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6월 22일 화요일
삑 삑 삑 띠리링 철컥
3일만의 집이다. 나는 취조실에서 정신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밤이 되기 전까지 병원에서 하루들을 보냈다. 경찰들은 내가 병원에서 깨어나고 취조실이 아닌 병실에서 여러가지들을 재차 물어봤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그렇다 할 만한 증거를 얻지 못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집에 보내줬다.
“원장님, 들어가요.”
“그래, 너가 고생이 많네.”
나는 신발을 벗고 신발장에 가지런히 올려 놓았다. 나를 부축하던 그도 신발을 벗고 집으로 같이 들어섰다. 집으로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아들이 보였다.
“집에 있었구나.”
“오셨어요. 형도 왔네.”
“원장님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금방 저녁 차려 드릴게요. 현아 넌 밥 먹었어?”
“아니, 아직.”
그가 나를 소파에 앉히고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들은 재방송중인 드라마를 시청중이었다.
“지금까지 밥도 안 먹고… 너가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니, 웬일이냐.”
“그냥, 보고 있었어요.”
그의 짧은 대답에 나에게는 다음 말을 이어갈 만한 대화 주제가 없었다.
나와 아들은 약 십분 정도되는 시간동안 티비만 볼 뿐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나의 눈은 티비를 보고 있었지만 내 모든 생각들은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 설이랑 만났다면서, 아버지가 병원에 있었다는 건 알았을 애가...”
아들은 나를 쳐다보지 않고 여전히 티비만 보며 답했다.
“가긴 갔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셔서 그냥 다시 돌아왔어요.”
아들의 말이 끝나고 이번에는 십분이 훨씬 넘어가도록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하지 않는 숨막히는 상황에서 설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 저녁먹을 준비해요!”
그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거실의 티비 소리가 컸음에도 내 귀에 그의 목소리가 정확히 꽂혔다. 내가 소파에서 힘겹게 일어서려 하자 아들이 나를 부축했다. 나는 내심 그런 그가 대견스러우면서 방금 전까지 들었던 서운한 감정이 사라졌다.
식탁 의자에 앉아 설이가 내오는 음식들을 보고 있었다. 그가 냉장고 안에 있던 안심살을 사용했는지 메인요리는 스테이크였고 먹음직스럽게 접시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양송이 수프가 더해져 식탁위를 마저 채워줬다.
나는 그에게 수고했다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식탁위에 올라간 음식들을 먹기 위해 수저를 들어 먼저 양송이수프를 한입 떠 먹었다. 내가 먹기 시작하자 아들과 설이도 포크와 칼을 들어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막이 흐르는 주방이란 공간에서 각자의 접시들만 비워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