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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죽이기
작성일 : 17-12-28 10:16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1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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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두운 밤 경찰서에서 상민이 나오고 있다. 그때 뒤에서 원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서 봐. 이야기 좀 해."

 

 그 말에도 들은 척도 하질 않고 상민은 곧장 로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뒤에서 막 나타난 원준은 연신 상민을 세우려고 하면서도 시선은 뒤에 두고 온 경찰서 안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그 안쪽에 뭔가를 두고 온 사람이 양쪽을 다 할 수가 없어 망설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민을 세워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거기 서 보라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경찰서 안을 보고 있었다.

 

 이들은 저녁때 있었던 오준재 사고로 인해 경찰서 교통계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단순한 사고 경위와 현장에 있었던 이유를 문답 형식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계단을 내려와 이미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상민을 원준이 잡으며 물었다. 그는 아마도 경찰서 안에 두고 온 뭔가를 포기한 모양이다.

 "왜 오준재가 마지막에 했던 말을 경찰에게 안 했어?"

 

 상민이 원준을 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계속 걸으며

 "너도 봤잖아. 거기서 뭘 더 말해."

 

 상민이 하는 말의 의미는 방금 전 조사를 받던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사에는 상민과 원준 외에 사고 택시 기사도같이 있었다. 택시 기사는 일방적으로 오준재가 차도 안으로 달려들어와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에 대한 반문은 없었다. 원준도 상민도 택시 기사의 진술 그대로 그 상황을 설명하였다. 문제는 경찰이 두 사람에게 오준재와 어떤 관계였냐고 물어보면서 이야기는 어긋났다.

 

 상민이 대뜸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냥 지나가다 사고를 보고 도와주기 위해 달려갔던 겁니다."

 

 원준이 놀라 상민을 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우리가 오준재를 몰라. 왜 이래?'

 

 경찰이 그게 전부냐고 몇 번을 물어봤지만 상민은 계속 같은 소리만 했다. 옆에 있던 택시 기사가 아니라며 서로 아는 사이 같았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상민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만 했다. 그래서 지금 원준이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상민이 '너도 봤잖아'라고 하는 말이 나올 상황이 벌어졌다. 조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한 경찰이 급하게 달려와 조사를 하던 경찰을 밖으로 불러내 무슨 이야기를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는 것 같더니 조사를 하던 경찰이 들어와서는 순식간에 마무리를 해 버렸다. 택시 기사에게는 단순 과실로, 두 명에게는 그냥 지나가던 사람으로, 그렇게 조사는 마무리가 되었다. 둘에게 더 뭔가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모두를 다급히 쫓아내기 바쁜 모습으로 돌변하였다. 그 상황을 상민은 의심스럽게 생각했고 그로 인해 자기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원준은 여전히 이해를 못해 

 "그가 스스로 자백한 내용을 왜 말 안 했어."

 

 "난 안 믿어. A 마을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또한 오준재나 송해동을 아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말이라면 백 퍼센트 믿지를 않아."

 

 원준이 걷고 있는 상민을 세웠다.

 "서 봐. 그럼 그가 죽기 전에 자기들이 했다는 그 말. 무슨 의미야."

 

 상민이 멈춰 서서

 "자기 과시. 아니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의 자랑."

 

 "그럼 넌 어떻게 알았어. 내 뒤를 오준재가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

 

 "그냥. 그냥 알았어."

 

 상민의 대답이 머뭇거리자 원준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보았다.

 "너 혹시... 알았던 거지. 그래서 날 혼자 보내고 너도 날 감시하고 있었던 거 맞지.

 ...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상민이 원준을 똑바로 보았다. 그 얼굴은 네 생각이 맞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표정이었고 이제는 대답하겠다는 얼굴이었다.

 

 "저번에 이야기했잖아. A 마을에서는 엿듣고 감시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애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도둑질한 남의 글로 쉽게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

  타인의 일상을 감시하고 엿듣고 엿보면서 말로 소문을 만들거나 험담을 만드는 것을 먼저 배워.

