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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61 몰라봐줘서 미안
작성일 : 16-11-22 13:00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8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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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거 아깝다…….”

  “다음에 우리가 더 좋은 거 해주자.”

  “응.”

 

 

  오늘 아침에 효린이 윤아에게 티켓을 건네주었다. 윤아는 티켓을 잡으며 잠시 동안 누구와 보러 갈지 생각했는데, 결국 모르겠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윤아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효린에게 재밌게 놀다 오라는 말만 했다.

 

  효린은 자신의 손에 들린 티켓을 가방에 넣었다. 그러자마자 바로 솔로 가수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잔잔한 발라드를 들으며 따라 부르거나, 손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에 맞췄다. 그 사람들 중에 효린과 명수도 포함되었다. 몇 시간 동안 마지막까지 진행되는 무대와 이벤트를 즐길 쯤, 가수가 사인회를 열었다. 선착순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부랴부랴 줄을 맞춰 섰다.

 

  효린은 수많은 인파에 명수를 놓치지 않으려고 손을 꼭 잡았다. 그러다 얼핏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저 멀리서 금발이 눈에 띄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좀 더 자세히 보니, 금발의 여자가 한 남자의 품에 꼭 안겨있었다. 남자는 금발의 여자를 쓰다듬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는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효린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효린은 볼 수 있었다. 어, 라고 효린이 외치기도 전에, 효린의 시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려 그들을 가렸다.

 

 

  “효린아, 우리 사인 받을 차례야.”

 

 

  명수가 효린의 어깨를 툭툭 치자, 효린은 어정쩡하게 대답하며 사인을 받았다.

 

 

 -

 

 

  불에 달군 딸기를 으깨기 위해 나무 주걱으로 꾹꾹 눌렀다.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조리실 사방에 퍼졌다. 불에 달군 딸기가 충분히 물러진 상태이기 때문에 힘을 살살 주어도 되었는데도, 윤아는 온 힘을 다해 눌렀다. 그러다 자신의 손이 유독 검은 것을 느꼈다. 천천히 밑으로 내려다보았다. 손이 숯덩이처럼 타서 일그러져 있었다.

 

 

  “아악!”

 

 

  윤아는 급히 눈을 뜨고 숨을 몰아쉬었다. 진정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켰다. 시간은 둘 째 치고,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연락을 주고받았던 문자에서, 아직까지 지욱의 답장이 오지 않았다. 윤아는 진정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물 컵에 물을 가득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거의 다 마셔 갈 때 쯤, 윤아는 하, 하고 숨을 내뱉었다.

 

  윤아는 조리실에서 반죽을 하는데 힘썼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오늘 아침에 꾼 악몽 따위는 쉽게 날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볼과 반죽, 그리고 그것을 섞는 거품기를 보니,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야, 멍청아.”

 

 

  대현이 윤아가 쥐고 있던 볼을 손으로 툭 쳤다. 윤아는 몸을 움찔거리다 대현을 쳐다보았다. 대현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지난번보다 훨씬 생기가 있는 표정이었다.

 

  대현은 어젯밤에 거실에서 팝케이크를 먹은 뒤 한동안 누워 있었는데, 우연히 부엌에 다녀온 윤아와 마주쳤다. 윤아와 대현은 몇몇 대화를 나누다가, 지욱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대현이 조심스럽게 지욱과 사귀냐고 물었다. 윤아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재차 확인 차원으로 자신이 보았던 모습을 말해주었는데, 윤아는 아직까지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현은 한 시름 놓은 듯 그때서야 조금씩 기분이 돌아왔다.

 

 

  “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응?”

  “그 팝케이크에 새겨놓은 표정 보니까 진짜 구리더라?”

  “뭐?”

 

  “못해도 내가 훨씬 더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지금 내 옆구리 주먹으로 때렸냐?”

  “이 씨, 기껏 걱정해서 만들어줬더니 또 트집 쓰고 있어. 그럼 네가 직접 만들어!”

  “야, 야. 삐졌냐? 어? 뭐야, 진짜 삐졌어? 야.”

