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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26화)
작성일 : 19-10-16 23:27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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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다음 날 아침 선호는 직원들의 눈을 피해 살며시 필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혼자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필수가 선호를 보더니 화들짝 놀랬다. 아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나보다.

  선호는 손을 들어 필수를 안심시킨 뒤 사무실 유리창의 블라인드를 살짝 들춰 사무실 밖을 살펴보았다.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만 보일 뿐 수상한 점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필수에게 다가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필수야! 내 말 잘 들어……. 회사 내에서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는 놈이 있는 것 같아. 혹시라도 우리가 어설프게 행동했다가는 그 놈들이 먼저 눈치를 챌 거야. 그러면 모든 것이 끝장이야……. 지금은 그냥 나만 믿고 너는 시키는 대로만 해.”

  필수는 선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두 눈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잠시 뒤 선호는 필수의 사무실을 나와 곧바로 자기 사무실로 돌아가 여직원에게 지방 출장을 간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감시자에게 자신의 부재에 대한 거짓된 정보를 흘린 것이다. 이전에도 선호는 갑작스런 출장이 잦았던 터라 사무실에서는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사무실을 나선 선호는 오피스텔로 가 가볍고 움직임이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발목까지 오는 운동화를 신었다. 준비를 마친 선호는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올랐다. 사무실을 나선 이후 주변을 세심히 살폈지만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선호는 일부러 자유로를 이용하지 않고 파주 시청을 거쳐 통일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일반 도로를 타고 와서인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어둠이 조금씩 깔리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훤했다.

  선호는 하나로 마트 주차장으로 들어가 가급적 매장 입구와 반대쪽의 먼 곳에 차를 세웠다. 어쩌면 밤을 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업이 끝난 텅 빈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덩그러니 남아있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선호는 매장으로 들어가 운동용품 코너로 갔다. 각종 운동기구와 헬스 도구가 즐비했다. 선호는 어린이용 알루미늄 배트를 하나 골라 가볍게 휘둘러보았다. 제법 묵직한 느낌과 함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어린이용이라고 하지만 만만히 볼 것은 아니었다. 웬만한 성인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서 설핏 맞아도 큰 부상을 입을 것 같았다. 손에 잡히는 클립감도 좋았다. 다루기가 편할 것 같았다.

  중년의 여자 계산원이 배트만 사는 선호를 보며 야구글러브와 함께 구입하면 50% 할인을 해준다며 구매를 권유했다. 선호는 대답대신 고개를 저으며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배트를 사고 나왔지만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 선호는 간단하게라도 저녁을 미리 먹어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일단 놈들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에 몸을 숨기면 그때부터는 놈들의 시선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꼼짝도 하지 말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선호는 마트의 푸드 코너로 갔다. 푸드 코너에는 장을 보고 저녁을 먹으려는 주부들과 같이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그때 선호의 시야에 한 주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얼굴 윤곽이 뚜렷한 미인이었다. 컬이 굵은 파마머리가 단정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였다. 카트 위에 앉힌 아이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카트를 씩씩하게 밀며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선호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선호는 자신이 그 여자 옆에 같이 서있는 상상을 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여자와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 선호는 엄마와 같이 살던 어린 시절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가능하다면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아랫배가 뜨거워져왔다. 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왜 이런 약한 마음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때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선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을 가지러 갔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고개를 길게 빼고 두리번거렸지만 여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여자는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선호의 마음이 갑자기 허전해졌다. 선호는 음식을 몇 수저 뜨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이미 식욕이 사라져 버린 뒤였다. 선호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을 배식구에 밀어 넣고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밤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11시 20분이라고 그랬지…….’

