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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돌아 갈 시간?
작성일 : 17-07-27 20:30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1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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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진은 큰 조각에 힘을 쏟고 있었다. 이 학교의 장점은 커리큘럼이 생각보다는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한국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하고픈 만큼 원하는 만큼 학교의 교수들도 틀을 강요하지 않았다.

 

 

 

 예술에 틀이라...

 

 

 

  한국의 교육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게 그 부분이었는데... 여기엔 적어도 틀 따윈 없었다. 예술은 자유다.

 

 자유를 넘어서- 같은 걸 봐도 다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사람의 존재인데...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이건 이게 아니잖아? 같은 말은.... 예술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맞는 자리에 놓는게 예술이라면

 

 

 그런건 예술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솔직히 여기 오기 전까지 나는 미술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선생님들의 간섭과 참견에 질려 미술까지도 시들해졌었다. 유학을 결심한 것 중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었다.

 

 순수하게 즐기던 예술이 그리웠다.... 여기는 다르다.... 기술적인 도움은 분명 줘도 쓸데없이 참견하지 않는다.

 

 복원이랑은 또 다르다.. 복원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 이지만 내 작품은 ' 나만의 것' 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보는 이들도 그렇게 받아들여 준다... 세진은 윗옷을 벗는다.. 얇은 티셔츠를 입고 손을 털어낸다..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잠시 앉아 담배를 빼어문다.

 

 

 

 

 "아직도 못 끊었네"

 

 

 

 

 혼자 있을때의 혼잣말은 한글인데.. 늘 바람소리처럼 나를 스쳐 지나서 조금 외로웁게 들린다.

 

 

 

 하임이는 그날 이후 늘 , 거의 늘 내 곁에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원해서다. 그녀는 나를 굳이 찾지 않는다.

 

 

 

 

 그녀는 그녀대로.. 외롭지도 않은지, 아니면 외로운데도 내게는 말 하지 않는지..

 

 

 

 이 멀리서도 잘 지낸다. 언어조차도 자유롭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걸 실수없이 곧잘 사고

 

 나름대로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낸다. 처음엔 나도 조급했다 나도... 그녀가 얼른 그를 비워냈으면 했다.

 

 

 

 얼른 그 사람을 지우고 내 손을 잡아줬으면 하고 바랬다.

 

 

 

 지울수 있으면서 ... 일부러 지우지 않는다고 그리 생각했다.

 

 

 

 

 하임이는 점점 자신만의 템포를 찾는데, 일상이 잘 무너지는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어느순간 깨닫게 된건 하임이는

 

 그저 여기 잠시 머무를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더는 내 감정을 부정하지도- 그것에 당황하지도 않았다,

 

 

 내 감정이 짙어지는 걸 보고서도 별말 하지 않았다. 그런 걸 그만뒀다. 약간 곤란하다는 듯 한 얼굴로 웃으며

 

 

 넘길 뿐... 내 감정조차 어떻게 할수 없는걸 , 너한테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것 처럼 보였다.

 

 

 

 하임이는 그와 많이 닮아갔다. 얼굴도- 인상도- 말의 높낮이도 , 어투도 ... 그리워서 닮아버리는 것 처럼 보일정도로

 

 그를 닮아갔다.

 

 

 

 

 예전엔 전혀 관심 없던 것에도 관심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여유가 생긴 것 처럼 보였다.

 

 

 

 그리 가장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여유가 그녀를 찾아온건진 알수 없었다. 그녀는 그처럼 생각하기를 즐기는 듯 해 보였다.

 

 나로써는 그가 상냥할때는 대체 어땠는지 알수 없다. 나와의 대화라고 해 봐야 가시 돋힌 , 견제에 불과한 대화가 다였으니까..

 

 

 

 지나가듯 물었더니.. 하임이의 눈에 그리움 반 사랑스러움 반이 가득차는 게 보였다. 나는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가 그녀에게 그런 상처를 줬는데도 그녀가 , 어느새 그를 미워하는 마음조차도 없는게.. 나는 의아하고도 조금은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나를 세상에 중심에 세워 주는 사람' 이라고....

 

 

 

 그 남자는 내 눈에는 오만해 보였다. 부족할게 없어 보였다. 그는 그런 별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재력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외모와 그런 글을 써내는 감성에 나도 책을 몰래 읽고는 찌릿찌릿 가슴께가 저릴 만큼 ,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 그런 필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하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 말했다.

 

 

 '그 사람이.. 내가 자기 세상의 중심을 뒤집었다고 했어, 호수를 바다로 만들었노라고....

