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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그대로 사라지면 될 것 같은 , 이유의 종말
작성일 : 17-07-27 20:08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1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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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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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세진.... 나는 그 남잘 떠올리고 , 꽉 조이는 듯한 가슴에 애써 공길 밀어넣었다..

 

 

 그 남자와 통화하는 내내.. 애써 목소리를 내려고 사려깊게 단어를 선택했다. 떨리는 손으로 서투르게 , 내 글씨같지 않은

 

 삐뚤 빼뚤 글씨가 적힌 메모지를 손에 들고서..... 적은 내용대로 묻고 남자가 자르는 말에는 , 그저 침묵과 알겠단 말이 전부였으며

 

 넘겨서 전할 내용은 보고 읽었다.

 

 

 멍청하지만, 또 부끄럽지만... 용건을 정확하게 전하기엔 더 할나위 없는 방법이었다.

 

 나는 예감할수 있었다.

 

 

 하임이가 이 사람을 따라 가기로 마음을 먹었음을..

 

 하임이가 물론 , 당연히 그간 편안하진 않았을 것이다. 많이 울었다고 나도 들었으니 ... 그녀는 울었고 아팠고

 

 

 어쩌면 그 사이에 날 죽일놈이라고 미워 했을수도 있겠지... 그까지 생각하고 나자 내가 하임이를 참 정말 잘 몰랐구나 싶었다.

 

 차라리 날 쉽게 지울수 있다면 미워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신파에서 고루하게 말하듯이- 차라리 미워해- ... 나는 예전부터 고루한걸 신물이 나 했는데..

 

 

 나는 지금 고루하고 진부한 것의 정점에 서 있었다... 가장 엉망인 존재였다..

 

 

 

 

 

 

 아주 훗날 내가 아직 살아있고 의식이 있다면

 

 그저 괜찮다는 것만 알면- 적어도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남자는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으니....

 

 

 이제 그게 나와 하임이의 연결고리의 끝일테지.... 우리는 이제 연결고리가 없었다.

 

 

 

 

 

 모든걸 버리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경주의 내 집으로- 내가 망설이는 내내 ,

 

 

  그 망설임이란거 내내 그녀는 내 품에 가까이 있었고

 

 나는 순간 순간 모든걸 잊을만큼 행복했다. 욕심을 품고 , 평범한 사람처럼 웃고 먹고- 그녀와 농담을 나눴다.

 

 

 

 그 모든걸 나만 기억하면 그만이었다.

 

 

 혼자서 기억해도 충분히 아름다울테니..... 그곳에서 머무르고 싶었다.

 

 

 

 

 하민이에게서 멀어지는건 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 당장은 마음 붙일곳이 그곳 뿐이었다... 다리는 이미 많이 망가져 있었다.

 

 이젠 솔직히 이게 뭐 때문이던 상관없었다. 못 걸으면 어떤가.. 나는 원래도 한없이 위태로웠다..

 

 

 

 이젠 다른사람의 휠체어를 밀어줄 일이 없으니... 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그곳은 계단도, 방문 턱도 내가 생활하기 편하게끔

 

 개조된 곳이니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때 본 빛을 보고- 잠이 들면 잠이 들고-..... 단지 그녀가 없을 뿐이겠지만 , 그래서 처음엔 따갑겠지만

 

 아프고 계속 추억하겠지만......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 아주 오래 지나버리면

 

 

 

 

 모든게 괜찮아 지지 않을까?....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오빠를 그리 잃었으니 너까지 그리 잃을순 없다고...

 

 

 

 나는 그 울음섞인 목소리에 속으로 물었다.

 

 

 

 

 나를 잃는다고? 나만큼 나를 많이 잃은 사람이 또 어디있다고....

 

 

 

 

 

 내가 나를 가장 많이 잃었다.

 

 

 

 

 이토록 오래 사는게 뭐가 좋은 거라고.... 나는 이제 이유가 증발해버렸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어떻게든 싸워야 하는 이유-

 

 

 어떻게든 다리를 평온하게 유지하고 건강을 챙겨야 할 이유..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즐거울수 있는 이유들이 싸그리 몽땅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즐거울 필요도 웃을 일도- 글을 쓸 일도 없었다. 그저

 

 석양을 보고 밤하늘을 보고 다시 동 터오는 걸 보는 일의 반복일 뿐이었다.

 

 

 

 김박사는 나에게 몇번이나 찾아왔다.

 

 알고 있었고 김박사의 탓이 아님을 나도 알고 있었다. 김박사가 그래도 된다고 했다고 해서 그게 어째서 김박사 탓일까

 

 내가 손을 내밀었고 , 바보같을 정도로 자기것 못챙기는 그녀가 내 손을 잡은 것 뿐인데..

 

 

 

 

 하지만 김박사를 보면 나는 화가 날것 같앴다. 나를 왜 말려주지 않았느냐고 ... 추궁하고 말것 같았다.

 

 

 

 그의 잘못이 아님을 아는데... , 너무 잘 알고 있는데...만나면 탓할것 같애서 그만뒀다. 만날일 이젠 없겠지... 그리 생각했다.

 

 

 사랑은 둘이 해야 하는 거였는데... 안아줄때는 두 손으로 꽉 안아 줘야 하는거였는데...

 

 

 

 

 나는 어리석어 둘다 가질수 있다고 착각하였다. 내 자신이 그렇게 멍청했다니 그렇게 쓸데없이 희망차 했다니..

