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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53 펜션에서 벌어진 일 (3)
작성일 : 16-11-20 19:46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8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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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있어.”

 

 

  리하와 윤아는 물론이고 규동과 효린의 눈마저 커졌다.

 

 

  “대박. 누구야? 여기에 있어? 아니면 로제와인과 관련 없는 사람?”

 

 

  대현은 더 이상 대답하기가 민망했던 것인지 소파에 바로 누워 자는 척을 했다. 파티쉐들은 시시하다는 듯 저들끼리 추측하기 시작했다. 윤아는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대현에게 다가갔다. 윤아는 팔짱 낀 팔을 소파 위에 얹고 대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대현의 볼을 살짝 찔러보았다. 대현은 슬며시 눈을 뜨고 자신의 옆에 있는 윤아를 보았다. 대현이 당황스러운 듯 고개를 움찔거렸다. 윤아는 장난 끼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대현이는 민망할 때 자는 척 하는 구나.”

  “어, 대현이 잠에서 깼다! 빨리 참기름 먹여!”

 

 

  명수가 외치자, 파티쉐들은 너도나도 대현에게 달려들었다. 대현이 자리에서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목덜미가 잡힌 뒤였다.

 

 

  “좋아하는 사람의 유무만 물었지, 관계가 있다거나 누군지는 정확히 안 물었잖아! 질문을 잘못한 쟤를 탓하라고!”

 

 

  대현의 잔머리가 풀가동했다. 파티쉐들은 대현의 반응이 웃긴지 웃기에 바빴다. 다음 진실게임. 역시 대현이 걸렸다. 오늘 완전히 밝혀지기를 작정하고 덤빈 것 같았다.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근처에 있는 사람이다?”

  “이것들이 사냥은, 사냥은.”

 

 

  대현이 참다못해 제 승질에 못 이겨 참기름 한 컵을 마시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온 몸에서 느글거리는 기분이 몹시 짜증났다. 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에서 세면대에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대현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왔다.

 

 

  “내가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그 때서부터였다. 대현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고등학생 시절 때 놀았던 기술들을 펼쳤다. 규동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보지 못했던 대현의 행동에 기쁜 듯 환하게 웃었다.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팀을 갈라 각종 카드게임을 하거나 젠가 게임을 했다. 그 때는 윤아도 함께 참여해 놀았다.

 

  대현은 근처 포장마차에서 야식을 사오기 위해 나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리하는 게임을 하다말고 자신도 같이 갔다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왜 나와?”

  “한 명이서 짐 드는 것 보단 두 명이서 짐 드는 게 낫잖아.”

 

 

  대현은 마음대로 하라며 먼저 밖으로 나갔다. 리하 역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 날씨가 꽤나 선선해졌다. 그들은 모퉁이를 돌아 포장마차에 도착했다.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몇몇의 튀김을 사고 다시 별장으로 향했다. 그 때까지 리하와 대현은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대현은 딱히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고, 리하는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고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얼마 가지 않아 리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좋아하는 사람 누구야?”

 

 

  대현이 멈췄다. 그의 뒤를 따르던 리하도 걸음을 멈췄다. 대현은 뒤통수를 긁적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리하는 대현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저번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윤아가 월말평가 최종전을 끝마친 후에 아빠와 실랑이를 벌였을 적이었다. 그 때 분명 윤아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아하니, 그 때 당시 대현의 표정은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웃고 있었다. 그 다음 날에 윤아와 대현이 사귄 것도 아니었다. 리하는 단순한 장난으로 한 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일일 카페에서 서빙 할 때 자신을 일으켜준 대현의 모습과, 자신에게만 음료를 주었던 대현을. 진실 게임에서 대답을 하기 직전에 때 자신의 눈과 마주쳤던 그 상황을.

 

 

  “누구야? 너와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이야?”

 

 

  리하가 말하는 지금은 야식을 사러 나온 지금을 뜻 했다. 그러나 대현이 생각하는 ‘지금’은 현재 상황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현이 생각하는 그 사람은 자신의 모든 일에 개입 하지 않을 듯 모두 다 개입되었다. 대현이 대답했다.

