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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Speed-T1(2)
작성일 : 22-03-09 00:03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7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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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너무 애매해졌어. 지금 출발하면 3시에 도착이고 현장을 조사하는데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이 걸릴 거야. 그러면 새벽이 오겠지. 집으로 돌아오면 아침이 될 거고. 그런 일정이라면 다들 너무 피곤해질 거야. 차라리 지금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자."

 

 견치는 중절치를 쳐다봤다.

 

 "그럼 언제 준비하고 언제 개시하는데?"

 "조사는 아침 일찍 끝내고 낮에 잠시 쉬었다가 저녁에 개시를 하는 거지. 어차피 개시하는 시간은 똑같아."

 

 중절치는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췄다. 그는 휘완과 눈높이를 맞췄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같이 가자."

 

 휘완은 중절치의 말이 의심스러웠는지 대구치의 다리를 더욱 꽉 붙잡았다.

 

 "나 놓고 가면 안 돼!"

 "알겠어. 넌 대구치 형이랑 자고 있어. 이따 데리고 갈게."

 

 그제야 휘완은 눈물샘의 수도꼭지를 잠갔다. 중절치는 다시 일어섰다.

 

 "다들 피곤했을 텐데 한 숨 잡시다."

 

 모두 피곤했는지 별다른 불만은 제기하지 않았다. 막실라팀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휘완은 끝까지 대구치의 다리에 매달려서 대구치의 방으로 들어갔다. 중절치는 거실의 불을 껐다.

 

 "다들 푹 자."

 

 거실의 불이 다시 켜진 것은 그로부터 3시간 뒤였다. 불을 켠 사람은 다름 아닌 중절치였다. 그는 측절치의 방부터 차례대로 들어가 형제들을 흔들어 깨웠다. 특히 대구치를 깨울 때는 옆에 누워있는 휘완이 일어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세탁방의 지치까지 일으킨 뒤 모두를 거실로 모았다. 중절치는 혹여나 휘완이 잠에서 깰까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피로는 좀 풀렸지?"

 

 하지만 견치는 눈을 비비며 힘겹게 졸음을 쫓았다. 대구치, 소구치도 고개를 연신 꾸벅거렸다. 중절치는 신경 쓰지 않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주광 미술관으로 갈 거야. 야간에 침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야간 경비에 관한 정보만 필요해."

 

 아침에 나가자는 말은 휘완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막실라팀은 애초에 그의 거짓말을 눈치 채고 있었다. 아직도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견치를 제외하고는 그랬다.

 

 "지금 가면 야간 경비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야. 1단계 조사가 끝나고 조금 기다리면 아침 9시가 되겠지. 9시에 미술관이 열리면 소구치가 들어가서 '조화'의 정확한 위치와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파악해서 나오면 돼. 우리가 지금 가서 조사하는 동안 소구치는 차 안에서 쉬고 있어."

 "휘완이가 우리 돌아오기 전에 일어나면 어떡해?"

 "걱정 마. 내가 박 선생님한테 연락 남겨 놓을게."

 

 그렇게 그들은 휘완을 대구치의 방에 떼어 놓는데 성공하고 자동차에 승차했다. 대구치는 차에 타자마자 뒷좌석에 누가 숨어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다행히 이번엔 아무도 없었다. 중절치는 시동을 걸었다.

 

 "도착해서 해야 할 일들은 아까 다 설명했으니 생략할게."

 

 날은 아직 어두웠다. 주광 미술관으로 가는 동안 측절치는 장비들을 다시 손봤다. 그는 가방에서 그림 하나를 꺼내 견치에게 주었다.

 

 "이거 받아. 주광 미술관 내부 구조도야. 환기구 조사할 때 유용할 거야."

 "알겠어, 형."

 

 그 후 견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눈을 붙였다. 그 뒤로 자동차는 한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휘완을 숙소로 놓고 온 덕분에 막실라팀은 주광 미술관에 도달할 때까지 푹 쉴 수 있었다.

 

 "주광 미술관 도착."

 

 막실라팀의 앞으로 주광 미술관이 나타났다. 미술관은 3층 건물로 정육면체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미술관 건너편 건물에 차를 세우고 조용히 움직였다.

 

 "아까 말했던 역할 잊지 말고. 각자 흩어져서 임무 완수하고 모이자. 2시간 뒤에 차 안에서 보는 걸로 하고."

 

 자동차에서 자고 있는 소구치를 제외한 다섯 형제들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하차했다.

 

 "그럼 8시에 봅시다."

 

 측절치와 견치는 미술관으로 향했다. 측절치는 건물 뒤편으로 가서 보안 시스템이 어느 회사의 것인지를 조사했다. 견치는 건물 외벽에 설치되어있는 배관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는 환기구를 직접 조사할 생각이었다.

