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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D-day
작성일 : 22-03-05 12:35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7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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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심히 보니 종이나 나무도 아닌 플라스틱으로 된 판자였다. 교도소에서 전혀 볼 수도,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물건이었다. 카쟝의 계획에 존재하지 않던 그 판자가 10m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카쟝 내면의 호기심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을 만들 순 없었다.

 

 '저런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카쟝이 판자를 무시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그 플라스틱 판자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판자 내부에 풍선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중심부부터 부풀기 시작했다. 이내 꽃봉오리에서 꽃이 열리듯 판자가 열리며 3차원의 상자 형태를 갖추었다. 심지어 그 상자의 안에서는 정말로 풍선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저게 뭐야?"

 

 기이한 모습에 카쟝의 발길은 다시 멈췄다. 풍선은 상자에서 튀어나와 공중으로 떴다. 풍선의 크기는 끊임없이 불어났고 이윽고 상자보다 더 비대해졌다. 풍선 속에 상자를 넣을 수 있을 만큼 풍선이 커지자, 상자가 바닥에서 떨어졌다. 풍선과 상자 사이에 줄이 연결되어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풍선과 상자는 열기구의 모습을 하고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열기구잖아? 저게 왜 저기 있는 거지?"

 

 카쟝이 어리둥절하는 사이 그 열기구 앞에는 한 사람이 도착해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91312'였다.

 

 '저 사람은 또 왜 저기 서있고?'

 

 카쟝이 물음을 던지는 순간 그 덩치 큰 사내는 상자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무게로 인해 상자는 다시 땅과 부딪혔지만 이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난리를 치던 수감자 몇몇도 그제야 열기구를 발견하고는 상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몸을 던져 상자에 매달리려 했다. 하지만 '91312'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접근하는 이들을 양팔로 저지했고 그의 힘에 밀린 이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그 동안 상자는 어린아이의 키만큼 둥둥 떠 있었다. 한 번 떠오르기 시작한 열기구는 하늘을 향해 빠르게 치솟았다. 카쟝은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때 카쟝은 '91312'와 눈을 마주쳤다.

 

 까딱.

 

 

 '91312'가 카쟝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자기 쪽으로 오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카쟝은 그만의 계획을 실행하던 중이었다.

 

 '어쩌지?'

 

 그의 발은 갈피를 못 잡고 주춤거렸다. 카쟝이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열기구는 점점 높이 상승하고 있었다.

 

 상자가 카쟝의 머리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였다. 카쟝은 뭔가의 홀린 듯이 열기구를 향해 질주했다. 정확히는 '91312'의 손짓에 홀렸다. 카쟝이 열기구까지 다다랐을 때 상자는 카쟝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였다. 카쟝은 열기구를 목표로 있는 힘껏 도약했다. 남은 힘을 다해 팔을 길게 뻗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열기구는 카쟝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카쟝이 달려오는 동안에도 열기구는 가속도를 붙였다. 상자는 이미 카쟝의 팔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떠올라 있었다. 카쟝의 팔은 그저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텁.

 

 허우적거리던 카쟝의 팔을 잡은 건 '91312'의 오른손이었다. 그의 축구공만 한 손이 카쟝의 손목을 낚아챘다. 곧 카쟝은 큰 힘으로 당겨졌다. 그 덕분에 카쟝은 가까스로 상자 안에 들어갔다. 카쟝이 상자에서 다시 고개를 꺼냈을 때, 그의 시야로 교도소의 벽 너머가 보였다.

 

 탕-

 

 운동장의 난리 속에서 한 교도관이 열기구를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이 상자에 명중했지만 플라스틱은 뚫리지 않았다.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총격은 계속 이어졌다.

 

 탕- 탕-

 

 “사격 중지! 안에 교도관이 타고 있다!”

 

 카쟝의 복장을 발견한 교도관이 소리쳤다. 그 덕에 총격은 그쳤지만 교도관들은 열기구를 따라 움직였다. 카쟝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봤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판자도, 풍선도, 전부 꿈이 아니야.’

 

 카쟝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이대로 교도소를 탈출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카쟝은 곧 깨달았다. 그가 타고 있는 열기구에는 모터는커녕 단순한 추진체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상자에 풍선이 달려 있는 게 전부였다. 그들은 하염없이 하늘로 올라가고만 있었다. 카쟝은 묵묵히 밖을 내다보는 '91312'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죄송한데요. 이건 하늘로만 뜨나요? 이런 식이면 멀리 도망치지도 못하고 이 주변에서 도로 잡히겠는데요?"

 

 역시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답을 기대한 카쟝이 잘못이었다. '91312'의 묵묵부답 앞에서 카쟝은 후회가 몰려왔다.

 

 '그냥 무시하고 계획이나 진행할걸.'

