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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마지막 추억, 그리고 손에서 스러지는
작성일 : 17-07-27 17:46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1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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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타고 왔던 차를 가지고 30 분 남짓 달려 도착한 해변은 넓고 한적하고 새들말고는 아무것도 아무런 사람도 없었다.

 

 싸늘한 바람에 그가 꽁꽁 둘러준 머플러가 고마웠다. 짙은 붉은빛의 , 갈빛에 가까운 두터운 머플러에 코를 묻었다-

 

 그는 내게 나지막하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바다에 간게 언제냐고- 나는 몇년 되지 않은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은 한참이나 되었다고 내게 말했다.

 

 

 

 

 씩 웃는다. 그게 무슨 유쾌한 기억이라도 되는 것 처럼...

 

 

 

 

 여기에 있으면서도 바닷가에 갈 생각조차 안 했었거든 - 하고 그는 웃었다. 여름에도요? 란 바보같은 질문을 하고 곧 난 내 혀를 씹어버리고

 

 싶었다. 그의 흉터가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뻔히 알면서 그가 그런데 갈리 없단걸 알면서 , 바보같이 물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그 질문에 기분 상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다. 내 표정에 씩 웃으며 그래.. 그래서 못갔지- 원래도 붐비는 바다는 별로야- 바다는 좀 쓸쓸해 보여야 좋아 보이잖아?

 

 

 란 알수 없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겨울 바다가 좋아, 뭐 생각해 본적도 없었으니 이제 말하는 거지만 말야

 

 그의 말 끝에 주렁 주렁 달린 애수에 눈이 아리다. 이유도 없이-

 

 

 어쨌든 의외이긴 하니까... 그가 쓸쓸해 보이는 걸 좋아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그는 그 자체로 쓸쓸해 보이는 사람이니까....

 

 

  그랬다.

 

 

 

 

 그는 늘 나보다 가진게 ... 재산이나 그런 쪽으로 간다면 언제나 나 따윈 상대도 안 될 만큼 이상이었을 텐데

 

 남들이 다 가졌을만한 것들은 가지지 못한게 너무나 많다. 말하자면 평범한 기억이나 평범한 어린시절 같은게 전혀 없다.

 

 내게는 어린 시절 가족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빌린 튜브를 끼고서 헤엄치고자 해운대에도 가고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항목은 아예 없다. 결번처럼 그냥 없다- 결여되어 있다. 결번이라는 표현조차 아깝다 , 결번으로 전화를 하면

 

 낯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오니까- 이 번호는 결번이오니 다시 확인하라는 안내음 일지언정 그런 목소리가..

 

 나오지만 , 그에겐 그런게 아예 그냥 없다. 있다가 없어진게 아니라

 

 원래도 없다.

 

 그러니 그에게 뭐라 이야기를 해 줘야 할지 가끔은 막막해지고 만다. 뭐라고 말해줘야 이상황을 설득력있게 말할수 있을지

 

 알수 없을만큼 멀리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나의 막막함이 오래 가지 않도록 내게 말해준다.

 

 원래도 그랬으니까 상관 없노라고- 상관 없지 않은 표정으로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상관 없다고 말을 한다.

 

 

 

 그럴때 그의 얼굴엔 앳띈 빛이 든다- 아무리 봐도 30대로는 보이지 않는 창백한 얼굴-

 

 

 그 얼굴에 바다에 비치우는 빛처럼 아련한 빛이 든다- 반짝이는 모래빛이란 이런걸까-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아도

 

 나는 그만 보고 있다.

 

 

 

 그와 벤치에 앉아서 바닷 바람을 맞는다, 싸늘하지만 왠지 포근하게도 느껴진다. 준비해온 종이컵에다 보온병에 챙겨 온 커피를 따른 뒤에 내 손에 쥐여준다.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그의 눈은 따뜻한 어떤것을 바라보는 듯이 눈길이 바다의 끝에 향해져 있다.

 

 

 

 

 "아 좋다-"

 

 

 

 내가 커피 향기에 코를 찡긋거리며 그의 옆에서 나도 모르게 말하고 그는 싱긋 웃는다.

 

 

 

 그와는 이런 시간을 쉬이 공유할수가 있어서 그는 언제나 특별하다. 예전의 누구도 내게 바다를 보자고 , 바다를 이렇게 앉아서 같이 지켜보자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 눈 앞의 바다가 아무리 빛나어도 어디론가 가자고 , 멍하니 있지 말자고 저기로 가자 여기로 가자- 하였지 내게 앉아서

 

 

 같이 바다를 보자고는 이야기 해 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말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했다. 그러더니 씩 웃는다.

 

 

 

 "재미 없지? 그런데 바다는 왠지 이렇게 보고만 싶어서......"

 

 

 그의 미안하다는 목소리에 나는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 좋은데요-? 바다를 오래, 같이 봐줄 사람이 늘 필요했거든요..."

 

 

 

 

 

 내 생소한 말에 그는 또 나를 쳐다본다. 마치 나 너머의 어떤것을 바라보는 눈길로 이 사람이 이래서 난 늘 두렵다.

