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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귀한 여자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7.1

본격 여주 여왕되는 이야기.
환생물, 당찬 여주. 스윗 남주. 힐링, 성장물.
(주의 : 흐름상 남주가 살짝쿵 늦게 등장.)

엄마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살해당한 뒤 환생해서도 여러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여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자 만나게 된 여러 인연을 통해 점점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남주, 충성스러운 시녀 등등.)


(제 멜주소와 트윗 주소 입니다..ㅎㅅㅎ
pang_0315@naver.com / @aSweet_world )
*트위터에는 업뎃 소식이 올라온답니다 ㅎㅎ

 
11.
작성일 : 17-07-06 14:37     조회 : 66     추천 : 2     분량 : 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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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메리!!! 미쳤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건지를 깨닫자마자 체통도 잊고 메리를 향해 빽 소리를 지르며 급하게 나무통 밖으로 다리를 옮겼다.

 

  ‘이렇게 맹한 시녀가 있나!!!’

 

  응접실에서 기다리게 해야지 여기까지 데리고 오다니!

 

  슬리퍼를 거칠게 신고 욕실로 가기 위해 발을 옮기는 데 발바닥에 물기가 잔뜩 묻어있어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발바닥이 슬리퍼에 미끌렸다.

 

  “엄마야!!!”

 

  -콰당!!

 

  아주 부끄러운 자세로 대리석 바닥에 엉덩이를 내려 찧었다.

 

  “아으.......”

 

  그러나 지금 문제는 부끄럽다는 게 아니라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는 사실이었다.

 

  ‘아 미친 내 엉덩이....... 아 더럽게 아파.......’

 

  “으.......”

 

  “괜찮으십니까?”

 

  “괜찮나?”

 

  “누나 괜찮아?”

 

  언제 다가 왔는지 불청객 셋이 바로 앞에서 내게 안부를 물어댔다.

 

  “....... 리오.......”

 

  “어! 왜! 누나! 못 일어나겠어? 업어줄까?”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쉴 새 없이 묻는 리오에게 목소리를 낮게 깔고 한 단어 한 단어 정성을 담아 대답했다.

 

  “당장 안 나가면 다시는 못 들어오게 될 줄 알아.”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진 리오가 벌떡 일어나서 달려 나갔다.

 

  “내, 내일 봐 누나!”

 

  그리고 리오가 나가도 여전히 멀뚱멀뚱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머지 둘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일. 다. 시. 오. 세. 요.”

 

  황자의 시선이 내 드러난 허리와 다리에 고정돼 있는 게 아주 신경 쓰였다. 레이몬드가 먼저 정신을 차렸는지 알겠다고 죄송하다고 하며 멍해 있는 황자를 데리고 돌아갔다.

 

  이제 다음은,

 

  “메리, 이리와.”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메리에게 부축을 받아 욕실로 발을 옮기며 물었다.

 

  메리에게 아주 경을 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대답을 들어보니 메리의 잘못이 아니었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시녀를 한 명만 쓰고 있는 내 탓이었다.

 

  상황은 대충 이랬다. 메리가 한참 부엌에서 일을 하는 도중 복도에서 소리가 나길래 나가보니 리오가 나머지 불청객 둘을 안내하며 이미 뒤뜰로 발을 들이밀던 중이었다고.

 

  정황상 리오 녀석이 방에 내가 없고 메리도 안 나오니 자기가 멋대로 날 찾으러 작은 궁 안을 돌아다닌 모양이었다.

  저랑 나랑 아무리 친해도 그렇지, 이렇게 생각 없는 행동을 하다니. 내일 단단히 뭐라고 주의를 줘야할 듯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철없이 구는 리오를 따라온 2황자의 행동도 황당하게 느껴지긴 매한가지였다. 레이몬드는 2황자가 하자는 대로만 하는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나머지 둘은 얼마나 오냐오냐 자란건지 주인도 없는 궁을 활보하고 다닌단 말인가? 수재라더니 기본 상식도 없는 건가.

 

  셋의 발개졌던 얼굴이 다시 떠오르며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물론 난 그다지 보수적인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다리나 배꼽 좀 보여준 것쯤이야 아무렇지 않지만 문제는 상대방이 그것을 섹슈얼한 느낌으로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정말 불쾌한 일이었다.

 

  “짜증나네.”

 

  욕실에서 머리를 박박 문질러 씻고 나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침대에 앉아 다시 찬찬히 생각해보니 내 불쾌함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리오야 미성년자인데다 제국에서나 메이븐에서나 말썽쟁이 막둥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궁에 들락거리든 말든 큰 이슈는 아니었다. 그런데 성년이고 황태자로 책봉될 지도 모른다는 2황자가 내 궁을 방문한다는 건 충분이 의미를 부여할 거리가 된다.

 

  “와.......”

 

  ‘알고도 그랬으면 보자. 이안 헤로우 델렌스카이 버만.’

 

  침대에 매달려 있는 줄을 잡아당겨 메리를 부르자 메리가 풀이 죽은 얼굴로 나타났다. 아까 저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일 식료품 받으러 가는 날이지?”

 

  “네.......”

 

  “아까 일은 네 잘못 아닌 거 알았으니까 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고개 들어.”

 

  “하지만....... 저한테 화나셨잖아요.......”

 

  “너한테 화 안 났어.”

 

  “정말이세요...?”

 

  “... 내가 너한테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니?”