 

 

 자기 세계의 견고한 벽을 부수고 , 수없이 많은 법칙을 무너뜨린 유일한 여자였다고 , 그렇게 말해줬어'

 

 

 

 

 

 

 그런 남자의 , 그 아름다운 남자의... 내가 봐도 대단해 보이는 그의-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직도 그 일은 결코 변함이 없을거라는 것 처럼-

 

 

 

 하임은 어느순간 쓸데없이 수줍어 하거나 빼지 않았다. 피해 망상에 시달리는 듯 자신감 없던 모습을 치워버렸다.

 

 자신 안에 다른 무언가가 있어- 늘 주체 없이 흔들리는 것 처럼 보였던 그녀가-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듯 해 보여

 

 내버려 둘수 없던 그녀의 중심에... 드디어- 그녀가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남자에게는 그런 힘이 있었다.. 내가 살아온 내내 그녀의 손에 쥐게 해 주고자 그리 노력했던 건

 

 

 바로 그녀 자신이었는데... , 그녀 자신이 스스로 빛난다는 걸 알면서도 겸손한... 그야말로 자신의 손에 쥐여주고 싶은 그건

 

 

 그저 그녀 자신이었는데....

 

 

 

 

  그 남자는 , 내 평생을 써서 해도 안되었던 일을 단 몇개월 만에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마치 자기 손에 쥐고 있었던 것 처럼-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 마냥... 그녀에 주었다.. 몹시도 간단히.....

 

 

 

 

 하임이를 포기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할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이 너무 커서- 그녀의 사랑의 믿음이 너무 두터워서

 

 나는 너무 무거운 그 사랑에 감히 대적할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인다, 예전엔 뺏을수만 있으면 내 사람으로 만들 시간이 충분하다 그리 여겼다

 

 하지만 내가 예상 못한건... 뺏았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하임이가 그의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하임이는 그 남자와 떨어져서 시간이 지났다. 그 남자가 어찌 지내는지 , 그 남자는 알지도 모른다 알고자 하면 알것이다- 그 사람은 그런 방면에는

 

 재능이 탁월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하임은 전혀 모를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마치 어제 일 처럼 그 남자를 기억하고

 

 

 헤어진 적도 없는 것 처럼- 그 남자를 소중히 마음에 품는다. 마치 믿는 것 처럼-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의 바탕은 왜인지 알수 없는 신뢰였다... 그를 깊게 생각하면 더 무서워야 하는 사실인데... 하임은

 

 태평스러워 보였다.. 감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편안한 표정이라 알수가 없었다.

 

 

 더 깊게 사귄, 더 오래 사귄 김도하때도 하임이는 이러지 않았다. 그때는 마치 불에 데이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 주제를

 

 끈덕지게 피하고 그 일을 떠올리기도 싫어했다. 악몽을 꾸고 일어난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이 남자와의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하임이는 다 이야기 해 주진 않았지만

 

 훨씬 더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심적으로도- 기억으로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귀하다는 듯이 품고 있었다.... 고통이 아니라.. 악몽이 아니라...

 

 좋은 꿈처럼-

 

 

 

 하임이가 이사벨라 이야기를 하는 눈에 나는 , 마음이 깊이 쓰렸다.

 

 

  그 눈에는 질투, 아주 단순해도 좋으니 내가 바랐던... 질투는 하나도 묻어 있지 않았다.

 

 

 마치 예전의 기억이라도 떠올리는 듯한 , 포근함이 가득해 보였다. 그렇게 될수 밖에 없는 그 감정을 이해하는 듯한 눈이 보였다.

 

 천천히 가야지.. 더 몰아 붙이지 않아야지.. 그저 그녀가 나를 피하거나 하지 않고 내 감정이 그런가보다 하고 내버려 두니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그리 생각하려고 애 썼지만 이건 거절보다도 때론 단호하게 내 손을 쳐 내 버리는 일 처럼 느껴지고는 했다.

 

 그녀 안에서 그 남자를 ... 대체 무슨 수로 지워야 할까.. 대체 어떻게 지워내야 할까...

 

 그녀는 이미 그였다. 어느 순간부터-.. 향기부터 눈매까지....

 

 

 나는 담배를 비벼 끈다. 그때 친구가 다가온다- 내 조각을 보더니 웃으며 말한다.

 

 

 

 작품에 화가 가득해 보인다고- 진정하라고 내게 웃으며 말한다. 나는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웃어 넘기고 내 조각을 올려다 본다... 그 조각에는 열망이 가득 보인다... 나는 이렇게씩이나

 

 

 드러나는 내 자신이 다소 부끄러웠다. 친구는 뭐 때문인지 안다는 듯이 내 어깨를 툭 친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두번째 담배를 피워 물고 만다. 아무래도 건강하게

 

 오래 살기는 글렀구나 , 피식 , 우는것보다 아프게 웃는다. 오래 살아 뭐하겠어 하는 무연한 생각을 하면서-

 

 

 

 

 -

 

 

 

 과연 어머니의 말씀이 맞을까?