 

 슥 사라져버릴거 같다. 아주 오래 , 오래 달려서 이 사람에게 닿았는데... 손만 잡고 있으면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세진이의 말이 떠오른다.. 그 사람은 뛰고 있을것 같지 않냐던, 둘다 힘들면 그게 무슨 사랑이냐던- 왠만해선 그런말을 꺼내지 않는

 

 세진이의 애원에 가까운 그 목소리....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갤 살짝히 흔든다. 그리고 옆에 앉은 남자의

 

 

 아름다운 옆 얼굴을 바라본다- 날카로운 눈 끝에 달린 슬픔과 턱을 가만히 쳐다본다. 늘 보던 곳이 아닌 바다에 얹힌 그의 얼굴은

 

 

 꿈처럼 아름답다- 바다는 티 없이 맑고 그는 늘 즐겨 찍는 사진조차 찍지 않고 그저 바다를 바라본다-

 

 그의 눈 속이 너무 깊어서 어디를 , 어디쯤을 헤메이고 있는지 나는 차마 묻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바다를 향해 있어도

 

 내 눈은 줄곧 그만 향해있다. 그가 고갤 돌리지도 않고서 내 무릎위에 올려진 내 손을 잡았다. 고갤 돌리지도 않고는

 

 

 

 내게 중얼거린다-

 

 

 " 도무지 현실감이 없다니까" 라고- 조용히 나도 생각한 말로 중얼거린다.

 

 

 

 

 

 

 -

 

 

 

 

 도시락을 부탁드렸더니 아주머니는 씩 웃으시며 알았다고 싹싹한 대답을 하셨다.

 

 아주머니가 아침에 나를 보곤 무연하게 물으셨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지만

 

 내가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어젯밤부터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뒀던 종이를

 

 

 꺼내서 아주머니에게 돌려 드렸더니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헤아릴수 없단 듯이 쳐다보셨다. 나는 15살 짜리도 아니건만 얼굴을

 

 

 

 빽빽하게 붉히고 , 아마 그랬겠지.. 낯이 뜨거워서 타는 줄 알았으니까... 괜스레 변명을 했다..

 

 

 

 

 "... 그런 사이... 아직 아닌데요...... 그런 말을 써두시면-"

 

 

 아주머니는 고갤 숙이고 낮게 웃으신다. 소녀처럼- 내가 아주머니를 처음 만났을때 난 철 모르는 꼬맹이였고

 

 아주머니는 지금 내 나이쯤 되셨을까? 그때처럼 아주머니는 웃으셨다. 소리내지 않는 수줍은 웃음-

 

 

 "그 사이에 얼마나 변하신지 아세요? 그렇게 웃게 해 주는 사람이면.. 꽉 잡아야죠"

 

 

 

 왠만해선 의견을 말씀하시지 않는 그분이 어렵고 조용히 꺼낸 한마디에 나는 다른 대답을 못했다.

 

 한참만에 꺼낸 말은 내가 듣기에도 처량맞은 소리였다. 어젯밤 밤새도록 나는 또 생각하고 생각했다.

 

 방아쇠 위에 손은 있었으나 나는 내 심장을 쏴버리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망설이고만 있었다.

 

 

 

 "욕심내면 벌 받을거에요, 그만큼 좋은 사람이거든요-"

 

 

 

 내가 중얼거리자 아주머니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나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우린 침묵을 지켰다.

 

 

 그때였다. 꽉 잡아야 한다는.. 내게 보낸 신의 마지막 호의처럼 보이는 그녀가 말간 아침의 낯빛으로

 

 통통 거리며 내려 온 것은- 나와 아주머니는 굳었다. 순간 뭐라 다른 대답을 할수가 없어서

 

 다른 말도 나오지 않아, 망설이는 사이- 아주머니는 잔을 내려놓고서 곧 사라지셨다.

 

 

 그녀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말간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또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림을 끝내자고 했다. 천진한 얼굴로-

 

 

 

 하지만 나는 그 그림이 끝나는 날이 우리가 끝나는 날 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운 순간이겠지만 영원히 미루고만 싶었다. 내가 그럴수 있다면... 내가 시간을 멈출수 있다면...

 

 

 내가 그 캔버스 안에 자리를 잡으면- 그림속의 내가 색을 입으면.... 그대로 모든게 끝나 버릴것 같아서

 

 나는 바보같게도 혼자서 두려웠다.

 

 

  멍청하게... 그 남자에게 보내려고 어젯 밤 내내 눈에 담고도

 

 어젯밤 내내 그녀에게 ,이별을 건내야 한다고 되뇌이고도-.... 그러겠다고 이젠 내가 발뺌할수 없게

 

 그 남자가 알았으니 괜찮다고 조금은 안심하고도... 내가 보낸다면서 마음속으로 결심을 하면서도

 

 

 

 

 내 자체가 모순 덩어리였다. 모순이 가득차서 감당조차 안되는.... 모순 덩어리였다.

 

 

 

 

 혼자가 되면 겁낼것이 없다..... 하민이는 생각을 못하니까.. 두렵고 무섭고 슬프고 외롭고 그것은 나의 것으로 남으면 그만이니까-

 

 말하자면 둘이다- 그래도 난 영원히 하나이겠지만...

 

 

 그런 슬픔을 그녀도 함께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녀는 품이 더 넉넉한 사람과 함께할 자유가 분명히 있으니까...

 

 

 

 그녀는 내 의중을 알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의 고집으로 다다른 바다에는

 

 아름다운 빛만이 떠 있었다. 그녀는 불평없이 내 옆에 앉아서 , 그녀에게는 특별하지도 않을 바다를 오래 바라봐 주었다.

