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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막실라팀(2)
작성일 : 22-03-06 12:26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7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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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케이! 소구치 형. 준비해줘."

 

 카쟝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잘못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동료로 들어갈게요!"

 

 카쟝이 속사포처럼 회개하는 사이에 소구치는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카쟝도 그의 사격 실력을 코앞에서 봤기에 온몸의 털이 수직으로 곤두섰다. 카쟝은 젖은 눈망울로 주위를 돌아봤지만 소구치를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딸칵.

 

 권총이 장전되었다. 카쟝은 족쇄가 걸려있어 달아날 수도 없었다.

 

 "들어간다고요! 뭐든 도와드릴게요! 변장이든 뭐든 할게요!"

 

 소구치의 손가락은 가차 없이 움직였다.

 

 푸슉.

 

 "동료하겠..어앗!"

 

 순간 카쟝의 목으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엇?"

 

 카쟝은 찡그렸던 얼굴을 서서히 폈다. 아직 그의 두 눈으로 막실라팀이 보였다. 목숨은 붙어있는 듯했다. 카쟝은 목에 구멍이 나지 않았는지 이리저리 더듬어보았다.

 

 '멀쩡한데?'

 

 상처는 없지만 살 안쪽으로 몽우리 같은 것이 잡혔다. 콩알만 한 덩어리였다. 카쟝이 그것을 계속 만지작거리자 측절치가 다가갔다. 측절치는 카쟝의 다리에 묶인 족쇄를 다시 풀어주었다.

 

 "GPS예요. 강일호 씨도 우리 동료가 됐으니 서로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혼자 멀리 떨어진다든지 하면 제가 바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 독단적인 행동은 하지 마요."

 

 측절치의 당부가 카쟝의 귀에는 "절대 도망치지 마라!"라는 강력한 경고로 들렸다.

 

 "알겠습니다."

 

 중절치도 카쟝 앞으로 다가왔다.

 

 "막실라팀에 입단한 것을 환영해."

 "가, 감사합니다."

 

 입단을 환영해줘서 감사한 것이 아니었다. 살려줘서 감사한 것이었다.

 

 "이제 강일호 씨도 우리 팀이 됐으니까 새 이름을 지어줄게."

 "아, 저도 이제 이름에 '치'가 들어가나요?"

 "그래. 오늘부터 당신을 '지치'라고 부를 거야."

 "지치요?"

 "응. 그리고 지치가 오늘부터 막실라팀 막내야. 견치가 형인 거지."

 

 견치는 새로운 막내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사이 중절치는 카쟝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래. 지치야.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돼?"

 

 중절치는 자신의 발을 카쟝에 발 옆에 갖다 댔다.

 

 "이야~ 나랑 발길이도 똑같네."

 

 중절치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부스럭거리더니 신발 한 켤레를 꺼내왔다.

 

 "오늘부터 이거 신어."

 "괜찮아요. 지금 신발도 쓸 만해서요."

 "우리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신발을 새 걸로 갈아 신어. 너 빼고 다른 형제들은 어제 경기 끝나고 집 오자마자 새 신발로 갈아 신었고. 전에 쓰던 신발은 전부 버렸어. 이건 네 거니까 이제 이걸로 신어."

 

 카쟝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두 손으로 공손히 신발을 받았다. 중절치는 박수를 한 번 쳤다.

 

 "자, 다들 주목. 모인 김에 공지 좀 할게. 3차전 시작은 3일 뒤야. 그때 경기 주제와 우리가 가져와야 할 물건들의 목록이 공표될 거야."

 

 중절치는 카쟝을 바라봤다.

 

 "지치는 처음이니까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중절치는 측절치가 들려줬던 설명을 간략하게 반복했다. 추가된 내용이라면, 3일 뒤에 이번 년도 3분기 경기가 개시된다는 점이었다.

 

 "협회의 공지에는 훔칠 물품의 목록과 함께 각 물품 당 점수가 매겨져 있어."

 "그렇군요."

 

 카쟝은 처음 듣는 사람처럼 고개를 연이어 끄덕거렸다.

