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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정리 , 돌아서도 잊혀지지 않는
작성일 : 17-07-27 18:09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18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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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박사는 아주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날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왔을때... 나는 두손 다 , 한쪽손씩 잡으라고 했어요

 

 그 일이 당신에겐 상처가 됐겠지요....... 정말 미안해요"

 

 

 

 

 의사는 자신의 과오라는 듯이 고갤 푹 숙였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 더 절망적이라서 나는 참았던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불안해 할 때마다 나는 , 하임씨 손을 더 꽉 잡으라고 더 행복하게 해주라고 했어요- 무책임했죠...

 

 중간에 아이가 나에게도 오지 않고 마음의 방향을 튼건... 뭔가 결정적인 사유가 있어서 이기도 할 거에요-

 

 그 아이 아버지는 매서운 남자죠- 아이로 그 아이 형을 견제하고

 

 

 형은 그 마음까진 헤아리지 않으니 애를 못살게 굴죠-...

 

 

 애 어머니는 그저 끼여서 어쩔줄 몰라하고만 있었어요

 

 

 움직인건 겨우, 이번해 들어서였어요- 내가 방어 해 주라고 부탁했었어요-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단단한 방어가 필요하고

 

 아이는 약점이 늘어나는게 두렵다고 했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약점이라고 생각하는거 부터가 잘못이겠지만

 

 아이는 벌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두려워서 어쩔줄을 몰라했죠.... 하민양을 어떻게 한다기보다 ... 하임씨를

 

 어떻게 할까봐서 겁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 하임씨가 힘들구나...또는 슬프구나.... 를 알았다면 ,

 

 

 그 아이는... 예민한 아이니까.... "

 

 

 

 

 "...."

 

 

 

 "하임씨 탓 아니에요 , 그 아이는 정말 예민하죠- 요령좋게 감춰도 금방 알아챘을 거에요-.... 그리고 힘들어 했겠죠

 

 손 놓고싶어서 놓은건 아닐 거에요- 아이가 이렇게 움직이는거 보니 준비를 안했다고는 못하겠네요....

 

 

 아마 놓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죠- 당신이라도 자유롭고 더 행복할 자격이 있다 싶었겠죠- 그러고 보니 자신이

 

 너무 당신이 좋아졌다 싶고...당신을 애초에 욕심내지 말었어야 하는데 싶어서 아마 후회도 많이 했을거에요"

 

 

 

 후회라고? 내 눈에 흔들리는 충격이 보이자 그는 말을 제대로 고쳐 해 주었다.

 

 

 

 "당신에게 무의미한 상처를 주느니 욕심나도 포기했을거란 말이었어요- 당신을 사랑한걸 후회했을 아이는 아니죠-

 

 아이는 그토록, 종교 이상으로 신뢰하던 하민양과 당신의 손을 한쪽씩 잡겠다고 결심했었어요- 그것만 해도..

 

 

 지혁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게 뭐 싶을수도 있겠지만..... 지켜본 저 입장에서는 바다가 갈리는 것 처럼 기적이었어요

 

 평생 그런일 없을줄 알았거든요-........ 평생...."

 

 

 

 

 의사는 회한에 찬듯 마지막에 탄식하면서 말했다. 나는 곰곰히 돌이켜 보았다. 그가 어떤 시점에서 나의 불안감을 알아챘을까...

 

 내 가면이 언제 얇아져서 그에게 들켰을까... 너무 많은 순간이 그랬다. 그의 진심이 보이면 더 그랬다.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사실 그렇지 않았다.

 

 

 

 " 그리고..... 상황이 어찌 될려고 그랬는지... 하민양이 그렇게 되었단 소식을 들었죠..... 대강의 사정을 비서에게 들었지만...

 

 믿기는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아이는 거의 아무것도 입에 안대고 내내 그 앞에만 있었어요- 사람이 그렇게 울수 있나

 

 싶을 정도로 울었다고 하더군요..... "

 

 

 의사는 내가 울자 내 안색을 살폈다. 더 이상의 이야긴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젠 알아보았자 고통만 될 거에요.... 마음을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하임씨에게 미안할 따름이에요

 

 당신 입장을 더 고려했어야 했는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지혁이를 걱정한 상황이 많았던게 분명해요....

 

 그 아이를 부추기고 용기를 주고 그럴수 있다고- 그건 애정이라고 이야기 해 준게 나니까....

 

 

 내가 많이 , 아주 많이 미안해요....... "

 

 

 

 

 의사는 또 다시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 하는거 같아서 더 참담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의사는 정말로 미안해 했다...

 

 

 

 "의사였으면.. 공정했어야 하는데... 사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손을 놓을줄 알았는데.....

 

 

 어찌된게... 자기가 해를 끼치고 있구나 욕심내고 있구나 싶어진건지...... 그토록 염세적인게 , 자기 혐오에 빠져 있는것도..

 

 참으로 그애답죠... 자기를 자기가 그렇게 싫어하죠- 자기가 욕심이라도 내면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그걸 죄악시해요.... 원래는 전혀 그런 애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사고 후에 그렇게 되었죠....."

 

 

 

 

 의사는 딱하다는 듯 눈을 아래로 깔았다...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작약이 남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조카라도 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맘이 좀 찡해졌다. 진심이 얼굴에 드러나 있으니 ...

 

 

 힘들어보였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도..

 

 

 

 "............."

 

 

 

 내가 말없이 계속 울자 의사는 내게 티슈를 내밀었다... 나는 한참만에 힘겹게 받아서 눈물을 닦았다..

 

 

 "슬픔을 극복하기가 힘이 들죠?"

 

 

 나는 고갤 끄덕였다... 그는 내게 연민을 가득 담은 눈길을 보냈다...

