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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서로에게 다른 , 누구에게나 아플 d- day
작성일 : 17-07-27 17:42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17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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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녀가 숨소리가 내 속도 모르고 고르게 퍼졌다. 참 우습게도 얼어서 바짝 긴장한 쪽은 내 쪽이었고 그녀는 날 자꾸만 부추겨 놓고도

 

 말간 얼굴로- 태평스레 내 팔을 꼭 잡고 잠들었다.

 

 

 정말 .. 이런 방심이 장하임답다- 당당하게 자신이 덮치지 않겠노라고 말하는 그 당돌함에 난 어이가 없었다.

 

 

 

 

 정말로 자신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는건가? 대체 내가 어떤 사람일줄 알고.... 까망이와의 첫만남이 떠오를 만큼- 이 여잔 그 순진한 눈으로 날 올려다 본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아니면 나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남자인줄

 

 

 모르는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내 욕망을 다 알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고.. 내 이성이 얼마나 무거운지 내 짐이 얼마나 커다란지 짐작하는 걸지도 모른다.

 

 

 

 

 

 수수께끼로 가득 찬, 이 어린양은 내 털에 코를 묻고 잠들었다. 이 털이 어떤 늑대의 털인지도 모르면서-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 할지도 모른단 생각에 목이 콱 메인다. 나는 나를 미워한다고 하면서 어떤 심정적인 면에선

 

 '어쩔수 없다' 라고 생각하며 수용해온 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고는 우유부단한 내 자신이 싫었다. 죄책감도 못 뛰어 넘는 내 자신이 싫고

 

 하민이를 여전히 ... 안타까이 여기고 나 때문이라고 여기는 슬픔도 , 그게 그대로라는 걸 목격할 때마다 나 자신이 구제 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개 다 지킬수 없으면 하나는 놔야 하는데..... 내가 구축한 세상이란게 너무나 부조리하고 너무나 말도 안된다는걸-..

 

 나는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세상의 기준이 180센티의 키에 맞춰진 세상이면 그녀는 그 세상의 엄지 공주인데 나만 그 사실을 모르는 것 처럼-

 

 아니 모르는 척..... 그녀를 내 세상에 들여 놓았다.

 

 그런 내 세상에서 그녀는 너무도 위험했다.. 내 부주의한 발걸음 하나하나에도 그녀는 위험해 질수 있었다. 내가 아무리 그녀를

 

 

 품에서 놓지 않는다고 해도 ... 그녀는 언제나 위험할수 있었다. 그게 나 때문이라는걸 .... 그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라는 존재를 안 만났다면, 안 마주쳤다면 ...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부드럽게 흘렀을지 정도는 충분하게 알수 있었다.

 

 

 

 

 모를수가 없었다. 그 생각을 나는 나만 했다고 생각했지만 ... 아마 강비서도 이번에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서로가 몰랐다면 서로가 빠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인생이 쉽고 부드러웠을지를......

 

 

 

 

 그녀는 누구나 그렇듯 이별을 겪었지만... 나 없이도 곧 극복했을것이다. 굳이 이 나라로 돌아온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훨씬 자연스럽고 훨씬 쉽게 애틋함과 사랑을 품었겠지..... 그때 그는 상황맞게 고백을 했을테고.... 자신의 사랑을

 

 효용있게 그녀에게 전했을 것이다.

 

 

 당장은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기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아는 장하임은 그랬다.

 

 그래도 시간만 충분했다면.... 그 남자에 눈에 담긴 열망은 나는 , 적어도 내가 짐작하기로는 장하임을 수긍 시킬정도로 사랑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되짚어서 사랑하게 했을 것이다. 결국엔.... 그렇게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조금은 평범하지만-, 편안하게-

 

 그러니 편안하니까- 아플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픈 기억으로 눈물 짓는 날은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의 머리를 살짝살짝 쓰다듬는다.. 손끝에 스치는 보드라움.... 멍청하게도 돌아보면

 

 

 이런게 아쉽다- 그녀에겐 이런 일을 언제나 해 주지 못했다. 사소한 일들인데도 닿기전에 내가 한참이나 망설이기에... 그녀가 내게 안겨 있을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도 대충은 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내 마음을 미처 다 모르는 것을 언제나 나는 다행이라고 여긴다.....

 

 

 

 예전엔 가지고 싶으면 가지면 그만이었다.... 원한다는 생각이 들면 손을 뻗으면 그만이었다.

 

 그것들은 손에 잘 닿았고 , 나는 그런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만큼 무지했다.

 

 

 

 

 하지만 이제 많은 것이 달라졌다 , 나는 그 자리가 무엇이건- 형의 것을 빼앗고 싶지 않다.

 

 이제는 아무것도 남의 것을 탐내서 부러 손에 넣고 싶지 않다. 그것의 그 사람의 목숨줄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고 아버지가 두는 자리에도 있고 싶지도 않다. 그 자리에 앉는것 자체가 형의 것을 빼앗는 것이니까.

 

 나는 결코 둘다, 두 사람 다 만족 시킬수는 없다. 둘다 할수 없다.

 

 

 나는 이대로 - 내가 언제나 생각했던 것처럼..... 원래의 계획처럼

 

 

 하민이의 곁에서 이렇게 아무런 일도 없이 아무런 것도 없이 천천히 시간이 흐르고 늙을 것이다...

 

 

 잠든 하민이도 나를 따라서 아주 천천히 더 빛바랜 꽃이 되어가겠지....

