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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미네민의 임무
작성일 : 22-03-13 20:28     조회 : 73     추천 : 0     분량 : 7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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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크기가 나랑 똑같네.”

 

 좀 더 작은 발자국도 있었다면 우 박사의 발자국을 의심해볼 만했다. 민석은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비춰봤다. 민석의 발자국보다 먼저 생겼으면서, 비교적 선명한 발자국의 종류는 두 가지였다.

 

 "나 말고 두 명이 여기를 더 왔던 거야."

 

 민석은 냉정하게 숙고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의심하는 걸 수도 있어. 그냥 승강기 보수하시는 선생님의 발자국일 수도 있고.”

 

 단지 발자국만으로 뭔가를 알아내기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민석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승강기로 들어갔다.

 

 “딱히 이렇다 할 건 없는데... 왜 이렇게 께름칙하지?”

 

 민석은 옷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며 다시 환기구의 나사를 조였다.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사장님은 우 박사님이 30층에 올라오면 나한테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1층으로 가셨어. 난 실제로 승강기의 문이 닫히고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고.”

 

 민석은 30층 버튼을 눌렀다.

 

 “우선 30층에서 다시 시작해보자.”

 

 하지만 막상 30층에 도착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승강기 손잡이에 기대어 골똘히 생각했다.

 

 “자, 생각해보자. 분명히 승강기는 탔는데 아무 데서도 내리지 않았다. 그게 가능한가?”

 

 민석은 괜히 턱을 올려 환기구를 봤으나 그곳에서 답을 찾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는 시선을 내려 주위를 살폈다.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버튼이라도 있나?”

 

 그러나 승강기에는 비밀 버튼이라고 여길 수 있는 물체 자체가 없었다. 벽, 손잡이, 거울 어디에도 특이한 구석은 없었다. 그나마 특이한 물체라면 승강기 위쪽에 설치된 TV가 전부였다. 민석은 망설임 없이 TV를 여기저기 더듬어봤다.

 

 “뭐야. 그냥 일반 TV네.”

 

 TV는 전원 버튼만 있을 뿐 별다른 기능을 하진 않았다. 그때 민석의 시야로 층 버튼들이 쫙 보였다. 그는 모든 층을 가봤기에 그 버튼들을 최소 한 번씩은 눌러본 셈이었다. 그때 민석의 시야에 한 버튼이 들어왔다. 모든 버튼 중 그가 지금껏 한 번도 누른 적이 없는 버튼이었다.

 

 “비상 버튼?”

 

 민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이, 설마 이게 그런 버튼이겠어?”

 

 말은 그렇게 뱉었지만 그의 손가락은 점점 ‘비상 버튼’에 접근하고 있었다.

 

 

 ***

 

 

 ‘왜 나만 부른 거지?’

 

 미네민은 복도를 걷는 내내 의아했다. 그동안 흑사가 미네민만을 따로 부른 적은 없었다. 청사를 따라 흑사에게 간 적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흑사와 일대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네민이 그토록 원하던 단독 만남이었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미네민은 자신이 흑사의 의심을 산 것 같아 그동안의 행적을 곱씹었다. 하지만 지금껏 흑사와 청사가 시키는 일이라면 단 한 번도 거역한 기억이 없었다. 그들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했던 그녀였다.

 

 ‘혹시... 저번에 리브의 부탁으로 마루에 다녀온 걸 들켰나?’

 

 불현듯 백민관의 비서에게 쪽지를 건네주고 온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흑사단에서 나밖에 모르는 일인데. 설마 리브 씨가 그 사실을 말했을 리는 없고.’

 

 리브의 동료를 해치려는 목적도 아니고 오로지 구하려는 목적이었다. 만약 리브가 그 사실을 고발했다면 미네민에겐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었다.

 

 ‘아니면 설마 리브 씨가 내 출신을 말한 건가?’

 

 문득 미네민은 깨달았다. 어느새 리브는 미네민의 약점들을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걱정하지 않았다. 저번에 마주친 리브의 눈은 미네민과 같았다. 흑사에 대한 신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빛.

 

 ‘리브 씨가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결국 리브 씨의 입장에선 자충수야.’

