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4. 우리는 어쩌면 인형 같은 삶을 산다.
작성일 : 19-10-06 13:10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786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약속의 향기 - #4. 우리는 어쩌면 인형 같은 삶을 산다.

 

 며칠이 그렇게 지났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새벽의 후각은 여전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새벽은 그렇게 회사를 뛰쳐나와서는 집 안에서만 지냈다.

 

 자신의 전부였던 것이 무너지는 순간 새벽도 함께 무너진 것이다.

 

 가끔 오는 민아의 전화만이 유일하게 새벽이 소통이라는 것을 하는 시간이었다.

 

 새벽은 휘적휘적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새벽은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코로 냄새를 맡고는 입으로 가져간다.

 

 “웁.. 퉤.. 퉤...아씨...”

 

 새벽은 마시던 우유를 있는 힘껏 뱉어 냈다.

 

 그리고는 새벽은 기침을 하며 우유의 유통기한을 확인했다.

 

 유통기한이 한참이나 지난 우유는 이미 치즈같이 건더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새벽은 분명 아무 냄새도 없었는데... 하다가 자신의 상황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새벽은 우유를 싱크대에 쏟아 버리고 휴지를 찾아 급하게 자신이 뱉어낸 우유를 닦아냈다.

 

 우유를 닦아내는 동안 한참이 지나 썩어버린 우유를 보면서 새벽은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고 느꼈다.

 

 바닥을 닦고 냉장고를 닦던 새벽은 텅 빈 냉장고를 봤다.

 

 새벽은 대충 머리를 뒤로 묶고 후드티에 수면바지를 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늘 걸어 다니던 그 길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자신의 세상은 처참하게 무너졌는데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새벽은 지갑과 핸드폰을 들고 집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점원은 새벽을 살짝 처다보고는 ‘풋’ 하고 웃으며 다시 자신이 할 일을 했다.

 

 새벽은 편의점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이라도 단 한 번도 이런 모습으로 찾은 적이 없었는데 새벽은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새벽은 우유와 간단한 즉석 음식들을 골랐다.

 

 냉장고에 가득한 술을 보며 새벽은 갈등했다.

 

 맥주를 만 원에 5캔이나 준다는 문구가 새벽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냉장고 앞에서 한참 고민을 하던 새벽은 술을 포기하고 우유와 즉석 음식들만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던 새벽의 핸드폰이 ‘띠링’ 하고 울렸다.

 

 -이새벽 씨의 퇴직금이 정상 처리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회사를 위해 일해주신 것에 감사함을 표하며 앞으로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새벽은 문자를 보며 걸음을 멈췄다.

 

 자신이 3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전부처럼 생각했던 회사가 그녀에게 던지는 마지막 말이었다.

 

 그 회사는 돈이 입금되었다는 말과 함께 행복하라고 말한다.

 

 새벽은 갑자기 화가 났다.

 

 행복을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이 문자 하나가,

 

 그냥 컴퓨터에서 일괄적으로 보내지는 문자임이 분명한데도,

 

 자신을 조롱하고 비웃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화가 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새벽은 잠깐 하늘을 봤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다.

 

 새벽은 너무나도 파란 하늘에 눈이 시려서 그래서 눈물이 흐르는 거라고 핑계를 찾았다.

 

 새벽은 집으로 다시 향해가다가 집 앞에 있던 호프집을 발견한다.

 

 평소에는 수없이 걸어 다니며 봤던 가게지만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지방 어느 공장가에 있는 백반집 같은 스타일의 허름하고 낡은 호프집이었다.

 

 냄새에 예민했던 새벽이 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그런 호프집이었다.

 

 하지만 새벽은 지금 당장 자신의 모습을 숨길 장소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새벽은 호프집으로 향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호프집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가득 참에 따라 새벽의 테이블에도 술병이 쌓여갔다.

 

 새벽은 소주 한 잔을 들이켜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곳에 누가 와서 술을 마실까? 월세는 낼 수 있는 걸까? 건물주인가?’ 했던 자신의 걱정은 기우임에 불과했다.

 

 호프집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저마다의 사연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호프집 안은 가끔 큰 웃음소리가 들려오며 인간적인 모습들로 가득했다.

 

 “씨이.. 뭐가 그렇게들 즐거워... 아줌마 여기 쏘주 한 병 더요..”

 

 새벽은 비어 있는 소주 병을 흔들며 아줌마를 보며 외친다.

 

 “젊은 아가씨가 뭔 술을 그리 먹노! 애지간히 처먹어야지.”

 

 아줌마는 가볍게 핀잔하면서 소주를 한 병 내온다.

 

 그리고 시키지 않은 계란찜도 함께 가져다준다.

 

 새벽은 소주를 따르고 자신의 핸드폰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분명 민아에게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다.