 

 

 

 

 모든걸 잊는 날이 그녀에게는 올지도 모른다... 그녀는 움직이고 숨쉬고

 

 물 밖에서 있을수 있으니까- 나만 놓으면.... 하지만 내가 제자리에 있다면... 나만 그 자리에 서 있다면......

 

 

 

 우리의 기억을 나만 품고 있다고 해도 , 그녀도 나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아주 가끔- 내 가슴속 깊은곳에 그려둔 이 여자를 꺼내볼 것이다-

 

 욕심이 나서 손 한번 뒤틀어 질듯 꽉 잡아보지 못한 그녀를 늘 아낄 것이다. 늘 마음에 품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다. 욕심을 내고 있었다. 마음속의 소리들은 도무지 조용해 지질 않았다.

 

 그녀가 눈을 감자 내 세상의 질서도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린양.... 소리들은 제각기 하는 말이 달랐다.

 

 

 

 그녀가 내 마음속 소릴 들은것 마냥, 살짝 몸을 돌려서 안겨왔다. 그녀는 내게 부드럽게 안겨왔다. 말도 안되, 나는 속으로만 생각한다.

 

 어쩌면 이렇게나 내가 마음을 먹는 순간마다. 욕심을 버리는 순간마다 그녀는 내게 먼저 손을 내민다..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이마는 따뜻하고 생기를 품고 있다. 내가 닿기 아깝단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 만큼-

 

 

 

 

 예전에도 내겐 언제나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사랑이 구질거리지 않을수도 있구나- 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말도 안되게도 그랬다. 순간 순간이 지금이 영화인가 싶었던 순간들...

 

 영화같았던 순간들의 결말이란 정말 - 말도 안되는 식물인간이라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있을만한 결말이었다.

 

 

 그런데 내 품속의 이 여자가.... 다시 내 세계를 움직였다... 자꾸만 고개를 내 밀도록..... 숨이 뭐였는지 추위가 뭐였는지..

 

 

 내가 숨을 안 쉬고 있었음을 , 추운데 그런곳에 혼자 있었음을 자꾸만 가르쳤다. 알고나니 나는 그제서야 숨이 막히고 그제야 손끝과 발끝이

 

 얼어붙은 심장이 시려왔다.... 첫만남- 그때부터 그 후에도 계속해서 그녀의 눈길은 나비처럼 내게 자꾸만 닿았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내가 그렇게 싫을때도 있었다. 내가 유별나서- 내가 흠이 많아서- 저 말간 얼굴에 비치우면 별나기가 이루 말로 할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늘 말해주었다. 어머니보다 단호한 손길로 내 손을 탁 탈치고는 내 상처들을 단호하게 덮었다.

 

 엉망으로 너덜거려 덮히지는 않겠다 싶었던 것들을 티 안날만큼 꼼꼼히 매웠다.

 

 

 그 누구에게도 엄중하게 혼난적이 몇번 없던 나를- 늘 겁내고 돌아서는 사람이 많았었던 나를- 사실은 지켜주길 바랐는데

 

 그 자리에서 나를 위해 물러나지 않길 바랐는데 말 없이 사라져간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내 생각보다 망설이지 않고서 금방, 곧잘 그랬듯이

 

 

 그녀는 나에게서...돌아설줄 알았는데.... 마주한 순간 후로 한번도 , 나를 돌아서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았다. 다들 아주 큰 문제처럼 여겼던 나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안았다.

 

 

 

 나를 그저.... 따스한 품으로- 안았다.

 

 

 

 단지 내게 필요한게 그것 뿐이었다는 것에... 놀란건 나였다. 더 크고 더 많은게 분명히 필요할줄 알았는데..

 

 나는 그녀의 품에 안기고 나자 생각보다 쉽게 그녀를 신뢰하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은 상처니까 털어내라고- 스스로 들어간 거면 손 잡아 줄 테니 나오라고-...... 손을 잡았다.

 

 그러니 이토록 특별한 것이다. 욕심내고 싶어지고 만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내 품에 있는데도 그녀는 숨을 편안하게 쉬잖아

 

 

 그것만으로 충분하면 안 되는걸까?

 

 

 

 아주 근본적인 질문들부터 마음속에서 하루에도 수백번씩 쏟아진다. 하민이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잖아?

 

 

 그래 알고 있다.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는 사랑보다는 미안함과 사무치는 감정에 가깝다.

 

 

 그녀는 여기에 있어도 있지 않는것과 같다. 그녀의 옷만 남은 것 같다고 하면

 

 이해가 쉬워질까.... 점점 사라지는 그녀를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점점 멀리 , 점점 돌아올수 없을 만큼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할수 없다. 그때 드라이브를 가자고 한건 나였다. 우습게도 기억속의 착각이 나를 보호해 줬으면 했지만

 

 그건 아마도 나였을 것이다. 혹은 내가 타자고 하지 않았더라도- 그때 속력을 높인건 나였다. 다른 결말은 없다.

 

 

 이것이 동화였다면 아주 싱거웠을 동화였다. 그냥 나만 괴로웠다면 되는건데-....

 

 

 다른 등장인물은 없어도 좋았을 텐데....

