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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사랑하기까지
작가 : 서희린
작품등록일 : 2017.6.21

25살 건후는 첫눈에 반한, 가슴 두근거리는 그녀를 만나 불타는 사랑을 했다. 3개월 후 유학을 가야했던 그는 결혼을 하겠다며 헤어지자는 그녀의 말에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7살 유화는 난생처음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 불같은 사랑을 했다. 하지만 유학을 앞둔, 아직은 창창한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던 유화는 결혼이란 핑계로 그를 놓아주었다. 유화를 잊지 못하던 30살이 된 건후 앞에 다시 나타난 그녀를 향한 그의 집착이 시작되었다. 건후로 인해 흔들리는 유화에겐 이미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9화. 첫 만남 ― 서로를 알아가다.
작성일 : 17-06-22 21:27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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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나가자 강한 바람이 그들을 훑고 지나갔다. 진저리를 치며 코트를 입는 남자를 보며 유화도 코트를 입었다.

 

 

 “뭐예요?”

 

 

 코트의 단추를 채우길 기다리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를 유화가 노려보았다. 유화는 여자치고는 키가 큰 168이었고 5센티 구두를 신고 있는데도 남자를 올려다봐야할 정도로 그는 키가 컸다.

 

 

 “저런 곳에 오래 앉아있고 싶은 마음 없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렇긴 한데.... 초면에 웬 반말이죠?”

 

 

 유화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무례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반말하면 안 돼?”

 

 

 설마.... 나를 조금 전에 있던 여학생들과 나이가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21살인 그녀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세월의 때나 연륜 이런 것.

 

 엄마에게 물려받아 싸구려 화장품을 써도 트러블하나 나지 않는 끝내주게 좋은 피부를 타고 난 것 빼고는 유화는 자신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몇 살처럼 보이는데요? 그쪽 대학생 아니에요?”

 

 “나 군대도 갔다 와서 나이 좀 있어. 너 20대 초반? 아까 애들은 화장을 너무 심하게 해서 20대 초반으로 안보이긴 했지만. 너도 그 정도로 보이는데?”

 

 

 빈말이라도.... 기분은 좋았다. 후훗. 내 나이 알면 기절하려나? 웃음이 자꾸 비집고 나와 유화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근데... 춥다. 우리 어디 따뜻한데 가자.”

 

 

 건후는 유화의 손목을 다시 잡더니 근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녀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앞서가는 그의 뒤통수를 유화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았다. 빠른 걸음으로 가는 남자 때문에 거의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여 그의 손에 잡힌 손목이 아파왔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건후는 자동으로 차문을 열고는 조수석을 열어 유화를 태우고 그는 운전석에 올랐다. 차안도 춥기는 마찬가지로 유화의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였다.

 

 건후는 시동을 걸고 히터를 틀었다. 차가 아직 달궈지지 않아 찬바람이 나와 유화가 깜짝 놀라자 건후가 히터를 끄고 머쓱해했다.

 

 

 “미안.”

 

 “괜찮아요. 근데 학생이 차도 있네요?”

 

 

 국산차였지만 이 차가 많이 비싸다는 건 유화도 알았다.

 

 

 “어머니께서 쓰던 차.”

 

 “아~”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싱긋 웃어 보이는데 유화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생긴 것도 잘생겼는데 웃는 모습은 더 멋있었다.

 

 건후가 유화를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자꾸 눈을 맞춰오는 건후 때문에 유화는 심장이 떨려와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했다.

 

 

 “배고프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밥.”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반말을 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고.

 

 

 “밥? 그냥 밥?”

 

 “한식 좋아해....요...”

 

 “한정식 집 같은 곳?”

 

 

 한정식 집은 꽤 비싼 곳인데. 차도 그렇고 지금 이 남자가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돈 많은 집 자식인가?

 

 

 “혹시 음식 가려요? 예를 들어 고급스러운 음식들만 먹는다던가.”

 

 “아니. 난 다 잘 먹어. 길거리에서 떡볶이도 먹고 어묵도 먹어.”

 

 

 생긴 거와 다르게 먹는 건 안 가리고 먹네. 그거하난 마음에 드네.

 

 유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 근처에 부대찌개 집 있는데.... 거기 갈까요?”

