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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끌림.
작성일 : 17-07-19 16:45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8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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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세라…….

 

 너라는 여자는 내게 평온을 줄 수 없는 존재야.

 

 아무래도 넌 위험한 존재야.

 

 널 거부해.

 

 

 이 순간이 그녀와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손가락만큼 작게 보이는 세라를 응시했다. 풀린 눈꺼풀이 자꾸 앞을 가렸다.

 

 세라가 물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허리까지 잠긴 그녀는 멈추지 않고 걸어 들어왔다. 목이 잠기고 턱이 들리더니 물속으로 사라졌다.

 

 미치겠다. 마지막순간까지 이러다니.

 

 제발, 나 좀…… 놓아줘.

 

 좋아, 이렇게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너도 지긋지긋한 그 외로움 때문에 가면을 쓰고 살았잖아.

 

 물 위에 누운 채로 그의 눈이 감겼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강물이 차들어 갔다.

 

 강물소리가 그의 정신을 휘감았다. 세라의 소리 없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의 움직임이 파동이 되어 느껴졌다.

 

 아론은 그 파동에게 전했다.

 

 

 난 네게 위험해. 그러니 돌아가.

 

 네 목을 조르고 말거야.

 

 난 네게 위험해. 난 네게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너에 대한 집착이 들어날수록 내 안의 끔찍한 것들도 같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

 

 

 그녀와 머물면서 그가 했던 난폭한 행동들이 잔상처럼 지나갔다.

 

 거친 키스.

 

 제어 되지 않는 욕망.

 

 그녀에 대한 분노.

 

 거부할 수 없는 끌림.

 

 끊어내고 싶은 혼란.

 

 

 우린 서로에게 위험해!

 

 

 넌 지금 위험해!!!!!!

 

 

 아론이 눈을 떴다. 거친 기침과 함께 폐 속의 물이 밖으로 뿜어 나오자마자,

 

 그는 몸을 뒤집어 물을 거슬러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있는 지점에 다다랐지만 세라는 보이지 않았다. 물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잔잔한 물살이지만 제법 멀리 흘러내려갔었는지 아론이 그녀를 찾았을 때에는 미동도 없이, 물에 온몸을 맡겨버린 채로였다.

 

 그녀를 안고 물 밖으로 나왔다.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니 옅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창백한 그녀의 뺨에 시체 같은 그의 볼을 얹었다.

 

 그녀의 얼굴을 감싼 그의 손가락이 격렬히 떨렸다.

 

 그녀의 벌어진 턱이 잘게 부딪히며 체온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렸다. 아론은 휘청휘청 그녀를 안아 올렸다.

 

 인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에게 그것을 찾아 나설 힘도 여유도 없기에 아론은 숲으로 들어섰다.

 

 경사진 틈에 자리 잡은 거목을 발견했다. 그 아래 뿌리가 드러난 틈으로 빈 공간이 보였다.

 

 그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 세라의 차갑게 젖은 옷을 벗긴 후 자신도 벗었다.

 

 그녀를 그러안고 감기는 눈꺼풀을 가까스로 붙잡고 세라를 내려 보았다.

 

 차갑게 식었던 그의 몸이 다시 용암처럼 끌어 오르기 시작했다. 미세한 두통이 느껴졌다. 점차 심해질 두통이었다.

 

 하지만 아론은 세라의 언 몸을 녹여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녀의 차가운 목덜미에 얼굴을 대면 잠시라도 고통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작스레, 가냘픈 목덜미를 물어뜯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었다.

 

 하얀 여체에 피어나 있는 붉은 자국들. 그가 만들어 낸 자국들.

 

 고통스럽게 내려 보며 끌어안은 팔에 힘을 더욱 주었다.

 

 

 아무래도…… 내가 널 놓지 못할까봐 두려워.

 

 

 

 

 **

 

 

 

 

 “병사들 눈을 피해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기사단장이 파갈공작에게 보고했다.

 

 

 “아론이 독에 중독 돼버리다니.”

 

 “분명 리딕과의 대결에선 아론이 월등했다고 합니다.”