 

 

 

 

 나는 그녀를 꽉 안고 그대로 창에 눈을 두며 생각한다. 그녀는 내 품에서 살짝 웃으며 안겨온다.. 내 따뜻함이 좋다는 듯이 , 강비서는

 

 그 남자에게 들켰다. 사실 들키는건 내 계획에 없었으니까- ..... 화를 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혀 강비서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순간에 들었던건 아주 ,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의 안도감이었다. 지독히 이기적인 내가 문득 문득 깨어나서 그녀를

 

 

 영원히 옳아 맬까봐서 나는 걱정하고 있었던 거였다. 삼촌의 마지막 기억이 가득한 이곳까지 그녀를 데려와서

 

 

 나는 그녀의 날개를 꺾을까 말까- 손에 힘을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아주 솔직하게 조금은 고민하고 있었다. 잔혹하게도- 이기적이게도... 내 스스로가 겁나게도... 그가 그걸 알아챘다는 걸 알고 나서야

 

 

 

 

 

 내가 그러려고 해도... 그 남자가 사력을 다해 막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며..... 그리고 그가 예견했었던 데로 장하임을 행복하게

 

 

 해 주기엔 내가 몹시도 벅차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는 포기할 일도 없어졌을 것이다.

 

 

 아마 전력투구할 마음이 다시 들었겠지....

 

 

 

 

 내 손으로 넘겨주는거나 다름 없는 일인데..... 예전의 나라면 용납할수 없었을텐데.... 나비를 사랑하게 된 멍청이에게는

 

 양을 사랑하게된 늑대에게는 , 더 없이 다행인 일이었다. 말도 안되게...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마음에 밀려 들었으니까.... 내가 이 여자를

 

 해치지 않아도 ... 아니 해칠수 없게 저 남자가 이 여자를 구해주겠지... 아직도 그림앞에서 서면 가슴이 뛴다는 이 여잘

 

 정말 행복하게 만들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물론 시간은 걸릴 것이다. 장하임은 굳센 여자다. 한번 마음 먹은 것에는 어려움이 있어도 쉽게 놓아버리지 않는 여자니까...

 

 

 

 나를 아주 오래..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남자가 정성을 다 하면...

 

 언젠가는 잊을 것이다.. 사람의 존재는 적어도 그래서 좋은 거니까.... 나야 늘 눈 닿는 곳에 잊을수 없는 사실들이 가득하니

 

 잊고 싶어도 잊을수가 없는 거였지만.... 그는 그녀를 거의 ... 100% 라고 해도 좋을 만큼 멀리... 아주 멀리 데려갈 것이다.

 

 

 

 눈에서 사라지고 나면... 나의 얄팍함을 알아챌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그녈 붙잡고 있다고 해도

 

 그가 더 단호해지면 아주 잠시의 틈이 생기면... 나는 원치 않으면서도 그를 위해 , 장하임을 위해 달아나 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손을 꽉 잡았던 날 내가 했던 이야기.. 이유없이 내 손을 놓으면 내가 당신을 쫓을거라고 했던 그 말..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내 허풍이었다. 그녀가 무슨 이유로 놓든.. 설사 이유가 없대도 나는 그녀를 쫓을수 없다.

 

 언감생심... 그런건 꿈도 꿀수 없다...

 

 

 

 

 

 쓸데없이 사랑이 발걸음 마다 치정이 되는 , 쓸데없이 사랑이란 감정이 참을수 없이 수없이 슬퍼지는건

 

 

 나만으로도 족하다. 힘들어 져서 도망을 치는 것이라면 차라리 나만 부끄러우면 되니까 , 나만 비겁하면 되니까 괜찮을 텐데...

 

 

 

 예전에 이런 이야길 하민이랑도 나눈적 있었던거 같다. 사랑하니까 떠난다고? 그게 무슨 사랑이야- 진짜 사랑하면 다 이길 마음으로

 

 떠나지 말아야지- 그게 제인에어를 읽다 한 이야기였던거 같다. 그녀의 무릎엔 그녀의 애독서인 그 책이 펴져 있었다. 그녀가 즐겨입는 얇은 면으로 된

 

 스커트 위의 그 책- 바람의 냄새가 코 끝을 스치듯 선명하다. 내 치기 가득한 어린 목소리에 대답하는 하민이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녀는 그녀답게 부드럽게 대답했었다.

 

 

 '너무 사랑하니까... 자기 옆에서 행복하지 못할까봐 겁나니까?' 그때 아마 난 입을 삐죽였겠지.. 하민이는 늘 말로는 나를 이해 시킬때까지

 

 

 여러번 설득했으니.. 나는 말로 하민이를 이기지 못함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우리한텐 그럴일 없겠지만.... 그런 사랑도 있는 법이야-'

 

 

 나보다 어리면서도 하민이는 언제나 누나같이 나를 타일렀다.

 

 

 

 

 

 나는 조심스레 팔을 살짝 빼면서, 장하임에게 베게를 받쳐 주었다. 그녀는 싸늘한 베게가 닿자 잠시 콧잔등을 찡그렸지만

 

 곧 다시 잠으로 빠져 들었다. 그 작은 모습 , 눈짓을 놓치지 않고자 그녀를 찬찬히 바라본다. 그녀는 처음 만난 그대로다.

 

 머리가 약간 더 길었고- 여전히 화장법이 서툴어서 언제나 화장따위 하지 않는다- 얼굴을 맞대면 어린 소녀들이 쓸법한 로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시트러스 향이 잔뜩 나는 오데코롱 향이 풍긴다. 머리에서 나는 풍선껌 향기도 , 나의 향기와는 너무나 달라 발랄하기까지 한

 

 그 모든 향기들을..... 내가 당신을 놓을수 있을지... 결단을 내릴수 있을지......

 

 

 나는 아직도 알수 없다.

 

 

 

 

 나는 살짝 걸터 앉아서- 그녀의 머리를 사락사락 넘겨주었다.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주 오래 당신이 행복하기를

 

 난 최선을 다해서 빌어주고 도와주고 모든걸 다 해 줄거야....