 

 

 "지금 당장은 내가 해줄수 있는게 없네요.... 천천히... 선택은 하임씨가 하는 거지만 지혁이가 다시

 

 문을 다 닫아버린 이상 언제 다시 나오겠다 마음먹을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

 

 미안합니다.. 전문가라면서.....부끄럽게도

 

 뭐 하나 확신해줄수가 없어서요......... 우선 신경 안정제를 아주 마일드하게 처방해 줄게요...

 

 잊을수 없으면 잊었다고 착각해요.. 계속 스스로 착각하다보면... 언젠가는 잊을수 있을 거에요...

 

 지혁이가 그토록 매료됐을 정도라면... 당신은 밝은 사람이라는걸 난 알거 같아요"

 

 

 

 의미없는 위로였다... 나는 힘겹게 묻고 싶은걸 물었다.

 

 

 

 "... 그 사람... 괜찮다고 하던가요?..... 다리는요?........ 사고도... 났었는데...."

 

 

 그 말에 김박사는 입을 닫곤 나를 난처해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알아봤자... 마음만 아플텐데요.... 알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요-"

 

 

 

 조심 스러운 단어 선택이었다. 그는 말 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그를 압박했다. 그래 당신은 나한테 미안한 입장이니...

 

 내가 알고 싶은건 난 알아가야겠다 싶어졌다.

 

 그의 말이 맞았다 알아봤자 마음만 아플 이야기였지만..

 

 난 알고 싶었다. 그가 괜찮은지.... 조금이라도 ... 좋으니까 괜찮단 말이 간절했다.

 

 

 

 "말해 주세요.. 어차피.. 다신 안 올 거니까요"

 

 

 

 

 내가 눈물맺혀서는 위협 아닌 위협, 약속아닌 약속을 하자 김박사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담담한 말투였으나 내용은 내 심장을 때릴만한 이야기를 그제야 시작하셨다.

 

 

 

 "... 그 일 당일부터 장례식때까지 많이 넘어졌다고 하더군요-... 원래도 다리가 약한데다가 무슨 정신력이었는지

 

 그때는 비틀대면서도 , 목발도 안 짚겠다고 뿌리치고.. 끝까지 걸어대서 ...

 

 지금은 휠체어 타고 있다고 해요... ptsd때문인지 다쳐서 인지는 비서도 모르겠다고 했어요

 

 못 걷는건 분명하다고 하더군요..... 목발도 소용 없는것 같데요 지금으로는요.."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는거 같았다. 바닥으로 추락한 기분.. 그에게 그건 일상이었으나..... 목발도 아니고 휠체어라는건......

 

 다리에 아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단 소리로 들렸다.....

 

 

 "교통 사고 때문에 이마가 좀 찢어졌었다고 하던데.. 흉은 지겠지만.. 원래도 그런건 신경 안쓰는 아이였으니....."

 

 

 그까지 말을 하고는 박사는 말을 아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괜찮을까요?"

 

 

 

 

 박사는 나를 쳐다보았다. 안타까워 하는 눈으로, 확언할수 없는 사람에게 나는 확언을 바랐다.

 

 이것도 내 죄책감에 대한 면피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난 듣고 싶었다..

 

 

 괜찮겠냐는 말은 건강만을 묻는게 아니었다. 그 사람이 앞으로 괜찮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가까웠다.

 

 의사는 내 말 뜻을 적어도 이해한거 같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괜찮을 거에요.. 물론 예전으로 돌려 놓을수 없으니 다시로 돌아간것 같겠지만..

 

 아이 부모가 단 한순간도 아이 혼자 안 둘거에요- 불안해서라도 그렇겠죠....... "

 

 

 

 단 한순간도?..... 혼자 안둔다고?... 그가 얼마나 참을수 없을지 난 쉬이 예상이 갔다.. 그건 그를 위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를 찾지 않고 나를 밀어낸 그였다... 그보다 오래 그걸 생각한 그였다면..

 

 

 내가 간다고 나를 받아줄리 없다...

 

 

 내게 마음이 있대도.. 지금은 그는 .... 언제나 무거워지기만 했던 죄책감에

 

 잠식되어 아예없을 것이다. 자신이 없고.. 그 자리엔 죄책감만 있겠지...

 

 나는 눈물을 닦았다. 들을 대답은 다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김박사가 나를 타일렀다.

 

 

 

 "또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와요- 물론 지혁이 이야긴 더 해주지 않겠지만- 약의 도움을 받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달라질 거에요.. 잠은 잘 자나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접힌 날은 지쳐서 잠 들곤 했다. 그것마저도 가끔은 훌쩍이다가 밤을 새곤 했다.

 

 생각 후에야 내가 고갤 저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수면제는 아니지만, 수면 유도제도 하나 처방해 줄게요....

 

 그 전에 약속해요 하임씨, 아니 하임양... 당신은 지혁이가 그토록 탐낸 유일한 한 사람이에요-

 

 지혁이가 착하다고 , 또는 옳은 선택을 했다고 옹호하지는 않을게요- ... 그래도 스스로를

 

 해롭게 하지는 말아요-.. 그걸 알게 된다면 지혁이는 더 죄책감을 느낄 꺼에요.."

 

 

 김박사는 말 하면서 점점 목소리가 호소로 변했다.

 

 

 그 말은 이미 그 사람은 회생 불가이니까 너라도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미 , 충분하잖아요 .. 그러니까 스스로를 챙겨요- 식사도 거르지 말고- 지혁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원망도 , 이유의 유추도 이제 그만 두고.. 지혁이가 그런 선택을 해서 , 당신과 함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을

 

 

 제 손으로 포길 해서- 당신이 얻겠구나 했는게 뭐였는지를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누려요 , 이제 죄책감은 당신에겐 없어도 되니까요 적어도- 당신은 그저 피해를 입었을.."

