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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끈질긴 야마구치구미가 보낸 자객(刺客)들
작성일 : 24-03-10 18:54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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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화

 끈질긴 야마구치구미가 보낸 자객(刺客)들.

 

 미녀 삼총사처럼 그러려고 내 옆에 왔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얼떨결에 내 말에 동의한 거였다.

 땡감 씹은 표정으로 다이히토가 내 옆에 풀썩 앉았다. .

 

 - 야, 임마 넌 만지려면 제대로 화끈하게 만져야지, 이렇게, 쪽쪽~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아 쫌...

 - 나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킥킥...

 

 내가 황위 계승 7위의 천황 직계 황족 다이히토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입과 얼굴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다이히토가 징그럽다고 난리를 쳤다. 옆에 있던 쥰페이도 가세를 해서 세 청춘 돌아가며 서로 니가 먼저 내가 먼저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천황이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궁내청 간부가 봤으면 기절하지 않았을까? 일본 국민은? 신성한 성역(聖域)이라는 불가침의 영역에 단내나는 침을 발랐으니 대노(大怒)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우리의 우정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였다.

 우리 셋의 닭살 돋는 장난을 지켜본 미녀 삼총사가 재밌다고 까르르 파안대소(破顔大笑)했다.

 승합차 기사가 뛰어왔다.

 

 - 자, 내려가시죠?

 - 호텔로 바로 갑니까?

 

 쿠시로 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냥 두고 가려니 미련이 남아 내가 물었다.

 

 - 아닙니다, 습원을 돌아다니며 쭉 구경하고 갈 겁니다.

 - 감사합니다.

 

 유리나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우리는 승합차 기사를 따라 몇 발짝 내디뎠다.

 아야코는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가 돌아보며 물었다.

 

 - 안가?

 

 아야코가 입을 삐죽이며 손을 내밀었다. 손잡아 달라는 거였다.

 아, 가시나 애도 아니고...

 나는 가서 손을 잡았다.

 그때서야 아야코가 잡은 내 손을 흔들며 좋다고 쾌속선이 정박한 곳으로 내려갔다.

 

  * * *

 

 - 항쟁(抗爭=전쟁) 중입니까?

 

 쾌속선 요트 조종간을 잡은 승합차 기사가 내 말을 못 들은 척했다. 항쟁은 야쿠자들끼리 전쟁을 뜻한다. 작은아버지로부터 함구령이 떨어진 거 같았다. 내 물음은 확인 사살 같은 거였다. 삼척동자가 봐도 야쿠자끼리 전쟁 중이라고 알 정돈데 그래도 알고 싶었다. 친구들이 걸렸기에 그렇다. 만반의 준비 때문이 아니라 만에 하나 아니기를 바라는 일말의 바람이 컸다. 이 아름다운 친구들을 야쿠자 간의 전쟁에 끼어들게 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쾌속선은 제법 컸다. 호화 요트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디럭스(deluxe)했다.

 10여 명이 먹고 자고 해도 충분할 만큼 크기였다.

 미녀 삼총사가 화장실을 핑계로 쾌속선 요트 안을 구석구석 살피고 왔다. 몇 수 앞을 보고 두는 바둑이나 장기(將棋)라고나 할까...

 싱크대에서 미녀 삼총사는 예리한 식칼을 누구도 눈치 못 채게 슬쩍 옆구리에 찼다.

 쾌속선 요트에는 승합차 기사와 같은 야쿠자 분회 소속의 동생뻘 되는 야쿠자 2명도 타고 있었다. 유사시에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승합차 기사가 숙모의 명령을 받고 쿠시로 지역 야쿠자를 데리고 왔던 거였다.

 강 중앙에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섬이 나왔다. 여러 갈래의 강줄기가 뻗어있었다.

 멋진 풍광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쾌속선 요트가 속도를 낮추고 섬에 다가갔다.

 피 냄새가 바람에 실려 확 풍겼다.

 긴 뿔 괴어 이토우 두 마리가 죽어 떠올랐다.

 

 - 어, 뭐야, 이럴 수가, 왜 이런 사악한 짓을?

 - 안 돼, 이러면 안 돼.

 

 유리나와 미나미가 놀랐다. 유리나와 미나미는 긴 뿔 괴어 이토우의 주검을 보고

 가슴이 아렸다. 아야코는 침묵했지만, 눈은 부릅떴다. 뭔가 골똘했다.

 

 - 나쁜 놈들, 이토우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나는 짐작이 갔다. 야마구치구미가 보낸 자객(刺客)들이었다.

 

 - 긴장하자...

 

 다이히토가 호흡을 멈추고 나지막하게 한 마디 던졌다. 목검이 든 스포츠 백

 쟈크를 천천히 열었다.

 찌뿌둥했던 하늘은 조금씩 굵은 눈발을 날렸다.

 쥰페이는 말하지 않았지만, 바짝 몸을 싸리며 전투 모드로 들어갔다.

 

 - 갑판 이물(배의 머리)에 쓸만한 게 있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승합차 기사의 말이었다.

 요괴로 변장한 서퍼 두 사람이 섬에 널브러져 있는 게 발견되었다.

 나는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

 승합차 기사 동생뻘 두 명이 갑자기 돌변하며 몸에 지니고 있던 칼을 뽑았다.

 

 - 우리를 위해 니들이 죽어줘야겠다.

 - 배신이야?

 -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네요, 용서하소, 형...