 

 

 내가 당신의 요정이었잖아- 요정과 사랑에 빠지는 공주 이야긴 세상에 없어...

 

 

 

 공주는 시간이 지나면 요정을 잊을지도 몰라- 잠시쯤은 생각하더라도 언젠간 잊고 자신이 온 길에 충실하게 될거야

 

 옆에 좋은 왕자님이 도와 줄 테니까.. 하지만 요정은 당신을 잊지 않을거야- 내가 별것 아닌 요정이었지만- 내가 부릴수 있는 거라고 해 봤자.

 

 당신이 원래도 빛나는 사람이니 당신을 더 편안하게 빛나게 해 주는거 뿐이었지만- 당신이 그것에 무척이나 행복해 해 주었으니까...

 

 

 

 난 잊지 않을거야 당신이 잊어도-

 

 

 

 

 

 장하임은 내가 슬쩍 덮어준 이불 밑으로 귀엽게 코를 감추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는다.

 

 하루만 더- 한시간만 더- 단 몇분이라도 좋으니.....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바보들의 클리셰라고 그토록 비웃었던

 

 통렬하게 비판했던 말을 난 되뇌였다. 무지하다고 해도 좋을만한 표정으로 -

 

 

 

 

 '이 시간이 그대로 멈추게... 해 주세요..... 당신을 믿지 않았던 나에게 당신을 언제나 의심한 나에게

 

 더 크고 잔혹한 고통을 내려도 상관 없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당신 대신 손을 뻗게 해 준... 이 여자를 , 제가 놓을때까지 앗아가지 말아 주세요.......

 

 

 

 

 

 믿지 않았던 , 진심다해 향하지 않았던 당신에게 - 모든걸 바쳐 기도할게요......

 

 도와주세요.... 저를- 제가 그런 기횔 가져도 된다면... '

 

 

 

 

 

 

 

 

 창밖으로 별이 졌다. 반짝 빛나는 별은 응답처럼 떨어졌으나 지혁의 눈은 창보다 그녀를 훨씬 더 향하고 있어서

 

 미처 그까지 눈이 닿지 못하였다.

 

 

 

 

 

 

 

 -

 

 

 

 

 

 다음날 눈을 뜨자 그는 또 자리에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약한 실망감과 함께 고갤 들었다.

 

 이럴줄 알았다니까- 싸늘한 옆자리는 아주 오래전에 그가 일어났음을 알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피식 웃음이 났다. 참으로 그 다워서- 난 웃으면서 나도 변했다고 느꼈다... 이상하게도 집도 방도 몹시도 고요했다.

 

 

 

 방은 내 방보단 좀 넓었고 창에서 드는 빛만은 같았다. 나는 그가 가져다 놓은 듯한 짙은 녹빛의 슬리퍼를 살짝 신고

 

 씻은뒤 이젠 익숙해진 계단을 딛고 내려갔다. 그는 어제와 같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와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던듯 했는데

 

 내가 내려오자 , 내 기척을 느끼자 둘다 입을 조개처럼 딱 다물어 버렸다. 난 어색하게 잠시 멈춰섰다.

 

 

 한가지 확신할수 있었던건 둘다 몹시도 당황한 표정이었다는것 정도였다...

 

 나는 내 옷차림을 내려다 보았다. 늘 입는 차림이었고 별스럽지도 않은데...... 상황파악이 된 것은 아주머니가 먼저신듯 했다.

 

 아주머니는 작약앞에 커피 잔을 내려놓으시더니 - 조용히 웃으시며 아주 빠르게 부엌으로 사라지셨다.

 

 내가 내려와서 작약에게 되 물었다.....

 

 

 

 

 "무...무슨 일 있었어요? 나 어디 이상해요?"

 

 

 그 말에 작약은 피식 웃었다. 아침 나절엔 여전히 끼고 있는 은색의 안경밑 얼굴이 부드러워진다.

 

 그 부드러움이 독처럼 짙은 커피에 퍼지는 우유처럼 부드러워보인다- 그는 이제는 독한 에스프레소가 아니다...

 

 어느새 내게는 부드러운 거품을 가득 품은 카푸치노다. 달달해서 참을수 없는-

 

 

 

 "아니야... 그래서 그런거- 다른 이야기 하고 있었어-"

 

 

 

 그에게 바싹 붙으며 그의 팔짱을 낀다. 이 사람은 내가 이러는 것에 이젠 익숙해 질 법도 한데- 내가 이럴때 마다 완전 가깝게 닿을때 마다

 

 한 0.5 초 씩은 굳는다. 그 점도 재밌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지만 , 오히려 재밌지만 첨엔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얼마나 떨어져 있었으면... 얼마나 달콤한 사람인데.... 혼자서 얼마나....오래 있었으면 하는

 

 그가 그토록 싫어라 하는 연민이 스몄기 때문이었다. 절로... 신경쓰지 않아도 쉬이 스며드는 마음이었다.

 

 

 "무슨 이야기 했는데요? 궁금해-"

 

 

 그는 내 머릴 쓰다듬으며 말을 잇는다. 내가 못 알아챌거라는 듯 말을 돌리면서

 

 

 "오늘은 머리 잘 말리고 왔네? 잘했어- "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애 같이 칭찬하는 말투... 약간 뾰로통해져서 바라보자 그는 다 알지만 넘어가 달라는 듯 싱긋 웃었다.

 

 그 멋진 웃음에 나는 또 넘어가주고 만다- 매번 이렇게 해 주면 안되는건데...라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오늘은 놓여있는 샴푸 썼어요- "

 

 

 

 "그럼 전엔 가져온...거 썼어?"

