이질적인 뭔가가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뭐야 저게..아냐.설마 그럴리가..저거 사람 손은 아니겠지?'

 

 또다시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서서히 쓰레기더미 앞으로 다가갔다.

 

 왠지모를 위화감과 찝찝한 불길함에 태성은 뭔가에 홀린 듯 쌓여있는 쓰레기봉투들을 치워냈고 이내 봉투를 치워내던 태성의 눈에 너무도 익숙한 얼굴의 여학생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뭐..뭐야 이게? 야! 너 연수아 아냐?! 어이! 눈좀 떠봐 인마!"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수아의 얼굴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어찌나 심하게 두들겨 맞았는지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온통 퉁퉁 부어있었고 애써 안경을 보호하려 했는지 깨지고 찌그러진 안경을 한손에 감싸쥐고 있었다.

 

 '아까 그 두 새끼들 짓인가? 아냐.만약 그랬으면 그놈들 옷에 피가 튀었을텐데 땟자국 빼곤 너무 깨끗했어.그렇다는건….'

 

 잠시 속으로 읆조리던 태성은 곧바로 수아를 부축해 냉큼 품에 안아올렸다.

 

 겨우 의식만 가늘게 유지하고 있던 수아가 곧바로 눈을 가늘게나마 치켜떴고 이내 태성을 알아챈 수아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태성에게 중얼거렸다.

 

 "어..어라? 태성..오빠?"

 

 "아, 그래.나다.상태 안좋은건 아는데 하나만 묻자..어떤 새끼냐? 어떤 새끼들이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

 

 부득 이를 가는 태성에게 수아는 잠시 울먹이더니 간신히 태성에게 입을 열었다.

 

 "..저희 반..반장 홍규혁이요.흑흑.."

 

 간신히 대꾸를 마친 수아는 이내 태성의 품에 안겨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나현 : 오 지져스.

 

 명호 : 제 무덤을 제가 팠구나.그 반장이란 놈.

 

 명희 : 왜 내가 대신 조져버리고 싶지? 와씨.오랜만에 열이 확 오르네.

 

 유사범 : 허허.다들 진정하게.죽이면 쓰나? 죽음으로 사죄하고싶을 정도로 철저히 응징해야지.

 

 나현 : 사범님이 제일 열 받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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