 

 카쟝이 힘 풀린 눈동자로 '91312'를 쳐다보니 그는 고개를 돌려 기구의 뒤편을 지긋이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뒤에 뭐가 있나?'

 

 카쟝은 그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교도소 뒤편 절벽에서 무언가 날아오고 있었다.

 

 “새?”

 

 모양새로 봤을 때 저번에 운동장에서 목격했던 커다란 새 같았다. 새 2마리가 열기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카쟝은 '91312'와 함께 그 독수리로 추정되는 새를 응시했다. 2마리의 새가 점점 가까워지며 그 형체가 점차 선명해졌다.

 

 "새가 아니잖아!"

 

 두 비행물체는 새가 아닌 행글라이더였다. 행글라이더 2대가 열기구를 향해 고속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행글라이더에는 사람이 각각 1명씩 탑승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얼굴이 보일 쯤, 행글라이더는 좌우로 거리를 확 벌렸다. 잠시 후 열기구가 45도 꺾였다.

 

 "뭐, 뭐야?"

 

 카쟝은 너무 놀라 바닥으로 몸을 낮추었다. 그 사이 열기구는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카쟝은 상자를 꽉 잡고 고개를 올렸다. 열기구를 띄우던 풍선 밑에 밧줄이 걸려있었다. 그 밧줄을 따라가 보니 좌우 행글라이더와 연결되어있었다. 행글라이더 2대 사이로 밧줄이 이어졌고, 그 밧줄 중간에 열기구가 걸려 강제로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열기구는 어느새 새던 교도소로부터 멀리 벗어나고 있었다.

 

 카쟝이 새던 교도소를 보는 동안 상자가 또 한 번 휘청거렸다. '91312'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탓이었다. 카쟝은 너무 놀라 그의 바지춤을 잡았다.

 

 "왜, 왜 위험하게 움직이세요?"

 

 '91312'는 아랑곳하지 않고 풍선의 밑 부분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상자가 출렁거렸기에 카쟝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잠자코 엎드려있었다. '91312'는 풍선 아래에 위치한 조그마한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열자 그 구멍으로부터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91312'는 풍선 바로 하단부의 줄을 잡고 버티기 시작했다. 그렇게 풍선의 바람도 빠지고, 행글라이더도 하강을 시작하면서 '91312'와 카쟝도 지상과 점차 가까워졌다.

 

 그런 그들의 눈앞에 넓은 강이 나타났다. 새던 교도소를 휘감아 돌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강이었다. 행글라이더와 열기구는 그 강길을 따라 시원하게 활강했다. 햇빛을 받은 강물이 찬란하게 빛나고 청량한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카쟝은 강바람이 뺨에 닿자 비로소 해방감을 느꼈다. 길게 이어지는 강물을 보고 있자니 숨이 탁 트였다.

 

 강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 보니 저 앞으로 긴 다리 하나가 등장했다. 산과 산을 연결하는 다리로, 그 위에는 기찻길이 놓여있었다.

 

 빠앙-

 

 저 멀리에서 기차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카쟝의 열기구도 또 한 번 요동쳤다. 행글라이더가 방향을 틀어 우회했다. 카쟝은 '91312'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91312'는 카쟝을 힐끔 쳐다보고는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끝에는 기차가 있었다.

 

 “기차요?”

 

 기차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질주하고 있었다. 잠시 후 기차가 강 위를 건너기 시작하자 행글라이더가 반대로 방향을 꺾었다. 그들은 기차와의 거리를 신속하게 좁혔다. 이윽고 두 행글라이더는 기차를 경호하듯 기차의 양옆을 평행하게 비행했다. 자연스레 열기구는 기차 바로 위까지 접근했다.

 

 행글라이더가 고도를 낮추자 열기구는 기차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두 행글라이더는 기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활강했고 이제 카쟝의 시야로 기차의 천장이 보였다. 요동치는 강물, 그 강물 위에 세워진 다리, 그 다리를 지나는 기차, 그리고 그 기차 위를 날고 있는 열기구.

 

 이제 열기구와 기차 사이의 간격이 1m도 되지 않았다. 그 순간 '91312'는 자신의 손을 놓았다. 바람 빠진 풍선이 밧줄로부터 풀리며 열기구는 기차 위로 안착했다.

 

 탁.

 

 임무를 완수한 두 행글라이더는 기차에서 멀어지며 각자의 비행을 이어갔다.

 

 스윽.

 

 '91312'는 먼저 상자에서 나왔다. 그는 천장을 타고 뒤쪽으로 걸었다. 그가 가는 길 끝에는 기차 칸마다 설치된 사다리가 있었다. 그는 그 사다리를 타고 출입문으로 내려갔다. 카쟝도 부랴부랴 그의 뒤를 쫓아갔다.

