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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이별과 만남
작성일 : 22-03-12 20:51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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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 똑. 똑.

 

 민석은 보안실 문에 노크했다. 하지만 아무 응답도 들리지 않았다. 민석은 기다리기 귀찮았는지 직접 문을 열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인기척을 느낀 담당 직원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갓 고등학생을 졸업한 듯한 어린 남자가 민석 앞에 섰다. 자다가 일어났는지 좁쌀만 한 눈곱이 눈물샘 근처에 달랑달랑 붙어있었다.

 

 “아, 성 비서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30층 CCTV 좀 볼 수 있나?”

 “30층...이면 로비 CCTV 밖에 없어요. 사장실 내부 CCTV는 사장님이 관리하셔서요.”

 “그럼 로비 CCTV만 봐도 되겠나?”

 “이쪽으로 오시죠.”

 

 보안 직원은 민석에게 길을 내주었다. 민석은 100대가 넘는 TV 앞에 앉았다.

 

 “어느 TV를 봐야 하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큰 화면으로 띄워드리겠습니다.”

 

 보안 직원은 구석에 있는 화면을 눌러 중앙 큰 화면에 띄웠다.

 

 “여기가 30층 로비입니다.”

 

 민석의 눈에 익숙한 공간이 나타났다. 민석은 보안 직원에게 손짓했다.

 

 “이거 시간 좀 되돌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야?”

 “그거는 그 오른쪽 옆에 버튼이 있어요. 그 버튼 누르면 되감거나 빨리감을 수 있어요.”

 

 민석은 화면의 시각을 방금 전에 사장과 우 박사가 올라간 시각으로 되돌렸다.

 

 ‘대체 30층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건지 봐야겠어.’

 

 하지만 화면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더 감아야 하나?”

 

 하지만 5분을 더 되감아도, 10분을 더 되감아도 사장은커녕 우 박사도 나타나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보안 직원이 민석에게 접근했다.

 

 “이거 오늘 거 맞아?”

 “네. 당연히 오늘 거죠. 좌측 상단에 날짜랑 시간 쓰여있잖아요. 저게 정확해요. 1초의 오차도 없어요.”

 

 민석은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이러면 오늘이 확실한데? 왜 이러지?”

 

 보안 직원의 말이 맞다면 사장과 우 박사는 30층에 발도 들이지 않은 것이었다. 민석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부터 지금까지 빠르게 돌려봤다. 하지만 30층 로비에는 보수공사로 온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히 30층으로 가셨어... 아니 30층 말고는 가실 곳도 없는데?”

 

 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안실에서 나왔다. 그는 곧장 엘리베이터로 갔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계신 거지?”

 

 민석의 궁금증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30층 버튼을 눌렀다.

 

 [30층입니다.]

 

 민석이 30층에 내리자 보수공사 중인 사장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CCTV에서 봤던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보였다. 옷차림이 화면 속 모습과 똑같은 것으로 보아 CCTV 화면은 정확히 오늘이었다.

 

 “그렇다면... 사장님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민석은 디자이너에게 다가갔다.

 

 “혹시 사장님 여기 안 오셨어요?”

 “네? 백민관 사장님이요?”

 “네.”

 “글쎄요. 오늘은 못 뵀는데요?”

 “그렇습니까.”

 “사장님 비서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민석에게 다가와 자신이 어떻게 내부를 재건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공사에 앞서 여러 동의를 얻어야 했으나 사장이 보이지 않아 비서에게 대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을 이쪽으로 1m정도 옮기려고 하는데요."

 "...알겠습니다."

 

 민석의 관심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기에 억지로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민석의 시선은 사장실에 고정되어있었다. 아직 보수공사 초기 단계였기에 사장실에는 화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디자이너님, 여기 올라온 김에 사장실 한 번만 둘러봐도 됩니까?”

 “아직 본격적인 작업은 시작하지 않았으니 상관없습니다.”

 

 민석은 여러 구상을 펼치던 디자이너를 로비에 남기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사장실 벽은 검게 그을려 벽지는 벽지대로 뜯어져 있고 창문은 창문대로 전부 깨져 있었다.

 

 “30층에는 오신 적도 없던 거야. 그럼 도대체 사장님은 어디로 가신 거지?”

 

 바슥.

 

 민석의 발바닥으로 뭔가 밟힌 느낌이 났다. 그가 바닥을 내려다보니 유리 조각이 부스러져있었다. 그 순간 민석의 뇌리에 한 사람이 상기되었다.

 

 “근데 환기 형은 여기 왜 들어왔던 거지?”

 

 뒤이어 떠오르는 기억. 그 기억은 민석이 환기에게 전해준 쪽지의 내용이었다.

