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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 5.역경의 셔틀소녀(2)
작성일 : 17-12-05 03:39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5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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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버거를 포식한 뒤 나현은 4교시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그냥 넘겨버렸다.

 

 반쯤 졸면서 4교시를 넘겨버린 그녀는 평소처럼 점심을 폭식했고 나름 소화도 시킬 겸 햇볕을 쬐기 위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와아~오늘 날씨 진짜 좋다.이런 날엔 태성 오빠랑 피크닉이나 가면 좋을텐데….'

 

 짐짓 뇌내망상을 펼치던 나현은 생각만 해도 즐거웠는지 헤벌쭉 웃었다.

 

 애초에 태성이 가는 곳이라면 설령 소풍을 들판이 아니라 불지옥으로 간데도 기꺼이 따라갈 그녀였다.

 

 '그건 그렇고..어디 쉬었다갈만한 곳 없나? 바로 교실에 돌아가봤자 어차피 태성 오빤 자고있을게 뻔하고..'

 

 속으로 중얼대던 나현은 곧바로 앉을만한 벤치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대기 시작했다.

 

 유독 날이 좋아서인지 대부분의 벤치나 볕이 잘드는 들판엔 이미 몇명의 학생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편히 드러누워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으으..자리찾기가 영 어렵네.좀더 떨어진 곳에 가봐야하나?'

 

 한참을 두리번대던 나현은 한숨을 쉬며 본관동 뒤쪽과 연결되는 가로수길로 들어섰다.

 

 건물에 가려져 햇빛은 덜했지만 나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이었고 곧 길 한가운데로 걷던 나현의 두 눈에 구부정히 벤치에 앉아있는 한 여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저 애는..분명 어디서 봤던 얼굴인데? 누구였더라?'

 

 짐짓 고개를 갸웃대던 나현은 문제의 여학생에게 조금 더 가까이 접근했다.

 

 청색 테의 범생이 안경과 아담하니 작은 키,헬쓱했지만 어느정도 홍조를 띄고있는 얼굴이 가장 먼저 돋보였다.

 

 입고있던 교복의 소매와 치맛자락 사이로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가 드러났고 단정히 깎은 단발머리 아래로 깊고 푸른 눈동자가 잔잔히 일렁거리고 있었다.

 

 '아, 오늘 나랑 부딪쳤던 애잖아? 저 애도 햇볕쬐러 나온건가?'

 

 슬쩍 궁금해진 나현은 곧바로 여학생의 코앞까지 성큼 다가갔다.

 

 낯빛이 어둡고 눈썹은 축 늘어져있어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표정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숨을 푹푹 내쉬던 여학생이 나현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이에 슬쩍 걱정이 된 나현은 손을 흔들며 여학생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안녕? 여기서 뭐해?"

 

 "으앗?! 놀래라..심장 떨어지는줄 알았어."

 

 "아하핫..많이 놀랐어? 미안해.엄청 축 쳐저서 앉아있길래 좀 걱정됐거든."

 

 머쓱하게 대꾸한 나현이 곧바로 혀를 빼물며 한쪽 뺨을 긁적였다.

 

 여학생은 곧바로 나현에게 옆자리를 내주었고 이에 조심스레 걸터앉은 나현이 두 손을 자신의 무릎 위로 포걔었다.

 

 "오늘 나랑 복도에서 부딪쳤던 애 맞지? 난 3반의 신나현이야.넌?"

 

 "아, 나..난 수아라고 해.연수아(淵秀娥).반은 5반이야."

 

 수줍게 자신을 소개하는 수아에게 나현은 곧장 밝게 미소지었다.

 

 "헤헷.이름 엄청 귀엽다.그보다 왜 그렇게 울상이야?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으..응.반장한테 좀 많이 혼났거든.별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반장한테 혼났다고? 선생님한테 혼난 게 아니고?"

 

 "응..우리 반은 선생님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반장이 애들을 직접 관리하거든.나름 선생님도 허락하셔서 애들도 아무 소리 못하고 있어."

 

 차분하게 대답하던 수아가 잠시 또 한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선생님이 직접 관리 안하고 반장이 관리하는거야? 반장이 만능은 아니잖아?"

 

 "으음..그건 조금 사정이 있어.알아봤자 별로 좋을 거도 아니니까 굳이 신경쓰지 마."

 

 설명을 회피하는 수아에게 나현은 되려 의심스럽다는듯 수아의 몸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얼핏 봤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수아의 팔과 얼굴에는 마치 뭔가에 얻어맞은듯 붉게 부어있었다.

 

 "으아..이게 뭐야? 완전 팅팅 부었잖아! 너 진짜 괜찮아?"

 

 "으..응.진짜로 괜찮아.바보같이 잘 넘어지고 그러거든.그래서 애들이 자주 비웃곤 해."

 

 "으음..그렇다면 다행이지만..진짜로 넘어져서 그런거야?"

