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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29.내가 너무 예뻐서 놀란 거예요?
작성일 : 17-11-06 18:08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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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야, 어때? 그럼 나랑 프로그램 같이하는 거지?

 

  "……."

 

 전화기 속에서 자신을 재촉하는 연주의 목소리를 들고 제이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 우리 둘이 프로그램하면 정말 잘 될 거야.

 

 갑작스럽게 전화를 건 낯선 번호를 보고 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저번에 치킨 배달원과 관련돼서 언짢은 일도 있었고, 원래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않아서 제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집에 철수도 있으니까 별일 없겠지라는 생각에 제이는 전화를 받았다.

 

 대뜸 전화를 건 연주는 제이에게 새로 시작하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고맙긴 했지만 어쩐지 조금 떨떠름했다.

 

  "……어떤 프로그램인데?"

 

  - 사람들이 '경쟁'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우리 둘이서 뽑은 마술지망생들을 훈련 시켜서 서로 경쟁을 붙이는 거지.

 

 '경쟁'이라는 단어에 제이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

 

  - 어때? 괜찮은 아이디어 아니야? 분명히 시청률도 잘 나올 거야.

 

  "……글쎄."

 

 사실 제이는 '마술사학교'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우승하였지만, 그 속에서 있었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서로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경쟁을 다신 하고 싶지 않았던 제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왜 진짜 좋은 아이디어잖아. 우리 아빠랑 아는 PD님이 기획하신 건데, 네가 꼭 프로그램에 출연해 줫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

 

  "내가 꼭?"

 

  - 응, 정말이라니까.

 

  "어떤 PD님인데?"

 

  - 너도 잘 아는 PD님이야. 최재천 PD님이라고 알잖아.

 

 '최재천'이라는 이름을 듣고 제이가 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안타까운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 어때? 괜찮지? 그럼 같이 하는 걸로 하는 거다.

 

 제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연주야. ……음, 난 좀 그래. 별로 출연하고 싶지 않아."

 

  - 뭐? 왜?

 

 연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사실 난 마술지망생들을 굳이 '경쟁'시킨다는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려."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연주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제이는 계속 말문을 열었다.

 

  "사실 난 마술지망생들에게 경쟁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어. 서로서로 적으로 삼는 것이 마술 실력을 더 뛰어나게 하는 것도 아니잖아."

 

 입시 위주의 교육에 질려서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았던 제이는 '경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얼떨결에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에 나가기는 했지만, 제이는 촬영하는 내내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었다.

 

  - 경쟁이 싫다고? 뭐야. 너 그동안 잘했잖아. 경쟁해서 '마술사학교'에서 우승까지 한 애가 왜 그래?

 

  "……."

 

 제이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설명해도 제이의 말을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연주에게 말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데 자신이 없었다.

 

  "연주야, 근데 너 이 일로 전화한 거였어?"

 

  - 응.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연주의 목소리를 듣고 제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전화를 한 연주의 목소리를 듣고 난 정말 반가웠는데.

 

 예전에 우리 같이 서로 마술을 보여주고 트릭 맞추기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때를 떠올렸는데.

 

 다시 예전처럼 연주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제이의 생각은 무참하게 깨져버렸다.

 

  - 진짜 너무하다. 윤재이.

 

  "어? ……응?"

 

 제이가 놀라서 눈꺼풀을 깜박거렸다. 스피커로 연주가 속사포처럼 발을 쏟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 솔직히 너도 '마술사학교'에서 우승하고 나서 CF도 많이 찍고 돈도 많이 벌었잖아. 새로 프로그램을 하면 마술지망생들한테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도 될 텐데.

 

 사실 네가 원하는 건 네가 유명해지는 거잖아.

 

 연주의 타박에 제이는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그동안은 한 번도 전화하지 않다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전화하는 연주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 정말 그러면 안 되지. 안 그래? 혼자 잘되고 나서 그렇게 발 빼면 안되는거야.

 

 내가 잘되자마자 뒤에서 내 욕을 하는 너는 뭔데.

 

  "……."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제이는 거실에 나와 있는 철수가 신경 쓰여서 콕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 응? 제이야. 그러니까 한 번만 더 생각해봐. 알았지? 아잉, 제이야.

