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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1. 사자의 세계 (4)
작성일 : 17-06-21 03:59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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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탑의 꼭대기에는 작고 하얀 새들이 푸른 하늘 위에 그림을 그리며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사자들은 이것들을 ‘전령’이라고 불렀다. 새는 사자의 말을 옮겨주고, 사자를 태우기도 했다.

  솔이 전령을 부르자 수많은 새 중 하나가 날아왔다. 참새만한 그 새는 가까워지자 몸을 부풀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람을 태울만한 크기로 변했다.

  새에 올라타려던 솔은 엘리자베스를 돌아보았다.

  “올려줄까요?”

  엘리자베스의 키는 솔의 무릎정도여서 올라가기 힘들 거라 생각해 물어본 말이었는데 도리어 엘리자베스는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 정돈 알아서 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아장아장 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한 팔을 쫙 올렸다. 그 순간 새가 부리를 열며 머리를 숙였다.

  솔이 기겁해서 말리려는데 새는 엘리자베스의 고사리 같은 손을 물고 고개를 휙 젖혔다. 호선을 그리며 날아간 엘리자베스는 가뿐히 새의 정수리에 착지했다. 고상하게 치마를 정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 되게 조신한 방법이네요.”

  솔이 기가 막혀하며 새의 등으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편안히 안착한 엘리자베스의 뒤통수를 보며 덧붙였다.

  “많이 해 본 솜씨네요?”

  주인은 사람을 만나기 싫어한다더니, 새는 타봤나?

  엘리자베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교감할 뿐입니다. 어서 출발하시죠.”

  “예예, 어서 가죠.”

  솔은 엘리자베스의 도도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출발했다. 새가 흰 날개를 휘저으며 둥실 떠올랐다.

  엘리자베스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가니 저 멀리 작은 숲이 보였다. 초원 위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숲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숲이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검은 빛깔의 안개가 숲을 감싸듯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이었다.

  “저기에 그쪽 주인님이 있다고요?”

  “네. 숲을 둘러싼 저것들은 모두 주인님의 힘입니다. 주인님의 슬픔이 흘러 숲을 덮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작은 숲이었지만 숲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만큼 지치고 슬프다는 걸까? 솔은 살짝 걱정되었다.

  한 사람과 인형은 지상으로 내려왔다. 바닥을 살펴보니 예상대로 숲의 초입부터 드문드문 검은 싹이 돋아 있었다. 이 싹이 돋아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는 것이다. 안개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으니 아마 이대로 두면 숲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솔은 검은 잎을 하나 따고 살펴보다가 손가락으로 문질러 없앴다. 숲의 안쪽은 무성한 잎으로 그늘이 졌고 검은 안개 덕분에 보다 어두웠다.

  “좀 무서울 것 같아서 그러는데 안고 가도 돼요?”

  “안 됩니다.”

  슬쩍 부탁해봤지만 인형은 매정하다.

  엘리자베스가 앞장 서 걸었고 솔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그 뒤를 따랐다.

  숲은 들어갈수록 어두워졌다. 단순한 어둠이 아닌 검은 안개 때문에 밤과 다른 묘한 어둠이 흘렀다. 검은 잎들에 가려져 하늘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늘 탓인지 조금 서늘해진 것도 같다. 엘리자베스의 뒤를 따라 걸으며 팔을 문지르던 솔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우리 언제 도착해요? 좀 추워진.......”

  -딸칵

  그때였다. 수상한 소리가 숲 어딘가에서 들렸다. 솔은 놀라 멈춰 섰다.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그제야 앞서 걷고 있던 엘리자베스도 걸음을 멈추었다.

  -딸칵

  또다. 솔은 황급히 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보았다. 뒤로 감춘 한 손엔 검은 안개가 모여들며 만들어진 은빛 총을 꽉 쥐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다. 총까지 쥐었지만 솔은 소리의 정체를 깨닫고 굳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인형이었다.

  흰 원피스를 입은 그 인형은 엘리자베스보다 단출한 차림이다. 그것은 엘리자베스처럼 인사하지도 않았고, 그저 무미건조한 눈으로 검은 나무 기둥 뒤에 숨어 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공허한 눈동자에 솔은 소름이 돋았다. 아무 것도 담지 못하는 눈동자는 엘리자베스의 것과는 달랐다. 그것은 ‘무(無)’ 그 자체였다. 담아도 담지 못하는 빈 그릇이었다.

  그런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눈을 깜빡이고 솔과 마주보고 있다. 지독한 이질감에 솔은 몸서리쳤다.

  “저게 대체 뭐죠?”

  “저의 동료입니다.”

  “저것도 당신처럼 살아있는 것인가요?”

  “아니요. 저 아이들은 그저 주인님의 곁을 채워줄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엘리자베스의 말은 지독히 지당하게 들렸다. 저런 것을 살아있다고 부를 수 없다.

  심지어 하나도 아니었다.

  잠시 뒤 달칵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똑같은 얼굴의, 똑같은 차림의 인형이 두엇 더 나타났다.

  엘리자베스는 그들의 일일이 눈을 맞추는 듯하더니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기겁했던 솔은 황급히 인형의 뒤에 따라붙었다.

  여기는 굉장히 기묘했다. 아니, 기묘함을 넘어 조금 기분 나쁘기까지 했다. 뭐가 됐든 빨리 해결하고 나가고 싶었다.

