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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만들다
작성일 : 17-11-17 09:10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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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원준의 다이어리 기록.

  2026년 5월 2X일.

  USB에 저장된 문자 기록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 *

 

 고속도로에 SUV 한 대가 달리고 있다. 도로가 한산해서 그런지 제법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차 안에는 운전석에 40대 초중반의 남자가 운전은 하질 않고 앞을 보고 있고, 옆자리에는 중학생 아들이 연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앉아 있다. 뒤에는 운전석 뒤에 부인이 앉아 있고, 가운데에 초등학생 딸이 앉아 있다. 이들도 아들처럼 연신 핸드폰을 보고 있느라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들 뒤인 우측에 아이들의 외할머니가 앉아 있다. 그녀는 옆에 있는 손녀가 뭐하나 싶어 연신 보고 있었다. 차는 자율 주행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운전석에 앉아 있지만 핸들을 잡지 않은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장모님, 기분 좋으시죠."

 

 손녀의 행동을 보고 있던 장모가 고개를 들어 사위를 보며

 "응, 오랜만에 나와 기분이 좋아."

 

 "오늘은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지내십시오."

 

 "응, 알았네. 자네도 그간 고생했어."

 

 "제가 뭘요."

 

 "몇 달 사이에 연달아 장례를 두 번이나 치르는 동안 자네 힘이 컸네."

 

 "이제는 그 모든 일 잊고 편히 지내십시오. 다 끝난 일 아닙니까."

 

 그때 뒤에서 핸드폰으로 연신 인터넷을 검색하던 엄마가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잊기는 뭘 잊어.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지."

 

 그녀의 고함소리는 부정의 의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하는 짜증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엄마의 고함소리에 앞자리에 앉은 아들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또 시작했다. 또, 또."

 

 장모가 다급히 손녀 건너편에 있는 딸을 향해 손을 저으며

 "또또, 시작한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했지 않았냐."

 

 애들 엄마가 자기 엄마를 보며

 "엄마는 억울하지도 않소.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는데. 그걸 왜 그만둬. 난 못 그만둬. 아빠는 자살할 이유가 없어. 우리에게 아무 말씀도 없이 그렇게 가실 분이 절대로 아냐. 그런 일을 하시려고 했으면 뭐라도 남겨놓았을 분이야."

 

 딸이 엄마에게 쏘아붙이듯이 소리쳤다. 그로 인해 차 안이 조금은 시끄러워 바로 옆에 있는 딸도 인상을 찡그렸고 앞자리에 있는 아들도 인상을 찡그렸다. 남편도 뒤를 돌아보다가 피하듯이 슬그머니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인의 짜증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남편이 여전히 부인의 시선을 피해 앞을 보며

 "여보! 그만해요. 기분 좋은 날이잖아."

 

 딸이 귀를 막고 있다가 다시 핸드폰을 잡으며

 "그래, 엄마 그만해. 한 달 째 매일 외할아버지 일에 매달려 살아. 엄마가 해주는 저녁을 먹은 지가 언젠지도 몰라."

 

 아들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넌 조용해. 조금 한 게 뭐 안다고 어른들 하시는 이야기에 네가 왜 나서."

 

 그 모습은 괜히 동생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제가 나이가 많다고 나서는 동생을 막는 행동이기도 했다.

 

 손자 손녀의 말까지 나오자 장모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 얘야, 이제 그만하자. 아무리 찾아도 증거가 없지 않냐. 너도 매일 밤마다 하소연을 하데. 다른 증거가 없다고. 아무리 찾아도 자살 아닌 다른 증거가 없다고. 그랬으면 됐다. 한 달이나 매달렸으면 됐어."

 

 애들 엄마가 부정하듯이 홱 고개를 돌려버리며

 "안 돼. 난 기필코 찾을 거야. 아버지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야. 누군가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거야."

 

 애들 엄마의 말투로 봐서는 절대 포기할 것 같지가 않았다. 특히 건너편의 외할머니를 보다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 대답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녀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아내의 부정하는 말투에 남편이 여전히 고개를 돌려 보지는 않고

 "여보. 이젠 포기합시다. 사실 오늘 이렇게 여행 가자고 한 것도 그 말하려는 거였소. 그만큼 찾았으면 됐어. 더는 찾을 것도 없어."

 

 남편 딴에는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면 부인과 싸울 것 같아 시선을 피한 채 자기 주장을 말하고 있었다.

 

 장모도 사위의 말에 힘이 생겼는지 딸을 달래듯이 말했다.

