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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귀환
작성일 : 22-03-14 21:37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7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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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사는 다시 리브의 앞으로 와서 그와 눈을 맞췄다.

 

 “하지만, 당신이 도와준 작전대로 진행했는데 경찰이 나타난 건 분명한 사실이야.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해. 내가 뼈 아픈 실수를 반복하는 건 극도로 혐오하거든. 가장 좋은 건 스파이를 찾아 그에게 처벌을 가하는 방법이지. 당신은 그 스파이가 누군지 알아내야 하고.”

 “스파이를 찾아낼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서...”

 "누군가 경찰과 내통을 했다면 그 기록이 어딘가에 남아있겠지. 저번처럼 노트북으로 흑사단원들의 신상을 샅샅이 털어보면 되잖아? 그런 방식이면 스파이를 색출해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만약에 당신이 스파이를 못 찾아내면 나는 당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목숨을 걸고 스파이를 찾아내라는 소리였다.

 

 "굳이 조언을 주자면, 흑사단의 작전을 알 정도면 높은 지위의 사람일 거야. 대장급부터 차례대로 조사하면 시간도 노력도 아낄 수 있을 거야."

 

 리브는 문장을 마치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그 USB 주겠나? 오 교수에게 부탁해서 그 장치에 허튼 자료가 없는지 확인을 해봐야겠어. 만에 하나 우리의 정보가 들어있으면 큰일 나지 않나.”

 “네... 여기....”

 

 리브는 떨리는 손으로 USB를 흑사에게 넘겼다.

 

 

 ***

 

 

 카쟝의 앞으로 익숙한 도로가 펼쳐졌다. 눈에 익은 건물과 코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향기가 느껴지자 카쟝도 실감이 났다.

 

 “드디어 돌아왔다.”

 

 카쟝의 눈동자로는 명장제약 건물의 모습이 맺혔다.

 

 "저게 보일 정도면 진짜 다 왔네."

 

 카쟝은 일어나자마자 점심까지 끼니를 거르며 명장제약까지 부랴부랴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명장제약과 가까워질수록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오히려 낯선 모습이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있지? 시위대인가?”

 

 명장제약 정문 앞에서는 동물보호협회가 일렬로 서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가운데 있는 남자는 횃불을 휘두르며 고래고래 악을 썼다. 카쟝도 뉴스를 봤기에 무슨 연유로 그들이 모여있는 건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아직도 오리너구리 관련해서 해결이 안 된 건가?”

 

 명장제약 정문 주변에는 시위대의 입장을 막는 경비원이 서너 명 보였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직원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위대에 관심이 생긴 듯한 사람들만 길 건너편에서 그들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도 있었고 노트를 들고 뭔가를 필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취재진도 온 건가 보네.”

 

 동물보호협회의 시위가 기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카쟝은 천천히 명장제약으로 걸어갔다. 카쟝을 발견한 시위대는 그를 보고는 순순히 좌우로 비켜섰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카쟝은 노인으로 분장을 한 상태였다. 카쟝이 정문을 지나려고 하자 정문을 지키던 덩치 큰 경비원이 그를 불러세웠다.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여기 회사라서 아무나 들어가면 안 되세요.”

 

 카쟝은 최대한 성대를 늘어뜨려 목소리를 냈다.

 

 “내가 백민관 사장 친구인데 민관이 좀 만나려고 왔지.”

 “지금 백민관 사장님 여기 안 계세요. 사장실에 화재가 나서 요샌 따로 지내시는 곳이 있으세요. 친구시면 미리 연락을 해보시지 그러셨어요?”

 “아, 그려?”

 “그리고 요즘엔 직원이라고 해도 출입 허가증 없으시면 건물로 못 들어가세요. 사장님에 대한 경호가 한층 높아졌으니까요. 친구시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경비원은 혹시라도 노인이 진짜로 백민관의 친구일까봐 문전박대까지는 못하는 태도였다. 그는 최대한 잘 타일러 노인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이거 연락을 먼저 하고 올 걸 그랬구만."

 

 카쟝은 화재가 났다는 사장실을 올려다봤다. 너무 높아 잘 보이진 않았지만 건물 벽에 그을음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백민관은 연구실을 공개해라!”

 "연구의 진상을 밝혀라!"

 

 카쟝이 경비원과 대화하는 동안에도 시위대는 주위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카쟝의 고막이 너덜너덜해질 지경이었다. 뒤돌아보니 어떤 사내는 '불법동물실험'이라고 쓰여있는 나무 인형을 야구 방망이로 부수고 있었다. 그 인형이 사람 형상을 하고 있었기에 카쟝은 저절로 주눅이 들었다. 카쟝은 명장제약의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카쟝은 다시 경비원을 불렀다.

