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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만들다
작성일 : 17-11-21 10:53     조회 : 36     추천 : 0     분량 : 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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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섭의 표정은 그야말로 몰랐던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많이 놀란 모습이다. 그의 행동에 놀라기는 원준도 같았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마주않은 앞 사람의 다급한 행동에 놀란 얼굴을 하고 그를 보았다. 정섭이 그 말을 하고 다급히 덮어져 있던 노트북을 들어 켜기 시작했다. 여전히 영문을 몰랐던 원준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그 사고라요? 무슨 사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속도로에서 캠핑카에 실려있던 프로판 가스통이 터졌던 사고.

 ...

  기억 안 나. 엄청나게 큰 사고였는데.

 ...

  바로 옆에 정차되어 있던 고속버스를 비롯하여 많은 차량들이 폭발하거나 화재로 전소된 사고.

  몰라."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러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언제를 말하는지 알았다.

 "아! 알죠.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그날 보궐 선거 앞둔 시점이라고 정당들마다 의원들을 그곳에 보내고 난리가 났던 사고였는데.

 ...

  설마. 설마 그 사고와 이 사고가 동일한 지점입니까?"

 

 "그래, 날짜도 같고 사고 지점도 같아. 가만 우리가 방송한 내용이 있는데 그 리포팅을 어디에 저장했더라."

 

 정섭이 노트북에서 파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 여기 있네. 맞네. 자네가 준 사고가 1차 사고야. 이 사고로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있는 와중에 2차 사고로 캠핑카 폭발 사고가 있었어.

 ...

  어? 이상하네. 없어. 왜 없는 거야?"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이런 사고 같으면 앞선 사고의 원인도 분석한 다음에 2차 사고 이야기를 할 텐데. 전부 2차 사고만 보도했네. 1차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어. 뭐 이래. 가만있어 봐."

 

 그제는 정섭이 원준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급히 핸드폰을 열어 연결 중단한 번호로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야말로 자기 기사인 것처럼 조사를 하려고 했다. 그사이 원준은 정섭의 노트북에 저장된 사고 기사를 눈으로 읽고 있었다.

 

 '상민이가 나에게 준 이유가 있구나. 이건 마치 두 달 전 일어나 비행기 사고 같고, 누나 추지선의 버스 사고 같다. A 마을이라는 동네에서 일어난 과거의 일로 저주 받은 인간들이 일으킨 사고. 저주가 원인이 되어 수많은 생명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 그 끔찍한 저주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일이다.

 ...

  그런데 왜? 왜 상민이는 이걸 나에게 굳이 알려주려고 했지. 이 저주의 실체를 나에게 알려주어 뭘 얻으려고 하는 걸까? 이 사건을 다시 재조사한다는 것은 방금 정섭 선배처럼 필연적으로 2차 피해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알려주고자 하는 건 뭘까?'

 

 원준이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김정섭은 연신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D시에 있는 동료 기자에게 사고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물어보느라 옆에 있는 원준이 뭐하는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그야말로 이 사건에 푹 빠져드는 것 같았다. 원준도 그건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상민이 일주일이나 지난 사고를 자신에게 알려주는 이유를 알려고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분명히 뭔가가 있다. 이 사고를 다시 조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큼 뭔가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 들고 온 것이다. 그 결과가 2차 피해를 알게 하여 저주가 얼마나 끔찍한 현실을 만들게 됨을 보여주면서까지 알고자 하는 건 뭘까?

 ...

  대체 뭐기에 이렇게까지 스스로의 시한폭탄을 친구인 나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알려고 하는 걸까? 도둑질로 대학을 간 사람들이 어떤 저주를 만들게 됨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왜 그걸 지금와서 굳이 알려주는 거지?'

 

 잠시 뒤, 통화를 끝낸 김정섭이 놀랍다는 표정과 다급한 음성으로

 "야, 요거 특별하네. 이거 특별해."

 

 그 말에 놀란 원준이 다급히 정섭을 보며

 "예? 뭐가요?"

 

 "사고가 좀 묘해. 사망자 유가족이 전혀 없어. 여자 쪽 아버지는 한 달 전에 자살했고, 남동생은 몇 달 전에 사고로 죽었어."

 

 원준은 이미 친구로부터 들어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몰랐던 정섭은 아예 가르치듯이 설명을 했다.