 "그래 얘야.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다른 사람들도 우리 같으면 아무 소리 못한다고 하지 안 턴. 우리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가는..."

 

 장모가 무슨 말을 하려다 손자와 손녀의 눈치를 봤다.

 

 애들 엄마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뭐. 왜? 무슨 죄를 지었다고. 우리가 왜 말을 못해. 우리가 왜 침묵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뭐. 왜 우리가 다른 사람들 눈치를 봐야 하는데."

 

 딸의 고함소리에 난처해진 외할머니가 손자와 손녀의 눈치를 보며

 "그래도 그 일... 그때 그 일이.."

 

 애들 엄마가 여전히 화를 내며

 "그때 뭐. 뭐 어쨌다고. 20년 전에 한 그 일 때문에. 그까짓 일 때문에."

 

 외할머니가 아주 작은 소리로

 "하지만 사람들이...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지 않던.

 ...

  일이 터지면 하나같이 그렇다고..."

 

 애들 엄마가 여전히 큰 소리로 싸울 듯이

 "그건 미신이야. 저주는 무슨 저주. 세상에 저주가 어디 있어. 다 만들어낸 말이고 헛소리야. 우리가 왜 아무 말을 못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외할머니가 여전히 난처한 표정으로

 "그래도... 그래도.

 ...

  그때 우리가 그 말을 안 듣고 그 일을 하지 않았냐.

  그때 그 사람이 어떻게 된다고...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잖아."

 

 애들 엄마가 급기야는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다시 외할머니를 보며

 "그때는 믿을 필요 없다며. 그때 엄마가 날 붙잡고 다 거짓말이니까 신경 쓸 거 없다고 했던 말이잖아. 그런데 왜 지금은 믿어. 왜 지금은 믿어 그런 소리를 하는데. 왜, 왜. 믿을 필요없다고 한 건 엄만데. 왜, 왜. 난 안 믿어. 난 못 믿어."

 

 애들 엄마가 중년 부인의 바가지 긁을 때 나오는 특유의 고음과 말을 끊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화법이 폭발을 하였다. 그로인해 차 안이 요란스러웠다.

 

 외할머니가 따지고 드는 딸의 기세에 응원군이 필요하다는 듯이 사위를 보며

 "사람들이... 사람들이 믿으니까.

  너도 알잖아. 그 사람들 사고 나면 아무 말도 못하던 거.

  너도 다 봤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만하자고."

 

 "아버지가 다 입막음하고 해결할 거라 했던 일이잖아. 그런데 왜 그런 말을 지금 와서 해. 그때는 믿지 말라면서. 그때는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며. 그때는 엄마 아빠가 다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다 괜찮다며. 다들 그렇게 해서 대학 간다며. 그래 놓고는 왜. 왜 지금에 와서 그렇게 겁을 먹는데. 왜. 믿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왜 지금은 믿는데. 왜. 왜."

 

 애들 엄마가 언성을 높여 이야기하자 중간에 있던 초등학생 딸이 겁이 났던지 아빠를 보며 말했다.

 "아빠, 아빠. 이건 무슨 소리야. 저주라니. 언제 이야기야?"

 

 여동생의 질문에 앞자리에서 연신 핸드폰을 보고 있던 아들이 거들었다.

 "또 나선다. 조용히 있어."

 

 딸이 그런 오빠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나서

 "오빠는 괜히 나만 보면 조용하래."

 

 아들이 하던 게임을 중단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며

 "조금 한 게 떠드니까 그렇지."

 

 딸이 오빠를 째려보면

 "내가 언제 떠들었어. 내가 언제."

 

 외할머니가 두 손자 손녀의 말을 듣고는 눈치를 보듯이 애들 엄마에게 말했다.

 "알았다. 알았으니 그만해라.

 ...

  애들 듣겠다. 애들 들어."

 

 애들 엄마가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로

 "이렇게 엄마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빠 같은 일이 생겨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쉬쉬하는 거야. 그까짓 대학 간 게 뭐가 큰일이라고. 왜 우리가 겁을 내야 하는데. 왜?"

 

 급기야 애들 아빠가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며

 "그래, 그래. 당신은 겁내지 마. 알았으니까 그만합시다. 그만해. 좋은 날 왜 싸우려고 해."

 

 애들 엄마가 이제는 앞쪽 남편을 보며 화풀이를 하듯이 고함을 질렀다.

 "엄마가 또 이상한 소리를 하잖아. 말도 안 되는 저주니 하며 말을 하니까 화가 안 날 수가 있어. 가뜩이나 아버지 돌아가신 것이 찜찜해 미칠 것 같은데."