 

 

 

 

 

 어머니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난, 그대로 멍청하게 그걸 받아 들고 말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강비서는 내게 말했다. 잘하셨다고- ... 그게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지금 그건 작가님에게 방어를 할수 있는 것이라면서....

 

 "당연히 방어를 해야죠 작가님.. 더는 농담이 아니에요- 회장님도- 사모님도... 손 쓰실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 나오신 거라구요..."

 

 라면서..

 

 

 

 

 나는 형을 달리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를 미워해도... 그 정도로까지 미워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그리 믿고 어머니가 그리 믿으시는걸 보니.. 영 근거없는 이야긴 아닌 모양이었다... 어린날의 내가 약간

 

 후회되고... 무엇보다 형이 좀 가여웠다... 내가 다른 일에 마음을 온통 쏟는동안에... 형은 나를 그토록이나 미워했구나 싶어서..

 

 우리 사이의 골이 그정도로나.. 멀었구나.. 깊이 패여있구나 싶어서....

 

 

 

 어머니는 다신 찾아오지 않겠다면서 , 제발 치료라도 받으라고 내게 애원하시곤 힘겹게 집을 나서셨다. 그 보호라는 명목의

 

 

 재산 증여가 나는 불편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에 , 지키고 싶은 사람- 지켜야 할 사람이란 말에...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장하임을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 나를 바라보던 불빛 아래의 그녀를

 

 그 커진 눈과 내 눈을 보고, 안 그래도 됐을텐데.. 안 그러면 좋았을 텐데..

 

 

 

 

 

 내가 손을 놓은 그 순간을 ... 우리의 손이 떨어지는 그 순간을 지켜본 그녀를 떠올렸다...

 

 

 

 그떄 내게 이런 일이 있었대도 나는 그녀의 손을 놓았을 것이다, 강비서의 말 대로 그녀와 그런 사이가

 

 되지 않은 그 남자는 지금 조급할 테지만... 하임은 이탈리아까지 갔다... 아무것도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 곳에 그 남자만 믿고서... 시간을 주면... 괜찮아 질 것이라 믿는다.... 사랑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지고 만다. 나도 모르게 슬퍼지고, 지치고 만다... 나도 모르게.....

 

 

 

 "작가님?"

 

 

 강비서가 낮게 나를 불렀다. 내가 눈을 살짝 돌리고 그를 돌아보니 강비서는 커피를 한잔 가지고 올라온 참이었다.

 

 

 "?"

 

 

 

 "아니... 추워 보이시는데 뭐라도 좀 덮어 드릴까요?"

 

 

 

 강비서는 할 말을 숨기는 듯 살짝 웃었다. 나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내가 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기다리는 거 같아서... 나는 또 불편해졌다.

 

 나는 메세지를 보내려다.. 그냥 말로 하고 말았다.

 

 

 

 

 "이래서 말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

 

 

 

 강비서는 나를 보며 안타깝다는 듯 살짝 웃는다.

 

 

 

 

 

 "어머니가 준걸 결국 받았으니... 나도 결국 똑같은 놈이야..."

 

 

 그 말에 강비서는 고갤 저어 보인다. 나는 한숨을 쉰다.

 

 

 

 

 

 "방어에요 이제... 그 사고 이후 김희영이랑 이사님 주시하는건 그만 뒀는데..

 

 그래서는 안되겠어요-... "

 

 

 

 

 "....."

 

 

 

 

 나는 그러지 말라고 단호히 얘기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원망한다. 나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형이 내게 어떤 위해를 가할지... 강비서- 그리고 아주머니와 아저씨 이야기가 나오고..

 

 내가 생각하는 장하임... 그 너머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진심으로 , 순간이지만 너무나 두려웠다..

 

 

 

 

 "너야 말로 조심해... 어머니가 한 위협중에는 너도 끼여 있었으니까... 형은 똑똑한 사람이야...

 

 물론 나한테 일어난 일이 왜 그렇게 기뻤는지는... 알만 하지만... 좀 감췄더라면 금방 얻었을걸... 왜

 

 그렇게 티를 낸 걸까.."

 

 

 

 나는 의아하여 중얼거리고 만다... 아버지를 알면서 왜 그렇게까지....

 

 

 조금만 감췄다면 내가 안받겠다고 분명이 이야길 했고.. 아무리 이사회가 압박을 넣고 주주들이 반대 했다고 해도

 

 

 최종 결정은 결국 아버지의 몫이셨으니.. 밀어 붙이려고 들면 밀어 붙이셨을수도 있는 일인데..

 

 강비서는 아버지가 혜안을 가지고 계신다 했다.. 그렇다면 내게 와서 매번 시비를 건 것도

 

 아주 잘 알고 계셨을테지.. 그러면서도 한번도 막아 주신적은 없으니....

 

 

 여기서 가장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지...

 

 

 

 

 

 "천성이죠.. 그런게......"