 

 

  “어.”

 

 

  가슴 뛰는 게 멈출 수 없었다. 리하는 저도 모르게 대현의 옷자락을 잡았다. 대현은 그것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손으로 슬쩍 치웠다. 리하는 의문을 품은 눈빛으로 대현의 손을 바라봤다.

 

 

  “대현이 너 오늘 카페에서 나한테 음료 줬잖아.”

  “그게 왜?”

  “왜 나한테만 줬어?”

  “뭐?”

  “임윤아한테는 안 줬으면서 나한테는 줬잖아.”

  “걔한테는 안 줬지만 다른 애들한테는 몇 개씩 돌렸는데?”

  “어?”

 

 

  리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임윤아 걔는 다음날 되도 숙취가 없어서 안 줬던 거고, 너나 다른 사람들은 새벽 내내 술을 마셨으니까, 일에 피해주지 말라고 음료를 돌렸던 것뿐이야. 그리고 내가 저번에도 말했듯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리하는 대현의 뜸 들이는 말에 주먹을 쥐었다.

 

 

  “임윤아라고.”

  “뭐야……, 그럼 너 그 때 말고 따로 정식으로 고백 했었어?”

  “그런 건 아닌데, 내가 걔한테 좋아한다고 말해도 걔는 별 반응이 없더라고.”

  “왜? 걔가 너 기억 속의 남자 아이라면서 너 따라다녔을 때가 언젠데!”

  “몰라 나도. 묻지 마.”

 

 

  대현은 순간적이었지만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대현은 빨리 별장에나 가자며 속도를 올렸다.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야식을 던지다시피 주고는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발코니에 있는 야외용 침대에 누웠다. 한쪽 팔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한편 윤아는 야식을 먹을 생각하다가 말고 양치를 했다. 양치하는 동안 야식을 사러 갔다온 리하와 대현을 떠올렸다. 그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둘 다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확실히 대현은 화나 있었고 리하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가가 촉촉했다. 윤아는 입을 몇 차례 헹구고 나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온 사람들은 베개로 영역을 나눠 남자와 여자 따로 자고 있었다. 윤아는 자고 있는 사람들 중에 대현이 보이지 않자 발코니로 갔다. 역시나 대현이 있었다.

 

 

  “대현아.”

 

 

  대현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윤아가 대현에게 다가가 한 번 더 불렀지만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윤아는 대현이 자는 것이라 생각하여 발코니에서 벗어나려 했다. 대현이 다른 한 손으로 윤아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나 때문에 깼어?”

  “안 잤어.”

 

 

  대현은 몸을 일으켜 두 발을 땅바닥에 디뎠다.

 

 

  “리하랑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근데 둘이 표정이 왜 안 좋아?”

  “별 거 아냐.”

 

 

  윤아는 진실게임에서 대현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말했는데, 대현의 질문과 겹쳤다.

 

 

  “대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너한테 있어서 난 뭐냐?”

 

 

  그 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대현은 윤아의 손목을 잡던 자신의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내가 말했잖아. 어릴 적부터 줄곧 널 좋아했다고.”

  “나도 네가…….”

 

 

  ‘글쎄. 네 얘기를 들어보니까 헷갈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서 그런데 말이야. 그 때의 남자아이가 네 첫사랑의 대상이었을까, 아니면 동경의 대상이었을까 생각이 드네.’

 

 

  윤아는 또 다시 생각난 단비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너 분명 나 처음 봤었을 때, 그리고 그 이후로 쭉 나더러 기억 속의 남자가 나라고 말했지?”

  “응.”

  “그리고 그 남자라서 그와 함께하고 싶어서 파티시엘이 되겠다고 한 거지? 그가 네 첫사랑이라고. 그 사람을 줄곧 찾아왔다고.”

  “응…….”