 

 "보안이 철저하거나 행방을 모르는 물품일수록 점수가 높아."

 

 중절치는 그동안 힘들게 얻었던 물품들을 예시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골던 화백의 '갈 곳 잃은 시선은 다시 추억 속으로'라는 유화가 있어. 그 그림은 부여된 점수가 역대 10위 안에 들어갈 만큼 높았지. '50년 전에 그림이 행방불명되었다.'라는 이유 때문이야. 그런데 그 그림이 어디에 있었는 줄 알아? 시골 골동품 가게에 있었어. 그것도 큰 노력 없이 20만 환만 지불하면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었지. 만약에 똑같은 점수였는데 소재가 파악되어있는 경우였다? 그 그림은 동네 골동품 가게가 아니라, 금고 안에 들어있고 그 그림만을 지키는 특수부대가 따로 배치되어있었을 거야."

 

 카쟝은 중절치의 설명을 경청했다.

 

 "그렇군요. 찾아내기 힘들수록 점수가 높은 거군요."

 "그래. 또 궁금한 점 있어?"

 

 카쟝은 잠시 망설이다가 중절치를 쳐다봤다.

 

 "그럼 여기 계신 분들은 실제로는 형제가 아닌 거예요?"

 

 옆에서 지켜보던 측절치가 피식 웃었다.

 

 "우리가 형제로 보여?"

 "전혀요. 형제라기엔 다들 생긴 게 제각각인데요?"

 

 견치가 갑자기 성을 냈다.

 

 "뭐? 제각각?"

 "견치야. 이제 지치도 우리 팀인데 그렇게 홀대하지 마."

 

 먼저 꼬리를 내린 쪽은 카쟝이었다.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니에요."

 "괜찮아. 그리고 네 말이 맞아. 우리는 피 섞인 형제는 아니야. 그래도 지금은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지. 너도 곧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고."

 

 카쟝은 마음 한 구석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리브.'

 

 카쟝은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온드리안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GPS도 신경 쓰여.'

 

 우선은 막실라팀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럼 막실라팀은 Speed-T1에서 받은 상금은 어디다가 쓰는 거예요? 그 돈으로 장만했다고 하기엔 이 집은 너무 초라한데요?"

 "뭐? 초라?"

 

 또 견치가 발끈했다. 이번엔 측절치가 말렸다.

 

 "견치야. 진정해. 지치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측절치는 언제나 상냥한 얼굴로 카쟝을 대했다.

 

 "협회에서 받은 상금 중에 우리가 쓰는 돈은 극히 일부야. 대부분은 우리가 자랐던 고아원에 보내거든."

 

 고아원에 돈을 보낸다는 말에 카쟝도 예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아원이요? 상금을 고아원에 보내는 거예요?"

 "그래."

 

 소구치가 그들의 대화를 단칼에 잘랐다.

 

 "측절치 형. 굳이 안 해도 되는 얘기까지 꺼내지 마."

 

 소구치가 카쟝을 바라봤다.

 

 "이제 우리 얘기 말고, 네 얘기를 해봐."

 "제 얘기요?"

 "저번에 네 피부껍질 벗겨낸 거, 그거 어떻게 한 거야?"

 "그건 마스크죠. 일종의 변장이에요."

 "그래. 그 변장법.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

 "그게, 여기서는 조금 힘든데요.“

 

 

 카쟝은 자신의 얼굴을 본뜬 모형부터 있어야 함을 설명했다.

 

 “저는 보통 석고를 이용해요. 그게 아니더라도 얼굴 모형을 단단한 재질로 하나 만들어 놔야 하고요.”

 “만들었다 치고. 계속 설명해봐.”

 "그 모형에 실리콘 가루를 얼굴에 색칠하듯이 바르고 그 위로 특수 용액을 균일하게 뿌리면 돼요. 그러면 가루랑 액이 반응을 하면서 실리콘이 되거든요. 굳기 시작하면 손가락으로 조금씩 다듬어서 구체적인 형태까지 만들고요. 다 굳으면 특징에 따라 색까지 입히면 완성이 돼요. 그리고 가발도 따로 제작해야 하는데 그건 이것보다 훨씬 복잡해요."