 

 연주가 귀여운 척하며 아양을 떠는 목소리에 제이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항상 애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연주의 태도에 헛웃음만 나왔다.

 

  "……응, 그래. 한 번 생각해볼게."

 

 겨우 연주와의 통화를 마친 제이는 잘근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전화번호를 새로 바꾸어야 할 것 같았다.

 

 

 

 ***

 

 

 

  "무슨 안 좋은 일 있습니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제이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네?"

 

  "표정이 조금 안 좋아 보여서 묻는 거예요."

 

  "아, 그게……."

 

 머릿속으로 연주가 자신에게 했던 제안을 생각하고 있던 제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프로그램 하나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요? 잘됐군요. 무슨 프로그램 입니까?"

 

  "그게 또 서바이벌 경쟁 프로그램이에요."

 

  "……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그냥 요즘에 하는 흔한 경쟁 프로그램이죠. 대신 다른 점이 있다면 저랑 연주가 마술사 지망생들의 멘토를 해주는 거예요."

 

  "……아, 저번에 공연장 앞에서 봤던 하연주 씨 말입니까?"

 

 제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철수는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는 PD님이 제가 꼭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대요."

 

  "……제이는 어때요?"

 

  "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철수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제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 PD가 제이가 출연하는 걸 원한다고 하더라도 제이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죠."

 

  "……그렇죠."

 

  "제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

 

 제이는 잠시 집게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두드리면서 시선을 위로 올렸다.

 

  "사실 저한테 부탁하셨다는 PD님이 굉장히 저한테 잘해주셨던 PD님이시거든요."

 

  "좋으신 분이시군요."

 

  "네, 그래서 출연하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왜요?"

 

 제이가 잠시 머뭇거리자 철수가 괜찮다는 듯이 고갯짓을 했다.

 

  "경쟁이라는 게 정말 무서운 거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하는 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이는 허심탄회하게 '마술사학교'에서 경쟁을 하면서 겪었던 마음고생을 철수에게 털어놓았다.

 

 철수는 운전하면서도 제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그녀가 고통받았다는 소리에 안타까워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때 했던 마음고생을 떠올리자 침울해진 제이는 씁쓸한 표정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마술은 즐기면서 배우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에 마술을 배우는 게 너무 좋아서 시작했거든요."

 

  "……."

 

  "물론 독학으로 하느라 처음에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술사학교'가 끝나고 제이는 다시는 경쟁 프로그램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재천 PD님의 부탁이라는 사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최재천 PD님이 저한테 엄청 잘해주시긴 하셨는데……."

 

 볼에 빵빵한 바람을 불어넣은 제이가 힐끔 철수를 바라봤다.

 

 제이와 눈이 마주친 철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왜요?"

 

 눈을 동그랗게 뜬 제이가 다시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었다.

 

  "제이가 신세를 졌던 분의 프로그램이라면 경쟁 프로그램이라도 다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그런가요?"

 

 철수의 말을 듣자 또 금세 마음이 흔들린 제이는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네, 그래요.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핵심은 '경쟁'이 아니라 '멘토'인 것 같아요. 마술사 지망생들이 제이같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도 크나큰 복일 거예요."

 

 철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한 제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이도 지금처럼 훌륭한 마술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옆에 윤백룡이라는 훌륭한 멘토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분명히 제이라면 잘할 거예요."

 

 철수의 말에 제이는 멋쩍은 듯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자, 그럼 다 왔어요. 내려요."

 

  "여긴 어디예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나서 철수는 갈 곳이 있다며 제이를 태우고 밖으로 나왔다.

 

 대뜸 철수에게 끌려온 제이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대답 없이 안전띠를 풀고 혼자 내린 철수는 제이가 탄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일단 내려요. 안에 들어가 보면 알게 될 거예요."

 

 

 *

 

 

 갤러리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철수와 제이를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손님."

 

  "여성복 코너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성복은 저기 안쪽에 있습니까. 안내해 드릴까요?"

 

  "아니요. 됐습니다."

 

 철수가 저벅저벅 거침없는 걸음으로 여성복이 있는 안쪽 코너로 들어갔다.