 ...

  그걸 배우며 자란 세대가 뭘 하겠냐?

  감시하는 것 외에 할 것이 없지."

 

 원준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웃으며

 "그래, 참 잘 가르쳤다. 잘 가르쳤어. 지랄 같은 동네."

 

 비아냥거리는 듯한 원준의 말에 상민이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앞서가는 상민을 향해 원준이 고함을 쳤다.

 "그런데 왜 오준재야? 그는 어떤 사람이기에 송해동을 그렇게 한 거야?"

 

 상민이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방패. 방패.

  도둑질의 이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방패막이."

 

 원준이 이해를 못 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민에게 달려갔다. 그때는 이미 그들은 주차장에 와서 차를 타려는 중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상민이 차 문을 열며 지붕 건너편을 보고

 "고향에 있을 때 오준재가 누구였느냐 하면. 공부 잘하고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어. 동네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고나 치고 말썽이나 부리는 정도의 학생 있지. 큰 사고는 아니지만 잔잔한 사고를 치는 정도."

 

 원준도 운전석 차 문을 열다가 차 지붕 너머로 상민을 보며

 "그런 사람이 왜 남이 쓴 글이 필요했어. 그리고 그게 왜?"

 

 상민이 차에 타서는 원준이 의자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그런 그에게 남이 쓴 글이 왜 필요할까?

  자기는 제목조차 몰랐던 남이 읽은 책의 내용이나 독후감이 왜 필요했을까?

  아니면 책 하나 읽지 않았던 그가 남이 쓴 소설을 저들이 마치 쓴 소설처럼 조작해야 했을까?

  공부라고는 담쌓고 여자 뒤꽁무니나 따라다니고 몰래 담배나 피우고 술이나 홀짝거리던 그에게."

 

 원준이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걸며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상민도 안전벨트를 걸며

 "4년제가 아닌 전문대 인데."

 

 원준이 시동을 걸며

 "그럼 뭐야?"

 

 상민이 미소를 지었다.

 "모르겠지. 흐흐흐.

 ...

  사실은 도둑질로 대학을 갔다 하여 큰 의미가 있고, 좋은 명문대 간 그런 일이 아냐. 좋은 명문대 간 것은 아주 작은 일부 학생이고. 전부가 전문대 아니면 지방대 정도에 들어가면서 남이 쓴 글을 저들이 쓴 글로 만들었어.

  저번에 말했지 초반에는 명문대 가는 도구였다고. 시간이 지나 후반에는 너도 나도 대학 들어가는 도구가 되었어.

  왜 일까?"

 

 원준이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만 가로저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오준재 같은 사람들을 통해 그 일이. 도둑질한 남의 글로 대학에 들어간 그 입시비리가. 들통날까 봐 입막음을 했다는 거야."

 

 원준이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상민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아! 3인의 법칙."

 

 그거였다. 그가 오후에 떠올렸던 생각. 불법을 한 명이 하면 불법이지만 세 명이 하면 불법은 불법인데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 세 명 안에 오준재와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탄성을 지르고 나서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저주라는 것에 연관되어 있었던 거구나.

 ...

  그야말로 집단적 환각이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것으로 표출된 경우구나.

 ...

  범죄를 집단이라는 단체를 이용해 조작하고 은폐도 하였고."

 

 상민이 미소를 지으며

 "맞아. 그럼 오준재는 A 마을로 보면 어떤 존재일까?"

 

 "너 말처럼 시한폭탄 같은 존재, 아니면 송해동을 죽인 훌륭한 존재."

 

 "아니. 집단적 범죄를 통해 중요한 일부의 범죄 사실을 감추고 은폐하기 위한 방패막이였어."

 

 원준이 모르겠다는 듯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동조자가 아니라 방패막이야!"

