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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탐욕이
작성일 : 17-11-24 11:39     조회 : 42     추천 : 0     분량 : 8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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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의 이 땅은... 유토피아의 완성이다.

 인류가 지구 상에 살기 시작한 이후 그들이 꿈꾸어 왔던 세상이 이룩되었다.

 

 더 이상 인간의 생존에 있어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한 세상이 아니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모두가 인간의 힘이 아닌 다른 힘에 의해 인간에게 제공되는 세상이다.

 인간이 해야 할 일는 생존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걸 위해서 우리는 값비싼 희생을 치르었다.

 20년 사이에 인구의 90%가 이 땅에서 사라졌다.

 

 단순한 산술적 수치의 나열이라면 아주 간단한 공식이다.

 내가 서있고 내 주위에 나머지 9명이 서있다면 그중 유일한 생존자는 내가 되고 나머지 9명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나는 천국과도 같은 유토피아 세상에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한 산술적 수치의 대입이 아니다.

 

 내가 서있는 공간은 나 외에 내가 모르는 타자가 서있는 공간이 아니다.

 내가 서있는 공간 안에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고, 동료가 있다.

 사라진 9명 안에는 필연적이게도 그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내 가족과 내 친구와 내 이웃과 내 동료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죽음을 바탕으로 살아남은 내가 유토피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게 살아남은 자들에게 주어진 함정이다.

 유토피아가 만들어 놓은 함정.

 살아남은 자가 극복해야만 하는 함정.

 혼돈 시기의 잔영.

 

 어느 누군가는 그 함정에서 빠져나와 유토피아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는 혜정처럼, 서남기처럼.

 유토피아가 만들어 놓은 함정, 혼돈 시기의 잔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찬이나 민희나 친구들처럼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다.

 그게 지금 세상의 어두운 단면이며 밝은 하늘에 드리운 그림자였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함정을 다시 파려고 하고 있고, 잔영을 다시 살리려 하고 있다.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이용해 사람들을 죽이려 한다.

 그건 또 다른 혼돈 시기의 도래를 의미하는 전주곡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의 죽음을 유도하여 뜻을 이루려고 하는 것은 죄악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뜻을 표출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이상도 누군가의 죽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면 그건 절대 좋은 이상이 아니다.

 남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은 신이 허락한 일이 아니다.

 죽음으로서 얻어지는 진리와 답은 진실이 될 수 없다.

 

 

 휴고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꿈에서 허우적거리다 찬은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그는 마치 맹세처럼 중얼거렸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반드시. 더 이상의 내 주변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

 

 찬은 부푼 가슴을 안고 회사에 출근했다.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뒤숭숭한 꿈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아침을 준비하면서는 꿈보다는 어제의 일이 그의 정신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막 출근하고 있는 그의 기분은 뭔가 다 이루어질 것같은 느낌이다. 어제 앤드류가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난다.

 

 "그가 누구를 선택하여 만나느냐 하는 것이네."

 

 잡을 수 없는 존재라면, 잡기 위해 견제구를 던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미리 예측을 해서 피치 아웃을 시켜야 한다. 즉, 우리가 미리 크로우가 나타날 가망이 높은 사람을 선택해 기다리는 것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서는 바로 큐브에게 물었다.

 "우리가 지난주에 마켓 소동 났을 때 감시를 했던 사람 말이야. 너는 왜 그 사람을 지목한 거야?"

 

 "그냥 그 사람이 우리 감시자 중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고위험군 특별 감시 대상자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찬님이 선택하라고 해서 1번으로 올려진 사람을 선택하였습니다."

 

 찬이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그때 큐브가 말했다.

 "조희태씨가 방문하셨습니다."

 

 조희태란 말에 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자기 방에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지골로 조가? 들어오게 문을 열어 줘."

 

 조희태, 일명 지골로 조. 본명은 조희태인데 그는 자신을 지골로 조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골로 조는 아주 오래전 어느 영화에 나왔던 남창의 이름이다. 그런 이름을 자신은 좋다고 동료들에게 그렇게 불러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가 지골로 조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 찬이 지골로 조가 왔다는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이가 30대 후반인 그는 말만 하면 야한 이야기 아니면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입에 올린다. 속된 말로 섹드립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듣는 상대가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상관없었다. 그냥 자기 좋다는 식으로 야한 이야기 아니면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야장천 늘어놓았다. 그래서 3구역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찬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다른 이유로는 지금 크로우를 찾는 일을 해야 한다.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크로우를 잡기 위한 묘안이 떠오른 지금 지골로 조를 만나 시 답지 않은 소리를 듣고 싶지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사이 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그는 속으로 또 무슨 야한 이야기를 하려고 왔나라고 생각했다.