  검은 나무 기둥으로 빽빽이 들어차던 시야에 드디어 공터가 나왔다. 푸른 잎과 군데군데 검은 싹이 섞인 공터였다. 그리고 그 한구석에 나무 기둥에 기댄 검은 덩어리가 있었다. 그것의 주위는 온통 새까맣게 물들었다. 사념이다.

  그 자는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에 둘러싸였다. 그렇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며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숲을 검게 물든 원인이 여기 있었다.

  “저분 인가요?”

  당연한 물음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어둠으로 꽁꽁 싸인 주인에게 다가갔다.

  “주인님, 손님 오셨어요.”

  주인은 대답이 없었고 솔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묵묵부답이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여전히 대꾸도 미동도 없자 솔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짓으로 검은 안개의 윗부분이 걷히고 엘리자베스 주인의 진짜 모습이 나타났다. 그 자는 창백한 뺨을 가진, 솔의 또래 여자 아이였다.

  얼굴을 가리던 어둠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는지 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솔은 한 눈에 그녀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눈엔 핏발이 섰고, 눈 주변으로 파랗고 붉은 핏줄이 도드라졌다.

  원한이나 미련으로 사람이 망가지기 직전, 이런 모습이 된다.

  “저기, 엘리자베스 주인 분?”

  “희나리 님이십니다.”

  뒤에서 엘리자베스가 정정했다.

  “안녕하세요, 희나리. 탑에서 왔습니다.”

  모습이 망가지고 있을 뿐이지 희나리의 눈에 적의라고는 없었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눈은 앞서 봤던 인형들처럼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솔은 애써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자, 그럼 같이 가실까요?”

  그러자 작고 갈라진 목소리가 얇은 입술을 통해 흘러나왔다.

  “...어디를?”

  “당연히 탑이죠.”

  “내가... 왜?”

  “아가씨. 같이 가요.”

  엘리자베스의 나지막한 부름에 희나리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곳에 있다간 아가씨께 좋지 않아요. 안전한 곳에서 편안히 쉬세요.”

  엘리자베스의 우려 섞인 걱정에도 희나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감싼 어둠을 이불처럼 끌어당기며 얼굴을 묻었다.

  “싫어.”

  어둠이 꿈틀거리며 솔이 치웠던 안개가 점차 메워졌다. 그녀는 다시 어둠 속으로 숨으려 했다.

  “싫어... 날 괴롭히지 마.”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아가씨.”

  엘리자베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답답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인형은 주인에게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나 희나리는 이미 처음 봤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탑의 사자님.”

  그 직후 인형이 부른 건 제 주인이 아니라 솔이었다. 솔은 인형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주인님을 탑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그럴 수 없어요.”

  그리고 솔의 대답도 정해져 있었다.

  “탑은 사자의 의지를 존중하거든요.”

  “하지만 분명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습니다.”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겠단 거지 끌고 가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러자 엘리자베스는 조금 화가 난 얼굴이 되었다.

  “그 남자를 다시 만나 봐야겠습니다.”

  “달라질 게 있을까요? 도현이 보낸 사람이 저에요.”

  솔이 물러섬 없자 인형은 입을 닫았다. 이윽고 다시 열린 인형의 목소리는 낮았다.

  “알겠습니다.”

  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그것은 탑에 발을 들이는 이들도, 나가는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탑은 그 누구도 붙들지 않고 붙잡지 않는다. 모든 것은 오로지 개인의 의지에서부터 시작될 뿐이며, 탑은 그것을 존중한다.

  그러니 탑의 뜻에 따라 솔은 거절하는 희나리를 강제로 데려갈 수 없었다. 그것이 친구를 걱정하는 어느 인형의 부탁일지라도.

  솔은 필요하다면 엘리자베스에게 그것을 설명해주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인형을 설득하는 일은 없었다.

  -푹

  살을 파고드는 끔찍한 소리.

  어떻게 말릴 새도 없이 검은 안개, 사념으로 만들어진 작은 단도가 희나리를 찔렀다.

  충격으로 희나리를 감싸고 있는 검은 안개가 흐려지며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검은 단도는 그녀의 어깨에 박혔다. 솔이 경악하는 사이 또 다른 단도가 희나리를 향해 쇄도했다.

  솔은 급하게 사념으로 그것을 쳐냈다. 그리고 희나리를 등 뒤로 감추며 소리쳤다.

  “뭐하는 거예요!”

  등 뒤로 숨긴 희나리의 입에서 가냘픈 신음이 흘러나왔다.

  인형은 주인의 고통에도 꿈쩍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대체 뭐가!”

  “주인님의 목숨을 끊으면 탑으로 인도해 주시는 것 말입니다.”

  냉담한 인형의 결단에 솔은 말문이 막혔다. 껍데기로부터 태어난 인형은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교활했다.

  사자의 세계에 죽음은 없지만 죽음과도 같은 잠은 있다. 죽을 만큼의 상처를 입게 되면 상처가 회복되고 깨어날 때까지 지하에 잠들게 된다.

  희니리가 죽을 만큼 다치게 되면 그녀는 솔이 인도하지 않아도 탑으로 향할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탑의 지하에.

  인형은 그렇게 해서라도 희나리를 탑에 보내겠다고 하고 있다. 냉정하고 매정하게.

  “탑의 사자가 할 수 없는 일인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의 사랑으로부터 태어난 인형은 이제, 그 주인을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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