 

 새벽은 다시 카톡을 보낸다.

 

 새벽- 야 이뇬아..빠랴와. 새벽이 뽀고시포요.

 

 새벽은 카톡을 보내고 다시 소주잔에 소주를 따른다.

 

 소주잔에 소주가 살짝 흘러넘친다. 그리고 눈에서 흘러내리려는 무언가를 삼키기 위해 소주를 삼켜 버린다.

 

 민아는 급하게 병원을 나섰다.

 

 급하게 병원을 나서는 민아의 모습을 보고 희형이 급하게 뛰어왔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오늘 저녁같이 하기로 한 거 잊었어?”

 

 “아 맞다.. 선배 미안해요. 지금 친구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요..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어쩌죠?”

 

 “음.. 어쩔 수 없는데.. 친구 누구?”

 

 “저번에 그 친구 있잖아요.. 새벽이라고 선배한테 상담받은..”

 

 “아. 그 냄새 못 맡는 친구? 술 먹으면 안 되는데 술을 마시네.”

 

 “그러니까요. 죽으라고 말은 안 들어요. 진짜.. 선배 미안해요. 빨리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럼 내가 태워줄게. 지금 택시도 잘 안 잡힐 거야.”

 

 “그래도 죄송해서 어떻게요.. 그냥 제가 택시 타고 갈게요.”

 

 희형은 웃으면서 민아를 데리고 자기 차로 향한다.

 

 “괜찮아. 이렇게라도 데이트해야지. 안 그럼 우리 언제 데이트하냐.”

 

 민아는 희형에 말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리고 살짝 미소를 보인다.

 

 뒤에서 휠체어를 미는 희형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새벽은 다시 한 번 소주를 들이켰다.

 

 새벽은 소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특유의 알코올 향과 뒤 끝 맛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각을 잃은 새벽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취하기 위한 술이라면 무엇이라도 상관이 없었던 새벽이었다.

 

 “야. 진짜 저런 여자는 좀 아니지 않냐?”

 

 순신은 새벽이 있는 곳을 바라보다 앞에 앉은 성원을 향해 말했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신경 쓰지 마.”

 

 “아니 아무리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지 어우.. 무슨 여자가 저렇게..”

 

 “너 그 여자 여자 이야기 좀 하지 마. 가뜩이나 요즘 민감한 거 모르냐?”

 

 “머 어때 우리 끼린데.. 아무튼 난 아무리 이뻐도 저런 여자는 안 돼 안 돼..”

 

 “야. 저런 여자가 너는 좋데냐? 한량 주제에 무슨.. 너 진짜 일 안 할 거야?”

 

 순신은 갑자기 말을 돌리며 성원에게 술을 따랐다.

 

 성원은 순신이 주는 술을 받아 함께 마셨다.

 

 순신은 성원에게 자신이 일을 하지 않는 이유와 자신은 잘 될 거라고 하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성원은 새벽의 모습을 힐끔 바라봤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 긴 머리를 질끈 묶었지만 사이사이 삐져나온 잔머리, 분홍색 후드를 입고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이 사뭇 누구랑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성원은 머리를 절래 절래하며 순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순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희형이 운전하는 차는 그리 막히지 않았다.

 

 민아는 희형과 함께 새벽에게 가고 있었다.

 희형은 민아를 데려다주는 내내 쉴 새 없이 민아에게 수다를 떨어댔다.

 

 민아는 희형이 하는 유머러스한 말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가 잠깐씩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좋아했다.

 

 민아는 희형에 말에 맞장구를 처주며 그렇게 새벽에게 향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그때 희형의 핸드폰이 울린다.

 

 “선배 아까부터 계속 전화 오는데 급한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엄마야 엄마. 요즘 아주 난리 시다 장가가라고..”

 

 “아.. 선배 정도면 충분히 갈수 있는데 왜 안 가시고 계세요. 어머니가 그럴만하시네요.”

 

 “나? 나는 좋은 사람 기다리느라고 그러지..”

 

 희형은 민아를 보면서 활짝 웃어 보인다.

 

 민아는 혹시 희형이 말한 좋은 사람이 자기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던 민아는 뭔가가 생각난 듯 슬픈 표정을 지었다.

 

 새벽에 집 주변에 도착한 민아는 희형에게 여기라고 말하고 내릴 준비를 한다.

 

 희형은 내려서 민아를 도와주려고 하다가 또다시 울리는 전화를 본다.

 

 “어쩌지 빨리 가봐야겠는데. 여기서 가까워?”

 

 “네. 바로 앞이에요. 저 때문에 괜히.. 어서 가보세요. 선배 고마워요.”

 

 “미안해. 내가 데려다줘야 하는데.”

 

 “괜찮아요. 선배. 어서 들어가 보세요.”

 

 민아는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타고 희형에게 인사했다.

