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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9. 전소 01
작성일 : 17-06-25 12:20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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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와 군대가 싸울 때 병력의 규모가 비슷하다면 서로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하지만 한쪽의 군대가 압도적으로 수가 많다면 군대의 질이 특출 나게 우월하지 않거나 지휘관이 매우 뛰어나지 않은 이상 더 몸집이 큰 군대가 이기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비슷한 규모의 두 군대가 싸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상대하는 적을 줄이면 된다. 전염병을 일으키던 동맹을 이용해 군대를 불려오던 혹은......적을 아군으로 만들던지

 

 북부의 한 성에서 낡은 로브를 두른 사내가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북부의 영주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입니까! 노스가드후작님과 달리 그들은 탐욕스럽고 명예를 모르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빼앗고 자식들을 빼앗았습니다.”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나 노인 그리고 아직 새파랗게 젊은 아이들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징집되지 않고 남아있는 사내가 신기해보여서 일지도 몰랐다.

 사내는 숨을 들이쉬고 생각을 정리했다. 여기서 부터가 중요하다. 뭇 예언자나 혁명가들의 특기인 거짓말, 늙은 노새처럼 보잘것없는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가죽을 더해서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 낸다. 지어낸 이야기보다 사실에 거짓을 더하는 것은 너무 간단한 일 아닌가?

 “얼마 전에 내린 검은 비를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은 신이 반란군에게 내린 천벌입니다!”

 “정말 그렇다면 왜 우리도 이렇게 고통 받나요?”

 피로한 표정의 아낙이 말을 걸어왔다. 내심은 쓸모없는 소리하지 말고 마을에서 나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북부의 주민 여러분이 오래전부터 북부를 지켜오던 귀족들을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그, 그건 오래전 일이에요 저희랑은 관련 없는 일이에요!”

 노스가드가문이 불타 사라졌을 때 수많은 북부의 영지들이 반란군으로 몰렸다. 그들은 대부분 용감하게 싸웠지만 그중 도망치다가 주민의 신고로 잡힌 이들도 있었고 반역죄를 뒤집어쓰기 싫던 기사가 주인을 배신하는 일도 생겼다. 물론 그게 이들과 직접 관련 있는 이야기는 아닐 테지만

 “우리는 일어나야합니다.”

 “......”

 “여러분 노스가드의 생존자, 이리스 노스가드님이 돌아올 겁니다! 그분이 다시 이 북부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억압받지 말고 일어나십시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노인들은 추억했다. 자신들이 젊었을 무렵에 북부가 얼마나 평화로웠는지 당시 왕국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었기에 세금도 적었고 피해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영주들이 마물의 위협으로부터 이 땅을 지키려 했었다.

 “저기다!”

 일단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사내가 연설을 펼치고 있는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는 도망치려는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저놈이 백성들을 선동한다는 괴한이다. 당장 죽여라!”

 “하, 하지만”

 기사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병사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병사와 사내 사이에는 그들의 아내이고 아버지이며 아들인 두꺼운 성 주민들의 벽이 있었다.

 “거치적거리는 천민들 같으니라고! 당장 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베어주마”

 기사가 검을 빼어들자 서늘한 오러가 검을 감쌌다. 병사들은 주춤주춤 그에게 길을 내주었고 사내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주민들도 길을 열었다. 단 한명의 노인만 제외하고

 “기사님 멈추십시오.”

 “더러운 늙은이가!”

 기사가 코앞까지 다가갔어도 노인는 꿈적도 하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기사를 노려보았다.

 “왜 저자를 잡으려 하십니까? 저는 아직 저 사내가 틀린 말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기사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검을 휘둘렀다. 노인은 눈을 질끈 감고 검이 자신의 몸을 통과하길 기다렸지만 그것은 사내의 마법에 의해 막혔다.

 “라이트닝 스피어”

 번개의 창은 노인의 어께 위를 지나쳐 기사의 몸통에 적중했다.

 “마, 마법사......”

 털썩

 “여러분이 힘이 부족하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북부의 질서를 여러분의 힘을 다시 세우는 겁니다.”

 방심하고 있던 기사가 허무하게 쓰러지자 병사들도 당황했다. 다른 기사가 더 있었다면 나았겠지만 대부분의 기사가 가디언링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성에 남아있는 기사는 매우 소수였다.

 그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은 마법사가 가진 신비한 힘에 겁을 먹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병사가 가지고 있는 창을 빼앗아 들더니 품에서 천을 꺼내서 창대 위에 감아 높게 들었다.

 신성한 수호자에서 추락해서 20여 년간 금기시되었던 얼어붙은 방패의 깃발이 다시 이 얼어붙은 대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 말고도 많은 북부의 수호자들이 다시 이 땅에 돌아올 겁니다. 모두 일어나서 반역자를 몰아냅시다!”

 “와아아아!”

 돌아온 노스가드의 이름에 환호하는 걸까? 아니면 사내가 보여준 힘에, 더 나은 삶은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환호하는 걸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렇게 노스가드 의용군이 생겨났다.

 

 메마른 마음에 기름이 부어지고 불길이 일어나자 백성들은 검을 들었다. 늙은이들은 낡은 도끼를 쥐었고 어린 소년은 돌팔매질이라도 하면서 내성에 몰려들었다.

 그것 뿐 만이라면 병사 몇에 기사 한 둘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나온 건지 출신이 불분명한 마법사 무리가 봉기한 백성들을 지원했다. 얼마 남지 않은 기사들과 병사들로는 성난 백성들의 벽을 뚫고 마법사들을 공격하기란 불가능했고 반란으로 인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이들은 의용군에 합류했다.