 

  내 물음에 메리가 고개를 번쩍 들고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리고 곧 내 말의 의미를 깨닫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신뢰감을 가득 담고 있는 눈빛이었다. 전생에 부하 직원들에게 익숙하게 받았던 눈빛.

 

  본지가 고작 7년인데 저런 눈빛이라니. 사람은 결코 믿을 게 못되는데 말이다.

 

  “내일 식료품 받으러 갈 때, 아침 일찍 가지 말고 아슬아슬한 시간에 가.”

 

  “네.”

 

  메리가 내 말에 왜 그러냐는 의문을 표하지도 않고 오히려 한 마디라도 놓칠 새라 열심히 경청했다.

 

  “그리고 다른 하녀들이나 하인들이 얘기하는 걸 귀담아 들어와.”

 

  “네.”

 

  “특히 2황자와 아리아드네에 대해 하는 얘기들. 반드시 기억해와.”

 

  “네!”

 

  메리가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제 방으로 돌아갔다. 메리가 가끔 맹할 때가 있긴 하지만 결코 멍청하지는 않으니 이정도 심부름은 잘 해내서 돌아올 것이다.

 

  내가 7년 동안이나 왕성 내에서 큰 간섭 없이 조용히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비천한 신분이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5년 전 베로니카와 크게 부딪혔던 일이 있은 이후 내가 눈에 띄지 않으려 갖은 노력을 했기에 조용히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왕의 자식이라곤 이 궁 안에 8명밖에 안 되는데, 누군가가 내 존재를 일부러 수면 아래로 덮어버리지 않는 한 이렇게까지 묻혀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이런 위치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바로, 그 여자다.

 

  베로니카. 똑똑하진 않지만 권모술수에 아주 능한 인간이다. 5년 전,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가 왜 비천한 내게 경쟁의식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나를 철저히 짓밟는 데 성공한 그 여자가 여전히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괜히 그 여자의 눈에 잘못 띄었다가 적당한 때 궁을 떠나고자 하는 계획이 큰 차질을 빚을 수가 있었다.

 

 

 *

 

 

  메리가 내 말대로 해서 가져온 소식은 내게 매우 불리했다.

 

  “그 말 확실해?”

 

  “네.”

 

  “.......”

 

  시기가 안 좋았다.

 

  아리아드네와 베로니카가 사절단의 일정을 매일 함께하며 제국 일행과 친분을 다졌다니. 베로니카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절단과 동행해야 할 의무가 없는 아리아드네가 굳이 함께 했다는 것은 확실히 의미가 있었다.

 

  “메리, 그럼 다른 건? 혹시 2황자가 다른 왕녀의 초대를 받아 궁에 방문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

 

  “네. 다들 아리아드네 공주님께서 더 엘더른의 2황자께 시집가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만 했지, 2황자께서 공주의 궁에 방문하셨다는 이야기는 없었어요.”

 

  “음.......”

 

  정말 상황이 안 좋았다. 누군가의 초대에 응했다면 분명 말이 나왔을 터, 큰 가십거리가 될 만한 이야기가 아직도 잠잠하다는 것은 2황자가 어떤 공주의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성격 급한 아리아드네가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을 리도 없고.

 

  “무도회. 메리. 무도회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안했어?”

 

  “아, 들었어요. 무도회에는 많은 분들이 출석하고 계시는데 리오 황자께서는 첫날 얼굴만 비추시고 돌아간 후 오지 않으셨다고 했고요. 이안 황자께서는 매일 오시기는 하는 데 거의 왔다가 바로 가신다고 했어요.”

 

  오긴 매일 오는데, 왔다가 바로 간다고?

 

  “이안이 누구랑 춤췄다는 이야기는 없었어?”

 

  “네. 황자께서 오셨다가 정말 금방 돌아가시기 때문에 아무와도 춤을 추지 못하셨다고 했어요.”

 

  이안 버만....... 대체 뭐하는 인간이지? 진짜 고자인가?

 

  2황자에 대한 얘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혔다. 제국의 사절단으로서 넘지 말아야할 선을 아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는 느낌이랄까.

 

  사절단 대표로서 무도회에는 참석하는 것이 예의이긴 했지만 무도회까지 와서 춤도 안 추고 그냥 가다니. 상식적으로 무도회에 가면 춤을 한 번은 추는 게 맞지만 꼭 춰야만 한다는 법 또한 없었으므로 그것으로 트집 잡을 수는 없는 일이고, 다른 것을 찾아봐야 하는 데 그렇다고 황자가 무도회에 오지 않은 것도 아니고. 게다가 매일매일 참석하기까지 하고 있으니.

 

  황자는 정말 딱 경계에 서서 행동하고 있었다. 뭐라고 하고 싶지만 막상 따져보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그런 경계.

 

  ‘지능적인데?’

 

  “아주 지능적인 싸가지 없음이야.”

 

  “네?”

 

  “......."

 

 문제는 2황자가 그런 인간이라는 게 아니라, 아리아드네가 2황자를 찍었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다.

 

  “아 미치겠네.”

 

  2황자가 내 궁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지금쯤이면 베로니카와 아리아드네의 귀에 들어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 인간은 도대체 뭐 하러 왔던 거지?’

 

  사람을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다니. 행동을 그렇게 불도저같이 하면서도 욕을 안 먹는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왕궁은 잘생겼다는 것만으로는 다 용서되지 않는 곳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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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seohee 17-09-17 02:30
 
마음이 있으니깐 방문한거지,  설마 곤란하게 하려고 왔을까!  남주의 순정을 너무 모르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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