 

 중절치는 창문 밖 나비를 보는 고양이처럼 카쟝을 유심히 관찰했다.

 

 "내가 봤을 땐, 지치가 두상이 작아서 가능한 방식이야. 두상이 큰 사람이 머리에 실리콘까지 쓰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일 거야. 우리 같은 경우엔 코나 귀처럼 특정 부분만 변장하고 싶은데 그런 분장도 가능해?"

 "당연하죠. 대신 그렇게 하려면 주변 피부와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표면처리에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해요. 전면 마스크를 만들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중절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좋아. 필요한 재료를 알려줘. 이틀 안으로 다 준비해오지."

 

 카쟝은 펜을 들고 마스크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을 종이에 끼적였다.

 

 슥- 슥- 슥-

 

 "이 재료만 있어도 될 거예요."

 "오케이. 그럼 골칫거리 고민도 이렇게 일단락됐고. 그러면 측절치가 신입 팀원한테 지하실 탐방 좀 시켜줘."

 "알겠어, 형."

 

 측절치는 카쟝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카쟝은 그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으로 가니 식탁 옆에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측절치의 키에 딱 맞는 문이었다. 측절치는 그 문을 열었다.

 

 "어두우니까 계단 잘 보고 내려와요."

 

 카쟝의 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측절치가 앞장섰고 카쟝은 그 뒤를 쫓아 조심히 발을 디뎠다. 카쟝의 뒤로는 여지없이 견치가 따라붙었다. 마치 카쟝의 담당 교도관 같았다.

 

 먼저 계단을 내려간 측절치는 구석에서 스위치를 올렸다. 곧 지하실 전체에 빛이 환하게 들어왔다. 카쟝의 시선도 분주히 이동했다.

 

 "우와, 여긴 실험실인가 봐요?"

 

 지하실은 거실보다 넓었다. 지하실 중앙에는 식탁보다 큰 책상이 있었고 벽에는 각종 장치들이 걸려있었다. 갖가지의 밧줄, 빨판이 달린 장갑, 그리고 열 감지기가 달린 안경. 한눈에 봐도 도둑질을 할 때 쓸 법한 물건들이었다.

 

 “이 검은 밧줄은 뭐예요?”

 “그 밧줄은 고무로 만든 건데, 탄성을 쉽게 잃는 고무로 만든 밧줄이라고 보시면 돼요.”

 

 측절치는 어느새 실험용 고글을 착용하고 있었다. 카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탄성을 쉽게 잃으면 고무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특성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유용하죠. 가령 높은 빌딩에서 창문이나 베란다를 통해 도망칠 때라고 생각해보세요. 밧줄의 한 쪽은 난간에 묶고 나머지 쪽은 허리에 매달고 뛰어내리는 거죠. 고무의 탄성력 덕분에 낙하속도가 줄어서 바닥에 착지할 때 부상을 입지 않죠.”

 “근데 고무로 만들었으니까 다시 튀어오를 거 아니에요?”

 “그래서 고무가 탄성을 쉽게 잃도록 특수제작을 한 거예요. 한 번 늘어나면 탄성을 잃어서 줄어들지 않죠. 다시 공중으로 튀어오를 일이 없는 거예요. 단순하게 낙하속도를 줄여주는 밧줄이라고 보면 돼요. 일회용인 게 흠이지만.”

 “도주로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장치네요.”

 “맞아요. 그렇게 이해하시면 되겠네요.”

 

 카쟝은 탄성을 잃는 고무의 용도를 깨달았다. 대화를 마친 측절치는 구석에 위치한 책상에 앉아 드라이버를 손에 들었다. 카쟝을 뒤따라 계단을 내려온 견치는 측절치를 바라봤다.

 

 "형, 내가 그 발상이란 걸 조금 해봤는데 말이야.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신발을 개발하는 게 어때? 그것도 고무로 재료를 해서 만드는 거야."