 

 어이가 없을만큼 순진한 착각이었다....

 

 

 

 

 

 

 내 손과 사랑의 절반은 내내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는 분명히 그 남자에게서 나은 대우를 받을 테니까...

 

 그녀와 만나는 내내.. 내가 좀더 심술궃게 굴었다면 좋았을까... 우리 기억은 안타깝게도... 내겐, 적어도 내게는

 

 

 충분히 다정해서 , 나는 잊지 않을것 같았다. 애초에 난 잊지도 않겠지만....

 

 게다가 그녀가 너무나 예뻐서 지워질것 같지도 않았다....

 

 

 

 

 

 장례식 날..... 어찌 알았는지 지민이가 왔다....... 솔직히 처음엔 지민인줄도 몰랐다..

 

 

 날 붙잡고 말하는 소리에 지민이임을 알았다. 지민이의 눈엔 나와 같은 눈물이 방울져 매달려 있었다... 젖어 있는 볼

 

 

 지민이와 내가 아주 오래 알았는데.... 그녀가 그렇게 우는 모습은 내게도 처음이었다.

 

 

 

 

 

 지민이와 하민이의 우정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지민이는 언제나 우리의 편이었다. 힘이 되는....

 

 우리의 시간을 알고 있는 얼마 안되는 사람.. 다른 사람은 오지도 않을 자리에 지민이는 어찌 알았는지 와서는 한참을 울었다...

 

 

 

 아마도... 지민이라면 그 녀석을 행복하게 해 주겠지..

 

 

 

 나는 그 녀석의 가르릉거리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벨벳같은 털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지어준 말도 안되게 귀여운 이름을 떠올리고

 

 

 낮게 신음하였다. 고통스러워서- ...

 

 

 

 

 지민이에게 직접 부탁해야 했지만 지민이라면 ... 아마 그 녀석을 예뻐해 줄 것이다. 자신이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도 본가의

 

 사모님이 고양이를 좋아한단 이야길 난 들어 알고 있었고 전의 녀석이 나이가 들어 죽고 나서 오래도록 슬퍼하셨다고 했으니..

 

 

 

 녀석은 분수를 잘 아는 녀석이고.. 내게 아주 최소한의 것을 요구할 만큼 똑똑한 녀석이기도 했으니까..

 

 

 

 충분히 예쁨 받을것이다.... 나처럼 지금 나도 감당 못해서 내 몸에서 달아나 버릴거 같은 , 길어버린 사랑에 짧아진 사랑에

 

 시달리는 나 보다야.... 괜찮겠지......

 

 

 

 

 

 동물도 행복할 자격이 있지 않은가- 많이 쓰다듬어 주고 많이 사랑해줄 사람이 필요할테니..

 

 

 

 

 정신도 없다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책임감이란걸 다 벗어 던지려고 발악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들을 무음으로 돌린지 한참이었다... 무슨 전화가 와도 소용없었다. 하민이를 살릴수 없었던 것 처럼,

 

 나를 일으킬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나는 이미 모든게 내 안에서 끝나버렸음을 스스로도 느꼈다.

 

 

 

 

 모든게 끝 나버렸다. 내 안의 모든것들이 종말을 고했다. 더는 깊게 생각할 것도 없으니 ..... 모든게 폭발해서 사라지고

 

 내 안이 우주같이 티끌하나 없어지는 , 진공의 공간이 되고 나서야 나는 모든걸 놓았다.

 

 

 

  울고 싶으면 울고

 

 추억하고 싶으면 추억했다..

 

 

 머리는 길어서 주체가 되지 않을때는 대충 대충 넘겼다.. 내내 앉아서 지난 추억을 백일몽처럼 떠올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밤일때가 많았다. 혹은 아침이기도 , 동이 터오기도 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 하민이만 멈춰 있었다. 전엔 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녀만 가라앉아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시간의 흐름속에- 나만이 있었다. 공기조차 없고 빛도 없고- 그저 검고 크고 어두운 공간에

 

 

 

 나는 혼자였다.

 

 

 

 

 

 그것도 자유라면 , 자유였다.

 

 

 

 

 나를 묶던 뾰족한 쇠 창살이 나를 파고들었으니 , 나는 더 흘릴 피조차 없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더 옥죄일 일은 없었다. 내게 파고들었으니

 

 이제 내 안에 있겠지- 나는 부드러운 내 사랑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토록 슬퍼했는데, 그토록 아직도 그리워 하는데도... 죽어라 울고 아직도 아파 죽을거 같은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미소는 하임의 것이었다.

 

 

 나는 다시 눈을 꼭 감았다.

 

 

 

 

 -

 

 

 

 

 

 희영의 집- 희영은 못마땅해 하는 지견을 달래고 있었다. 지견은 그렇게 무너지는 동생의 소식을 듣고도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추켜세웠다.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믿을수 없게도-

 

 

 "동생은 이제 재기 불능이야.. 수순대로 됐어- 물론 중간에 다른 사정도 없었고- "

 

 

 장기기증 과정에서 약물이 드러날까봐 나는 너무나 조마조마 했었다. 그러나 워낙에 소량이었는데다가 이미 약해진 숨을 멈추는 정도의

 

 약한 약물이었기에 생명 연명장치를 달고 미적대는 사이 피 속에서 다 타서 사라져서 망정이었다. 그런건 모르면서

 

 상황은 모르면서 지견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두분 다 그 애 장례식에 가셨지 뭐야- 하여간... 그 녀석 일이면.."