 

 “황제가 잔머리를 굴렸군.”

 

 “전쟁을 미룰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론이 리딕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귀족세력을 모았다해도 그를 뚫고 황제를 권좌에서 끌어내기란 무리수라 생각 됩니다.”

 

 “뱀 같은 황제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비열하게 나올 줄은.”

 

 

 공작의 집무실에 파갈가문의 여섯 명의 수장들이 모여 있었다. 긴급회의를 하고 있었다.

 

 황궁에서 있었던 일들은 일주일 전에 보고 받은 상태였다.

 

 아론의 상태가 좋지 않아 세라는 서둘러 파갈성에 오지 못하고 있었다.

 

 공작은 그의 자리에 앉아 침묵하고 있었다. 팔걸이를 잡고 있는 그의 손아귀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론이 세라를 찾으러 가는 것을 막았어야 했는데.”

 

 “무슨 소리요? 세라라도 구했으니 그나마 다행 아니오?”

 

 “황제도 세라를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아론을 회유하려면 세라가 필요 할 텐데.”

 

 “황제는 어떻게서든…… 결국, 아론을 중독시켰을 것입니다. 우리 측에서 그것을 미리 생

 각하지 못한 불찰이니 후일을 다시 도모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었으나 공작은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정신을 붙들고 있는데 사력을 다해야 했다.

 

 공작은 아론의 탁월함만을 믿고 황궁으로 보냈던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했다. 황제는 화족에 대한 정보가 많았다. 황제만의 전유물인 전투노예로 그들을 길들이기에 필요한 비서들을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을 터였다.

 

 

 “해독제는 알아봤는가?”

 

 

 공작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안타깝게도 황제를 통하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독들이 첨가 되었는지도 알 길이 없고, 첩자들을 통해 알아본 정보로는 독을 조제한 자들도 모두 공중으로 사라진 상태라고 하니, 세어 나가지 못하게 미리 처리 한 듯 싶습니다.”

 

 “화족들의 최대 적이 독이라는 사실을 이번 일로 알게 되는군요. 리딕도 독살 되지 않기 위해 오래전부터 수 백 가지 독에 내성을 키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측에서 전투력만 늘리는데 급급할 동안 황제는 우리를 비웃고 있었겠군요.”

 

 

 공작은 눈을 감아 버렸다.

 

 

 

 **

 

 

 

 “아론, 이제 …… 우리수업 그만 하자.”

 

 

 세레나데 연주를 마친 아론은 세라의 말에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거의 마칠 시간이 가까워져 아론은 악보를 정리하여 피아노 위에 올려 두었다.

 

 

 “내 말은 더 이상 내게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야.”

 

 

 앉은 채로 피아노의 뚜껑을 닫던 아론이 동작을 멈췄다. 잠시 후, 마저 뚜껑을 내렸다. 발코니 창가에 둔 쇼파 쪽을 응시했다.

 

 세라는 손에 든 작은 책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또, 그런.”

 

 “네겐 더 실력 있는 선생이 필요해.”

 

 “끝난 얘기잖아요.”

 

 “난, 황제나 할아버지 뜻대로 살고 싶지 않아.”

 

 “당신 뜻대로 살도록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

 

 “모르겠어?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게 그들 뜻대로 살고 있는 거라고.”

 

 “당신만 허락한다면 함께 외국으로 떠날 수 있어요. 언제든지.”

 

 “그런 식으로 도망치는 것은 더더욱 내 뜻은 아니지.”

 

 “도망치는 게 싫다면 같이 남아야죠.”

 

 “넌 이곳에 남지 않아도 돼.”

 

 “같은 말, 지겹지도 않나요? 나 혼자는 안 움직여!”

 

 “아무튼, 내일부터 수업하지 않겠어. 이곳으로 올 필요 없어.”

 

 

 햇살이 닿지 않은 세라의 얼굴 반쪽은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 속에 묻힌 절반의 표정을 살폈다.

 

 언제 튀어 나올지 모를 마수을 숨기고 사는 그 보다 세라가 더 비밀스러웠다.