 

 

 

 

 내가 시선을 돌리는 사이 사이-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처음처럼 내 얼굴에 나비처럼 눈으로만 닿았다.

 

 나는 이 무게감을 잊지 말아야지 하고 바다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내가 닿는 ,이 그리워질 그녀의 눈빛의 무게감을...

 

 

 살짝살짝 부드럽게- 누군가가 두 눈에 나를 이만큼이나 소중히 담았다는걸 잊지 않기를 속으로 계속 기대했다.

 

 

 

 바다는 잔인하리만큼 아름답다- 쨍한 날씨속에 비치우는 물결도- 밀려와서 부서지는 파도도-

 

 

 좋게 남을것이다. 그녀에게 ... 아마도... 나만 나빠지면 일은 쉽겠지만 그녀가 나를 미워하면 일이 쉬워지겠지만

 

 나는 자꾸만 그녀에게 미워지는 기억으로 남고 싶진 않았다. 마지막 까지도 비겁한 나는 그랬다.. 치사하고 비겁한 나는 그랬다.

 

 

 비겁함은 내게 용서되는 게 아니었는데....

 

 

 

 

 나중에 꺼내어도 증오보다는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렇게 기억해 주기를 .... 손이 닿지 않아... 아니 닿았지만 너무 힘이 들어 어쩔수 없이 놓아야 했었지만.....

 

 

 좋았다고 기억하기를 바라었다.

 

 

 

 이젠 내가 얼음이기도 지쳤기에- 딱 한사람이라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하기를 바랬다.

 

 

 나에게 그녀는 이제는....... 아니 이 여행이 끝나고 , 마음을 먹은 내가 드디어 손을 놓으면...

 

 

 

 내 생에 가장 탐 냈던 사람,

 

 

  그리고 언제나 가장 가지고 싶은 사람- 이제 언제나, 기다릴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귀에 뭔가가 닿았다. 귀에선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알지 못하는 노래였지만

 

 음악은 바다를 아름답게 감싸안았다. 그녀가 이어폰 한쪽을 내 귀에 걸어준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도 나를 바라본다.... 내가 오래도록 그랬으면 했듯이- 나머지 한쪽은 그녀의 귀에 걸려있다.

 

 

 

 

 

 '여전히 서툴고 또 부족하지만...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께... 캄캄한 밤 길을 잃고 헤메도 우리 두사람... 서로의 등불이 되어주리..'

 

 

 

 

 

 노래에 담기운 가사가 마음을 메이게 한다- 그녀가 나를 마주본다- 그녀가 조그마한 입을 열어 내게 음악 소리 사이로 말한다.

 

 

 

 "바다한테 질투할뻔 했네요- 너무 오래 안봐줘서-"

 

 

 찡그리는 눈이 예쁘다- 작고 오밀조밀해서 손 닿으면 쉽게 물러질듯 아름답다.

 

 당신은 보내야 하겠지만 바다라면 이 자리에 있을 테니까- 더 욕심내선 안되니까- 나는 당신을 만났고

 

 

 좋았고 행복했고......

 

 

 

 아주 오랫동안 그 기억으로 행복할수 있을거 같거든 -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더니 그녀가 내 손을 감싸며 내 손에 얼굴을 폭 담는다- 나는 또 바보같이 웃고 만다

 

 

 이 수많은 우연들이 모여 ,인연이 되고 인연이 모여, 운명이 된다. 이런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신이 내게 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보내신 건지 나는 아직도 완전히 알수 없지만

 

 

 

 나는 호되게, 값을 치른다. 이것을 상처나 나쁜기억으로는 나도 남기고 싶지 않다. 이런 소중한 순간들을 잊는다면

 

 이런 순간들을 멀리 보낸다면 살아가는 것 따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저 시간을 보내왔다. 그 시간속에서

 

 기차가 끊기어 영원히 오지 않겠거니 하고 앉아있던 나란 역에 이렇게 귀하고 예쁘고 작은 기차가 올지는 몰랐으니까..

 

 그 기차를 타서 떠나 버릴수 없는건 나지만- 그 잠시라도 아주 좋았다.

 

 

 

 "오늘 내내 이상하네요- "

 

 

 

 그녀는 나를 보면서 짗궃게 웃는다. 나는 그녀가 눈치 챌 만큼 내가 우울에 젖었음을 눈치 채고 웃는다.

 

 

 

 "아니야- 바다가 좀 현실감이 없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밝고 화창한데- 추우니까 바다를 이렇게 멍하니 보고만 있으니까...

 

 이렇게 있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거든- 그냥 보고 있는것 만으로 좋네.."

 

 

 

 

 내 귀에도 두서없이, 아주 멍청하게 들리는 이야기에 그녀는 코를 찡긋거리며 웃었다.

 

 "알아요-"

 

 

 

 내가 두번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늘 안다고 대답한다. 오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하민이에게 바다를 보여 주려다

 

 나는 그녀를 잃었다. 내가 운전하지 않으니 잃을 일이 없다고 수없이 속으로 되뇌였다. 아무렇지 않게 운전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혼자서 많이도 긴장하였다.

 

 

 

 

 다른 일 없이 바다에 닿아 다리를 내리기까지.... 이렇게 쉬운 일인데... 나는 많은 걸 잃었었구나 싶어졌다.