 

 

 

 

 "사랑은 같이 했죠- "

 

 

 

 

 내 참다 못해 터져나온 , 내 목소리 같지 않은 , 서늘하고 건조한 대답에 김박사는 놀란듯 나를 쳐다보았다.

 

 

 

 "같이 했어요- 그 사람이 손 내밀었을때- 안 잡을수도 있었는데.. 그 사람은 고민 하랬는데.

 

 애초에 하민씨를 완전히 놓을수 없다고 말 한것도 그고- 한손 뿐이라고 했는데도- 고민같은거 할 틈도 없이

 

 냉큼 잡은건 저거든요-

 

 그냥 은근슬쩍 빠져나가기엔 내 잘못도 크죠- 그가 먼저 놓았으니 그냥 피해를 입었다 치고 넘어가는거요?

 

 그건 제 성미엔 맞지 않네요.. 아플만큼 아프고- 치를만큼 치르고... 감정이 흔들려서 견딜수 없으면 한발 물러 서서 문제를 보고서

 

 결론이 나는데로 움직일래요.... 저만 피해자는 아니에요- 저는 애초에 피해자가 아니죠..."

 

 

 

 내 고집에 김박사는 살짝, 웃었다.

 

 

 

 "...... 어쩔수 없이 좋은 사람이군요..."

 

 

 

 그 사람의 그 말에 뒤에 살짝 열려 있는 창에서 드는 차가운 바람이 넘실 넘어와서 얼굴에 살짝히 스쳤다.

 

 나는 자리에서 미련없이 일어섰다. 김박사는 나서는 내 뒷모습을 진중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

 

 

 

 결국 하임은 유학을 가기로 결정을 했다. 하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나는 유추하기가 어려웠다.

 

 요즈음의 하임은 더욱더 그랬다.

 

 

 대답하기 싫으면 그녀는 허탈해 보일만큼 내 말을 듣지 못한 척 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저 나를 쳐다만 볼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내가 사근사근하게 굴어도 내 친절한척이랄까- 적어도 말미에 씩 웃어대는

 

 

 버릇을 버린걸 몇번 본 그녀는 나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자상하게 대해도

 

 

 내 모습이 거짓이라고 그녀는 심지어 조금 알고 있었음에도- , 하임은 그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어차피 가면 , 한국으로 치면 어학당이랄까, 스쿨 다니기 전에 공부하는 곳에 갈 예정이었음에도 한국에서 부터 이탈리아 어를

 

 간단히 공부하는걸로 유학 준비를 시작했을 뿐이다, 또한 가겠다는 이야기에는 생각보다 명료한 사안이 붙었고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로맨틱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말을 따르겠다는게 첫번째였고-

 

 두번째로 여기서 더 있으면 곳곳에 묻어 있는 기억을 두려워 하는거 같았으며

 

 멀리서 문제를 바라보고 자신의 상황을 결정하려고 하는 게 셋째였다. 그럼에도 나는 분명히 알수 있었다.

 

 그녀는 한줌도 그 남자를 덜어내지 않았다는 것을....

 

 

 

 하임은 더는 비참해하거나 다 잃은것처럼 울지 않았다. 어쩔줄 몰라 하지도 않았다.

 

 

  대신- 감정이란게 사라진 사람처럼 표정의 변화가 없어졌다.

 

 

 마치 그 남자처럼 다 닫은 것 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전혀 미워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잊으려고 하지도 않는거 같았다.

 

 

 그대로 얼려버리는 것 처럼 보였다.

 

 내가 무슨 이야길 해도 크게 웃지 않았다. 눈은 계속해서 어딘가 먼 곳을 향하는 듯 아득했다.

 

 하임의 첫번째 ... 말하자면 '포기' 려나...

 

 

 하임은 결론을 스스로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포기... 그래 포기 같지도 않다.

 

 잠시 시간도 감정도 , 기분도 그냥 얼려버린것에 가까웠다. 내가 무슨 이야길 다정하게 해도 하임의 대답은 별로 길지가 않았다.

 

 

 

 

 나도 지쳤다는 생각이 , 그제야 들었다.

 

 

 그 사람의 손에서만 뺏으면 정말 의욕적으로 모든일을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임은 집을 매입한 상태였기에 집을 다시 팔거냐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괜한걸 물었다 싶어서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엔가 그곳으로 잠시 짐 정리를 하러 가겠단 말이 나왔다. 나는 따라가야 할까 , 하고 생각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하임은 싱긋 웃었다. 전혀 웃음같지 않았다. 너무나 쓸쓸해서

 

 나는 복합적인 기분이었다.

 

  다행이다 싶기도.. 자기의 감정따위 잘 못감추던 하임이 그토록 완벽하게 감정을 감추는게

 

 좀 싫기도 .. 또 그녀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깊은 우울이 걱정스럽기도... 그토록 옆에 있어준 나를 여전히 부정하는 하임이

 

 밉기도 했다. 한가지 감정이라고는 할수 없었다.

 

 

 그 남자는 정말로 하임이가 유학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약속은 했어도 설마 할거라곤 생각 못했기

 

 때문에 나는 좀 놀랬다. 전화 목소리는 듣기 힘들만큼 까슬거렸다.

 

 

 "유세진씨?"

 

 

 여전히 예의를 깍듯히 지키는 목소리였다. 남자는 우는거 같진 않았다. 감정도 없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하임이 기억난건

 

 이 남자나 하임이나 극에 달하는 고통 앞에선 차라리 방관을 택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불쾌했다.

 

 

 

 

 결국엔 그것조차도 이 사람을 닮았구나 싶어서다.. 하임이는 누군갈 좋아하면 그 사람을 닮아버린다.. 그대로 흡수해 버린다고나 할까

 

 색이 없어서 그렇다고 할까.. 동화되는 정도가 아니다- 그대로 색이 스며든것 같다. 전엔 그걸 다 토해내듯이 울어서 혹은 어디로든 달아나서

 

 없애고자 하는 의지라도 있어 보였는데 , 이번엔 달랐다. 편안하다고 하면 우습지만 , 편안해 하는 척인지 뭔지..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쪽에 가까워서 더 그 모습이 싫었다.

