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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37 화. 부끄러워서 두 번은 못 하니까 잘 들어요
작성일 : 17-07-17 16:47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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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37 화. 부끄러워서 두 번은 못하니까 잘 들어요

 

 

 

 지원은 술에 취해 쓰러진 세희를 데리고 회사로 왔다.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몇 번을 흔들어 깨웠지만 정신을 못 차리는 탓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었다.

 

 주말이라서 회사 건물은 온통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단 한 곳. 지원의 사장 전용 객실만이 그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장소였으니. 그가 세희를 보쌈 해 갈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 할 만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 언제 정신이 든 건지 세희가 지원의 등 뒤에서 꼼지락거렸다.

 

 "우와.. 등 넓다..."

 

 그녀가 베시시 웃으며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등에 더 파고들었다.

 

 뒤에서 꼼지락 거리며 웅얼거리는 그녀가 귀여웠지만, 그는 목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와 체온. 그리고 또 다른 것에 온 신경이 쏠려 지금 이 상황을 좋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른 것이라 함은, 세희의 움직임과 함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감촉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지라, 마음과는 달리 몸은 솔직했다.

 

 '끄응.'

 

 하지만, 그 몸의 반응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이 그에게는 아직.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성'.

 

 한숨이 절로 나왔다.

 

 슬슬 그의 몸에서 사리를 만들기 시작하는 구나.

 

 세희를 만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고행 길의 시작인 것을 그는 꿈에라도 알까?

 

 

 

 객실로 들어온 지원은 세희를 침대에 눕혔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눈물이 그녀의 눈에 맺혀있는 게 보여 손을 들어 닦아주었다.

 

 그녀가 얘기했던 결혼 준비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아마 그것은 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일과 무관하지 않겠지.

 

 강 회장은 지원의 결혼을 그의 계획대로 진행시킬 생각인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의견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강 회장의 행동에 처음으로 답답한 마음이 든 지원이었다.

 

 한 번도 강 회장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한 적 없는 그였다. 강 회장의 말을 잘 따르면 언젠가 그가 인정해줄 거라는 생각은 헛된 꿈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가 그의 말을 따르면 따를수록 강 회장의 욕심은 날로 커져만 갔고. 결국 그에게 무리한 일까지 강요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강 회장의 말에 제 의견을 말하지 못한 그의 탓도 있었다. 만약 그가 강 회장에게 거부의 의사를 피력했다면 일이 달라졌을까?

 

 글쎄. 강 회장은 이미 너무 많은 세월 동안 회사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상태였고. 회사가 그의 전부인 만큼 그는 속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멈추고 싶다. 아니, 멈춰야 한다.

 

 며칠 전에 장 비서로부터 강 회장과 M 호텔 민 회장이 작년 말부터 자주 만나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세희에 대한 그의 마음을 인정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그 보고를 받고도 애써 무시했다.

 

 그때의 그는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설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았으니까. 세희가 그와 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은 바라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그가 이렇게 우유부단한 마음가짐으로 그녀를 만나기 시작한다면, 결국 그는 또 한 번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마는 꼴이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그의 여자. 그의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는 그였다. 비록, 세희를 강 회장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지킬 것이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의 손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다.

 

 그의 결혼 상대가 누군지를 먼저 아는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 회장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손으로 이 일을 멈추고자 했지만, 일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미 터진 상태였다.

 

 

 

 

 

 ***

 

 

 

 

 

 지원이 잠든 세희의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진 사이, 세희가 잠결에 뒤척였다.

 

 “음...”

 

 아직 그녀의 반전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지원이 생각에서 빠져나와 자리에서 일어선 후 세희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곁에 계속 있고 싶지만, 출근 준비를 위해서라도 가야 했다.

 

 뒤로 돌아 문을 향해 발을 내딛으려던 그의 뒤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더워...”

 

 세희는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인데, 그 증상이 술을 먹고 나면 더 심해진다. 그녀는 지원이 꼭꼭 덮어준 이불을 발로 찬 후, 입고 있던 상의를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지원이 다시 뒤로 돌아 세희를 내려다보았다.