 

 상민이 이제는 아예 몸을 틀어 원준 쪽을 보며

 "실제적으로 그 사람의 글이 필요한 것은 좋은 대학 갈 수 있는 애들이야. 그 외 학생들은 그야말로 그냥 두면 전문대도 위험하고 하니까 그냥 보험 정도로 이용한 격이지."

 

 "필요악으로 참여시킨 거군. 좋은 대학 가는 녀석들만 이용하면 분명히 시간이 지나면 말썽이 되어 돌아올 테니."

 

 "그렇지. 누군가는 입을 열 테니까. 하지만 전문대를 갈 녀석들까지 도움이 된 것처럼 참여시키면 그때는 큰 집단이 되고 스스로 범죄 집단의 일원이라는 동질성과 동조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지."

 

 "작은 미끼로 큰 범죄를 은폐할 수 있는 동조자를 만든 것이구나."

 

 "오준재 같은 사람들이 생기면서 도둑질 이야기나 도둑질한 글로 대학 간 사실에 대한 완벽한 입단속을 하게 되는 거지. 바로 그런 사례가 오준재 같은 사람들의 역할이었어."

 

 "그럼 오준재가 지금과 같은 일을 하게 된 정말 큰 이유는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소수 사람들의 목적에 의해 이용당해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일원이라 착각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그 말을 하는 거야."

 

 상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맞아. 고향에 있을 때부터 그랬어."

 

 상민의 말에 따르면 실제적으로 도둑질한 글이 가장 필요했고 그 글을 통해 더 좋은 미래를 만든 것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었다. 좀 더 좋은 대학을 가려는 의지와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만들어낸 도둑질과 도둑질한 자료의 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동네 안에서 글을 잃어버린 아니, 빼앗긴 사람의 입을 막고 은폐하는 일을 한 것은 고작해야 전문대에 가거나 졸업해도 취업도 되질 않았던 지방 하류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었다. 도둑질한 자료로 대학을 갔다는 사실은 학교와 동네에서 집단화 시키기에는 그보다 더 좋은 미끼가 없었다.

 

 결국 오준재 같은 인물은 그야말로 총대를 메고 맨 앞에 서서 방패막이가 된 것에 불과했다. 이런 사례는 그들 부모도 같았다. 처음 남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그가 뭘 하는지를 알기 위해 도둑질했던 어느 회사의 불법적인 모든 일들을 감추는 되는 오준재의 부모와 같은 사람들이 큰 몫을 담당했다.

 

 앞선 도둑질과 불법 도, 감청에 몰래 엿보기를 했던 자들의 범죄를 뒤에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을 보낸 부모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막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달리 보면 죄 없이 살았고, 죽음의 저주에 휘말리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큰 욕심을 가진 자들의 함정에 빠져 작은 이득에 눈이 멀어 스스로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범죄 사실을 은폐하고, 도둑질을 은폐하고, 엿듣고 감시하는 일을 은폐하는, 민간인 사찰을 은폐하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인간. 그런 역할을 한 것이 오준재와 그들의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의 현실에 대입하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살인행위를 그때 한 것이 된다. 집단 학살의 원인을 제공하는 장본인이 된 것이다.

 

 둘은 그제는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있었다. 저녁때가 지나 식당 안은 한산했다.

 

 원준이

 "그렇다고 오준재의 범죄 사실을 경찰에 말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야.

  그는 누군가를 죽인 죄인이야. 죽었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원준이 동의를 구하듯이 상민을 한 번 봤다. 상민이 별 반응이 없자 원준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더욱이 그의 말을 들어보면 혼자 한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함께 한 것처럼 들렸어. 그렇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살인자이면서도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살아가고 있어. 그가 다음에 또 다른 송해동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알아. 언젠가는 잡아야겠지. 하지만 그 이전에 필히 해야 할 일이 있어."

 

 "살인자를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야?"

 

 "이번 일은 그들이 독단으로 한 범죄가 아냐.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범죄를 사주한 누군가가 있어. 뒤에서 그들을 부추긴 자들이 정말 범죄자야. 우린 그걸 찾아야 해."