 

 

 "네.."

 

 

 

 나는 머뭇대며 대답했다. 내가 궁색해질 입장은 아니었는데.

 

 

 남자의 목소리는 찬찬히 이어졌다. 테이프에 녹음이라도 한듯 끊기는 이상한 음절들을 빼면 목소리 자체는 고요했다.

 

 오랫만에 말을 해서 까슬거렸던듯 남자는 곧 제 목소릴 냈다.

 

 

 

 "그때,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길 기억하고 있으니까- 전화만 해도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질문인지 ..뭔지 나는 그저 단순하게 대답했다.

 

 

 "하임일 도운거지 당신을 도운거 아니니까.. 고마울거 없습니다"

 

 

 

 내 건조한 대답에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물었다.

 

 물음은 단정하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들렸다. 사려깊게 주의를 했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괜찮은가요?"

 

 

 

 "......."

 

 

 궁금은 한가보군... 나는 싫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 괜찮을거 같냐고 묻고 싶었다. 솔직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나는 말을 잠시 고민했다가 대답했다.

 

 

 "이젠 그런것도 묻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 대답이 유난히 뾰족하다고 , 말을 내 뱉고는 좀 후회했다. 상대가 어떤일을 겪었는지.. 나도 대충은 아니까

 

 연민이라고 할까... 약간의 동정심이 일었으니까...

 

 전화기 반대편의 반응이 의외였다. 낮은 숨소리와 함께, 생각외로 단정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군요- 이젠 그런걸 물을 필요는 없죠, 고마웠습니다. 잘 지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랑 통화했다는 말은

 

 안하는게 좋겠군요-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쪽이 말 안해도 할 생각 없었는데... 나는 늦은 오후의 햇살에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속으로만 약간 씨근거리면서...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하임이 오피스텔에 가서 정리를 하고 있단게 떠올라서 물었다.

 

 

 "오피스텔은... 처분할 건가요?"

 

 

 사실 묻지 않았어도 될 말이었다. 딱히 듣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그런데도 남자는 대답했다.

 

 

 "당장..... 처분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돌아갈 생각도 없지만요..... "

 

 

 "..."

 

 

 "그럼 끊겠습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는 딸깍 하고 소리를 내면서 끊겼다. 나는 약간 내가 한심스러웠다. 충분히

 

 힘든일을 겪은 남자였다. 말 안하는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좋게 이야기 해 줄수도 있었지만

 

 그 남자의 고통과 달리... 내가 느끼기엔 하임의 고통이 적지 않다고 느껴져서 말이 뾰족하게 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주머니의 담배는 , 하임만 돌아온다면 곧 다시 휴지통으로 버릴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나 아직도 주머닐 못 떠나고 있었다.

 

 자연스레 한대를 뽑아 물고서 불을 붙였다. 파스스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겨울 바람에 짙은 연기가

 

 섞이었다. 이제 끝이다. 다시 돌아갈수 있다. 그 햇살이 아름답고 끊임없이 역사가 아로새겨진 그 도시로만 돌아간다면...

 

 우린 금방 제자리를 찾을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나는 그리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 또한-

 

 

 

 

 세진은 말의 끝맺음을 신중히 고르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

 

 

 

 

 내내 오기를 피하였다. 오면 기억이 범람해서 내가 죽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나는 오지 않으려고 했다.

 

 유학 날짜가 잡히고 나서야 , 그제야 나는 정리하겠단 맘을 먹었고... 결국엔 혼자 왔다. 고집을 부려서... 세진이의 도움도

 

 부모님의 도움도.... 거절한채...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치 않았다.

 

 

 

 

 유진이에겐 그 뒤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 연락이 왔는데

 

 대답할 말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아플것 같아서였다. 나는 지뢰밭 한 가운데 서 있었고

 

 다리를 잃을 각오도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저 제 자리에 서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람이 신기한건.. 처음엔 그렇게 서 있는게 고단했는데...

 

 있어 버릇하니... 당장은 다른 지뢰만 터지지 않으면 괜찮겠구나... 그냥 이대로

 

 가슴이 딱딱해졌다 생각하면.. 못 살것도 없겠구나 싶어졌다. 이 자리에 계속 서 있기만 하면 되는 거구나 하는

 

 안일한 생각이 내 생각보다- 금방- 마음에 찾아왔다. 김박사의 말들을 곰곰히 되뇌이면서

 

 나는 위치를 조심스레 잡았다.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이제 알고 싶지 않았다. 무슨 원인이었든

 

 나의 손을 놓겠다고 결심한 그가 불쌍하기도 가엾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버림받았단 기분보다는

 

 

 

 그가 나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 놓아주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불행한건

 

 난 전혀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그걸 몰랐다. 자신의 손으로 놓는다고 해서

 

 

 내가 자유로워 질 거라고 생각하다니.. 그랬다면 내 안에 이렇게 깊게 뿌리를 내리지를 말지.....

 

 

 그의 책에서의 한 대목처럼 뽑으면 땅도 잃어야 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뽑지 않기로 했다.

 

 

 그냥 두기로..... 그냥 두다보면 그대로 시들어져 사라질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냥 멈춰있기로 했다. 쓸데없이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기로... 이탈리아로 가면

 

 다들 멀어질 테니 괜찮겠지... 혼자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바쁘게 살다보면....

 

 

 멀리서 우리의 사랑을 다시 보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 약간은 멍청한 기대감을 품고 있기도 했다.

 

 

 

 

 

 유학 또한.. 다르게 할게 없기에 그냥 가는 걸지도- 나의 목적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일이 있으면 움직일 뿐이었다.