 

 “검은 뱀이 노린다고 했었지... 옛 동료라는 사람이 보냈고.”

 

 뉴스에 따르면 명장제약을 침입한 가장 큰 용의자는 흑사단원이었다.

 

 “검은 뱀이라는 건... 흑사단을 지칭하는 단어였어.”

 

 그렇다면 그 쪽지는 전혀 허무맹랑한 내용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 소녀는 흑사단원이 사장실을 불태울 것을 경고한 것이었다.

 

 “근데... 그건 사장님한테 보낸 쪽지였잖아?”

 

 민석은 그때 그 쪽지를 다시 떠올렸다.

 

 “‘검은 뱀이 당신을 노린다. 목숨이 위태로우니 주의해라. 옛 동료로부터.’ 검은 뱀은 흑사단을 말한 것이고, 목숨이 위태롭다는 건 그때 그 사건을 얘기하는 것일 테고, 그러면... 옛 동료는 누구지? 그 소녀가 사장님의 옛 동료는 아닐 텐데. 근데 옛 동료라는 사람은 흑사단이 사장님을 노릴지 어떻게 알았을까? 옛 동료가 흑사단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걸까?”

 

 이윽고 민석은 부서진 창문으로 다가갔다. 밖으로는 마루시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경찰은 흑사단원이 그 창문을 통해 건물로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민석은 머리를 굴려 환기에게 일어난 사건의 인과관계를 추리해봤다.

 

 “사장님이 도적단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진작 알고 있었어. 그래서 흑사단이 사장님을 죽이려고 계획한 거야. 근데 하필 그날 환기 형이 사장실에 있었던 거고. 그런 탓에 환기 형이 대신 죽은 거야.”

 

 스스로 결론을 낸 민석의 목 뒤로 털들이 삐죽삐죽 섰다.

 

 “만약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내가 죽었겠지.”

 

 민석은 환기가 섰던 곳으로 추정되는 자리로 걸어갔다. 그는 환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내 앞전의 비서도 죽었다고 했는데. 그때 그 비서도 도적단한테 당했다고 했었고....”

 

 민석은 환기가 시체로 발견되었던 자리를 관찰했다.

 

 "잠깐만. 근데 환기 형은 여기를 왜 온 거지? 사장님도 없는데?"

 

 그날은 사장도 일찍 퇴근했기에 사장실은 비어있었다. 경호원들은 한환기가 홀로 사장실로 들어갔다고만 이야기했다. 사장이 호출했던 일도 없었다.

 

 "하필 그때 왜 여기를 와 가지고."

 

 민석은 온몸이 싸늘해졌다. 어쩌면 환기가 자신을 대신해서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사장실 자체가 무서워졌다. 민석은 누군가 자신의 이마로 총구를 겨냥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황급히 사장실을 나왔다. 하지만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의문은 풀리기는커녕 계속해서 쌓여갔다.

 

 “근데, 그러면, 그 소녀... 그리고 그 옛 동료라는 사람은 정체가 뭐지?”

 

 민석은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승강기 앞에 섰다. 곧 엘리베이터가 올라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선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럼 영구적인 지능문제인가 봐요?”

 “그래. 이젠 나도 어쩔 수 없어.”

 

 [문이 열립니다.]

 

 안에서 나온 사람은 사장과 우 박사였다. 민석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민석의 인사를 받았다.

 

 “어, 성 비서. 여기는 어쩐 일이야? 1층에 있으라니까.”

 

 당혹스럽기는 성민석도 마찬가지였다.

 

 “어, 그게. 사장님이 경호원 없이 올라가신 게 불안해서 올라와 봤습니다.”

 “나, 참. 그냥 1층에 있으래도. 다음부터는 굳이 올라올 필요 없네.”

 “알겠습니다.”

 

 민석은 사장에게 어디 갔다 왔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근데, 방금 사장님이 우 박사님한테 존댓말을 하신 건가?’

 

 백민관이 우 박사보다 나이가 많았기에 반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민석의 귀는 그의 존댓말을 똑똑히 포착했다.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어.'

 

 민석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한가득 안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일단 두 사람이 어디에 다녀오신 건지 개인적으로 알아봐야겠어.‘

 

 

 ***

 

 

 [AM 05:00]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완전한 밤이었다. 카쟝은 배낭을 매고 방에서 나왔다.

 

 ‘이제 이곳도 마지막이네.’

 

 처음부터 새벽에 출발할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 데는 따로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잠에서 일찍 깬 탓이었다. 이별과 새로운 출발이 겹치는 그 시점에서 숙면을 취하기란 어려웠다. 그보다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막실라 형제들의 얼굴을 마주하면 떠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모두가 자고 있는 밤에 나오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챙길 건 다 챙겼고.”

