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왕(眞王) 영조 왕요 때부터 시작 된 기술의 발달과 미국의 기술 원조에 의해 기공술뿐만 아니라 기갑병단의 활성화 및 강력한 화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장 이름이 알려진 부대로는 전방의 이순신 장군님의 철갑기갑대(鐵甲機甲隊). 이동전술대포격(移動戰術大砲擊)이 자랑인 부대가 있고, 그리고! 척준경 장군님의 흑색강습부대(黑色強襲部隊). 중장갑(重裝甲) 기갑기동부대(機甲機動部隊)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밖에 첨단과학기술이 합쳐진 전술부대가 있다. 전술로봇의 등장과 외골격 로봇인 엑소슈트. 뇌파탐지 슈트인 웨어러블 로봇 등이 상용화 준비가 되면서 새로운 전술체제로 양상 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지금 원거리 공격을 주력으로 삼는 학생들은 그쪽 분야도 잘 알아두도록. 더 강력한 화력으로 괴수를 처치할 수 있을 테니.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괴수들이지만 우리 또한 강해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현재 군사기술...”
원거리 주력의 학생들, 현재 유신의 반뿐만 아니라 이번에 전방을 파견 나갔던 다수의 학생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근래에 처음 겪는 초유의 사태라 나라에서 비상이 걸렸다. 그것은 화랑사관학교도 직격으로 맞았기에 마찬가지이다.
원래 유신은 8반. 정식 명칭은 화랑 1구역 1동 8반. 간략하게 1-1-8이라고도 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내는 곳이다 보니 구역과 동으로 나누어 판별하게 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많은 학생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몇몇의 반이 대통합되었다. 원래 근접전, 간접전의 학생들이 따로 나뉘어 배우지만 이번에 대통합으로 다 같이 배우는 사태가 이뤄졌다. 하지만 배우는 방식은 훈련만 따로 받을 뿐 교양이나 필수과목은 같이 배우는 정도다.
이번에 원거리전 전문인 학생들이 많이 사망한 이유는 복사같은 괴인 때문이다. 당시 장연창이 빠르게 대처하고 원군이 제때 와서 다행이었기 망정이지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금 유신은 없는 거나 같기 때문이다. 3개의 반이 통합 되었는데 유신이 있는 반과 근접전 전문인 무투계 반 하나와 원거리전 전문인 원호(援護)계열 한 반이 합쳐졌다.
참고로 이 두 반은 전방 서부와 중서부로 대규모 파견했던 반들 중 하나로 유신이 파견 가서 했던 방식으로 접전지가 아닌 소수로 전투가 일어나는 곳에 갔다가 제대로 기습을 당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복사같은 고관대면의 괴인이 1-2명 더 나타났다고 하니 그 피해는 더욱 컸다고 들었다.
대괴수전에서 원거리로 전투를 하는 괴수는 극히 드물다. 원소계나 특수계열 말고는 전부 근접전인데 이번에 황건적에서 원거리 괴수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나라에서 국가공훈이라는 타이틀을 걸어 명예와 나라의 혜택을 준다는 홍보로 많은 사람들은 군인으로 만들어 전방의 병사를 채우는 일도 했다.
유신은 새로운 사람들과 그저 서먹서먹하게 지내며 방학을 맞게 되었다.
“하하하 유신아 반갑다 반가워. 잘 지냈어?”
“형 오랜만이에요.”
평일 아침 일찍 간만에 찾아온 유신의 집에 찾아온 윤후를 보며 유신은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다. 한달에 한번 볼까 말까하는 형이라 그런지 이렇게 보게 되면 기쁜 마음을 주체를 못했다.
“이번에 큰일 겪었다면서 괜찮아?”
“응. 괜찮아. 좀 위험했던 경험이지만 이렇게 살아있으니 된 거지.”
“아니지. 죽을 뻔했다는 건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해. 너의 목숨은 단지 너 하나로 끝나는 건 아닌 걸 알자나. 살아서 비밀을 파헤쳐야지. 안 그래?”