 - 후회한다, 칼 내려나?!

 

 야마구치구미로부터 사주를 받은 승합차 기사 동생뻘 두 명은 순진하게도 자신들의 실력만 믿었지, 우리의 실력에 대해 잘 몰랐다.

 

 - 이미 돈 받았어, 우리하고 한배 타자, 형... 똑같이 삼 등분하자.

 - 순진한 놈들, 니들은 상대가 안 돼, 빨리 칼 내려놔!

 

  승합차 기사가 우리 앞에 꿇어앉았다.

 

 - 용서하십시오, 제 불찰입니다, 고향 후배들입니다, 크흑...

 

 승합차 기사 동생뻘 둘은 동네 형뻘인 승합차 기사의 행동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왜 어린애들 앞에 꿇어앉아 비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너희 두 놈도 어서 꿇어앉아!

 - 형, 미쳤어, 뭐 하는 짓이야, 애새끼들한테?!

 -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위대한 분들이야, 무례하게 굴지 말고 꿇어앉아, 제발, 못난 형으로서 부탁한다, 크

  흑...

 - 사나이 오도꾸가 있지, 우린 그리 못하겠소!

 - 죽을래?

 -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거고 형이나 먼저 죽으소.

 - 위대한 분들 화나게 하지 마라, 이 태라 마이싱 호로말코 같은 새끼들아, 빨리 꿇어앉아! 그게 니들이 사는 길이

  야?!

 

 심각한데 웃음이 나왔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런 말만 없었지 꼭 무슨 사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가 위대하냐? 하긴 나 말고는 그럴 수도 있겠지, 장차... 그런데 조금 낯 뜨거웠다. 역시 쥰페이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웃음을 참는 걸 보니... 나머지 친구들은 쳐다보지 않았다. 웃음이 빵 터질 거 같아서... 나는 한번 웃음보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기에, 그러면 이 상황은 갑자기 코미디가 되고 승합차가 기사는 뭐가 되냐?...

 어느새 나타났는지 소형보트 다섯 대가 우리가 탄 쾌속선 요트를 둘러쌌다.

 강가 숲속에 숨어 있다가 나타났다. 한 척에 대략 4~5명의 중국 청부폭력배들이 타고 있었다. 손에는 식당용 식칼은 기본이고 각종 흉기를 들었다. 대부분 양손에 흉기를 들었다. 아마추어였다. 동네 건달 정도로 일당 받고 온 게 틀림없었다. 숙모가 그랬다. 하나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 흉기를 두 개를 든다는 건 야쿠자들이 온몸에 문신을 새기는 거 같이 엄포용이라고 했다. 피를 깎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양팔잡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이 약하고 왼손잡이는 오른손이 약한 거와 같은 논리라고 했다.

 

 소형보트가 우리가 탄 쾌속선 요트로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듯 다가왔다.

 배신한 야쿠자 둘은 응원군이 오자 의기양양해졌다. 꼴에 웃통까지 벗었다. 온몸에 용(龍) 문신으로 도배했다. 외상으로 했는지 아니면 공갈 협박으로 했는지 용이 꽃뱀처럼 보였다. 그것만 봐도 시골의 일천한 야쿠자였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승합차 기사.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들... 아직 피지도 못한 꽃인데 꺾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만감(萬感)이 교차했다.

 둔탁한 식당용 식칼을 들고 우리를 향해 철부지 신출내기 야쿠자 둘이 달려들었다.

 승합차 기사가 일어나더니 품속에서 회칼을 뽑았다.

 

 우리는 승합차 기사에게 그 둘을 맡기고 갑판에 올라서며 육성(六聲)이라 억양이 강한 광동어(廣東語)를 쏼라 쏼라 거리는 20여 명의 중국 청부폭력배들과 맞섰다.

 다이히토는 목검을 꺼냈고, 나와 쥰페이는 승합차 기사가 갑판 위에 교묘하게 숨겨놓은 쇠 파이프를 들었다. 미녀 삼총사는 싱크대에서 숨겨온 예리한 식칼을 옆구리에서

 꺼내 들었다.

 뭉툭하게 생긴 중국 식당 주방용 식칼을 들고 세 놈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와 쥰페이, 다이히토가 칼을 휘두르는 폭력배 셋을 가볍게 피하며 한 방에 정수리에 목검과 쇠 파이프로 때려 기절시켰다. 요즘 시대에 봉술(棒術)을 어디에 써먹나 싶었는데 숙모에게 잘 배워둔 게 유용했다. 뻑! 하며 수박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청부폭력배들은 순간 멈칫했다. 어리다고 깔봤다가는 낭패를 당할 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천천히 눈을 번득이며 거리를 좁혀왔다.

 

 그 사이 승합차 기사와 동생뻘 둘은 일대 혈전을 벌였다. 힘과 깡만 믿고 동네 건달하다가 입문한 야쿠자라 싸움 실력이 고만고만했다. 그래서 서로 찌르고 찔리고 상처가 많았다. 니들이 이럴 수 있냐? 형은 뭐 잘났냐?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칼을 휘두르고 또 그러고를 반복했다. 승합차 기사는 동생뻘 둘에게 자상(刺傷)을 입히며 가슴에 칼자국이 새겨졌다. 승합차 기사는 동생뻘 둘에게 자상(刺傷)을 입으면서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흔(傷痕)을 남겼다. 그래서 울었다. 눈물을 흩뿌리며 회칼을 휘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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