 

 “그럼 백 사장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요 앞에 아성호텔이란 곳이 있는데 사장님은 거기서 업무를 보세요. 거기는 여기보다 경비가 더 삼엄했으면 삼엄했지 널널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연락을 꼭 해보세요.”

 

 경비원의 어조와 눈빛으로 보아 내보내려고 그냥 둘러대는 말 같지는 않았다. 카쟝은 경비원에게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현한 뒤 거리로 나왔다.

 

 “역시 연락을 하고 왔어야 했나?”

 

 카쟝은 일단 아성호텔으로 향하기 위해 큰길로 나왔다. 그는 경비원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서 서서히 걸었다. 아성호텔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찾았다. 아성호텔. 강일호가 저기에 있다는 말이지?”

 

 카쟝은 일호를 만나기도 참 어렵다고 느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차를 타고 마루시까지 오고, 걸어서 시위대를 뚫고 명장제약에 도착했는데 아직 얼굴을 한 번 못 봤네.”

 

 카쟝은 일호가 명장제약 내부에서 근무할 줄 알았으나, 일호는 예상했던 곳과 다른 장소에 있었다. 그 장소는 카쟝이 있던 길 건너편에 있는 아성호텔이었다. 아성호텔에 다다른 카쟝은 신호등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드디어 종착지인가.”

 

 그때 카쟝은 이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아까 봤던 사람인데?’

 

 아성호텔 앞에는 명장제약처럼 사람들이 시위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호텔 건너편 길가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저 사람... 맞아. 분명히 아까 본 사람이야.’

 

 카쟝의 기억상으로는 방금까지 명장제약 앞에서 시위대를 구경하던 사람이었다. 마스크에, 안경, 후드티까지.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딱 좋은 복장이었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동그란 눈은 매섭게 호텔을 올려다봤다. 그 사람은 호텔 건물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공책에 뭔가를 끼적이고 있었다. 취재진이라기엔 목에 카메라도 걸려있지 않았다. 카쟝은 의심을 품고 그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 이상한 사람은 호텔에 집중한 나머지 카쟝의 접근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체가 뭘까?’

 

 카쟝이 그 수상한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길을 건너던 도중 그 사람이 갑자기 뱡향을 돌려 근처 건물로 들어갔다. 카쟝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카쟝은 그 사람의 시선이 머물던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성호텔에서 차가 한 대 나오고 있었다. 백민관이 타던 차였다.

 

 ‘일호다!’

 

 카쟝은 다시 고개를 돌려 수상한 사람을 찾았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은 길가에 주차된 검정 자동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는 바로 시동을 걸어 일호가 타고 있던 차를 쫓아 운전대를 돌렸다. 이상한 낌새를 포착한 카쟝도 얼른 도로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곧 택시가 카쟝의 앞에 섰다.

 

 “손님, 어디로 가드릴까요?”

 “저기 앞에 검은 승용차 따라가 주세요.”

 

 그렇게 일호의 차, 수상한 사람의 차, 그리고 카쟝이 탄 택시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이어져 도로를 달렸다.

 

 ‘역시 일호를 미행하고 있어.’

 

 검은 승용차는 일호의 차를 졸졸 쫓아갔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좁을 골목길까지 따라가는 것으로 보아 스토커가 확실했다. 하지만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 왜 따라다니는지는 아직 물음표였다.

 

 “손님, 언제까지 따라갈까요?”

 “계속 쭉 따라가 주세요.”

 

 택시기사는 손님의 요구에 응하기는 했지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손님이 곧장 돈을 꺼내 그의 손에 쥐어줬기에 다시 묵묵히 운전대를 잡았다. 하지만 자동차 행렬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손님, 앞차가 눈치챈 것 같은데요?”

 

 일호를 쫓던 자동차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별안간 그 차는 속도를 줄이다가 길가에 급정거했다. 이어서 운전석에서 카쟝이 탄 택시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눈이 보였다. 카쟝의 택시를 발견한 것이 분명했다.

 

 “기사님, 그냥 아무렇지 않게 쭉 직진하세요.”

 

 카쟝의 말처럼 택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찻길을 주행했다. 택시가 검정 자동차를 지나가자 그 차는 갑자기 바퀴를 굴려 큰길로 나가더니 자동차를 훽 돌려 유턴했다. 택시기사는 깜짝 놀라 급정거했다. 하지만 검정 차는 택시를 뒤로 한 채 쌩하고 달렸다.

 

 “여긴 유턴이 안 되는 곳인데.”

