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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58 그래 좋겠네 누구는
작성일 : 16-11-21 13:10     조회 : 62     추천 : 0     분량 : 7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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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윤아는 자신의 손 위에 대현의 손이 포개지자, 눈을 크게 뜨며 그 손을 보았다. 대현의 손은 자신의 손보다 훨씬 컸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엔 자신이 대현보다 손과 발, 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대현이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훨씬 컸다. 윤아는 또 한 번 눈을 깜빡였다.

 

 

  “소, 손은 왜 잡아?”

  “피곤해서.”

 

 

  ‘그게 뭐야. 이상해.’

 

 

  “하…….”

  “왜 한숨 쉬어?”

  “도지욱 오니까 좋더냐?”

  “그야, 좋지.”

  “그래. 어련하시겠어.”

 

 

  지욱이 발코니에 들어섰다. 윤아와 대현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윤아의 어깨에 대현의 재킷이 걸쳐진 게 눈에 띄었는데, 그 재킷 때문에 윤아와 대현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지욱이 윤아와 대현을 불렀다.

 

 

  “다 같이 사진 찍자고 모이래.”

 

 

  대현은 슬쩍 윤아의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주다가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윤아는 대현의 뒷모습을 보다가 그 뒤를 따랐다. 파티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몇 장의 단체 사진을 찍었다. 개개인의 사진이나 몇 명 모여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자가 방심하고 있는 윤아와 대현에게 포즈를 취하라고 일렀다. 윤아와 대현은 서로 마주보다가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남자는 사진을 찍자마자 별다른 말없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대현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남자를 바라봤다.

 

  지욱은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고, 외삼촌은 윤아와 대현을 태워 자신의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대현은 졸린 눈을 하고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대현의 핸드폰에서 문자 알림이 울렸다. 아까 파티장에서 윤아와 찍었던 사진과 단체 사진이었다. 대현은 사진을 저장할지 말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윤아와 찍었던 사진만 저장했다. 사진 속의 윤아는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자신의 표정은 놀란 표정이었다. 자신이 봐도 멍청하게 보였다. 대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화면을 껐다. 자신의 앞머리를 뒤로 쓸어내며 생각했다.

 

 

  ‘피곤하다.’

 

 

 -

 

 

  대현은 다른 파티쉐들이 만드는 디저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금씩 맛을 보고 있었다. 그 중 한 파티시엘의 슈를 먹자마자 오븐 팬에 던지듯 놓으며 말했다.

 

 

  “너 이걸 지금 슈라고 만든 거냐? 어? 슈 안에 공기층이 전혀 형성되지 않았잖아. 맛도 영 시원찮아. 너 이거 굽다가 오븐 열었냐?”

  “오븐 예열이 잘 안 된 것 같아서…….”

 

 

  대현은 잔소리 하는 것마저도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티시엘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지욱이 오븐 룸에 갔다 오다가 그 상황을 보게 되었는지, 다급하게 대현의 어깨를 잡았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오븐 문제였잖아.”

  “그럼 오븐의 상태를 미리 체크해 놓고 구웠어야지.”

 

  “이제 30분조차 남지 않았어. 굽는 것도 굽는 건데 빠나드(수분을 날리는 과정)는 어쩔 거야? 어느 세월에 이걸 만들어?”

  “슈를 굽는 건 20분 정도면 충분해. 빠나드라면 나한테 맡겨줘. 내가 도와줄게.”

 

 

  대현은 못 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에 얹은 지욱의 손을 내쳤다. 지욱은 어깨를 으쓱이곤 파티시엘에게 괜찮다며 다독여주었다. 파티시엘은 지욱과 윤아의 도움으로 런치 타임을 간신히 넘길 수 있었다. 하마터면 파티시엘의 포인트가 깎일 뻔 했다. 파티시엘은 도시락을 먹다 말고 지욱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지욱은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다 뭔가를 생각해 냈는지 사람들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까?”

  “스터디 그룹은 왜?”