 

 지견은 담배를 물고 불을 당겼다.

 

 

 "..."

 

 

 

 

 

 아픈 손가락이 더 신경쓰이는 법인데.. 그것 하나 파악하지 못하다니...

 

 

 희영은 이번에 일을 치르면서 몇번이나 더 심한일도 할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약해 질 때마다 스스로를 일깨웠다.

 

 이건 별거 아니라고- 그러나 일이 이렇게 까지 되고 몰래 찾아서 뒤에서 지켜본 장례식...

 

 아무도 못봤으면 해서 뒤에서 살짝 엿본 동생의 모습은 , 비참.... 그냥 비참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이런 재앙을 선물했다니

 

 양심이 온 힘다해 몸부림치는걸 느꼈었다. 남자는 눈길을 내려오면서 몇번이나 주저 앉아서 넘어졌다. 마치.. 태어난 동물들이 일어나다

 

 풀썩 풀썩 넘어지는 것 처럼- 의지도 힘도 없는 , 그냥 퓨즈가 끊기는 것 처럼 철푸덕 철푸덕 넘어졌다.

 

 그걸 보면서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을 지를것 같았다. 내 안에 있지 않다고 코웃음 쳤던 , 연민들이 고갤 들었기 때문에

 

 나는 비명을 지를것만 같았다.

 

 

 

 남자는 계속 넘어졌다......

 

 

 

 하지만 그게 아프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 이마에 나 있는 상처- 파리해서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얼굴색... 그 얼굴에 차다 못해 시린 바람이 들이치자 얼굴을 흠뻑 적신 눈물때문에 그 곳이 빨갛게 아프게 새겨져 있는 여러가지

 

 아픔들......

 

 

 

 가질 말았어야 했는데...... 차라리 몰랐으면 맘이 편했을텐데....

 

 

 

 

  스스로를 탓했다. 사람은 적었다. 그러나 누구도 대충 좀 슬퍼하다 마는 기색이 아니었다고 할까....

 

 다들 눈이 무르도록 울고 있었다는게 중요했다... 오히려 남매인 사람들이 빨리 돌아가 버렸다... 나머지 사람들, 남아서 울던 사람중

 

 

 

 돌아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은.... 당연히 그 사람이었다....

 

 

 그 얼굴에 어울리는 말은 처참함과 절망 슬픔...... 그런 것 뿐이었다.

 

 

 

 

 "또 자살이라도 한다고 설칠까봐 걱정하고 계셔- 당신 말은 맞았더군! 그 여자랑 헤어졌어... 그건 분명한거 같아-

 

 여자가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리던데?"

 

 

 지견이 내게 말한다.. 난 내가 그 얘긴 아직 안 전했는데 싶어 그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당신... 또 내가 붙인 사람말고 다른 사람 붙였어?"

 

 

 

 내 목소리가 조금 높게 나오자 지견은 나를 살짝 노려본다... 나는 목소리를 다시 낮춘다..

 

 

 

 

 "아니... 왜 나를 못믿는가 싶어서... "

 

 

 

 

 그 말에 그는 마치 내가 개그라도 했다는 듯이 웃는다- 그 웃음에 나는 가슴이 찢어진다-

 

 

 

 

 "야 , 내가 누구 끝까지 믿는거 봤어? 이 바닥에서 원 투데이 굴러? 난 누구도 100% 신뢰는 안해-"

 

 이죽거리는 얼굴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이 남자 탓으로 돌릴순 없지 이런 간교한 계획을 짠건 나였으니까..

 

 

 

 "......."

 

 

 "그리고 그놈을 혼자 만들려면 그 여자도 떨어져야지 애초에 우리가 이야기 한게 그거였잖아..."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궁금증은 그게 아니었다. 당신 동생이 에초에 그 여잘 보내기로 맘이라도 먹은 것처럼

 

 '이별여행...' 비슷한 여행을 떠났다는 거였다.

 

 

 

 행선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 뒤에 둘은 따로 돌아왔다.

 

 

 

 

 한사람은 내내 병원에 잡혀 있었고 지금은 사모님 별장에 있고.... 하나는 유학 준비 중인거... 알아본 바로는

 

 그랬다. 그것또한 유학 하는 곳이 어딜지는 아직 알수 없었다. 동생은 그렇다 치고- 여자가 이렇게 쉽게 포기한 사실때문에 나는 좀 놀랬다.

 

 둘다 오피스텔로는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사전 협의라도 된 것처럼.....

 

 

 

 

 "이제 아버지 마음만 돌리고- 어머니가 그걸 수긍하시면 , 그 녀석은 아웃이지... 더 반가운건

 

 그 녀석 다시 못걸을것 같다는 거지.. 어머니가 걱정하시더군 , 검사같은거 해야 하는데 병원은 커녕 집 밖으로도 안나간다고...

 

 다시 못걸을꺼야... 그 녀석 ptsd거든.. 그 원인이 하물며 죽었는데 어떻게 걷겠어?"

 

 

 .......

 

 

 ptsd?

 

 ....