 

 

 

 그가 놀란거 같다.. 그럼 당연하지.. 챙겨야 되는줄 알았으니까-당신이 아무것도 없다고 몇번이나 강조 했었잖아요-

 

 당신걸 챙겨 올거라고도 이야기 안했구요- 나도 습관이 베여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걸 챙겼으니까

 

 그가 아무것도 신경쓸거 없댔으니까 그냥 신경 안쓰기엔 습관이란게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이것 저것 챙기고 말았다.

 

 

 

 

 나는 장난스레 그를 흘겨보면서 내 머리 끝의 향을 맡아본다.

 

 

 

 "샴푸에서도 바닐라 향이 끔찍하게 나던데요-? 너무 너무 달콤한 냄새 나요- 너무! "

 

 내가 고갤 찡그리자 그가 갸웃한다.

 

 "바닐라 향?..... 싫어해? 이상하네... 내 향수도 샴푸도 다 그런 거였을텐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그는 자신 소매 끝의 향을 맡아본다- 그는 두터워보이는 스웨터를 입고 있다. 회색빛의 터틀낵은 목을 넉넉히 감싸안아 준다.

 

 옷따위에게 질투가 날 만큼 , 그 옷이 그를 꼭 끌어안고 있다. 나는 소근소근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진짜 이상하죠? 먹는것도 아니고 난 샴푸나 향수같은건 바닐라 향 싫어하는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런 향을 당신이 입으면

 

 너무 좋다니까요- 당신이 입으면 꽃이 꽃된거 같아서 당연한건지.... 자연스레 녹아들어요 이젠 달달한 냄새 안나면 당신 같지도 않아요- 되게 어색할걸요??"

 

 

 

 내가 앞에 놓인 여전히 삼각형으로 칼같이 잘려있는 토스트를 집으며 별스럽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자 그의 얼굴이 붉어지다가

 

 불현듯 그가 웃는다. 소리내서- 그 소린 음악처럼 듣기 좋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듯이 소년같이 해사하다.

 

 

 "진짜 ...... 당신은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니까...."

 

 

 

 

 나는 내 말을 곰곰히 되 씹으면서 그가 웃었단 것에만 의미를 두고 피식 웃었다.

 

 

 "좋은 선생님한테- 잘 배워서 그렇죠- 연애는 닭살스런 거라고 당신이 말해줬잖아요-"

 

 

 그는 내 말에 대답치 않고서 냅킨으로 입을 살짝 닦아준다- 사랑스럽단 듯이 날 바라보면서

 

 내가 그에게 묻는다.

 

 

 

 "그림 마저 그려야죠?"

 

 

 그는 그 말에 눈에 띄게 머뭇거린다. 별로 내켜하지 않는거 같다. 해가 들때 그곳에 가야한다고 한건 그였는데

 

 그림을 그리는 내내 그의 표정이 좀 그랬듯이....

 

 

 나는 좀 의아했다.

 

 

 그는 내게 먼저 말을 꺼냈다.

 

 

 

 "아니야 바다부터 안갈래?- 날씨 되게 좋잖아... 아무리 여기가 서울보단 따뜻하다지만 해질녘되면 추울거야-

 

 그냥 바다부터 갔다 오자- 아주머니한테 부탁했어-"

 

 

 

 "뭘요?"

 

 

 

 내가 의아해서 되묻자 그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도시락- 직접 쌀 재주는 없어서-... 싸주고 싶은데 내가 싸면 벌칙이 될거 같더라고-"

 

 

 

 그러고 보니 그가 서툴게 요리하는것도 본적 없다. 그는 늘 포장된걸 꺼내서 먹는게 다니까- 그는 글씨는 정갈하다-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남자가 썼다고

 

 믿기 힘들만큼 단정한 글씨를 쓴다. 하지만 다른 면은 그림도 영 형편없는거 같았다. 슬쩍 말하면서 낙서하는것만 봐도

 

 엉망이었으니까- 그런면이 귀엽기도 했다. 그러면서 옷을 입는다던가- 옷맵시를 낸다거나 하는데는 또 탁월한데도 말이다...

 

 

 

 어차피 요린 나도 못하니까 뭐-

 

 

 

 

 "이럴줄 알았으면 요리를 좀 배울걸 그랬나봐요...?"

 

 

 내가 의문문으로 말을 끝맺는걸 유독 싫어하는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한다.

 

 

 

 "됐어 뭐- 당신은 요리 안해도 그림도 잘 그리고 잘 하는거 많잖아- 그리고 요리는 배운다고 되는거 아닌거 같아-내가 느끼기로는"

 

 

 그는 단정내리듯 말하고 나는 왠지 화가나서 되묻는다

 

 

 "어떻게 알아요? 해 봐야 알지- "

 

 

 그는 피식 웃는다.

 

 "우리 어머니가 그러셔서 알아- 어머니 다른건 다 잘하시거든- 피아노도 오래 치셨고 다른 악기들도 잘 다루셔 꽃꽃이에도 실력이 상당하시지

 

 

 옷도 , 화장도 잘 하시는데.. 요리는 좀체 안 느시거든.. 늘 누구 도움 받으셔- 어머니가 간 맞추고 돌아서시면 다른 분이 와서 다시 간 맞추시지..

 

 

 어머니는 아마 아직도 모르실껄? 그분이 매번- 간을 다시 맞추시는줄 나도 몰랐었으니까....

 

 

 그것도 난 중학생때 알았어 그 전까진 다 잘하시는줄 알았거든!"