 

 

 

 

 의외의 냉정한 대답에 나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고 강비서는 씁쓸한 얼굴로 말한다.

 

 

 

 

 "작가님이야.. 잘 모르시겠지만... 이사님은 누구한테도 친절한 법이 없으세요.. 언제나 기분 나쁘게 말을 하세요

 

 밑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감정이 없진 않은데... 무자비하게 상처를 내세요... 작가님과 다른건... 작가님은 저한테

 

 약한 상처를 주시고도 .. 내가 쟤한테 상처를 줬구나 하면서.. 자신도 마음이 불편하신거 같앴지만.."

 

 

 

 나는 강비서의 말에 놀랐다.. 이런것까지 파악을 했다는 것에..

 

 

 

 

 "이사님은 그런게 아예 없으세요- 남이 그 말이 콕 박혀 심장이 따가워 눈물 흘려도... 말 하신뒤엔 잊으시죠...

 

 그러면서도 머리는 또 명석하시니..... 남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니.. 자신의 감정도 잘 못 다루시는 거에요..

 

 

 

 제 느낌은 적어도.. 그렇네요..... 김희영씨도 안타깝게 된 거죠 작가님 눈으로 보셨을때 이사님을 좋아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제가 믿을수가 없었던 이유는 김희영을 이용하고 있다는걸.. 이사가 다른 사람보다 유용하게 부리는 종에 가까운 존재였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사랑이요?"

 

 

 

 

 강비서의 눈이 약간 기울어진다. 안타깝다는 듯이...

 

 

 

 

 "사랑을 품기도 안 쉬웠겠지만.. 이뤄 질 일 따위 없을걸 모두가 아니까.. 더 안됐죠... 뭐....."

 

 

 

 

 나는 그 말에 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 여자는 허세가 가득해서 모든걸 숨기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와 장하임이 마주 서 있는 걸 보고... 들켰다.. 그때 안 들켰대도.. 김희영은 냄새를 맡았으니

 

 

 

 장하임에게 끈질기게 따라 붙어서라도 알아 냈겠지.. 그리고 형에게 말해 줬겠지....

 

 

 사랑의 노예였다... 그녀도, 그리고 별반 다르지 않게... 나도-

 

 

 

 

 나는 손을 휘저어 강비서를 나가게 했다. 강비서는 미련없이 나갔다.

 

 

 나는 장하임이 그리웠다.

 

 

 

 그녀가 자주 그랬듯이 모든일을 "뭐야 별일 아니에요- 괜찮아요-" 해주는 그 목소리와 체온이 그리웠다.....

 

 

 

 이미 이건 '별일' 이고 위험해 졌지만.. 그녀가 '별일 아니네요' 하면.. 나는 너무나 용감해 질수 있었으니까.....

 

 

 나는 .. 그 말 한마디에도 용기가 불쑥 솓아나곤 했었으니까....

 

 

 

 사랑은 내게는 이미 불치병이었다... 남들은 언제까지 사랑타령 하느냐고 묻기도 했겠지만...

 

 내게 사랑은 전부였다.. 예전엔 전혀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즐거운게 전부였다.

 

 

 

 그런데 하민이가 등장한 이후- 나는 사랑이 전부였다.. 그게 내 전부였다. 그게 마비가 되면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심장이 없으면 다른 장기가 아무리 건강해도 죽듯이

 

 

 

 

 

 하나뿐인것이었다.

 

 

 

  나를 살게하는 목숨 붙여 놓게 하는 숨쉬게 하는 웃게 하는 , 울게 하는-

 

 

 모든 이유- 딱 하나의 이유-

 

 

 사랑은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불치병이었다... 여러가지 통증을 겪고 사는 내게.. 가장 고통스런건

 

 사랑이었다.... 예전엔 글로 풀어냈다... 그래도 견딜수 없을때는 고립되어 혼자 안았다..

 

 

 

 이제는 다 제자리에 놓였다.. 그리 생각했는데... 나는 그리웠다.

 

 

 

 추억만 쥐고 살아도 충분하댔는데 힘들어지자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목소리 체온

 

 뭔가를 먹을때의 오물대는 얼굴이나 잔을 들때의 손가락.... 내게 농담하면서 짗궃게 웃는 얼굴...

 

 그리워졌다... 나는 문을 밀어 닫고는 숨을 죽인다....

 

 

 하임이가 그리웠다... 하민이와는 달리-

 

 

 다르게 그리웠다. 그녀는 내 곁에서 끊임없이 날 도와 주었었다.

 

 

 

 

 내게 뭔갈 먹이고- 나를 챙겨주고- 나를 보듬어 주었었다...

 

 내가 그녀를 평범하게 만났었다면... 그랬다면....

 

 

 

 모든 이유 중에 하나만 빠져나가도.... 내게 그 순간들이 그렇게 하나 하나 간절했을까?