 

 

  대현이 검지손가락으로 윤아의 팔뚝을 연속으로 찔렀다. 윤아는 대현의 손가락을 뿌리치며 반죽하는데 열중했다. 어느새 윤아의 머릿속엔 오늘 아침에 꾸었던 악몽이 싹 달아나 있었다. 윤아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대현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을 찌르는 것과 반죽 섞기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효린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저 혼자 안절부절 했다. 명수가 안색이 좋지 못한 효린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효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쉬는 시간이 되었다. 효린은 아무래도 그 전의 일들이 찝찝했던 것인지, 지욱의 뒤를 몰래 밟기로 결심했다. 지욱은 락커에서 자신의 사물함을 열어 뭔가를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효린은 조심스럽게 락커 문을 살짝만 열고 그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왜 윤아랑 데이트 안 하고 다른 여자랑 했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가 보면 참견이라고 할 지 몰랐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윤아에 관한 일이라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대현은 락커 문에서 어정쩡하게 붙어있는 효린을 발견했다. 대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발로 효린의 발뒤꿈치를 툭툭 쳤다. 효린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너 여기서 뭐하냐?”

 

 

  효린은 대현의 질문을 들으며 몰래 락커 안을 들여다보았다. 지욱이 살짝 벌어진 문틈을 보았다. 효린이 밖에 있는 줄 몰랐는데도, 효린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것이라며, 뜨끔 하곤 급히 몸을 돌렸다. 이어서 효린이 등을 기대고 있는 락커 문이 열렸다. 효린은 지욱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지욱은 몇 초간 아리송한 표정을 짓다가 조리실로 향했다.

 

  효린이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들었다. 대현과 마주쳤다. 대현의 얼굴엔 ‘저게 뭐하고 있는 걸까’ 라고 써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귀에 갔다대며 빙글빙글 돌렸다.

 

 

  “너 미쳤냐? 뭐 도지욱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냐?”

  “아, 아니…….”

 

 

  대현은 상대하기도 귀찮아졌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곤 뒤로 돌았다. 효린은 점차 멀어져가는 대현을 쳐다보다가 대현을 불렀다. 대현은 자신의 부름에 고개만 돌렸다.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는 상태였다.

 

 

  “저, 그, 그게 말이야…….”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답답하다.”

  “지, 지욱 선배가 이상한 것 같아!”

  “뭐?”

 

 

  대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효린의 앞에 성큼 다가갔다.

 

 

  “뭐가 이상한데?”

  “윤아…….”

 

 

  윤아의 이름이 튀어나오자마자 대현은 주머니에 꽂고 있던 손을 뺐다. 효린의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왜? 임윤아랑 도지욱이 왜? 빨리 불어.”

 

 

  효린은 사납게 변한 대현의 모습에 잔뜩 겁을 먹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명수와 데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과 콘서트에서 있었던 일들을. 대현은 그것을 듣자마자 짧은 욕지기를 했다.

 

 

  “도지욱,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임윤아는 그 사실 아냐?”

  “아직…….”

  “너 그거 임윤아한테 말하지 마.”

  “으, 응.”

 

 

  한편 윤아는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는 지욱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빠, 내 말 듣고 있어?”

 

 

  윤아가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자 급히 지욱이 화면을 껐다.

 

 

  ‘어라, 상대방 프로필 사진이 여자였던 것 같기도 하고…….’

 

 

  “윤아야 어서 밥 먹자. 우동 국물 식겠다.”

  “응.”

 

 

  지욱이 환하게 웃으며 먹을 준비를 했다. 윤아는 자신이 잘못 본거라고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게 사건은 터졌다.

 

 

 -

 

 

  외삼촌은 업무를 하다 말고 달력을 보았다. 벌써 7월 후반에 들어섰다. 내일 날짜를 보니 빨간 볼펜으로 원이 처져있었다.

 

 

  “아, 벌써 내일이 윤아 생일이네. 분명 대근이는 챙겨주지 않을 게 뻔하고……, 유영이라도 챙겨주겠냐만은, 걔마저 유학 가고 없으니.”

 

 

  외삼촌은 달력을 집어 자신의 눈앞에 가져다 대곤, 다리를 꼬았다. 윤아가 병원에 있을 적에는 제과제빵에 관련한 책을 사주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을 사주고 싶었다. 올해가 윤아에게 있어선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디딘 해니까 말이다. 외삼촌은 몇 차례 고민을 했지만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는지, 단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단비야. 난데, 지금 시간 돼?”

 

 

  외삼촌은 단비를 백화점으로 불렀다. 단비는 저 멀리서 외삼촌을 보자마자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무슨 일이에요? 날 부르고?”

  “내일 윤아 생일이거든. 뭘 사주면 좋을지 모르겠어.”

  “정말요? 내일 윤아 생일이에요?”

 

  “응. 내가 저번에 말해줬다시피 윤아의 생일 선물을 챙겨줄 사람은 나밖에 없거든. 거기다가 올해는 윤아가 생활하면서 꼭 필요한 걸 선물하고 싶은데, 여자는 어떤 걸 원할까 싶어서 말이야. 너도 여자니까 뭐라도 아는 게 있나 싶어서 불렀어.”