 

 “그래. 근데 추운 건 질색인데. 많이 걸어야 돼?”

 

 “바로 앞이에요. 5분도 안 걸려요.”

 

 “응. 그럼 가자.”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 부대찌개 집으로 들어갔다. 딱 5분 거리였지만 그는 오는 내내 춥다고 투덜거렸다. 어린아이같이 툴툴거리는 귀여운 그의 모습에 유화는 웃음이 나왔다.

 

 부대찌개 집은 불금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고 둘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아, 난 하건후.”

 

 “전. 김유화예요.”

 

 “응. 김유화. 유화. 이름 예쁘다.”

 

 

 또다시 그녀를 보고 웃는다. 그 미소가 자꾸만 유화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부대찌개가 나오고 밥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그럼 지금 직장 다니는 거야?”

 

 “네. 그쪽은 학생?”

 

 “응. 4학년.”

 

 “그러면.... 나이가 몇?”

 

 “25살”

 

 

 유화는 밥을 먹던 수저를 떨어뜨릴 뻔했다. 유화가 어이가 없는 얼굴로 그를 보자 건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왜? 내 나이가 많아?”

 

 

 헐...... 지금 말이야 막걸리야. 나보다 어린놈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줬단 말인가? 도대체 날 몇 살로 본거야?

 

 

 “나 그쪽보다 나이 많은데.”

 

 

 이번에는 건후가 수저를 내려놓고 유화를 보았다. 그녀의 나이를 가늠하려는지 그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정말?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야?”

 

 “27살”

 

 “두 살 차이. 별로 안 나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며 건후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근데 미팅은 어떻게 나온 거야? 아까 애들 21살이라고 하던데.”

 

 “아, 주선자가 친구 동생. 전 대타.”

 

 “응.”

 

 

 건후가 밥을 먹다말고 유화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건후의 시선을 느낀 유화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사실.... 난 미팅은 처음이거든. 억지로 나오긴 했는데.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왜요?”

 

 “널 만나서.”

 

 

 당황해하는 유화를 보며 건후는 씩 웃고는 국자를 들어 부대찌개를 떠서 유화의 접시에 담았다.

 

 

 “맛있다. 나 그만보고 식기 전에 얼른 먹어.”

 

 

 유화는 빨개진 볼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열심히 밥을 떠서 먹었다.

 

 뭐야.... 저 남자. 서....선수 아냐?

 

 부끄러워하는 유화를 귀엽다는 듯 보는 건후 때문에 유화는 밥을 먹는 내내 고개한번 들지 못했다.

 

 밥을 다 먹고 건후가 내겠다고 하는 걸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나이도 많고 직장을 다니는 그녀가 사야한다며 유화가 밥값을 계산하고 나왔다. 그리곤 다시 건후의 차로 돌아와 앉았다.

 

 

 “밥은 유화가 샀으니깐.... 커피 마시러 가자.”

 

 

 건후는 시동을 걸더니 차를 출발시켰다.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자동차들 사이를 능숙하게 운전을 하며 빠져나가는 건후의 운전솜씨를 유화는 감탄어린 시선으로 보았다. 건후는 자신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유화의 모습을 곁눈질했다.

 

 

 “운전 잘하는 남자 처음 봐?”

 

 “네? 흐음.....”

 

 

 몰래 훔쳐보게 된 상황에 뺨이 화끈거려와 유화는 빠르게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옆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무안함에 헛기침을 해댔다.

 

 

 “내가 좀 멋있긴 하지. 그래서 유화도 쳐다본 거 아냐?”

 

 

 멋있는 거는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말이..... 참 짧다?

 

 

 “내가 나이가 더 많은데 계속 반말이네요?”

 

 “그럼 너도 반말해.”

 

 

 하, 이거 기분이 점점 나빠지려고 하네. 으윽....

 

 

 “그래. 그러지 뭐.”

 

 

 차가 신호에 걸려 잠시 멈췄다. 건후가 유화를 보았다.

 

 

 “난 유화가 마음에 드는데. 넌 나 어때?”

 

 “어?”

 

 “너랑 연애하고 싶다고.”

 

 

 그렇게 툭 던지고는 신호가 바뀌자 차가 다시 출발했다.