 

 챙긴 것이라고 해봤자 달랑 배낭 하나였다. 어차피 가지고 온 것도 없었기에 나갈 때도 싸갈 것이 없었다. 중절치가 건네준 돈과 생필품 몇 가지가 그가 가진 전부였다.

 

 “슬슬 출발해볼까?”

 

 카쟝은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그가 현관문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다들 잘 있길.’

 

 카쟝은 무언의 작별 인사를 끝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나갈 수 없을 것처럼 굳게 잠겼던 문이었다. 그 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드럽게 활짝 열렸다.

 

 “새 형아.”

 

 느닷없는 부름에 카쟝은 움찔거렸다. 뒤돌아보니 어린아이 하나가 복도에 있었다. 그는 카쟝을 향해 서 있었다.

 

 “휘완아.”

 

 저번에 자동차에 몰래 몸을 숨겼던 그 꼬마였다. 휘완은 요새 들어 종종 대구치의 방에서 자고 있었다. 지금도 그 아이는 대구치 방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카쟝은 휘완에게 다가가 몸을 낮췄다.

 

 “왜 이 시간에 일어나있어?”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혹시 도둑이 들었나 했지.”

 “휘완이가 아주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이렇게 귀가 밝을 줄이야.”

 “근데 나 쉬 마려워.”

 “그럼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자러 가면 되겠다.”

 “새 형아.”

 “응?”

 “다시 안 오는 거야?”

 

 카쟝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럼 형이 하던 역할 내가 해도 돼?”

 “글쎄. 그건 중절치 형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흥! 형도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구나?”

 

 휘완은 카쟝의 답변이 못마땅했는지 뾰로통해졌다. 카쟝은 가볍게 웃고는 주머니에서 립스틱만 한 물건을 꺼냈다. 그는 그 물건을 휘완의 손에 쥐어줬다.

 

 “이건 선물로 줄게.”

 “이게 뭐야?”

 “연막탄이라는 거야. 혹시나 너한테 동네 무서운 형아들이 다가온다거나 사나운 개가 달려들면 여기 끝 부분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네 앞에 던져. 그리고 도망쳐.”

 “그럼 어떻게 되는데?”

 “그럼 여기서 연기가 나서 너를 숨겨줄 거야.”

 

 휘완은 그제야 손에 든 연막탄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우와! 지금 눌러봐도 돼?”

 “안 돼. 이건 일회용이라서 지금 쓰면 나중에 못 써.”

 

 카쟝은 휘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한 가지 주의사항은 이걸 사용하면 너도 앞이 안 보이는 건 똑같아. 그러니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주변을 잘 살펴보고 도망칠 곳을 꼭 확보하고 사용해. 그래야 연막이 터졌을 때 휘완이 네가 유리한 입장이 되니까.”

 “알겠어. 선물 고마워, 새 형아.”

 "대신에 내가 이거 준 거 중절치 형한테는 비밀이다."

 "응. 당연하지."

 “좋아. 그건 이제 주머니에 넣고 얼른 화장실 가봐.”

 “응!”

 

 휘완은 바지춤을 잡은 채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카쟝도 몸을 일으켜 숙소를 나섰다.

 

 "이젠 진짜 안녕."

 

 카쟝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닫았다. 바깥바람은 꽤 쌀쌀했다.

 

 “항구로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데.”

 

 기차를 타기 위해선 기차역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막실라 팀의 숙소와 기차역은 꽤나 거리가 있었다. 카쟝은 큰길로 나왔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지나다니는 자동차도 별로 없었다. 그는 대로에서 20분을 대기한 끝에 택시를 잡는 데 성공했다. 택시 기사는 떡 진 머리를 긁으며 카쟝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쇼. 어디로 모실까요?”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가주세요.”

 “가까운 역이라, 그럼 오스히 역으로 모시겠습니다.”

 

 카쟝이 문을 닫자마자 택시는 새벽 안개를 헤치며 달렸다. 카쟝은 숙소가 있던 방향을 바라보며 막실라 팀과 점점 멀어졌다. 그렇게 20분을 질주한 끝에 카쟝이 승차한 택시는 시내로 들어갔다. 카쟝의 눈으로 오스히 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앞에서 세워주세요.”

 

 택시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고 카쟝은 오스히 역 앞에서 내렸다. 기차역 뒤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카쟝이 얼굴로 햇볕을 받으며 처음 든 생각은 ‘배고프다.’였다.

 

 “아침을 안 먹었네.”

 

 카쟝은 간단히 배를 채우기 위해 역 앞 거리로 나왔다. 곧 카쟝의 앞으로 먹자골목이 나타났다. 사방에 카쟝을 유혹하는 간판들이 보였다.