 

 제이는 얼른 그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소근거렸다.

 

  "철수 씨, 백화점에는 왜 온 거예요?"

 

  "제이가 마음에 드는 거로 골라봐요."

 

  "네?"

 

 당황한 제이가 우뚝 걸음을 멈추자 거침없이 걸어가던 철수도 걸음을 멈춰세웠다.

 

  "왜요. 여기에 있는 옷이 다 마음에 안 들어요? 다른 곳으로 갈까요?"

 

 철수는 정말로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아서, 제이는 덥석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아니에요, 그건 아닌데……."

 

  "여기는 VVIP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대로 골라요."

 

 그러고 보니 한참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갤러리아에는 철수와 제이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왜 저한테 옷을 사주시려는 거예요?"

 

  "일주일 뒤에 FISM(세계 마술 대회)이 서울에서 열립니다. 그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술사들이 다 모일 겁니다."

 

 작게 탄성을 내지른 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그곳에서 아빠를 죽인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겠군요."

  "……그렇죠."

 

 단번에 그의 속내를 알아챈 제이가 기특한 듯 철수는 다시 한번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FISM에 가서 입을 옷을 골라봐요."

 

 고심 끝에 옷을 고르고 탈의실에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제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철수의 앞에 섰다.

 

  "어때요?"

 

 소파에 앉아서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철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두근두근.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시선이 닿자 자신의 심장이 쿵쾅대는 것이 느껴졌다.

 

 제이를 위아래로 훑어본 철수가 놀란 듯이 살짝 입을 벌렸다.

 

 이상한 기대감에 표정이 밝아진 제이가 다시 한번 물었다.

 

  "어때요? 괜찮아요?"

 

  "제이."

 

  "……네?"

 

  "웃기려고 입은 건 아니죠?"

 

 제이가 살짝 옆으로 그를 흘겼다.

 

  "뭐예요. 기껏 신경 써서 입고 나왔는데,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요?"

 

  "……흠."

 

 손으로 턱을 받친 철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제이를 바라봤다.

 

  '이게 정말로 이상한가?'

 

 고민 끝에 고르고 골라서 맞춰 입고 나왔건만 철수가 보기에는 영 아닌 것 같았다.

 

  "저기요."

 

 철수가 오른손을 들어서 갤러리아 직원을 불렀다.

 

  "지금 여기 계신 여자분에게 어울리는 옷 좀 추천해 주세요."

 

 철수의 말에 제이는 어색한 미소를 띠면서 갤러리아 직원과 눈을 마주쳤다.

 

 

 *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서 잡지를 뒤적거리던 철수가 살포시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그런 말도 안 되는 옷을 입고 오다니.'

 

 심사숙고해서 옷을 고르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간 제이는 정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났다.

 

 방울이 달린 검정 모자와 소매가 툴립 모양으로 넓은 블라우스에 승미 바지 같은 검정 바지를 입고 나온 제이는 그야말로 패션테러리스트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어쩐지 요상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제이는 나한테 귀여운 여동생일 뿐이야.'

 

 그래, 그것이었다.

 

 제이를 향한 자신의 감정은 단지 그뿐이었다.

 

 절대 제이를 생각할 때마다 자신의 입가에 웃음이 띄워지는 것은 사랑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제이가 귀엽고 깜찍하니까 그런 것일 뿐, 자신이 그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철수 씨."

 

 드디어 탈의실에서 나온 제이가 경쾌한 목소리에 철수를 불렀다.

 

 새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제이를 보고 철수는 손에서 들고 있던 잡치를 떨어트렸다.

 

  "뭐예요. 혹시 내가 너무 예뻐서 놀란 거예요?"

 

 제이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철수는 어색하게 웃음만 터트렸다.

 

  "어때요?"

 

  "……."

 

 철수는 말없이 제이를 위아래로 훑었다.

 

 우아하게 비즈로 장식되어있는 드레스는 제이를 떠올리고 디자인한 것처럼 그녀와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쇄골부분을 시스루룩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고급스러우면서 뇌쇄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화이트 드레스였다.