 

 희형은 급하게 통화를 받고 민아에게 보였던 웃음을 보이며 급하게 빠져나간다.

 

 민아는 새벽이 있다는 호프집으로 향한다.

 

 예전 새벽의 집에 왔을 때, 절대로 안 간다고 망할 거라고 새벽이 이야기한 적이 있어 위치는 알고 있었다.

 

 호프집 앞에 도착한 민아는 당혹스러웠다.

 

 호프집의 입구가 작은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휠체어로 올라갈 수 없는 입구였던 것이다.

 

 민아는 한숨을 쉬며 새벽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새벽, 전화가 꺼져 있다고 알려온다.

 

 “야.. 이새벽! 새벽아!”

 

 밖에서 민아가 새벽을 불러봤지만, 호프집 밖으로 세어 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안에까지 들리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 민아는 갑자기 몸이 붕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꼬꾸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꺄악!”

 

 민아는 크게 비명을 질렀고, 휠체어는 다시 땅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민아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뒤를 돌아봤다. 민아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민아의 뒤에는 급히 물고 있는 담배를 던지는 순신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들어가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도와드리려고..”

 

 “그래도 갑자기 그렇게 들면 어떻게 해요?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죄송합니다.. 전 그냥 도와드리려고 한 건데...”

 

 “그러니까요. 제가 도움 청한 적도 없는데 왜 도우시냐고요. 넘어지면 어쩌려고요?”

 

 “아.. 죄송합니다..”

 

 밖에서 들리는 큰소리에 호프집 아르바이트생이 밖으로 나왔다.

 

 문이 열리는 틈으로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새벽이 보였다.

 

 민아는 알바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알바생은 낑낑거리며 민아를 들어서 호프집 안으로 안내했다.

 

 순신은 그런 민아를 보며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미쳐 3번도 태우지 못한 담배꽁초를 바라봤다.

 

 순신은 민아의 뒷모습을 보며 새 담배를 하나 빼서 입에 물었다.

 

 호프집 안으로 들어온 민아는 새벽을 봤다.

 

 새벽은 이미 만취한 상태인지 테이블에 엎드려서 소주잔을 돌리고 있었다.

 

 민아는 그런 새벽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새벽에게 다가갔다.

 

 새벽에게 가는 동안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부딪었다.

 

 민아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계속 새벽을 향해 갔다.

 

 새벽의 테이블에 도착한 민아는 새벽을 보면서 점원이 가져다준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고 한 번에 마셔버리곤 테이블에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내려놓았다.

 

 탁!

 

 새벽은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자기 앞에 있는 민아를 봤다.

 

 “미나야~~~ 우리 미나 와쪄요~ 새벽이 보고 시포 와쪄요~~”

 

 “야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어.. 너 진짜 미쳤어?”

 

 “미나야~~ 내가 오늘 너무너무너무 속상해서 술 딱 한 잔만 마셔뗘~~”

 

 “이게 한 잔으로 보이냐.. 하아.. 미친년.. 빨리 집에 가자. 일어나.”

 

 “왜에엥.. 우리 민아 왔으니까 이제 시작해야지이잉.. 아줌마 여기 소주 추가요!!!”

 

 민아는 그런 새벽의 팔을 때리면서 새벽을 말렸다.

 

 “우씽...아포..새벽이 아파요..”

 

 “술을 마실 거면 조용한 데서 곱게 마시지 이게 뭐야 진짜.. 빨리 일어나..”

 

 새벽은 민아의 핀잔에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랐다.

 

 “민아야.. 이짜나.. 오늘 회사에서 문자가 왔는데.. 나보고 퇴직금 먹고 떨어지라고 하더라.. 그리고 나보고 고맙데.. 그리고 행복하라고 하더라.. 나는 그 회사 때문에 지금 이렇게 힘든데 나보고 행복하라고 하더라..”

 

 민아는 측은하게 새벽을 바라보며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내가 정말 그 회사 가려고 얼마나 노력했고.. 회사에서 진짜 열심히 일 했는데.. 그냥 한번 실수했고.. 아픈건데.. 나가래.. 아픈 것도 회사 때문인데... 나가래.. 이제 필요 없다고...”

 

 “괜찮아.. 네가 이새벽인데 뭐가 걱정이니.. 넌 무인도 가도 나라 세울 사람이야..”

 

 “내가 어렸을 때.. 정말 좋아하는 인형이 있었는데.. 그 인형이 팔이 떨어졌는데.. 막 아빠가 버리라고 했거든.. 그러면서 엄청 이쁜 인형을 새로 사줬거든.. 그래서 나는 그 인형을 쓰레기통에 던졌거든... 내가 직접 던졌는데... 너도 알잖아. 내가 그 인형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다시 팔만 끼우면 되는 인형인데... 사실 망가진 인형도 아닌데... 이제는 내가 팔 없는 인형이 돼버렸어.. 내가 그 인형이야..”