 

  “그럼, 내가 만약 그 남자가 아니라면?”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날 좋아하는 이유가 기억 속의 남자라서 좋아하는 거라며. 근데 내가 그 기억 속의 남자 아이가 아니라면 날 좋아하지 않을 거냐고. 지금 당장이라도 버리고 떠나버리는 거냐고 묻잖아.”

  “그건……, 버리는 게 아니라…….”

  "아님 뭐? 넌 예전이나 똑같아. 사람 실컷 좋아하게 만들어놓고 가버리냐, 왜."

 

 

  대현은 윤아를 끌어들여 안았다.

 

 

  “왜 장난인 사람을 보고 좋아하면서, 진심인 사람은 보지 않냐고. 왜 넌 그 때처럼 변한 게 없어…….”

 

 

  윤아는 대현의 말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윤아는 자신의 배까지 오는 대현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멈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너는 대체 내 과거의 어느 부분을 말하는 거니, 항상…….’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로 대현과 윤아는 눈에 띄게 어색해졌다. 윤아가 창가에 앉자, 대현은 그 의자의 옆에 앉았다. 규동은 그 둘을 보다가 윤아의 옆에 앉았다. 윤아와 대현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분위기를 눈치 챈 듯, 분위기를 띄우려 아무 얘기나 꺼냈다. 그런데도 그 둘은 서먹했다.

 

 

  윤아는 어젯밤에 자신에게 안기며 했던 대현의 말을 기억하고는 생각했다.

 

 

  ‘만약 대현이가 기억 속의 남자 아이가 아니라면 어쩌지? 근데 왜? 대현이는 내 기억의 일부를 말한 적이 있단 말이야. 대현이가 아니면 대체 누구야?’

 

 

  윤아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 등받이에 머리 박치기를 하며 계속해서 생각했다. 규동이 놀라 윤아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찰나였다. 규동의 옆에 있던 대현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폭발해 오만 욕지기를 했다. 규동은 그 둘의 사이에 껴서 쩔쩔맸다.

 

 

  ‘난 대체 여기에 껴서 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거야.’

 

 

 -

 

 

  여행에 갔다 온 그 다음날, 파티쉐들은 다시 로제와인에 복귀했다. 대현과 윤아는 각자만의 크레이프를 만들었다. 그들은 일부러 시간의 격차를 두려고 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둘의 호흡이 잘 맞았다. 프라이팬에 반죽을 붓는 것과, 프라이팬을 돌려 반죽을 고르게 퍼지게 하는 것, 시간에 맞춰 크레이프를 뒤집는 모든 행동에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럴수록 그 둘의 사이에는 미묘하면서도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하나 둘 씩 윤아의 주변에 파티쉐들이 모여 밥을 먹었다. 대현은 말없이 꿋꿋하게 먹기만 했고, 윤아는 다른 파티쉐들과 얘기하며 먹었다. 그 찰나 대현이 젓가락을 놓고 자리에 일어섰다. 윤아는 대현을 올려다볼까 망설였다. 윤아의 귀에 대현과 대화하는 규동의 목소리가 들렸다.

 

 

  “더 안 먹어?”

  “별 생각 없어졌다.”

 

 

  윤아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미 대현이 사라지고 없었다. 규동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조리실 입구 바로 옆에서 윤아를 따로 불러냈다.

 

 

  “둘이 무슨 일 있었어?”

 

 

  윤아는 어색하게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둘이 무슨 얘기 해?”

 

 

  규동은 윤아 뒤에 선 남자를 보았다.

 

 

  “마스터, 여긴 어쩐 일이에요?”

  “흐흥, 좋은 소식을 갖고 왔지.”

 

 

  외삼촌은 흥얼거리며 락커로 향했다. 윤아와 규동 역시 락커 입구에 서서 외삼촌의 말을 들었다.

 

 

  “내일 아침 일찍 출국할 욱이 보러 갈 사람?”

 

 

  그 말에 쉬고 있던 파티쉐들이 외삼촌에게 달려들며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눈이 반짝거렸다. 규동 역시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내일 와요? 정말요?”

  “그럼. 무려 2년 만에 온다. 2년 만에!”