 

 미네민과 리브가 그동안 나눴던 대화와 요구했던 사항들이 리브에게도 그리 떳떳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리브가 밀고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흑사는 도대체 나를 왜 부른 거지?’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네민의 발 앞에는 회의실 문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었다. 회의실은 지하에 있었기에 햇빛 한 점 들지 않았다. 조명도 밝지 않은 탓에 회의실은 동굴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왔나."

 

 그때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회의실 중앙에 흑사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넓은 회의실에 흑사와 미네민 두 사람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찾으셨다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미네민. 내 쪽으로 와.”

 “네.”

 

 미네민은 천천히 흑사를 향해 다가갔다. 주위가 어두워 흑사의 표정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흑사에게 다가갈수록 그의 얼굴에 패인 깊은 명암이 보였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견뎌낸 고통이 얼굴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나를 계속 주시하고 있어.'

 

 미네민이 들어올 때부터 그의 검고 두꺼운 눈썹 아래 안광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미네민은 그녀의 허리춤에 숨겨놓은 단도를 떠올렸다.

 

 ‘여차하면 바로 뽑는 거야.’

 

 다짐은 굳게 했으나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떨림을 숨기기 위해 팔을 최대한 몸에 붙였다.

 

 “그만.”

 

 흑사는 미네민을 멈춰 세웠다. 미네민이 자리에 서자 흑사는 그녀를 쳐다봤다. 미네민도 그의 눈길을 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흑사와의 거리 2m. 팔을 빠르게 뻗는다면 칼끝이 닿을 거리다.’

 

 흑사를 상대로 정면에서 공격하는 방식은 무리였다. 차라리 흑사가 잠시 시선을 돌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대로 돌진하면 흑사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치명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흑사의 기민성과 근력, 동체 시력 그 어떤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서 들어.”

 

 무엇보다 흑사에게서 뿜어나오는 위압감이 미네민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그녀의 공격이 실패할 리 없었음에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흑사의 주위로 흐르는 아우라가 그녀를 꾸욱 눌러 움츠러들게 만든 것이었다.

 

 '기습하면 100% 죽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미네민은 일대일 싸움에서 기습은 곧 승리라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말에 자신이 없었다. 왜인지 그녀의 공격이 막히고 도리어 그녀에게 죽음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단순한 여자의 육감이라기엔 온몸의 솜털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부르셨습니까?”

 

 흑사는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움직임이 날렵하다면서? 소문이 자자하더군.”

 “과찬이십니다.”

 “아냐. 나도 현장에서 널 본 적이 몇 번 있어. 그래서 그들의 칭찬이 빈말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고.”

 “감사합니다.”

 “너의 능력을 믿어서 말인데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저보다는 청사님이 더 능력이 있으십니다.”

 

 흑사의 명령을 넙죽 받았다가는 청사의 미움을 살 수도 있었다. 게다가 미네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청사를 거치지 않고 흑사의 명령을 받은 적이 없었다. 흑사단에서도 대장급은 돼야 흑사에게서 직접 명령을 받을 수 있었다. 흑사로부터 직접적인 명령을 받는다는 것은 곧 대장들과 동등한 지위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훗, 그런가.”

 

 흑사는 미네민의 반응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미네민보다 머리 두 개가 더 올라갈 정도로 큰 덩치의 소유자였다. 미네민은 이전에 받았던 위압감보다 한층 더 강렬한 압박을 받았다.

 

 “그래. 청사가 일을 잘하기는 하지. 화끈하고 말도 잘 듣고 다 좋아. 근데 말이야. 꼭 중요할 때 실수를 한단 말이지. 지난번 명장제약 건도 그렇고.”

 

 2주 전에 청사는 흑사의 명령을 받아 명장제약으로 잠입했다. 목표는 하나, 백민관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백민관 대신 엉뚱한 사람을 죽였고 그 사건은 그대로 뉴스에 나왔다. 청사의 실수는 곧 흑사의 귀로 들어갔다.

 

 “그때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 몰라.”

 

 미네민은 말없이 무표정으로 흑사를 바라봤다. 그 사건에 깊이 개입되어있는 사람이 미네민이었기에 누구보다 그 일을 잘 알고 있었다. 흑사는 혀를 한 번 차고는 미네민을 내려다봤다.

 

 “그래서 청사에게 같은 일을 두 번 시키기가 싫더라고.”

 “그렇다는 말씀은,”

 “백민관을 죽여라.”

