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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달라지는 사실, 엇갈리지 않기를
작성일 : 17-07-27 20:32     조회 : 10     추천 : 0     분량 : 1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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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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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조금씩, 못쓰는 사람이 되어간다..'

 

 

 

 

 

 커서를 힘겹게 옮겨, 적은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만에..... 한참을 더듬거려..... 적은거라고는 단 한줄이었다.

 

 

 

 옆의 창에 내 얼굴이 비친다.. 얼굴은 움푹 패인 곳이 유난히 많아져 더는 예전만하지도 않다..

 

 나는 하민이한테 늘 마른꽃이라 했었지만... 지금은 내가 그냥 말라버린 식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꽃조차 되지 못할지도.... 그럼에도 장하임은 언제나 나를 작약이라고 불렀다.

 

 

 꽃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 그 화려하고 빽빽한 꽃잎이 가득한, 잉글리쉬 로즈보다 풍성한 잎으로 향내를 내는

 

 그 꽃을 , 꼭 닮았다고..

 

 

 나를 그리 불렀다.

 

 

 ..

 

 나는 다시 생각을 의식적으로 닫고서 멍하니 꽃을 바라본다..

 

 

 

 

 다시 책을 내가, 쓸수 있을까? 가늠해 본 것이었다고나 할까... 쓰면서도 나는 조금은 예전같지 않은 감각에 놀란다.

 

 

 

 

 

 새벽녘의... 아직은 캄캄한 하늘을 바라본다... 밤이 길어졌다.. 강비서는 컴퓨터를 가져다 놓곤

 

 내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든 쓰실수 있도록 설치해 두었다는 말 만 하고는 글을 쓰라고

 

 내게 압박도 하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두루뭉슬한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악몽을 꿔서 아예 일어나 있었다..... 이러니 하루가 멍할 뿐이다...

 

 이 단 한줄의 문장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테지...

 

 

 

 

 어머니가 다녀 가신 후- 그 돈인지 막아주는 명목인지 역겨워서 구역질이 다 나는게 내 방어막이랍시고

 

 내게 온 그 순간 이후-나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버티기든, 뭐든- 내가 조용히 살려면 뭐든지 다 해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안 만나려고 갖은 수를 다 쓰던 , 화를 낼것 같아 피하고 피하던 김박사를 만났다.. 첫 만남은 김박사가 찾아 왔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차 한잔을 마셨다. 그도 내게 묻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 첫만남에서 일어나면서 내게 딱 한마디를 건냈다.

 

 

 

 "장하임양을 만났었단다."

 

 

 

 

 

 그는 내 얼굴을, 몹시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보고도 견딜수 없단 듯한 표정으로-....

 

 그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 혼자 오래도록 생각하였다.... 김박사는 무슨 말을

 

 

 그녀에게 해 주었을까? 그보다 어떻게 그녀를 만났을까? 대체 어떻게?

 

 

 내가 못나서.. 내가 용기가 없어서 그녀를 잃었다. 그러니 포기하라 했을까.....

 

 

 화는 나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그러나 제이미의 충고는 옳았다. 하민이는 빛나는 애 였지만 날 고통스럽게

 

 하고 싶진 않았을 거란 말.. 그러니 장하임을 잡으라던 그 말-...

 

 

 나는 눈을 감았다 뜬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둠이다.

 

 

 

 

 

 소용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이미 하민이 때문에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떠나서, 나 혼자 하니까 죽어도 상관 없다 생각하며 엑셀을 밟으며 이 집을 떠나가고 있을때.....

 

 

 나는 그런 생각할 여유따위.. 없었다.

 

 

 

 

 그때의 나는 , 아무리 장하임을 좋아했다고 , 사랑했다고 해도 그녀를 의식할 만큼의 정신조차 없었다.

 

 심정같애선 죽고 싶었다... 아니 내가 죽고 있다고 믿었다.... 숨이 콱 막혔으니까... 죽어 버릴수 있다면 좋았다..

 

 

  차라리 하민이 대신 내가 죽어줄수 있다면야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은 내가 죽어 줬을 것이다... 그 정도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 보일수 밖에 없는

 

 그 모습을 그대로 목도했다면...... 그것은 하임에게도 돌이킬수 없는 , 지워지지 않을만큼

 

 

 잔인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프고- 죽었으니 차마 질투도 할수 없을 만큼.... 화도 나고 , 결국엔 우린

 

 

 

 그렇게 일그러져 망가졌겠지....

 

 

 

 

 떨어지는 선택밖에 없었으니 떨어졌는데....

 

 

 

 그리고 시간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장하임이 그립다..... 참 어이없게도.....

 

 

 

 

 

 

 나는 하민이가 그렇게 되고 나서 늘 죄인처럼 살았다... 말도 없이- 때론 일주일 내내 말 안할때도 많았다.

 

 말 안하고 글쓰고 , 남들이 잘 시간이 되면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해가 뜨면 다시 글을 쓰고 ....

 

 그렇게 살면서-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 하민이 없이 재밌게 살면 , 그건 내 죄지 그랬다..

