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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8. 잠입(4)
작성일 : 19-10-29 20:29     조회 : 61     추천 : 0     분량 : 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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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즈 수도원의 습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건, 3일이 지나고 난 뒤였다.

  결국 수도원의 방위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물론 예상은 되는 것들은 있지만, 구체적인 배치 상황은 몰랐다. 게다가 라나가 알지 못하는 신형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건물에 구조에 대한 것은 파악이 되었다. 물론 얻은 자료는 대다수 1, 2세기 전의 것들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인 만큼 구조의 변화가 쉽지 않을 테니, 많은 차이가 없을 거라 예상됐다. 문제는 지하 3층부터 지상 4층까지의 건물에서, 라나가 찾는 것들이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작전을 완료한 뒤 탈출 루트의 확보였다. 수도원으로부터 평방 5, 6킬로미터 이내에는 온통 꽃밭이 펼쳐진 평원이었다.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이 구간을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리소문없이 침입하여 들키지 않고 빠져나오는 것이 이상적이긴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는 건 확실했다. 수도원 내부에서도 전투가 벌어질 테고, 그 소란에 인근 군부대에서 출동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들이 도착하는 것도 약 3, 40분 이내.

  하지만 어째선지 라나는 굉장히 자신이 있어 보였다. 그녀의 동료들도 일단은 그 자신감을 믿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보스. 내가 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얘긴데 말이야."

 "응? 뭔데 바비."

 "나이가 들면 무릎과 허리 건강을 조심해야 한댔어."

 "잔말 말고 걸어."

 

  허리 높이밖에 되지 않는 좁은 하수구 통로를 지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솔즈 수도원이 언덕 위에 지어져 있는 것은, 정말로 사방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인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 수도원은 지하 3층까지 되는 깊은 지하실을 만들 목적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지하 3층까지 연결된 하수도가, 인근 하천까지 이어지려면 그런 높이가 필요한 게 당연했다. 문제는 그 하천까지의 길이가 1킬로는 족히 되었단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거리를 쭈그린 자세로 8명의 남녀가 계속 걷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과거엔 어땠을진 몰라도, 현대의 환경법상 오폐수를 직접 하천에다 흘려보내는 건 불법이었다. 물론 하수도에 악취가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곳에 흐르는 물에 분뇨가 섞여 있지는 않아, 죽을 정도의 악취는 아니었다.

 

 "씨발. 나이 먹고 이게 뭔 고생이야."

 "아직 50은 안 넘었잖아. 다 와 가니까 떠들 힘이 있으면 그냥 걸어, 롭."

 "이게 걷는 거냐? 기는 거지."

 

  라나의 뒤에서 걷던 롭이라는 남자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라나 말대로 계속 걷는 것 말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행히 그로부터 5분도 채 되기 전에 목적지에 다다랐다. 정면을 비추던 플래시의 빛에, 위로 오르는 사다리가 하나 보였다.

  앞장서서 가던 밥이 가장 먼저 사다리 위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사다리를 오르자 주철로 만들어진 묵직한 맨홀 뚜껑이 그의 앞을 막았다.

  밥은 일단 그 앞에서 멈추고, 조용히 주변의 소리 등에 귀를 기울였다. 어차피 하수도의 구조상 위의 소리가 울려 크게 들리긴 하지만, 혹시나 모를 때를 대비해 위쪽의 인기척을 살폈다.

 

 "좋아. 위쪽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밥은 아래에 있는 라나를 향해 말하곤, 그의 커다란 몸으로 100킬로가 넘는 맨홀 뚜껑을 밀기 시작했다. 뚜껑은 금세 들썩이더니, 조금씩 옆으로 밀려가기 시작했다.

  출입구 사이로 몸을 들이밀며 밥의 거구가 튀어나왔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아마도 수도원의 지하 3층에 위치한 어딘가. 밥이 주변을 플래시를 비추며 둘러봤지만, 주변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 넓고 빈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그을리고 부서지고 한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여긴, 개발된 에테르 장치의 테스트를 하는 장소가 아닌가 싶었다.

 

 "아무래도 역시 연구시설은 지하에 집중되어 있나 보네."

 

  뒤따라 올라온 라나가 도착한 장소를 둘러보며 말했다. 제법 나쁘진 않은 징조였다. 잘하면 굳이 지상층까지 모두 뒤져볼 필요 없이, 지하층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몰랐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곳 지하 3층에서 목표물을 탈취하고, 들어왔던 하수구를 통해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순탄하게만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런 식으로 허술했다면 진작이 이곳이 털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 다시 한번 작전에 관해 설명할게. 밥의 팀은 여기 지하 3층을 탐색하고, 우리는 지하 2층을 탐색한다. 그리고 지하 1층은 다시 재합류해서 탐색을 진행할 거야. 만일, 거기에도 목표물이 없고, 아직 적에게 들키지 않은 상황이라면, 목표를 포기하고 초기 진입지점을 이용해 탈출. 모두 알아들었지?"

 

  라나의 말대로 4명씩 두 팀으로 쪼개졌다. 미리 확보했던 도면은 이미 머릿속에 있었기에, 라나와 밥 두 사람은 빠르게 현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나의 팀은 우선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잠시만 대기."

 

  계단실에 다다르기 전, 뒤따르던 일행에게 대기시키고, 플래시를 끄고서 계단실로 향하는 문으로 조용히 접근했다.

  근방에는 특별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늦은 밤에 이 지하실까지 순찰하는 인원은 없는 것 같았다. 라나는 슬며시 계단실 안쪽을 들여다봤다. 어둠 속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 어둠 속에서 생겨난 한 쌍의 붉은빛에 라나는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려 숨어야 했다.