 

 들어서면서부터 지골로 조는 입을 열었는데 의외의 말이 나왔다.

 "크로우를 자네가 처음 발견했다고 하던데. 맞지."

 

 의외의 질문에 찬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예, 예. 그렇기는 한데."

 

 지골로 조가 찬의 대답에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쏘아 붙이듯이

 "마켓 일도 자네가 처음 발견했다면서."

 

 찬이 여전히 놀란 얼굴로

 "예. 그것도 맞기는 한데. 무슨 일입니까?"

 

 "내가 조사를 좀 해 봤는데."

 

 그 말에 찬은 속으로 '조사를 해? 지골로 조가 조사라는 걸 했어? 이게 무슨 일이지? 왜 이래?'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찬이 활동형 요원이고 김동주가 사무실형 요원이면 지골로 조는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방임형 요원이다. PSWC의 절대 원칙인 국민을 보호한다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선에서 방임한다. 사람을 구할 생각이 없는 요원처럼 천하태평이다. 그런 그가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뒤에 이어진 이야기다.

 

 "크로우가 접촉하는 사람은 분류가 있어. 어떤 특징적인 사람을 선택하는 것 같아."

 

 그 말을 들었을 때 찬은 자기가 찾고 있는 내용임을 단번에 알았다.

 '지골로 조가 어떻게 그걸... 나보다 먼저 알았단 말인가?'

 

 "우리 감시 대상자 중에서 특별 관리 대상 우선 순번에 올라있는 사람 위주로 접촉을 했어."

 

 큐브를 호출하여 자기 HAL 9과 연결하여 자료까지 제시했다. 모니터에 지골로 조가 조사한 데이터가 올라 왔다.

 

 "저기 보는 것처럼 모든 대원들의 할 나인에 들어있는 특별 관리 대상자 중 가장 우선순위 5위 안에 들어있는 관리 대상자를 만났어."

 

 자기 조사에 의하면 크로우가 접촉한 사람은 하나같이 그들이었다고 했다.

 

 그 말에 놀란 찬이 지골로 조를 다시 한 번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상대가 우리 정보를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번번히 사라지는 크로우가 혹시 PSWC의 감시를 다 알고 도망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금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골로 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할 수는 없지만 그게 의심스러워. 정 믿을 수 없으면 지난 마켓 감시 대상의 정보를 확인해 봐."

 

 그 말에 찬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지골로 조의 앞이라 다시 물었다.

 "큐브, 마켓 사람은 특별 관리 대상이었어?"

 

 "예, 특별 관리 대상 1번이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3구역 MPI 7에 보고해서 우선순위 대상자 위주로 특별 감시를 해야지."

 

 "그게 좋겠습니다."

 

 대답을 그렇게 했지만 내심으로는 일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크로우를 상대해야 할 판국이다.

 

 '제길 골치아프게 생겼군. 상대는 우리를 아는 자들이다. 우리 내부의 상황을 어느 정도 간파하거나 정보는 빼낼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싸워야 한다. 이건 당연히 불리한 싸움이다.'

 

 지골로 조가 자기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사무실을 나가며

 "수고해."

 

 이 말을 하고는 지골로 조가 밖으로 나갔다. 올 때처럼 순식간에 들어왔다가 순식간에 나갔다.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찬은 정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안 직원들 중에서 가장 나태하고 불성실한 사람이 그였다. 오직 성 이야기만 떠들어되던 사람이 그였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돌변한 사람이 되어 나타나서는 찬이 찾고 있는 내용을 순식간에 찾아주고는 갔다.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싶어 그는 멍하니 나가는 지골로 조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지골로 조가 나가고 문이 닫힌 뒤에도 찬은 계속 문 밖을 보고 있었다.

 

 큐브가 이상한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찬이 그제야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보며 의자에 앉았다.

 "아니, 아니야. 자, 질문 하나. 왜 우리는 휴고에 대하여 추적이 불가능하지? 그리고 왜 휴고의 행동은 사람처럼 미리 예측하지 못 하지?"

 

 "사람이 아니니까요!"

 

 '사람이 아니니까?'

 찬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속으로 생각하다가 직접 물었다.

 "사람이 아니라고?"