 

 노스가드성으로 향하고 있는 이리스의 부대도 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얼어붙은 방패의 문양을 앞세운 노스가드 의용군과 조우하게 되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왜 그 문양을 쓰고 있는 거지?”

 이리스는 노스가드의 문양을 보자마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수가 없었다. 짙은 살기와 스산한 검은 안개가 꿀렁꿀렁 바닥에 깔리자 광신도의 집념처럼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던 의용군들 사이에서도 공포심이라는 단어가 눈으로 파고들어서 뇌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노스가드의 문양을 쓸 자격이 있는 것 오직 나뿐이다!”

 “이리스님 진정하십시오. 저들은 사병이 아니라...백성들처럼 보입니다. 저희의 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눈앞의 의용군 무리는 족히 천은 되어 보였지만 사자가 양을 보고 겁먹지 않는 것처럼 이리스는 혼자서도 그들을 전부 정리할 자신이 있었다. 늙은 전사들은 진땀을 빼며 검을 뽑아들려는 이리스를 막았다.

 수군수군

 “저분이?”

 “분명 이리스라고......”

 “북부를 구원해주신다고...”

 늙은 전사가 하는 말을 들었는지 의용군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어났다. 그때 의용군 무리를 가르고 한 마법사가 앞으로 나섰다.

 “이리스님 오셨군요! 지금쯤 오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리스의 앞으로 나오자마자 품속에서 붉은 발자국이 그려진 문장을 살짝 꺼내서 보여주고 재빨리 집어넣었다. 물론 소드마스터인 그녀가 알아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붉은 발자국...블러드트랙인가? 나한테 그 문양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 텐데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마법사는 이리스가 내뿜는 스산한 살기에 침을 삼켰다. 그녀의 손에는 언제 만든 건지 모를 투명한 얼음의 칼이 만들어져있었다.

 ‘잘못 대답하면 죽는다!’

 블러드트랙과 이리스는 필요할 때 거래를 주고받는 관계이기는 했지만 시작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여기서 자신이 죽는다고 조직에서 그녀를 어떻게 하진 않을 것이다.

 “상부에서 국왕파가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도우라고 했습니다. 노스가드성을 공격하려면 군대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건 알 필요 없고 대가는 뭐지? 너희들처럼 음침한 놈들이 아무런 이득 없이 이런 일을 할 리는 없을 텐데?”

 “신전에서 전쟁을 도우면 공식적으로 저희를 인정해 준다고 했습니다.”

 “신전에서?”

 이리스는 안색을 찌푸렸다. 신전과 흑마법사는 상극일텐데 여기서 신전이 왜 나온단 말인가?

 “신전은 전쟁이 길어져서 백성들이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군요. 뭐 이리스님께서 나중에 북쪽 땅에 블러드트랙의 마탑을 건축하는 것을 허가해주시면 더 좋겠지만......”

 사실 메이트라왕국에서 신전이 가지는 권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한참 ‘유배자’들의 방문으로 켈라인교과 에시디아교가 퍼졌고 이후 몇 십 년 전에 바다 건너의 셀도란 왕국과 교류를 하면서 추가로 리페교와 리슈테교가 들어왔다.

 그나마 입김이 강한 쪽이라고 하면 먼저 들어왔던 켈라인교단과 에시디아교단이지만 백여 년 전에 ‘성전’이라는 구실로 엄청난 수의 신도들을 ‘끝의 산맥’너머로 보낸 이후에는 신도들이나 정치에의 영향력 등 가지고 있던 힘을 대부분 잃었다. 아직 제대로 된 신전도 얼마 없는 리페교나 리슈테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내 군대인건가”

 “그렇습니다. 이곳 말고도 규모가 작은 성 대부분에서는 의용군이 일어났을 겁니다. 규모가 너무 큰 경우에는 기사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아직 작업을 시작하진 않았습니다만 후작님께서 지시하신다면 시간벌이쯤으로는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녀로서는 이득인 상황이지만 어쩐지 뒷맛이 썼다. 하지만 그건 내면의 감상일 뿐이고 지휘관으로서와 복수자로서의 그녀는 이 군대를 감사히 쓰기로 했다.

 “서로 간에 연락은 되나”

 “그렇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다른 부대에서 렉스경을 데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렉스는 무사한가!”

 “그, 그렇습니다. 무사히 치료제를 받아 전염병을 치료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리스가 순식간에 태세를 바꿔서 어께죽지를 붙잡자 마법사는 화들짝 놀랐지만 그녀가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힘이 빠지자 마음속으로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백성들을 선동해서 가디언링으로 가는 보급은 거의 완전히 끊어졌을 겁니다. 가디언링에 있는 반란군이 항복하고 천천히 국왕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이리스는 냉정을 되찾았는지 조금 전까지의 인간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이들이 정말로 노스가드의 문양아래 모인 것이라면 유일한 노스가드의 생존자로서 이들을 이끄는 것이 자신의 의무다.

 “근처에 있는 의용군을 전부 모아라 일주일, 그 안에 노스가드성을 점령하겠다.”

 “조직에 연락을 해두겠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주민들을 데리고 성을 점령하긴 힘들 겁니다.”

 “상관없다. 머리만 죽으면 몸통은 쓸모없어질 테니까.”

 그는 이리스가 말하는 머리가 아이언나이트인지 리누스 발렌타인 후작을 말하는 건지까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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