 

 

 

 

 그 무거운 공백에, 아무런 것도 달라지지 않는 조그만한 법칙들이 달라붙고

 

 나는 이게 맞는 일이다 생각하고는 그대로 내려 앉았다,

 

 

 

 장하임이 생활에 끼어 들면서-

 

 

 

 

 나는 많은 변동을 겪었다.... 흔들리고 뒤집히고 변했다- 그게 처음엔 너무나 싫고 화났다-

 

 그녀때문에 변한게 , 싫지 않고 좋아진 순간 부터였다. 그녀와 마주 앉은 곳에서 우리가 눈을 마주했을때

 

 그녀의 눈이 그렇게 말갛지 않았다면.. 옆 테라스에서 웅크린 그 모습이 그렇게 동그마니 작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나는 눈이 닿았고 - 그녀도 내게 눈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고 말았다. 어쩔수 없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쉽게 내게 닿았다... 그 어떤사람도 치료해 줄수 없고 생각치도 않아

 

 곪고 있던.. 내 상처에서 나는 구역질 나는 냄새따위 나지도 않는다는 듯 선뜻 손을 대었다.

 

 

 아무렇지도 않단 듯이...

 

 

 

 

 그래서 불안했다. 나랑은 댤라도 너무 달라서- 상처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면서 상처에 제 손이 더러워 질걸

 

 알면서도 선뜻 손으로 상처를 쓸어주어서 불안했다. 그대로 있어줬으면 했다.. 그 여자가 내 사람이 되기로 하고

 

 내 손을 잡은 후- 나는 더 불안해졌다.

 

 

 

 

 그녀가 웃을땐 거짓이 없었는데... 반이 거짓처럼 느껴지고- 그 거짓이 너무 자연스러워

 

 얼굴에 붙었단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그녀가 그토록 주의를 시켰는데 내 상처를 자신에게 투영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니 얼어붙었다... 그러면서도 한동안은 모른척 했다.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목소리에....

 

 내내 그리워할 꺼란 그 목소리에...

 

 

 

 

 

 나는 그녀를 놓기로 했다. 그리곤 이별은 자비없이 찾아왔다... 돌이켜 보면 만약 하민이가 죽지 않았다면.... 나는

 

 미적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데려간 것이 신이든.. 혹은 하민이 스스로 오는 길을 못 찾아 그만두기로 한 것이든

 

 그 일 때문에 나는 손을 , 아주 자연스레 놓았다. 그것이 신의 결단이든.. 하민이가 , 그 착한 하민이가 품은 마지막 이기심이었든..

 

 상관없다...

 

 

 

 

 

 안 그랬다면 나는 그 여자를 나처럼 만들었을 테니까... 이렇게

 

 상처가 너무 커서 나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자기를 정의하는것이 자신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아니라..

 

 상처가 정의 내리는 사람으로 변해... 나처럼 그리 굳었을 테니까..

 

 

 

 

 

 

 

 

 두번째 만남에서도 김박사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약을 주고- 적절하게 처방 방법이나 약의 효용을 설명한게 다였다.

 

 그러고 나서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후회하지 말아라.... 돌아보니, 후회만큼 가치 없는 것이 없더구나"

 

 

 

 그 말은 , 순간적으로 화를 내고픈 말이었는데도- 눈에 담긴게 너무 많아 답을 못했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김박사는 채근하지 않았다. 그저 안타깝게 내 손을 굳이 잡고

 

 밀어내도 다정한 목소리로 쓸쓸한 말을 해 준것이 다였다... 이 먼곳까지 부러 찾아와

 

 

 나를 보면서...

 

 

 후회하지 말라고....

 

 

 정말 , 자신도 그래본 것 같은 얼굴- 나같은 사랑을 겪어 본 것 같은 얼굴이라 난 답을 못했고

 

 다른 사고를 하기 전에 그는 일어나서 가 버렸다.

 

 

 

 

 

 

 아틀리에에 아침마다 가서 멍청할 정도로 앉아 있으면서도 , 장 하임이 그린 내 스케치란 것에

 

 손을 댄건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는 손을 조심 조심 대었다. 무섭고 두려워서 조심하면서-

 

 손을 아주 살짝- 살짝 대자마자-

 

 

 

 

 기억이 확 벌어지며 후두둑 핏방울 처럼

 

 

 기억이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과- 스케치를 하며 내 얼굴을 보던 눈매-

 

 

 그녀의 손목.. 향기... 빛...... 우린 마지막 까지도 장난을 쳤다.... 그녀는 색을 다 칠할때 까지 보지 말라 했고

 

 

 

 나는.......

 

 

 그 색을 칠하면 그녀가 떠날까 두려워 , 미루고 미루고 , 미루고 싶었다.

 

 떨리는 손으로 살짝 , 다른 캔버스를 들고 , 그녀의 솜씨로 아주 꼼꼼히 연필로 그려진 나를 보았다.

 

 

 

 내가 그때 웃었던가? 이렇게나? 다른 사람처럼? 그녀의 눈에 비치우는 내가....

 

 

 이렇게나 , 아름다웠던 건가?.....