 

 흑사단원으로서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청사가 하지 못한 일을 시킨 것이니 그만큼 미네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네민이 그 기대에 걸맞은 결과를 낸다면 흑사의 심복이 될 수도 있었다.

 

 ‘백민관이 목표라는 게 문제인데....’

 

 미네민은 리브의 얼굴이 떠오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그 명령을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흑사의 명령에 거절이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임무는 저 혼자 맡는 겁니까?”

 “저번 실패로 백민관의 경호원이 늘었다고 하더군. 혼자서 뚫기는 힘들 거야. 필요하면 요새 네가 가르치고 있는 애들을 데려가도 좋아.”

 “네. 알겠습니다.”

 “너무 무리한 부탁은 아니겠지?”

 “믿고 맡겨주세요. 반드시 마무리 짓고 돌아오겠습니다.”

 “명장제약의 주소와 필요한 도구들은 청사를 통해서 전해주지. 이제 돌아가도 좋아.”

 

 흑사는 미네민과 대화를 시작하면서 끝마칠 때까지 한 번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 탓에 미네민에게 기습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미네민은 아쉬움을 달래며 회의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곧장 우머라 팀이 합숙하던 방으로 찾아갔다.

 

 똑. 똑. 똑.

 

 미네민은 문을 열었다. 신입 여성 단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중 리더인 지니가 앞으로 나왔다.

 

 “오셨습니까, 미네민 님.”

 “거두절미하고 말할게. 흑사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흑사라는 이름에 단원들 모두 바짝 긴장했다. 지니는 명령에 대해 물었다.

 

 “저희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우선은 명장제약 백민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백민관 사장이 원래 생활하던 사무실과 숙소가 불에 타서 지금은 새로운 장소에서 지내고 있을 거야. 너희들은 교대로 돌아가면서 백민관을 미행한다. 그 사람의 생활패턴부터 인간관계까지 전부 파악해서 빈틈을 찾는 것이 너희의 일차 임무다.”

 

 그 시각, 흑사가 있던 회의실로 한 사람이 또 들어왔다. 이번에도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흑사 한 명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봤다. 그곳엔 리브가 서 있었다.

 

 “흑사 님, 부르셨습니까?”

 "어서 와."

 

 리브는 흑사의 앞까지 걸어왔다. 흑사는 리브를 바로 앞에 있던 의자에 앉도록 가리켰다.

 

 “여기 앉게.”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흑사는 리브의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무릎 사이는 한 뼘도 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범행을 시작해보려고 해. 그래서 누구보다 리브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지.”

 “저번에 말씀하셨던 은행에 대한 정보들은 어제 아침에 청사님을 통해서 드렸습니다.”

 “그래. 잘 받았어. 하지만 이번에 해야 할 일은 이전 일들과 조금 다른 거야.”

 “조금 다른 일이요?”

 “앞으로의 일을 위한 윤활제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리브. 난 말이야. 사람은 필연적으로 돈을 좋아하게 되어있다고 여겨. 지금까지 그 명제를 거스르는 반례는 한 번도 못 봤지.”

 

 리브는 흑사가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 대꾸 없이 계속 지켜봤다.

 

 “우리 흑사단원들도 마찬가지야.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 근데 리브, 그거 알아?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건 거지나 왕후장상이나 매한가지야. 근데 우리 단원들은 달구에서 태어나서 흑사단에 있는 것 뿐이야. 마루에서 태어났으면 고위인사가 되어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돈을 끌어모았겠지. 반대로 말하면 마루 사람 중에도 우리와 배경만 다를 뿐 흑사단에 어울리는 작자들이 꽤 된다는 소리야. 마루에도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다만 돈보다 명예, 정의 따위를 중시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지. 마루에도 돈만 주면 바로 옆사람을 칼로 찌를 사람도 얼마든지 있어.”

 

 흑사는 그의 속셈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지금부터 우리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돈으로 포섭할 계획이야.”

 

 예전부터 리브는 흑사의 주문을 받아 마루시의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방대하게 쌓아뒀다. 흑사가 그런 업무를 시킨 것은 오늘의 명령을 위한 포석이었다.

 

 “우리의 돈을 거부감 없이 받고 우리의 명령을 잘 따라줄 마루 사람이 필요해. 명예 같은 허황된 것보다 손에 잡히는 돈을 쫓는 사람.”