 

 택시기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검은 승용차는 멀리 사라졌다. 카쟝은 멀어지는 승용차를 보며 아쉬움의 콧바람을 불었다.

 

 “그럼 저 앞에 흰 자동차를 따라가 주세요.”

 

 택시기사는 갑자기 바뀐 주문에 다시금 당황했지만 카쟝이 건네주는 지폐에 조용히 악셀을 밟았다. 하지만 미행은 오래 가지 못했다.

 

 “손님, 앞차가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요?”

 

 주차장 입구를 경비원 여럿이 지키고 있어 검사하고 있었다. 그들의 허가 없이는 주차장으로 못 들어가는 듯했다.

 

 “그럼 여기서 세워주세요.”

 

 카쟝은 남은 금액을 계산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카쟝은 고개를 올려 건물을 바라봤다.

 

 “방송국이잖아?”

 

 카쟝은 일호를 찾기 위해 주차장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가 입구로 들어서자 경비원 4명이 동시에 카쟝을 둘러쌌다. 경비원 한 명은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카쟝은 자연스레 양손을 들었다.

 

 “여기는 출입이 허가되신 분들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저, 백민관 씨랑 친구인데요. 인사만 하고 오면 안 될까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들어가고 싶으시면 허가증 받아오세요.”

 “여기도 출입 허가증이구만... 허가증은 어디서 받아야 하죠?”

 “1층 로비로 가셔서 안내원한테 물어보세요.”

 

 경비원들은 귀찮은 듯 얼굴을 찌푸렸다. 카쟝이 몇 번만 더 질문했다가는 바깥으로 밀어낼 심산 같았다.

 

 “누구시죠?”

 

 갑자기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경비원들은 일제히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 분이 백민관 사장님과 지인 분이라고 들여보내 달라고 하시네요.”

 

 카쟝은 그를 봤다. 강일호는 아니었다. 그 젊은 사내는 카쟝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민관 사장님의 비서입니다. 사장님은 지금 방송을 준비하러 들어가셨습니다. 지인 분이시면 성함이랑 연락처만 적어주시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하....”

 

 좋은 조건이었지만 아쉬운 점은, 카쟝은 현재 연락할 수단이 따로 없었다. 그 흔한 휴대폰도 카쟝에게 없는 상태였다.

 

 “사장님한테 이렇게 전해주세요. ‘솔코라인 갔던 친구가 돌아왔다.’, 그리고 제가 휴대폰이 없어서 이 건물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면 방송이 끝나야만 만나실 수 있어서 오래 걸릴 겁니다.”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민관의 비서는 경비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카쟝은 경비원들의 안내를 받아 건물 1층으로 들어갔다. 경비원들은 1층 안내원에게 귓속말했다. 안내원이 슬쩍슬쩍 곁눈질하는 것으로 보아 경비원이 카쟝에 대한 주의사항을 일러주는 듯했다. 카쟝은 그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로비에 설치된 대형 TV를 시청했다. TV에서는 백민관의 이름표를 단 강일호가 나와서 동물보호협회와의 오해를 풀고 싶다고 토로하고 있었다. 그는 오리너구리들은 아주 잘 지내고 있으며 연구실 환경을 무균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시위대를 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카쟝은 화면을 보며 혼잣말을 뱉었다.

 

 “아휴, 아무리 억울해도 그렇지. 시위대가 듣기 싫은 소리만 내는구나. 저런다고 시위대가 이해하고 물러나겠어? 더 화만 나지.”

 

 일호는 “이해해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다가 고해성사가 끝났다. 방송은 마지막 장으로 넘어갔다.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일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백민관 사장님, 달구시에 명장제약 연구센터가 한창 공사 중이라는데 진행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연구센터가 워낙 크다 보니 아직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긴 합니다만, 완공까지는 아마 1년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그럼 내년부터는 사장님의 말대로 저와 우리 시청자분들에게 젊음이 찾아올까요?”

 “그렇죠. 그건 확실합니다.”

 

 일호는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명장제약의 주가가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감사합니다. 백민관 씨, 오늘 이 자리에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일호는 아나운서와 인사를 하고는 화면에서 사라졌다. 카쟝은 일호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TV에서 눈길을 돌렸다.

 

 “강일호도 그동안 엄청 힘들었겠어.”

 

 일호는 백민관의 흉내를 내며 백민관의 업무를 전부 혼자 담당해야 했다.

 

 “비밀을 숨기는 것도 답답했을 텐데.”

 

 일호는 자신이 개발한 1000H-β에 대한 개런티만으로도 평생 놀고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카쟝을 도와주다 보니 굳이 안 해도 되는 일까지 떠맡고 있었다. 카쟝은 자신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린 사람들을 하나둘 떠올렸다. 카쟝이 그 얼굴들을 곱씹는 동안 로비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야!”