 

 

 나는 여전히 문제 속에서 답을 자꾸만 찾고 있었다. 소용도 없으면서...

 

 

 "소용 없지- 이래도-"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

 

 

 

 

 지견은 자신에게 차가워졌다.

 

 

 

 

 내가 다시 뭘 원하느냐고 어떻게 해 주면 좋으냐고 도와줄 의도로 물었다. 그러나 지견은 이제 받아들이는거 같았다고 할까... 나는 이까지 왔는데

 

 포기할수 없어서 그에게 밀어 붙이라고 했다. 그러자 지견은 평생 내게 그런적도 없었으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마치 정말 , 받아들이기로 한 것 처럼

 

 

 

 

 "어차피 아버지 것이니까... 얻으려면 그 말대로 해야지..... 이게 마지막 승부수라면..... 아버지가 하라는 데로 할 거야"

 

 

 

 

 "죽여달라면서?"

 

 

 

 

 

 독하게, 악을 품은 내 그 말에 나를보는 허망해 보이는 , 눈으로 나를 비 웃었다.

 

 

 "하나론 부족해? ... 죽이면 , 그 자리는 내것이 될 수 있나?"

 

 

 

 

 "...."

 

 

 

 나는 그 말에 얼었다.. 죽이면 내 자리가 될수 있냐고? 당신이 원한건 자리 만은 아니었잖아..

 

 

 

 당신이 원한건 그사람의 파멸이었고- 나는 그걸 당신의 손에 가져다 주었잖아? 그런데...

 

 

 이제는 나의 말을 듣지 않겠다고?

 

 

 

 

 피곤하다는 듯이 넥타이를 풀며 , 지견은 회장님과 참으로 닮은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아버지는 나를 다그치셨지.. 그 녀석을 왜 내 편으로 만들지 못했냐고...

 

 내내 남 보다 못한 존재였는데...... 친해진다고? 이제와서? 가능한 일도 아닌데 말이야..."

 

 

 "그러니까... 안되면-"

 

 

 

 

 "죽이라고?"

 

 

 

 

 지견의 눈이 빛났다. 무섭게 번뜩인다-

 

 

 

 

 "너도 정신 참 못차리는 구나... 꾸준하게도 분수를 몰라... 너는 , 내가 너를 내 편이라고 100% 믿고 있다.. 자부하는거야?"

 

 

 

 

 지견의 목소리는 내 가슴에 채찍으로 내려 앉았다. 화끈거려서 견딜수 없는 상처로 무안해서 안색이 확 무너지는

 

 

 부끄러움으로..

 

 

 

 "나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아니야- 하지만... 니가 그 일로 내 목줄에 손을 대는게 느껴지면

 

 너는 언제라도 내게 , 오히려 니가 제거되어야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 너는 잊고 있는거 같아...."

 

 

 

 

 

 얼어버린 내게 다가오는 손가락- 그는 내 턱을 쓸면서 내게 그런 말을 한다... 내게 매달려 울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목 놓아 우는 내내 나는 그에게 뭐인들 못 해 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걸 가져다 주고 싶었다.. 원하는 것이라면 - 무엇이든..

 

 

 

 

 하지만 그는 아니었던거다

 

 그냥 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견은 지금 고민중인 거다.. 내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될수 있는지..

 

 지금 내 손을 놓으려고 하는 걸지도? 나는 오싹해졌다..

 

 

 그럴순 없어- 당신은 내게 그래선 안돼 ...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해 온것들을 생각해봐...

 

 

 당신은 내게... 그러면 정말... 안돼

 

 

 

 

 내 마음속의 부정과 , 비명과 달리 지견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침착한 만큼 냉정하고- 냉정한 만큼

 

 

 놀랍도록 차가웠다.

 

 

 

 "너는 내 약점을 알았지.. 나는 약점을 알리는데 익숙하지 않아... 아버지 앞에서 보인 빈틈이 이런 일이 될줄 예상 못한건

 

 내가 멍청했지...

 

 

 

 솔직히 아버지에 대한 조소였어... 아버지는 그렇게 그놈한테 매달려 계셨으니까..

 

 아버지의 체스판에서 왕은 하나만 남았다- 그걸 비웃어 드리고 싶었어.. 내내 내게 차갑게 구셨는데..

 

 

 체스판에서 말 하나는 영원히 나가버렸다.. 그걸 고소해 한다는 게... 표정이 드러났지..

 

 

 멍청한 - 아주 멍청한 실수야.... "

 

 

 

 

 

 내 턱을 살짝- 차가운 손으로 밀고는 그는 그런 말을 뱉었다... 나는 쓰린 자존심의 상처를 입고

 

 입을 딱 다물고 말았다.

 

 

 

 그만 돌아가라고 지견은 내게 차가운 말 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리고 자릴 떠났다...