 

 대구치와 지치는 주변 건물과 경찰서 위치파악에 나섰다. 그들은 이 시간에도 불이 켜진 건물을 하나하나 주시하며 경찰서를 탐색했다. 마지막으로 중절치는 미술관 주위를 배회하며 도주경로와 전반적인 계획을 구상했다.

 

 시침이 2바퀴를 완주하는 동안 아침 해가 떴다. 가장 먼저 자동차로 돌아온 사람은 측절치였다. 소구치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형, 돌아왔구나. 보안시스템은 알아봤어?"

 "응. 주광 미술관은 'SAFFE'사의 보안 시스템을 사용하네."

 "그 회사가 작품 앞에다가 레이저 쏘는 그 회사였나? 예전에 한 번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맞아. 예전에 갔던 호걸트 박물관이랑 같은 방식이야. 낯선 방식은 아니지."

 

 'SAFFE' 보안회사는 작품과 관객 사이에 레이저를 쏘아서 보이지 않는 그물망을 만들었다. 만약 사람이 그 레이저 망을 건드리면 즉시 경보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혹시라도 레이저를 끄기 위해 전력을 차단하면 비축된 전력이 돌아가며 경보가 울렸다.

 

 "레이저는 어쩔 수 없이 켜놓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지. 다행히 레이저는 작품을 보안하는 데에만 사용하고 있어.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겠어."

 "그물망을 피해서 작업하는 게 중요하겠네."

 "그렇지."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에 견치도 승차했다. 소구치는 견치를 바라봤다.

 

 "진입가능한 경로는 발견했어?"

 "1층은 창문마다 철창이 있어서 힘들고, 2층이랑 3층도 모든 창문 앞에 센서가 설치되어있어. 그 앞에 뭔가 지나가면 감지되는 센서. 유일하게 센서가 없는 창문은 하늘을 향해 나있는 천장유리뿐이야. 그런데 창문이 워낙 작아서 측절치 형도 간신히 들어갈 정도야."

 "환기구 쪽은 어때?"

 "그쪽도 쉽진 않아. 미술관이라서 환기시설이 널찍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그렇지가 않아. 내부로 들어갈수록 통로가 급격히 좁아져."

 "그럼 환기구를 통해서 진입하는 것도 힘들겠네."

 "정확히는, 건물 내부로 진입을 하려면 할 수는 있어. 근데 얼마 못 들어가."

 

 그때 대구치와 지치도 주변 탐색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 형도 왔구나? 경찰서는 어때?"

 

 먼저 들어온 카쟝이 답했다.

 

 "여기서 북쪽으로 500m 거리에 파출소가 하나 있어요. 대기하는 경찰 병력은 4명 정도였고 경찰차는 1대였어요. 경찰서는 동쪽으로 2km거리에 있어요. 경찰차가 11대 있었고요."

 "경찰차가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걸릴 예상시간은 계산해봤어?"

 "경보를 듣고 곧장 경찰차를 타고 온다고 가정하면요. 파출소에서는 2분. 경찰서에서는 7분 정도 걸려요."

 

 카쟝이 말을 마치자 운전석 문이 열리고 마지막 형제가 들어왔다.

 

 "다들 수고 많았고. 각자 가져온 정보를 모아보자."

 

 막실라팀은 자신이 가져온 정보들을 다시 꺼내 중절치에게 들려주었다. 중절치는 눈을 감고 자동차 속 발표회를 경청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레이저 식별 장치가 필요하겠어. 그건 측절치가 준비해주고. 견치야, 환기구로는 어디까지 진입할 수 있지?"

 "사람 몸으로 들어간다면 얼마 못 가. 기껏해야 3층 가장 구석에 있는 곳까지만 들어갈 수 있어. 측절치 형이 준 구조도를 보면 3층 바깥쪽 창고까지가 한계야."

 "그래. 그래도 진입은 할 수 있겠어. 확실한 위치는 소구치가 미술관에 방문하면 알게 되겠지. 너무 수고롭겠지만 소구치가 환기구 위치도 한 번 확인해줘."

 "알겠어."

 

 중절치는 팔짱을 꼈다.

 

 "근데 지금 들어본 내용만 종합하면 말이지."

 

 중절치는 차창너머 주광 미술관을 바라봤다.

 

 "그렇게 어렵진 않겠어. 내가 관찰했을 때도 경비원은 4명이 전부였어. 클래식한 방법으로 뚫으면 될 것 같아."

 "클래식한 방법?"