 

 

 그는 그 시절이 그립다는듯 살짝이 웃고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그와 무척이나 닮은-

 

 그 완벽해 보이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의외성에 나는 왠지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럴법도 하다, 그 분에게선 남들에게서 느껴지기 쉽지 않은 고급스러움이랄까.... 뭐랄까 고생을 모르고 자란 사람의 느낌이 풍겼다.

 

 그게 좀 놀라웠던 건 허세이거나 자기가 드러내서 안게 아니라는 거였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런게 보였다.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의 느낌이었다. 우아했으나 과시적이지 않은 힘이 느껴졌다. 그는 늘 아버지가 겁난다고 얘기할때 그런 기색을 비췄지만

 

 

 내 느낌엔 어머니가 더 고단수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약하신 것은... 단지 그게 작약이기 때문에 무력하신 것일 텐데.... 모든 이들은 세상에

 

 

 처음 딛는 순간부터 약해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어떤이에게는 사랑이기도 가족이기도... 자식이기도.... 돈이기도.. 명예이기도..

 

 힘이기도 ... 사람들에 따라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그게 나에게는 사랑이었듯이 그게 작약에게는 지난 기억에 대한

 

 

 책임감이었듯이......

 

 

 

 사람은 아무리 흔들리면서 자란다지만.... 자기가 혼자 쌓는 기억은 때로는 지나치게 쓸쓸하여 지나간

 

 

 시간을 헤아리지 못해서, 쑥 웃자라서 무너져 내리곤 한다. 그 무너짐은 그 앞에 앉아 있지 않으면 모른다.

 

 

 자기 발치로 쌓은 것들이 발에 부딫히며 낙하하고 나서야 어리둥절해지고 그 시기를 넘기고 나면 눈물이 나를 덮쳐온다.

 

 

 

 내 안색을 살피던 작약이 내 기억에 뭐가 스친지 알아챈듯이 내 손위에 제 손을 살짝 덮고는 눈치 안챈척- 나를 배려 하면서

 

 말을 잇는다.

 

 

 

 "추울테니까 가장 두꺼운 옷 입고 나와- 그러고도 내가 위에 숄을 둘러 줄거야- 바닷바람은 매서워 어디든- "

 

 

 그는 살짝 짗궃어 보이게 웃는다. 나는 그의 스케치가 마음에 걸린다. 그의 스케치는 거의 완벽하게 되어 있었지만

 

 색을 안 입혀 놓으면 왠지 종이에서 슥 일어나서 사라져 버릴거 같아서 마음이 불안했다. 말도 안되는 소린걸 스스로 알면서도

 

 그라는 존재는 눈 앞에 있어도 언제나 스러질듯 아스라해서 불안하니까.....

 

 

 언제나 , 짙으면서도 힘있는 바람이 오면 흩어져 사라져 버릴까 겁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많이 탐내기 때문일거야 나는 스스로에게 납득시킨다.. 그를 욕심내니까 조바심이 나는거야.. 조바심 내기 않기로 했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한다. 한참을...

 

 

 

 

 

 아직 시간 있잖아? 나는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아직 며칠 더 있을 테니까...

 

 그 사이에 색은 천천히 입히면 되지...

 

 

 

 

 나는 그런 후에야 씩 웃으면서 일어났다. 옷을 챙겨 입기 위해서 그는 나를 보며 싱긋 웃으며 앞에 놓인 커피를 한모금 머금었다.

 

 늘 커피만큼은 제 손으로 내려 먹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단듯 입을 삐죽였는데.. 아주머니의 솜씨가 좋은지 그는 살짝 눈을 감았다가

 

 창밖을 응시하였다. 나는 그런 그를 뒤로 자꾸 흘긋 흘긋

 

 돌아보면서 위로 향했다. 눈에만 담기 아까워 그 모습을 기억에 아로새길듯 ,

 

 나는 자꾸만 돌아 보았다.

 

 

 

 

 

 

 -

 

 제이미와 현호는 그 뒤로 비교적 서로 잘 지냈다. 아니 아주 잘 지냈다- 평화, 그야말로 균형과 평화였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까 제이미는 천천히 갈 마음이 든 것이었고 현호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는 서로를 티나게 챙기진 않았어도 이해했다. 김 간호사는 원체 그런 면에서는 둔해서인지 아님 알았는데 별 내색을 안해서인지

 

 그냥 사이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넘어가졌다. 그리고 제이미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싹싹하고 밝고 인사성도 밝았다.

 

 그러니 현호도 마음이 느긋해졌다. 속도가 느려도 상관 없겠다 싶어졌다. 정의를 내리지 않고서 저 사람이 좋아졌다... 그런

 

 희미한 , 경계선이 불분명한 그 말로도.... 그 정도로도 마음은 충분히 편안했으니까..

 

 

 

 

 그 사이 두 사람의 간격은 완벽했다. 현호는 제이미에게 여러가지를 이야기했고 제이미의 사정도 대충은 알게 되었다.

 

 몰랐던 것들이었다. 당연히 말을 안했으니 몰랐던 것이기도 하지만.. 웃음으로 제이미가 뭔가를 감추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웃는다고 다 밝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 현호는 제이미가 상처를 요령좋게 덮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 중

 

 

 아프다고 했던 친구에 대해서는 좀 눈에 띌 정도로 말을 줄였지만 그 전에 만났던 사람의 이야기나 자신이 전에 했어야 하는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제이미는 생각보다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다....... 그 이야길 듣고 나니 내가 얼마나 무감각 하게 느껴졌을지 그제야 알수 있었다.

 

 

 

 그때 제이미가 얼마나 상처 받았을지.. 왜 화를 낼수밖에 없었는지... 그건 결국 나를 걱정해서라는 것도... 알수 있었다.