 

 나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우리가 만든 책은 계속해서 팔렸다. 그가 하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계약서 내용대로 인센티브까지

 

 꽉 채워서 따박따박 통장에 들어오는 돈, 나는 그 돈을 단 천원도 쓰지 않았다. 쓸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다른 그림 제의도 거절했다. 그 대답에는 유학갈거란 대답이 가장 유용했다. 다들 아쉬워 했지만

 

 안타까워 하기도 했지만 - 나라고 그런 그림을 또 그려낼거란 보장도 없으니 결국엔 모두가 물러났다.

 

 

 그렇게 마지막 한달이다.

 

 

 

 

 

 문에 , 아주 힘겹게 다다라서 옆집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여기에 없겠지.. 복도는 처음 내가 도착했던 그 날처럼

 

 고요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얼마만에 여길 오는걸까... 떠날때는

 

 분명....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여행을 떠나며 이 집을 나섰는데.....

 

 

 창으로 드는 빛도 내가 나서기 전 물을 마시고 내려 놓았던 컵도- 방안에 풍기는 내 로션 향기도 모든게 그대로였다.

 

 그때 딱 멈춘듯 보였다. 달라진것이 단 하나도 없는- 나설때와 똑 같다못해 그 일들이 꿈처럼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그가 웃으며 문을 두드릴것 같아서 마음이 다시 욱신거려왔다. 나는 집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팔고싶지가 않았다. 도저히-....

 

 

 

 당장은 2년 정도였다. 그때 마음 정리가 되면 돌아와서 내가 팔겠다고 .. 부모님께는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반대하셨지만 아버지는 그러라고 - 그렇게 말씀하셨다. 당장은 정리하고 싶지 않은 내 맘을 이해하신거 같아서

 

 나는 감사했다...

 

 가방에 챙겨온 두터운 천을 얼마 되지도 않는 가구에 덮고- 이불을 말아서 정리했다.

 

 그가 준 부드러운 숄도 접었다. 그걸 장에 넣을땐 눈물이 날것 같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참았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울지 않겠다고 되뇌였다. 침실에 놓인 화장품을 가방 하나로 쓸어 담고서 수도관을 잠궜다.

 

 포트폴리오를 챙기는데 그림이 투두둑 떨어졌다. 아주 예전에 그린 그의 옆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그 아틀리에에 남았을 그 그림... 색을 못 입은채 스케치로만 허망하게 남았을 그 그림........

 

 

 

 

 다시 눈물이 슬금슬금 올라오는걸 느꼈다.

 

 오후의 빛은 밝았다. 차마 테라스로 나갈 용기따위는 나지 않아 나는

 

 그와 관련된 그림을 다 뽑아냈다. 모조리 그냥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그러다 눈에 든 , 그의 삐뚜름한 글씨가 보이는

 

 그의 쪽지..... 언젠가 유진이랑 마셨을 때였던가..아침에- 그가 남겨놓고 간 쪽지를 손 앞에두고 잠시 망설였다...

 

 괴롭기만 할 걸 알면서 ..... 나는 그걸 눈물을 꾸역꾸역 누르며 지갑 가장 안쪽에 넣었다.. 차마 두고 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나머지는 그와 찍은 사진들도 , 책상 속 서랍에 다 넣어버렸다.

 

 

 얼굴이 눈에 스치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것 같아 눈을 두지 않고 그냥 밀어 넣고서

 

 밀어 닫았다. 그러다 책상위의 책이 스쳤다.

 

 

 "맙소사..."

 

 

 

 나는 주륵 내려 앉았다. 제인에어... 내 손에 남은 책은 단 한 권이었다.

 

 

 그는 아직도 모르겠지.... 아직도 알지 못할테지... 이 책에 그여진 그녀가 마음에 품은 한 구절을...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무모한 짓을 벌여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벌써 이걸 뽑았겠지만

 

 나는 뽑지 않았다.... 내내 , 그와 한짝씩 나눠 낀 이 귀걸이-... 나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은 몰라도 세진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눈이 이곳에 가끔 머무른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사실 뽑을 이유조차 없었다. 그와 나눠 가진거라고는 이게 처음인데

 

 놓기 싫었다. 그래서 내내 그저 끼고 있었다..... 바보처럼-

 

 

 나는 그걸 단단하게 잡았다. 조금 위쪽에 있는 그걸 뽑으려 매만지다. 화가나서 그냥 당겨버렸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귀에서 약간의 피가 나는게 느껴졌다.

 

 

 미쳤구나 정말-

 

 

 나는 이제 이런 짓까지 하는 내가 미워졌다.

 

 속이 상하자 귀에 있는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휴지를 뽑아 귀걸이를 닦았다. 닦고서 종이 봉투에 그 귀걸이를 넣었다.

 

 

 그리고는 하민씨의 줄이 그어진 그 대목에 봉투를 끼웠다... 귀에 그제야 휴지를 대고서 잠시 앉았다..

 

 

 테라스를 등진채 앉아 나는 뒤에서 드는 빛을 잠시 등으로 느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를 궁금해는 할까?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을... 아니 아름답다고 생각이나 할까..

 

 

 아니면 여전히 그냥 괴로워할까, 아니면..... 예전의 그처럼 그냥 돌아갔을까? 차갑게? 나는 귀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았다. 더 무너지면 안된단 생각을 되뇌었다. 그래선 안된다.

 

 

 

 그럼에도 나는 울었다. 울음은 참아도 참아도 끅끅 새어나왔다.

 

 더 무너질순 없다, 그럴순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챙긴 짐을 챙겨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가지고 나와서 그 집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나쳤다. 그의 집 호수의 우편함에 책을 꽃아두고서

 

 나는 뒤를 흘긋 돌아보았다. 옹졸한 복수다.. 아마 그 귀걸이가 그의 손에 가면 그는 짐짓 아파하겠지..