 

 정섭의 말에 따르면 사고 후 남편 쪽 가족들만이 나타나 남편과 손자 손녀의 시신은 수습해 갔는데, 며느리와 사돈의 시신은 인도를 거부했단다. 뒤에 그쪽 일가들이 와서 시신을 확인하고는 인도했는데 장례식도 없었고 방송 보도도 거부해 아무런 조사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그 사고는 유야무야로 덮어져 잊혀진 일이 되었다고 했다.

 

 정섭의 이야기를 듣고 난 원준이 다급히

 "자동차는 요? 자동차 결함이나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정섭이 묘한 시선으로

 "그 처리도 이상했데. 단순 운전 미숙에 의한 교통사고로 종결됐다는 거야. 그곳 신문이나 방송 기자들 사이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에 충돌방지 시스템이 있는 차량 사고라 차량 회사에서 손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는데."

 

 "차량 회사에서요."

 

 "확실한 것은 아냐. 그냥 너무 쉬쉬하며 넘어가 그런 의심을 했다 그 말이지. 그런데 뭐 이런 집이 다 있냐. 올해 안에 몇 달 사이에 온 가족이 다 죽었어. 직계 가족으로는 살아있는 사람이 없어. 뭐 이런 불행이 다 있어."

 

 정섭은 원준의 마음과는 달리 자동차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이 말하더니 도리어 가해자 가족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냈다. 오로지 그들의 죽음과 가족사의 불행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말하고는 슬쩍 원준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전화 통화를 하면서 누군가에게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 모양이다. 그걸 숨긴 채 원준에게 자기 의도를 말하려는 속내 같았다.

 

 원준은 정섭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그러게요. 뭐 그런 저주가 다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는 지금 A 마을에 대한 저주 이야기와 이번 사고를 연관 지어 생각하느라 정섭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다. 사실 그는 상민을 만난 이후로는 더 이상 A 마을에 대한 조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건 상민에 대한 예의적 차원도 있었다.

 

 스스로가 시한폭탄이라고 자학하는 친구 앞에서 자괴감의 모태가 되는 고향 이야기를 들출 수는 없었다. 특히 사고의 원인인 남의 글을 도둑질해 대학 간 일이나 그로 인한 저주 이야기는 더욱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입에도 올리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경외시 하던 이야기가 이제 와서야 자기가 아닌 친구에게서 처음 나왔다. 그것도 지난번 사고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는 또 다른 사고와 불행을 잉태하면서 다가온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지려 하고 뭔가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로에 선 것같다.

 

 '비행기 사고도 그렇고, 버스 사고도 그렇고, 이번 사고도 그렇고.

 ...

  저주 받은 사람이라면 과거의 그들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은폐하고 조작을 했어야 한다.

  그게 스스로의 죄에 대한 최선의 방어이고 자기보호다.

 ...

  누구가 죽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던, 아무 상관없이.

  오로지 자기들만 살기 위해.

  은폐와 조작만이 자기들 살 길이었다.

  정말 잔인하게도.

 ...

  그런데 왜 상민은 그렇지 않고 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려 했지?'

 

 원준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사이 정섭은 그제는 책상에 놓인 노트북의 기사만 보며 계속 자기 이야기를 했다.

 

 "1차 사고에 무려 8명이나 죽었어. 2차 사고는 1차 사고를 덮을 만큼의 큰 사고였어. 고속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의 수만 해도 1차 사고 사망자의 몇 배야. 주변 사망자까지 치면 엄청나.

 ...

  이런 사고가 왜 유야무야된 거지.

  무슨 일이 있나?

 ...

  그건 그렇고 왜 사망자 유가족이나 일가붙이는 조사를 꺼려한 거지?

  왜 다들 그냥 넘어간 걸까?

 ...

  그곳 기자 말로는 모두가 침묵했다고 하던데. 왜 침묵을 해야 했지?"

 

 원준은 정섭의 마지막 말에 정신을 차렸다.

 '침묵.

  그래! 상민이 말했던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재가 되었다는 말. 그거구나.

  과거는 남의 글을 도둑질하고 이용할 만큼 자랑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 모든 일을 감추고 은폐해야 할 만큼 침묵할 입장이 되었다는 그 말.

  그 말의 실체가 바로 이 사고구나.

  과거의 저주로 지금을 침묵해야 할 사람들.

 ...

  그렇다면 왜 상민은 침묵을 깬 것일까?

  다른 사람은 여전히 은폐하고 조작하여 침묵하고 있는데. 왜 친구만은 다르게...'

 

 정섭이 그제는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원준을 묘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보면서

 "이거 흥미로운 취재가 되겠어? 뭔가 있어. 사고 가해자의 침묵해야 할 이유가 궁금해.

  어이, 낙하산."