 

 "예, 저희 할 나인은 사람의 일상을 감시하고 관찰하도록 만들어진 에이아이입니다. 우리 운영 체계 안에는 에이아이나 휴고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사람은 되고, 로봇은 안 된다. 그말이네."

 

 "예. 전국민은 감시하는데 에이아이나 휴고는 감시하지 않습니다."

 

 그제야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래서 서남기 사건 때 크로우가 엔디알에게 접근하는 것을 몰랐던 거야?"

 

 "예."

 

 "좋아. 그럼 다시 시작하자. 모니터에 특별 관리 대상자 우선순위 10명의 현재 상태와 관리 대책에 대한 정보를 올려 봐."

 

 찬의 말에 전면 벽 전체에 영상과 정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상이 재생 될 동안 찬은 속으로

 '사람은 되고 에이아이는 안 되고.

 ...

  사람은 너무나 완벽하게. 오든 일상을 전부. 하루 전체에서 삶의 전체까지. 모두 감시를 하고 있다.

  그들의 모든 일상을 감시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감시 대상의 생각까지도 읽어내는 수준이다.

 ...

  그런데 에이아이와 휴고는 감시하지 않는 사회다.

 ...

  무슨 이유일까?

  인간의 일상 전체는 감시 대상인데. 인공 지능인 에이아이는 감시 대상이 아니다.

  그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저녁 시각인 모양이다. 창문으로 해질 무렵의 은은한 붉은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붉은 기운을 마치 역광처럼 테두리로 받는 유리 모니터에 지현의 전신 사진이 입체형태인 3D로 나타나 있다. 3D 형체가 어느 순간 회전하며 뒷면까지 보여준다. 마치 그 모습은 마네킹 같아 보인다.

 

 지현이 모니터를 보며

 "상하의 밸런스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그녀는 지금 거실 중앙에 서서 앞쪽 유리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천장 스피커를 통해 NDR-11의 목소리가 들린다. A.I 목소리는 젊은 여자 목소리였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은데. 문제는 재질에 있어."

 

 "재질? 원단이 왜?"

 

 "하의의 원단이 손 직조 느낌이 나는 올이 굵은 마 형태의 재료야. 그런 재료를 스키니하게 타이트한 형태로 만들다 보니 분위기가 좀 이상해.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익숙하지 않거나 맞지 않는 것 같아."

 

 지현이 모니터를 더 자세히 보려고 앞으로 다가가며

 "그런가? 저런 원단은 풍성함을 살려주는 것이 좋을까?"

 

 "응, 내 생각에는 그래."

 

 지현은 지금 자기 집 거실에서 옷을 디자인하고 있다. 그녀의 직업은 디자이너로 옷을 디자인한 다음 국가 데이터 베이스에 올린다. 그러면 데이터 베이스 담당 A.I가 표절 여부를 조사한 다음 아무 문제가 없으면 인터넷에 올린다. 인터넷에 올린 디자인은 사람들의 선호에 따라 선택이 되면 그에 따른 디자인비를 받게 된다. 때로는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디자인이 되면 마켓에서 본 옷들처럼 옷 공장에서 디자인을 다량 생산 판매해 준다. 그러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지금 희망은 현재 방식의 디자인 판매와 디자인 연습을 더 공부하여 훗날 시내에 의상실을 내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인지도와 실력이 쌓이면 그렇게 되리라 그녀는 생각하고 있다.

 

 이 꿈을 가진 목적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일정 수입 이상이 되면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인데다 지금의 기본 소득 방식의 생활 자체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한다. 더 큰 부에 대한 욕심과 소유욕은 없다. 그녀가 이 꿈을 가진 진짜 이유는 자기의 작품을 누군가가 입어준다는 것. 자기 작품이 인정을 받는다는 것. 그게 그녀를 만족시키고 기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현이 뒤로 돌아보았다.

 "그럼 하의만 우선 수정하자."

 

 그녀의 뒤에는 H-휴고가 원단을 재단하여 임시 가봉한 옷을 마네킹에 입히고 있었다. 하의를 맞추고 있던 휴고가 그녀의 말에 다시 재단한 옷감을 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있어 NDR-11과 H-휴고는 그냥 단순한 가정집 A.I가 아니라 동료다. 같은 일을 같이 하는 직업적 동료 관계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작품을 연구할 때는 NDR-11의 도움이 꼭 필요했고, 그 다자인을 작품으로 만들 때는 H-휴고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지현이 마네킹 앞으로 다가와 휴고와 같이 입혀 놓은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김동주는 며칠째 회사에 출근하면 곧장 특별 관리 대상자들의 일상을 감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열 일 제쳐 놓고 한 일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오늘도 그는 출근과 동시에 HAL 9에게 물었다.