 

 

 

 

 

 그림 위의 나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예전처럼- 아주 밝았던 그때처럼.... 사랑에 빠진 눈동자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 그림속의 나의 눈이 , 나를 향하고 있다... 이 눈동자는 장하임에게 향하고 있었겠지... 이렇게 열렬한 시선을

 

 보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그녈 떠나 보내겠다고 했던 걸까?

 

 

 매일 마주하는 거울의 나라고는 전혀 믿을수도 없을 만큼... 모습이 너무나 다른데... 그림속의 나는 그녀의 솜씨로 그려져 있다.

 

 

 눈에는 사랑이 , 잔뜩도 아니고 가득 꽉 차 묻어 있었다.... 나는 , 흐느꼈다.... 아주머니가 계신지 강비서가 있는지 ..

 

 그런걸 신경 쓸수도 없이 눈에서는 눈물이 콸콸 흘러내렸다...

 

 

 

 

 이 욕심 없는 여자.... 이 바보같은 여자.......

 

 추궁이라도 하지 그랬어? 그러면 내게 이런 눈을 보이지 말라고......

 

 묻기라도 하지 그랬어.. 어째서 그랬냐고 어째서 당신을 사랑했느냐고..

 

 

 

 

 그녀의 그림은 그녀답게 너무나 따뜻했다.... 눈물이 흘러서 나는 말을 잇지도 못하곤

 

 꽉 끌어안았다.... 하민이때는 그리 믿었다. 정신만 있다면... 숨만 붙어 있고 내 말을 들을수만 있다면야

 

 어떻게 찾아서든- 그녀가 지구 끝 에 서 있다고 해도 가서 그녀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무릎 꿇고...

 

 짝사랑이라도 좋으니... 그녀를 꽉 안아 줄 것이라고... 놓지 않을거라고.....

 

 

 

 

 그러나.... 하임이는 어딘가에서 숨 쉬고 살아있으며... 어디에 서 있을지도 알고 있는데도...

 

 

 나는 그녀에게 갈수가 없었다. 그러니 더 가혹하다 싶어졌다.... 그녀는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사람- 나한테 갖혀서 바보같이 멍하니- 올 사랑을 기다리면서..

 

 더뎌 빠진 내가 걸어오기를.. 아니... 걷지도 못해... 나는 아마 사력을 다 해 기어 갈지도..

 

 그 오는 사랑을 받기엔 그녀는, 아름답고- 소중하고- 착하고......

 

 

 

 모든걸 누릴 자격이 있었다.

 

 

 그래서 놓아주었다. 그래서 놓아야 했다... 그녀의 눈에.... 내가 이렇게 비춰지는 줄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녀의 눈에 , 지독한 화상자국처럼- 뜨겁고 아프게... 그리 남았다...

 

 

 

 그 작은 캔버스를 다리에 얹고 사력을 다해 휠체어를 밀어 2층에 다다라서- 그 캔버스를 서랍에 넣고서

 

 나는 짜증처럼 울었다...

 

 

 마음속에서도 변명을 매번 덧붙이지 않으면 불편하던 허울을 벗어 던지고

 

 

 나는 마음속으로라도 자유롭게 생각하였다..

 

 

 마음 속까지도 자유롭지 못하고 살아왔단 말인가.. 나는 흐느끼며 생각했다..

 

 

 그래 욕심났어.. 가지고 싶었어.. 내 곁에 다 부숴서라도 두고 싶었어....

 

 나만 생각하면 그러고 싶었어...

 

 

 

 

 욕심났는데... 다시 나를 이렇게 바라 봐 줄- 내가 망가지고 상한 어떤것이 아니라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따뜻한 사람이고....... 안아주는 사람임을 봐 줄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것 같지도 않은데.... 왜 나는 그녀를 포기 해야만 했을까..... 그녀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선인장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선인장 축에도 못끼는 가시나무였다.

 

 안에 수분이라고는 없는..... 그저 마른채로 죽어서 그대로 죽어, 가시덤불로 남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게 나를 바라보면 나는 ........

 

 

 

 

 

 몰랐다면 좋았을까- 매번 그때쯤 나오는 질문에 나오는 답은 또 미련하게 '아니다' 일걸 알면서

 

 

 나는 또 묻는다. 우리에게 이토록 잔혹한 핏자국이 남을 줄 알았다면 이렇게 붉은 사랑 안 했을까

 

 

 물으면 또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녀도...

 

 

 그렇게 여기기를.... 아주 많이 나이가 들어도

 

 

 나를 잊지는 말아 주기를- , 금방 잊었으면 좋겠다고 - 나를 차라리 미워했으면 좋겠다고..

 

 그녀가 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으면서...

 

 

 

 

 그래도.... 우리가 어땠는지.. 그녀도 기억하길 바랐다....

 

 

 

 

 별거 아닌걸 데이트라 부르며- 우리 집에서 별거아닌 이야길 하루종일 속닥거리며 나누던 시간을 기억해 주길

 

 

 

 내가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던 순간을 그녀도 기억해 주길-

 

 그녀의 속눈썹이 얼굴에 닿아- 부드러워 , 웃던 그 순간까지도

 

 기억해 주기를...