 

 

 

 죄책감이 든다. 죄악감이 든다. 그러나 눈 앞의 남자는 .. 내가 이 모든일을 벌이며 옆자리를 주길 원했던 이 남자는

 

 그 사실에 웃고 있었다. 마치 기분 좋은 일을 만났다는 듯이 싱긋-

 

 

 

 "일을 제대로 처리 했으니 ... 댓가가 있어야지? 조만간 아버지가 생일 잔치라면 우습지만.. , 여튼 자신 생일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실거야

 

 그때 나랑 같이 그 자리에 참석해- 어차피 그 녀석은 안올거야 이제 자기는 무적이라 생각할 거거든- 뻔한 놈이지... "

 

 

 

 

 "....참석?"

 

 

 

 지견은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 많은 말중에 그걸 캐치한게 멍청하다는 듯이-

 

 

 

 

 

 "첫술에 배부를순 없어- 뭐 그럼 당장 결혼 발표라도 할줄 알았어? 아직은 시기상조란 이야기야 알아들어?"

 

 

 

 시기상조라....... 머릿 속의 독기가 고갤 드는거 같았다.

 

 

 

 난 마음이 부글부글 끓었다.

 

 

 

  참기 힘들만한 것들을 참아냈다.. 그 남자와 만나 마지막 성사 후에 돈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했을때 남자는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에 피폐해져 있었고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지만

 

 눈으로는 내게 백번도 더 말했다 '우리는 살인자' 라고......

 

 

 

 

 

 

 "난 이 일에 모든걸 걸었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잖아? 근데 왜 그 발표가 미뤄지는거지?"

 

 

 내 목소리에는 슬픔이 섞였다. 자존심 상해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도

 

 

 

 

 "상황이 맞지 않는단 말야- 아버지것 받고- 어머니것 받고- 내가 파워가 더 생겨야 내 마음대로 일을 할수 있지 않겠어?

 

 솔직히 너를 어머니는 펄쩍 뛸 만큼 싫어하시지.. 아버지도 이득 볼 집안에 나를 보내고 싶어하시고.. 그런데 너를 데려가서

 

 들이밀려면... 내가 파워가 있어야 되는게 당연하지.. 일을 그렇게 오래 해 놓고도 상황을 몰라?"

 

 

 

 

 지견은 타이르는 어조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것도 모를수 있냐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이 알아서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이제 할수 있는게 없지 하고 싶은것도 없을테니까

 

 

 어디론가 사라지겠지..."

 

 

 

 

 지견은 이제는 달래듯이 내게 말을건다.

 

 

 

 

 "가지고 싶은거 다른건 없어? 너 핸드백 갖고 싶은거 있댔잖아- 그거 사줄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여자의 목숨값을... 동생의 목숨값을 이렇게

 

 역겨운 라벨을 붙이는 눈 앞의 남자에게 더 하고픈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내가 마치 확인이라도 하고 싶다는 듯이

 

 그에게 살짝 기댔다.. 기댔을 뿐인데도 지견은 싫다는 듯 낮게 싫은 소릴 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감고 뜰수가 없었다. 오래 뜨고 있으면 그가 가장 한심해 하는 눈물이 흐를것 같아서

 

 내가 원해온게.. 이 남자 하난데... 왜 그가 가지고 싶은건 이렇게나 많은건지...

 

 

 나는 눈을 감고- 내가 목격한 사람들의 죽음을 떠올리며 마음속에 낮게 번져오는 , 아주 오랫만에 ... 죄책감을 느꼈다.

 

 

 

 

 

 

 -

 

 

 

 준비는 예상이상으로 착착 진행되어 짐을 싸고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짐을 다 쌌다.

 

 

  짐은 생각보다 적었다.

 

 

 

 당장 필요한것만 챙겼다, 다 가지고 갈순 없으니까... 나는 미련도 준비성도 , 우습지만..아무것도 걱정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준비는 금방 끝났다. 큰 트렁크 두개- 그게 다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판사에 들러 내가 한동안 유학길에 오름을 알렸다.

 

 

 

 작약을 한동안 못 만난 이사는 , 물론 (개인 사정이야 전혀 모르겠지만) 강비서님을 통해 작약이 많이 아프다고 들었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뭔가 알고 있지 않냐고 묻는데 나는 대답할 말이 궁색하여 말을 못했다. 그 동안 전화가 왜 불통이었냐는 원망에도

 

 출판부 사람들의 수근 거림에도 다르게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저 유학을 가는건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단 말로- 작업할때도 개인적인 일은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뻔한 거짓말로 둘러댈 뿐이었다. 다른 말을 막아준건 물어온 이사였다.

 

 

 

 

 "그 사이에 고생 많이 했나봐요 , 살이 쪽 빠졌네요 이런 상태로 유학을 가면 어째요? 몸 보신좀 하고 그래요"

 

 나는 힘없이 웃었다. 부모님은 니가 드디어 미쳤는가 보다 하셨지만 나는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시작하면서

 

 아침 조깅을 좀 하드하게 했다.

 

 

 

 한참을 뛰어서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냈다. 그렇게 초주검이 될 때까지 전속력으로

 

 뛸때면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그렇게 뛰면서 음악을 들으면 몸이 고단하니까 그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옅어지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반대였다.

 

 

 

 심장이 뛰면서 ,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그와의 기억을.. 질서 없이 섞여있던 기억들을 스크랩북을 만들듯

 

 착착 페이지를 맞춰 끼웠다. 그러면서는 가끔은 뛰면서 땀인지 눈물일지 모르는게 얼굴에서 떨어지곤 했다.