 

 한 마디로, 돈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미였다. 리브는 그의 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미네민이 건넸던 그 조언을 다시금 떠올렸다.

 

 ‘흑사의 명령을 거절해선 안 돼.’

 

 “알겠습니다. 그러면 몇 명으로 추릴까요?”

 “추릴 필요 없어. 우리 흑사단도 돈이 꽤 많은 편이니까.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몇십 명이든지 몇백 명이든지 환영이야. 당신의 프로그램으로 마루 인사들의 사생활을 조사하면 어떤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 정확히 나오잖아?”

 

 리브는 잠시 말을 잃었다. 흑사는 그런 리브의 얼굴을 응시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닙니다. 하지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건 저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다는 게 탈이죠. 모두 움직이려면 한두 푼 드는 정도가 아닐 겁니다.”

 

 리브는 흑사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 만큼만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다행히 흑사는 태연한 상태를 유지했다.

 

 “리브, 한두 푼밖에 없었으면 당신에게 이런 주문을 하지도 않았어. 돈 걱정은 하지 마.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으니까. 백민관이 부럽지 않을 정도야.”

 

 흑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리브도 그가 허풍을 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저, 한 가지만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이 뭐지?”

 “최근 들어서 마루시 곳곳에서 해킹을 막아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 탓에 해킹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어려워지기도 했고요.”

 “내가 그쪽은 잘 몰라서 묻는데, 내가 뭘 해줘야 하지? 더 좋은 컴퓨터를 원하는 건가?”

 “컴퓨터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마루시 전산망 구석구석으로 직접 들어가야 합니다. 그곳에 제가 만든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전산망이라면 어디를 가야 한다는 거지?”

 “거대한 회사마다 주요지점이 있을 겁니다. 그 주요지점 각각의 서버실에 잠입해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됩니다.”

 “흑사단원들은 어디 침입하고 부수고 훔쳐오는 건 잘하는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건 젬병이라서. 프로그램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 거야.”

 

 리브는 손에 USB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려울 것 없습니다. 따로 조작할 필요 없이 이것만 정해진 위치에 꽂고 나오면 됩니다. 어디에 꽂아야 하는지는 제가 그림으로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 서버실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어린이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쉬운 작업입니다.”

 

 흑사는 껄껄 웃었다.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단원들에게 맡기면 하룻밤 새에 마루시의 모든 전산망을 뚫는 건 일도 아니지.”

 “감사합니다.”

 “그거면 충분한가?”

 “충분합니다.”

 

 대화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리브는 인사를 하고 일어나려 했다.

 

 “그럼 숙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 순간 흑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잠깐. 리브, 또 하나 부탁해도 되나?”

 “부탁이요?”

 “어젯밤에 당신이 찍어준 시나루 은행을 털려고 3번대를 보냈는데 말이야. 3번대가 배를 타고 마루시에 상륙하자마자 경찰들에게 포위를 당했어. 그래서 급히 후퇴했다고 하더군. 피해도 상당했고. 모든 계획이 물거품 된 거지.”

 

 흑사단이 오랜만에 거는 시동이었지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리브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자신 때문에 흑사단에 피해가 갔다는 소리에 그의 눈꺼풀도 올라갔다.

 

 "그랬...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이상하게 여겼지. 분명히 3번대는 마루에서도 가장 오른편 구석에 선착했는데 어떻게 경찰이 그곳에 미리 진을 쳐놨던 걸까? 하필 그 시각, 그 장소에 말이야.”

 

 흑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브의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리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지. 우리 흑사단에, 경찰의 스파이가 있다.”

 

 리브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간신히 자세를 유지했다.

 

 “내 잘못도 크지. 흑사단을 키우려는 욕심에 아무나 막 받아들였으니까. 지금은 흑사단도 충분히 컸고 안정화가 되었어. 이제 쌀 속에서 겨를 찾아낼 시간이야.”

 

 흑사가 쥐고 있던 리브의 어깨는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난 리브 당신이 스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당신은 은행만 정해줬을 뿐 3번대가 배를 타고 마루 어디에 닿을 지는 몰랐을 테니까. 게다가 당신의 눈빛과 행동을 보면 누굴 배신할 것 같진 않거든.”

 

 흑사단에서 배신은 곧 죽음이었다. 리브의 입장에서는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것이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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