 

 

 “얌전히 당신 곁에 있겠다고 하잖아요. 당신의 관심 따위 애걸할 생각 추호도 없어. 그게 뭐가 어렵다고 자꾸!”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르게 쉽사리 높아졌고 감정에 사로 잡혀 버리곤 했다.

 

 

 “억제제를 먹지 않은지 한참이 지났는데 멀쩡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다시 할아버지는 전쟁을 시작하려 들 거야. 황제도 또 다른 술책을 꾸밀 거고. 그러니 지금 떠나야 해.”

 

 “당신이 같이 가주면요.”

 

 “나는……할아버지를 버릴 수 없어. 할아버지한텐 나뿐이야.”

 

 

  최근 둘 사이에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반복되는 말들이었다.

 

 

 “할아버지 뿐이라면서 왜 그랬어요?”

 

 

 아론이 지친 듯 결국, 그 말을 뱉어 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납치당한 게 아냐. 제발로 황제한테 간 거지.”

 

 

 세라는 들고 있던 책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

 

 

 

 

 세라, 카라스 성에 도착한 지 한 달째.

 

 

 

 이것은 함정이었다.

 

 세라는 무리가 사정없이 내다꽂는 의심의 눈초리를 그대로 피부 속으로 박혀들어 오는 것을 느꼈다.

 

 손에 쥐고 있는 반짝이는 금화가 금단의 열매처럼 불길했다. 그것은 그녀가 요 며칠 성을 발칵 뒤집어 놓은 도둑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할리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힘이 들어가 있던 당당한 어깨를 내려트렸다.

 

 그녀로서도 세라를 옹호 해 줄 명분이 사라졌다.

 

 금화의 주인이었던 작고 마른 체구의 세탁부 할멈은 씩씩 거리며 세라 손에든 금화를 잡아채어 잃어버린 자식을 품듯 소중히 두 손에 담고 글썽이며 바라보았다. 긴 시간의 힘든 노동이 스며든 자글자글한 주름들이 꿈틀거렸다.

 

 

 

 **

 

 

 

 3일 전.

 

 

 “네 년 몸에서 내 금화냄새가 나.”

 

 

 세탁방 노파가 일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세라에게 던진 말이었다.

 

 

 “네? 그게 무슨……할머니, 전 아닙니다.”

 

 

 어제 오늘 저 소리를 배 터지게 듣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녀를 범인이라고 우기는 건지,

 

 

 ‘세탁방 노파의 금화가 또 없어졌대.’

 

 

 단지 식당에서 들은 얘기를 전했을 뿐인데.

 

 

 “결백을 증명하려면 그 말을 한 자들을 찾아내, 내가 금화를 잃어버렸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들이 누군지 대라고!”

 

 

 마굿간에서 시갈과 대화하던 샤르트가 입을 삐죽거리며 샘통이라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세라는 이 세탁 방에서 함께 일하는 3명이 모두 적처럼 느껴졌다.

 

 무턱대고 추궁하는 노파, 이유 없이 노려보며 혼자 궁시렁 거리는 샤르트 그리고 나머지 한명. 집요한 거머리 같은 점성가.

 

 

 “이봐, 신참. 내말대로 하라니까 그러네.”

 

 

 진갈색의 긴 곱슬머리를 한 그녀. 세탁방 문밖으로 나온 세라에게 바짝 다가와 옆구리를 찔렀다.

 

 세라가 걸음을 멈추고 점성가를 쳐다봤다.

 

 

 “자기는 지금 무시무시한 함정에 빠진 거라고. 내 도움 없이는 절대 빠져나오지 못할 함정!”

 

 

 의미심장하게 세라의 눈을 파헤쳤다.

 

 

 “지금처럼 무조건 난 안 훔쳤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지.”

 

 “…….”

 

 “조만간 발이 달린 그 금화가 널 찾아 올 걸.”

 

 “…….”

 

 “네 몸에 딱 달라붙게 될 거야. 그러면 넌 끝난 거야.”