 

 갑작스러운 정섭의 호출에 생각에 잠겨있다가 놀란 원준이 두서없이 대답했다.

 "예? 예!"

 

 "이거 내가 조사 좀 해 볼게. 나 죠. 그래도 되지."

 

 "그럼 저야 좋죠. 이렇게 끝나면 찜찜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 찜찜하지. 이제 기자 다 됐어. 이거 내가 조사해서 알려줄게."

 

 들떠서 좋아하는 정섭을 보는 순간 원준은 후회를 했다. 자기 마음대로 남을 주고 어쩌고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 일에는 친구 상민도 관련이 있고 지금까지 도둑질로 대학을 보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었던 A 마을 사람들도 관련된 일이다. 이걸 섣불리 건드리면 그야말로 친구가 다치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아! 실수 했다.

  이건 분명히 남에게 보여주지 말고 내 혼자서 은밀하게 조사해 달라는 의미였을 건데.

  자칫하면 공개가 될 수 있는데...

  어떻게 하지. 내 짬밥으로는 이 이상을 조사하기는 힘들어. 김 선배 정도는 되야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는데.

  그랬다가는 상민이가..'

 

 좋아하는 정섭을 보며 원준은 후회가 밀려 오면서 상민이 떠올랐다. 서둘러 만나서 이 상황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준은 곧바로 상민을 찾아갔다. 상민이 근무하는 학원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둘은 만났다. 원준은 상민에게 정섭 사이의 이야기는 하질 않고 바로 심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 이 사고 어떻게 알았어?"

 

 "고향 사람들 이야기잖아. 시한폭탄들 일은 관련 당사자는 안 들으려고 해도 안 들을 수가 없어. 저절로 귀로 와서 속삭여."

 

 "미친놈. 그럼 그곳 동네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알겠네."

 

 "그럼 입소문이 얼마나 빠른데. 특히나 죽은 애들 엄마의 친정 아버지가 A 마을이 그곳에 있을 때는 제법 알아주는 사람이었어."

 

 "어떤 사람인데?"

 

 "저번에 이야기했던가? 남 욕하고 험담 만들기 위해 도둑질하고 엿듣던 기관이 있다고."

 

 "그 일을 처음 했다는 그 기관 말이잖아."

 

 "그래, 그 기관에 근무하던 사람이야. 남 험담하겠다고 도둑질한 자료로 이번에 죽은 딸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때 사용했던 사람이야."

 

 "그럼 죽은 아버지도 다 알고 있으면서 남의 글로 자식을 대학 보낸 거네."

 

 "당연하지. 맨 먼저 주동자였는데. 자기 손으로 도둑질도 하고 엿듣고 감시도 했던 사람인데.

 ...

  저주에 대해 다 알았지. 그런데도 딸 자식을 그렇게 대학을 보냈어.

 ...

  내가 이야기했던 그 선배. 애들 외삼촌. 거긴 더 했어."

 

 "뭘 했는데. 아예 완전히 똑같이 복사해서 대학 갔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자기 누나 대학 가고 다음 해인가 그다음 해에 글 쓴 사람이 남의 글로 대학 가면 큰일이 난다고 했거든."

 

 원준이 그 사실에 놀라며

 "자기 글이 도둑질되어 그걸로 학생들이 대학을 간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던 거야?"

 

 하지만 상민은 그에 대한 답은 하질 않고 하려던 이야기를 계속 했다.

 "자기 누나 그 사람이 쓴 글로 대학 간 것이 들통 날까 봐 동네 학생들에게 그 사람 온갖 욕하고 돌아다니고 소문내고 돌아다녔던 주동자야. 그게 은폐의 시작이지.

 ...

  별 소문을 다 냈고. 애들이 그 사람 이야기를 하면 입막음 하겠다고 난리치고. 외부에서 그 사람에 대하여 알 까봐 숨기고 은폐하고.

 ...

  그때 온갖 나쁜짓을 다 했던 장본인이야."

 

 "스스로 죽음을 감춘 격이네."

 

 "지금으로 치면 그렇지. 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그래야만 당장 누나 대학 불법으로 간 사실을 감출 수 있었으니까.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도 보면 자식들 도둑질로 대학 보낸 걸 숨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 형이 마치 동네 영웅처럼 휘젓고 다녔지."

 

 원준이 쓴웃음을 웃으며

 "흐흐흐. 그래 놓고는 자기가 고3이 되었을 때는 또 남이 쓴 글을 빼돌려 대학 가고. 흥"

 

 어처구니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으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맞아. 그렇게 자기 누나 불법으로 대학 간 걸 숨기겠다고 온갖 욕을 하고 다녔던 사람이 정작 자기 대학 갈 때는 또 누나처럼 자기가 욕했던 사람의 글로 대학을 갔지."