 

 

 

 물론 계절도 다르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도.... 곁에 있는 사람도 다르지만

 

 

 원한건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과 바닷바람을 쐬면서 풍광을 보고 싶은게 다였다.

 

 내가 원한건 .... 이런것이었다.

 

 

 

 닿아 앉고 나서야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불편한 사람이구나- 나는 신경쓰는게 너무 많아 많은걸 놓치기도

 

 또 내 손으로 놓기도 하면서 살았구나... 그럼에도 나는 장하임이 내 생활에 등장하기전 부족한게 많았음에도 여러가질 놓쳤음에도

 

 부족하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아무것도 모자라지 않다고 아무것도 흐트러 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내 속은 고요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글을 쓰고 , 속이 쓰려야 뭘 찾아서 먹었다.

 

 

 

 그리고 하민이에게 다녀왔다. 계절에 한번 , 강비서가 옷이 실린 카탈로그를 주었고 마음에 드는 것에 포스트 잇을 붙여

 

 

 강비서에게 돌려주면 그 옷은 3일 후 포장이 되어 왔다. 향수도 좋아하는 바디 제품도 , 쓰는 거라곤 그런거 뿐이었다.

 

 

 강비서는 소리 없이 그것들을 항상 빽빽하게 안에 딸린 캐비닛에 담아 두었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게끔...

 

 

 

 

 

 

 부족함 , 결여따윈 없다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내 생활로 뛰어 들고 나자 내가 잊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잡았다.

 

 

 잊혀졌던 , 잊으려 애썼던 감정들이 자리를 잡자 그것은 곧 간절해졌다. 장하임을 밀어낸다면서 그녀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도 대답할수 없다면서

 

 그녀가 간절했던건 오히려 그녀보다 나였다.

 

 

 여름의 공기 , 생전 누가 나올까봐서 밤이 되기전엔 나가지도 않았던 테라스에 난 부러

 

 그녀가 나올걸 알면서 그 자리에 가서 앉아있곤 했다. 그녀는 나올때마다 툭툭 내게 농지거리를 걸었고 나도 그 말에 대답해주고 싶어

 

 

 굳이 거기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릴 들으며 나도 모르게 살짝 살짝 웃었다. 내가 앞을 바라보고 있을때 그녀가 나를 보고 있음을

 

 

 

 나인들 모를리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걸 우쭐해서 즐겼다기 보다는 생소하고 신기하고 따뜻하게 느꼈다. 그녀의 시선은 내 눈과 마주할때보다

 

 

 

 내가 그녀의 손을 꽉 잡기 전엔 , 내가 시선을 다른데 두고 있을때만 내게 닿았다. 마치 훔쳐보는 것 처럼 .. 그건 나 또한 그러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좀 달라졌을까?... 나는 혼자 그까지 생각하고선 픽 웃고 만다. 그럴리 없다.

 

 나는 인정할수 없는 것들이 내게 너무 많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장하임을 굳이 밀어 냈던건 그런 이유였다.

 

 잡을땐 이대로 갈수 있을거라고 어째서 그렇게 굳게 믿었을까...간격을 유지하면.. 김박사의 말 대로 온 힘 다해 이쪽 손을 꽉 잡으면

 

 

 장하임이 완전할거라고-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고 , 내 곁이라 안전할 거라고 나는 말도 안되는 모래성을 쌓았다.

 

 

 

 그 남자를 만났을 때도 그 이후에도 우린 좋았다 내내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의 우는 소리를 차가운 테라스에서 들으며

 

 나는 내가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녀또한..... 착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린 서로 사랑하지만 세상은 사랑만으론 가질수 없는게 많음을

 

 나도 모르지 않았다. 그만큼 순진하질 않았다. 순간의 행복이야 내게는 생소하여 영원일지언정 그녀에게는 좀더

 

 좋은 행복 , 행복한 시간이 긴- 아주 편안한 행복이 필요하다는걸..

 

 

 

 나는 속으론 알고 있었다. 알고도 욕심을 낸 것이지...

 

 모르는게 아니었는데....

 

 

 

 

 

 

 그녀는 내게 이어폰 한쪽을 마저 주더니 나아가서 해변을 아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바쁘게 걷지 않았다. 도중에 무얼 보는지 모래 바닥을 열심히

 

 보기도 했다. 그러곤 내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다. 애처럼 - 해 맑은 얼굴로- 나도 보면서 눈을 휘고

 

 

 손을 흔든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행동을 할거라고 내가 생각이나 했었을까? 그녀와 보낸 계절은 딱 세개의 계절 뿐이었는데.....

 

 

 초여름 부터 , 낙엽을 떨구는 가을 , 이렇게 추운 겨울까지...

 

 

 

 

 나는 나무가 푸르름을 입고 그걸 다 떨궈내는 고작 그 시간에 이만큼이나 변했다. 그녀는 모래사장에서 아무래도

 

 조개 껍대기를 줍고 있는거 같았다. 하나 하나 앉아서 주머니에다 그걸 넣는다. 내가 목에 감아준 머플러가 크고 두터워서

 

 그녀의 얼굴이 쏙 파고들곤 한다.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계속 눈은 그녀를 쫓는다. 내가 이따위 생각을 하고 있어도

 

 

 고맙다는 말 대신- 그녀를 내게서, 그의 말 처럼 그의 행동처럼... 해로운 내게서 떨어 뜨릴 생각을 하면서도...