 

 "괘..괜찮다니까? 내가 칠칠맞아서 그런거야.진짜로 그뿐이라고…."

 

 왠지 애매하게 말 끝을 흐린 수아가 슬쩍 자리를 딛고 일어섰다.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에 나현은 안쓰러운 눈으로 수아를 빤히 바라보았고 문득 뭔가 결심한 나현이 벌떡 일어나 수아의 오른팔을 덥썩 붙들었다.

 

 "잠깐만 기다려! 무슨 고민인지는 몰라도..같이 태성 오빠한테 가보자!"

 

 "태성 오빠? 혹시..그 소문 자자한 '이하 생략'이라는 사람?"

 

 "응! 그 대단한 사람이 무려 우리 반의 반장이라고! 일단 한번 부탁한건 무조건 해결해주는 편이니까 한번 가보자.응?"

 

 "지..진짜로? 그치만 난 다른 반 애잖아.굳이 너랑 그 사람이 해결해줄 필요는 없을텐데.."

 

 "일단 믿어보라니까? 태성 오빠는 이래뵈도 '최강의 히어로'를 목표로 하고있는 사람이라고! 최고의 히어로가 곤란한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리는 없잖아?"

 

 이어지는 나현의 설득에 수아는 마지못해 끌려가다시피 3반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때마침 태성은 나현의 예측대로 책상에 엎어져 죽은듯히 자고있었고 곧바로 태성의 앞으로 다가간 나현은 단숨에 태성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태~성~오~빠~! 잠깐 일어나봐요! 오빠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구요!"

 

 "끄으음..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 인마.난 지금 광합성하느라 안 그래도 바쁘다고."

 

 "우으! 식물도 아니면서 무슨 광합성이에요?! 얼른 일어나봐요 좀!"

 

 재차 몸을 흔드는 나현의 거친 손놀림에 태성은 결국 좀비마냥 으어어거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쩐지 공포스러운(?) 광경에 나현에게 손을 붙잡혔던 수아가 슬쩍 힉하며 기겁했고 이내 그런 수아의 뒤로 다가온 누군가가 수아의 어깨에 턱하니 손을 얹었다.

 

 "여어~ 이건 또 못보던 얼굴인데? 나현아.이 범생이 기집애는 또 누구냐?"

 

 "아, 명희 언니! 얘는 연수아라고 오늘 새로 사귄 제 친구에요!"

 

 곧바로 활짝 웃는 나현에게 명희는 검 손잡이를 짚은 채 피식 미소지었다.

 

 "흐음~ 나현이 친구란 말이지? 잘되었네.맨날 반장한테 붙어서 꽁냥대는 거도 슬슬 지겨웠는데…."

 

 "에헤헷~그야 태성 오빠가 그만큼 멋지니까요!"

 

 "저..저기 나현아.이 언니는 또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슬쩍 질문을 던지는 수아에게 나현은 곧바로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응! 이 언니는 진명희라고 엄청 유명한 언니야! 검귀라고 혹시 들어봤어?"

 

 "검귀라고..? 잠깐.그럼 혹시 무패의 여검사 검귀가 이 미녀 언니?"

 

 "오~ 날 알아봐주다니 이거 고마운걸? 그래.그 검귀가 바로 나야.앞으로도 종종 놀러와라?"

 

 시원스레 씨익 웃은 명희가 곧장 허리를 굽히며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데없는 손길에 수아는 슬쩍 얼굴을 붉히며 하으거렸고 이내 그 광경을 지그시 바라보던 태성이 심드렁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그 수아란 애.대체 몇반 애냐? 우리 반 출석부에선 본 기억이 전혀 없는데?"

 

 "아, 저..전 5반 학생이에요.복도 맨 우측 끝에 있는 반이 저희 반이에요."

 

 "흐음..그래? 그럼 그렇다 치고..용건이 뭔데?"

 

 "아, 저..저기 그러니까 전..그냥 끌려왔다고 할까..나현이가 괜히 오해해서 데려오는 바람에 강제로 들어왔다고 할까.."

 

 우물쭈물대며 망설이는 수아에게 태성은 즉시 인상을 찌뿌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말을 듣고있던 명희도 팔짱을 낀채 지그시 수아를 바라보았고 이에 더욱 긴장이 된건지 수아는 말을 꺼내려다말고 완전히 입을 다물고 말았다.

 

 "흠..이거 본인 입으론 절대 못 들을거 같은데? 나현아.니가 한번 설명해봐라."

 

 "그러게.보고있자니 답답하고 속터진다.대체 뭐하러 우리 반에 데려온거야?"

 

 곧바로 자신을 돌아보는 태성과 명희에게 나현은 머쓱한 얼굴로 빠르게 대꾸했다.

 

 "아하핫..저기 그러니까 수아가 벤치에 앉은 채로 뭔가 엄청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더라구요.그래서 혹시 뭔가 고민이 있는가 싶어서 무작정 오빠한테 데려와본거에요."