 

 그 말에 원준이 상민을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물었다.

 "내가 오늘 만난 사람들은 송해동의 죽음을 두 가지 원인으로 각기 달리 봤어.

  한 쪽은 과거에 그 사람이 말한 예언에 따라 죽었고. 그 예언에 따라 도둑질한 사람이나 도둑질한 글로 대학을 간 사람이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다른 한 쪽은 송해동이 밀고를 하던 감찰관이나 PS뭐라는 곳이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했어.

 ...

  자, 이젠 답을 해라.

  저주가 아니라 예언이라 말하는 그 내용이 뭔지?

  그리고 감찰관이나 PS뭐라는 곳은 대체 또 뭔지?"

 

 원준의 말에 상민이 바로 대답을 못하고 반주로 나와 있는 술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나서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생각을 정리한 사람처럼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르고는 입을 열었다.

 

 "예언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부터 이야기하자.

 ...

  너도 알 거야.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 사람을 험담하면서 빨갱이로 만들었다는 사실."

 

 원준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비행기 사고 조사 때 A 마을에 갔다가 식당 주인과 그의 친구들에게서 아주 많이 들었다. 시대착오적인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빨갱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그 동네가 어떤 말을 만들어냈는지를 알았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그 사람을 빨갱이로 만들면서 정부 기관에서 나와서 그를 조사하기 시작했어. 빨갱이라고."

 

 "그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촌부를."

 

 "그래. 그때 대통령의 영향도 있고 권력을 잡은 정당의 영향도 있었지. 국회 의원의 절반이 빨갱이들이라고 했던 의원들이니까. 오죽 그 말이 너무 잘 먹혔겠냐.

  뒤에 숨겨진 진실은 남 험담이고, 그 사람이 쓴 글을 도둑질하여 자식들을 대학 보낸 사실을 은폐하려고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인데."

 

 원준이 상민의 넋두리를 듣기 싫은지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 빨갱이라는 말 때문에 파견된 정부 기관 사람이 감찰관이고. 그렇게 해서 민간인을 사찰한 기관이 PS 뭐라는 곳이다. 그 이야기야."

 

 "맞아."

 

 "잘 한다. 잘 해. 험담하고 불법 입시 비리를 감추기 위해 정부 기관까지 이용하냐.

  그럼. 예언은 뭐야?"

 

 "예언... 사실은 동네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면서... 아! 아니다. 도둑질 이전에 험담을 하면서 그 회사가 그 사람을 감시했는데. 감시하는 와중에 묘한 것이 나왔어. 그 사람이 쓴 글이나 말이 예언처럼 뒤에 일어나는 거야."

 

 "정말로 일어났어?"

 

 "응, 그때부터 신기해했지. 그런데 빨갱이로 몰아 민간인 사찰을 하면서는 그 사람의 일상이 모두 체크되어 기록이 남게 되었는데 그때부터는 예언을 더 부추겼어. 그가 쓴 글이 이루어졌거든. 어떤 일은 며칠 뒤에, 어떤 일은 몇 년이 지난 뒤에. 현실로 나타났어."

 

 그제야 원준이 뭔가를 알겠다는 듯이

 "아! 그래서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그런 소리를 했던 거구나. 자기가 열 명을 구하기 위해 말을 하면 도둑질하고 감시하던 자들이 백 명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그래서 자기는 절대 미래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고."

 

 상민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준이 그제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이 송해동을 죽였다 의심을 하는 거야?"

 

 "그 정부 기관 사람들이 처음에 그 사람을 사찰하고 감시할 때는 단순히 빨갱이를 찾는 거였고, 뒤에는 그렇게 한 불법이 세상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은폐를 했던 거야. 그 내면에는 예언도 한몫을 했을 수는 있지만.

 ...