 

 

 눈은 그녀를 떠날줄을 모른다... 이래서 어떻게 놓지? 나는 혼자서 중얼거린다.

 

 

 

 

 귀에선 그녀가 골라 놓았을 노래가 끊임없이 재생된다. 가요라고는 청소년기에 들었던게 다였을 내게 그녀가 쥐여준

 

 핸드폰에서 재생 되는 음악의 플레이 리스트는 생소하다. 그러나 그녀를 눈으로 쫓으며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아마 아까 곡 부터 내가 들을걸 감안해서 이렇게 노랠 설정해 놓지 않았을까? 노래는 너무 슬프지도 너무 감성적이지도

 

 너무 신나지도 않다. 제목을 신경써서 보지 않아도... 이 노래들을 난 아주 오래 잊을수 없겠지...

 

 

 처음 곡은 두사람 이었다. 두번째 곡은 내 사랑, 세번째 곡은 광화문 연가.... 뒤죽박죽인 플레이 리스트에서도 뭔가

 

 

 그녀다움이 느껴졌다. 나는 바닷바람에 , 적어도 광화문 연가는 많이 들어 알기에 가사를 조용히 입에서 속삭였다.

 

 

 

 

 그녀가 낸 발자국이 작아서- 너무 앙증맞아서 나는 피식 웃고 만다. 그녀는 작은 몸에 버거울 정도로 옷을 입어서 인지

 

 느릿 느릿 나아가고 있다. 아무래도 밖에서 도시락을 먹기엔 좀 춥다- 내가 좀 일렀나 보다... 햇살은 쾌청하여도 날이 춥다.

 

 그녀를 아주 오래 눈에 새긴다, 그녀는 내가 앉은 곳에서 좀 멀어졌다. 아까 그녀가 나를 볼땐 난 그녀를 보지 않고

 

 눈 앞의 바다만 보았는데.. 그녀가 날 뒤로 두고 걷기 시작하자...

 

 

 나는 그녀만 보고 있다.

 

 

 

 

 

 

 미리 좋은것이라도, 어쩔수 없을때는 놓는걸 배워 뒀으면 좋았을뻔 했다. 어른의 이별이 무엇이든 좀 그렇게 할수 있을때...

 

 

 

 나는 하민이와 억지로 떨어지는 순간에도 어렸다. 그녀를 놓아야 한다는걸 하민이 어머님이 부탁하셨어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임이가 내 생활에 들어오고 나서야 나는 하민이를 조금 놓았다. 그러면서도 하임이에게

 

 하민이를 보여줬던 건.. 결국 내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봐야 날 이해할거 같다는 내 이기심에서 나는 그녀에게 하민이를 결국 보여 주었으니까....

 

 하민이가 그대로인걸 나는 보았으니 알고 있었다 내가 왜 그녀를 완전히 놓지 못하는 지는 사실 그녀가 완전한

 

 것에, 모습이 변하지 않은것에 달린것이 아니었는데도 나는 굳이 그 일을 했다. 내가 저지른 일을 목도한 그녀는 아마 더 없이 놀랐을 테지...

 

 

 

 그녀의 눈에 서린 충격에서 나는 충분히 알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예 생각을 않았었다.

 

 

 

 생각을 멈추어서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지도.... 하지만 그건 잘못이었다. 하임이는 아마 오래 못 잊었으리라..

 

 

 

 내가 손을 잡기 전이었어도.. 저래서 날 못 잡는건가 하면서도... 나와 이런 사이가 된 후 하민이를 , 그때 본 하민이를 종종 떠올리며

 

 자신이 잘못한 거라곤 나를 , 힘들고 괴로운 나를.. 어떠한 우연에 의해 닿은 내게... 오래 눈길이 닿아서 그러다가 좋아진 나를

 

 집어 든 그 죄 밖에 없는데.... 하민이를 떠올리며 아마 미안해 했겠지.. 저 여자라면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내가 움직인 것인데

 

 

 내가 손을 내밀어서 그녀는 잡은 것 뿐인데..

 

 

 나를 하민이에게서 빼앗았다고 생각했겠지.....

 

 

 

 

 이번에는 정말, 원치 않아도 그리 할 것이다. 아니 원하지 않음은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나비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삼촌도 아마 그러라고 하시지 않았을까.. 어머니도 아버지도 내가 욕심을 내길 바라실지도 모른다. 내가 이 정도로 마음을 품었음을 알게

 

 되시면 어머니는 장하임이 여기 남아서 , 내가 그대로 였으면 하실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또 어떻게든 나를

 

 사용하려 드실지도 혹은 내가 멀쩡하니까.. 결혼한다고만 하지 않으면 일단은 그냥 두실지도 모른다

 

 

 

 다들 날 '멀쩡하게' 두려고 장하임을 사용하려 하겠지만... 삼촌이라면 내게 말하셨을 거다.

 

 

 

 그때 나비를 죽인 나를... 책망하셨듯이 - 이번에 내가 한 선택을 삼촌이라면 그게 응당 맞는 일이라고...

 

 별스러울 것도 없다는 듯한 그 특유의 목소리로... 나의 행동을 인정해 주셨을 것이다...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녀는 내게 다가 와서 내 귀에 꽃혀 있던 이어폰을 사려 깊은 태도로 빼어냈다.

 

 마치 세게 당기면 내가 아프기라도 할듯이- 그녀가 내게 말한다,

 

 

 

 "손 내밀어 봐요-"

 

 

 "...? 손?"