 

 외할머니가 싸우지 말라는 듯이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달래며 말은 애들 엄마에게 했다.

 "그래. 알았다. 내가 죄인이다. 내가 죄인이야."

 

 애들 엄마가 다시 딸 건너편의 엄마를 보며

 "또또, 뭐가 죄인이야. 왜 엄마가 죄인이야. 엄마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죄로 따지면 아버지와 내가 죄인이지. 우리가 한 일인데."

 

 애들 엄마의 말에 외할머니가 애써 피하듯이 고개를 돌려 우측 창 밖을 보며

 "아니다. 내가 그랬다, 내가. 내가 너희 아버지에게 밤마다 다른 집 애들은 다 그걸 이용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느냐고. 다른 애들은 좋은 대학 가는 것 같은데 우리만 손 놓고 있으면 너희들이 손해 보는 것 같아서...

  내가 너희 아버지에게 그 일을... 그 일을 하라고 자꾸..."

 

 외할머니가 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우는 것인지 지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딸과 손주들을 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운전석의 남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장모를 보다가

 "장모님. 장모님. 알았습니다. 그만하셔도 됩니다.

  여보! 이제 그만해요. 언제까지 그 일로 싸움을 할 거야. 이제 그만해."

 

 애들 엄마가 버럭 화를 내며

 "누가 그 이야기 하고싶어 하는 줄 알아. 자꾸 꺼내니까 하지. 나도 듣기 싫어."

 

 아들이 핸드폰을 보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듣기 싫으면 그만하세요. 엄마가 자꾸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시잖아요."

 

 아들의 대답에 당황한 애들 엄마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제. 내가 언제 그랬다고 너까지 왜 그러는데. 응. 내가 뭘 어쨌다고."

 

 엄마 딴에는 다른 사람들의 험담은 듣고 넘어 갈 수 있지만 자기 배로 낳은 아들의 말에는 서럽고 서운했던지 화를 더 많이 냈다.

 

 옆에 있던 딸이 엄마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엄마, 엄마. 그만해. 그만하세요. 무서워. 무섭다니까. 응. 응. 그만해."

 

 남편도 거들었다.

 "그래. 이젠 그 이야기 그만. 끝. 아무도 말하지 않기. 스톱."

 

 남편의 말에 아직은 힘이 있었던 모양이다. 모두가 입을 닫고는 더 이상 토를 달거나 가타부타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 동안 차 안에 침묵만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의 뇌리속에서는 여러 일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남편 입장에서는 몇 달간 이어진 장인과 처남의 장례를 치룬 후의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를 이 기회에 화목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앞만 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바로 뒷자리에 앉아 좌측 창밖만 보고 있는 애들 엄마는 여전히 두 죽음의 꼬리를 잡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돌아가신 아버지 일들을 요모조모 뜯어가며 그때 이랬을 까 아니면 저랬을 까 생각하며 따지고 있었다. 그러면 또 더 큰 의심이 들어 자살이 아니라는 생각이 뇌리를 맴돌았다.

 

 외할머니는 눈을 지긋이 감고 과거를 더듬으며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들이 도둑질하여 애들이 쓴 글로 속여서 대학을 보낼 때 그 글을 쓴 그 사람의 말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생각났다.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보내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나 그렇게 대학 간 사람들은 뒤에 타인을 죽게 만들 것이라는 말이 계속 뇌리속에 떠올라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그런 욕심만 내지 않았어도 자식들 인생을 망치지 않았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어 속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외에 두 아이는 각자 자기 할 일만 했다. 아들은 다시 핸드폰만 봤고, 딸은 그제는 이어폰을 연결하여 노래를 듣고 있었다.

 

 너무 조용하자 앞을 보던 남편이 고개를 돌려 주변 사람들을 한 번 살폈다. 그리고는 옆에 앉은 아들에게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했다. 아마도 화목한 집의 달란한 모습을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 아들 내년에 고등학교 올라가는데, 대학은 어딜 갈 거야?"

 

 아들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중단하고 아버지를 봤다.

 "아직 생각한 게 없어서."

 

 뒤에 있던 딸이 앞쪽 양 의자 등받이 측면을 잡고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대학 가면 뭐 해. 취직도 안 된다는데."

 

 아들이 바로 옆에 온 동생의 얼굴을 보며 비웃듯이 말했다.

 "네가 뭐 안다고 나서."