 

 지원은 이번에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술집에서 보다 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는 애써 뽀얗게 드러난 살결을 무시하며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되어 다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툭-

 

 그러자 그가 이불을 덮어주기 무섭게 발로 차버리더니, 아예 침대 한 가운데로 굴러 대(大)자로 편하게 눕는 것이 아닌가.

 

 “세희 씨 이불 덮고 자야죠.”

 

 “...더워...”

 

 지원은 다시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려 했지만 그녀의 밑에 깔려있는 이불을 빼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그녀가 잠에서 깰 것 같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고, 드러나 있는 살을 가리기 위해 옷을 내려주려니 다시 한 번 그 유혹적인 광경을 눈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눈을 감고 손의 감각에 의지한 상태로 그녀의 상의를 내려주면 어떨까?

 

 젠장. 그랬다가는 더 걷잡을 수 없는 불이 번지고 말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벌떡.

 

 지원이 머리를 굴리며 낑낑대는 동안, 세희가 갑자기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강지원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한 번 볼까?

 

 상의를 올려 배를 드러낸 것도 모자랐는지, 세희는 이제 런닝을 제외한 옷들을 벗기 위해 몸을 꼼지락거렸다.

 

 ‘헉!’

 

 “세희 씨... 이러면 감기 걸려요. 그러지 말고 다시 누워요.”

 

 지원은 위로 승천하려는 그녀의 옷자락을 손에 꽉 쥔 채,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원은 세희가 술기운에 저 말들이 들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그녀는 무의식 상태라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한 사람은 벗으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걸 말리려고 씨름을 하는 사이, 생각대로 안 되는 것에 불만이 생긴 세희가 잠결에 지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윽...”

 

 세희의 운동신경은 몸이 술에 절어서도 여전히 쌩쌩하기만 했다.

 

 욱신거리는 얼굴을 문지르던 그의 시선은 이리저리 허공을 맴돌다 한 곳으로 끌리듯이 움직였다. 자꾸만 점점 드러나기 시작하는 세희의 여린 살결에 눈길이 절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원 역시 여느 20대처럼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혈기왕성한 남자였으니까.

 

 길게 늘어뜨린 칠흑 같은 검은 머리가 새하얀 속살과 대조되어, 그녀를 더욱 유혹적으로 만들었다.

 

 꿀꺽-

 

 눈에 비치는 영상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연애의 '연'자도 모르는 남자를 무릎 꿇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 남자는 시각적인 것에 약하다고 했던가.

 

 

 

 그러나.

 

 강지원을 평범한 남자로 봤다면, 큰 오산이다.

 

 미치겠다. 그는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여기서 계속 있다가는 서로 취한 상태여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을 못하겠는데, 저 모습을 그냥 지나치려니 그녀가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도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가슴 한 구석에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오기까지 했다.

 

 '그냥 덮쳐.'

 

 싫다. 그에게 있어서 죽기보다 더 싫은 게 분위기에 쓸려 일을 내는 것이었다. 한 번도 여자를 앞에 두고 이런 마음을 품어본 적 없는 그에게 지금의 감정은 낯설기만 했다.

 

 술에 취한 세희 씨를 안는 것보다는 참는 게 훨씬 나아. 이 정도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지원은 뜨거운 한숨을 뱉은 뒤 이를 악물고 그녀에게로 달려들었다. 지금은 단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었다.

 

 “세희 씨, 힘쓰게 된 건 미안해요.”

 

 그는 세희를 자리에 다시 눕힌 뒤, 관성을 이용하여 그녀의 밑에서 이불을 순간적으로 빼돌렸다. 그녀의 몸이 살짝 허공에 떴다 내려앉았다. 언제 또 그녀가 옷을 벗으려고 몸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신속해야 했다.

 

 다음, 이불을 넓게 펴서 그녀를 그 위에 올린 뒤 돌돌 말아 자리에 눕혔다. 마치 김밥을 말듯이.