 

 

  윤아의 질문에 지욱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모든 디저트를 완벽하게 할 순 없잖아. 서로의 취약한 부분을 잡아주면서 조언도 하고 대안을 생각해 내는 거야. 그럼 우린 좀 더 완성도 높은 디저트를 만들 수도 있고, 실수 때문에 포인트가 깎일 일도 없겠지? 그리고 매 시즌 마다 우리가 단결해서 프로젝트를 짜기도 하니까, 아무래도 스터디 그룹으로 모이면 좀 더 수월하게 프로젝트를 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윤아는 학교를 다녔을 적에 스터디 그룹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윤아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효린과 명수도 뒤를 이어 찬성 했고, 규동은 윤아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자신도 즐거워져 고개를 끄덕였다. 대현은 규동의 뒤를 놓칠 새라 ‘그러든지’라고 말했다. 리하는 의외로 적극적인 대현의 모습에 조심스레 자신도 하겠다고 말했다.

 

 

  “뭐……, 로제와인의 TOP들이 한다는데 나도 이참에 해볼까나.”

 

 

  이리하여 몇몇의 파티쉐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결성했다. 윤아는 서로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겠다고 말하는 파티쉐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생각했다.

 

 

  ‘사교성도 길러볼 겸 열심히 공부해야지. 대현이와 지욱이 오빠 사이도 은근 안 좋은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윤아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좋은 방안인 것 같아 싱긋 웃었다.

 

 

 -

 

 

  “지난 멜론 빙수 시즌 때 매출을 보면 이만큼이나 상승했다. 아직 이른 시기긴 하지만 요새는 계절 불문, 빙수를 즐겨먹는 사람이 많아.”

 

 

  대현의 말에 리하와 어울려 다니던 파티시엘이 말했다.

 

 

  “그럼 이번 시즌에도 빙수를 내놓으면 어떨까? 지난 번 멜론 빙수를 내놓을 때도 말했지만, 우리는 젤라또나 아이스크림에 관련된 디저트는 많지만 빙수가 없어. 음, 특히 빙수라고 하면 보편화된 게 팥빙수인데, 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이번엔 지욱이 말했다.

 

 

  “그렇지만 주스나 케이크가 아닌 이상, 사람들의 모든 입맛을 고려해 빙수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어. 빙수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그것을 하나하나 준비할 시간이 없어.”

 

 

  지욱이 제안한 스터디 그룹은 일주일에 두 세 번씩 폐관 시간이 되어서 이루어졌다. 이번 시즌에 내세울 프로젝트를 위해 파티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윤아는 뭔가를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전에 팥빙수는 어떻게 준비할 거야?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아니면 우리 중 하나가 팥빙수 코너에 붙어서 만들어줘?”

 

 

  지욱과 대현은 막연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메뉴를 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아의 질문이 당혹스러웠다. 다른 파티쉐들도 마찬가지였다. 윤아는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카페에 주문을 받는 것처럼 조리실에서 만들어 줘? 지욱이 오빠의 말을 들으면 방금처럼 하겠다는 말인 것 같은데, 일단. 우리가 현재 뷔페에서 파티쉐를 고용해서 실시간으로 준비해주는 건 마카롱 퐁뒤와 젤라또를 퍼주는 일을 하는 사람 한 명이야. 그런데 이미 그것만으로 해도 다른 파티쉐들이 그 파티쉐가 담당한 디저트를 만들기에 벅차. 따로 인원을 구하는 거 아니고서 우리 인원으로 충당해 만든다면 조리실의 인력이 부족해. 그렇다고 해서 빙수를 손님들이 직접 만들어 먹으라고 놔두기에는 분명 서툰 사람들이 많을 거야. 어린이들과 동반한 여성 고객분들이 많으니 더욱 어수선 할 거고. 거기다가 보통 얼음을 갈 동안 소음이 심하지 않아? 과연 사람들이 주위의 시선을 끌면서까지 디저트를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먹기가 민망하잖아. 나 같았으면 덜 민망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들이 많으니 그것을 선택했을 거야.”

 

  “소음이 문제라면 상관없을 것 같아. 최근에 나오는 빙수 기계를 보면 소음이 최소화된 기계가 많이 나오고 있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고.”

 

 

  지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라고 생각할 동안 대현은 지욱을 삐딱하게 쳐다보며 지적했다.

 

 

  “보편화된 입맛으로 빙수의 종류를 박하게 한정하면 뭐 하러 빙수를 만들어? 차라리 그럴 바에 안 만드는 게 속 편하지. 원래 없던 메뉴이니까. 사람들도 없는 대로 다른 디저트 먹다 가면 되는 거고. 그런데 우리는 프로고 여기는 뷔페야. 사람들의 갖가지 입맛을 고려하기 위해 수많은 파티쉐들이 힘쓰는 곳이 디저트 뷔페라고. 우리는 손님들을 만족하기 위해 어떻게든 고려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해.”