 

 딸이 지지 않겠다는 듯이

 "내가 왜 몰라. 나도 TV 보고, 인터넷 기사도 본다 뭐."

 

 애들 아빠가 고개를 돌려 중간에 있는 딸을 보며

 "아이고 장하네. 그래, 우리 딸은 뭐 봤어요?"

 

 "요새는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된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스카이를 나와도 절반이 직장을 못 구하는 신세라고 하던데."

 

 아들이 여동생의 말에 조금은 놀랐는지 뒤를 보며

 "스카이가 뭔지 알기나 하냐."

 

 "S. K. Y. 내가 왜 몰라. 스카이. 나도 학교에서 영어 공부해. 왜 이래."

 

 "그게 무슨 뜻인데?"

 

 애들 아빠도 장난에 동참하려는 듯이

 "그래, 그게 무슨 뜻이야?"

 

 딸이 호기롭게 대답을 못하고 주저주저하다가 엄마를 봤다.

 "하늘, 하늘 아냐? 아닌가? 그럼 뭐지?

 ...

  그게... 그게 뭐냐 하면...

  엄마, 그게 뭐야?"

 

 뾰로통해서 외할머니 쪽을 보지 않고 반대편인 창밖을 보고 있던 엄마가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우리나라 가장 좋은 대학교 약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아들이 동생을 조금은 냉소적으로 보며

 "이제 알았냐. 이 바보."

 

 "아! 그렇구나. 이 씨. 내가 왜 바보야. 모를 수도 있지."

 

 외할머니가 그제야 눈을 뜨고는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래, 초등학생은 모를 수도 있지. 그래도 그걸 아는 게 어디냐. 아이고 장하다. 장해. 그리고 우리 손자는 열심히 공부해서 그런 대학교에 가야 한다. 알았지."

 

 외할머니의 말에 애들 엄마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차 안을 보며

 "스카이 좋아하시네. 지금처럼 공부해서는 턱도 없어. 제 힘으로는 불가능해."

 

 아들이 고개를 돌려 엄마를 째려봤다.

 

 애들 엄마가 아들의 시선을 외면한 채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손에 책 좀 들고 읽으라고 하면 듣지를 않아요. 맨날 핸드폰 들고 게임이나 하고. 저래선 스카이는 고사하고 다른 대학 들어가기도 힘들어. 큰일이야. 큰일."

 

 아들이 엄마의 비아냥에 화가 났던 모양이다. 엄마 이야기가 끝나자 바로 쏘아 붙였다.

 "그럼 엄마처럼 남이 쓴 글이나 훔쳐서 대학 들어갈까. 그럼 되겠네. 나도 남이 쓴 글 좀 훔쳐 주세요."

 

 아들의 말에 딸을 제외한 모든 식구가 놀란 눈으로 아들을 봤다. 특히 놀란 사람은 외할머니와 애들 엄마다.

 

 애들 엄마가 버럭 화를 냈다.

 "뭐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어떻게 알아. 엄마, 엄마가 애들에게 가르쳐 준거야? 엄마가 그랬어."

 

 애들 아빠도 놀랍고 화가 났던 모양이다.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들, 어디서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해. 어디서 배운 버릇이야."

 

 외할머니도 놀랐는지 연신 손자를 보며

 "아니다. 난 절대 그런 말 안 했다. 나는 아냐. 넌 그 말 어디서 들었냐?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던."

 

 아들이 그제는 시선을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려 앞을 보며

 "엄마가 대학 가는 걸로 비꼬니까 그러지. 맨날 나만 혼을 내."

 

 애들 엄마가 여전히 화난 음성으로 아들을 보며

 "너 그 말 어디서 들었어.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누구야, 누구?"

 

 아들이 여전히 뒤는 외면한 채 앞만 보며

 "외삼촌 장례식에서. 외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친척들이 그런 소리 하던데. 나도 듣는 귀가 있어. 그게 외할머니와 했던 저주 이야기잖아. 아냐."

 

 아들의 말에 애들 엄마와 외할머니가 망연자실하여 아무 말도 못했다.

 

 그나마 남편이 다급히 나서며

 "그만. 그만해. 그만하거라. 당신도 그만해요. 앞으로는 누구도 그 일 꺼내지마."

 

 남편의 단호하고 강압적인 말에 아들은 고개를 숙였고, 애들 엄마는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못했다. 외할머니는 연신 한숨만 쉬며 작은 소리로 자신이 죄인이라는 소리를 되뇌었다. 중간에 있는 딸만 영문을 몰라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잠시 뒤, 다시 차 안은 조용해졌다. 남편의 조용하라는 말 이후로 어느 누구도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장모도 부인도 할 말을 잊고 멍한 상태였다.