 

 

  대현은 조리실에서 미리 반죽하다가 말고 외삼촌의 말에 멈췄다. 근처에 있던 리하와 명수는 대현의 눈치를 힐끔 보았다. 대현은 주먹을 꾹 쥐며 차차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윤아가 도련님 파티에서 두 개의 봉투를 받았을 때였는데, 두 개의 봉투 중 하나를 윤아 몰래 보고 버렸던 그 편지를 끝내 기억해냈다.

 

  -윤아야, 외삼촌이야. 내가 프랑스에 있는 동안 우리 윤아는 잘 있니? 규동이랑 대현이가 함께 하니까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해. 인사에 앞서 내가 말해줄 게 있어. 굉장히 좋은 소식이다? 한 달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우리 윤아가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욱이를 볼 수 있어! 욱이가 말없이 해외로 가는 바람에 많이 서운했었지? 욱이도 그 날 이후로 많이 미안해하고 있어. 줄곧 널 잊은 적이 없데. 그러니까 욱이가 출국하는 날에 대현이랑 윤아는 꼭 공항에 가서 맞이해주자. 오랜만에 셋이서 대면하는 거니까 꼭!

 

 

  “마스터, 곧 있을 디너 타임에 단체 예약이 잡혔어요. 그 사람 얘기에 사람들 들뜨게 만들면 곤란해요.”

  “아, 그러니? 미안하다. 얘들아. 욱이에 관한 얘기는 조금 이따가 하도록 하자. 나도 조금 이따가 회의가 잡혔으니까.”

 

 

  대현의 말에 외삼촌은 회의하러 갔고, 파티쉐들은 대현의 눈치를 보다가 작업을 시작했다. 대현은 주먹을 쥐었던 손을 풀고 볼에 계란을 깨트렸다. 계란의 내용물이 탑처럼 싸인 밀가루 위에 놓였는데, 노른자가 두 개인 쌍 란이었다. 노른자 하나는 탑 위에 그대로 머물렀고, 나머지 하나는 탑처럼 쌓인 밀가루를 타고 밑으로 흘러내렸다.

 

 

  폐관시간이 되었다. 파티쉐들은 평소보다 들 떠 있는 상태였다. 윤아는 옷을 다 갈아입은 뒤 소파에 앉아있던 명수와 효린에게 갔다. 외삼촌이 ‘욱’이란 사람에 대해 얘기할 때 누군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현이 때문에 물어보지 못했다. 대현의 눈치를 보고 은근슬쩍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마스터가 말하는 욱이라는 사람이 누구야?”

  “음, 윤아도 여기에 온지 별로 안 돼서 누군지 모르겠다.”

 

 

  명수가 말했다. 옆에 있던 효린도 로제와인에 들어온 지 2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다.

 

 

  “쉽게 말하자면 로제와인의 TOP 1이야.”

  “TOP 1? TOP 1은 대현이가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2년 전까지만 해도 TOP 1이 2명이었어.”

 

 

  윤아는 명수의 말에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TOP 1이 2명이라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도지욱 선배는 경쟁자로 치면 충분히 견제해야할 사람이야. 그 사람이 여기에 정착한다면 긴장하는 게 좋아. TOP의 자리를 노리는 게 더욱 치열해질 테니. 혹시 몰라. 여기 있는 TOP 중에서 누구 하나가 떨어지게 될지.”

 

 

  윤아는 명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지욱’이라는 말에 뭔가가 얼핏 기억났다. 두 달도 훨씬 전의 일이었다. 대현과 함께 공원에서 솜사탕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적이었다. 윤아의 이름을 처음으로 제대로 불러줬던 날이었다. 윤아에게 도지욱이 누군지 아냐고 물었을 때, 윤아가 모른다고 말하자 그 상태로 더 이상 말하지 않았었다.

 

 

  ‘그 때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어. 대현이라면 혹시 뭔가를 알지도 몰라.’

 

 

  윤아는 옷을 갈아입는 커튼 너머에서 대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현이 옷을 갈아입고 커튼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윤아의 등장에 놀랐는지 몸을 흠칫했다. 윤아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대현의 손을 잡고 락커에서 나와 아무도 없는 복도로 향했다.