  선호는 전자시계 자판의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 손으로 시계를 가리며 시간을 보았다. 녹색의 디지털 문자가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대략 1시간 후면 그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선호는 옆에 놓은 야구 배트를 만져봤다. 알루미늄의 차가움이 손으로 전달되어 왔다. 선호는 배트를 도로 내려놓으면서 이 배트를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 의장을 살해한 범인이라면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범인들은 이미 이곳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선호는 자리에서 살짝 몸을 들어 범인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살폈지만 아무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에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십여 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들리는 것은 스치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 한 선호는 자세를 낮추고 도로에서 20여 미터정도 떨어진 곳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주위는 키가 큰 마른 풀들이 무성해 몸을 감추기가 쉬웠다. 선호는 도로를 중심으로 주변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나 초겨울의 바람 소리만 빈 허공에서 요란하게 들릴 뿐이었다.

  11시가 지나고 있었다.

  가로등이 없는 도로는 마치 길게 늘어놓은 검은 띠처럼 어렴풋이 형체만 보일뿐 한적했다. 이따금 빠른 속도로 지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도로의 가드레일에 부딪칠 때마다 어둠속에 묻혀 있던 주변의 형체들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선호가 다시 시계를 보았다.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만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뒤로 겨우 5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지금쯤이면 범인들의 움직임이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혹시라도 놈들이 눈치 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회사에서 나와 지금까지 놈들이 눈치 챌 만한 행동은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은 불안했다.

  상향등을 켰는지 유독 강한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왔다. 선호는 잔뜩 긴장된 마음으로 자동차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달려 온 자동차는 완만하게 굽은 도로를 따라 마치 커다란 원을 그리듯 허공에 불빛을 뿌리며 지나갔다. 그냥 지나가는 차였다.

  선호는 멀어져 가는 차의 불빛을 보자 군대에서 매복을 나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지금처럼 적막감만 남아 있는 밤에 텅 빈 들녘에 웅크리고 앉아 우의를 뒤집어쓰고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그때는 자동차 불빛 대신 밤하늘을 가로질러 떨어지는 아련하고 아름다운 별똥별이 보였었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자 또다시 씁쓸한 기억이 떠올랐다. 선호는 깊은 한 숨을 내 쉰 뒤 생각을 털어버렸다.

  도로는 이제 지나는 차량마저 뜸해졌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매장 주변을 밝히던 전등들이 모두 꺼지자 주위의 어둠이 더 짙어졌다. 이제는 도로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래서야 범인들이 나타난다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밤이 점점 깊어가자 기온이 내려가 찬기가 느껴졌다. 불연 듯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선호는 앉은 상태에서 손을 앞으로 뻗어 천천히 기지개를 펴며 경직된 몸을 가볍게 풀었다. 어깨가 뻐근한 것 같았다. 그래도 몇 번 몸을 움직이자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차량의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낮게 그르렁거리는 가파른 엔진 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 간간히 엔진 소리와는 다른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차의 머플러 소음 같기도 하고 오토바이 소리 같기도 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지. 선호는 들렸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알 수 없는 소리가 신경이 쓰였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소리는 차의 앞쪽에서 들리기도 했다가 어느 때는 뒤쪽에서 들리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덩달아 따라왔다.

  그러나 그런 선호의 마음을 모르는 듯 차는 빠른 속도로 선호 앞을 지나쳐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왼쪽으로 굽은 도로를 따라 천천히 회전을 하는 것이 보였다. 후미의 붉은색 브레이크 등이 켜졌다. 주변과 어두운 밤하늘이 모두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선호는 숨을 길게 내쉬며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11:00’

  아직도 놈들이 정한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선호는 무심하게 차를 바라보았다. 차가 도로의 굽어지는 부분을 서행하는가 싶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 순간 선호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워낙 심하게 굽은 도로라 회전을 제어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이 되었지만 멈춰 서있을 이유가 없었다. 선호는 엉뚱한 차 때문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 같아 조바심이 들었다. 제발, 빨리 좀 지나가라. 네가 거기 서 있을 시간이 없어.

  그때 선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런 젠장! 선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막 앞으로 뛰어가려는 순간 주변을 붉게 물들이던 차의 브레이크 등이 꺼졌다. 그리고 이어 급발진 하는 차의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선호는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뛰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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