 

 아들은 죄인처럼 연신 고개만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에 있는 애들 엄마는 화를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며 창밖을 보고 있는데 표정으로 봐서는 뭐가를 생각하는 모양새다. 아마도 이야기의 주제였던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외할머니는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옆에 있는 손녀가 보기에 잠든 것 같지는 않았다. 외할머니가 잠이 들었다면 반드시 자기 쪽이나 아니면 창문 쪽으로 머리를 기대고 자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주무시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간에 있는 딸은 외할머니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본 다음에 살그머니 이어폰을 귀에 끼고 핸드폰을 보았다.

 

 모두가 조용해지자 그제야 한시름 놓은 아버지가 창밖을 봤다. 그때 때마침 이들의 차 옆으로 소형 승합차 한 대가 추월하여 지나가고 있었다. 차 안에는 나이가 있는 노인들이 자리를 꽉 채워 앉아 있었다. 모습이나 차에서 나오는 옛날 노랫소리로 봐서는 여행을 가는 일행들로 보였다. 승합차는 이내 가족이 탄 SUV를 추월하여 차선을 변경해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두 대가 나란히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혼잣말을 했다.

 "저들도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는 모양이군."

 

 차 안이 조용하니까 애들 아빠는 나른한게 잠이 오려고 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릴 겸 뭐하나 싶어 다른 사람을 둘러보았다. 아들은 그제는 연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녀석이 그새 엄마와 싸운 것을 잊은 모양새다. 잘 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뒤에 있는 아내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다. 뭔가 생각할 것이 많은 모양이다. 그 모습에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 남짓을 장인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동분서주를 했으니 생각할 것도 많을 것이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일이 예전 자기 대학 간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했는데. 그걸 오늘에서야 공론화되고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날 것이다. 표정에서 봐도 생각이 복잡해 보인다.

 

 막 부인을 보고 났을 때 바로 옆 차선에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와서는 계속 나란히 주행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추월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추월하는 차는 아니었다.

  

 옆을 보고 나서 다시 뒤 중간에 있는 딸을 보았다. 그제는 노래 영상을 켜놓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차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여유롭고 편안한 모습이다.

 

 장모는 우측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어 있었다. 잠든 얼굴이 주름으로 가득한 것이 최근에 마음고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장모를 다 보고 났을 때 자기들 차 뒤에 대형 화물자가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두루 둘러보고 나서야 애들 아빠는 고개를 돌려 앞을 봤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눈에 앞서가던 승합차의 뒷부분이 커다랗게 보였다. 좀 전까지 저 멀리 있던 승합차가 이제는 바로 앞에 있었다. 거리가 그새 너무 가까웠다. 충돌할 것 같은 거리에 앞 차가 보였다. 당황한 아버지가 허둥거렸다.

  

 '어어, 왜 이래.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거야. 뭐야? 무슨 일이야?'

  

 여전히 깜짝 놀란 모습의 아버지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앞을 보며 다급히 핸들을 움켜잡았다.

  

 '어어, 왜 이래. 어어. 뭐야. 왜 이래.'

 

 그들이 탄 차가 승합차 바로 뒤까지 다가가고 있었다. 그제는 앞에 있는 차의 꽁무니가 바로 코 앞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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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탐욕이 2017 / 11 / 30 46 0 12871   
21 탐욕이 2017 / 11 / 28 51 0 9278   
20 탐욕이 2017 / 11 / 24 43 0 8593   
19 제2장, 탐욕이 2017 / 11 / 23 46 0 12299   
18 만들다 2017 / 11 / 22 52 0 5606   
17 만들다 2017 / 11 / 21 40 0 9245   
16 만들다 2017 / 11 / 20 48 0 7564   
15 만들다 2017 / 11 / 17 48 0 9380   
14 괴물을 2017 / 11 / 16 47 0 10079   
13 괴물을 2017 / 11 / 15 66 0 10140   
12 괴물을 2017 / 11 / 14 58 0 9201   
11 괴물을 2017 / 11 / 13 43 0 10058   
10 괴물을 2017 / 11 / 10 48 0 6261   
9 생산하는 2017 / 11 / 10 46 0 6907   
8 생산하는 2017 / 11 / 9 45 0 5910   
7 생산하는 2017 / 11 / 9 58 0 7540   
6 생산하는 2017 / 11 / 8 54 0 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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