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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소녀 류하 시리즈
작가 : 루날
작품등록일 : 2017.7.9

비정한 청부업자들과 범죄조직들이 판치는 부산을 배경으로, 오갈 데 없는 한 소녀가 방황한다. 무기력하고 무감정한 소녀가 거친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성장하는 하드보일드하고 피카레스크한 이야기, 지금 여기서 개막.

 
8 – 소녀와 홍차는 어울리지 않는다
작성일 : 17-07-09 20:47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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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사실 제가 태어나서 처음 들은 밴드 음악이 라디오헤드에요. 중1때 저랑 친했던 녀석이 딱 한 명 있었죠. 뭐, 그렇게까지 친한 건 아니었는데. 녀석한테 라디오헤드 음반 중에 OK Computer. 이 음반을 처음 소개받았어요. 나름대로 인터넷에 가사도 쳐가면서 검색해봤는데 꽤 좋더라구요.

 

 

 뭐, 그러던 중에 녀석이 설득했죠. 학교 끝나고 밴드 공연 보러 가자고. 그땐 오빠한테 생활비 받던 시절이니 돈도 꽤 있었거든요. 중학생이 돈 쓸 데가 뭐가 있겠어요. 취미도 없는데.

 

 

 그렇게 해서 클럽에 갔죠. 미성년자 입장 불가라고 해놨는데 대학생이라고 박박 우기니까 들여보내주더라구요. 어느 밴드였냐구요? 기억 안 나요. 일단 부산 밴드는 아닐 걸요. 나중에 부산에서 그 밴드를 본 적이 없으니까. 어쩌면 지금은 해체했을지도 모르죠. 밴드 오래 유지하는 게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니까.

 

 

 그 밴드는, 뭐였더라. 무슨 사이키델릭 개러지 댄스 락인가 하는 밴드였어요. 친구 말로는 줄줄이 이름 늘어놓고 했는데 그땐 그냥 ‘아, 신나는 노래구나.’ 했죠. 연주가 대단한 밴드였어요. 지루한 학교생활 따위와는 천지차이가 나는 밴드였죠.

 

 

 그냥, 생각해보세요. 멋지잖아요. 중학생이 보는 밴드의 모습이란 게. 막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고, 다들 좋아해주고. 사랑받고. 저는 그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그리고 그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부러웠어요. 뭔가를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게. 솔직히 학교에서 저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잠깐만, 그 클럽 같이 갔다는 친구는? 개랑은 어떻게 됐어?”

 

 

 한현이 완성된 런던 포그를 내오며 물었다. 나는 목이 타서 런던 포그를 한 모금 마셨다. 런던 포그의 흐릿한 맛이 희미한 추억을 떠올려냈다.

 

 

 “그 녀석은 얼마 안 가서 전학 갔어요. 밴드 해보기로 결심했을 때는 그 녀석은 이미 연락이 끊어졌어요.”

 

 

 

 

 뭐, 그래서 악기를 고르는데 베이스를 고르기로 했어요. 뭐니뭐니해도 일단 연주 입문도 쉽고 자리 구하기가 쉽다고 정평이 나있더라구요. 그런데 혼자 연습하는 게 베이스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을 거에요. 기타가 솔로치고 있을 때 베이스는 근음만 둥둥둥둥 치고 있어야 하니까.

 

 

 아무튼 싸구려 베이스를 샀어요. 나름 독학이지만 열심히 연주했어요. 솔직히 학교에서 공부도 안 하는데 그 시간 전부 베이스 생각하는 데 썼어요. 어떻게 하면 이 코드에서 저 코드로 자연스럽게 옮길까. 같은 것도 생각했구요. 솔직히 학원다녔으면 좀 더 일찍 잘 치게 됐을 것 같은데, 독학으로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자. 이제 악기를 대강 칠 줄은 알게 되었으니 밴드를 해야 할텐데 우리 학교엔 밴드부가 없었어요. 죄다 재미때까리라고는 없는 범생이들 뿐이었죠. 애초에 선생들이 밴드같은 이상한 거 못하게 막아놓기도 했구요. 염병할, 고작 고등학교 잘 가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어차피 뺑뺑이 돌리면서. 뭘 열심히 하든 고만고만한데 갈 텐데.