 

 

 

 결국엔 이 습관조차도 그가 만들어준 습관이었다.

 

 

 

  그가 창문에서 날 봤다고 했던 그 말과- 나를 벤치에서 기다리던

 

 햇살 아래에서 이질적으로 빛나던 그의 하얀 얼굴이 끊임없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책 사이로 날 보면서 웃던 얼굴과-

 

 너무 아름다워서 그를 꽉 안아주고 싶어서 어쩔줄 몰랐던 그 맘을 떠올리고 그가 보고싶어져서 소멸되고 싶었다...

 

 

 그의 날씬한 손에 들려있던 책과... 나를 보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때의 공기와 그 때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나는 죽어라 달아나듯이 그 기억을 피해 뛰었지만 그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뛰어대니까 조깅인데 2시간이 넘어가곤 했다. 심장이 터질것 같이 뛰어 너무 고단해야 멈췄다.

 

 그러니 살이 빠질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식욕이라곤 없어 주로 즐거운게 먹는거냐고 물었던

 

 그가 아는 나 답지 않게... 별로 먹고 싶지 않아 밥을 자주 걸렀다. 그랬더니 살이 빠졌다. 많이...

 

 

 거울속의 나는 그와 많이 닮아지고 있었다. 윤곽이-

 

 

 나를 잘 챙겨주셨던 부장님과 악수를 하고 출판사를 나서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망설이는 얼굴과 , 초췌해진 기색... 나를 보며 , 아주 어색하게 생긋 웃는 .....

 

 

 

 강비서님이었다.

 

 

 

 

 

 

 

 -

 

 

 

 하임씨는 첫눈에 알아보지 못할만큼 인상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호전적이고 생기발랄한 얼굴은 온데 간데 없고

 

 눈에는 총기가 사라져 있었다. 예전보다 많이 말랐고- 들고 있는 가방 무게도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나를 마주하자 유령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 정신을 차린건 내가 먼저였고 나는 깍듯하게 고갤 숙였다.

 

 하임씨는 한참을 입을 달싹이다가 말을 꺼냈다.

 

 

 

 

 "....... 잘 지내셨냐고 물어봤자... 소용없겠죠?"

 

 자문에 가까웠다. 나는 안타깝게 웃었다.

 

 

 

 "앞에서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내가 물었다. 반쯤은 거절하리라 생각하고 ,또 얼마쯤은 예의상 물은 말이었는데 의외로 하임씨는 순순히 고갤 끄덕였다.

 

 어색해진 우리 둘 앞에 주문한 차가 놓이고 ,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임씨는 ...... 잘 못 지내신거 같네요-"

 

 

 

 내 말에 하임씨는 허망해 보이는 웃음으로 웃었다.

 

 

 

 "... 한동안 글을 좀 쓰시지 않을 것 같아서 계약 문제때문에 왔어요- "

 

 

 내 말에 하임씨는 고갤 들었다. 나와 눈을 마주하자 하임씨는 눈을 금방 돌렸다. 그리고 지나가는 말 처럼

 

 애써 고갤 돌리면서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런가요?"

 

 

 

 "....."

 

 

 아직도?..

 

 

 

  작가님은 결국 경주의 집으로 옮겨 가셨다. 아시는건 사모님 뿐이셨다. 그 마저도 사모님이 오시면

 

 작가님은 또 다른데로 갈 거라며 위협을 하셨다... 그러니 나와 원래 계시는 두분 뿐이었다..나는 왔다 갔다 , 서울에 이틀 나머지는 경주에

 

 있거나 개인 휴일엔 다른 볼일을 보고 , 서울과 경주를 오가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결국 나를 참아내지 못하고 이별을 통보했다.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건 그렇게 슬프지가 않았다는 사실이리라- .. 지독하고 고약한 사랑을 겪는 사람들을 보고 나니

 

 내 이별은 한없이 가벼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을 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져 있었던 사이.. 미안함이 많았기에 나는 쉽게.. 수긍했다.

 

 

 

 그 사이 작가님은 여전했다.

 

 

 점점 몸은 더 약해지셨다. 계단의 구조가 복잡해서 목발을 짚고 안전바를 잡고도

 

 올라서기가 쉽지 않아 넘어지시기 일쑤였다. 결국에는 사람을 불러서 휠체어를 끌어 올리는 기구를 달았다.

 

 

  그 기구를 다는걸 몹시 고민하셨다.

 

 작가님은 경주 별장을 몹시 각별하게 생각하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고민하고서 색을 통일감있게 칠한다는 조건이 붙고 나서야

 

 그걸 달았다.

 

 

 

 작가님은 조용히 움직이셨다. 거기 도착해서 며칠은 창 밖만 보고 계셨다. 마치 시간이 자신만 멈춘 것 처럼

 

 먼 곳을 응시하면서... 아주머니가 몇번이나 식사를 차렸지만 그때마다 고개를 저으셨다. 말하자면

 

 스스로 만든 실어증이랄까... 작가님은 입을 열기 전에 한 100번은 생각하시는거 같았다. 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

 

 문자로 지시 사항을 전하시기에 왜 그러시냐고 여쭈었더니 아주 느리게... 아주 한참이나 있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싫어서라고 대답이 왔다.