 

 

 

 

 내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내게 작은 조약돌 두개와 조개 껍대기를 손에 올려준다. 조개 껍질은 아주 작아서

 

 그녀의 새끼 손톱만 하다. 돌도 마찬가지로 공깃돌 만큼 작다. 묘하게 흰 빛을 띄는 돌이다.

 

 "선물- "

 

 

 

 

 그녀는 생긋 웃는다. 행복해 보이니 다행이다. 마음이 좀 놓인다. 나와 있던 시간이.. 좋으면 좋을수록 아플지도 모르지만

 

 떼어내고 나면 , 그녀의 가슴에 들러붙어 있을 내 옆얼굴을 떼어 내고 나면.. 이런 시간은 좀 추억이 쉬우리라..

 

 나는 잊지 않을 거니까 잊을일.. 없을 테니까...

 

 

 

 "그래 좀 걸을까?"

 

 

 

 내가 그녀에게 묻고 그녀는 반갑다는 듯이 고갤 끄덕인다. 우리는 아주- 아주아주 느리다고 할 만큼 천천히 걷는다.

 

 걸으면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을 시시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나눈다. 바람소리에 묻히지 않을 만큼만 나지막히

 

 

 그녀는 소곤댈때 귀엽다. 나는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간다- 그녀의 머리 옆에 흐트러진 잔 머리들을 쓸어주고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볼을 자꾸 쓸게된다.. 그녀는 그럴때 마다 아기 강아지처럼 내게 기대온다.

 

 

 

 하다못해 까망이도 나를 온전히 의지하지 않는다. 내게 자기를 보낼 생각을 했었다는걸 아는 것 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조용히 , 아주 조금만 나를 대할 뿐 나를 온전히 의지 하진 않는데...

 

 

 

 이 여자는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내게 이렇게 기대 올 때마다

 

 나는 내 손에 힘이 들어감을 느낀다. 그녀를 으스러뜨리지 않도록- 나의 부주의로 그녀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나는 더욱 힘을 준다. 더욱....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 그녀가 나중에 괘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도

 

 

 말끔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 제 코트 주머니에 넣고선 말했다.

 

 

 

 "손이 왜 이렇게 차요? 볼에 닿으니까 진짜 차가워요-"

 

 

 "손....? "

 

 

 

 원래도 손 발이 차서 별 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조그마한 손에 감싸인 내 손은 그녀의 작은 코트주머니 속에 꼭 담기어 있다.

 

 이런 순간들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녀가 이 순간을 , 나는 못되게도 아주 오래 기억해 주길 바란다. 나중에 웃을 추억으로 남더라도..

 

 

 당장은 아픈 기억에 불과할 이 순간들을....

 

 

 

 " 얼굴에 닿으면 따뜻해야 되는데- 너무 차니까 -"

 

 

 그녀는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내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나는 그 후에 그녀에게 어떠한 말도 묻지 않았다.

 

 

 그녀가 그 남자를 만나고 돌아온 날에도 특별히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질투가 강하구나 느꼈을때

 

 내 자신이 어쩌지도 못할 거면서 질투했다는 그 사실에 자괴감도 좀 느낀 한편- 내가 굳이 이르집어 주지 않아도- 그녀가

 

 

 스스로를 괴롭게 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남자는 어찌되었던 특별한 존재였다.

 

 

 

 그녀의 세상- 중간을 뚝 끊어 버릴수도 없을만큼, 많고 오랜 시간속에 그는 존재했을 터였다.

 

 내가 어쩔수 없는 시간- 내가 전혀 다른곳에 머물렀던 시간 그 시간 속속들이....

 

 

 

 내가 그럼 좀더 요령있게 구해주지 그랬냐고 물었을때 남자는 평정을 잃었다. 그건 아마 나에대한 분노여서 이기도 했겠지만

 

 내내 그런 놈들한테 선수를 빼앗겼을때 , 모아온 분노이기도 했겠지-

 

 그때 느꼈다.

 

 이 남자를 내가 이기기는 쉽지 않겠구나 하는 마음....

 

 

 

 

 

 

 "너무 추운데 도시락은 다른데 가서 먹을까??"

 

 

 

 내 말에 그녀는 씩 웃었다. "그러자 그럴줄 알았어요- 왜 나한테 이거 둘러줬어요? 당신이 더 추워 보이는데?"

 

 

 "아니야... 난 생각보다 추위 덜 타- 당신이 추워 보여서 그랬지.."

 

 

 무연한 내 거짓말에 그녀는 씩 웃었다. 다 알지만 이번만 넘어가 주겠다는 듯이

 

 

 "그래도 서울보단 한참 따뜻하네요- 뭐... 유진이가 언제 보냐고 자꾸 날 졸라요- "

 

 

 

 "....?"

 

 

 

 "핸드폰 신경 거의 안쓰고 꺼두다 싶이 했는데 잠깐 켜니까 메세지가 들어와 있네요- "

 

 

 "그랬어?"

 

 

 과연 그 사람을 만날때 까지 내가 기다릴수 있을까?.... 나는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아마 그렇게까진 될수 없겠지...

 

 이런건 가질수 없는 욕심일테지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웃었다.