 

  "그런데 이거 너무 화려하지 않나요? 레드카펫 위에서는 여배우들이 입는 옷 같아요."

 

  "아니요. 좋습니다. 어차피 요번 해에 서울에서 열리는 FISM(세계 마술 대회)은 파티 형식으로 열린다고 하니까 잘 어울리는 옷이에요."

 

  "……그래요?"

 

 하지만 제이는 처음 입는 드레스가 어색한 듯 거울로 그녀의 모습을 비춰봤다.

 

 그녀의 매력을 잘 살려주는 드레스를 입은 제이를 보고 철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걸로 하죠. 얼마입니까? 계산은 이걸로 하겠습니다."

 

 철수는 품 안에 있는 지갑을 꺼내서 블랙 카드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아, 저기 그게 계산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째서죠?"

 

 옆에 있던 제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직원이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 드레스가 윤제이 씨한테 너무 잘 어울려서 우리 백화점에서 그냥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니, 그래도……."

 

  "아닙니다. 윤 제이 씨가 FISM(세계 마술 대회)이라는 큰 행사에서 입으시면 저희도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이득이지요."

 

 제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철수를 바라봤다.

 

  "옷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누가 입느냐고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제이 씨가 우리 백화점 옷을 입어주신다면 그것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철수는 한사코 거절하려는 제이를 눈짓으로 말리고 받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확실히 여기 백화점이 보는 눈이 있군요."

 

 결국 철수가 제이를 대신해서 직원이 내민 종이가방을 받았다.

 

 

 *

 

 

  "정말로 그냥 주실 줄 생각도 못 했어요."

 

 제이는 무릎 위에 올려진 종이 가방을 보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옷은 누가 입느냐에 따라서 품격이 달라지니까요. 제이가 그 옷을 입는 것이 그 옷에게도 좋은 일일 겁니다."

 

 철수의 너스레에 제이는 어이가 없었지만,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머금었다.

 

  "근데 아까 제가 입은 옷이 그렇게 이상했어요?"

 

  "그렇게 이상하진 않았습니다."

  "그럼요?"

 

  "그냥……."

 

 철수가 더 말을 잇지 않자 제이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뭐예요?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아닙니다."

 

 말할 듯 말듯 속내를 털어놓지 않은 철수를 보고 제이는 피,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치사해.'

 

 맨날 자신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절대 자기 속내는 들키지 않는 철수가 얄밉게 느껴졌다.

 

  '……정말 얄미워.'

 

 고개를 휙 돌린 제이는 창문을 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허름한 중국집에서 다시 모인 종석과 태춘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철수'라는 새끼말이야. 그 새끼가 요즘 내 뒤를 캐고 다니는 것 같아."

 

 종석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강철수'라면 '말디'의 대표이사를 말하는 건가?"

 

  "그래, 그 새끼가 요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은백룡의 죽음에 무슨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떠벌리고 다니나 봐."

 

  "……후우."

 

 종석은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지금 종석의 눈앞에 다가온 산은 너무나도 크고 높은 로키산맥이었다.

 

  "안 그래도 강철수가 윤제이랑 친하게 붙어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많이 불안하다 했는데, 그런 짓을 하고 다녔던 모양이군."

 

  "그래, 이봐. ……하종석."

 

 태춘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종석을 바라봤다.

 

  "내가 잡히면 나 혼자 감방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 명심해."

 

  "……그, 그, 그럼, 그럼. 당연하지. 우린 한 배를 같이 탄, ……아니, 한 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잔뜩 살기가 어려있는 태춘의 눈동자를 피하면서 종석은 고량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종석에게는 철수의 손발을 대신 묶어 줄 만한 힘과 머리를 가진 사람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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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눈을 뗄 수 없는 여자 2017 / 11 / 1 12 0 7755   
11 11.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당신 2017 / 11 / 1 19 0 8472   
10 10.당신이 내 곁에 없다면 2017 / 10 / 31 18 0 8112   
9 9.혹시 나 좋아해요? 2017 / 10 / 31 18 0 8653   
8 8.불안한 사각관계 2017 / 10 / 31 13 0 8381   
7 7.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것 2017 / 10 / 31 20 0 8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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