 

 

 마치 미래를 보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발 달린 금화, 나한테 오기만 하라고 해요. 다리몽둥이를 확!”

 

 “쯧쯧쯧, 신참. 쉬운 길 나두고 왜 돌아서 가려고 그래?”

 

 “그 쉬운 길이 제 귀에는 허무맹랑하게 들려서 말이죠.”

 

 “나하고 첫 거래를 튼 기념으로 특별히 무료혜택을 준 건데 안타깝구만. 지금이래도 늦지 않았으니까. 내 말 듣는 게 신상에 좋을 텐데.”

 

 “옷을 전부 뒤집어 입고 다니라니, 안 그래도 눈치 보며 그림자처럼 살아가야 하는데 웃음거리까지 되라는 건 아니겠죠. 그게 금화도둑으로 몰리지 않는 거랑 무슨 관계라고. 차라리 벗고 다니는 게 어때요?”

 

 “오호! 그 방법도 있었구나. 너도 앞을 내다보는 뭐 그런 거 있는 거 아냐. 경쟁자는 사양인데.”

 

 “됐어요. 그만 쉬러 가야겠어요.”

 

 

 점성가는 혀를 차며 멀어지는 세라를 향해 계속 된 고객관리를 하였다.

 

 

 “이 시간 이후로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전부 돈 내고 들어야 한다는 거 잊지 말고, 부지런히 모아 둬.”

 

 

 

 

 **

 

 

 

 그 점성가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옷을 뒤집어 입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녀의 치맛단 안에 감침질 되어 숨겨진 금화를 그녀 자신이 제일 먼저 발견하고 그대로 침실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을 테고, 설사 발견하지 못하고 나왔다 해도 옷에 붙어 있는 금화를 사람들이 발견하고 누군가 그녀를 모함하려는 짓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후회해 봤자 늦었다.

 

 이런 식으로 그녀 옷에 금화를 숨겨둘 줄 누가 알았을까.

 

 저녁을 먹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식당에 들어 온 그녀는 치맛단 끝에서 걸리적 거리는 뭔가가 느껴져 자리에 앉아 손으로 더듬더듬 그것을 움켜쥐고 잡아당겨 버린 것이다.

 

 허리를 펴고 손바닥에 든 것을 펴 보자마자, 아뿔싸!

 

 

 *

 

 

 몇몇 여자들이 무리를 선동하기 시작했다.

 

 

 “남의 전 재산을 훔쳤으니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아무렴.”

 

 “법대로 해야지.”

 

 

 금액에 상관없이 훔친 것이 주인이 가진 전 재산의 몇 할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죄 값을 치르는 그들만의 법이 있었다.

 

 십분의 일의 값어치면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았고 값어치가 절반이면 그에 맞게 법이 적용되었다.

 

 많이 가진 자나 덜 가진 자나 개인이 가진 재산은 각자에게 소중하다 판단하여 그렇게 정해진 법이었다.

 

 없는 자의 작은 돈이라도 쉽게 탐할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할멈이 허리춤에 감춰져 있던 작고 낡은 헝겊 주머니를 꺼내 금화를 넣었다. 도로 속으로 쑤셔 넣으며 표독스런 눈으로 세라를 응시했다.

 

 

 “저 금화 하나는 노부인이 평생 한푼 두푼 모아 바꾼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있어?”

 

 “없지. 다 알지!”

 

 

 한명이 선동하면 주위 몇이 쐐기를 박았다.

 

 알지! 암 알고 말고.

 

 알고 있다. 세라가 모함을 뒤집어 쓴 것을 머리가 정상으로 굴러가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섰다간 카라스 성내 일꾼들의 일상을 좌지우지 하는 숨은 무리들에게 미운털이 박힐 터였다.

 

 

 “전재산이면 얼마나 맞아야 하는 거에요?”

 

 

 무리 중 누군가 옆 사람에게 작게 물었다.

 

 

 “죽기 직전까지지. 피해자가 성에 찰 때까지 맨손으로 죽도록 떼리는 거지.”