 

 

 

  다른 넓은곳이 아닌, 나의 집에서... 우리가 나눴던 커피 한잔한잔을- 함께 사랑한 순간순간을- 그녀와 내가 맞닿아서

 

 

 

 내가 , 내가 사랑하는 이 여자가.. 이렇게 따뜻한 피를 품고 있어서- 그 피를 돌게하는 튼튼한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내 마음을 ,

 

 

 

 담겨 있던 곳을 다 찢어놓지 않으면 , 끝장을 내지 않으면..... 쉽사리 나오질 못하던 내 마음을..

 

 낙엽을 주워드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벛꽃잎을 잡아내는 우아한 몸놀림으로- , 아름답게 요령있게 꺼내어-

 

 

 

 그 튼튼한 심장에 품어주는 것을 감사해했던 .. 믿지 않았던 신에게 진심으로 참회하고- 신을 미워한 내 과오를

 

 용서를 빌던..... 그 순간 순간을...

 

 

 그 순간 순간을 빛어낸 그녀가......

 

 ...

 

 내 고통까진 몰라도 좋으니.... 사랑은 기억해 주기를 바랐다...

 

 

 

 

 

 

 나는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본다.

 

 

 

 강비서는 늘 하임이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표정이 복잡해진다.

 

 

 

 마치 언제라도 하임이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듯한 , 그런걸 헤아리는 듯한 눈빛으로- 그럴일이 없어야 함을 나는

 

 

 알고 있는데.. 알고 , 내 분수와 주제를 아는데... 그는 기대를 하는 모양이다, 어이없게도-

 

 

 

 주변사람들은 나를 늘 , 높게 평가해 준다..

 

 

 강비서는 그런 얼굴을 한다.. 나와 그녀이야기가 나오고 내가 못되게 눈을 돌려도...

 

 

 

 

 마치 - 내 마음속 , 뻥 비어버린 그곳을 , 그녀가 와서 다시 채워주길 기다리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비어버리지 않았다.

 

 

 

 

 그 안까지 그리움으로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리움이라는 건 연기나 안개 같아..

 

 가득, 한 없이 채워도- , 매꿔지는 느낌은 아니다- 그것을 희뿌옇게 뒤덮어도-...

 

 그것이 가득차 한치 앞도 볼수 없어도....

 

 

 

 

 실체라고는... 이게 무엇이구나 하고 느낄수 있는 질량이라고는..

 

 한톨도 없지만..

 

 

 

 

 

 

 세상의 밖에 나왔다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여기와 이탈리아의 시차가 얼마나 클까?

 

 시차가 아니라 억겹의 시간을 지나도 돌아올수 없는 길 처럼 멀어진 그녀- 작은 새 처럼-

 

 

 내 침대의 반쪽을 채웠던 그녀- 부서질까 두려워 꽉 , 내 심정 다해 더 안아주지도 못한 그녀를...

 

 

 이렇게 그리워 하는걸 안다면... 둘다 나에게 실망할까?

 

 

 

 

 하민이는 날 미워할까?

 

 

 

 

 

 하임이는 결국, 하민이에 대한 사랑을 져버리고 자신의 따뜻함에 무너지고 만-

 

 세상의 사랑에는 오래 될 수록 좋은게 있다며 , 걱정말라면서-

 

 변질이 아니라- 나이를 먹어갈수록 좋은게 있다면서....

 

 설득한 ,

 

 

 

 편협하고 유약한 내게... 실망할까?

 

 

 

 

 

 나는 힘겹게 컴퓨터를 꺼 버린다. 침대로 다가가 몇번이나 짚고서 힘겹게 다리를 기대어 침대에 눕는다.

 

 누워서도 눈을 감고도- 잠따위 자지 않으면서

 

 

 

 여전히 그립구나, 여전히 잊지 말았으면 하는구나 여전히.....

 

 

 내 말이 들리었으면 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후

 

 아까워하며 불러본다. 아까워- 귀해-

 

 

 

 아니.. 입으로 머금을 생각조차 못했던 , 한동안은 그리 생각했던

 

 그 이름을 불러본다.

 

 

 

 

 이름은 허공을 향해 부드럽게 퍼져나간다- 미운 내 목소리를 타고서

 

 건조하고- 까칠하게...

 

 

 울리운 목소리에 누군가 대답하는 거 같이..

 

 

 '작약-'

 

 

 장난스런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나는 눈을 더 꽉 감는다. 그런다고 달아날수도 없으면서

 

 안 보면 달아날수 있다는 듯이-

 

 

 

 

 

 

 

 -

 

 

 

 

 

 "경주라고...."

 

 

 희영은 되뇌인다- 경주의 외곽이라... 지견의 어머님 쪽은 파면 팔 수록 재밌는 정보가 많이 나온다.

 

 이런걸 재미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잔인하고 나쁜 일인데... 흥미가 가는 자신에게 옅게 환멸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지... 재밌는 사실이라기 보다, 유용한 사실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아주 오래 , 그녀를 수상할 정도로 도와주는... 그녀의 친구가 둘째 아들의 정신과 의사라던가....