 

 

 그래서 그냥 밴드 씬에 나가보기로 했죠. 그때가 중2때였는데, 누가 미쳤다고 중학생을 밴드에 받아주겠어요. 그래서 고등학생인 척 했어요.

 

 

 잠깐만, 웃겨요? 고등학생으로 안 보인다고? 뭐, 솔직히 말해서 다들 입으로 말만 안 했다 뿐이지 속으로는 고등학생 아닌 거 다 알고 있었을 걸요. 뭐, 고등학생 아닌 거 뻔히 보이는데다가, 고등학생이라도 끼워줄까 말깐데 어떻게 제가 자리를 구하겠어요. 그래서 했던 게 그냥 커버밴드들 빈자리 땜빵이었어요. 뭐, 마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교 공부보다는 좀 재밌더라구요.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건 재즈 하는 사람들이랑 친해지면서였죠. 재즈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저씨들이었는데, 재즈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주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랑 세션 하면서 커버밴드들 근음셔틀을 좀 벗어났죠. 같은 베이스 치는 사람도 좀 보면서 실력도 붙고.

 

 

 어느 날, 부경대 클럽에서 연주하는 날이었어요. 어쩐지 그날따라 연주가 잘 되더라구요. 재즈 연주하던 중이었는데, 다른 악기 솔로들 워킹 베이스로 받쳐주다가 제 차례가 돌아오면 다른 악기들 다 조용한 와중에 솔로 베이스. 하필 딱 그때가 좋은 베이스를 사고 나서 첫 공연이었어요. 저기 있는 저 베이스 있잖아요. 워윅에서 나온 건데 제 몸집에 비해선 좀 큰데 소리가 묵직하고 좋거든요.

 

 

 솔로는 성공적이었죠. 땀 흐르는 거 슬쩍 닦고 다시 주제부로 돌아가서 화려하게 마무리. 관객들도 다들 좋아했고, 이쯤 되면 할 일 다 했다 만족하면서 전 녹초가 된 채 주저앉았죠. 딱 공연 끝나고 인사하는 시각이기도 했고.

 

 

 공연 끝나고 음료수라도 마시면서 집에 돌아갈 체력 채우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라구요. 잘생긴 남자였어요. 얼굴 반반한 새끼였죠. 개가 처음엔 제 베이스 실력을 칭찬하더라구요. 나이 어린 것 같은데 잘 친다면서. 전 얼떨결에 그러려니 했죠. 잘생긴 사람한테 칭찬받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그러더니 그 사람이 갑자기 제 손을 끌어안고 같이 밴드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구요. 저는 무슨 그게 고백같은 건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쓸데없이 순진했죠. 다른 사람과 함께 밴드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완전 떠돌이였으니까요. 이 밴드 셔틀하고, 저 밴드 셔틀하고.

 

 

 그래서, 부끄러워서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 게 재앙의 시작이 될 줄은 전 진짜 몰랐어요.

 

 

 

 

 그 새끼는 얼굴도 반반하고 성격도 좋아서 인기가 생기려고 하는 녀석이었죠. 개러지 록 하는 녀석이었는데, 기타 실력은 고만고만했는데 톤을 잘 뽑는 녀석이었어요. 작곡 실력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구요. 적어도 우리가 펑크다 하면서 막 나가는 이상한 녀석은 아니었죠.

 

 

 이상하게도 베이스보다 드러머를 먼저 구했더라구요. 베이스보다 드러머가 더 귀할텐데. 사실 요새는 기타랑 드러머만으로도 밴드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드러머는 제가 들어온 게 불만이었나봐요. 굳이 쓸데도 없는 베이스를 데려왔다고.

 

 

 뭐, 그래도 연습은 열심히 했으니까요. 첫 공연까지는 열심히 했죠. 세션이면 모를까 다같이 밴드를 한다고 하니까 재밌었어요. 뭔가를 함께 하는 게 상상이나 되요? 제가? 게다가 개러지다 보니 그렇게 어려운 곡들을 하는 것도 아니었구요. 뭐, 제 기량을 드러낼 일이 없는 건 좀 불만이었지만.

 

 

 그렇게 해서 첫 공연까지 무사히 끝났어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지. 드러머는 계속 메이저로 나가고 싶어하더라구요. 막 슈퍼스타 K같은 데 나가자고. 돈이 벌고 싶었나봐요. 밴드로 돈 벌 바에야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지. 멍청한 새끼.