 

 

 

 아팠으면 좋겠다.....

 

 

 내내 그가 아프지 않았으면 해 놓고서 나는 그 귀걸이 때문에 그가 아프기를.. 순간 아주 분명히 원했다.

 

 

 

 도망치듯 내려와 앞길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그 길은 그와 바보같이 손을잡고 뛰어댔던 그 길이었다.

 

 마치 그날같았다.

 

 

 그날... 날씨가 더럽게도 좋아서 헤어지고서 마냥 까페에서 나는 그 빛을 바라보았다.

 

 이탈리아로 가기로 맘을 먹었던 그때처럼- 나는 더 없이 사무적으로 폭팔한번 하지 않고서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게 터질 일은 없다고- 이건 끝이라고 할것도 없다고- 우린 어떤 사이라고 말할수도 없는 사이였다고

 

 그는 어떨까..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더 많을걸 해주지 못했던 걸 , 후회할까...

 

 

 

 아니면 내 손을 잡지 않았어야 했다고 후회할까....

 

 

 

 

 아니면 나처럼- 몇번이나 뒤를 돌아보고 있을까...

 

 나는 눈을 감았다. 도시의 차들 사이로 그 길이 멀어졌다.

 

 

 

 

 

 

 *

 

 

 

 

 

 작가님은 지금 청평에 있으셨다. 말하자면.. 사모님 소유의 별장이었다. 여러 변수 속 작가님은 다시 산 송장같은 상황으로 돌아가셨다.

 

 그날 장례식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결국 작가님이었다. 결국엔 마지막엔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거의 끌려서 내려오셨다고 하는게 맞겠다.

 

 작가님은 사납게 사람들을 밀어냈다. 손을 대면 그렇게 화를 낼수가 없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여기였다.

 

 

 휠체어를 준비한건 솔직히 처음엔 순전히 내 생각이었다. 물론 앉은 자리에서 안 일어나시고 계속 넘어지셨으니 내 생각이 결국엔 맞은 거였지만..

 

 맞았다고 해서 이렇게 입이 써질 일이었다면.... 나는 한숨이 어느순간 습관이 되었다.

 

 

 이 별장은 원래도 휠체어에 맞게 개조된 것이 아니었기에 거동이 영 불편하실텐데도 작가님은 적어도 다른곳으로 떨어질 생각은 안 하셨다.

 

 글을 안 쓰신진 한참이었다.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났는데... 작가님은 그저 붙박이 장 처럼 꼼짝도 하지 않으셨다.

 

 

 김박사님이 몇번이나 찾아 오셨다. 가깝지도 않은 이 곳까지. 그러나

 

 작가님은 고개를 저으시곤 온 힘 다해 피하시고는 만나시지도 않으셨다. 사모님이 오셔도, 회장님이 오셔도 마찬가지였다.

 

 사모님은 우시고 회장님은 화를 내실줄 알았으나 그저 참담해 하시는 정도였다. 그 많은 일 와중에 단 한번도

 

 안온건 이사님뿐이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와 있을때도 고갤 끄덕이시는 정도가 전부였다.

 

 

 말씀을 안하시니까 나는 자꾸만 더 많이 말을 해야 했다.

 

 

 

 작가님을 지켜보고 있는 나는 내가 감시견이라도 된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옆에 있을때 뭘 집어 던지거나 하시지 않는건

 

 내가 유일하니 사모님도 어쩔수 없으셨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이미 간단한 짐을 싸서 여기로 옮겨왔다. 여기 사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집에 못간지 아주 한참이었다... 옆에서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얇은 니트와 티셔츠를 안에 받쳐 입은 작가님의 목은 너무 가늘어서

 

 손에 힘을 주면 부서질것 같이 가녀려 보였다.

 

 더 마를수 밖에... 그 뒤로 더 안드셨다. 작가님은 내내 창 밖만 바라보시고 하루종일 뭘 하시는지

 

 방 안에만 있으셨다.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눈은 언제나 빨갰다. 손 끝에 난 상처들은 그저

 

 교통사고의 상처가 더디게 낫는줄 알았는데 내내 그 자리에 있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말 하시고야 알았다.

 

 내내 손 끝을 물어 뜯으신다고... 의식조차 하고 계시지 않은거 같았다. 피가 나야 멈추시는 이상한 증상 중 하나였다..

 

 

 이마에 난 상처도 여전히 빨갛다- 작가님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셨다 내내 왠종일 방에 틀혀 박혀 있곤 하셨다.

 

 

 여기 와서 가장 먼저 한것은 , 작가님이 쓰실 방 창문에 잠금 장치를 단 거였다. 그리고 뾰족한걸 전부 치우고 뭔가를 걸 만한 것도 다 치웠다.

 

 나는 작가님의 이성을 믿고 있어서 사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모님은 아주 꼼꼼히 그런걸 다 치우셨다...

 

 마치 해봤던 일 처럼 능숙하게... 한참을 보고 나서야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나는 작가님이 방에 계실때가 늘 더 불안했다. 눈에 닿지 않고 조용하면

 

 더 불안해졌다..... 작가님은 어느 순간 내 앞에선 눈물도 보이시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탁자위에 놓인 꽃병이나 책에 가까웠다...

 

 

 

 생물인것 같지도 않을만큼 조용했다..

 

 아무런 말도 소리도 없이 몇주가 지났을까..

 

 

 

 작가님과 나만 있는 시간에 작가님이 먼저 말문을 여셨다. 그 이후 처음하는 말이였다.

 

 

 "강비서"

 

 

 

 처음엔 부르는 목소리가 낯설어 날 불렀다곤 생각도 못할 정도였다. 낯고 거칠고- 아주 오랫만에 듣는 목소리에

 

 나는 냉큼 다가가서 대답했다.