 

 그 의사가 몇번을 그쪽으로 찾아갈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한다던가..

 

 

 

 

 막내 오빠가 , 치료를 안하고 그대로 병을 얻어 , 순응하듯 죽었다는 것... 단 한번의 치료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것...

 

 그리고 죽을때...

 

 

 

 그 별장을 - 둘째 아들한테 남긴것 같은 사실 말이다..... 위치는 금방 파악이 된다..

 

 

 

 남들은 모를거라 생각한걸까?

 

 

 

 

 돈만 있으면... 이토록 하루 반나절 만에도 그 남자가 숨은 곳 정도는 찾을수 있는데.....

 

 

 

 나는 내심, 웃고만다. 그 남자의 순진함에...

 

 

 

 새로 들인 거울, 그때 박살낸 거울을 치우고, 새로 들인 거울에 자신이 비쳐보이고

 

 그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 또 그 거울을 박살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어- 되려 싱긋 웃었다...

 

 

 

 

 희영은 바짝 말라가고 있다...

 

 

 

 

 독하게 다이어트를 할 때도 있었는데.... , 요즈음은 지견을 만날때가 아니면

 

 

 회사일 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안다... 내가 바라고 바라자- 그는 다음수를 생각하겠다. 하였지만

 

 내내 쇼크라도 먹은 사람처럼- 건조하게 아무런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은거 같다... 예전의 독기마저도 없는 듯...

 

 

 

 우선은 납작 업드려서 경영진의 심기라도 다스려 보겠다는 거겠지.... 희영은 입술을 물어 뜯는다-

 

 

 

 

 의미없는 습관..... 경연진만 다스려서 그걸 다 얻을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지..

 

 이미 그쪽 사람들은 자신의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눈치를 보고 있으니

 

 

 

 한심하다.

 

 희영은 건조해 보이는 입술을 살짝 쓸고는 종이를 넘긴다.

 

 

 

 

 둘째의 백그라운드를 체크하는 일은 전에 큰일을 치기 전에도 했었는데.... 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옆의 여자를 무너뜨릴 것만 생각했기에 체크를 안 했다... 지견의 말로 하자면'불필요한' 거였으니까....

 

 

 옆의 여자의 감정은 신경 썼다. 그래야 떨어질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지만 ,

 

 

 

 

 

 희영은 많이 마음이 달라졌다. 그때와는 더 많이 .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고- 끊임없이 갈망하게 되었다. 지견에게 한 말이 내게 돌아올줄은 나도 몰랐다.

 

 

 

 지견에게 나는 그 여자가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금방 떠나게 될 거라고 참을수 없을거라고- 장담하였다.

 

 

 

 

 지금의 그건 , 나였다... 사모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아이가 그러더군요-... 속에 뭐가 든 건지 ,

 

 늙은 여우라도 되는 듯 그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모님도 눈치채지 못한

 

 내 두꺼운 가면속 너머를... 그는 , 나는 그가 당황하여서- 얼굴을 벗어던져 알았지만...

 

 

 

 

  내 촘촘한 거짓말을

 

 

 

 

 그는 한번에 알아보았다. 내가 가장 가장한 모습에서- 과장된 행동에서-

 

 별스러울것도 없다는 듯이 그걸 알아챘다.

 

 

 

 그리고 사모님에게 말도 해 주었다....

 

 

 

 그건 나에대한 ,... 무슨 의미였을까? 나를 가엾게 여기고 있는 것이었을까...... 희영은 보통은 동정을

 

 싫어하고 분해했다.

 

 

 누구든지 자신을 무시하거나 동정하는걸 용서하지 못했다... 가난할 때도 쓸데없는 관심

 

 또한 불쾌하다는 것을 가감없이 드러냈었다... 물론 혈혈 단신이니.. 도움이 필요할때도 있었지만 도움이라는 건 받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터득했다.. '조건' 없는 '호의' 라는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가 뭔갈 기대 하면서

 

 

 

 하나의 기대도 없이 , 뭔가를 해 주는건 없다는 것을...... 은근한 성추행부터- 혼자 있다는 걸 알고서 받는 은근한 위협까지도

 

 모든게 성가시고 때론 무섭고- 추악하게 느껴졌다. 사회란 곳은 냉정하면서도 본래 가진게 얼마 없는 나에게도

 

 

 뭔갈 뺏고자 할 만큼 , 더럽고 또 혹독했다.

 

 

 

 

 

 그래서일까... 그 남자가 사모님에게 해준 말은- 의외이면서도 가슴 한 군데를 따뜻하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지견은 모르는데..

 

 

 

 나를 그렇게 오래 지켜봤고 내가 말도 했는데도.. 나를 그저 돈에 눈먼 속물이라고만 판단하는데...

 

 물론 처음엔 나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 더 이상 지금은 아닌데도 그렇게 판단하는데...

 

 

 그 사람은 아님을 금방 알았다....별스럽지도 않다는 듯...

