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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4 질풍의 옥상난투극(1)
작성일 : 17-11-19 15:47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4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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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하기 짝이 없는 오후였다.

 

 바람은 선선히 불어와 땀을 식혀주고 햇볕은 딱 적당할 정도의 세기로 온화하게 지상에 내리쬐고 있었다.

 

 - 퍽! 콰직! 빡!

 

 날씨에 걸맞지 않게 거칠고 묵직한 소리가 옥상 한가운데서 터져나왔다.

 

 누군가에 의해 질펀하게 얻어맞은 3명의 남자가 옥상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검은 생머리를 일자를 묶은 예리한 눈의 진명희가 서있었다.

 

 "내 참.야! 고작 그딴 실력으로 나한테 시비턴 거였냐 너네?! 또 아까처럼 발렸다네 뭐네 헛지랄 떨어보라고!"

 

 "큭..마..말도 안돼.고작 맨주먹으로 우릴 전부 꺾다니.."

 

 "젠장!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역시 검귀(劒鬼)를 건드리는게 아니었어!"

 

 급히 중얼거리며 한탄하던 두 남자를 명희는 잔뜩 미간을 구부린 채 노려보았다.

 

 지난번 모의전에서 태성에게 패배한 것을 계기로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고 옥상의 남자 3명은 그런 자들 중 가장 극성을 떨던 부류였다.

 

 그냥 의심을 하는 것만 떠나서 그들은 명희가 자신들보다도 하수인 능력자라며 멋대로 단정했고 마치 그게 사실인것처럼 다른 학생들에게 온통 떠벌리고 다녔다.

 

 "이..이런 짓을 해서 무사할줄 알아?! 니가 진짜 오해를 풀 작정이라면 우리랑 정식으로 버서스로 붙어보자고!"

 

 "하! 내가 왜? 니들같은 놈들한테 굳이 검을 휘두르면 칼날만 더러워진다고!"

 

 "뭐야?! 우리도 나름 B급 셀렉션들이라고! 무시하는거냐 지금?!"

 

 거칠게 반박하는 상대 남학생에게 명희는 코웃음을 치며 씨익 이를 드러냈다.

 

 "그야 당연하지! 애초에 늬들 나랑 싸울 때 조금씩 능력 개방했었지? 그딴 허접한걸 내가 미쳤다고 맞아주겠냐?"

 

 "허..허접이라고? 이 싸움 밖에 할줄 모르는 무식한 년이..!"

 

 "그래! 나 싸움 밖에 할줄아는거 없다! 그래서 뭐? 뭣하면 소원대로 제대로 능력 써줄까?!"

 

 거세게 일갈한 명희가 곧바로 칼 손잡이에 빠르게 손을 들어올렸다.

 

 금방이라도 목이 베일 것만 같은 공포에 남학생들은 한데 뭉쳐 히익 소리질렀고 이내 명희가 칼을 뽑으려는 찰나 그녀의 등뒤로 난데없이 고함이 터져나왔다.

 

 "잠깐 기다리시게!"

 

 '뭐야? 갑자기 무슨..?'

 

 곧바로 등뒤를 돌아본 명희의 위로 문득 인영(人影)이 하나 드리워졌다.

 

 정확히 머리 위로 뛰어오른 한 사람의 사내가 정확한 착지 동작으로 명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그를 바라보던 명희는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건 또..넌 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훈수질이야?"

 

 "듣던대로 입이 참 험하군.그 자들이 대체 무슨 대죄를 졌길래 두들겨패고 칼까지 뽑으려 한단 말인가?"

 

 나지막히 반문한 사내가 곧바로 팔짱을 끼며 슬쩍 고개를 들어올렸다.

 

 착지하느라 구부렸던 허리를 펴자 명희보다도 조금 더 큰 키에 훤칠한 이목구비가 돋보이는 보기드문 훈남이었다.

 

 눈 한쪽을 가릴 정도로 덥수룩히 자란 커피색 더벅머리에 마치 학과도 같은 눈매를 지녔고 죽죽 뻗어나간 팔다리가 입고있던 푸른 철릭(=택견꾼들이 즐겨입는 전통 한복의 일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쪽 일 아니니까 신경끄셔! 보아하니 그냥 말리려고 나온 것 같은데 사정도 모르면서 끼어들지마!"