 

 

 

 아아, 강지원 이 바람직한 남자 같으니!

 

 그는 상황을 종료 시킨 뒤 새근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든 세희의 옆에 털썩 누웠다. 무슨 여자가 그렇게 힘이 센지. 그의 힘에 저항하고자, 발차기로 허벅지를 가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무조건 때리고 보는 그녀였다.

 

 아, 물론 중요한 그 부분은 어떻게 알고 쏙 피해갔지만 말이다.

 

 지원은 숨을 고르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 여자한테 다시는 술 먹이나 봐라.’

 

 그는 이 날 이후로 그녀의 입에 술 한 방울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천 번 넘게 되새겼다.

 

 “잘 자요. 세희 씨.”

 

 쪽-

 

 그는 세희의 달콤한 입술에 굿 나잇 키스를 했다.

 

 

 

 

 

 ***

 

 

 

 

 

 뭔가 이상하다.

 

 그녀의 몸이 그녀의 몸이 아닌 듯, 온 몸은 무언가에 칭칭 묶여있는 것 같았고. 또 자신의 몸 위에 뭔가가 있는지 철근에 깔린 것보다는 약하지만, 답답했다. 잠결에 뒤척이던 그녀가 얼굴을 찌푸렸다.

 

 등은 또 왜 이렇게 폭신하지?

 

 게다가, 머리도 지끈거리는 것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다.

 

 그런 그녀의 머릿속으로 희미하지만 아주 약하게 어젯밤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아, 나 어제 술 마셨지 참.'

 

 술...?

 

 그녀가 잠에 취해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뜨며 자리에 누운 그 상태로. 잠시 멍하게 있었다.

 

 자신은 칵테일 한 잔만 먹었던 기억은 있어도, 이렇게 머리가 깨질 정도로 마신 기억이 없다. 어떻게 된 거지?

 

 세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있는 곳은 온통 새하얀 천으로 둘러싸인 밀실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꿈인가?

 

 아니다. 꿈인가 싶어 볼도 꼬집어 봤지만, 볼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꿈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고. 숨이 조금 막히는 것을 보니 자신은 지금 어딘가에 꽁꽁 묶여 갇혀있는 듯 했다. 갑갑했다.

 

 나가야 했다.

 

 

 

 세희는 애벌레가 웨이브 춤을 추듯 온몸을 흔들며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후아."

 

 여긴 어디?

 

 그녀가 지원이 꽁꽁 싸맨 이불 속에서 겨우 빠져나오자, 다음으로 그녀를 멘붕에 빠뜨린 것은 호텔 객실의 풍경이었다. 순간 '나는 누구?'라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질문을 던질 뻔 했으나, 그녀는 육체를 이탈하려는 영혼을 겨우 부여잡고 눈을 굴려 이곳이 어딘지 살펴보았다.

 

 그녀는 분명히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아, 지원의 술병을 가져와 마시기 시작한 시점부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집에 어떻게든 들어갔겠지 했는데, 내가 어떻게.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러고 보니, 객실의 인테리어가 왠지 낯익은 것 같지만 뭔가 조금 달랐다. 당연했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회사 내에 있는 객실이었고, 인테리어가 조금 다른 것은 방주인의 정성이 들어간 그만의 장소였으니까.

 

 오늘.. 무슨 요일이더라?

 

 술을 먹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생각하는 속도마저 조금 둔해진다. 세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월요일.. 월요일? 으악!"

 

 그 놈의 술이 왠수지. 한참이 지나서야 요일 파악이 끝난 그녀는 여기가 어딘지,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일단 출근을 무사히 마치고 따져도 늦지 않는다.

 

 일단은 살고 보자.

 

 

 

 세희는 머리가 아픈 것도 잊을 만큼 급했다. 부랴부랴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정돈하던 그녀는.

 

 툭.

 

 어떤 단단한 생물체의 강한 힘에 의해 다시 자리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출근을 하려면 눈앞에 있는 늑대에게서 살아남는 것이 먼저일 듯 싶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몸이 절로 긴장이 되며 빳빳하게 굳었다. 뭐야?