 

 뜬금없는 부름에 카쟝은 고개를 돌렸다. 방송 전에 비서의 보고를 받은 일호가 로비로 나오고 있었다. 일호는 카쟝을 향해 반가운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1층을 지키던 안내원과 경비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호에게 꾸벅 인사했다. 일호가 카쟝을 맞이하고 나서야 경비원들도 카쟝에 대한 주의를 해제했다. 일호는 카쟝을 보고는 악수를 청했다.

 

 “경수야, 오랜만이다.”

 

 카쟝은 자신의 이름이 ‘경수’가 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일호의 따뜻한 손바닥이 느껴졌다.

 

 “민관아, 너도 그동안 잘 지냈지?”

 “어, 그래. 일단 여기서 대화하기는 좀 그러니까, 내 차 타고 회사로 돌아가자.”

 

 카쟝은 일호를 따라 주차장으로 갔고 곧 아까 봤던 비서가 나타났다.

 

 “어, 성 비서. 내 친구가 맞았어. 고맙네. 하마터면 고생 시킬 뻔했어.”

 “아닙니다. 그럼 어디로 모시면 될까요?”

 “원래대로 사장실로 가면 돼.”

 

 그렇게 세 사람이 탄 자동차는 왔던 길을 거슬러 아성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들어온 카쟝은 일호에게 물었다.

 

 “사장실도 호텔에 있어?”

 “이전에 난 화재 때문에 사장실도 여기다가 차렸지.”

 

 그들은 승강기를 타고 7층에 내렸다. 카쟝은 7층 복도에 서 있던 사내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놀랄 필요 없어. 모두 명장제약 직원이니까.”

 

 일반 직원이라기엔 온몸에 근육을 두르고 있었다. 정장을 입었지만 몸의 형태가 도드라져 보일 정도였다.

 

 “전부 경호원?”

 “그렇지.”

 

 그들은 곧 사장실로 들어갔다.

 

 “성 비서, 잠깐 자리 좀 비켜주겠나? 이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할 얘기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비서는 사장과 사장의 친구를 놔두고는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비서가 나가자 일호는 카쟝을 의자에 앉혔다.

 

 “카쟝.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야. 일호 네가 고생이 많았지.”

 

 카쟝은 사장실을 둘러봤다.

 

 “그래도 임시 사무실치고는 나름 잘 만들었네?”

 “아무래도 사장실인데 있을 건 다 있어야지. 그나저나 지낼 곳은 있어?”

 

 카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일호는 잘됐다며 박수 쳤다.

 

 “이 호텔 7층, 8층은 명장제약에서 전부 임대했으니까 한동안은 여기서 지내. 방 하나 골라서 들어가면 돼.”

 

 안 그래도 피곤했던 카쟝은 기쁜 마음을 숨기며 물었다.

 

 “정말 그래도 될까?”

 “물론이지. 그리고 아까 봤겠지만 7층에만 경호원이 10명이야. 8층에도 8명 있고. 24시간 3교대로 이 호텔을 지키고 있으니까 마음 푹 놔도 돼.”

 

 당분간 지낼 숙소까지 마련한 카쟝은 그 동안 가장 궁금했던 점부터 물었다.

 

 “뉴스를 보니까 치료제는 만든 것 같던데?”

 “응. 만들어서 계속 배포하는 중이지.”

 

 다음 질문이 뭔지 예상한 일호는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러나 카쟝은 기어코 그 질문을 꺼냈다.

 

 “리브는 돌아왔어?”

 

 일호는 차마 답하지 못했다. 일호의 침묵은 대답이 되어 카쟝에게 닿았다.

 

 “...그랬군. 흑사단에 치료제만 바친 꼴이네.”

 “정확히는 흑사단이 치료제에 필요한 오리너구리를 몽땅 납치해갔어. 지금 우리가 보유한 오리너구리는 따로 돈을 주고 데려온 애들이고.”

 “흑사단도 치료제가 있으면 이제 리브를 놔줘도 되잖아? 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거야?”

 “흑사단과 연락을 시도는 해봤지. 근데 흑사단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단절하더라고. 그렇다고 우리가 강제로 데려올 능력도 없었고. 흑사가 모든 대화를 차단하고 리브를 데리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일호는 흑사단이 자신에게 뱀과 협박편지를 보냈던 일부터 여학생이 흑사단을 주의하라는 쪽지를 건네줬던 이야기까지 줄줄이 읊었다. 카쟝은 일호가 생각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따지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경청할 뿐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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