 

 "그야 인간으로써 당연한 도리 아닌가? 그 자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네만 그렇다고 해서 소저가 멋대로 그들을 벌할 권리는 없네!"

 

 "아~진짜 짜증나게 하네.이 새끼들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나 알아?! 실력이 구라라느니 검귀란 칭호도 사실 멋대로 지어낸 중2병 칭호라느니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고!"

 

 "그야 오해해서 그런 걸수도 있지 않나! 충분히 말로 풀어도 될 상황이라고 생각하네만?"

 

 "말로 푼다고? 지랄 육갑을 하네! 이 새끼들같은 노답들은 말로 해도 들어쳐먹지를 않으니까 이러는거 아냐?! 시비도 애초에 지들이 먼저 걸었거든?"

 

 잠시 언쟁을 주고받던 명희는 곧바로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더 이상 뭣도 모르고 참견하는 남자와 말을 섞을 마음도 없었고 그저 자신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린 세 꼴통들을 어서 묵사발내버리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충고하겠네.그만두고 그들을 보내주게.잘못을 범했어도 처벌은 학생회가 할 몫이지 소저가 할 일이 아닐세."

 

 "아, 시끄러워! 계속 참견질하면 이 새끼들이랑 똑같이 만들어버린다?!"

 

 "허.이런 막무가내가 다 있나..굳이 그렇게 폭력을 휘둘러야 정녕 직성이 풀리겠소?!"

 

 "시끄럽다고 했잖아.이 사극배우 새끼야!"

 

 - 쉭!!

 

 눈 깜짝할 순간 열불이 확 치솟은 명희가 의문의 사내에게 검을 휘둘렀다.

 

 홧김에 뽑아든 검이 곧바로 사내의 면전으로 날아들었고 그 순간 번개같이 몸을 숙인 남자가 명희의 아랫배에 손바닥을 내질렀다.

 

 - 팡!!

 

 "끄학?!"

 

 일순간 제대로 배를 얻어맞은 명희가 움찔하고 뒤로 밀려났다.

 

 단 한번 맞은 것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전신이 욱신거리며 통증을 호소했고 갑작스레 벌어진 싸움에 벌벌 떨고있던 세 남학생은 후다닥 줄행랑을 쳐버렸다.

 

 "젠장..무슨 짓거릴 한거야? 내 배에 뭘 꽂아넣은거냐고!"

 

 "별거 아니네.기공을 조금 손바닥에 응집시켜 그대로 소저의 몸에 밀어넣은 것일 뿐이지."

 

 "기공이라고..? 미친..무슨 옛날 중국영화도 아니고…."

 

 거칠게 혀를 걷어찬 명희가 곧바로 이를 갈며 또 한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명희의 앞에 선 남자 역시 양 손을 앞뒤로 펼치며 다리를 슬쩍 앞으로 뺀 기묘한 자세를 취했고 눈동자에 맑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작자도 셀렉션인 모양이군..기공이라고? 뭔진 몰라도 별로 대단한 능력은 아닌 것 같은데..'

 

 짐짓 속으로 중얼대던 명희는 일단 남자의 실력을 떠보기로 했다.

 

 재빠르게 몸을 회전시킨 그녀는 곧바로 사내에게 세차례 칼을 휘둘렀고 남자는 이를 단지 발만 움직여가며 여유롭게 피해냈다.

 

 "하! 제법하는데? 내 검을 보지도 않고 피해내다니..!"

 

 "이래뵈도 나 역시 무예(武藝)에 전념하는 몸이오.소저가 검에 매진했듯 나 역시 수련에 힘썼을 뿐."

 

 "아, 그러셔? 그럼 이건..어때?!"

 

 짐짓 피식 조소지은 명희가 자세를 낮추며 단숨에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바로 정면을 베어낸 명희는 그대로 쌍수도를 현란하게 휘두르며 의문의 사내를 몰아붙혔고 이에 사내는 여전히 보법 만으로 공격을 흘려내며 끊임없이 명희의 몸을 주시했다.