 

 

 전 반대했어요. 겉으론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사실 중학생이니까. 걸리면 죽는데 메이저로 나가면 그거 다 뽀록나잖아요. 전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았어요. 하루하루 그냥 평소대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기타 치는 애가 저랑 드러머 사이에 있었죠. 그 새끼가 수명을 연장시킨 셈이에요, 어쩌면. 하지만 결국 그 새끼가 모든 걸 파탄냈죠.

 

 

 그 새끼는 생각해보면 처음 만날 때부터 저한테 찝쩍댄 것 같아요.

 

 

 밴드 연습 끝나고부터 그 새끼는 계속 절 어디론가 데려갔죠. 카페, 식당, 뭐 이런 곳. 굳이 연습이 아니라도 자주 불러냈어요. 계속 뭘 사주니까 그냥 따라가기는 했는데 괜히 기분이 나빴죠.

 

 

 그러다가 그 새끼가 자기 사는 곳으로 불러냈을 때 전 거기서 관뒀어야 했어요, 그.

 

 

 아, 모르겠다. 씨발. 말하기 싫어요. 대충 말 안해도 알 것 같으니까 그냥 알아들으세요.

 

 

 그 새끼는 저한테 그 짓을 하려고 했어요. 전 그 새끼 아가리 한 대 후리고 빠져나왔죠. 그리고 모든 게 끝났어요. 모든 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드러머한테 말하니까 드러머 새끼가 그 순간만큼은 제 맘에 들게 행동하더라구요.

 

 

 그 새낀 중학생 건드렸다고 소문 나서 씬에 다시는 발도 못 붙이게 됐죠.

 

 

 하지만 씬에 발 못 붙이게 된 건 저도 마찬가지였죠. 중학생인 거 다 뽀록났으니까. 게다가 괜히 이상한 소문에 엮인 애랑 일하기 싫은 사람도 많았으니까요. 심지어는 내가 먼저 꼬리쳤다는 개새끼들도 있었고. 결국 아무도 저한테 연락하지 않게 됐어요.

 

 

 버려졌죠.

 

 

 단물만 실컷 뽑히고. 그게 몇 달 전이에요.

 

 

 이젠 아무도 밴드에 끼워주지도 않았고, 연락도 안 오고. 전 그냥 다시 학교로 와야 했어요. 그동안 뭐 하고 싸돌아다녔냐는 선생들 구박이나 들어야 했죠. 모든 게 끝났어요. 행복의 나라에서 쫓겨난 거죠.

 

 

 나중에 들으니까 그 기타 치던 새끼는 죽었대요. 자살했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그 새낀 남을 죽였으면 죽였지 자살할 새끼는 아니었죠. 누가 죽였는지 짐작 가더라구요. 확실히 우리 오빠가 유능하기는 했나 봐요.

 

 

 

 

 날 추락에서 끌어올려 줘

 날 연못 밖으로 끌어올려 줘

 나는 너의 슈퍼히어로

 우리는 벼랑 위에 서 있어1)

 

 

 

 

 “그래서,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뭔데?”

 

 

 틀어놓은 음반은 어느 새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 트랙이 마지막 트랙이었다. 런던 포그도 이미 다 마신 지 오래였고, 해도 슬슬 저물어가고 있었다.

 

 

 “몰라요. 그냥 짜증을 털어놓을 필요가 있었나봐요.”

 

 

 나는 일어나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바쁜 듯이 움직이고 있다. 그 군중은 하나의 무리와 같다. 같은 세상 속에서 하나의 무리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그 속에 나는 없다. 저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나는 다른 세상이다.

 

 

 “그거 알아요? 전 지금 제가 세상에서 사라진 기분이에요. 발붙일 곳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어요. 그런 제가 여기에서 뭘 더 기대해야하죠? 행복? 평범한 일상? 그건 이미 다른 세상 이야기에요.”

 

 

 나는 한현을 돌아보았다. 나는 한현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도 쉽게 대답할 만한 문제가 아닐 테니까.

 

 

 “미안해요. 헛소리가 길었어요. 이제 제가 복수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겠나요? 그건 저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그나마의 고리에요. 그러니까 전 매달려야겠어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게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지는 제가 결정하는 거죠.”

 

 

 

 

 

 

 

 1)Radiohead – Lucky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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