“알았어. 잊지 않고 주의할게. 형.”
“그래그래.”
“낼 묘향산. 알지?”
“응. 준비는 다 끝났어.”
지난번에 말했던 묘향산 여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윤후는 방학 기간에 맞춰 유신을 찾아왔다. 유신은 간단한 준비를 했고 윤후와 같이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 기(氣)가 왜 이렇게 불안정하냐? 먼 일 있었어?”
“아... 그 때 파견갔을 때인데. ---”
유신은 그때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윤후는 유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법민이 황룡단(黃龍團)이라는 가문의 영약도 줬어. 그거 먹고 많이 괜찮아진 것 같은데. 형이 볼 때는 어때?.”
“난감한걸. 그거 쉽게 안 낳아질 거야. 과(過)하면 실(失) 한 것과 같아. 바로 제대로 조치했으면 모를까. 단전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지면 다시 자리 잡는데 어려움이 따라. 축기와 소모가 적절히 해야 단전이 용량이 늘어나고, 적당한 자극의 불균형은 더 굳건한 기둥을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 하지만 허(虛)할 정도로 기를 쏟아 부었다면 단전의 기능이 망가졌을 수도 있지. 그래서 아직도 회복을 못 할 수도 있어. 앉아 봐.”
유신은 윤후의 말을 듣고 굳은 얼굴로 앉았다. 윤후의 말은 앞으로 유신이 무인으로써 생명이 끝났다는 말을 선언 한 것과 같았다. 하지만 윤후는 곧 밝은 얼굴로 유신의 뒤에 앉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바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김윤후가 아니냐. 편안하게 있어 봐. 형이 도와줄게.”
“알았어. 형.”
윤후의 말에 유신은 가만히 가좌부를 틀어 앉았다. 그런 유신을 보며 어깨를 툭툭 치고는 유신의 명문혈에 손을 올려 놓았다.
스믈스믈.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기가 흘러들어왔다. 유신과 윤후는 기본적으로 같은 태극기공을 익히고 있다. 그래서 기의 충둘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었어 윤후의 기는 곧 유신의 단전에 이르렀다. 윤후는 유신의 단전이 생각보다 멀쩡하다는 것에 놀랐다. 자신이 생각할 때는 단전이 부분적으로 깨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의 양이 무척 적었다. 그래서 축기의 양을 늘려줄 겸 천천히 단전에 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
윤후의 기는 갑자기 썰물처럼 단전에서 빠져나갔다. 단전에서 기를 받질 못하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유신의 기가 불안정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단전 주변에 수상한 기막(氣膜)이 처져서 단전에 기를 넣어 줄 수도 살펴 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걸 건들자니 유신의 단전에 어떠한 무리가 갈지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나자니 불확실한 현상보다는 조금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단전에 둘러싼 막을 건드려 보았다. 마치 넌 무엇이냐? 하는 툭툭 건들었다. 이리저리 건드려 보고 걷어내려고 해보고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저 단전을 감쌀 뿐이었다.
윤후는 변화를 주었다. 명문혈. 그 지점은 하단전이다. 윤후은 다른 한 손으로 가만히 중단전인 영대혈에 손을 올려놓았다. 마치 이건 어떠냐? 하는 듯 이리저리 기를 움직이며 중단전을 어루만졌지만 하단전을 감싼 기운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목에 있는 맥인 천돌혈을 건들이자 갑자기 단전을 감싸던 수상한 기운들이 윤후의 기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윤후는 난데없이 덤벼드는 기에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우우웅...
양쪽의 기의 충돌이 점차 거세졌다. 윤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윤후의 내공은 결코 적지 않다. 본인의 기에 이렇게까지 충돌할 수 있나 싶었다. 넘실넘실 넘치는 기에 유신의 몸에서 갑작스러운 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잠시 뒤 내공을 불어 넣던 중 윤후는 다급히 기운을 거둬 들었다.
쿨럭. 주르륵...
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