 

 

 

 

 

 나는 그 말에 그만 더 질문할 용기도 잃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이야길 더 할수 있었을까...

 

 

 

 가시가 안으로 뻗쳐서 그래- , 예전 아버지가 내 형제의 사춘기에 무덤덤하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그럴땐 그냥 모른척 해- 그 가시가 반대로 돋으면 남만 다치니까- 안으로 뻗칠땐 일단 내버려둬-

 

 언젠가 그게 잘못이라 생각이 들면 그 가시가 결대로 쓸리고- 그게 마음속으로 녹아 없어질 때가 있을거라고....

 

 

 

 작가님에게는 그런 날이 오긴 할까 싶었다...

 

 

 

 

 

 "예.. 그렇죠.... 여전하세요-.... 많이 야위셨고..... 글도 안쓰시고......"

 

 

 

 나는 경주에 가셨단 이야길 하려다가 말을 말았다.

 

 괜히 상처만 될 뿐이지... 이런 이야길 해서 뭐해-

 

 

 

 

 "여전히 못 걷나요?"

 

 

 나는 하임씨가 그걸 안다는 것에 놀랐다. 아는 사람은 소수인데... 어떻게 아셨지?

 

 나는 그냥 그런 궁금증은 접어두기로 했다...

 

 

 

 

 

 ".... 아마 재수술 한번은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 작가님이 걸을 마음이 없으신 건지 뭔지.. 그냥 말씀을 안하세요

 

 검사도 거부, 병원 가는것도 거부- 그저 다 싫다고만 하셔서.. 휠체어 타고 계세요 여전히요"

 

 

 

 하임씨가 못 참겠다는듯 입술을 물어뜯고 계셨다. 나는 물었다.

 

 분위기 환기용이었다. 말하자면-..

 

 

 "출판사에는 무슨 일로.... "

 

 

 "........... 저 유학 가거든요"

 

 

 

 

 

 한참의 정적 후에 나온... 하임씨의 목소리가 허망했다. 마치 당신은 이런 일이 일어날줄 대충은 알고 있었잖아 같은 얼굴로

 

 낮게 , 말했다....

 

 

 

 유세진씨랑 같이겠구나... 나는 다른 말을 꺼내기 전에 얼굴을 정돈했다. 웃으며 물었다.

 

 

 "그렇군요- 어디로 가시나요?"

 

 

 "....이탈리아로 가요"

 

 

 

 

 어디로 가는지 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애초에 유세진을 알고 전화하고 얘기해준것도 내가 아니었는가?

 

 

 

 "멀리 가시는군요..."

 

 

 하임씨는 표정없는 얼굴로 대답하신다. 내가 익숙한 분위기의 , 작가님 같은 얼굴로...

 

 

 

 "그렇죠- 멀죠........ 솔직히 말하면 ,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예상할수 있는데도....

 

 처음엔 좀 미웠어요 원망스럽기도 했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욕심이 좀 사라졌어요- 그 사람은 아마 오래 준비한거 같아요

 

 내가 불안하다는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요? 그 사람은..."

 

 

 

 

 

 "......"

 

 

 

 

 한참 전 부터였다. 내가 유세진씨를 알아보기 시작한 즈음- 그것보다 이전에......

 

 

 

 "작가님을 아시잖아요- ... 작가님은.... 하임씨를, 행복하고 자유롭게 해 주고 싶으셨을 거에요-

 

 

 

 저도 사실 하민씨에 대한것이나 작가님이 얼마나 하민씨를 사랑하셨는지를 대충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작가님이 어떤 마음으로 하민씨를 품고 계셨는지를 보고 놀랐어요......

 

 

 

 하지만 그게 하임씨를 거짓으로 사랑하고 있었단 이야기는 전혀 아니에요- 어떻게 마음을 먹으셨었는지 몰라도

 

 그토록 고립된 분이 , 하임씨한테 손을 내밀고.... 저 일하는 내내 고맙다거나 , 웃으시는 모습....

 

 

 웃고 , 부탁하시는 일.. 이런 일은 다 하임씨와 작가님이 만나신 후의 일이었어요- 작가님은 웃으시는 법이 없으셨거든요

 

 

 무조건 '명령' 이셨죠- 어느 시점부터 명령이 없어지고 부탁이 되었죠... 그러다 보니까.... 작가님을 심정적으로 이해하게 되 버렸죠

 

 

 

 애석하게도... 그렇게 되었죠.."

 

 

 

 

 

 "....."

 

 

 

 내 설명에도 하임씨는 특별히 감명받지 못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정말인데....

 

 나는 다시 굳이 말을 시작했다.

 

 

 

 

 "하임씨는 작가님 인생에 다시 없을 분이에요- 그걸 작가님도 아시고 하다못해 하임씨도 마음 깊은곳에선 아실 꺼에요-

 

 하민씨 장례식 내내 작가님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보는게 괴로웠어요 너무-

 

 

 사실 하민씨 가족의 결정으로 연명치료를 그만뒀죠 안 그랬어도 별로 길진 않았겠지만요...."

 

 

 

 

 그제야 나오는 질문..

 

 

 

 

 "....거기 얼마나.."

 

 

 

 "병원에선 3일 정도 있으셨어요- 기절 안하신게 이상했죠... 물론 한번은 혼절하셔서 링거 맞고 몇분 되지도 않아서

 

 다 뽑고 그 옆에 붙어만 계셨어요- 자신이 의식이 없는 사이에 일이 날까봐서 그러시는거 같았는데......