 

 '91312'는 그들이 내려왔던 칸의 문을 열었고 뒤따르던 카쟝도 그 문으로 입장했다. 카쟝은 기차 내부를 보고 자신들이 내린 칸이 짐칸이었음을 깨달았다. '91312'가 짐칸으로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인사가 들려왔다.

 

 "형 그동안 고생 많았어."

 "많이 피곤할 텐데 푹 쉬어.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아직 2시간 정도 남았어."

 

 목소리로 보아 두 사람이 '91312'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의 예상과 달리 '91312'의 뒤에서 예상치 못한 카쟝이 등장하자 인사가 중단되었다.

 

 “저 사람 뭐야? 교도관을 끌고 오면 어떡해?”

 

 카쟝의 복장을 보고 교도관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카쟝의 눈동자로 잔뜩 긴장한 두 얼굴이 맺혔다. 바로 앞에 있던 남성은 카쟝과 비슷한 체격에 곱상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그 뒤로 한 남자가 더 보였는데, 그는 왜소한 체격에 앳된 얼굴, 언뜻 보면 중학생 같았지만 학생은 아닌 듯했다. 카쟝은 얼어버린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는 교도관이 아니라..."

 "친구다."

 

 카쟝은 깜짝 놀랐다. '91312'가 말을 한 것이었다.

 

 “복장은 신경 쓰지 마라. 교도관은 아니니까.”

 

 카쟝은 그의 목소리에 입과 눈이 동시에 벌어졌다.

 

 "말을 할 수 있었어요?"

 "응. 그동안 굳이 입을 열 필요성을 못 느꼈을 뿐."

 

 그 순간 카쟝의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동시에 카쟝의 목으로 날카로운 냉기가 느껴졌다. 칼이었다.

 

 “이 새끼 뭐야?”

 

 카쟝은 눈동자만 돌려 곁눈질했다. 카쟝의 뒤로 두 사람이 더 있었다. 그들은 방금 짐칸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점프슈트를 입은 것으로 보아 방금 전까지 행글라이더를 조종하던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카쟝에게 칼을 들이댄 남자는 '91312'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근육질의 소유자였다. 그 뒤에 들어오던 사내는 카쟝보다 큰 키에 뾰족한 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둘은 카쟝을 매섭게 노려봤다. 카쟝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곧장 칼에 힘이 들어갈 것 같았다.

 

 “이 교도관, 우리의 얼굴을 봤어. 어쩌지?”

 

 뾰족한 턱의 사나이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죽이자’라는 의미였다. 그때 '91312'가 카쟝의 앞을 막아섰다.

 

 “이 사람은 적이 아니다. 내 친구야.”

 

 '91312'와 함께 앳된 남성이 나섰다.

 

 “그 옷은 그냥 입은 거래. 대구치 형이 친구라고 한 사람이니까, 일단 지켜보자.”

 

 두 사람의 회유에도 목에 느껴지는 단도는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이 사람, 우리 전부의 얼굴도 봤어. 근데 우리는 이 사람에 대해 아무 정보도 없어. 딱히 쓸모도 없는 사람 같은데 이대로 뒀다간 나중에 해가 될 거야.”

 “일단 칼부터 내려놓고 얘기해. 어차피 이 사람은 무방비 상태야.”

 

 그제야 칼을 든 손이 서서히 내려갔다. 하지만 근육질 사내는 경계의 날을 더욱 세웠다. 뾰족한 턱의 사내도 의심의 눈초리로 카쟝을 노려봤다.

 

 "이 사람 얼굴이 이상한데?"

 

 '아차!'

 

 카쟝의 마스크가 살짝 비뚤어져 있었다. 방금 전, 근육질의 사내가 카쟝에게 칼을 대는 동안 마스크를 당긴 탓이었다.

 

 “아무리 봐도 의심스러워. 우린 지금 갈 길이 멀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해야 해.”

 

 그는 카쟝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카쟝은 머리를 굴렸다.

 

 ‘나보다 덩치 좋은 사람만 3명.’

 

 이대로 정면승부를 벌였다간 죽음을 면치 못했다. 카쟝은 이 험악한 분위기를 뒤집어야 했다.

 

 ‘이걸 어쩌지?’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재빨리 벗었다. 짐칸에 있던 사람 전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장 놀란 사람은 카쟝을 매일 봐왔던 '91312'이었다.

 

 “이게, 어떻게?”

 

 짐칸은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곱상한 사내가 웃었다.

 

 “너, 우리랑 같은 부류구나?”

 

 경계심이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잘 풀린 듯했다.

 

 “너 도둑이야? 아니면 사기꾼이지?”

 “당신 정체가 뭐야?”

 “정체를 안 밝히면 죽여 버리겠어.”