 

 

  “나도 대현이랑 같은 생각이야.”

 

 

  윤아의 동의에 지욱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꼬던 다리의 방향을 바꾸었다.

 

 

  “워낙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먹거나 빙수 전문점에서 시켜 먹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만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빙수도 뷔페식으로 가면 어떨까?”

  “빙수를 어떻게 뷔페식으로 차려? 얼음은 어쩌고?”

 

  “말 그대로 뷔페야. 얼음은 미리 갈아서 그걸 보관하는 기계를 빙수 그릇 옆에 놔두는 거야. 우리는 각종 과일이나 팥, 연유, 시럽 등 기호에 맞게 제공해주면 돼. 그러면 사람들이 망고 빙수든, 초코든, 미숫가루든, 기호에 맞게 선택해서 먹을 수 있잖아. 나름 고르는 재미도 있고. 아, 그리고 얼음 대신에 우유 얼린 걸로 했으면 좋겠어. 물은 밍밍하잖아. 과일도 다른 곳과는 조금 차별화 된, 혹은 색다른 과일을 생각해서 넣는 거야.”

 

 

  “가격 꽤 나가지 않을까.”

  “우리는 그것보다 더한 식재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우유쯤이야 그걸로 예산 초과가 되는 일은 없을 걸. 우리 입장료가 얼만데 그만한 값어치는 맞춰줘야지.”

 

 

  파티쉐들은 윤아의 방안을 끝으로 저마다 구체적인 계획과 재료들을 생각해내기 위해, 각자 종이와 볼펜을 배분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것을 적은 뒤 서로 고민을 하고 검토를 하는 등 원활하게 대화를 이루었다. 그 중심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하는 윤아가 있었다. 대현은 로제와인의 초기 때와 다르게 여러 사람과 어울려 있는 윤아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간간이 웃는 윤아를 보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대현은 턱을 괴고 볼펜을 돌리며, 계획안을 내려다보았다.

 

 

  -필요한 재료 :

 

 

  대현은 칸에다가 인절미와 연유, 초코시럽과 시리얼을 차례대로 적었다.

 

 

  ‘빙수 뷔페에 필요한 것.’

 

 

  그 뒤에 과일들을 쭉 나열하다가 멈췄다.

 

 

  ‘필요한 것이라……, 나한테 필요한 건.’

 

 

  그리고는 다시 손을 놀려 뭔가를 적었다. 일종의 낙서였다.

 

 

  -임윤아.

 

 

 -

 

 

  지욱은 여러 계획안을 종합해 정리해놓은 종이를 외삼촌에게 건넸다. 외삼촌은 안경을 끼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음, 나쁘지 않은 계획안이네. 2년 만에 로제와인에 복귀하느라 적응하기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수고 많았다. 네가 로제와인의 파티시에라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

  “하하,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요, 뭘. 조금 늦을 수도 있지만 몇 가지 검토를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한 8월 달쯤.”

 

 

  외삼촌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안경을 추켜세웠다.

 

 

  “음……, 그냥 이 상태로 바로 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이왕 하는 거니 확실하게 잡아놔야죠.”

  “그래. 그게 네 뜻이라면 얼마든지 상관없지. 하지만 너무 늦추진 마. 못해도 1일에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 지욱아, 오늘 저녁에 약속 잡은 거 있니?”

 

  “네. 오랜만에 윤아랑 얘기하면서 놀려고요.”

  “그래? 저녁 한 끼 같이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윤아랑 재밌게 놀아.”

 

 

  지욱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사장실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윤아, 잘 부탁해.”

 

 

  지욱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로제와인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윤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욱은 최대한 발걸음 소리를 줄이고 윤아의 뒤에 섰다. 두 손으로 윤아의 눈을 가렸다. 윤아는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찔거리다 말했다.

 

 

  “누, 누구야?”

 

 

  지욱은 문득 외삼촌의 말을 상기시켰다.

 

 

  “효린이야? 아님 규동이?”

 

 

  ‘윤아, 잘 부탁해.’

 

 

  “대현이가 이런 짓을 할 애는 아닌데…….”

  “나야.”

  “오빠였어? 정말 예전이나 지금이나 장난 하나는 변하지 않았네.”

  “어서 가자. 영화 시간 다 되어가.”