 "창문을 깨든 RC카를 이용하든 해서 미술관 한 쪽에 소음을 내는 거지. 그러면 모든 경비원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게 돼. 그때 환기구로 들어간 견치가 레이저를 피해서 '조화'를 가져오는 거야. 집주인을 부엌으로 유인한 뒤 안방을 터는 작전. 아주 유서 깊은 방식이기도 하지. 뭐, 대략적인 계획은 이러하고. 구체적인 건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이런 분위기라면 소구치만 다녀오면 바로 출동할 수 있겠는데?"

 

 소구치는 기지개를 켰다.

 

 "내 임무만 남은 셈이네. 다들 나만 믿어. 얼른 조사하고 올게. 그럼 지치 씨 부탁해."

 

 이제 본격적인 카쟝의 차례였다. 카쟝은 발밑에서 공구함을 꺼냈다. 그 공구함에는 중절치가 카쟝의 주문을 받아 구해온 재료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카쟝은 실리콘으로 소구치를 변장시켜야 했다.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전면마스크는 어렵겠고, 코랑 귀만 바꿔드릴게요."

 

 소구치는 윗옷을 벗고 카쟝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알았으니까 빨리 해."

 

 30분 후면 주광 미술관의 개관 시간이었다. 소구치는 개관 시간에 맞춰 미술관으로 들어간 뒤, '조화'의 정확한 위치와 감시카메라들의 위치를 파악해야 했다. 그리고 중절치의 요구대로 넓은 환기구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도 체크해야 했다.

 

 "소구치야,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

 

 측절치는 주광 미술관이 'SAFFE'의 보안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소구치에게 '조화' 앞을 막고 있는 보안 레이저의 방향도 기록해달라고 했다.

 

 "너 혼자하기 벅차면 내가 같이 갈게."

 

 하지만 소구치는 손사래 쳤다. 막실라팀 중 누구보다 집중력과 관찰력이 뛰어난 소구치였다.

 

 "뭘 그 정도 가지고. 내가 혼자 다 해결하고 올게.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 저기!"

 

 측절치가 주광 미술관의 정문을 가리켰다. 건장한 남성 4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주간 경비일 거야. 슬슬 교체시간이니까 오는 거겠지. 이제 곧 개관하겠어.“

 

 

 때맞춰 카쟝도 작업을 마무리했다.

 

 "변장 끝났습니다."

 

 카쟝이 옆으로 비키자 소구치의 얼굴이 드러났다. 소구치는 매부리코와 얇고 길쭉한 귀의 소유자가 되어있었다. 언뜻 보면 깐깐한 인상을 주었다. 측절치는 소구치의 변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 정말 못 알아보겠다. 코도 진짜 같고."

 

 소구치는 즉시 대구치가 건네주는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소구치가 단추를 채우는 동안 주광 미술관의 관장으로 보이는 사람도 출근했다.

 

 "좋아. 얼른 끝내고 다음 계획을 짜자."

 

 어느새 소구치는 가발과 뿔테안경까지 착용했다. 소구치는 셔츠의 가슴부분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옷이 살짝 끼네."

 

 그가 가슴에 힘을 팍 주면 단추가 퐁 튕겨져 나올 것 같았다. 견치는 소구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형, 운동 좀 작작해. 근육 조금만 더 붙으면 옷 터지겠어."

 

 핀잔을 들은 소구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 더 키우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 붙인다고 붙는 게 아니야."

 

 미술관이 개관하고 관람객들이 하나둘 입장했다.

 

 "소구치 화이팅!"

 

 소구치는 형제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동차에서 나왔다. 차창을 통해 본 그는 젊은 미술평론가 정도로 보였다. 견치는 소구치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양복까지 입으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네. 약간 지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견치의 옆에 있던 카쟝이 덧붙였다.

 

 "원래 옷차림이랑 얼굴 표정만 살짝 바꿔도 사람이 확 달라 보여요."

 

 견치가 카쟝을 쳐다봤다. 견치는 "안 물어봤는데?"라는 문장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재주가 있었다. 카쟝은 조용히 입을 닫았다. 대신에 측절치가 속삭였다.

 

 "미술관 들어갔다."

 

 소구치가 미술관으로 들어가자 막실라팀 전부 입을 닫고 미술관을 응시했다. 혹시라도 일어날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근데 미술관이 개장시간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나?"

 

 주광 미술관이 개관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었다.

 

 "벌써 80명은 들어갔겠는데?"

 

 매표소 앞에서 약간의 정체현상도 일어났다.

 

 "미술관에 유명한 작품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입장료가 싸서 그런 지도?"

 "입장료가 싸긴 하지만... 원래 이렇게 인기가 많은 미술관이었나?"