 

 

 

 그 남자.. 그 차가워 보이는 남자의 말 대로였다. 사랑이 되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인정하게 될 거라고 그의 말 그대로였다..

 

 제이미는 재촉하지도 내 감정이 뭔지 확실하게 확인 하지도 않았다. 그는 무엇이 시작이던 상관 없다고 내게 말했고 그대로였다.

 

 

 

 평화롭다고 생각했을 때...... 아주 평화로운 어느날이었다.

 

 

 

 그때 다른 일이 터졌다...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여느날 같은 하루였다. 그 날이 달라질 날은 아니었다.

 

 

 그때 제이미가 전활 받는걸 보았다. 나는 그의 마무리를 돕고 있었다. 전화를 받을땐 안 그랬는데 점점 제이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려왔다.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반은 영어였고 반은 한국어였고.... 제이미는 낮게 울며 알아듣기 힘든 탄식들을 내뱉었다.

 

 

 

 제이미를 알면서 그런 목소리는 처음이어서 나는 두려웠다. 바닥을 닦던 밀대를 든 채로 제이미에게 다가섰다.

 

 전화를 툭 끊으며 전화는 제이미의 손에서 그대로 떨어졌다. 나는 뒤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울었다. 엉엉.... 내가 기척을 내었지만 그는 한참을 얼굴을 감싸쥐었다........그러고 나서 돌아보는 제이미의 얼굴엔

 

 고통이 가득했다. 눈물범벅인 얼굴은 엉망이었다... 언제나 웃어서 몰랐던 얼굴이었다. 마음이 타는듯 고통스런 얼굴이었다. 내가 조심스레 다가가자

 

 그는 나를 끌어 안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영문 모른채 등을 토닥였다.

 

 

 무서웠다.

 

 

 

 무슨 일인지가 너무나 두려웠다. 언제나 평정심을 좀처럼

 

 잃지 않았던 제이미가 평점심을 이렇게 잃은건 처음이었기에 두려웠다.

 

 

 

 

 "무슨 일이야- 말 해야 알지... 응? 진정하고 말 해봐... 울지말고... 응?"

 

 한참만에 겨우겨우 입 밖으로 꺼낸 내 달래는 말에 제이미는 한참을 한참을 한국말로 잘 나오지 않는지 망설이다가

 

 

 내 귀에 겨우 들릴만큼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 친구가................ 죽었대요............."

 

 

 

 그 말 후에 이어진 울음에는 현호도 더 말을 이을수 없었다. 제이미는 토해내듯 무너져 내리며 울었다.........

 

 

 그저 밝은 형광등 불빛아래 두 사람은 언듯 서 있을수 밖에 없었다.

 

 

 

 

 

 

 -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절대 지워질 일은 아니었다.... 지워지지 않을 일이었다... 이미 결심했지만... 쉬워질 일도 아니었다...

 

 

 그건 살인일테니까........

 

 

 내 귓가에 악마가 속삭이듯 덧 붙였다... 그 피는 니 손에 엉겨붙어 지워지지 않을거라고....

 

 

 나는 그 손톱만한 주사약을 작은 주사에 조심스레 넣었고 바지 주머니에 그걸 숨겼다. 여기서 일하는 간병인들은

 

 치울게 있으면 누구나 라텍스 장갑을 꼈다. 고로 그건 이상해보이는 일이 아니었다. 이틀 남짓이라 생각했으나 전화가 와서 그 여자는 오늘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 말.... 어차피 이틀 남짓되는 시간따위는 상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내가 전화로 물었다.

 

 

 

 

 

 "그.... 간병인은 어쩌고요? 저랑 어제 마주쳤는데요?"

 

 

 나는 너무나 두려워 뱀같은 그 여자에게 나도 모르게 실언을 했다...

 

 

 ".....? 그래서 뭐 알아챘단 건가요?"

 

 

 

 

 그런건 아니었지만 ,나는.....아주 약간, 아주아주 약간... 티 났다는 이야기도 할수 없을만큼 두려웠다. 여자의 목소리는 서릿발 같았다.

 

 

 "이제야 남편이 차 타고 어디가는지 행선지를 겨우 알아냈어요- 가는 동안에 접촉 사고를 가볍게 낼 거에요- 그럼 전화를 할 테고- 잠시는

 

 나오겠지요..... 더군다나 지금 의료진들이 전체 체크하는 날이 바짝 다가와있어요 그 전에 해야 되니까 그건 오늘이어야 해요-

 

 지금 이 일에... 이 합에 몇명이 달라들었는지.... 당신도 들었으니 이젠 알겠죠?

 

 

 

 내가 문자로 메세지 줄게요- 금방 나오면 장갑 끼고 준거 옆에 딸린 구멍에다 넣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와요 cctv랑 다른 기계 알림

 

 전원 내릴수 있는 시간....고작 2분이에요.... 알겠어요?"

 

 

 

 

 "2분.....이요?"

 

 

 내 생에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돈이 없어 굶을때의 두려움과는 달랐다. 이미 손을 떠난 것의 댓가들이었으니 더 두려웠다...

 

 

 

 

 "2분이에요- 전화기 내가 준 거 들고 있어요- 망설이지 말아요... 망설이면 나, 당신, 당신 어머니... 당신 동생 다 죽으니까..."

 

 

 

 여자가 무서운 목소리로 하나 하나 집었다.... 어머니.....내 동생........... 나............. 그리고..........

 

 

 

 

 "........"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나는 비명이 나올것 같은 입을 틀어막았다....