 

 사람의 생명은 스러지는게 순간이더군요-.... , 작가님도 알고 계시는거 같았어요 처음엔 인정하지 않으셨지만.....

 

 ....... 하민씨가 가야만 한다는걸 깨달으신 이후- 울고-... 멈추었다가 울고... 멈추고- 그걸 반복하셨죠-.....

 

 

 하민씨 가족들은 의외로 담담했어요... 식물인간이라 해도 해가 많이 지났으니까요- ... 그러나 작가님은

 

 마치 언제나 돌아 올 것처럼 생각하면서 살아 오셨으니까,.... 하임씨 만나기 전에는 일주일에 몇번도 가셨던거 같아요

 

 

 하임씨 만나고... 얼마나 오랜 시간 후에 작가님이랑 가까워 졌는지.. 하임씨 기억하시잖아요

 

 작가님은 수없이 고민하고 뻗은 손이었는데..... 그건.... 실수였나 봐요......"

 

 

 

 

 

 "...."

 

 

 

 하임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감정이 없어보이는 공허한 눈에 약간의 물기가 어렸을 뿐이다.

 

 나는 왠지 말을 멈출수가 없었다. 마지막이구나- 그런 생각때문일지도 몰랐다.

 

 

 

 " 제인에어-... 하임씨가 넣어두셨죠?"

 

 

 

 

 내가 그 말을 꺼내자 하임씨가 내 눈을 바라봤다. 일시적으로 예전같은 눈이었다. 촛점이 내 두눈으로 들었다.

 

 나는 살짝 , 안타깝게 웃었다.

 

 "죄송해요- 작가님이 까망이랑 안에 것들 정리하라고 보내셨었거든요- ... 그때 우편 확인했는데...

 

 봤어요- 안에 있던 귀걸이요...."

 

 

 

 

 "...."

 

 

 

 하임씨는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눈물이 이제는 흘렀다. 흐느끼지도 않고 그저 날 멍하니 보고 , 하임씨의 얼굴에서 눈물은 뚝 하고 떨어졌다.

 

 나는 당황해서 휴지를 얼른 내밀었다. 하임씨는 내 휴지를 받고도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 사실이 부끄럽다는 것 처럼

 

 

 

 "작가님한테 그대로 드렸어요.... 그 뜻이신거 같아서.. 작가님은 금방 뭔지 아시는거 같았어요-... 당신 손으로 망설임 한번 없이

 

 하고계신 귀걸이 밑에다 그걸 달아버리시더군요- 거울 한번 안보시고 맨손으로요-... 아파하시는것 같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작가님 귀걸이 밑에 있어요....."

 

 

 

 

 이 얘길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하지만 나는 하임씨한테 정직하고 싶었다. 작가님은 그걸 펼치시더니

 

 살짝 웃으셨다.

 

 

 마치.. 뭔지 알고 계시는 것 처럼- 그 귀걸이를 꺼내서 귀를 더듬 더듬 하시기에 나는 무슨 일을 하시는지도 몰랐는데..

 

 그 뭉뚝한 귀걸이를 그냥 원래하고 계시는 귀걸이 밑에 확 밀어 넣으셨다. 피가 조금 났지만 아프시지도 않으신거 같았다.

 

 그리곤 뒤에 걸쇠를 걸곤 아릿하게 귀를 만지셨다. 제인에어에서 나온 꽃잎을 책상위에 올려두시곤

 

 책을 서랍에 넣으셨다. 그 사이에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돌려서 다른 곳으로

 

 가 버리셨으니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처럼

 

 

 "...."

 

 

 하임씨는 계속해서 울었다. 괜한 이야길 했군.. 나는 혼자 슬그머니 후회하였다...

 

 

 

 

 

 "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거에요-.... 시간에 무뎌지지 않는건 없죠-... 작가님도 마찬가지 이실 거구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에요....

 

 건강하게- 즐겁게... 잘 다녀 오세요- 하임씨- 저도 하임씨가 참 마음 편한 사람이었어요-

 

 

 하임씨가 아니었으면 작가님이랑 아직도 의미없이 다투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함께 하는 동안 정말 크게 의지했어요...

 

 

 진심으로- 하임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작가님도 두말 할 것 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에요

 

 하임씨는 잊어도- 작가님은 잊지 않고 간직하실 거에요-... 제말 , 무슨뜻인지 아시죠?"

 

 

 

 내 말은 두서가 없었지만 하임씬 눈물을 닦으며 고갤 끄덕이셨다. 마른 모습에 나는 다시금 마음이 아팠다.

 

 

 

 "하임씨 탓이 아니에요- ... 작가님은 자신 탓이라 하셨지만 작가님 탓도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냥... 상황이 많이 어려웠어요- 잡은 손을 놓은건.. 두 분이 아니죠- 그럴수 밖에 없게 만든...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은 시간이 필요하신게 분명하시죠-... 그렇게 흘러가다가 보면

 

 모든 일은 괜찮아 질 거에요-... 다시 예전처럼-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남겨주세요-.....

 

 그리고 작가님은 모르시지만 , 삽화 비용을 꼬박꼬박 드렸는데 혹시 확인하셨나요..?"

 

 

 

  나는 살짝 웃었다, 하임씨가 예상한 대로 고갤 저었기 때문이다.