 

 '기분나쁠 정도로 잘 피하네 이놈! 제길! 입만 산 훈수꾼은 아니라 이거지?'

 

 속으로 혀를 찬 명희는 더더욱 세차게 검을 휘두르며 남자의 하반신을 공략했다.

 

 한차례 휘몰아치듯 검을 휘두르던 명희는 곧바로 남자를 뒤편의 펜스까지 몰아붙힌뒤 검을 교차해 X자로 휘둘렀다.

 

 - 스겅!!

 

 단숨에 베어져나간 펜스의 일부가 아랫쪽의 인도로 떨어져내렸다.

 

 분명히 남자가 베였을거라 생각한 명희는 또 한번 피식 조소지었고 그 순간 명희의 등뒤로 슥 나타난 사내가 명희의 아랫쪽 허벅지를 걷어찼다.

 

 - 뻑!!

 

 "큭?!"

 

 단숨에 정강이를 얻어맞은 명희가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사내는 곧장 주저앉은 명희의 다른쪽 정강이를 호되게 걷어찼고 단숨에 그녀의 턱을 차올렸다.

 

 - 빡!!

 

 순식간에 턱을 걷어차인 명희가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다.

 

 마치 대형 트럭에라도 치인 듯 그녀의 머리가 일순간 멍해졌고 이내 옥상으로 다시 떨어져내리려는 그녀에게 의문의 사내가 흡사 에너지파를 쏘는 자세로 양손을 확 펼쳤다.

 

 - 후왁! 펑!

 

 거세고 묵직한 바람이 명희의 온몸을 강타하며 뒤로 휙 날려버렸다.

 

 크게 뒤로 날아간 명희는 간신히 땅을 굴렀다가 칼을 지면에 박으며 겨우 중심을 잡았고 이내 명희의 앞으로 달려든 사내가 명희를 향해 세찬 발길질을 퍼붓기 시작했다.

 

 - 훙! 후욱! 훅!

 

 '젠장! 하나하나가 죄다 묵직하고 빨라! 잘못 맞았다간 단숨에 어디 하난 부러지겠어!'

 

 무섭게 퍼부어지는 연속 발차기를 명희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의문의 남자는 두 다리를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 명희가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찼다.

 

 몇번의 타격을 허용한 명희는 이내 사내가 내지른 옆차기를 칼을 교차해 막아냈고 곧 뒤로 주욱 밀려난 명희에게 남자가 단호하고도 나지막히 입을 열어왔다.

 

 "아직도 더 싸울 맘이 남았는가? 분노가 진정되었다면 어서 칼을 거두고 물러나게."

 

 "쳇.진정될리가 있겠냐? 망할 사극배우 새끼..덕분에 오히려 투쟁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고!"

 

 "이거야 원..그렇게 두들겨 맞았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가? 참 골치아픈 소저로군."

 

 "누가 할 소릴..!!!"

 

 단숨에 이를 부득 간 명희가 또다시 남자에게 돌진했다.

 

 이제와서 꼬리를 말고 칼을 집어넣는건 그녀의 체면이 용납하지 않았고 더불어 태성과는 다른 의미로 강한 남자의 실력에 조금은 흥미가 돋기 시작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새끼랑은 꼭 결판을 내고 말겠어!'

 

 거친 호승심과 투쟁심이 곧바로 명희의 뇌리를 온통 집어삼켰다.

 

 살벌하게 조소지은 명희는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할수없을만큼 빠르게 검을 휘둘렀고 남자는 여전히 그런 명희의 검을 휙휙 잘만 피해갔다.

 

 '어디까지 그렇게 피해갈건지 한번 시험해주마!'

 

 거칠게 속으로 중얼거린 명희의 검이 곧장 사내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휘릭 재주를 넘은 남자는 여전히 단호한 눈으로 명희를 노려보았고 곧 또다시 구석에 몰린 남자에게 명희가 흡사 맹수와도 같은 기세로 세차게 달려들었다.

 

 "받아봐라..!! [오의] 벽해(劈海)!"

 

 기합을 지른 명희의 두 검이 일순간 시퍼런 섬광을 내뿜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과연 이 사극배우(?) 씨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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