 

 

 나는 머뭇 머뭇.....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열패자 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내게 덮혀있는 거짓으로 가득한 흰 옷을 벗어던지고 집어 던져버린 후....

 

 

 

 

  나는 화장대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그 와중에 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너는 심지견이라는 구제불능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하면 안되었다... 나는 깨달았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랑했다...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나를 사용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데..

 

 나를 안아도 차갑기 그지 없는 손으로 안았는데... 내 입술에 맞닿아 있어도 그의 진심에는 한번도

 

 닿은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길이 어떤길인지 알면서도..

 

 

 

 나는 내 스스로가 간악하다고 믿었다. 똑똑하다고- 미래를 스스로 바꾸어 나 갈수 있다고

 

 모든걸 내가 행동하기에 따라 바꿀수 있다고... 그리고 심지견이 회장이 될 꺼니까

 

 그 사람의 옆자리를 원하는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화장대 앞의 초라한 여자는 아니었다.

 

 

 그 사람의 옆자리를 원한건.. 그 사람이 이사여서도 회장이 될 사람이어서도 아니었다.

 

 그 사람이.. 그 남자가 심지견이기 때문이었다....

 

 

 usb는 아직 내 손에 있었지만... 그걸 쓸수 조차 없이 나는 그를 사랑했다....

 

 

 

 쓰려면 독해져야 하고.. 그것이 내 최후의 방어막이란 생각도 같았는데도...

 

 

 쓸 마음이 들지 않다니.. 그런 말을 듣고도.. 그에게 그걸로 위협도 한번 못하고 돌아 나와야 했다니...

 

 나는 좀처럼 믿을수가 없어 내 얼굴을 감싸 안았다... 협박을 해서라도

 

 겁박을 해서라도...

 

 

 당신 옆 자린 내 자리라고... 했어야 되는데.... 그랬어야 하는데... 그래야 했는데....

 

 

 

 너무나 나와 닮은 남자- 어리석어서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것 까지도 나와 닮아서....

 

 나는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쁜척 못된척.. 아니 실제로 나쁘고 못됬는데도- 그래서 혼자이면서도 모순되게

 

 외로움을 지독하게 타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세상에 혼자 남았을때의 내가 떠올랐다.

 

 

 

 이젠 혼자다. 나는 혼자구나 하고 돌아본 내 그림자에 먹힐듯 두려웠던 내가 자꾸만 겹쳐보여

 

 자꾸만 나처럼 안타까워 보이던 그 모습이 보여...

 

 그 사람을 품었다. 전혀 긴장을 하지 않고 자고 있을때의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그런 씨앗을 뿌리고서.. 그 마음이 피길 기대조차 안하고 , 여러 열악한 것들 때문에

 

 피지 않을거라고 믿었는데... 뿌리가 이렇게 깊게 퍼질줄 나는 왜 몰랐을까...

 

 

 그 남자는 결국 나를 이용하는것이고- 나는 기꺼이 이용당하기를 마음 먹었다.

 

 원했으니 가지겠다 마음을 먹고서 그 일을 했다.. 그리고 가서 짐승처럼 울부짖는

 

 그렇게 미워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죽이고프다고 까지 말하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모든걸 벗어 던진... 본심을 숨긴 얼굴이 아닌

 

 실제의 얼굴을 보았다.

 

 

 맨 얼굴을 보았다.... 그때와는 달랐다. 그 얼굴은 정돈 된 얼굴이었던 것이었다...

 

 

 울고 있는 눈이 고통이 가득했다... 다 잃은 얼굴-. 절망하는 얼굴과 , 그 울음소리.... 그 여자를 정말 사랑했던것이다.

 

 사랑하고 아꼈고, 그 여자가 인생의 이유였던것이다.... 부럽고 부럽고 부러운 ... 그런 사랑을 한 사람에게

 

 

 나는 사랑을 뺏었다. 그 남자가 다른 여잘 보내도록 강요하였고-.. 그대로 희망을 앗았다....

 

 

 그런 얼굴을 보고 나니 나는 살인자였다. 내 스스로가 살인을 저질렀구나를 정면으로 깨달았다.

 

 

 

 그것은 승합차에 치이는 것 같은 같은 충격이었고.. 그걸 감춘다고 나는 애를 썼는데.. 사랑을 위해 했다고

 

 자신을 포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안고- 서로 기대고- 나는 원하는 걸 들어주었는데.....

 

 

 그 남자는 나를... 쓰기 편리한 종처럼 부린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 남자의 사랑은..... 내가 하고 있는 짝사랑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울었다..

 

 

 

 토해내듯이 울었다.... 초라한 내 어깨가 보이고 나는 엎어져서 울었다... 내가 한 일들에 후회는 없었지만

 

 사랑이 나를 사랑하게 하는 방법이라는게 없으니... 이런 문제에 당면한 적은 없었기에 나는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이 남자의 마음은 왜 이리도 차가울까? 나는 그래서 .. 이용만 한 거라고?