 

  “흐응, 정말 이해가 되지 않네요. 왜 그렇게 윤아를 미워하는지. 나도 윤아 선물 사줄래요.”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뭐 사줘야할지 조언만 해줘.”

  “향수? 화장품? 옷?”

  “흠, 윤아의 취향을 몰라서 글쎄.”

 

  “아! 핸드폰! 핸드폰 그게 뭐예요. 완전 구석기 시대도 아니고. 마치 시대라도 거슬러 온 아이처럼. 스승님께선 윤아 핸드폰 안 바꿔줘요?”

  “아, 그러고 보니.”

  “스승님도 참, 명색의 딸인데 요즘 시대에 아직까지 그 폴더폰을 쓰다니 너무해요.”

  “그거 한 번 고려해봐야겠다.”

 

 

  단비와 외삼촌은 간단한 저녁을 해결한 뒤 옷가게를 둘러보았다.

 

 

  “결국 산거야?”

  “네. 김 율 스승님의 딸이라서 그런가, 알기 모르게 챙겨주고 싶어요.”

  “율 스승이라, 오랜만에 들어보네. 확실히 넌 율이의 제자였지.”

  “네. 다행이 윤아는 스승님과 달리 장애를 어느 정도 이겨낸 것 같지만요.”

 

  “뭐, 우리로선 그걸로 만족해야지.”

  단비는 조금 심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윤아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핸드폰 하나 생각 못 해주시고 계시다니. 이런 부분에서는 조금 실망이랄까요.”

 

 

 -

 

 

  윤아는 식탁 의자에 앉아 잘 먹겠다고 말한 뒤 아무렇지도 않게 미역국을 먹었다. 외삼촌은 윤아의 눈치를 흘끔 보기만 했다. 어제 준비한 선물을 오늘 밤에 서프라이즈로 줄 생각이었다.

 

 

  ‘생일이라는 걸 티 낼 줄 알았는데, 왜 티를 안 내지? 설마 스스로 자기 생일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외삼촌의 차를 타고 로제와인에 도착했다. 윤아가 차에서 내리자, 효린이 로제와인 앞에서 중년의 부부와 얘기하는 것이 보였다. 중년의 부부는 효린과 뭔가를 얘기하다가 다른 곳으로 갔다. 효린과 윤아가 눈이 마주쳤다. 효린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오늘 기분 좋아 보여.”

  “그렇게 보여? 헤헤, 사실 나 오늘 생일이야.”

  “정말? 어제 말해주지. 그런 줄도 모르고 선물도 못 챙겨줬는데…….”

 

 

  잇따라 뒤에서 나온 규동과 대현 역시 그 사실을 처음 알았는지 적잖게 놀랐다.

 

 

  “축하해. 미쳐 생일 선물 챙겨주지 못했네. 미안.”

 

 

  규동에 이어 대현도 한 마디 했다.

 

 

  “생일 축하한다.”

 

 

  의외로 부드럽게 말하는 대현의 말에, 효린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오늘 내 생일이라서 그런데 일 끝나면 밥 먹으러 가자.”

  “우리가 쏴야하는 거 아냐? 오늘은 네 생일인데.”

  “괜찮아. 더치패이야.”

 

 

  대현은 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을 끝마쳐 청소를 할 때였다. 효린은 오늘 자신의 생일이니 여러 명이서 모여 밥 한 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티쉐들은 저마다 축하하다며 한 마디씩 효린에게 건넸다. 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효린을 포함한 파티쉐들은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쯤, 명수를 포함한 몇몇 파티쉐들이 그제야 생일 선물을 꺼내 다시 한 번 축하한다고 말했다. 명수가 효린에게 촛불을 킨 케이크를 내밀며 말했다.

 

 

  “진심으로 생일 축하해, 효린아. 태어나줘서 고마워.”

 

 

  명수는 쑥스러운 듯 씩 웃었다. 효린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촛불을 껐다. 이어서 명수가 선물 몇 가지를 효린의 무릎에 올려주었다. 윤아는 그 모습들을, 사람들의 모든 표정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어색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읊었다.

 

 

  “생일……, 축하해.”

 

 

  윤아는 알지 못했다. 그 말이 누구한테 향한 말이었는지를. 그저 윤아의 눈에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는,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받고,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효린이 좋아보였다.

 

  밥을 먹은 뒤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나왔다. 윤아가 손에 든 자판기 커피가 뜨겁다고 찡얼거렸다. 규동은 자신이 식혀주겠다며 커피를 들어 입김을 불었다. 대현은 그것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것들 엄살이야. 엄살.”