 

 

 

 

 지견에게,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노라고 말 해 본적도 없었기도 했지만..... 그 말을 했을때의 반응이

 

 너무도 두려웠다. 전의 그 반응...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물었을때의 지견의 그 차가운 눈빛과 서로 몰랐던것도 아닌데 왜

 

 구질구질하게 구냐고.... 너 정신 있는거 맞냐면서.. 나를 맹탕인 기집애라고 불렀던... 자비없는 입술을 떠올리면

 

 차마 말도 할수 없었다...

 

 

 

 

 두려웠다... 그것이 우리의 끝일 테니까.. 그의 자비조차 그것이 마지막이었을 테니까...

 

 내 눈에 보이는 기대를 넘어선 사랑이 보이면.. 심지견은 내게 말한데로 나를 잘라 내 버릴 테니까....

 

 

 

 

 지견의 음성이 녹음된 usb를 자륵 하고 손으로 굴려 본다... 이것만 제출한다고 될 일은 물론 아니었다..

 

 

 

 

 그가 만약 살인 교사 혐의로 이 usb하나로 잡혀 들어가게 된다면... 그는 어쩌면 부모의 도움과 변호사를 이용해서

 

 빠져 나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석금 좀 내고 풀려 날수 있을지도.... 겪어오기론 법이란 것은 보통은 돈의 편이었으니까..

 

 

 

 

 그러나... 빠져 나가면서 나도 구해줄까? 아니- 지견은 오히려 내가 부추겼다. 내가 생각해냈다고 말하면서

 

 

 나를 더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몰아 넣고 나를 모른채 할 것이다, 나도 내가 직접 한것은 아니니... 교사혐의를 가지고 있는것이지만..

 

 

 

 그까지 가면-

 

 

 

 

 

 그까지 가면.... 지견은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내 가슴에 품은 가엾은 사랑은 끝장이었다......

 

 

 

 

 

 

 

 내 사랑은 아직도 너무나 애처로왔다. 마치 나 처럼- ... 내 사랑조차 천애 고아였다. 나를 닮은 것 처럼

 

 어디 한군데 의지 할 곳도 없이 생겨버린 감정은 나를 응시한다.. '나더러 대체 어찌하라고 나라는 감정을 품었냐' 는 듯 이 나를 바라본다-

 

 두근대는 심장이 아파올 지경으로 욱신거린다. 스스로도 이해가 안간다. 지견은 만났을 때 부터 그랬다.

 

 

 

 

 다정하지도- 상냥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와 너무 닮아서- 그 얼굴에 묻은 피로와 외로움이 무척이나 쓸쓸해서

 

 

 그 쓸쓸함에 공감이 일어서-.... 나는 잠시- 아주 잠시 마음을 두었다. 그 옆에..

 

 

 

 아주 잠시만 그대로 둔다는 것이... 그와 내가, 거의 완전하게 겹쳐보이는 순간 나는 연민이 생겼고 그 연민에 사랑을 더했다.

 

 어리석게도- 그리고 한참이나 후에 깨달았다.... 그는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또 우리의 사리는 아무런 것도 아니라는것..

 

  나의 사랑은- 그의 필요에 의해 나에게만 남은 지독한 외사랑임을 꺠달았다...

 

 

 

 

 나는 그 남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감히 그런 짓을 벌여 놓고도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내게 해답을 알려 줄지도 모른다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형제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른지..

 

 

 

 

 그리고... 해답? 이 사람에게 목이나 졸리지 않으면 다행일텐데.... 나는 피식 웃는다. 사랑을 잃었다는 것 만으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다니... 내가 얼마나 절망이 쉬우면- ... 얼마나 절망에 약하면..

 

 

 

 지견이 보고싶다. 그립다. 내게 못되게 말하던 그 입술 가까이에 푹 기대고 싶었다.

 

 

 

 

 짙은 피로감에 눈물이 눈에 아른거려 희영은 눈에 힘을 꽉 준다.

 

 

 희영은 그 남자의 사진을 빤히 들여다본다. 여자처럼 선이 고와 보이는 앳띈 얼굴- 그때의 울부짓던 얼굴과

 

 매치가 쉽게 되지 않는 얼굴이다.

 

 

  눈은 건조하게 앞을 응시하고 있지만... 원래도 그런 표정따위 지을수 있는 얼굴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정하고 한올도 떨어지지 않은 머리와 복 끝까지 꽉 올라 붙은 스웨터 위로 드러난 긴 목은 , 검은 목 부분과

 

 대비되게, 종이같이 하얗다.

 

 

 

 반듯한 생김새가- 날카롭고 단정해 보이는 눈매가- 예쁜 턱선이... 지견과는 하나도 닮질 않았다..

 

 

 

 사모님과 오히려 꼭 빼 닮았다. 나는 중얼거리고 만다..

 

 

 

 "하나도 안 닮았네.."

 

 

 

 형제라면서... 정말 단 하나도 닮지를 않았다.

 

 

 

 

 형은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데- 눈물 한 방울도 날 위해 흘려주지 않았다.

 

 

 

 

 동생은 사랑에 매달려 울고, 슬퍼하고- 때론 죽음조차도 두려워 하질 않았다. 그 무엇도..