  그런데 세상이 촛불에 의해 바뀌고 정부도 민간인 사찰하던 것을 단죄하는 시대가 되면서 그간에 했던 일들을 은폐해야 하는 일이 생긴 거야.

  그 과정에서 국민을 감시하는 자들이 미래에 국민을 죽일 거라는 말이 부각된 거지."

 

 "아! 점심때 한 이야기. 국민을 감시하던 자들이 미래에 국민의 절반 이상을 죽일 거라는 말."

 

 "그래. 그 이야기. 그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은 단순히 빨갱이를 잡는 정부 기관이 아니라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죽음을 만들어내는 기관이 된 거야. 자신들의 과오를 은폐하고 자신들에게 지워진 저주를 풀기 위해 그 회사 직원들을 반드시 죽여야 하는 곳이 되었지."

 

 "권성동, 권성희 남매 사건처럼. 그 사람의 예언에 따라."

 

 상민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남을 욕하기 위해 도둑질하였고, 그 도둑질한 것으로 자식들 대학 보냈는데.

  그 모든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 빨갱이를 만들어 정부 기관을 불러들인 것이 죽음의 시작이었어.

  그때부터 정말 저주가 시작된 거야. 그래서 A 마을 사람들은 저주가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어."

 

 "지금도!"

 

 "응, 지금도." 

 

 원준이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상민을 봤다.

 

 그 눈길에 상민이 시선을 피하려는 듯이 자기 술잔을 들어 마시며

 "그 외에는 생각할 것이 없잖아. 그들이 그냥 송해동을 죽였겠냐. 송해동이 죽은 이유가 뭔지는 사람들을 만나봐서 다 알잖아. 송해동 자체가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의 밀고자야. 그보다 더 명확한 증거가 어디 있냐."

 

 "참 이상하다. 너도 그렇고 너희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도 그렇고.

  본질적으로 보면 남의 글을 도둑질하여 자기 글로 속여 대학에 간 너희 자체의 잘못이야.

  그리고 그 외의 것은 부수적인 것이고."

 

 "알아. 하지만 지금의 죽음은 분명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확실해."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이상한 소리들을 해.

  예전 A 마을에 있을 때부터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조종당했다는 식으로.

  지금도 그 기관을 두려워하고 있고.

  더러는 그 사람과 기관 때문에 고향 사람들이 죽는다 생각해.

  그럼 너희 스스로가 생각하는 시한폭탄은 뭐야?"

 

 "그건 이전에 일어난 일이고, 지금 일은 그게 아니라 그들이 했다는 거지."

 

 "이전에는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의 개입이 있다. 그걸 어떻게 장담해?"

 

 "이전 죽음은 시한폭탄 주변에 있는 다수의 일반인을 동반한 죽음이었고, 지금 죽음은 시한폭탄 혼자만의 죽음이니까! 그게 완전히 달라."

 

 "뭐야 그럼 저주에 의한 죽음이냐 아니면 저주가 아닌 죽음이냐 판단을 하는 거야. 그만큼 극명한 차이가 있어?"

 

 "있어. 누나 버스 사고나 비행기 사고 같은 경우를 생각해 봐. 모두 우연처럼 보이는 속에 도둑질로 대학을 갔던 사람들이 있어. 그들의 죽음은 항상 다수의 주변인을 동반한 죽음이야.

  그런데 최근의 죽음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어. 혼자의 죽음이야. 도둑질로 대학을 갔던 사람 혼자의 죽음."

 

 "결국 그래서 지목한 대상이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이야."

 

 "그들 밖에 없으니까. 그들이 우리 고향에 있을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두는 아니까. 그들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으니까."

 

 "그럼 만약 찾게 된다면. 뭘 할 거냐? 너희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일을 대외적으로 공개도 못할 입장이면서. 뭘 할 수 있어?"

 

 "못하게 막아야지. 공개는 안 하더라도 어떻게든 더 이상 사람들 죽이지 못하게 막는 거지."