 

 

  리하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화장실을 향해 걸으려다, 골목길로 빠져나가는 지욱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리하는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생각하여 눈살을 찌푸리며 지욱을 노려보았다. 지욱은 머리를 올려 묶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 여자와 같이 있었다. 리하는 여자가 누군지 보기 위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여자에겐 귀 밑에 두 개의 점이 있었다.

 

 

  “저, 점 위치……, 설마!”

 

 

  리하는 급히 여자에게 뛰어가 여자의 손을 낚아챘다. 여자의 몸이 순식간에 리하에게로 돌려졌다. 지욱은 리하의 갑작스런 등장에 당혹을 금치 못했다.

 

 

  “너 권예라 맞지? 어? 권예라 네가 왜 여기 있어? 언제 서울로 올라온 거야!”

 

 

  한편 윤아는 리하가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도 오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대현에게 물었다.

 

 

  “리하 화장실 간지 꽤 됐지 않아? 무슨 일 생긴 게 아닐까?”

  “그럴 리가.”

 

 

  그 순간 어디선가 여자가 소리 지르는 게 들렸다. 윤아가 대현에게 말했다.

 

 

  “방금 누가 소리 지르는 거 듣지 못했어?”

  “아니.”

  “나 리하한테 다녀올게.”

  “야, 걔 신경 쓰지 않아도 된, 야! 같이 가.”

 

 

  대현은 윤아를 따라 고깃집의 뒷마당으로 향했다. 규동은 같은 조 파티시에와 얘기하다가, 그들의 모습을 보곤 자신도 뒤를 따랐다. 점점 윤아의 귀에서 여자의 흥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뒷마당에 도착했을 땐, 리하와 지욱, 그리고 갈색 머리카락의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마스크와 모자의 창으로 얼굴의 대부분이 가려져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야, 너 미쳤어? 엄마한테 올 생각은 안 하고 지욱 선배랑 노닥거려?”

 

 

  리하가 예라의 양쪽 팔뚝을 잡으며 말했다. 예라는 리하의 양쪽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리하의 몸이 뒤로 치우치더니, 몸의 중심을 잃었다.

 

 

  “너 좀 말 심하다? 내가 지욱이랑 얘기하겠다는데 그게 왜…….”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장 설명해.”

 

 

  대현이 예라의 말을 잘라 먹으며 리하를 일으켜 세웠다. 지욱과 리하, 예라는 얼빠진 표정으로 대현을 보았다. 대현은 무표정으로 예라와 손잡은 지욱의 손을 보았다. 윤아 역시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하며 밑으로 내려다보았다. 윤아의 눈동자에는 지욱의 손밖에 비치지 않았다. 윤아는 당황해하는 예라의 눈빛과 지욱의 표정, 그리고 잔뜩 화가 난 리하를 보고 눈치 챌 수 있었다.

 

 

  ‘오빠가 왜…….’

 

 

  속이 울렁거렸다. 윤아는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손에 쥐고 있던 커피를 떨어뜨렸다.

 

 

  ‘오빠가 왜, 어째서.’

 

 

  윤아는 울컥하는 마음에 급히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리하의 눈동자는 멀어져가는 윤아의 뒷모습에 마구 흔들렸다. 지욱의 눈동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규동은 대현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윤아를 쫒아갔다. 대현은 끓어오르는 속을 참지 못하고 지욱의 멱살을 잡았다.

 

 

  “이 미친놈아, 기어코 일을 저질렀네, 저질렀어!”

 

 

  대현은 금방이라도 지욱을 잡아먹을 것처럼 눈을 부라렸다.

 

 

  “네 친구인 나주훤도 뭐 같다 생각이 들었는데, 넌 더한 쓰레기다! 너 유학 갔다 와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어장관리 하지 말라고 했지? 한 여자 두고 바람피는 거 아니라고 했지? 어!”

 

 

  대현은 지욱의 얼빠진 표정을 볼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윤아는 오랜 세월 동안 지욱을 바라봤고, 대현은 그런 윤아를 바라봤는데, 지욱은 수년을 걸쳐 어장관리를 해왔다. 그것 때문에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윤아를 생각해서 나쁜 버릇을 고치라고 했지만, 지욱은 쉽게 고치지 못했다. 거기다가 예라. 대현은 예라의 놀란 표정에 너무나도 화가 났다. 배신감에 대현이 지욱에게 주먹질을 하려다가 자신의 주머니에 울리는 전화에 멈췄다.