 

 나는 그때의 그 얼굴을 떠올렸다.. 파티장에서 마주한 그 얼굴,

 

 

 

 그 여자를 뒤에 가리고서- 빳빳히 고갤 들고서

 

 

 

 나를 위협했던... 그러면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도- 그 여자의 안위를 걱정하는게 드러나 보여서 마음까지

 

 

 

 

 

 내 마음까지 아릿해지던 그 얼굴을 떠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

 

 

 

 

 

 하임은 늘 가는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아직도 치안이 썩 좋질 못했다.

 

 세진이는 혼자 늦게까지 있지 말라고 매번 주의를 주었고 , 늦어질것 같으면 연락을 하라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별로 염려하지 않았다.

 

 

 

 직접 느껴보니까 알아서 피하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할까....

 

 우습다고 생각했던(물론 진짜로 있었으니 더는 우습지 않았지만) 지하 세계라고 해야 하나- 그런 조직간의 일이 있으면

 

 

 

 거리의 경찰들의 수 부터가 달라졌다. 흘끗 흘끗- 볕이 드는 공원에 앉아 간단한 크로키를 꽉 채워서 하고- 곳곳에 서 있는 오래된

 

 

 건물들을 스케치북에 채워 넣다보면 , 별일이 아니라도 영혼까지 꽉 차는 듯 충실감이 들었다. 손 끝에 난 상처는 아직도 내 서투른 손길로

 

 

 

 밴드가 붙어있다...

 

 

 

 이런 기억까지도 작약에게 가 닿으니 놀라운 일이다- 작약은 밴드로 상처를 치료할때 손 끝이 참 매워서

 

 한번도 , 들뜨게 , 이렇게 엉망으로 치료한적이 없었다. 언제나 촘촘히- 하나도 상처에 닿지 않게- 눈과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치료를 해 줬었다. 자주 다쳐서 그랬던 건지- 나였기에 더 신경을 써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귀에 낀 이어폰에서는 나즈막한 노래소리가 흘렀다. 나는 요모조모 손의 상처를 바라본다.

 

 그 상처 너머의 그를 생각한다... 나는 혼자 지내는 시간동안 , 그래 세진이 말대로 많이 변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달라진것은 내 자신이다. 내 생각이라는게 더 맞겠지만....

 

 

 내 안의 뭔가가 달라졌다.

 

 

 

 예전엔 사랑을 하면서 내 안을 가득 채워가는 걸 많이 신경썼다... 그 사람에게서 뭔가를 뺏어서

 

 내 공백을 메우지 않으면 그건 내게 불안감으로만 다가왔다... 바보같이 진실은 가까이에 있었으나

 

 나는 모른체 해 왔다...

 

 

 

 도하도 , 그 전의 모두들도 그랬을 것이다. 더 주지 않은것은 내 것이었다... 더 줄게 없는 쪽은

 

 나였다... 도하는 아주 오래 일방적으로 내게 , 감정과 시간을 쏟아 붓는게 좀 지쳤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예의 바르고

 

 반듯하게 헤어질 기회도 주지 않은건 도하의 잘못일지 모르나... 도하도 힘들었겠구나 싶어졌다.. 지나고 나서야...

 

 

 

 그는 내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었겠구나 싶어졌다... 나는 구멍뚫린- 뻥 비어버린 사람이었다...

 

 내내 그걸 채울 사람을 찾았고.... 그렇게 의미없이 살았다. 사랑이라면서 남의 것을 뺏어 나 채우기 바빴으니

 

 

 그게 무슨 사랑이었을까... 결국 한 사람은 언제 지쳐도 지쳤겠지..

 

 

 

 

 

 

 트랙을 벗어나서 제멋대로 돌바닥을 구르며 달리던 나를 -

 

 

 

 자신이 부서졌노라고- 망가졌노라고- 분명히 그리 믿는 사람은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나를 선뜻

 

 

 트랙위로 돌려 주었다. 마음껏 달리라면서-

 

 

 

 내 빈틈을 메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안에 향기로운 꽃술을 담았다... 내가 더 향기로워 지라고-

 

 

 

 

 나는 그제서야 , 서로를 채워주는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감정은 내 감정또한 다 내어주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내게 더 신경쓰지 못해 주었다 아쉬워 하거나 눈물 흘리는 것이 아니라-

 

 

 더 힘들어하며 서로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하여 상대를 가혹하게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정 부분을 나눠서 - 서로가 더 오래 향기로워 지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토록 오래 사랑타령을 하고- 눈물을 쏟고 해 놓고서... 이까지 오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토록 어리석은 여자를 사랑한다고 한 , 작약이 불쌍할 정도였다.. 나는 이까지 달아나지 않으면

 

 이런 간단한 사실도 알아채지 못할만큼 아둔했는데....

 

 

 그는 나를 사랑했다..

 

 

 

 

 

 그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은 것들을 여기서 채웠다, 그가 기다릴까 약간은 초조했지만

 

 어떻게든 그에게 가 닿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달라질일이 없다고 느꼈다. 나는 평정을 찾았다.

 

 더는 나풀거리며 흩날리는 얕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수 있었다. 내 중심은 내게 있었다.