 

 "그럼 그렇게 막았는데도 계속 죽음이 일어나면 그때는 누구 탓을 할 거냐?"

 

 "누구 탓?"

 

 "그래. 너희 고향에 있을 때 남의 글을 도둑질하고는 그 도둑질한 글로 대학 간 사실을 숨기려고 상대를 감시하고 엿듣고 조작하던 것처럼.

  아니면 지금의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에게 떠넘겨 죽음의 원흉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때가 되면 그제는 뭐라고 말할 거냐고."

 

 "넌 우리 말 믿지 않는 거야?"

 

 "안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본질이 틀렸다고. 본질은 너희들 자신들의 죄야. 그 죄를 용서하거나 사죄할 마음은 전혀 없어. 과거를 들추어 고백도 못할 만큼. 과거 잘못은 꼭꼭 숨기고 있어.

  그런데. 그런데.

 ...

  당장 자기들 죽는 것만 걱정하고. 주변의 죽음을 남탓이라 떠넘기고 있잖아.

  실제적으로 보면. 그 모든 죽음은 너희 마을에서 벌어지고 만들어졌던 일들로 인해 생겨나는 일이야. 아니냐."

 

 상민이 아무 말도 못했다.

 

 "송해동 살인 사건을 봐. 송해동이 누구냐.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용해먹은 나팔수가 아니냐. 가짜 뉴스 제조기.

  그리고 죽은 오준재는 누구냐. 너도 말했지만 방패막이야. 무슨 방패막이냐 하면 도둑질로 대학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처음 그 글을 쓴 사람이 그런 말을 못하게 막고 그의 글이 세상에 나가 인정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해 먹은 방패막이잖아.

 ...

  죽음이 어디서 나왔냐?

  감찰관에서 나왔냐 아니면 PS 뭐라는 곳에서 나왔냐.

 ...

  모두 그놈의 지랄 같은 동네에서 나온 거잖아."

 

 한참을 말이 없던 상민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원준의 말에 대한 변명을 했다.

 "모두가 합리적 의심을 통해 그 기관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어. 그곳에서 죽음이 생산될 수 있다고 의심을 했던 거야."

 

 상민은 자기 의심과 집착을 버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에게는 오로지 매달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끈이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인 것처럼 말했다. 친구가 아무리 옆에서 바른 말을 해도 그의 뇌리 속은 오로지 자기들 죽음이 감찰관으로 인해 PS 뭐라는 곳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라는 자기 피해 의식을 버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좋다. 그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서로 이용당하는 것을 모를 수가 있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았어. 알면서도 자기 살기 위해 한 발짝 먼저 행동한 차이뿐이지. 그게 침묵해야 하는 자들의 자기 함정이고. 과거의 잘못이 만들어낸 덫이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고향에서 배웠으니까!"

 

 "그래, 우리는 거기서 그걸 배웠다."

 

 원준이 부정적 마음을 가졌는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도둑질이라는 범죄조차 숨겨주는 힘이니.

  대학 보내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입막음과 은폐를 해주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 힘의 실체니.

  이제는 맹목적일 수밖에 없었겠구나.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으면서까지."

 

 상민은 그 반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맹목적으로 따르면 살 수 있다 생각들을 한 거지.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살 수 있는 길.

  새로운 집단 최면이 일어난 거야.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금은 모두의 죽음을 만들고 있고."

 

 "진실을 숨기기 위해 하수인들을 제거한다고."

 

 그제는 이야기를 중단하고 식사를 하는 중이다.

 

 한참 조용히 밥 먹는 일에만 열중하던 원준이

 "넌 본적 있어?"

 

 "누구?"

 

 "그 감찰관이라는 사람."

 

 상민이 회상을 하듯이 멍한 눈으로 먼 곳을 보며 말했다.

 "응, 학교 다닐 때. 그 기관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도청하는 가게가 있었어. 그 사람 집 바로 앞에 있는 어느 가게인데. 그 가게에 새로운 담당자인 그 감찰관이 왔다는 소문이 애들 사이에 돌아 지나가는 척을 하며 가게 주변을 맴돌다가 본 적이 있어."