 

 

 "네-! "

 

 작가님의 말은 뜻밖의 이야기였다.

 

 

 

 "..... 서울 오피스텔 , 가서 정리해-..... 오시는 아주머니는 퇴직금 챙겨드려-.... 거기 있는 ......... "

 

 

 작가님은 말을 멈추셨다.. 고통스럽다는 듯이

 

 

 

 "고양이를 그동안 그 아주머니가 챙겨 주셨어- 일정 금액보다 많이 챙겨드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고 꼭 말씀 드리고..

 

 그리고 걔 데리고 가, 지민이한테 부탁해-, 전화번호는 여기 있어- 지민이 본가에서 맡아 달라고 말하면 알아 들을거야....

 

  따로 청소 업체를 고용해-

 

 가구 그대로 두고 , 청소만 가끔 하라고 해- .... 일단은 쥐고 있을거니까- ... 판단 말이나 그런 말은 부모님한테도 일체 하지마-

 

 옷 챙겨와 줄래? 옷이랑 내가 쓰던거만 좀 챙겨와... 다른건 당장엔 필요 없으니까.."

 

 

 

 ......

 

 

 "다시 경주로 돌아갈꺼야.. 여기 있고 싶지 않아- 너도 , 어머니는 안 그러실려고 하시겠지만 ..

 

 나 혼자 있고 싶어- 다른 사람 없이- 돌봐주는 사람 필요없어- ........"

 

 

 

 나는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경주로? 그 고통이 가득한 곳으로 굳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작가님이 그러고 싶으시다고 해도... 이미 전 그럴수 없는거 아시잖아요 작가님..... "

 

 

 

 "........"

 

 

 

 작가님은 다시 입을 닫으셨다. 한번 말 했으니 알아들으란 말인지 아니면 단념하신건지 말을 안하시니 알수도 없었다.

 

 

 "작가님이 저 해고하셔도 저는 이제... 안 떠나요 아시죠 작가님?"

 

 

 

 "........"

 

 

 

 "경주가 아니라 제주도로 가셔도 거기서 서울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있을거에요 곁에..."

 

 내 성심 다한 진심담은 목소리에도 별 다른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내가 한숨을 낮게 내쉬자.. 그제야 날 쳐다보신다.....

 

 

 

 눈은 텅 비어있다... 예전 아주 처음에 작가님을 뵜을때 난 생각했다. 눈이 저렇게 무서운 사람은 처음 봤다고

 

 눈안이 서늘해서 두렵다고 , 지금은 한층 더 그렇다.... 이젠 그 눈이 무엇때문인줄 알기에 두렵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시리지 않지는 않다. 여전히 시려온다. 차갑고 아프고- 슬퍼진다.

 

 

 

 

 "......."

 

 

 

 작가님은 별말 하시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오는게 정말 싫으시다면 그땐 무슨 짓이든 하시겠지...

 

 

 뜻하지 않게 긴 거리를 왔다 갔다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아예 대답도 고개도 돌리지 않으시기에

 

 나는 결국에 다른 대답은 듣지 못하고 방을 나왔다.

 

 

 

 

 서울 오피스텔은 조용했다... 옆의 하임씨 집이 몹시도 신경이 쓰였다. 비번을 누르고 들어서자 집 안은 깔끔했다. 그 동안 아주머니가

 

 잘 관리 해 주셨던 듯 까망이는 잘 지내고 있었다. 그 아이를 힘겹게 케이지에 넣고서 간식을 주어 달랬다...

 

 내내 재채기가 났다. 알러지가 있긴 하군, 나는 사납게 날 노려보며 싫다는 듯 울음소릴 내는 녀석을 그져 보면서

 

 속 편한 자식 싶어서 , 조금 골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옷방에서...간단히 작가님의 물건을 챙겼다.... 대체 왜 이렇게 10개 씩이나 같은 향수를 사 놓으신 건지 알수없는...

 

 수집벽.. 작가님은 심지어 같은 옷도 3장씩 사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것도 약간의 강박이겠지 생각하면서 조금 고민하다가

 

 작가님이 쓰는 향수도 챙겼다. 요즈음의 작가님은 원래도 그랬지만 이 향에 거의 절여져 계셨다, 뿌리는걸 본 적은 없는데

 

 다가가면 이 향에 질식할 지경이었다. 달콤하다 못해 꿀을 바른듯 짙은 향....

 

 

 나는 고갤 내저었다.

 

 

 

 관리비를 체크하려고 내려가서 우편함을 열었는데.... 우편함엔 이상한 책이 끼워져 있었다...

 

 

 "...제인에어?..."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작가님의 책인가? 제인에어가 그보다 이렇게 두꺼웠던가...?

 

 

 사이엔 봉투가 끼워져 있었다.. 봉투안에 자그락 거리는 게 들어 있어서 살짝 열어 들여다보니.....

 

 

 

 

 .......

 

 

 귀걸이였다.

 

 

 빨간 루비가 박혀있는 귀걸이, 여전히 그 폭풍같은 와중에도 작가님 귀에서 여전히 붉은 빛을 흘리고 있던

 

 

 그 귀걸이였다...

 

 

 

 ...........

 

 

 

 나는 봉투를 닫고서 이 책이 누가 준 건지를 알수 있었다... 결국 그렇게 하셨구나-......

 

 결국 이러실수 밖에 없으셨구나- 나도 모르게 약간의 실망을 하곤 곧 맘을 고쳐 먹는다.

 

 

 

 아니.. 당연한거다- 이건 작가님이 결심하신 대로 된 거니까.....