 

 

 내 마음은 그에게 있었다. 그리하여 - 나는 평화로웠다. 더는 힘들고 아프지 않았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여전히 이유를 찾고 있을까? 내가 그에게 닿을 이유는 사랑뿐인데

 

 제 손을 내밀지도 못하면서.. 어떠한 이유가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있을까?

 

 그건 사랑뿐인데......

 

 

 다른일에서는 그토록 명쾌한 남자가.... 또 고민을 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잠시 웃음을 잃었다. 그가 지금은 아무쪼록 덜 고통스러웠으면 하였다.

 

 나처럼 , 평안했으면... 나를 여유롭다 생각하며 기다릴수 있기를 바라었다....

 

 

 

 내가 여전히 내 팔에 날개가 다 돋길 기다리는 것 처럼 , 조금은 망설이지만

 

 적어도 웃을순 있는 것 처럼

 

 

 그 사람도.. 내가 없어도 , 고통스럽진 않기를

 

 나를 - 조금은 웃으면서 기다렸으면....

 

 

 

 

 나는 다시 연필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의 얼굴을 기억하면서 더듬더듬- 그의 얼굴을 그리고 또 그리는게 내 좀 비밀스런 습관이었다.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온 그 캔버스의 스케치를- 그는 보았을까- 나는 생각하였다. 그 캔버스에

 

 스케치를 아로 새기는 내내- 그는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 안에는 한치의 의심따위 느껴지지 않는 사랑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아했다. 그가 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단 것에 놀라고- 당시엔 크게 상처도 받았고

 

 견딜수 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보면서- 그는 나를 보낼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비참해 했다. , 김박사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가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으로 하민씨를 잃는 과정을

 

 

 스스로 되 짚어 보고서야 알수 있었다.

 

 

 

 

 그는 내가 그 곁에서 행복할수 없겠다 싶어진 것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그토록 억제하면서

 

 그는 나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면서도- 자신이 다 쥐여주지 못하는 나머지 한 손을 생각하고 있었겠지-

 

 

 

 혼자서 ,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서.... 나를 놓을수 있어서 놓은게 아니라..

 

 놓을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사실을 깨닫자 가슴이 아팠는데... 그건 그가 그럼에도 나를 놓았구나가 아니라..

 

 그 사이에.. 왜 난 더 말해주지 못했을까.. 였다.

 

 

 한손이어도 충분하다고- , 더 완벽하게 연길 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라면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조금 물러나서 기다려 주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들을 하고 나자-

 

 

 

 

 

 그저.. 처음엔 멀리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아마 잠정적인 포기려나 하셨을 것이다.

 

 멀리서 보니, 사랑이구나- 확신은 더 짙어지고 ,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더 담대해졌다...

 

 

 

 나는 잠시 마른 입술을 살짝 쓸며,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

 

 

 

 하민씨의 죽음이 솔직히 안 슬펐냐고 물으면

 

 슬펐다고밖에 대답할수 없다.

 

 

 하지만.... 만약 하민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작약과 내 사이는 달라 질 일이

 

 없었으리라....

 

 

 

 나는 늘 해오던 것 처럼- 작약이 나를 다 채워 주었는데도 그게 다 찬지도 모르는채 점점 그를 졸랐을 테고

 

 

 

 

 그러면 결국 , 우리의 끝은 내 모든 연애들의 끝 처럼 지지부진하고 서로를 좀 먹는 연애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연기라도 더 잘할껄.. 그 후회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연기는..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언젠가는 끝이 났을테고- 그랬다면 나는 그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물론 내 자신도..

 

 

 

  작약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아서 나는 스스로 , 이 잠시의 타임오프를 다행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내가 더 주고- 내가 더 많이 그를 도울수 있을때... 내 스스로- 그가 채워 준것 뿐만 아니라..

 

 그를 채워 줄수 있을때-

 

 

 산들바람이 불어와 멍하니 들고 있던 내 스케치북의 장을 넘겼다. 뒷장들에는 그의 얼굴이 가득차 있다.

 

 

 나는 그 장들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평생 그가 나를 만약 기다리지 않더라도

 

 

 

 

 결국 우리는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리가 결국.... 엇나간 사람들처럼 서로를 놓치더라도....

 

 

 

 

 내게 이런 감정을 일깨워 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하다고 느껴질 만큼, 나는 그가 좋았다.

 

 

 

 

 

 내 중심에 나를 놓아 준 사람-

 

 

 

 자신의 세계 한 가운데를 변화 시킨 사람이 별거 아닌 나라는 사람이란걸 , 내게 말 해 준 사람

 

 나는 그가 감사했다...

 

 

 

 

 "우습네.."

 

 내가 말해놓고도 나는 그 말에 아릿한 가슴에 왠지 웃음이 난다- 결국 엇나간다니..

 

 

 

 그러지 않게 하겠다고- 의지를 가졌다고 스스로 믿으면서도...

 

 

 나는 그저 불어오는 바람결이 부드러워.. 이리 부드러운 바람이 그에게도

 

 이리 , 부드럽게 가 닿기를 바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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