 “죽이지는 말자니까.”

 

 카쟝은 질문의 폭포 속에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강일호입니다.”

 “강일호?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다섯 남자 모두 카쟝의 맨얼굴을 보며 명장제약의 사장을 떠올리지는 못했다. 곱상한 청년이 나머지 사람에게 말했다. 말하는 태도나 어조로 보아 그가 이 모임의 리더인 듯했다.

 

 “일단 이 자는 살려주자. 대신에,”

 

 그는 카쟝을 똑바로 쳐다봤다. 키도 똑같아서 그의 눈빛이 더욱 뾰족하게 느껴졌다.

 

 “우리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이 자를 포박해야겠어.”

 

 왜소한 사내가 카쟝의 뒤편에 서 있던 이들에게 테이프를 던졌다. 테이프를 받은 이들은 카쟝의 팔부터 칭칭 감았다. 카쟝이 잡혀서 테이프로 묶이는 사이 곱상한 사내가 질문을 던졌다.

 

 "이제 질문에 사실만을 말해. 네 목숨은 우리 손에 달렸으니까."

 "네, 선생님. 당연하죠."

 "변장까지 하면서 교도소에는 왜 들어가 있던 거야?"

 

 카쟝이 어떻게 답할지 고민하는 사이 그의 목으로 차가운 칼이 느껴졌다. 뾰족한 턱의 사내가 칼을 대고 있었다.

 

 “어, 선생님 잠시만요. 대답할게요. 대신 들어갔어요. 원래 계셨던 분을 대신해서 들어갔어요.”

 

 칼을 들이미니 카쟝의 입에서 존칭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대신 들어갔다? 어떻게?”

 

 카쟝은 자신이 처음 교도소를 찾아가 의사를 만난 이야기부터 진료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제 발로 수용실로 들어간 이야기, 마지막으로 '91312'과 있었던 에피소드까지 꺼냈다. '91312'과의 에피소드는 생명을 구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그 사람이 뭔데 네가 대신 들어갔던 거야?”

 “돈, 돈이요. 돈을 줬어요!”

 

 그때 근육질의 사내가 포박을 중단했다.

 

 “아, 테이프 다 썼네. 아직 다리도 두 번 밖에 못 감았는데.”

 “그 정도면 도망치지 못할 것 같으니 됐어.”

 

 옆으로 누워있는 카쟝의 앞으로 곱상한 청년이 쭈그려 앉았다.

 

 “변장은 당신이 직접 한 거야?”

 “예. 선생님.”

 “...그렇다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어.”

 

 카쟝은 그의 어조에서 죽을 위기는 모면했음을 직감했다.

 

 

 ***

 

 

 흑사단은 더 이상 학목 바이러스로 골머리를 썩힐 필요가 없었다.

 

 "치료제는 충분히 배포되고 있겠지?"

 "예. 이미 흑사단 전원에게 나눠준 상태입니다. 그리고 입단을 희망하는 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흑사단은 원래의 단단했던 모습을 점차 되찾아갔다. 경찰서에서 구출해온 흑사단원들도 흑사단 재건에 일조했다. 게다가 흑사가 경찰서까지 쳐들어가 자신의 부하들을 구했다는 소문이 달구 전역에 퍼지고 있었다. 그 소문은 흑사단의 이미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줬고, 흑사단에 입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왔다.

 

 "흑사님은 자기 부하를 위해 경찰까지 무찔러서 들어갔대."

 "경찰들도 흑사님을 보고 벌벌 떨었다지?"

 "흑사단에 들어가면 무서울 게 없겠어."

 

 경찰이 들이닥친 대도 끄떡없을 것 같은 흑사단의 위용에 달구 시민들은 하나둘 흑사단을 우러러봤다.

 

 청사는 오늘도 그와 관련된 소식을 가지고 흑사를 찾아왔다.

 

 "흑사 님, 오늘 낮에 구월단과 큐식스그룹이 흑사단에 들어오고 싶다고 연락했습니다."

 

 오늘도 두 도적단이 입단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두 그룹은 몇 명이나 되지?"

 "각각 832명, 508명입니다. 특히 큐식스그룹은 숫자는 적지만 원래 유도부에서 시작한 집단이라 힘 좀 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달구의 다른 도적단들도 백기를 들고 흑사단을 찾아오고 있었다. 이제 흑사단은 나머지 도적단끼리 힘을 뭉친다고 하더라도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흑사단이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든 직후에 동맹을 맺고 싶다며 접촉을 시도하는 도적단들도 있었다. 하지만 흑사단은 동맹 제안은 철저히 거절했다. 흑사는 "주제 넘는 녀석들."이라고 하며 자기의 밑으로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면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다. 흑사단은 아쉬울 게 전혀 없었다. 자기의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면 적대관계가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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