  라나가 있던 자리를 광선 하나가 굉장한 기세로 훑고 지나갔다. 광선이 지나간 자리는 바닥의 화강암이 새빨갛게 녹으면서 자국을 남겼다. 저 돌이 녹는데 몇 도의 온도가 필요한지 지식이 없더라도, 저 광선에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라나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간 안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제야 일행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역시나 계단마다 가고일이 배치된 것 같아."

 "그럼 어쩌려고, 대장?"

 "당연히 돌파해야지."

 

  라나를 뒤따르던 한 동료가 조금은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녀가 이끄는 자유혁명군 대다수가 대륙 전쟁의 참전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젊은 날을 희생했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가지고서, 반기를 든 것이 그들이었다. 그 때문에 당시 전쟁에서 활약했던 것들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가고일. 그것은 대표적인 수도원의 방위시스템 중 하나였다. 평소에는 평범한 용머리 동상으로 보이지만, 그 실체는 침입자들에게 무시무시한 광선을 내뿜는 방위 병기였다. 전쟁 당시에는 주요 거점이나 시설 방위목적으로 배치되어 그 위용을 떨친 바 있었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인 성능을 발휘한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이 세상엔 점령되지 않는 요새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문제는 지금 라나들은 들키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저것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소란을 일으킬 게 뻔했다.

 

 "슬슬 시작되어야 할텐데."

 

  라나는 웃으면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평소의 장난기를 넘어 조금은 사악하다는 생각이 들인지도 모를 얼굴이었다.

 

 "뭔 소리지?"

 

  일행 중 한 명이 불안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며, 소총을 바로잡았다. 갑자기 위에서부터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발각된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만, 그 소리는 한 참 위에서만 들려오기만 할 뿐, 소리의 근원이 아래로 내려오는 일이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할까?"

 

  마치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웃음이었다.

  라나는 허리춤에 달고 있던 작은 해머 하나를 왼손에 꼭 쥐었다. 그녀는 전혀 망설임 없이, 계단실로 향하는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녀의 움직임을 포착한 용머리 동상이 머리를 치켜들며 입을 벌렸다. 붉게 빛나던 두 눈의 광채가 더욱 밝아져 가는 것이 보였다.

  라나는 전혀 지체하지 않고 가고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벌린 입 사이를 노리고서, 손에 든 망치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까앙! 까강! 깡!

 

  대장장이가 망치질하듯 신나게 몇 차례 두들기자, 가고일의 아래턱 부분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리고 입에서 한 번 섬광이 번쩍하더니, 이내 가고일의 붉게 빛나던 두 눈의 빛이 꺼져버리고 말았다.

 

 "후! 이런 건 바비가 제격인데."

 "대장. 이렇게 소란 피워도 괜찮아?"

 "괜찮아. 위에서 이미 소란스러우니까, 아래에서 이 정도 일이 일어나는 건 모를 거야."

 

  라나가 어이없어하는 동료를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어딜 봐도 이미 이것은 잠입이 아니게 된 것 같았다. 어떤 의미론 그녀가 제정신이 아니란 동료들도 건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들로선 제대로 상상이 가지 않았다.

 

 "뭐 그래도 언젠가는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눈치챌지도 모르니까, 가능한 한 빠르게 움직이자."

 "대체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그냥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우리에 대해선 눈치 못 채게 만들었지."

 

  라나는 그저 짓굳게 웃으면서, 여전히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나름 정확한 표현이긴 했다. 단지 어느 누구도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을 뿐.

 

 "애초에 우리 목적은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빠져나갈 때까지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라고?"

 

  라나가 구체적으로 어떤 작전을 세워놓았는지 모르던 일행들은, 그저 어리둥절해가며 그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라나의 말대로 지상은 소리만 들어도 굉장히 분주해 보였다. 덕분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알아챌 여유는 없어 보였다.

  혹시나 양동작전이라도 준비해놓은 걸까? 하지만 그랬다간 금방 군부대가 출동하고 만다. 그랬다간 하수구 출구까지 1킬로는 떨어져 있다 해도, 그곳에서 다시 안전한 장소까지 이동하기까지 어려움이 생길지도 몰랐다. 애초에 이 작전은 어떤 식으로든 수도원이 습격을 받고 있다고 눈치를 채게 해선 안 됐다.

 

 "뭣들 해? 계속 움직여야지."

 "어? 응. 알았어."

 

  무슨 일인인지는 몰라도 라나의 일행들은 지하 2층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향했다. 당연히 지하 2층의 계단실에도 가고일이 있었지만,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신나게 두들겨져서 무력화됐다.

 

 "아, 씨. 지금 생각하니 바비랑 순서를 바꿀 걸 그랬네."

 

  아무래도 힘쓰는 일은 역시나 밥이 적합했다. 라나는 익숙지 않은 손으로 신나게 해머를 휘두르느라, 씩씩대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물론 이 방법은 단순히 힘 만일 아니라, 가고일이 목표를 확인하고 공격할 때까지의 짧은 텀 안에 무력화시키는 순발력도 중요했다. 그리고 저것의 구조를 대략 알고서, 취약지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였다.

 

 "좋아. 일단 여기는 아무래도 지하 3층보단 위에서 눈치채기 쉬울 테니, 가능한 한 신중하게 움직이자. 혹시나 총을 쏴야 할 상황이 벌어져도, 한 번은 다시 생각해보고 쏴."

 

  라나는 일행들에게 재차 당부하며, 계단실 문을 열고서 지하 2층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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