 

 

  그리고 지욱은 윤아와 대화를 나눌 때도, 영화 티켓을 살 때도,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몇 차례의 광고가 뜰 때도, 영화가 시작한지 사십 여 분이 지났을 때도, 외삼촌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래. 윤아가 그런 일을 당해서 가끔씩 윤아를 볼 때면 마음이 짠 해. 적어도 빵집 화재 사고가 없었더라면, 지금 쯤 윤아는 자신의 아빠와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뭐 지금도 뒤처진다고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연륜이란 건 무시할 수 없거든. 절대적인 로제와인의 TOP 1이 되어 있을 지도 몰랐지. 윤아의 아빠와 엄마도 어느 정도 그것을 인정하고 지금처럼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보지도 않았을 거고.’

 

 

  지욱은 영화 스크린을 보다말고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윤아는 그새 피로를 느끼고 졸고 있었다. 지욱은 자신의 어깨에 윤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기댔다.

 

 

  “마음고생……, 많이 했네. 윤아야.”

 

 

  ‘연락 한 번 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

 

 

  윤아는 지욱의 목소리에 깨어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 지욱은 윤아가 잠에서 깨어난 걸 모른 채 말을 이었고, 그 다음에 다시 영화 스크린에 시선을 돌렸다.

 

 

  “앞으로 더 고생하게 될 거야.”

 

 

  윤아는 지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눈을 감았다.

 

  지욱은 잠결인 윤아를 이끌고 자신의 차에 태웠다. 에어컨 바람을 약하게 틀고는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윤아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살짝 정리한 뒤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너 혹시 윤아한테 뭔 짓 했어?’

  ‘넌 내 얼굴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냐?’

  ‘아니, 했어? 안 했어?’

  ‘크게 별 짓 안 했는데?’

  ‘그래?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은, 윤아는 건들지 마.’

  ‘왜?’

  ‘윤아는 내가 아끼는 애야. 왜 그렇게 놀란 눈으로 봐?’

  ‘그야 네가 그렇게 특정 인물을 건들지 말라고 언급한 적은 없었으니까.’

  ‘여튼 그래. 건들지 마.’

 

 

  차에 시동을 걸었다. 천천히 외삼촌의 집으로 향했다. 윤아는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미안해. 너무 졸리는 바람에 얘기 한 번 제대로 못 나눴네…….”

  “괜찮아. 다음에 한 번 더 데이트 하면 되지.”

 

 

  윤아는 멀리 사라져가는 지욱의 차를 향해 손을 몇 번 흔들어주었다. 몇 번 눈을 깜빡이곤 대문을 열었다. 대현이 마당에 나와 멀뚱히 서 있었다. 대현은 윤아를 보자마자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넌 이 시간까지 어디에 있다 온 거냐?”

  “아, 지욱이 오빠랑 놀다 왔어.”

  “뭐?”

 

 

  대현이 한 쪽 눈썹을 찡그리다 말고 핀잔을 주었다.

 

 

  “그래. 좋겠네. 누구는 데이트도 하고.”

 

 

  윤아는 대현이 말하는 ‘누구’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인지, 지욱을 가리키는 것인지 몰랐다.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대현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때서부터였다. 윤아는 지욱과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고, 대현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가끔 대현을 쳐다보곤 했지만, 대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윤아와 대현은 자연스럽게 대화가 단절 되었고 멀어지는 감을 느꼈다. 몇몇의 파티쉐들은 지욱이 입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챙겨주었던 윤아와 대현에게 의문을 품었고, 그 의문의 상당수가 윤아에 대한 것이었다. 대현은 그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챘다. 자신은 그저 윤아의 심리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는데, 자칫 윤아가 욕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끔 지욱과 윤아가 얘기하다가 자신에게 대화를 걸어오면, 맞받아쳐 셋의 관계가 친근하다는 것을 은근슬쩍 보여주었다.

 

  파티쉐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아리송한 표정을 짓다가 서서히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규동 만큼은 그들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성격들이 의외로 맞았지만 뭔가가 미묘한 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윤아와 지욱의 사이에서도. 결국 규동은 쉬는 시간이 되어 윤아를 불러 세웠다. 윤아가 멀뚱한 눈으로 규동을 쳐다보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윤아야, 이게……, 뜬금없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응?”

  “너 지욱이 형을 좋아해? 아니면 대현이한테 마음이 있어?”

  “그게 무슨…….”

 

 

  규동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질문을 바꾸었다.

 

 

  “아니, 지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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