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기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부스 안에서 예준은 사무국에서 제공해준 작은 책상과 의자 하나를 이리 저리 옮겨 보고 있었다.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는 하얀색 칸막이에 작품만 걸어두면 되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부스를 꾸밀 수 있었다. 학원도 다행히 여름방학 기간이라 부담 없이 전시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넓은 전시장 구석 벽면에 붙은 제일 작은 부스였지만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예준은 어젯밤 작업실에서 그림을 포장하며 병수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너 대박나면 나 모른 채 하지 마라.”
“무슨 대박이야? 이제 처음 나가는 건데.”
“이거 완판되는 거 아냐?”
“완판만 돼봐. 바로 강남으로 달려간다. 내가.”
“아무리 안 팔려도 최소한 반 정도는 팔리겠지?”
예준은 완판은 무리지만 20여점의 작품 중에 반 정도는 충분히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건 얼마짜리지?”
병수는 제일 작은 캔버스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그건 30만원. 6호짜린데 호당 5만 원정도 받으면 될 것 같아서.”
“야! 그럼 이건?”
“50만원.”
“이거는?”
“그건, 100만원.”
“이거는?”
“아이 자식, 무슨 장사하러 가냐?”
“무슨 소리야? 예술이 곧 돈이고, 돈이 곧 예술이다. 라는 말 몰라?”
“웃기네, 누가 그런 말을 해?”
“와 진짜 몰라? 엄청 유명한 사람이 한 말인데.”
“누구?”
“어, 소설가 이병수라고.”
“어휴, 정말.”
“하하하하! 그나저나 이것 다 팔면 얼마냐? 30만원 10개, 저거 5개 500만원, 300만원, 500만원, 헉! 1500만원 넘겠다. 대박!”
예준은 너스레를 떠는 병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상상만으로도 참 행복한 일이었다. 전시회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유명 컬렉터나 갤러리의 눈에 띄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