 

 

 재물이 생명보다 중하지는 않다하여 그렇게 정했다. 목숨을 잃게 되거나 불구가 되면 오히려 때린 사람이 처벌을 받게 되니 조심해야했다.

 

 

 “쭈구렁 노인이니 따끔한 정도겠죠.”

 

 “무슨 소리야? 저 할망구가 빨래 패대기치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어?”

 

 “…….”

 

 “한 방에 저 아가씨는 정신이 나갈 걸.”

 

 

 세라의 귀에까지 무리들의 대화가 들렸다.

 

 저 할멈이 금화를 잃어버린 것이 처음이 아니란다. 거의 연중행사였다.

 

 

 “금화에 발이 달렸지. 때만 되면 없어지니.”

 

 

 외지에서 새로 사람이 왔을 때, 특히 요주의 인물일성 싶을 때 금화는 사라졌다.

 

 

 “즉시 법을 집행하라!”

 

 “그려, 즉시 해!”

 

 “잠깐!”

 

 

 할리부인이 나섰다.

 

 

 “황제가 영주님께 보낸 특별 하사품이다. 영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무슨 소리야. 언제 영주께서 하사품 따위에 신경 쓰신 적 있어?”

 

 “암, 죽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지.”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건데 공정하신 영주도 뭐라 할리 없소!”

 

 

 서로 다른 두 의견에 옥신각신 할 때 세라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도마 위에 누워 서슬 퍼런 칼이 목에 닿은 기분이었다.

 

 검은 기사가 남긴 마지막 말의 의미를 점점 실감해 나갔다.

 

 

 ‘살아남아.’

 

 

 그는 대체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내가 갈 때까지.’

 

 

 그렇게 냉정하게 사라질 거였으면 그런 말은 왜 남겼대.

 

 고작 이 곳에 온지 한 달이 되었을 뿐인데.

 

 앞으로 몇 달, 몇 년을 이런 식으로 살아남아야 하나?

 

 세라는 고개를 들었다.

 

 매를 맞을 각오가 되었다. 억울 할 것도 비참할 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파갈 가문에 맺힌 원한이 쉽게 가실 리도 없잖은가. 맞아 줘야지.

 

 때 맞춰, 옥신각신 하던 의견이 접점에 닿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소. 특별 하사품인데.”

 

 “맞아. 다른 하사품들과는 다르잖아. 잘 못했다간 우리 모두 큰 봉변당한다고.”

 

 “그렇지. 영주님 눈치를 봐가며 행동……”

 

 “무슨 소리야!!!!!!”

 

 

 세탁방 노파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분노에 휩싸여 온 몸을 떨었다.

 

 예전의 판결들과 다르게 즉결처분하지 않고 범인을 봐주자는 분위기였다.

 

 어떻게 지켜 온 보물인데, 저 년처럼 호시탐탐 노리는 놈들 때문에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한 잠도 못 자고 지키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자식이고 친구고 모두 이 금화를 노리는 것 같아 멀리 하면서 품에 품고 사는 목숨 같은 금화를 훔쳐 놓고 뭐가 어째?

 

 영주의 하사품이니까 당장 벌을 받을 수 없다니. 왜 요년한테만. 이해할 수도 없으니 용납할 수도 없었다.

 

 금화를 노린 년한테 뜨끔한 맛을 보여줘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잠자코 있던 노파는 스스로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부라리는 눈알이 금세라도 튀어 나올 듯, 빠르게 세라에게 쫒아와,

 

 

 “남의 것을 훔쳤으면 벌을 받아야지. 당장!”

 

 

 몇몇 사람들이 말리려 들었지만 늦었다.

 

 빰을 후려치는 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세라는 그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눈앞에 불이 번쩍 일더니 곧바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충격을 느껴 정신이 몽롱했다.

 

 간신이 눈을 껌뻑거리며 떠보려는 찰라, 머리채가 잡혀 끌어 올려졌다.

 

 어릴 적 하녀들이 산더미 같이 쌓인 빨래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뭉치로 서너개의 옷을 한 번에 몰아 비눗물에 박아둔 것을 건져 올려, 허공에서 한 바퀴 휘두르며 빨래판에 후려쳤다.