 

 

 

 "부담 가지긴.. 부담 가질거 없어요- 벌써 몇번이나 서로 말 해놓고선 뭐... 그보다 당신이 대화를 그렇게 부드럽게 할수 있었단 사실에

 

 더 놀랐지만요-"

 

 

 

 그 말에 내가 웃고 만다. 그래 그녀에게는 낯선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래? 예전엔 더 했어- 어머니도 그러셨지 저놈 능글능글 저래서 늘 혼내기가 쉽지 않다고.."

 

 

 

 "당신이 능글 능글이요? 에- 진짜 안어울린다"

 

 

 

 그녀가 웃는다. 나는 씩 웃으며 대꾸한다.

 

 

 

 "그랬어- 뭐... 방어 기제인건 달라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뭐아 그래야 할까..... 능글 거려서 힘든 상황을 유연하게 넘길려고 애썼지..

 

 '굳이 힘들게 딱딱 거릴거 뭐 있겠어' 가 더 정확한 말이 었던거 같아... 아버지가 나에게 사람을 붙여도 그냥 신경 쓰지 않았어

 

 그때엔... 뭐 그럴수도 있지 그러고 말았지- 굳이 일일히 다 반응할 칠요가 없었다는게 정확한 말일지도 몰라-

 

 

 바뀐건 한순간이었지만 말야..... 그때 아버지가 진심으로 가슴아파 하셨던 순간도 분명히 있으셨을 테니 형한테는

 

 그것도 충격이었을거야- 형은 아버지의 애정을 몹시 갈구하거든.. 그건 어쩌면...... 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 조차 최근인걸

 

 그때는 나도 내 상처 살피기 급급해서... 다른 생각하지 못했어"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그때의 상황 그 너머까지도 본 듯한 표정으로

 

 

 

 "재활 기간 말고도... 그럼 힘든 날이 많았을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

 

 

 

 나는 씩 웃고 그냥 말을 만다. 재활 기간까지 가서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소리도 크게 내질 않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눈에 익어지는

 

 적어도 정신은 든 상태였다. 처음 날 찾아온건 절망이었다. 절규였다. 다른건 없었다... 그게 지나가고 나니 아무런 생각도 없고

 

 내 안에 모든 피도 장기도 다 나가버린듯 죽어라 공허했다... 옆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말을 계속 거셨던건 안다.. 그러나 듣길리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겠단 맘이 들고 어떻게 일어서야겠다 맘이 든건 순전히 의사가 전한 하민이 상태 때문이었다... 나는 많은걸 견뎠다

 

 

 많은걸 지나와서 지금 이렇게 이 여자와 나란히 걷게 되었다. 이건 , 그래도

 

 

 내가 이뤄낸 거라고 보면 안 될까...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전혀 익숙치 않던 휠체어 타는 법을 배웠다. 새로이 걷는 법을 배우는 아이처럼

 

 

 

 익숙치 않아 손에 물집이 잡힐때 별 생각없이 물집을 터트리고 굳은살이 밀릴 즈음 장갑을 꼈다.

 

 

 

 그게 익숙해 질 무렵 재활이 시작되었다. 몇번의 전신마취후에 대 수술을 했다...

 

 수술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마취란 필수지만 깨어나는 내내 조금씩 통증이

 

 돌아오고 그 불쾌감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통이다... 그 수술 후에 재활은 몇배로 더 고통스럽다.. 내가 그 시절을 버티면서

 

 성격이 강팍해 졌다는 말은 사실이기도 오해이기도 했다. 부러 성격을 그렇게 만들수도 없었겠지만 그런걸 겪고 나니 사소한 것에

 

 

 시시비비를 가릴 마음조차 달아났다. 내 세상만 안전하면 그게 다였으니까..

 

 

 

 "당신이 강한 사람인것 이제 알지만- 아프면 이제 바로 바로 말 하기에요-"

 

 

 

 

 내가 뭐라 반막하려 입을 열자 그녀가 먼저 내 말을 막는다.

 

 "무슨 말 할지 아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남들도 다 알고 당신 아픈거 아는데 나만 모르기 싫어요

 

 걱정도 내가 해주고 싶은거니까-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 해 주길 바라는거 뿐이에요 정말로-"

 

 그녀의 정말로에 힘이 실려서 나는 씩 웃으며 그녈 보고는 귀여워서 다시 묻는다

 

 

 

 "정말?"

 

 그녀는 왠지 모르겠지만 낯을 붉힌다.

 

 "정말!"

 

 

 

 우리는 웃으며 차로 돌아가는 길을 걸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바다는 여전히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철썩 철썩

 

 대답하듯 소릴 들려주었다. 나는 그 소리를 대답으로 들은듯 미소지었다.

 

 

 -

 

 

 강비서에게 전화가 닿은건 제이미에게도 연락이 닿은 후였다. 그 전화는 밤에 울렸다. 늘 받던 번호가 아니라서

 

 그 남자인가 했지만 그 번호가 아니었다. 강비서는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좀 쉬나 했더니만...

 

 

 마지못해서 전화를 받았더니 낯선 목소리에 울음소리가 묻은 목소리였다.

 

 

 

 "...... 강비서 님인가요?"

 

 .......아주머니셨다.... 내가 잘못 안 것이 아니라면 하민양을 돌보시는.... 나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그분에게 내 번호를 줬다고 이야기 하신적이 있다는 게 기억이 났다.

 

 당시엔 별일이 아니라서 그냥 그렇게 넘겼었는데...