 

 꼬르륵-

 

 카쟝의 배에서 곡소리가 났다. 그는 본능적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그런 카쟝의 코로 구수한 빵내음이 흘러 들어왔다. 아침을 맞아 역전 빵집에서 빵을 갓 구운 냄새였다. 그는 그 향기를 따라 홀린 듯이 빵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니 그의 손에는 도넛이 담긴 종이 가방이 들려있었다. 카쟝은 얼른 도넛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도넛의 푹신한 식감이 입 안을 감돌았다. 카쟝은 자연스레 리브가 떠올랐다.

 

 “그동안 측절치가 감시하는 통에 전화도 못 했었는데. 잘 지내려나?”

 

 카쟝은 기차에 타기 전에 명장제약으로 전화를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중전화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저 멀리 큰 사거리 대로변에 공중전화 부스들이 설치되어있는 것을 포착했다. 카쟝은 도넛을 오물오물 씹으며 사거리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사거리는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였다. 하루 일을 시작하기 위해 아침을 여는 이들이었다.

 

 카쟝의 목구멍으로 2개의 도넛이 통과될 때 즈음, 그는 공중전화 부스 앞에 도착했다.

 

 “어디 보자... 번호가 뭐였더라?”

 

 카쟝은 기억 저편에서 명장제약의 연락처를 끄집어냈다. 그는 검지를 들어 번호를 하나씩 눌렀다. 카쟝의 손가락이 마지막 번호를 누르려던 찰나였다.

 

 쨍그랑-!

 

 삐요오오옹오옹-

 

 큰길 건너편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경보음이 울렸다. 곧이어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꺄악-!

 

 카쟝은 위급함을 알리는 외마디 소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소리는 사거리 반대편에 있던 커다란 도서관에서 들렸다. 카쟝은 무슨 상황인가 싶어 도서관을 관찰했다. 도서관 측면을 가득 메웠던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때 깨진 유리창 틈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흑표범?"

 

 날짐승처럼 날렵한 몸놀림, 온몸을 휘감은 흑남색 타이즈와 가죽 자켓. 카쟝도 아는 인물이었다.

 

 “제이!”

 

 제이는 도서관에서 빠져나와 차도를 따라 뛰었다. 곧이어 남색 상의와 검은 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우르르 나왔다. 물이 파이프를 타고 강력한 수압으로 나오듯 엄청난 숫자의 인원이 튀어나왔다.

 

 "저 녀석 잡아!"

 

 그들은 모두 제이를 쫓고 있었다. 카쟝에게도 낯설지 않은 복장들이었다. 게적그룹원들이었다. 가장 앞서 달리던 제이는 가방을 등에 맨 채 전력으로 질주했다.

 

 “예전에 기차에서 매고 있었던 그 가방이잖아.”

 

 카쟝은 그 가방에 예술품이 들어있음을 직감했다. 게적그룹원들은 엄청난 기세로 제이에게 따라붙었다. 제이는 앞뒤로 오가는 자동차를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피해가며 그들을 따돌리려 했다.

 

 게적그룹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막대한 인원으로 인해 도로는 이미 마비 상태였다. 카쟝의 눈으로 보이는 게적그룹의 인원만 해도 200명이 넘을 것 같았다. 시민들은 게적그룹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쳤고 자동차들은 사거리에 뒤엉켜 옴짝달싹 못 했다.

 

 “이쪽으로 온다.”

 

 제이의 모습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자세히 보니 제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그는 빙판 위를 달리듯 도로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제이의 부드러운 몸놀림과 스케이트 덕분에 제이과 게적그룹 간의 거리는 점차 벌어졌다. 제이가 상당히 멀어지자 게적그룹원 중 몇 명은 총을 꺼내 들었다.

 

 탕! 탕!

 

 안 그래도 패닉이었던 사람들은 그들의 총소리를 듣고 더욱더 동요했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들도 차에서 나와 인근 건물로 대피했다. 그 사이 제이는 카쟝을 지나쳤다. 그는 게적그룹의 총격을 잽싸게 피하며 바로 다음 사거리까지 질주했다.

 

 쾅!

 

 제이의 몸이 붕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게적그룹원이 자동차를 몰고 와서 제이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제이는 느닷없는 공격에 10m 가까이 날아갔다.

 

 턱.

 

 그는 가을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흐으....”

 

 제이는 바닥에 엎어지자마자 고개를 벌떡 들었다. 제이를 박은 게적그룹원은 웃으면서 차에서 내렸다. 제이는 팔로 몸을 지지하며 다시 일어나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제이의 몸은 도망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게적그룹원들은 노루사냥에 성공한 사냥꾼처럼 환호를 질렀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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