 

 견치의 제안에 카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발소리 안 낼 거면 그냥 양말 신으면 될 텐데?"

 

 카쟝은 혼잣말이었지만 지하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그 속삭임은 쉽게 울려 퍼졌다. 측절치는 카쟝의 혼잣말을 듣고는 견치를 향해 어깨를 으쓱거렸다. 견치는 눈동자만 돌려 카쟝을 째려봤다.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카쟝도 이제는 견치의 핀잔에 주눅 들지 않았다.

 

 "왜 그래요. 같은 팀원끼리."

 

 카쟝은 놀이터에 온 아이처럼 실험 책상에 놓인 물건들을 하나씩 만져보았다.

 

 '리브도 이런 거 잘 만들었는데.'

 

 대충 봐도 용도를 알 수 있는 물건이 있는 반면에, 무슨 용도로 만든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물건도 곳곳에 보였다.

 

 빠각.

 

 카쟝의 발에 무언가 밟혔다. 고개를 내리니 볼펜 하나가 있었다.

 

 "펜이 떨어져 있었네."

 

 카쟝은 책상 밑을 굴러다니는 펜을 주웠다.

 

 “이건 그냥 펜이죠?”

 

 측절치는 장치를 체크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만 끄덕일 뿐 카쟝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측절치의 반응에 카쟝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별 거 아니겠지.’

 

 카쟝은 습관적으로 볼펜 버튼을 눌렀다.

 

 딸깍.

 

 동시에 볼펜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푸슈욱-

 

 카쟝은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 측절치도 그 바람 소리에 놀라 카쟝을 봤다.

 

 "뭘 건드린...."

 

 카쟝이 들고 있는 볼펜 위아래에서 분홍빛 연기가 새어 나왔다. 측절치는 반사적으로 코를 막았다. 그는 지하실이 크게 울리도록 외쳤다.

 

 "다들 숨 참고 위로 올라가!"

 

 곧 볼펜에서 연기가 세차게 터져 나왔다. 카쟝은 볼펜을 구석으로 던지고 재빨리 주방으로 올라갔다. 그 뒤로 측절치도 올라왔다.

 

 "견치는?"

 

 지하실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견치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카쟝은 망설임 없이 숨을 깊게 들이켰다.

 

 "흐읍."

 

 카쟝은 연기가 자욱해진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찾았다.'

 

 견치는 책상 옆에 쓰러져있었다. 카쟝은 서둘러 그를 부축했다. 견치가 카쟝보다 키가 큰 탓에 발목 아래로는 바닥에 쓸리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카쟝은 신속하게 그를 1층으로 옮겼다.

 

 “끄응.”

 

 숨을 참으며, 견치를 엎고, 계단까지 오른 카쟝의 얼굴은 냄비처럼 달아올랐다. 그는 주방에 도달하자마자 가슴이 터질 정도로 호흡했다.

 

 “허억, 허억.”

 

 1층까지 이끌려온 견치는 그대로 바닥에 뻗었다. 그 모습은 바람에 쓰러진 허수아비 같았다. 카쟝은 견치의 콧구멍으로 손을 가져갔다.

 

 "숨은 붙어있어요."

 "당연하죠. 견치는 그냥 자고 있는 거예요."

 

 측절치가 카쟝에게 설명했다.

 

 "지치가 건드린 건 신경가스가 담긴 볼펜이에요. 사람이 그 가스를 직방으로 들이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곯아떨어지거든요."

 "죄송해요. 제가 뭔지도 모르고 만지다가... 함부로 만지는 게 아니었는데."

 "실수로 그런 거니까요, 뭐. 그래도 반나절은 지하실에 들어갈 수 없게 됐네요. 저 가스가 다 빠지려면 한참 걸리겠어요."

 

 측절치는 대(大)자로 뻗은 견치를 내려다봤다.

 

 "...얘가 일어날 때까지 시간도 적잖이 필요할 거고요."