 

 원준이 호기심이 동한 눈치로

 "감찰관 얼굴을 본 거야."

 

 "그렇다니까. 그리고 그가 새롭게 오면서 우리 동네의 도둑질과 은폐와 입막음이 더 심해졌어. 그리고 죽음도 늘어났고. 그래서 잘 기억해."

 

 "만약 그 감찰관이 아직도 너희 동네 일에 관여하고 있다면 어느 기관이고 어느 부서인지 알 수가 있겠구나."

 

 "맞아. 그래서 내가 조사를 하고 있었던 거야."

 

 "혹시 내가 저번에 말 한 PSWC 기억나?"

 

 "아! 기억나. 하지만 아냐. 거긴 에이아이나 로봇 관련 법안이라며. 4차 산업혁명 법안. 그것도 최근에 만들어진."

 

 "그렇기는 한데 앞 글자가 같아서."

 

 "우리가 아는 PS 뭐라는 곳은 이미 십 년도, 아니다. 이십 년도 더 된 곳인데."

 

 "그렇게나 오래된 곳이야."

 

 둘이 있는 식당의 홀 감시 카메라가 움직여 둘을 찍고 있었다. 카메라 영상은 계속해서 둘의 모습과 이야기 내용을 담고 있는 중이다. 그걸 둘은 알아채지 못 했다. 연신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의 동태만 살필 뿐 홀에 있는 감시 카메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며칠 뒤, 신년 새해에 원준과 상민은 다시 만났다. 그날 식당에 상민과 태솔이 먼저 와서 원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 빨갱이가 둘이나 같이 있네."

 원준이 식당으로 들어와 둘에게 다가오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상민이 웃으며

 "새해부터 무슨 실없는 소리야?"

 

 원준이 자리에 앉으며

 "맞잖아. 둘 다 빨갱이던데. 맞죠, 제수씨."

 

 태솔도 무슨 뜻인지를 몰라 상민을 보다가 웃으며

 "모르겠는데요."

 

 "친구가 주는 자료를 읽어 봤는데. 그 동네 전부가 빨갱이던데."

 

 상민이 태솔을 보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자신들이 빨갱이로 만든 사람이 쓴 글을 가지고 대학에 갔으니 너희들도 빨갱이지.

  그리고 그런 글을 자식들 대학 갈 수 있는 글로 보았으니 너희 부모들도 빨갱이고.

  그리고... 어어... 그래.

  너희 동네 국회 의원도 빨갱이던데. 빨갱이들이 뽑은 국회 의원이니 빨갱이겠지.

  국회 안에 빨갱이 천지라고 했다더니 자기를 두고 한 말이던데.

 ...

  파일을 보는데 전부 빨갱이야.

  그 동네는 빨갱이 아닌 사람이 없어.

  죄다 빨갱이 글을 도둑질하여 자식을 대학 보낸 빨갱이들 마을이던데."

 

 태솔이 웃으며

 "맞아요. 그때 그 사람도 그렇게 말했었는데. 같은 빨갱이라고.

  우리는 미래에 사람들 죽이기 위해 너무 바빠 듣지 않았지만.

  맞지, 자기야. 우리 그때 사람들 죽이려고 도둑질한 글로 대학 입학 준비하고 있었잖아.

  그때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들은 말인걸요."

 

 태솔의 말은 그녀의 웃음과는 영 딴판의 대답이었다. 스스로 자조하는 말을 아주 경멸스럽게 대꾸를 하였다. 그 모습에 상민이 원준을 보며 그만하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원준도 도리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D 시에서 돌아와 상민이 모아놓은 자료를 읽으며 그는 이 모든 일들의 어처구니없음과 잔인함에 놀라 몇 번이고 태솔의 말처럼 그 동네를 경멸하였다. 그 감정에 그만 내뱉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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