 

 

  “왜 이래?”

 

 

  대현의 말에 윤아가 손을 놓으며 물었다.

 

 

  “우리 둘이 솜사탕 아이스크림 먹으러 공원에 갔던 날 기억해? 분명 네가 도지욱이라는 사람과 나의 관계를 물었었어. 내가 그 사람이 누구냐고 했을 때 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대현은 윤아와 대화하는 게 이틀 만이라서 윤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반갑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잠시, 고작 대화라는 게 지욱에 관한 얘기였다. 대현은 화가 났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확실히 말해줘. 그 사람이 대체 누구야?”

  “내일 알게 되잖아. 뭐 하러 서둘려?”

  “지금 말해줘. 왜 나더러 굳이 기억하지 말라고 했어?”

 

  “어차피 때가 되면 알게 될 게 빤하니까.”

  “내일 알게 될 거 오늘 미리 알겠다는데 그게 문제야?”

  “나한테는 문제가 돼.”

  “왜?”

  “넌 몰라도 돼.”

 

 

  윤아와 대현의 말싸움은 계속되었다. 윤아의 언성이 한층 높아졌다.

 

 

  “넌 매번 그래. 넌 몰라도 돼. 넌 몰라도 돼, 넌 알 거 없어! 왜 매번 이런 식이야? 뭐든 하나 제대로 말해준 적 있어? 왜 다 말이 흐지부지하냐고. 왜! 대체 이유가 뭔데,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대현은 윤아의 화난 목소리에 가만히 주먹만 쥐고 있다가 갑작스레 윤아를 안았다. 한순간에 화가 풀렸지만 의심이 풀린 건 아니었다.

 

 

  “넌 대체 내 과거의 어느 일부분을 말하고 있는 거야…….”

  “네 기억은 여기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돌아온 상태야. 그래서 기억의 일부를 더 말했다가는 네 기억이 돌아온다고.”

 

  “넌 내가 기억이 돌아오는 게 싫어?”

  “난 그 녀석의 동생이니까. 네가 모르는 것들, 사람들이 모르는 것들을 내가 알고 있으니까. 정말 딴 놈은 몰라도 그 놈은 싫다고. 내가.”

 

 

  ‘이렇게 안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나게.’

 

 

  대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윤아는 대현의 품에서 벗어났다. 의외로 쉽게 대현이 놓아주었다. 윤아는 대현의 말로 인해 의구심이 들었다. 어쩌면 대현이가 기억 속의 남자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럼 대체 누가?’

 

 

  그 의문은 지욱이 출국하는 당일에 풀렸다.

 

 

  공항 안, 윤아와 대현, 규동을 포함한 몇몇의 파티쉐들이 지욱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심지어 외삼촌은 카메라로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을 넘어 사람들이 쏟아지면서 지욱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외삼촌이 빠르게 몇 번 플래시를 터트렸다. 지욱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휘젓고는, 선글라스를 벗어 가슴팍에 위치한 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는 윤아의 바로 앞에 조금 떨어져서 멈췄다. 지욱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윤아는 지욱을 빤히 쳐다보았다. 기억 속 남자 아이의 눈썹과 눈매, 콧날과 입술선이 쏙 빼닮았다. 순간적으로 윤아의 머릿속에 쏴아아, 하고 파도가 밀려오듯 모든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그 남자의 말.

 

 

  “오랜만이야, 윤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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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어릴 때부터 줄곧 2016 / 10 / 29 84 4 7444   
38 38 인정받고 싶으면 피하지 마 2016 / 10 / 28 69 4 7149   
37 37 공과 사의 구별 2016 / 10 / 28 74 4 7478   
36 36 실망스럽다 2016 / 10 / 28 66 3 8692   
35 35 무슨 짓 하는 게 아닌가 2016 / 10 / 28 88 4 7229   
34 34 프로는 프로가 알아보니까 2016 / 10 / 27 68 4 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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