 

 측절치는 방독면을 쓰고 실험실로 들어가 환풍기를 틀었다. 그가 다시 주방으로 올라왔을 때 견치는 아예 코까지 골고 있었다. 카쟝은 그 옆에서 시선을 발끝에 떨군 채 똑바로 서있었다.

 

 “큰 실수도 아닌데 그러고 계실 필요 없어요.”

 

 한바탕 소동이 무사히 마무리되자, 측절치는 다시 거실 소파로 가서 누웠다. 카쟝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측절치에게 피해를 끼친 게 미안했다.

 

 “그래도 저 때문에 아까 하시던 일도 못 끝내셨잖아요.”

 “오전 연구는 쉬었다고 치죠, 뭐. 이렇게 된 거 저도 좀 자야겠네요."

 

 측절치는 마치 소파가 자기 침대인 것처럼 편하게 다리를 뻗었다. 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어?'

 

 카쟝은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을 끊임없이 감시하던 견치는 바닥에 쓰러져있고, 다른 팀원들은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이다!'

 

 드디어 찾아온 ‘노 마크 찬스’였다. 카쟝은 곧장 행동했다. 그는 화장실을 찾는 척하며 조용히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출구에 다다른 카쟝은 누가 들을 새라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당겼다.

 

 '이 문만 열면 자유야.'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카쟝의 손으로 더욱 힘이 들어갔다.

 

 '왜 이렇게 안 열려?'

 

 카쟝은 문을 더욱 힘껏 당겼다. 하지만 현관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물쇠가 잠긴 것도 아닌데?’

 

 카쟝은 발을 벽에다 디딘 채 손잡이를 필사적으로 당겼다.

 

 '제발 열려라.'

 

 카쟝은 불현듯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의 등 뒤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카쟝은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누군가의 가슴팍이 보였다. 시선을 올리니 대구치의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화장실 맞나요?"

 

 카쟝은 그제야 문이 안 열린 까닭을 알게 되었다. 대구치가 오른팔을 뻗어 문을 굳건히 막고 있었다. 거실로부터 측절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몰래 어디 가려고 하면 GPS가 감지한다고 했죠? 허튼 생각하지 마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화장실을 찾다가 엉뚱한 문을 열 뻔했네요.”

 

 대구치는 손가락으로 반대편 복도 끝을 가리켰다.

 

 “화장실은 저기야.”

 “고맙습니다.”

 

 카쟝은 손잡이를 놓았다. 그는 ‘진짜 화장실’을 향해 걸으며 목에 생긴 골칫덩어리를 만졌다.

 

 '이까짓 거 타이밍 봐서 몰래 빼버리면 되겠지.'

 

 카쟝이 거실을 지나가자 측절치는 상냥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참고로 그 GPS 목에서 빼면 안 돼요. 맥박이 안 느껴지는 순간 폭발하도록 설계했거든요."

 

 목에서 제거하는 그 즉시 터진다는 소리였다. 목숨이 아깝거든 GPS를 고이 간직하라는 조언이기도 했다.

 

 "정말로... 터져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치를 자유롭게 내버려두고 있는 거죠. 더 이상 족쇄도 안 쓰잖아요.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하면 지금 시도해보셔도 돼요. 대신에 화장실 가서 하세요. 거기가 그나마 청소하기 편하니까."

 

 카쟝은 풀이 죽은 채 거실을 지나갔다.

 

 “그럼 전 화장실부터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그 시도한다는 뜻이 아니라, 아까부터 갔다 오고 싶었거든요.”

 

 카쟝이 화장실을 들렀다가 나온 사이에 중절치도 거실로 나와 있었다. 그는 편한 복장으로 환복한 상태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방금 전의 상황도 모두 파악한 듯했다.

 

 "지치야. 한동안은 외출도, 통화도 금지야. 네가 실수로 우리 위치를 노출시킬 수도 있으니까. 이해해주겠지?"

 "알겠습니다. 근데 혹시 그 '한동안'은 얼마 정도나 될까요?"

 "지치 네가 막실라팀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야.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리고 어디 보자."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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