 

 얇은 시트를 통해 느껴지는 감촉이 단단했지만, 따뜻했다. 설마...

 

 "... 어디 가려구요?"

 

 지원이 잠에서 막 깨어나 깊게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설마 했던 납치범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왜 여기에?

 

 지원은 세희의 잠든 모습을 보다, 새벽동이 틀 때가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세희의 꿀렁거리는 웨이브 춤만 아니었다면 그는 평소처럼 쉽게 깨지 못했을 것이다. 잠깐 잔다고 눈을 붙였는데 웬일인지 푹 잘 수 있었다. 어제 들었던 세희의 고백에 마음의 긴장이 무너진 탓이었나 보다.

 

 역시. 이세희는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여자였다. 그의 눈빛에는 이제 더 이상 냉기 가득한 날카로움이 담겨있지 않았다. 한 여자로 인해 바뀌어버린 남자의 눈동자 속에는 한없이 따뜻한 온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원이 세희의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주며 그녀를 그의 밑으로 당겨왔다.

 

 ㅁ.. 뭐야?

 

 갑자기 그의 아래에서 그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자, 그녀는 속으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만 벙긋 거렸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분위기가 나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험했다.

 

 세희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그에게 물었다. 한 번도 그의 은근한 눈빛을 본 적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야릇하지만 아직은 야릇하다고 할 수 없는 자세에 긴장이 된 탓에. 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저.. 여기 어디에요?"

 

 지원이 세희의 얼굴 옆으로 양 팔을 지탱하며 몸을 더욱 가까이 당겨왔다. 그의 얼굴에는 짓궂은 미소가 가득했다.

 

 기억 못한다 이거지?

 

 "아.. 세희 씨 기억 안 나요? 여기 회사에 있는 제 방인데... 어제 세희 씨 술 먹고 취한 이후에 진짜 최고였어요. 잘 생각해봐요."

 

 그녀 역시 자신이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버리면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익히 알기에 딱히 뭐라 반박은 못하고 식은땀만 삐질 삐질 흘리며 그와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 그래도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지라,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는 단 일 퍼센트의 확률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어제 제가 무례를 범하지는 않았죠?"

 

 제발 그렇다고 해주세요.

 

 "저런, 정말 기억 안나요?"

 

 

 

 지원이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서로의 날숨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주 가까이. 그의 눈앞에 세희의 탐스러운 입술이 있었다. 그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고, 입가에는 아까보다 더 짙은 짓궂음이 가득 묻어있었다.

 

 끄덕끄덕.

 

 세희가 정말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맑은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가 귀여워서 놀리는 것은 그만하고 입에다가 뽀뽀해주고 싶었다.

 

 "세희 씨가 어제 나한테 고백한 것도 기억 안 나요? 나 섭섭해지려고 그래요."

 

 지원이 상처받은 강아지 흉내를 냈다.

 

 강아지는 무슨. 이제 눈을 뜨기 시작한 늑대구만.

 

 여기 늑대에게 잡혀버린 또 하나의 가련한 먹잇감이 하나 있다.

 

 세희가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고백이라니... 무슨...."

 

 "설마 지금 후회하는 건가요?"

 

 그가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를 재빠른 손놀림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

 

 그는 쑥스러움에 세희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이 진심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어, 부끄러움은 잠시 저 편으로 밀어둔 채 그녀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부끄러워서 두 번은 못하니까 잘 들어요. 나도.. 세희 씨 좋아해요."

 

 "......"

 

 "그리고 이것도 부끄러워서 자주는 못해요."

 

 지원이 세희의 부드러운 입술을 입에 살짝 머금은 뒤 놔주었다. 그가 그녀에게 웃어주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뒤에 맛 본 입맞춤은 달콤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한 건지, 그들이 함께 있는 객실의 공기가 따뜻한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지금 이 순간, 가슴에 퍼진 서로의 온기가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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