 

 민아는 새벽의 말을 들으며 새벽에게 위로할 말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 새벽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새벽은 코를 훌쩍하고는 눈을 비비고 소주를 들이켰다.

 

 덩달아 민아도 함께 소주를 들이켰다.

 

 “좋아.! 오늘 달리는 거야!! 2차도 내가 쏜다!! 나 퇴직금 받아서 돈 엄청 많거든!! 오늘 내가 다 쏜다!!”

 

 그리고는 민아의 옆으로 와서는 귓속말로 작게 이야기한다.

 

 “근데 새벽이 쉬아 마려와서 다녀오께요~ 기다리고 있어 우리 자기~”

 

 새벽은 비틀비틀하며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순신은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서 성원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순신은 새벽의 테이블로 자꾸 시선이 갔다.

 

 새벽의 만행이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고 민아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자신에게 당돌하게 말하던 그 표정이 자꾸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 성원은 순신을 보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남 힘든 게 그렇게 재밌냐? 나쁜 새끼..”

 

 “야. 나를 무슨 그런 쓰레기로 보냐. 그게 아니고 그냥 저 여자가 엄청 이뻐서..”

 

 “누구? 저기 취해서 걸어오는 여자?”

 

 “야.. 내가 내 타입 아니라고 했지.. 말고 저기 앉아 있는 여자.”

 

 성원은 새벽의 테이블에 앉아 새벽을 보며 안절 부절해하는 민아를 봤다.

 

 “음.. 네가 좋아할 타입이야 인정해..”

 

 “그치 이쁘지? 가서 한번 말 걸어볼까? 내가 저분을 모실 테니 너가 저 술 진상을... 근데 저 여자 왜 여기로 오냐?”

 

 새벽은 비틀비틀하며 겨우 걷고 있었다.

 

 화장실 푯말을 겨우 확인하고 화장실로 걸어가던 새벽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코끝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느낀다.

 

 분명히 향이 느껴졌다.

 

 새벽은 코를 킁킁거리며 향을 자세히 맡으려고 노력했다.

 

 커피 향이었다.

 

 적당히 타서 구수하게 전해지는 스모키 한 향과 은은한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 향.

 

 새벽은 자신이 느끼는 향의 근원지를 찾아야 했다.

 

 “어머! 왜 이러세요!!”

 

 “아이씨.. 머 하는 거야? 여기요. 이 여자 머에요?”

 

 새벽은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몸을 킁킁거렸다.

 

 새벽은 점점 향이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뒤에서는 민아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새벽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성원과 순신이 앉은 테이블이 있었다.

 

 두 남자는 새벽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은 먼저 순신에게 다가가서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새벽은 술에 잔뜩 취한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성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바라봤다.

 

 새벽은 성원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성원은 몸을 뒤로 빼면서 새벽을 밀어내려고 했다.

 

 냄새를 맡던 새벽은 성원을 멍한 눈으로 빤히 쳐다봤다.

 

 “찾았다. 커피향... 헤헤...”

 

 이 말을 남기며 새벽은 성원에게로 돌진했다.

 

 성원은 새벽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새벽과 함께 뒤로 넘어졌다.

 

 호프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쳐다봤고, 순신은 벌떡 일어섰다.

 

 민아는 입을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성원은 자신의 품에서 자신에게 킁킁거리고 있는 새벽을 내려다봤다.

 

 새벽은 성원에 가슴에 더 깊이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이 모든 일이 한순간에 일어났다.

 

 호프집 구석에서 이 모든 일을 지켜보던 중년에 아저씨가 맞은편에 앉은 친구에게 술잔을 권하며 말했다.

 

 “어휴 요즘은 참.. 하긴 머 술이 잘못이가, 다 사람이 잘못하는 기재.. 한잔하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안녕하세요. [약속의 향기]에 살리에… 2019 / 10 / 28 580 0 -
7 약속의 향기 - #6. 마음을 치료하는 연고도 있… 2019 / 10 / 8 180 0 6576   
6 약속의 향기 - #5. 나쁜 기억 지우개. 2019 / 10 / 7 170 0 7116   
5 약속의 향기 - #4. 우리는 어쩌면 인형 같은 삶… 2019 / 10 / 6 172 0 7869   
4 약속의 향기 - #3. 믿는 도끼가 더 아프다. 2019 / 10 / 5 181 0 6581   
3 약속의 향기 - #2. 노력은 가끔 배신한다. 2019 / 10 / 3 175 0 4261   
2 약속의 향기 - #1. 엉망진창 2019 / 10 / 3 194 0 4690   
1 약속의 향기 - #0. 프롤로그 2019 / 10 / 3 480 0 2595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