 

 

 

 나를 왜 사랑하지 않을까?

 

 

 

 그를 위해 모든걸 했다.. 모든걸 줬다. 다 주었다. 안 준것이 내 것중에 아끼며 안 준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는

 

 이토록 닮아 있는데.. 이토록 비슷한데.... 이토록 닮아 있는데........

 

 

 왜 그는 , 나를, 안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입술을 가져가면서도... 나를 전혀- 하나도 사랑하지않을까.....

 

 나를 왜 사랑해주지 않을까... 왜-

 

 

 

 다른걸 원한다고 착각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나는 사랑을 원했다.

 

 그 남자의 사랑을 원했다. 바보같이.. 옆자리에 있으면 그 사랑까지 내 것이 될 거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서... 사랑만을 원하고 사람을 죽여 내 손에 피까지 묻었다.

 

 나는 티슈를 뽑아 이미 깨끗한 손을 죽어라고 닦아냈다. 아무리 닦아도 닦아도

 

 닦이지 않은 피가 손에 흥건한것 같았다.. 여전히 그 힘도 없고 친구도 없고

 

 

 세상에서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톨이 여고생이었던 그때의 나처럼

 

 

 

 나는 울었다... 울며 빌었다.. 그가 나를 버리지 않기를

 

 

 자신의 약점을 알았으니.. 나를 버리기로 마음먹지 않기를

 

 그렇게 기도하였다.. 내 기도를 들어줄리가 없는 신의 차가운 비웃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짙은 죄값만 남았고.. 나는 그저 그 절망 앞에서 울고 또 울뿐이었다.

 

 눈물에 잠겨서 죽어 버릴거 같았다. 공기가 부족한 거 같았다.

 

 

 

 '도와줘'

 

 

 

 나는 심지견을 애타게 불렀다. 그 목소리는 울음일 뿐이었지만

 

 간절하게 , 내 어떤 순간보다 간절하게.....

 

 

 그 소리가 마음을 떠났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 끅끅 거리는 내 숨소릴 들으며.. 다시 눈에 독기가 모였다. 거울에 옆에 들리는 무거운 장식품을 던져버린다- 거울이 박살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해져서는 아무것도 남는게 없었다.... 원하는게 그의 행복이라면

 

 아니 그가 기대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면

 

 

 내 손으로 주면, 그때는 나를 못 떠나겠지....

 

 

 

 입술을 꽉 깨문다.. 귓가에 남은 그 남자의 비명을 지우듯- 바닥에 내팽겨쳐진 하얀 옷을 미련없이

 

 쓰레기 통에 버린다. 희영의 빈 자리엔 수없이 쪼개진 거울 조각과 그 조각들에 비치는

 

 

 지독한 슬픈 눈만이 남았다.

 

 

 

 

 -

 

 

 

 

 창 밖에 시선이 향한다. 따뜻한 양지처럼 빛이 닿는다. 나는 블라인드가 있음에도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고서

 

 머리를 올려 묶고- 좋은 청바지를 입고- 예쁘게 재단 된 셔츠를 걸친다.. 발에는 부드러운 뮬이 신겨있다..

 

 

 반짝반짝- 반짝이는 , 뮬-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뮬을 동경했다.. 높은 굽이 달린 슬리퍼, 뮬... 그걸 동경하였다. 나는 왈가닥이었고

 

 

 

 쾌활한 왈가닥도 아니었고- 그저 조심성이 부족했다... 그러니 뮬을 신고- 고정하는 끈도 다르게 달리지 않은

 

 

 뮬을 신고 우아하게 거동하는 것은 내게는 불가능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신고 있는 뮬은

 

 

 내가 동경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높고- 새틴이면서 - 보석이 중심에 장식되어 있어 , 지금 내 처지엔 조금 사치스러운

 

 구두다-

 

 

 

  나는 이 구두를 신을 때 마다- 한참을 내려다 보고 내 발에 안 어울리나 어울리나 거울앞에 서 본다..

 

 그리곤 그가 내 발을 치료해 줬던 때를 떠올리고- 나도 모르게 또 하민씨를 떠올린다... 하민씨라면 아마 이 구두를 신고서

 

 

 아주 잠시도 삐끗하지 않고 우아하게 걸었을 것이다... 커피의 향내가 너무나도 쉽게

 

 

 그를, 그 기억속의 나를, 그리고 그의 눈 속의 하민씨를 데려 온다... 향 만으로 이 공간은

 

 

 세 사람으로 가득 차는거 같이...... 그 중에도 작약으로 가득차는거 같이...