 

 무슨 자신감이지? 여자를 이런 식으로 꼬시는 건가? 그런데 생각과 달리 가슴은 두근거리는 게 무슨 경우냐고. 아, 미치겠네.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난 너보다 두 살이 더 많거든. 너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아?”

 

 “누나소리 듣고 싶어?”

 

 “누나인거는 맞잖아.”

 

 

 건후가 고개를 돌려 유화를 보더니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난 누나랑은 연애 안 해.”

 

 “뭐?”

 

 “알아들었잖아. 넌 나에게 누나 아니야. 난 네 동생도 아니고.”

 

 

 왠지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말 돌리지 말고. 나랑 연애 할 거야 말 거야?”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앞을 보다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차를 보며 유화가 놀라서 물었다.

 

 

 “커피 마시러 간다고 했잖아.”

 

 “오피스텔에 커피숍이 있어?”

 

 “난 추운 건 질색이야.”

 

 

 유화의 질문에 딴소리를 하며 차에서 내린 건후는 얼떨결에 따라 내린 유화의 손을 잡더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던 유화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어느 집 앞에 섰고 건후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유화가 건후를 올려다보자 그의 손이 유화의 등으로 오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느 순간 유화는 집안으로 들어와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있었고 건후는 커피를 내리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누구 집이야?”

 

 “내가 사는 집.”

 

 “근데 왜 여기로 왔어?”

 

 “커피 마시려고.”

 

 “커피 마시려고 여기까지 와야 했어?”

 

 

 유화의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변했다. 유화의 심경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건후는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응. 내가 내리는 커피 맛있어.”

 

 

 건후는 드리퍼에 여과지를 깔고 커피가루를 넣어 서버위에 올리고 뜨거운 물을 가득 부었다. 드리퍼의 물이 천천히 줄어들며 서버 안으로 까만색의 커피가 뚝뚝 떨어졌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처음 본 유화는 커피가 내려지는 걸 신기한 듯 보았다. 그런 그녀를 귀여운 듯 보고 있는 건후를 유화가 고개를 기울이고 올려봤다.

 

 

 “여기 오는 여자들에게 다 이렇게 커피를 직접 내려 줬나봐?”

 

 

 유화의 말에 건후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아니. 이 집에 여자가 온 게 네가 처음이야.”

 

 “설마.”

 

 

 유화가 고개를 똑바로 세우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건후를 보았다.

 

 

 “여기서 얼마나 살았는데?”

 

 “1년 조금 넘게?”

 

 “그 전에는?”

 

 “...... 어머니랑 같이.....”

 

 

 잠시 머뭇거리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 옅게 그늘이 졌다 사라졌다. 별로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 유화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내 집에 아무 여자나 데려오는 그런 놈 아니야.”

 

 

 건후는 딱딱한 얼굴로 유화를 보며 말하더니 뒤로 돌아 머그잔을 꺼내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맛있게 잘 내려진 커피를 머그잔에 담아 유화에게 건넸다.

 

 자신의 집에 아무 여자나 데려오는 남자 아니라며 그녀는 왜 데려왔을까 궁금했다.

 

 유화도 첫 만남부터 남자의 집에 따라가는 헤픈 여자가 아닌데. 남자 집에 오는 건 처음인데 뭐에 홀린 건지 이렇게 앉아있는 그녀 자신도 이해가가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러 왔으니 커피만 마시고 가자는 생각을 하며 유화는 코끝으로 스며드는 진한 향을 맡으며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흠. 부드러운 목 넘김.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그녀가 아니었지만 첫맛은 썼지만 끝 맛은 달달했다.

 

 맛있긴 하네.

 

 그녀를 위해 건후가 직접 내려줘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커피를 내려놓던 유화는 커피를 음미하는 그녀를 보며 ‘거봐 맛있지?’ 하며 웃고 있는 건후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하며 농후해진 시선에 유화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계속 볼 수가 없던 유화가 눈을 내리깔고 머그잔을 보았다.

 

 

 “솔직히 말해. 나 여기로 데리고 온 저의가 뭐야?”

 

 “말했잖아. 너랑 연애하고 싶다고. 너한테 관심 있어.”

 

 “단지 그것뿐이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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