 

 "그 사람은 어떻게 죽은 거야?"

 

 "혹시 너 D시에 갔다가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란 말 못 들었냐?"

 

 "들었어. 몇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더군. 나에게 인터뷰하면 더 이상 사고가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느냐고 하더니. 자기들은 이 저주가 끝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자기들도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든 모임이 있었다고. 그 이름을 말했어."

 

 "잘 아네. 바로 그 모임의 주동자야. 모임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

 

 원준이 뭔가 맞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뚱하며

 "뭐야? 도둑질한 아버지와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간 누나를 지키기 위해 온갖 나쁜짓을 했던 인간이 그제는 죽음을 막겠다고 그런 일을 해?

 ...

  이게 말이 되냐.

  그럼 그 사람 사고는 어떻게 난 거야?"

 

 "나도 들은 이야긴데. 모임의 가담자들이 이래저래 죽으면서 처음 같지 않게 그제는 어영부영했나 봐. 그 형이 주도하여 단합 대회를 열자며 야영을 갔는데. 거기서 술을 먹고는 밤새 저수지에 뛰어들었데."

 

 "자살이네."

 

 "이것 또한 경찰의 보고서에 그렇게 적혀 있었고. 그 집 아버지 이야기로는 술 먹고 그런 실수할 아들이 아닌데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뭔가 의심스러운 일이 있다면 조사를 요구했데."

 

 "그럼 그 아버지는?"

 

 "그 아버지는 그때 D시에 이주한 고향 사람들 찾아다니며 백방으로 아들 일을 조사했나 봐. 그곳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 아저씨가 골목에서 나타나면 서둘러 도망치기 급급할 정도로 시달렸데. 누구도 그 일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지. 타인을 죽게 하는 저주인데."

 

 "아들 잃은 부모이니 오죽하겠냐. 그건 그렇고 아버지는 어쩌다 죽었느냐고. 보고서에 의하면 자살로 되어 있던데."

 

 "응. 자살 맞아. 이번에 죽은 어머님이 아들 일로 남편이 조사한다는 성화에 견디다 못해 병이나 딸 집에 갔다 온 사이에 집에서 목을 매 자살 했어. 그것도 집 안에 불까지 피워놓고는. 그 바람에 그 동네 일대가 대형 불이 나 난리가 났었어. 다친 사람도 제법 있고."

 

 "왜?"

 

 "그건 나도 모르지. 단지 사망 당시의 모습이 그랬다는 거고. 경찰 보고서에 그렇게 기록되었데. 그런데 이번에 죽은 딸의 입장에서는 달랐나 봐. 이 딸이 또 아버지 죽음에 대하여 조사를 했어. 자기 아버지는 자살이 아니라고.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흐흠. 불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구나."

 

 "그렇지. 그 선배가 놀이공원에서 본 선생님의 이야기를 했듯이 모두가 시한폭탄을 두려워할 일이 벌어진 거지."

 

 "네가 보기에 이게 뭐냐? 단순한 자살과 사고냐. 아니면 또 다른 뭔가가 있는 일이냐?"

 

 상민이 아무 말도 못했다. 원준이 그 모습을 보고는 그의 눈치을 봤다. 그의 표정에서 뭔가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을 해봐. 너는 어떻게 생각해?"

 

 "사실 나는 의심하는 쪽이야. 선배인 외삼촌 일도 그렇고. 외할아버지 일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모두가 의심스러워."

 

 "그렇다면 나도 하나 물어보자. 넌 왜 이 사건을 나에게 준 거야? 뭘 알고 싶은 건데. 이번 사고가 알고 싶은 거야? 아니면 방금 말한 아버지나 아들의 죽음이 알고 싶은 거야?"

 

 원준의 말에 상민이 대답은 못하고 그저 그의 얼굴만 보았다. 멍한 시선으로 보고만 있던 그가 입을 열었는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때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일상을 미행하고 감시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사람의 일상을 엿듣고 감시하는 놈들은 사신이라고. 죽음을 부르는 사신이라고."

 

 갑작스러운 엉뚱한 이야기에 원준이 영문을 몰라

 "무슨 소리하는 거야. 왜 이 사건을 나에게 주었냐니까?"