 

 

 

 시계를 보니 피가 싸악 식는다... 이 시간에... 무슨 연락이 필요하단 말인가..

 

 

 

 "예- 제가 강진환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수화기 너머의 우는 목소리는 나를 너무나 불안하게 했다. 이미 막다른 길인데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제발.... 제발...

 

 

 

 

 "........ 하민양... 가족이 여기 다 계세요.. 아무래도 그분도 여기 계셔야 할 것 같아서....... "

 

 

 

 "무슨일이시죠?"

 

 

 

 나는 참지 못해 두번 물었다. 심장이 터질것 같이 뛰었다...

 

 

 

 

 "하민양이.... 오늘 저녁에........ 뇌사로 접어 들었어요..... 이제 돌이킬수 없는 상태에요..... 가족분들은 지금 상의 중이시지만......

 

 사모님이 쓰러지셔서... 지금 당장은 결정하지..."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탕 하고 총이라도 맞은듯 사고가 멎었다. 그 순간 든 생각은 하민씨 어떡하지가 아니었다...

 

 

 

 작가님 어떡하지..? 이제 작가님을 무슨 수로 구하지?.... 아니........

 

 

 

 

 작가님한테.... 뭐라고 말씀드리지?.............

 

 

 

 

 

 

 

 

 작가님한테 전화를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것도 순간이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무슨 수를 쓰신다고 해도 지금

 

 서울까지 올 방법이 없었다.

 

 

 

 내 생각으론 그랬다. 설마 작가님이 미치지 않으시고야 하임씨한테 운전을 부탁하시진 않으실 테고

 

 나는 주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전화를 드리고 우선... 가서 모셔오면?

 

 

 

 

 내가 가야한다.. 세상이 무너져도 오늘은 ...... 내가 가야만 한다......

 

 

 

 

 

 "부탁합니다 잠시만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아주머니는 울먹이며 대답하신다.

 

 

 

 "가족이 아니시니... 어차피 가족들이 결정하면 어쩔수 없는..."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모시고 가겠습니다.. 작가님이 부득이하게 좀 멀리 계세요... 꼭 가실 겁니다 당장이요... 그러니 "

 

 

 전화기 너머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일단 끊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인지 난처하단 목소리로 황급히 전화가 끊겼다. 나는 막아줄수 있는 이가 없었다.

 

 누구한테 말해야 될지 알수 없었다. 나는 우선 사모님한테 전화를 걸려다 망설였다... 지금 상황에서 사모님은....

 

 어쩌면 아들을 구하고자 하민씨가 뇌사이면... 하민씨 사모님이 친구분이시니 위로하며 이젠 하민이를 보내자고

 

 설득하실지도 모른다...어쩌면 작가님이 당도하시기도 전에라던가.. 설마 그 정도로 잔인하실것 같진 않지만.......

 

 

 그렇지만....

 

 

 

 

 

 

 

  그건 작가님의 생각이 아닐거야... 나는 죽어라 생각했다. 우선은 내가 경주로 가는게 빠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작가님이 다른 쪽 통해서 들으시면 이젠 참으실수 없을만큼 폭발할꺼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작가님의 번호를 눌렀다. 손이 달달 떨렸다...

 

 

 이럴순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신은 왜 이렇게도 이 사람만 괴롭히신단 말인가 작가님이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서울을 뜬게 총 3일이 안되었는데...........

 

 

 

 

 수화음은 몇번 가지 않고, 작가님의 목소리가 정갈하게 들려 왔다.

 

 

 

 

 "여보세요?"

 

 

 

 늦은 시간이었지만 작가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내 목소리가 찢어지고 있었다.. 내 눈에도 잘 알지도 못하는

 

 하민씨에 대한 연민으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작가님.... 제말 잘 들으세요... 제가 지금 거기로 갈 테니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마시고.... 제가 말씀 드리는 건 혹시 다른 사람이

 

 전화와서 다른 이야기 할까봐서 말씀 먼저 드리는 거니까....약속해 주세요 제가 갈때까지 기다리신다고요.."

 

 

 

 

 

 "....?"

 

 

 

 작가님은 대답이 없으셨다.. 그러다 물으셨다.

 

 

 

 

 "무슨일이야.. 너 울어?"

 

 

 

 작가님의 목소리도 불안감이 실린다..

 

 

 나는 계속 물었다..

 

 

 "......... 작가님... 약속해 주세요... 제가 갈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고요.... 이 상황에서는 이미 다른건 소용 없어요... 약속해 주세요 작가님"

 

 

 

 

 

 나는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작가님은 대답치 않으셨고 자꾸 무슨 일인지 물으셨다.

 

 나는 대답해야 했다... 입술도 떨려왔다.

 

 

 

 

 

 "하...하민씨가... 저녁즈음에......뇌사....상태로 접어 들었다고 전화 왔어요...... 지금 ...가족들 다 모여 있는데...

 

 

 회장님이랑 사모님은 아직 모르시는거 같은...."

 

 

 

 

 

 

 "뭐라고?"

 

 

 

 

 이성을 잃은... 너무 조용한 되물음... 너무나 무서운 되물음이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뇌사래요... 의사들이 이미 확진한거 같습니다... 길어 봤자 한달 쯤일거에요..... 길어도...........아시잖아요.. 뇌사자는 이미 ..."

 

 

 

 

 전화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곧 전화는 끊겼다. 나는 바로 차키를 들고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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