 

 

  -대현아! 여기 XX 사거린데 빨리 와봐. 윤아 상태가 이상해!

 

 

  대현은 짧은 욕지기를 하며 지욱과 예라를 노려봤다.

 

 

  “나주훤과 너희들이 관련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허튼 수작 부리면 너희들 내가 진짜 가만두지 않는다.”

 

 

  대현은 규동이 말한 사거리를 향해 뛰었다. 숨이 차올랐지만 윤아를 생각하며 더 빠르게 뛰었다. 대현이 도착할 즈음엔, 윤아가 불 꺼진 상점 앞에서 쭈그려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난 대체 6년간 뭘 보고 버텨왔던 걸까.’

 

 

  대현이 윤아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윤아가 탈진한 상태라, 윤아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야, 정신 차려!”

 

 

  대현은 규동에게 택시를 부르라고 말했다. 규동이 택시를 잡을 동안, 대현이 윤아를 안아 번쩍 들어올렸다. 규동이 택시를 잡고 문을 열어주었다. 대현은 윤아를 택시에 태우고 그 옆에 자신도 탔다. 규동은 조수석에 앉아 집주소를 불렀다.

 

  택시가 집 앞에 섰다. 규동이 택시비를 지불하고 있을 때, 대현은 다시 윤아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려 윤아의 방으로 향했다. 윤아를 침대에 눕혔다. 여전히 윤아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윤아는 아무도 보기 싫다는 듯이 눈을 감고는 등을 돌렸다. 대현은 한숨을 푹 쉬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발걸음을 돌리자, 윤아의 책상 위에 두 개의 종이가방을 볼 수 있었다. 대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종이가방에 있던 물건을 들여다보았다. 베이지 빛 편지가 보였다. 편지 앞에 윤아에게, 라고 적혀져 있었다. 글씨체를 보아 외삼촌이 쓴 편지인 것 같았다. 대현은 그것을 쥐어, 편지지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 펼쳤다.

 

 

  -윤아야, 생일 축하해! 이건 외삼촌이 주는 서프라이즈 선물! 1순위로 외삼촌 핸드폰 번호 저장해야 한다? 예쁘게 커줘서 이 외삼촌은 기뻐. 단비도 생일 선물 챙겨줬으니까 꺼내 봐!

 

 

  대현은 편지를 보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윤아와 그리 친하지도 않은 단비마저 윤아의 생일을 알고 챙겨주었는데, 자신은 윤아에 대해 아는 것도, 챙겨준 것도 없었다. 대현은 다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생각했다.

 

 

  ‘도지욱은 네가 생각하던 때와 많이 달라졌는데……. 미안. 정말 미안.’

 

 

  “몰라봐줘서 미안…….”

 

 

  윤아는 대현의 말에 천천히 눈을 떴다.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침대 커버를 세게 쥐었다. 대현은 여전히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꽤 오랫동안 윤아의 방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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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펜션에서 벌어진 일 (3) 2016 / 11 / 20 62 0 8433   
52 52 펜션에서 벌어진 일 (2) 2016 / 11 / 20 52 0 8764   
51 51 펜션에서 벌어진 일 (1) 2016 / 11 / 20 57 0 10134   
50 50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2016 / 11 / 20 153 0 8197   
49 49 우리는 최고의 정성을 파는 사람들이니까 2016 / 10 / 31 67 2 8178   
48 48 진심과 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2016 / 10 / 31 61 3 7933   
47 47 나의 처음을 너와 2016 / 10 / 31 75 3 6040   
46 46 예약하신 객실은 하나뿐입니다 2016 / 10 / 31 69 3 7119   
45 45 왕중왕전 - Bye, Bye 미스로드 2016 / 10 / 30 73 3 8242   
44 44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2016 / 10 / 30 74 3 6008   
43 43 자세가 야해 2016 / 10 / 30 190 4 7123   
42 42 저 변태가 뭘 또 꾸미는 거야 2016 / 10 / 30 77 4 7562   
41 41 난 이미 충분히 지쳤는데 2016 / 10 / 30 72 4 6900   
40 40 울지 마 2016 / 10 / 29 173 4 8241   
39 39 어릴 때부터 줄곧 2016 / 10 / 29 84 4 7444   
38 38 인정받고 싶으면 피하지 마 2016 / 10 / 28 68 4 7149   
37 37 공과 사의 구별 2016 / 10 / 28 73 4 7478   
36 36 실망스럽다 2016 / 10 / 28 65 3 8692   
35 35 무슨 짓 하는 게 아닌가 2016 / 10 / 28 87 4 7229   
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8 4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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