 

 

 이미 해는 졌고 간병인들은 보통 모여서 휴식시간을 가지거나 하고 있었다.. 나는 복도 모퉁이에 숨었다.

 

 

 어머니의 얼굴과 이름만 되뇌였다.

 

 

 목에서 땀이 뻘뻘 흘렀다. 나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었다. 장갑에서 나는 희미한 고무의 냄새가

 

 소름끼쳤다. 나는 동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제야 그토록 배우고 싶다던 것들을 가르칠수 있는 학원에 보내게 된 것들 따위를

 

 되뇌였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니야... 나는 가장이고 내가 져야 하는 무게에 있는 일들이야.... 그런거야 하면서 힘겨운 마지막 합리화를 내 안에

 

 쑤셔넣었다.. 될리 없었다... 자꾸만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먹은게 없으니 나올것도 없는데 신물이 가득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이건 좋든 싫든 해야하는 일이라고 스스로 계속 일깨웠다.

 

 

 

 

 이 여자는 특권을 누려온 여자야... 그러니까.. 미련도 없을꺼야...

 

 

 

  미안해요 내가 이 죄는... 꼭 갚을께요

 

 당신 한사람으로 우리 가족은 살수 있어요 살게 될 꺼에요... 그러니...

 

 

 

 

 그때 차가운 메세지가 왔다.

 

 

 

 ' 지금-' 그러고 몇초 뒤에 그 간병인 아주머니는 다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전화길 들고 그 병실을 나섰다.

 

 나는 조심스레 발을 들고.. 그 병실로 숨어들었다. 옆에 딸린 구멍에 손이 벌벌 떨려서 몇번이나 실수를 할 뻔 하면서

 

 여자가 말한대로 딱 몇방울을 넣었다. 입에서는 이상한 울음이 낮게 튀어나왔다... 토할것만 같았다... 울것만 같았다....

 

 

 

 넣자마자 여자의 맥박이 이상해졌다.

 

 일정했던 소리들이 날뛰었다. 그 여자가 움직일리 없건만 움직이는거 같아 나는 숨죽여 빠르게 방을 나왔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다.

 

 텅빈 복도, 깜빡이지 않는 cctv등을 확인하고서 , 그런게 묻었을리 없건만 장갑을 벗고서 수십번 손을 씻었다.. 피로 가득차 있는거 같아서

 

 자꾸만 손을 씻었다... 눈이 흔들리는 거울 앞의 나는 더 거짓말도 할수 없을 만큼 이미... 악마였다...

 

 

 

 

 나는 계속 손을 씻었고... 화장실에서 그 소릴 들었다... 몇분 뒤에 기계의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렸고,

 

 그 간병인이 뛰어서 돌아오는 소리와 의료진이 몰려오는 소리

 

 그리고 10분 뒤에는 그 간병인의 우는 소리도 들렸다. 그분은 내게 감정을 품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 했는데.........

 

 그 사람은 결국 자신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었다.....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울부짗는 소리에 난 귀를 틀어막았다...

 

 가슴이 얼얼했다...... 죽을것처럼 숨이 찼다... 너무나 무서웠다.......

 

 

 

 

 

 의료진들은 나오면서 다들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우는 소리와 수군거리는 웅성이는 소리가 점점 가득해졌다....

 

 내가 없으면 누군가 의심할거 같단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 주사기를 바지 주머니 깊은 곳에 숨기고 장갑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별스럽지 않게

 

 괴물이 된 나를 스스로 느끼면서 옆에 웅성대는 이제 얼굴이 익숙해진 간병인에게 물었다....

 

 몇번이나 괜찮은지 스스로를 점검했지만 불안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타고 나오는 소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는 내 자신이 참을수 없이 역겨웠다..... 나는 방금 살인을 하고도... 아주 멀쩡했다...

 

 저 여자처럼.. 내가 숨을 거두워 들인 저 여자처럼......

 

 

 

 죽지 않았다.......

 

 

 

 

 

 

 "무슨 일이래요?"

 

 

 역겨운 내 의뭉스런 목소리에 그 사람이 대답한다...

 

 

 "끝방 아가씨..... 방금 뇌사 판정났데............. 믿을수가 없다 정말.. 몇년째 그대로였는데-"

 

 

 

 의아하다는 목소리에 나는 내가 더 의아하다는듯이 가증스럽게 연기를 해야 했다.

 

 자꾸 속에서 토악질이 올라올듯해 얼굴을 자꾸만 풀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 아무일도 없는 척...

 

 

 "뇌사요?......"

 

 

 

 "그러게 말이야...... "

 

 

 

 주머니 속의 주사기가 불이 붙는듯 뜨거웠다. 속으로만 되뇌었다. 복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웅성거렸다.

 

 나는 속으로만 얼굴을 숨기며 끊임없이 되뇌였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이 죄값은 내가 꼭 치를께요......

 

 

 

 정말...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관심 없는척 서 있는 동안 병원에는 속속 그 병실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들이 도착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에 떠오른

 

 빛이 다 달랐지만 그때마다 가슴이 짓물러서 터지는거 같았다.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끔찍한 멍에가 되어버린 그 핸드폰으로 메세지가 왔다.

 

 구토가 올라오는 , 악마가 보낸 메세지였다... 내가 악마가 된 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할 만한..........

 

 

 

 더 없이 잔인한 팩트였다.........

 

 

 

 

 

 

 

 '잘했어요- 안찍혔네- 이 핸드폰 병원에서 나가자 마자 부숴서 버려요 '

 

 

 나는 조용히 그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소리없이 올라오는 울음과 토악질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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