 

 

 

 내가 방금 뿌린 향수와 , 커피향이 섞이며- 금방 이곳은 그 시간으로 돌아가듯 - 부드럽게 섞인다.

 

 

 

 

 나는 커피를 한모금 머금으면서 그를 떠올려 본다, 세진이는 그 뒤로도 내게 자기의 진심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학교에 편입은 하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한마디를 더 했었을 뿐이다. 나는 솔직하게 작약을 아직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 그래 세진이 말 대로 많이 변했다. 예전엔 많이 그랬다.. 나는

 

 

 짝사랑을 많이 했고... 또 그 짝사랑을 하는 나는 내내 불안했다.

 

 

 

 내내 슬퍼하고 내내 절망하는 일이 잦았었다.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고도 상대가 난감해 하는걸 알면

 

 

 당황하고 도망치기도 했다... 여기서 천천히 생각한건- 도하 때라고 해서-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고 했어서

 

 내가 한 사랑이... 짝사랑이 아니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도하와의 사랑은 안타깝지만 내 생각엔 내 기억엔 짝사랑이라고

 

 밖에 생각할수 없는 사랑이었다... 우리의 사랑은 휙 꺼졌고- 아픈 시간이 길었으니까- 나는 그를 많이 기다렸고

 

 

 그러면서도 나도 식었다.

 

 

 

 이번은 달랐다... 기다리는 것은 같은데... 나는 전혀 식질 않는다.

 

 

 머리는 식었는데... 마음은 아직도 식질 않는다....

 

 

 

 여전히 그는 내게 좋은 기억 , 소중한 기억-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다...

 

 

 세진이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언제나 내가 떠날 것 처럼 보인다고 세진이는 내게 말했다.. 그렇다

 

 나는 언제든 , 조금의 확신만 가진다면... 곧 떠나고 싶어질 테니까... 그가 나를 밀어내지만 않는 정도라고 해도

 

 돌아가고 싶어지고 말 테니까-...

 

 

 

 나는 창 밖을 쳐다본다.

 

 

 

  오랜만의 휴일- 발에는 뮬이 빛나고 있다. 이 신을 신고도 우아하게 걷는 것이 어른일 것이라고..

 

 아주 우아한 여인이라고 생각했었던 나- 나는 이제 이 신을 신고 넘어질 일 없이 , 천천히 우아하게 걸을 수 있다.

 

 이제는 이런 나를 봐줄, 그가 간절해진다....

 

 

 

 여전히.. 마음속의 나는 한뼘도 자라지 않았다 느끼는 순간이 많은데..

 

 모습만 훅 변했다... 예전과 달리- 나는 엉망으로 꼬인 머리로

 

 빗질도 안한채.. 집 밖을 나서거나 하는 일은.. 이제는 결코 없다-

 

 

 

 

 나는 책상에 걸터앉아 예전 그가 준 편지를 , 이제는 손으로 쓸고 눈으로 쓸고 마음으로 보듬어 꾸깃꾸깃 해진 편지를 꺼내..

 

 그 사람의 글씨를 바라본다... 내가 얼마나 멀리, 물리적으로든 심적으로든- 내 변화로든 .. 얼마나 멀리 왔는지 나는 스스로도 깨닫는다-

 

 

 그런데 세진이와 했던 대화처럼 내 마음은 전혀- 단 한줌도 덜어지질 않았다.. 그는 아직도 나를

 

 하루에 몇 번쯤 기억할까?

 

 

 

 그의 다정하던 손길이 떠오르고 그의 보드라운 얼굴이 떠오르고

 

 세진이의 말이 떠오른다.. 그가 ,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나는 마음속으로 말을 건다... 여전히 확신해 달라고- 내가 당신을 잊었을거라고

 

 

 감히 꿈도 꾸지 말라고- 이렇게 아름답게 곳곳을 물들여 놓고- 나를 당신과 닮아가게

 

 당신이란 사람을 알고 날아오르게 해 놓고서.... 혼자 사라질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임은 그 생각 끝에 픽 웃고 잔을 내려 놓았다.

 

 

 

 

 

 

 

 그런데 책상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조금 끝부분이었던듯- 잔이 떨어진다. 하얗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잔이 떨어져서 박살이 난다. 피 같이 남은 커피가 세어나온다.

 

 

 

 

 

 .......

 

 

 

 

 

 

 하임은 좀 놀랐다... 하지만 불길하다, 따윌 생각하지 않으려 애 쓰면서......

 

 그저 깔끔하게 금방 치운다- 깨진 잔을 모으고- 바닥을 닦다가- 손끝이 따끔 해 온다..

 

 

 아주 약한 파편이 손에 걸려- 손을 찔러 피가 한방울 세어 나오고 있다..

 

 

 

 

 "......"

 

 

 

 

 하임은 한참이나 그런 손가락을 바라본다... 어떠한 생각도- 잇지를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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