 

 물에 젖어 질겨진 빨래들은 적어도 수년간 그 폭력을 참아 내었다.

 

 다 헤어져 보푸라기만 남은 마지막까지도 침묵할 뿐이었다. 빨래니까.

 

 짝! 짝! 짝!

 

 빨래를 휘돌리던 근육으로 세라의 뺨을 내려치는 소리에 구경꾼들은 숨을 죽였다.

 

 노파가 저리 앞뒤 안 가리고 나설 줄 배후의 인물은 짐작했으리라.

 

 이미 맞기 시작한 거 중단시키면 다음에 또 맞아야 했다.

 

 노파의 성에 찰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상책이었다.

 

 

 “어디 또 훔쳐봐 이년아! 손목아지를 아작 낼테니.”

 

 

 할멈은 능숙한 솜씨로 사정없이 휘갈기며 힘을 주어 말했다.

 

 끼이이익.

 

 쾅! 차가운 공기가 잠시 불어 들어왔다. 쓴 독초향과 함께.

 

 광적으로 행위를 반복하다 보니 노파는 예민하게 열어둬야 할 감각을 무시하고 있었다.

 

 

 “특별 하사품? 나한테는 그런 거 안 통해 이년아! 내꺼 눈독 드리는 것들은 자식이고 뭐고 다 가만 안 둬!”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노파의 거친 호흡과 저주의 말들. 폭력의 소리가 더욱 부각되었다.

 

 뚜벅. 뚜벅. 뚜벅.

 

 돌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다가왔다.

 

 

 “게다가 영주는 피 맛에 취해 네깟 년은 상종도 안 해.”

 

 

 노파의 바로 뒤에서 멈춘 울림.

 

 높이 쳐든 손이 허공에서 잡혔다.

 

 

 “놔! 어떤 놈이야? 아직 안 끝났다고!”

 

 

 분에 못 이겨 바둥거리던 할멈이 으르렁거리며 돌아보았다.

 

 

 “여, 여, 영주님.”

 

 

 노파의 분노에 이글대던 눈이 이내 공포와 불안으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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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부할 수 없는 끌림. 2017 / 7 / 19 21 0 8363   
23 회상 - 환각일뿐이야! 2017 / 7 / 19 20 0 5464   
22 회상 - 납치 2017 / 7 / 19 18 0 5961   
21 회상 - 숨박꼭질 2017 / 7 / 19 27 0 5350   
20 그녀는 첩자가 확실합니다. 2017 / 7 / 18 21 0 7070   
19 영주님은 60대 노인? 2017 / 7 / 18 20 0 7228   
18 영주의 퇴폐미 2017 / 7 / 18 19 0 5118   
17 카라스 영주의 귀환 2017 / 7 / 18 19 0 5104   
16 세탁방 하녀가 된 세라 파갈 2017 / 7 / 18 21 0 7059   
15 초식동물에겐 버거운 임무 2017 / 7 / 17 23 0 6450   
14 회상 - 때려주고 싶은 여자 2017 / 7 / 17 18 0 6891   
13 회상 - 진창이 되어버린 머릿속. 2017 / 7 / 17 23 0 6445   
12 회상 - 축제, 감정…질풍노도의 시작 2017 / 7 / 17 19 0 7865   
11 회상 - 결혼할 나이 2017 / 7 / 17 20 0 8341   
10 죽음을 울리는 연주자 2017 / 7 / 15 26 0 7264   
9 세라 vs 금속이빨용병 2017 / 7 / 15 29 0 8469   
8 추격자들. 2017 / 7 / 15 23 0 6837   
7 늑대의 방문 2017 / 7 / 15 28 0 8469   
6 회상 - 귀족스승 노예제자 2017 / 7 / 15 29 0 7133   
5 회상-고통을 삼키는 조우 2017 / 7 / 15 25 0 8816   
4 회상-폭주의 시작 2017 / 7 / 15 27 0 7905   
3 카라스의 검은 기사 2017 / 7 / 15 30 0 9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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