 

 원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민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왜냐하면 그를 험담해야 할 사람들, 방금 말했던 두 사람의 아버지가 다녔던 회사나 동료들이 그를 감시하고 일상을 엿들어 말을 만들어 냈거든. 그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에 나온 사람들에게 곧바로 연락하여 그가 무슨 소리를 했네 어떤 말을 했네 하며 고자질을 하여 험담을 만들었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들어 봐. 그일을 두고 사신이 사람들을 죽이려고 말을 퍼트리는 거라고 했어. 달리 표현하면 엿들은 말을 통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자 그 사람이 당신에 대하여 무슨 소리를 했네 하는 식으로 말을 퍼트렸다는 거지.

 ...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냐.

 ...

  정말 죽음이 일어났어.

  험담을 하겠다고 남의 말을 엿듣고는 무슨 소리를 했네 누구 이야기를 했네 하는 식으로 타인을 끌어들이면. 그 타인이 죽음의 그림자에 걸려 죽게 되거나 희생양이 되었어."

 

 그제는 원준이 상민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뭐야, 그럼 그때 벌써 저주가 시작된 거야? 그럼 누구가 저주의 대상이야. 그 말을 한 그 사람이야. 아니면 그 사람의 말처럼 그런 짓을 한 자들이 사신인거야."

 

 "엿듣고 감시해서 남을 끌어들이는 자들이 죽음을 부르는 사신이라고 했으니 그들이 사신이겠지.

 ...

  저희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남의 일상을 감시하고 엿듣는 불법을 저질렀으니.

 ...

  그 불법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죽게 한다고 했으니.

  죽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의 엿들은 말에 나온 풍문으로 인해 오해를 해 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욗했던 사람이니."

 

 "그들의 감시나 엿듣기가 없었으면 불행이 닥치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엿들은 말을 전달함으로 해서 불행이 당친 거네.

  지옥에서 온 사신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속삭인 거네. 나를 따라 오라고."

 

 "그런데 멈추지 않았어. 도리어 더 열심히 감시하고 엿들어 더 많은 말들을 만들어 냈어."

 

 "거기 있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나쁜 놈이라는 말이나 빨갱이라는 말도 그렇게 해서 나온 말이구나."

 

 "엿듣는 말을 멈추면 자기들이 정말로 죽음을 부르는 사신이 될 테니까. 그제는 아예 그가 한 말이라며 전부를 퍼트렸어. 그렇게 하면 스무 개의 말들이 나돌게 될 것이고 그중 하나가 흔한 말로 재수가 없어 불행이 닥치드라도 스무 개 중 하나 이니까. 오 프로의 확률 뿐이니까. 다음 날이면 새로운 스무 개의 말들이 나와 앞에서 일어나 불행을 덮어버릴 테니까. 그걸 멈추지 않고 계속 했어."

 

 "그 일이 죽음을 부르는 일인데도."

 

 "대학 가는 일도 되었지."

 

 "그래서 끊임없이 죽음을 양산한 거야. 저들 살겠다고. 저들이 만들어낸 불행을 감추겠다고. 엿듣고 감시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

 

 "그래. 그걸 통해 우리는 이득과 죽음을 동시에 얻었다.

  그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뭐겠냐.

  이득이겠냐 죽음이겠냐."

 

 "그래서 죽음을 알고서도 이득인 불법으로 대학을 가는 입시비리를 선택한 것이냐. 그게 잘 한 일이라고. 지금과 같은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게 됨을 알면서도.

  너도 이번 사고의 2차 사고 알고 있었냐."

 

 상민이 대답을 못했다.

 

 "알고 있었지. 누나의 버스 사고처럼. 비행기 사고처럼. 이 사고의 2차 피해자가 엄청나게 많았다는 사실을 알았지.

 ...

  알았으면서도 이걸 나에게 보여주며 알려고 했던 것이 뭐냐.

  대체 넌 뭘 알고 싶어 이걸 나에게 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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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만들다 2017 / 11 / 20 44 0 7564   
15 만들다 2017 / 11 / 17 44 0 9380   
14 괴물을 2017 / 11 / 16 46 0 10079   
13 괴물을 2017 / 11 / 15 61 0 10140   
12 괴물을 2017 / 11 / 14 55 0 9201   
11 괴물을 2017 / 11 / 13 42 0 10058   
10 괴물을 2017 / 11 / 10 45 0 6261   
9 생산하는 2017 / 11 / 10 44 0 6907   
8 생산하는 2017 / 11 / 9 43 0 5910   
7 생산하는 2017 / 11 / 9 55 0 7540   
6 생산하는 2017 / 11 / 8 50 0 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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