 

 

 

 "사용하세요- 하임씨 몫이죠! 책은 길게 시간을 잡아도 조건 자체가 인센티브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

 

 

 계속 괜찮게 들어올 거에요- 일하신 댓가일 뿐이에요-.. 그런것에 기억을 투영하면 누가 일한 돈을 쓰기가 쉽겠어요 하임씨

 

 제 말 무슨뜻인지 아시잖아요- 예전처럼 건강도 챙기시구요- 작가님은.... 제가 잘 모실게요-

 

 

 이렇게 말하니까 좀 우습지만요"

 

 

 

 나는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처럼 쾌활한 척 웃었다... 하임씨는 묻고 싶은게 많으셨으리라-

 

 하지만 묻지 않으실걸 나도 알고 있었다. 작가님의 상태는 이미 , 작가님 기준에서도 적정 기준 이하였다.

 

 

 

 

 말하자면 엉망 진창이었다. 하지만 작가님은 겉으론 , 뭐 내가 안보실때야 우시고 흐느끼실 지언정

 

 

 말도 없고 미동도 없고 숨소리도 없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방해만 없다면

 

 

 

 겉은... 그저 평온할 것 같았다....

 

 

 

 

 

 내가 오히려, 지난 일들이 추억인 것처럼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하임씨의 죄책감이 덜 하실 거 같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지금 하임씨가 맘이 변해 , 작가님에게 달려가신들- 작가님이 하임씨를 다시 모른척 받아 들이실리도 없었다. 일은 이미 - 안의 상황이

 

 썩어 들어가고 있어도 겉으론 예쁘게 포장이 끝난 상태였다... 굳건하게- 하임씨가 내린 결론은 나도 아직 알수 없었다.

 

 

 

 

 당장에 유학을 가신다는 것과- 사람을 붙여 치사하게 알아본 걸로는 이탈리아로 가신다는 것- 오피스텔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맘 먹으셨다는 것-

 

 

  그리고 유세진씨와의 사이가 작가님이 예상하신 것 처럼 그런 사이는 아직 아니란 것 정도였다...

 

 

 물론 만나보니 호락호락한 인물도 아니거니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연모했으니 여기에 기회와 시간이 붙으면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잘 될수도, 작가님이 생각하신대로 흘러 갈수도 있는 일이었다..

 

 

 

 

 상처는 쥐고 있지 않은 자에게는 시간이 자비를 베풀고 무뎌지고 나아지고 살이 덮힌다....

 

 

 

 

 

 작가님은 그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셨지만... 하임씨라면- 더군다나 멀리- 떨어진다면..... 기회는 충분하다.....

 

 

 작기님은 쉽게 잊혀지시는 분은 아니지만- 기억을 추억으로 - 추억을 영화속의 그림같은 한장으로 만드시기엔

 

 더 할 나위 없는 분이니까-

 

 

  그것이 추억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참 아름다웠다로 끝날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렇다면 더 할 나위가 없었다.

 

 내 말에 하임씨는 한참을 눈물을 찍어냈다... 그리곤 안타까운 부탁을 하셨다.

 

 

 

 

 

 "그 사람, 많이 도와줘요-... 지나고 보니 내가 뭘 잘못했었는지- 어떤 순간에 내 불안감이 들키어 그 사람을

 

 내내 죄책감으로 저울질하게 했는지.... 고민했어요 아주 오래, 아주 한참을요..... 차가운 껍질을 벗겨 내고 보니까...

 

 

 

 너무 부드러운 사람이었어요- 너무 착해서 자기 욕심 하나 챙기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요....

 

 

 

 계속, 말을 거세요- 성가시게 굴어요... 그러면 투덜 대면서도.. 혹은 차가운척 하면서도.. 들어주고

 

 그러다 보면 나아질 거에요.. 천성이 못되질 못해서-......"

 

 

 

 

 

 하임씨는 그 사이에 그러셨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저 고갤 끄덕였다. 하임씨가 무슨 이야길 해도 , 그냥 고갤 끄덕였다. 떠나시는 마당에

 

 한 사람이 안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라도 맘이 편해야지 싶어서였다.

 

 

 하임씨는 다시 입을 열어 덧붙이셨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 저도 진환씨 도움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에요-"

 

 

 

 처음 내내 진황이라고 부르셨던 내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던 하임씨...

 

 강비서님이라고 부르실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 말에 웃었다.

 

 

 

 "잘 지내세요 진환씨..... 잘 부탁해요-...

 

 그 동안 많이 고맙고, 또 고마웠어요-"

 

 

 

 

 

 그 말을 끝으로 하임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하임씨가 문 밖을 나설때까지

 

 그저 살짝 웃으며 기다렸다. 하임씨는 문으로 걸어가셔서 문을 열고 날 돌아보셨다.

 

  그 얼굴에 묻은 애틋함에, 다신 못 뵐듯 위태 위태 하게 느껴지는 어떠한 아련함에....

 

 나도 모르게 바짝 얼었다. 하지만 곧 고갤 다시 돌리시고-....그제야 문을 나서셨다....

 

 

 

 얼마나 멀리 가실까...

 

 

 나는 멀리 창밖으로 사라지는 하임씨의 , 예전과 달리 바짝 마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애잔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질 일이 아니란 생각에 곧 고갤 돌렸다...

 

 

 

 

 

 서로 다른곳을 , 모두가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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