 

 그 순간 중절치의 눈동자가 무수히 진동했다. 그는 끊임없이 들어오는 관람객들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중절치는 운전석의 문을 열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

 

 다른 형제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얼떨떨했다. 중절치의 돌발행동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측절치와 견치가 그의 행동에 관해 소곤거리는 동안 중절치는 미술관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미술관 정문으로 접근하면서 그의 시야에 매표소가 나타났다. 그 매표소 안으로 입장권을 판매하는 직원이 보였다. 그 직원도 많은 입장객에 당황한 눈치였다.

 

 "역시 수상해."

 

 중절치가 자신만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삐요오오옹-

 

 미술관에 벼락처럼 경보음이 울렸다.

 

 "이번엔 또 뭐야?"

 

 지난번 속사키 미술관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때와 비교하면 시간도 상황도 전혀 달랐지만 소구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확실했다.

 

 쿠궁. 쿠궁. 쿠궁.

 

 이윽고 미술관의 경보음을 덮을 정도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는 미술관 내부에서부터 울렸다.

 

 쿠궁. 쿠궁. 쿠궁.

 

 중절치는 바닥으로부터 지진을 느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쳐서 미술관에서 떨어졌다. 곧 수많은 굉음의 정체가 나타났다. 미술관 안에서부터 거센 파도가 일고 있었다.

 

 "게적그룹이다."

 

 남색 상의와 검은 바지를 입은 이들이 엄청난 숫자와 속도로 뛰쳐나왔다. 정문이고 후문이고 창문이고 할 것 없이 파란 물결은 미술관의 모든 문에서 터져 나왔다. 댐에 구멍이 난 것처럼 남색의 파도가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소구치!"

 

 중절치는 소구치를 찾았다. 하지만 급류를 뚫고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중절치 형!"

 

 중절치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소구치가 오른편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중절치는 소구치에게 달려갔다.

 

 "형, 미안해. '조화'를 게적그룹에게 빼앗겼어."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응. 일단 여기서 나가자. 곧 경찰이 올 거야."

 

 두 사람은 신속하게 자동차로 달려갔다. 소구치가 승차하자 다른 형제들이 물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설명하자니 좀 이상한데."

 

 중절치가 시동을 걸자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막실라팀의 차는 침착하게 큰 길로 빠져나갔다. 중절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구치가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내가 제대로 본 건지 아니면 잘못 본 건지 모르겠어."

 

 소구치는 자신이 목격했던 그대로를 묘사했다.

 

 "우선 나는 미술관을 들어가서 1층 감시카메라부터 조사했어. 1층에만 총 9개가 설치되어있더라고.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갔지. 2층에는 유난히 관람객이 많았어.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감시카메라들부터 찾았지. 그런데 웬걸, '조화'가 내 앞에 떡하니 걸려있더라고. 우리가 찾던 '조화'는 2층 중앙에 전시되어있었어. 그리고 나머지 카메라를 찾으려고 걸으면서 눈길을 돌렸지. 근데 거기서...."

 

 소구치는 아직도 아리송한 얼굴로 말했다.

 

 "관람객 전부가 겉옷을 벗더니 똑같은 옷으로 바뀌었어."

 "게적그룹의 복장이었구나."

 "정말 꿈인 줄 알았어. 눈 깜짝할 사이에 다들 남색 옷으로 바뀌었다고. 2층에 있던 사람 중에 나 혼자만 다른 옷을 입고 있었어. 게다가 그 사람들은 전부 복면까지 꺼내서 썼어. 난 반사적으로 '조화'가 있던 방향으로 달렸지. 그 때 경보음이 울렸고, '조화'가 있던 자리에 도착했을 땐 이미 누군가 가져간 뒤였어."

 

 소구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측절치는 그를 진정시켰다.

 

 "그러면 누가 그림을 들고 갔는지는 못 본 거야?"

 "누군가 멀리서 '조화'를 들고 도망가는 건 봤지. 봤는데, 쫓아가다가 놓쳤어. 다들 똑같은 남색 옷에 검은 복면까지 썼으니 누가누군지 구분할 수 있어야지. 그 뭐냐, 분신술을 쓴 것 같았어."

 

 중절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퀴벌레 떼가 따로 없더군."

 

 설명을 마친 소구치는 천장을 보며 깊은 숨을 뱉었다.

 

 "미안해 다들."

 "네 잘못이 아니야. 오히려 내 탓이지. 일찍 행동을 개시했어야 했는데."

 

 멀리서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카쟝은 창밖을 봤다. 같은 도로에서 게적그룹과 경찰 간의 추격전이 벌어진 듯했다. 다행히 막실라팀을 쫓는 경찰차는 없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선 경찰이 막실라팀의 차를 가로막아도 막실라팀은 결백하니 걱정될 건 없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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