 

 "간밤에 특별 관리 대상자들 문제없었어?"

 

 "예,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휴... 다행이다. 일주일째 조용하군."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지골로 조의 특별 관리 대상자는 지난밤에 자살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크로우가 엔디알 일레븐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동주가 놀라며

 "잡았어?"

 

 "휴고를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었어 놓쳤습니다."

 

 동주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큰일이네.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휴고는 총 몇 대야?"

 

 "열 대입니다. 지금 모든 휴고가 각 한 대씩 개별적으로 특별 관리 대상자 집 앞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더는 안 되지?"

 

 "예, 더 이상의 확보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PSWC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동주가 선택한 방식은 크로우를 잡는 것보다 우선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에게 배정된 휴고를 모두 특별 관리 대상자들 각각의 집 앞에 수문장처럼 세워두었다. NDR-11에게 접근하려는 크로우를 원천에서 봉쇄할 의도였다.

 

 다른 하나는 지골로 조의 방식으로 크로우를 잡기 위해 최상위의 위험 인물 한두 명에게만 P-휴고를 집중해 놓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맹점은 앞에서 동주의 HAL 9이 말했듯이 선택된 대상자에게 나타나면 단번에 잡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다른 대상자에게 간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동주의 의도대로 돌아가는 실정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가 관리하는 감시 대상자들은 크로우를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출근과 동시에 얼굴이 밝아 졌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어제 우리 대상자들 집 주변의 영상들 보도록 하지. 크로우로 의심될 휴고가 없는지 찾아 보자."

 

 

 민희가 트레일러 안 모니터를 보고 있다. 앞쪽 모니터에는 메인 화면인 큰 화면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작은 화면들이 여러 개 분포해 있는 모습이다. 메인 화면에서는 지하 작업장의 모습이 보인다. 지하철이 다녔던 지하 공간 안에서 휴고들이 시설들을 철거하고 있는 장면이다.

 

 민희가 모니터를 보며

 "오늘로서 며칠째야?"

 

 "15일째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까?"

 

 "지하 작업 구간이 약 200미터라 총 예상 소요 일수가 60일로 잡고 있습니다."

 

 "24시간 풀가동 예상 일수지."

 

 "예, 휴고를 24시간 풀가동한 상태의 기간입니다."

 

 "다른 문제는?"

 

 "현재의 작업 상태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철제와 같은 재활용 철거가 끝나면 바로 매립을 하는 거야?"

 

 "그전에 잠시 수색을 할 것 같습니다. 제외된 구역이나 찾지 못한 시설을 2,3일에 걸쳐 확인한 다음에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때까지는 다시 보름은 더 걸리겠네."

 

 "예."

 

 데이비드의 대답에 민희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 어두운 지하에서 휴고들이 돌아다니며 지하철 레일부터 철제 물건들을 해체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이곳과 같은 곳은 휴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다. 지금의 세상에서 A.I와 휴고가 아니면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녀가 일하는 이곳은 더욱더 그들의 의존도가 필수적인 곳이다.

 

 더 이상 사람이 위험한 곳에서 일하지 않는 세상에서 휴고는 위험률 제로 상태의 작업이 가능한 이유였다. 아무리 위험한 곳에서도 휴고는 작업을 하였고, 인간을 대신하여 일을 하면서 희생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따라서 현재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휴고의 역할은 그야말로 사람을 살아있게 하는 힘인 것이다.

 

 예전에 유토피아라는 말을 처음 쓴 소설가의 책에 따르면 사람이 유토피아에 살려면 그들을 대신하여 생산하는 노동력이 필요한데. 그는 그 노동력을 외국에서 잡아온 노예를 통해 유토피아가 유지되도록 한다고 하였다. 그걸 지금에 대입하면 유토피아를 유지하는 노동력이 노예가 아니라 로봇에 의해 나온다. 노예에 의한 인간 자원 소모와 노동시간의 한계를 로봇은 모두 극복하고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게 지금의 유토피아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칠흑 같이 어둡고 공기조차 탁한 지하에서 일하고 있는 휴고들의 모습이 모니터로 보인다. 그중 한 휴고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지하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재생된 영상은 무서우리 만큼 어두운 곳이라 휴고가 움직이며 보이는 지하 공간이 무섭게 느껴진다. 라이트 불빛이 비취는 장소들 마다 근방이라도 뭔가가 갑자기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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