 

 

 

 내가 맘에드는 결말이 아니라고 어쩔수 있는게 아니니까....물론 그 시기는 작가님의 결정처럼 우아하거나

 

 조금이라도 배려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별에서 과연 우아할수나 있었을까- 작가님도 아마

 

 하민씨가 살아 계셨다면 그렇게 보내고 계속 그리워나 하시면서... 뻔한 시간이 가셨었겠지-

 

 당장은 하민씨의 죽음 때문에 하임씨에 대한 이별을 작가님은 수순처럼 한꺼번에 받아 들이셨다.

 

 물론 한꺼번이라 타격은 몇배였지만-..... 못 받아들이고 지지 부진한 슬픔을 반복하고 계시진 않았으니까...

 

 한사람이라도 빠져나갈수 있는 거라면....

 

 

 

 강비서는 잠시 망설였다. 이걸 드리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이 책은 작가님의 손에 놓여있길 기대하면서

 

 아마 하임씨가 이곳에 넣어 두셨겠지... 나는 책을 조심스레 챙겼다.

 

 

 " 이렇게 되는게... 결국 맞는 거였을까....."

 

 

 

 내 중얼거림이 차가운 복도로 번졌다... 나는 전활 걸었다. 그토록 걸리고도 또 이 짓을 하는걸 알면

 

 작가님이 더 화가 나실지도 몰랐지만 궁금해서라기 보다 작가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릴 한 방법인걸 생각해서였다.

 

 하임씨의 근황을 알긴 알아야 했다. 모든일이 잘 된다면- .... 작가님의 기대대로 된다면 그 남자가 작가님의 자리를 대신할까..

 

 자신이 짧게 알아온 장하임이란 여자분은 심지가 곧고-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혹시라도 조금은 기댈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작가님을 다시 붙잡을수도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 사랑은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니었겠지... 그날의 충격에 찬 목소리가 여전한데.. 그걸 어떻게 쉽게 잊을수 있겠는가....

 

 모든 운명은 작가님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작가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정확하게 알수 없는것이 더 불안하고

 

 슬펐다. 그 모든 일을 잊을수 없을텐데.... 작가님은 왜 결국 경주로 향하려 하시는 걸까-....

 

 아무리 되짚어도 경주로 다시 가려는 작가님을 .... 강비서 자신은 이해할수 없었다..

 

 

 -

 

 

 

 

 현실감

 

 

 자다 깬걸까.. 아니면 나는 계속 이리 눈을 뜨고 있었을까.. 내가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던게 언제일까..

 

 숨을 쉬는 것도 깜빡하면 잊을만큼 나는 붕 떠 있었다. 지상에서 한 50미터쯤은.... 하릴없이 날리는 가을의 낙엽처럼.. 땅에 나를 지탱해줄만한 것은

 

 아무것도 남질 않았다. 좋지 않은 , 불행하기 그지 없는 자유였다.

 

 

 모든 상황에 현실감이 없었다... 믿기지 않는 장례식 후에 나는 몇시간이나 그 곳에 주저 앉아 있었다.

 

 울었다.

 

 울었던거 같다. 아무런 생각도 내가 뭘 할수 있는지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그곳은 깜깜한 절망이었다.

 

 그녀는 이제 어디에 가도 없었다... 내 품에 안겨 온, 눈 앞의 그 작은 통 안에 그녀가 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앞에 앉아서 몇분이고 그 상황을 내가 납득할 만큼 바라보고 , 사실에 무너지고

 

 다시 바라보고 무너지고를 반복하였다...

 

 어머니의 간섭도 아버지의 한숨도 - 현실같지 않을 만큼 내 안에서 멀어져 버렸다.

 

 

 강비서가 나한테 내내 붙어 있는건, 아마도 어머니의 지시라는 걸 나도 모르지 않았다. 그래 .. 차라리 감시라면 강비서가 나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보는것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나는 그들 앞에서 하민이를 뺏어가려고 했었을때

 

 

 

 머리를 바닥에다 내리쳐 피가 줄줄 흐르는 이마로 그들을 노려 보았었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물론 그 사람들의 죄가 아님을 스스로 잘 알면서도.... 원망스러웠다. 그저 모든것이..

 

  늘 완력으로 일을 해결해야 하시면 아버지는 그런 치들을 불러서 날 막고는 하셨다.

 

 

 그 사람들이라고 나를 보는게 뭐 좋겠는가... 자기들 입장에선 그냥 미친 사람에 불과할 텐데.....

 

 그들도 나를 두려워했다. 내 눈에 띄는 광기를 무서워했다. 하지만 나도 그들이 두렵긴 마찬가지였다..

 

 

 

 강비서는 내가 입을 연것만으로 안도한거 같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일어날수 있는 일은 모두 일어났다.. 아버지가

 

 수를 쓰시기 전에 나는 숨어버릴 요량이었다... 아주 깊숙한 곳으로 가 버리고 싶었다. 이제 나를 묶을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고통뿐인 자유, 그토록 갈망했었던 자유인데... 자유는 내게 소중한게 모두 사라져버린다는 의미라는걸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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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불안한 파동, 라스트 찬스 2017 / 7 / 27 25 0 18707   
183 눈물이 떨어지는 멜로 , 어울리지 않는 경쾌… 2017 / 7 / 27 17 0 18992   
182 나는 알고있다 , 하지만 너 조차도 알고 있다. 2017 / 7 / 27 19 0 19064   
181 부드러운 가면 속 숨겨왔던 사실, 벛꽃이 가… 2017 / 7 / 27 20 0 18966   
180 방아쇠에 손을 올리면서 , 남은 미련을 지우… 2017 / 7 / 27 19 0 18890   
179 한마디 한마디 , 잊지 않고 대답해주는 2017 / 7 / 27 18 0 18867   
178 내내 괴롭고 내내 그리워할 사람 2017 / 7 / 26 14 0 18260   
177 곱디 고운 노래가 끝날 즈음 2017 / 7 / 26 19 0 18492   
176 마치 우리는 , 평범한 연인들처럼 - 2017 / 7 / 26 13 0 18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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