 

 "니 멋대로 추측한건 그렇다치고..무작정 데려오면 어떡하냐? 최소한 뭐 때문에 고민하고있는지는 듣고나서 데려와야지.이 멍청아!"

 

 "윽.죄..죄송해요.그치만 그냥 돌려보내기엔 너무 신경쓰이는 표정이었다구요!"

 

 "그야 인상 팍 쓰고있는데 당연히 그렇게 보였겠지.아무튼 그럼 그 고민거리인지 뭔지나 한번 말해봐.뭔지를 알아야 나도 돕든가 말던가 할거 아냐?"

 

 거침없는 태성의 대꾸에 나현은 즉시 수아를 돌아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하으거리며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수아는 뭔가 우물쭈물대며 입을 열기를 망설였고 10분 뒤 겨우 진정한 수아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태성을 바라보았다.

 

 "저..전 괜찮아요.애초에 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걸요?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저..그냥 반에 돌아가볼께요."

 

 "어라? 진짜로 괜찮아? 그러지 말고 일단 말해보는게…."

 

 곧바로 자신을 돌아보는 나현에게 수아는 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아냐.진짜로 괜찮으니까 걱정안해도 돼.신경써줘서 고마워 나현아."

 

 "흠..뭐, 그럼 나중에라도 얘기하고 싶을 때 또 찾아오라고.도움까진 몰라도 위로는 해줄 수 있을테니까."

 

 "아..아니에요 언니.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단숨에 등을 돌린 수아는 마치 누군가에게 쫒기듯 급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버렸다.

 

 졸지에 멍해진 나현은 곧장 원망스런 눈으로 태성의 얼굴을 노려보았고 이에 무신경하게 턱을 짚은 태성은 그저 심드렁한 눈으로 문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우으..정말 너무해요 오빠.그냥 툭 터놓고 한번 말해보라고 하면 됐잖아요."

 

 "되긴 뭐가 돼? 애초에 뭔 고민인지 쥐뿔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강제로 끌고 온 니가 잘못한 거잖아.나한테 뭐라할 처지가 아닐텐데?"

 

 "그건 그렇다쳐도 그 수아란 애, 낯 무지하게 가리더라? 제대로 말도 못할 정도로 낯가리는 애는 생전처음 본다."

 

 연달아 대꾸하는 태성과 명희에게 나현은 마지못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뭔가 고민이 있어보였다구요..분명 사정을 제대로 못 들은건 제 잘못이지만 그래도..이대로 그냥 보내는건 뭔가 영 신경쓰여요."

 

 "그야 그렇겠지.뭣하면 나중에 식당에 데려가서 밥이라도 한번 사줘.아니면 매점에 데려가서 간식거리 하나 쥐어주고 좀더 얘기해보던가."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태성의 말에 나현은 곧장 한손으로 자신의 턱을 짚었다.

 

 "으음..그 방법 말고는 아예 없는건가요? 다짜고짜 속사정 캐묻는 거도 왠지 좀 꺼림칙한데.."

 

 "너답지 않게 뭘 그래? 무작정 여기로 끌고온 것처럼 한번 툭 까놓고 물어봐.그래도 나름 니 친구 아니었어?"

 

 "그야 그렇지만…힝..진짜 어떻게 하면 좋지?"

 

 금세 울상을 짓는 나현을 한숨을 푹 쉰 명희가 토닥대며 달래주었다.

 

 나현이 잠시 위로받는 사이 태성은 곧장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고 이내 속으로 슬쩍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부어오른 자국이 팔이랑 얼굴에 꽤 상당하던데..그냥 어디에 잘못 박은 거겠지?'

 

 슬금쩍 속으로 중얼대던 태성은 이내 책상 위에 다시금 머리를 파묻었다..

 

 어쩐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5교시는 가뜩이나 식곤증으로 인한 졸음도 몰려오는 시간이었다.

 

 '일단 한숨 자고나서 생각해볼까..아, 그나저나 오늘 진짜로 날 끝내주네.'

 

 마지막으로 중얼거리던 태성의 머리 위로 곧장 5교시 시작을 알리는 멜로디가 울려나왔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명희 : 그렇게 쳐자고 나서 또 자냐 넌?

 

 태성 : 뭐 어때서.그러는 너도 하루의 절반은 엎어져서 자는 주제에.

 

 나현 : 그..그보다 애초에 수업시간에 자면 안되는거 아니에요 둘다?

 

 태성 : 너도 자잖아.그러다 담탱이한테 분필로 맨날 헤드샷 맞고.

 

 나현 : 저..전 자는 게 아니라 조는 거라구요!

 

 명희 : 그거나 그거나..것보다 분필로 헤드샷 날리는건 좀 피하지그래?

 

 나현 : 자면서 피하는게 제일 이상한 거라구요! 우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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